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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과 석양의 도시 – 19화: 천 개의 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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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이 대포 개량과 죄수부대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그동안 죽었다고 알려진 하쉬르는 아샤신 본부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평범한 여행자로 변장한 채 샤이프로 돌아옵니다. 민가에 묵은 그는 고리대금업을 하고 빚을 못 갚는 양민을 노예로 파는 폭정을 저지르는 귀족 알-에크바르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는 아샤신 장로들이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다음날 낮, 하쉬르가 시내에 알-에크바르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는 것을 본 필립포스는 변한 모습의 하쉬르를 알아보고 그와 대화합니다. 하쉬르는 그에게 알-에크바르에 대한 정보를 부탁하고, 필립포스는 자신과 아킬레아스, 우르쿠가 사형수가 되었던 것도 에크바르 때문이었던 것을 밝히며 그는 위험하다고 하쉬르에게 경고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르쿠가 그의 저택에 잠입한 적이 있으니 그 정보가 필요하면 플로리앙의 작업장으로 찾아오라고 하지요.
한편 플로리앙은 아미르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받고, 신앙을 폭력으로 강제하는 것이 옳은지 토론을 벌입니다. 사란티움에 대한 복수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플로리앙은 신앙을 강요하는 것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하고, 아미르는 반대하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플로리앙이 떠난 후 카림과 아미르는 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요.
감상
알-에크바르 사안이 처음 불거진 화였죠. 종교에 대한 논의도 나름 확장했던 듯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8화: 하비브라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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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스마일 파샤의 조카 하비브는 플로리앙의 보좌관으로서 작업장에 첫 출근을 합니다. 반전파인 이스마일 파샤의 사람이라는 위치 때문에 긴장을 빚는 상황에서도 그는 행정업무를 장악합니다. 그러다가 그만 고질병인 위경련이 도져 쓰러지지만, 다행히도 아미르 황자가 직접 약을 갖다주어서 회복하지요. 그 계기로 플로리앙은 아미르에게 종교적 스승이 되어줄 것을 청하고, 아미르는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한편 필립포스는 하비브가 루키아노플 뒷골목의 큰손 옌란과 닮았다고 생각하지요.

감상

너무 오래전이어서 감상은 생각이 안납니다~ 끝? (퍽퍽) 하비브를 소개하고 출생의 비밀(..인가)에 대해 조금 언급을 했었죠.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플로리앙의 작업장 분위기도 살릴 수 있었고요. 다만 술탄이 서류처리를 할 서기도 파견했을 텐데 전원 목이 날라갈 만큼 서류가 엉망이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만, 어쩌면 하비브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위경련을…) 기세좋게 등장했던 하비브는 뱀프군의 참여중지로 이후 쑥 들어갔다는 슬픈 후일담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기도 하는 비운의 18화입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7화: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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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재무관리 유스프 이븐 아미르를 만나러 갔다가 플로리앙은 당신이 이교도라서 우선순위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말에 개종을 종용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 재상 이스마일 파샤와 식사를 하던 그의 조카 하비브는 유스프가 플로리앙이 요청한 지원을 거부했다는 점과 그러면서 굳이 플로리앙을 만나주었다는 점에서 플로리앙이 곧 개종하리라는 것을 읽어냅니다. 둘은 플로리앙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플로리앙의 개종을 돕는 영적 스승을 아미르로 하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미르와 마르얌의 혼담으로 넘어갑니다. 하비브는 사란티움에서 아미르와 마르얌이 만난 순간을 회상하지요. 아미르는 마르얌을 킨다스 소녀 미리암으로 알고 있었을 때부터 사랑했다는 것을, 그리고 마르얌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을 떠올리며 하비브는 아미르 황자가 이번만은 어머니 키네니아의 뜻도 어기고 혼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비슷한 시간, 플로리앙은 유스프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샤르교 경전이라도 찾아볼까 해 도서관에 갔다가 아미르와 그의 시종 카림과 마주칩니다. 아미르가 젊은 나이에도 유명한 종교학자인 것을 알게 된 그는 아미르에게 영적 스승이 되어달라고 청하지요. 그리고 별빛의 서에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한 보복은 너희에게 주어진 의무이니’ 같은 구절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상황과 일치한다고 느끼며 더욱 개종에 대한 결심을 굳힙니다.

감상

영어 제목은 왠만하면 안하는데, 새로운 ‘신앙’에 대한 플로리앙의 흥미와 아미르가 반드시 마르얌을 붙잡을 것이라는 하비브의 ‘신뢰’를 한번에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따로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식사도 일하면서 하는 유스프의 모습과 깐깐하면서도 능구렁이 뺨치는 성격, 하비브의 신출귀몰한 사람 읽는 능력, 아미르와 마르얌 사이의 강한 감정, 그리고 복수에 점점 기울어가는 플로리앙의 모습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경전의 같은 구절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다르다는 점도 재밌었고요. 아샤르교에 대한 아미르와 플로리앙의 서로 다른 해석이 드러나는 장면이 한 번쯤 더 있어도 좋겠군요.

개인적으로 회상 장면 진행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 순서를 바꿔서 하는 진행은 앞으로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꿈이라든지, 악몽, 예지몽 (하쉬르 같은 인물에게는 신비학도 있으니) 등도 활용해서 복선이나 심리 표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뭐 자주 할 만한 건 아닙니다만, 가끔 하는 거니까 더 재밌기도 하고요.

별빛의 서 인용 문구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우리 세계의 코란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역사 판타지가 좋은 게, 실제 역사에 신경 안 쓰면서도 역사에서 좋은 건 따올 수 있죠. 플레이 중에는 지하드 (성전)에 관한 구절들을 몇 개 가져와서 영어로부터 중역했습니다. (… 부분은 중략)

‘오 믿는 자들이여! 죽은 이들의 보복은 너희에게 주어진 의무이니… 배움 있는 자들이여, 너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되갚음의 법 안에는 생명이 있느니라.’

‘너희를 대적하는 자들에게 신의 길로써 대적하라. 정도를 넘지 말 것이니, 신께서는 정도를 넘는 이들을 어여삐 여기시지 않는도다. 정도를 넘는 자들은 찾는 대로 죽일 것이며, 그들이 너희를 몰아낸 곳에서 그들을 몰아낼지니…이것이 믿지 않는 자들의 포상이니라.’

‘그의 길로 대적하며 성전(聖戰)에 나서라는 신의 명을 기다릴지어다… 말하노니 신께서는 많은 전장에서 너를 도우셨으며, 많은 수로 자만할 때 믿지 않는 자들을 꾸짖으셨도다.’

플로리앙의 개종, 아미르의 혼담 등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되어갈지 흥미진진하군요. 이로써 밀린 로그도 거의 다 올려갑니다! (흑흑)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6화: 연단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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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은 죄수 부대를 훈련시키며 더 성장시키지만, 보급의 한계에 부딪히자 굉장히 깐깐하다는 담당 재무부 관리 유스프를 만나기로 합니다. 한편 하쉬르는 아샤신 장로들에게 아샤신이 황가와 손잡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 메흐디의 죄에 대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후 자하라툴 라쑬 (죽음의 사자) 칭호를 받습니다.

감상

플레이 자체보다는 설정과 규칙 이야기가 많은 화였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한 성장 규칙은 전쟁의 혼 글에 추가했습니다. 플로리앙 부분은 죄수 부대의 성장 굴림을 위한 장면이기도 했고, 17화에서 유스프 이븐 아미르 (아미르 황자 아들 아님)와의 만남을 위한 복선 역할도 했지요.

하쉬르가 간만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1부 끝난 이래 하쉬르가 나온 화는 다른 인물들보다 1년쯤 앞서서 시간축이 달랐는데, 여기서부터는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동안의 13.5화, 14.5화는 나중에 횟수를 더 늦추어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자하라툴 라쑬의 칭호도 받았으니 필립포스 배경에서 암시한 모험을 진행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

로그로 가기

15화 끝나고 한 로그를 오체스님께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요약

마르얌과의 약혼 문제로 시간을 끈 것도 몇 달, 아미르는 어머니 키네니아가 자신의 동의 없이 마르얌 대신 사촌동생 이레네와 혼인 준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알고 길길히 날뜁니 어머니에게 항의합니다. 마르얌에 대한 아들의 진심을 안 키네니아는 평생 처음 자신의 뜻을 세우며 반항을 해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지요.

감상

원래는 좀 더 본격적인 사회판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PC방 시간은 어머니도 굴복시킵니다(…) 제목은 중의적입니다.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으니 아미르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키네니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자로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가족애와는 다른 의미이니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마르얌이기도 하지요.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회피하던 아미르가 처음으로 폭발하는 모습이라든지, 때로 독단적이면서도 결국은 자식에게 못이기는 키네니아의 자식사랑이 인상깊었습니다. 한편 키네니아가 독단적이었던 건 아미르가 스스로 자기 주관을 못 세우니까 답답해서 그런 거라고도 생각하지만요. 언제나 의사소통은 중요한 것이지요~

NYPL 전자회랑: 여명과 석양의 도시 부록

여명과 석양의 도시 그림자료에는 대체로 역사에 큰 신경 안 쓰고 대항해시대 그림을 사용합니다만… 인물들 모습을 현실 역사에 견주어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약 20년 후의 아미르:

백면서생 종교학자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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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년 후 성공한 하비브:

수석법학사 무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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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산드로스와 에우로시온:

시대가 한 5세기 앞서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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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의 기사들:

역시 시대는 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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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후의 하쉬르:

터키 귀족 (지팡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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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후의 플로리앙:

터키 자유민 (추정으로는 비투르크계 터키인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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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파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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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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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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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흐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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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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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밌군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5화: 뱀과 몽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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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은 술탄과 수많은 고관대작들 앞에서 대포의 위력을 보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각자 판도와 이익을 계산하기 바쁩니다. 그 중에는 재상 이스마일 파샤와 그의 조카 하비브도 있지요. 성공적으로 시범을 보인 플로리앙은 술탄에게 요구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자기 밑에서 일하려면 신하다운 모습을 보이라는 술탄의 말에 무릎을 꿇으며 조아립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미르는 뱀과 몽구스의 싸움을 연상하지요. 이후 플로리앙은 마리사를 찾아가 사란티움의 사건들에 대해, 그리고 네야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접근하는 마리사를 뻥 찹니다!)

한편 사란티움에는 술탄의 사절이 찾아와 마리사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리사에 대한 루키아누스의 대우에 대한 유감을 알리고, 마르얌 빈트 이스마일을 데려오면서 맺었던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사신의 불손한 태도를 라이산드로스는 꾸짖지만, 이미 전쟁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지요. 라이산드로스는 또한 콘스탄티노스 미크루라케스의 조카 토마스를 부관으로 채용합니다.

술탄은 플로리앙의 병력 요구에 40여명의 사형수를 보내오고, 플로리앙은 이들을 질풍의 기사단에 대항할 부대로 키우는 훈련을 시작합니다. 특히 그 중에 시반 베르크라는 싸움꾼이 휘황한 활약을 보이자 플로리앙은 그를 돌격대장으로 임명하지요. 그리고 병사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그는 이전 사란티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필리포스에게 정보망 구축을 명령합니다.

감상

요 몇 주 로그가 많이 밀렸군요. 이것저것 정신없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고, 특히 이번 로그는 올리는 데에 심적 저항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쉬르가 궁에 도착하기 거의 1년 전인데도 하쉬르를 등장시킨 미스도 있었고 (올린 로그에서는 그 대목은 삭제), 본편 참가자 셋이 다 왔는데도 너무 한 인물에게 기울어졌던 점 등 진행이 부족한 데가 많아서 생각하기 싫은 로그였던 것 같네요.

정치적인 상황은 나흐만 안팎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특히 전체 판도로 보아서 의미가 깊은 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미르가 생각한 뱀과 몽구스의 싸움은 플로리앙과 메흐디의 긴장 기류도 있겠지만, 전쟁을 향해 기울어가는 나흐만과 사란티움 양국의 모습 역시 같은 표현을 적용할 수 있겠지요. 사란티움에서 한 사신 장면은 오체스님께서 설정하신 NPC인 유스프 이븐 아미르 (아미르 황자 아들 아님)의 첫 등장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보조 인물들이 등장한 회이기도 했습니다. 뱀프군의 하비브, 아군의 시반과 토마스가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도록 하죠. 보조 인물은 일행 플레이로 돌아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 너무 보조 인물만 나오면 사람에 따라서는 재미없을 수도 있는 관계로 비중을 조심해야겠지요. 으악, 모르겠습니다. 어렵군요. (털썩)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4.5화: 그들의 향기

아사히라군과 토요일 오전에 함께한 플레이입니다. 시간순서상으로는 13화가 아니라 13.5화 뒤이며, 따라서 라이산드로스나 플로리앙 부분보다는 1년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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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쉬르는 술탄의 귀빈으로 지내고 있는 마리사와 반갑게 재회합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중 마리사가 술탄이 아리칸을 총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 하쉬르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사란티움이 서방 쟈드교 국가들과 동맹을 맺은 일, 플로리앙의 원한 등을 이야기하며 마리사는 사란티움과 황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마리사: “하지만 난…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히지만… 그분을 미워하지는 않아요… 내가 지키려고 그렇게 애썼던 폐하를, 사란티움을.”
마리사: 불현듯 눈물이 볼 위로 흘러내립니다.
마리사: “우습죠… 그 사람은 날 미워할 텐데. 어째서 난 언제나 이렇게 미련하게..”
하쉬르: 잠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다가 끌어당겨 품에 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하쉬르는 아리칸과 마주칩니다. 사란티움에서 들어온 정보 때문에 술탄을 찾아뵙는다는 아리칸에게서 하쉬르는 메흐디의 향을 맡습니다.

하쉬르: “좀 더 반겨 줘도 괜찮잖아? 오랜만인데…” 씨익 웃으며 돌아섭니다.
아리칸:  “하쉬르..”
아리칸: “내가…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알지?”
하쉬르: “너무 무리하진 마, 나는 그의 향기가 나한테까지 배는건 싫거든.”
하쉬르: 그리고 절뚝거리며 걸어갑니다.

감상

제가 일이 있어서 이번주 플레이를 토요일에 하려고 했는데, 참가자 중 두 분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결국 아사히라 군하고만 한 플레이입니다. 여러모로 일요일 오전이 토요일 오전보다 좋은 시간인 것 같군요. 대화 중심으로 거의 쉬어가는 기분으로 편하게 한 플레이여서 로그 요약에도 대사를 많이 넣었습니다.

플레이 끝나고 아군하고도 얘기했지만 노래와 꽃 이후로 다시 하쉬르와 아리칸이 어긋나고 하쉬르가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기색이 보이는군요. 하쉬르는 에이레네 노예 라이산드로스나 일편단심 네야였던 플로리앙과는 달리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라 앞으로 어떨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 의외성이 하쉬르의 재미이기도 하죠.

라이산드로스나 플로리앙 파트를 못하고 1년 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되도록 애매하게 두면서도 플로리앙의 심경 같은 부분은 짐작해서 써보았습니다. 사란티움에서 탈출 이후의 외교적 파장이라든지 플로리앙과 마리사의 대화 같은 부분은 다음주를 기다려야겠지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 가지 않은 길

다시 기다림의 땅 이야기입니다. (죽은 것들이 말이 많아…) 내용은 12화 그 지독한 굴레 끝에 기다림의 땅 대목에서 바로 이어지며, 게임의 규칙 속편이기도 합니다.

청년은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걸어간다. 안개는 가끔 나무 하나, 언덕 자락 하나를 드러내며 갈라졌다가 이내 그 정경들을 다시 덮는다. 끝없이 움직이는 그 안개의 너울 속에서 기다림의 땅은 알 수 없는 미지로 남지만, 가끔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는 청년은 가는 길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어느 순간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저 앞에서 안개가 갈라지면서 어렴풋한 형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풀 위에 치맛자락을 사락거리며 걷던 여인은 안개 사이로 나타난 그를 보고 멈춰선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환영하러 달려와줄 줄은 몰랐네.”

대답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무감정하다.

“내가 환영한다고 했던가?”

여자는 두 걸음 앞으로 내딛어 그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내려 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그녀가 그를 놓으며 한 발짝 물러서자 남자는 마치 잡으려는 듯 순간 손을 내밀었다가 떨군다. 천체의 운행만큼이나 오랜 춤.

“그 정도면 괜찮은 환영인사 같아.”

미소짓는 여인을 보며 청년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왜 벌써 왔어?”

두 사람 사이로 안개는 바람 없는 공기중에 몰려들다가 밀려난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가 없다.

“나… 마지막에는 완전히 어두웠거든.”

그녀가 맑은 녹색 눈에 잠시 손을 가져가자 남자는 고통스럽게 이를 악문다.

“그런데 그 어둠 속이 평생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했어. 정말 할일을 다한 것처럼.”

“할일이 뭔데. 폐하께 복수하는 것? 제국을 피바다로 만드는 것?”

언성을 높이는 남자를 보고 여자는 어깨를 으쓱한다.

“같은 반역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잖아? 물론 나와는 반대의 결과를 위해서였지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

그녀의 눈빛은 비웃음으로 반짝인다.

“당신이 하늘처럼 받든 그 평생의 친우마저 말야.”

그 말에 그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누구한테 설교할 입장도 아니고.”

“항상 궁금했어…”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잇는다.

“당신은 왜 그랬어?”

청년은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문다. 그리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팔을 내민다.

“잠시 좀 걸을까?”

“별로 경치가 좋은 곳은 아닌데.”

말하면서도 여인은 그의 팔짱을 끼고,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걷는다. 소리없이 바람이 불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힌다. 그러면서 드러난 나무와 바위 사이로 그들은 걸음을 옮긴다. 조용한 정경 속에 걸음을 옮기던 남자는 마침내 어렵게 입을 연다.

“너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면 믿겠어?”

여자는 놀라서 그를 보았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왜 그래? 거짓말이 그렇게 서툰 사람은 아니었잖아,”

“아아, 역시.”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믿어달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얘기였나.”

“당연하잖아.”

여자의 입술은 유려하게 미소짓고 있지만, 눈가에는 고통이 어린다.

구릉 정상에 도착하자 남자는 평평한 바위를 손으로 가리키고, 여자는 그의 에스코트대로 그 위에 앉는다. 눈앞에는 해가 없는 땅의 언덕과 시내, 평원과 숲이 펼쳐진다. 그녀 앞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는 입을 연다.

“내가 도저히 전쟁을 치를 수 없었던 이유는 네가 맞아. 아니면 어쩌면 나 때문에.”

“반란이라니, 꽃이나 보석보다는 재미있는 선물이네.”

여자는 작게 코웃음을 친다.

“도대체 왜?”

“너와…”

그는 해가 없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다.

“네 아이와, 남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여인은 할말을 잊는 일이 잦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지만,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 남자는 말을 잇는다.

“전쟁을 했다면 그는 전쟁에 나갔겠지.”

그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어느 전장이 가장 위험할지, 어떻게 하면 군단장이 죽을 만한지 나는 뇌리 한켠에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전쟁을 했다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전쟁을 하기 전에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왜 그런…”

“그렇게 했더라면…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녀를 돌아본다.

“나는 주군께 충성하는 신하일 수도 없었고, 친구라고도, 오빠라고도 불릴 자격이 없었다. 제국이 어떻든… ‘나’는 전쟁을 치를 수가 없었어.”

“믿지 못할 얘기라는 게 맞네.”

여자는 실소를 터뜨린다.

“나나 아이를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살의까지 들었다니, 그게 무슨 얘기야.”

“원한 적이 없다고? 왜 그렇게 생각해?”

청년이 무표정하게 묻자 여자는 얼굴이 굳는다.

”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요.’ 아직까지도 기억해, 그 말.”

그녀의 목소리는 딱딱하다.

“내가 오해한 거야? 너랑 네 후레자식은 짐이 된다, 난 그렇게 들었는데.”

“그렇지 않아. 절대로.”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다가선다.

“오히려 너에게 그 짐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날 미워하고 자유로워지게…”

“변명은 집어치워!”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알아서 하라며 비겁하게 가버리고 나서는, 애를 낳으니까 미안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켰다고? 당신 사랑이라는 건 그렇게 치졸해? 당신의 반란까지 내가 책임져야 돼?”

맑고 예리하던 목소리는 갑자기 떨리면서 잦아든다.

“당신의… 죽음까지?”

그는 망설임 없이 둘 사이의 거리를 한 달음에 좁히고, 그녀를 품안에 끌어안는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청년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그녀의 입술에서는 외롭고 공허한 울음이 새어나온다.

“왜 그렇게 죽어버렸어, 날 두고…”

“미안해.”

그는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미안해…”

“잘난 척하며 사는 걸 보고 마음껏 경멸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당신 결혼하는 날에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축하하며 예의바르게 저주할 생각이었는데…”

흐느끼면서 여인은 떨리는 팔을 들어 발작적으로 그를 끌어안는다.

“당신이 없는데 어떤 의미로 살아가라는 말야? 점점 똑같이 닮아가는 아이만 바라보면서…”

“난 네게 용서를 빌 수조차 없어.”

사내는 무릎을 꿇는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주저앉듯 자리에 앉는 여자의 어깨를 그는 붙든다.

“뒤늦게 후회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그런 것밖에 없었다.”

“나 때문에 또 죽고 파멸하고… 이젠 싫단 말야.”

얼굴에 눈물이 젖은 채 그녀는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

“모두 나 때문에 죽어가… 아버지도, 그 조각가도, 당신도… 난 어려서 죽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떨구며 고개를 숙인다.

“절대 그렇지 않아.”

남자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에 가만히 입맞춘다.

“그런 네게 등을 돌릴 수가 없었던 거다. 그 불쌍한 예술가도, 나도, 네 남편도…”

그는 그녀 어깨 위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황금빛 불꽃에 손을 파묻었다가, 턱을 손으로 받쳐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사악한 마녀든, 독사이건 뭐건 네가 있어서 행복했다. 결국 실족하고, 허우적거리고, 죽었지만… 고통의 밑바닥에서도, 내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네가 있어서 의미가 있었어. 그래서 네게 미안하고, 감사한다.”

“바보같은 사람…”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닦아준다.

“이제와서 왜…”

꽃이 피어나듯, 물이 흐르고 별들이 운행하듯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손은 손을 끌어당기고, 팔은 몸을 감고, 입술과 입술이 만난다. 함께할 수 없었던 평생의 안타까움을 담은 순간의 달콤함에는 시간조차 범접할 수 없다.

입맞춤이 끝나고 그 눈을 들여다보다가 청년은 여인의 무릎팍에 고개를 묻는다.

“만약 내가 좀더 용감했더라면, 세상이나 주군이 뭐라고 하든 내 여자고 내 아이라고 당당할 수 있었더라면.”

중얼거리는 그의 머리칼을 여인은 따뜻한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니면 차라리 네 증오를 내것으로 만들어 함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파멸했더라면, 그 파멸마저 달콤했을 텐데.”

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관자놀이에 입맞춘다.

“자신과 세상을 미워하지 않고 내가 좀 더 온전히 살 수 있었더라면. 당신 여자와 아이를 내치지 말라고 울며 매달리기라도 했더라면 당신은 용기를 냈을까?”

여인은 그의 머리에 이마를 얹으며 가만히 끌어안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 어떻게 살았든, 언제 끝났든, 아쉬움과 후회마저도 당신과 나의 온전한 삶이야.”

말없이 그는 손을 여인의 무릎에 얹고, 그녀는 평화롭게 미소지으며 그 손을 잡는다.

“삶의 굴레를 넘어서 이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해…”

서서히 안개가 다시 몰려들며 두 사람의 모습을 덮는다. 가지 않은 길의 아쉬움과 걸어온 길들의 교차로, 기다림의 땅은 기다림의 침묵과 만남의 속삭임을 품은 채 긴 고요에 빠진다.

아악 이 닭살족들 같으니. 스틸리안느와 니키아스의 이야기는 워낙에 복잡해서 글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면 대충 표현은 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만 해도 복잡한데 정치적 역학, 과거의 원한, 임신, 결혼, 반란, 배신, 미움, 죄책감, 후회 등등이 엉켰으니 풀어가자면 끝이 없지요. 하지만 결국 그 근본은 서로 많이 사랑했던 남녀가 내적, 외적 장애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흔한 비극이기도 합니다.

라이산드로스와 에이레네 같은 행복한 사랑 이야기와 이런 비극의 차이는 본인의 용기와 선택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운의 차이도 크다고 봅니다. 니키아스와 스틸리안느만큼 상황이 복잡한 연인은 라이와 레니처럼 주변이 완전히 평탄한 연인보다는 훨씬 많은 용기를 내고,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만 가까스레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지 못했다 하더라도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비극적이면 비극적인 대로, 옳은 선택을 했거나 죄를 지었다면 그건 또 그런 대로 다 온전한 하나의 삶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이겠지요.

‘이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으니..’ 하는 부분은 김혜린 화백의 비천무 마지막권에서 살짝 따왔습니다. 거기서는 ‘이 손을 다시 잡으려고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던가!’ 하는 식이었던 것 같지만요. 대하 순정만화의 닭살만땅 대사들 좋아요..+ㅠ+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3화: 증오보다 강한 것

“증오보다 강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 술탄 메흐디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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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라이산드로스는 황제를 설득해 스틸리안느의 아들 아리스를 살리고, 황제와 대면시킨 후 집으로 데려와 지내게 합니다. 그는 스틸리안느가 일으킨 반란의 기억 때문에 거리에서 아리스에게 폭언을 하는 신민들을 막아서면서 루키아노플 시민으로서의 긍지를 지킬 것을 촉구합니다.

한편, 플로리앙은 나흐만에 건너가 수상한 외국 무장집단으로서 부하들과 함께 투옥당했다가 성벽에 대포로 구멍을 뚫고(..) 탈출하고, 나흐만 수도 샤이프로 향하다가 계획대로 술탄의 군대에 체포됩니다. 그것이 예니체리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군영에 갇혀있다가 바라던 대로 메흐디와 알현한 플로리앙은 루키아노플의 성벽을 무너뜨리겠다고 거침없이 장담하며 자신을 써달라고 합니다.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아는 메흐디 냉혹성도 이제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플로리앙을 주눅들게 하지는 못하고, 메흐디는 그에게 초기형 대포를 만들어 시범을 보일 것을 허락합니다. 메흐디는 굳이 사란티움을 파멸시키려는 플로리앙의 눈빛에서 증오를 읽지만, 플로리앙은 증오라는 말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합니다.

플로리앙: 저는 유혈을 원합니다. 사란티움에서 떨어지는 피로 타는 듯한 영혼의 갈증을 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는 제 자신의 존재를 포기할 용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 스틸리안느의 동생 세바스티아노스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지원과 동맹 약속을 들고와서 외교 임무의 성공적인 수행을 알리지만, 누나의 반란과 죽음 때문에 비탄에 빠집니다. 며칠 후 그가 라이산드로스의 집에 찾아오자 라이산드로스 내외는 아리스를 데려갈까 불안해하지만, 세바스티아노스는 속세를 떠나 수도승이 되기로 했다며 오히려 아리스를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에이레네는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부부는 죽어간 사람들과 이미 겪은 슬픔만큼 아리스와 태어날 아이와 함께 행복하자고 다짐합니다.

감상

이렇게 1부와 2부 본편 사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2부 서장이죠. 사란티움에 있었을 때는 주인공들 이야기가 진행은 따로 해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 있다 보니 공통 과거에서 기인할 뿐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군요. 그래서 제목도 한 가지로 짓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로그를 보다 보니 메흐디의 대사에서 이 두 가지 다른 이야기를 엮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메흐디의 말대로 증오와 복수심은 예측할 수 있고 믿을 만한 감정입니다. 그러나 13화에서 라이산드로스와 플로리앙은 증오보다 강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다양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라이산드로스와 에이레네는 스틸리안느의 증오와 복수가 낳은 새로운 증오와 복수심보다 강한 것들을 발견했지요. 죄없는 어린 고아에게 부모에 대한 미움을 풀지 않는 긍지, 그리고 부모의 죄를 잊고 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 반면 플로리앙은 스틸리안느가 시작한 (어쩌면 그 이전 대에 그녀의 아버지와 황제로부터 시작한) 증오와 복수의 순환보다 한층 깊은 허무와 파괴욕을 발견했습니다. 긍지, 사랑, 우정, 허무, 절망, 고통은 모두 증오보다 강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이번 화에서는 앞으로의 정세를 뒤바꿀 만한 큰 사건이 적어도 두 가지 있었지만 (플로리앙의 나흐만 망명, 서방 국가들의 동맹 결정), 이야기의 무게중심은 인물들의 깊은 감정과 관계에 있었습니다. 한편 그런 큰 사건들 역시 주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서 나왔지요. 플로리앙의 나흐만 망명은 연인의 죽음에서, 세바스티아노스의 외교 임무 발탁은 동생을 지키려는 스틸리안느의 의지에서 나왔으니까요. 제가 인물이 동력이 되는 인물 중심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물의 내적 동기와 외적 사건 사이의 이런 유기적 연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떠오르는 감동적인 장면들이라면 우선 라이산드로스와 아리스 사이의 대화들입니다. 고통을 넘어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건전발랄한 인물상은 마음의 계절 때도 에이레네를 통해 표현해보려고 했던 것이지만, 라이산드로스라는 인물에게서도 잘 드러나는군요. 저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알만합니다. 황제에게도, 루키아노플 시민들에게도 일관적으로 용서와 자비를 주장하는 모습에서 아리스의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괴로움까지, 라이산드로스의 깊이와 사람됨 표현이 좋았습니다. 조금 냉소적으로 보면, 과연 니키아스의 친자일 가능성 내지 확신이 없어도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재미있죠.

가장 강렬한 장면이라면 역시 메흐디와 플로리앙의 격돌이었겠죠. 극단의 정복욕과 파괴욕의 만남이었달까요. 일치하는 이해관계를 발견해가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목은 정말 불꽃이 팍팍 튀겼습니다. 플로리앙이 최고의 주사위운을 연속적으로 터뜨리며 대활약한 장면이기도 했죠. 루키아노스와 플로리앙의 과거 고용관계를 피묻은 거울로 뒤집어보는 것 같은, 어두우면서도 인상깊은 대화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상태의 플로리앙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복수에 대한 플로리앙의 끝없은 갈증을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메흐디라는 점에서 나름 궁합 최고의 주종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는 조연들 표현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리스 곁에 남은 하인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반응들이라든지, 플로리앙 부하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라든지요. 브라기가 없으니 롱기누스 용병단 기강이나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도, 그 공백을 루카가 내키지 않지만 채우려 애쓰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끝에 세바스티아노스는 마치 그동안 못 나온 거 보상해달라고 떼쓰는 것처럼 대사가 폭주했고요. 아이같지 않은 아리스가 유일하게 평범한 소년일 수 있었던 대상인 세바스티아노스가 곁에 없는 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복잡하게 얽히 비밀과 거짓말, 원한과 피의 악연도…

대체로 재미있게 (그리고 길게!) 한 화였고, 인물 표현이나 주변 묘사도 재미있었지만 좀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건 아닌가도 싶습니다. 매화 이렇게 오래 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 적절히 시간관리를 해야겠지요. 다음 화에는 1~2부 사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2부를 위한 기반을 다져놓으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플로리앙의 망명과 서방 국가들의 동맹으로 사태는 더욱 급박하게 치달을 것 같네요.

참가하고 관전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주에도 즐거운 플레이를 기약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