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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지심(Heart of Wulin) – 무협 멜로드라마 AWE RPG

구입처: https://www.drivethrurpg.com/product/365014/Hearts-of-Wulin

사마천의 <자객열전> 이래, 자신이 믿는 바를 구현하기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바치는 협객들에 대한 동경은 늘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이후 20세기에 이르러 이들을 낭만화한 무협물이 등장했습니다. 김용, 고룡 등 무협작가들의 손에서 그려진 무협소설에서 비범한 무술 실력을 자랑하는 무사들은 무림, 혹은 강호라고 불리는 독자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들만의 정의를 추구하며 은과 원을 쌓습니다. 이 와중에서 극적으로 과장된(그래서 재미있는) 각종 드라마가 펼쳐지지요. 단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 모두와 대적한다든지, 사소한 원한이 강호를 피바다로 물들인다든지, 누군가를 위해 평생 끔찍한 고통을 감수한다든지…

이러한 무협물은 서양에서도 인기를 얻어 여러 무협 RPG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무림인들의 초인적 능력’을 어떻게 게임적으로 나타내는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무림지심은 무림인들의 은원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서문에서도 “무림지심은 중국의 장편 무협 멜로드라마를 모방하는 RPG 게임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내용 구성

무림지심의 구성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무협물이란?
  2. 캐릭터 만들기
  3. 기본 무브
  4. 플레이북
  5. 갈등과 인연을 다루는 자세한 규칙
  6. 게임 마스터링 가이드
  7. 하위 장르(궁중극, 선협물) 다루는 방법
  8. 무협의 역사적 배경과 각종 대체 배경.
  9. 무협물 전투 묘사 가이드
  10. 각종 참고자료

위 내용을 보면 전통적인 RPG에서 나올 자료(무술 능력, 혹은 기본 배경 세계와 NPC)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림지심은 AWE RPG답게 ‘이 장르의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하는가’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게임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무림지심의 플레이 원동력은 다음 규칙에서 발생합니다.

  1. 삼각관계: <아포칼립스 월드>와 마찬가지로, 무림지심에서 각 PC는 다른 두 캐릭터(PC든 NPC든)와 관계를 맺습니다. 이 중 하나는 로맨틱한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관계입니다(무성애 캐릭터는 일반적인 관계 두 개). 이 세 명 사이에서는 무언가 갈등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A와 B사이에서 선택할 수 없어.” “나는 A를 좋아해. 하지만 사부 B는 A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A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하지만 내 친구 B는 A에게 부모를 잃었어.”)
  2. 내적 갈등: PC가 자기가 맺은 관계, 또는 개인 문제 때문에 내적인 고통에 시달릴 때, ‘내적 갈등’ 무브가 발동됩니다. 결과에 따라 PC는 상황을 잘 넘어갈 수도 있고, 도망치거나 피해를 받을 수도 있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3. 인연 점수: PC들은 플레이를 하면서 여러 사람과 인연 점수를 얻거나 잃습니다. 이 인연 점수로는 상대에게 영향을 주거나, 피해를 치료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4. 대결: 당연하지만 무림지심은 무협물입니다. 싸움 규칙이 있어야겠지요. 특이하게도 승패는 두 사람의 “격(Scale)”의 차이에 따라서 미리 정해집니다. 주사위는 대결을 하는 동안 캐릭터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알려줍니다.

즉 PC들은 자신들이 맺은 인연에 따라서 고통을 받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칼을 맞대거나 설득을 하며, 이 와중에 관계가 변하거나 인연을 쌓고 잃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늠하게 하는가?”

무림지심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있다면, 당나라 시인 원호문의 ‘안구사’에 나온 위 구절입니다.  <신조협려>의 캐치프레이즈이자, 무협물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문구이지요. 무림지심의 무림인들은 자신의 은원과 감정 때문에 각종 사건을 겪고, 변화해 나갑니다. 그 와중에 관계는 변화하고 감정도 달라지겠지만 이 굴레는 계속됩니다. <아포칼립스 월드>나 <몬스터하트> 같은 기타 AWE RPG와는 다르게, 무림지심에서는 금분세수를 선언하고 은퇴할 수 없습니다. 강호의 은원에서 벗어날 방법은 절대 없으니까요.

언다잉(Undying) 소개글

 

 

언다잉은 인간의 피를 먹고 사는 포식자들, 즉 흡혈귀들의 삶과 음모, 계급 다툼을 다룬 RPG입니다. 이 주제를 본 순간 분명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를 떠올린 분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언다잉은 V:tM을 AWE 식으로 재해석한 게임이니까요.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언다잉은 V:tM과 몬스터하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로, 언다잉은 기타 AWE 자매작들과는 달리 주사위를 쓰지 않습니다. 대신 언다잉은 흡혈귀답게 ‘피’라는 게임 속 자원을 사용해 이야기에 변수를 만듭니다.

피, 빚, 지위, 인간성

언다잉의 핵심은 피, 빚, 지위, 인간성입니다. 모든 포식자는 이 네 가지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며, 포식자의 운명 또한 이 네 가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피: 피는 포식자의 생명이자 힘입니다. 포식자는 하루에 1점씩 피가 줄어들며, 피가 바닥나면 죽음과도 같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피는 포식자가 각종 이능을 발휘하고 적들과 싸울 때 사용하는 자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포식자는 사냥하고, 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빚: 모든 포식자는 각종 의무에 구속되어 있습니다. 빚은 남들에게 지우는 의무입니다. 포식자 사이에서 빚은 마치 화폐처럼 사용되어서 공동체를 지탱합니다. 빚은 작은 빚과 큰 빚이 있는데, 작은 빚은 상대에게 각종 수고스러운 일을 시키거나 자원을 소모하도록 만들며, 큰 빚은 상대에게 목숨을 걸거나 큰 희생을 감수하도록 만듭니다.

지위: 지위는 포식자 공동체에서 캐릭터의 현재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나타냅니다. 지위가 높은 포식자는 공동체 내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좋은 사냥터도 얻을 수 있습니다(사냥터가 좋을수록 더욱 안전하게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떄에 따라서는 사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식자 공동체는 음모와 계략이 난무하는 사회이므로 한때 우두머리였던 사람이 곧바로 불가촉천민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위는 상대에게 지운 빚과 진 빚,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 각종 플레이어 액션 등으로 결정됩니다.

인간성: 마지막으로, 인간성은 포식자가 얼마나 사냥감, 즉 인간들과 가깝게 지내고 그들을 아끼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인간성이 높을수록 포식자에게는 그만큼 사회적인 약점이 많아지며, 축적할 수 있는 피도 적어집니다. 하지만 인간성이 낮아지면 마음속 야수에 굴복하여 영영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도 커집니다. 특이하게도 언다잉에서는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캐릭터의 행동을 보고 새롭게 인간성 단계를 정해줍니다.

정형화된 플레이

언다잉은 AWE RPG답게 플레이어북과 플레이어 액션, GM의 강령/원칙/GM 액션으로 플레이어와 GM이 포식자들의 투쟁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그뿐 아니라 언다잉은 플레이의 구조까지 ‘밤 장면’과 ‘막간 장면’으로 나누어 이야기의 구조를 정형화시켰습니다.

우선 밤 장면은 포식자들의 공동체를 흔들 만한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면 캐릭터들이 자기 야망을 추구하면서 서로 협력하거나 배반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룹니다. 사건이 해결되고 공동체가 안정을 되찾으면 막간 장면이 시작됩니다. 막간 장면은 몇 개월부터 몇 세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포식자 공동체에서 어떤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지 거시적으로 다룹니다. 그러다가 무언가 현 상태가 흔들리고 혼란이 발생하면, 시점을 확대해 다시 밤 장면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밤 장면은 언다잉 플레이의 핵심입니다. 밤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사냥을 하고, 피를 마시며, 사냥감을 홀리거나, 지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포식자와 거래하거나, 방해하거나, 싸울 수도 있습니다. 포식자들은 자신이 가진 피와 지위, 그리고 남에게 지운 빚을 써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야 합니다.

플레이북은 각 포식자의 유형을 나눈 분류로(악마, 악몽, 꼭두각시 주인, 관능주의자, 늑대), 포식자가 어떻게 해야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지, 다른 포식자와 사냥감들에 맞서 어떤 특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다른 AWE RPG와는 달리 언다잉의 PC는 ‘성장’의 개념이 없습니다. 오직 피와 빚, 인간성, 지위만이 포식자를 정의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포식자들은 어떤 존재인가? “전승”

언다잉은 포식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반면, 포식자들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는 각 테이블에 맡깁니다. GM과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포식자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승(Lore)을 정해야 합니다. 포식자들은 어떤 존재인지? 무슨 약점을 가졌는지? 태양빛 아래에서 어떻게 약해지는지? 피를 사용해 어떤 이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이 모든 사항은 책에 준비된 질문 목록과 플레이어들 사이의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다잉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왕좌의 게임에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를 섞은 RPG입니다. 인간과 야수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의 고민? 탐미적인 시점? 물론 플레이어들이 원한다면 롤플레이로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언다잉은 결국 포식자들의 영원한 권력 투쟁을 다루는 RPG이며, 오직 그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정말로 멋지게 나타냈습니다. 해외의 어떤 게이머는 언다잉을 ‘V:tM의 정수만을 뽑은 RPG’라고 하는데, 저 역시 동의합니다. 권력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흡혈귀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해볼 만합니다.

 

월드 인 페릴의 전투를 처리하는 법

월드 인 페릴에서, 히어로가 악당에게 심각한 상태를 주었다면 편집장은 악당이 전투를 계속 할지 점검하세요. 심각한 상태는 뇌진탕을 일으키거나, 뼈가 으스러지거나, 희망을 잃는 등 정말 ‘심각’한 상태입니다. 도망칠 건가요? 아니면 항복할 건가요? 전투를 계속 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요?

상태 한계가 바닥나지 않더라도 히어로는 악당을 언제든지 무찌를 수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중간 부분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일시적으로나마 체포한 걸 기억하세요.

그렇다면 상태 한계가 바닥나지 않았는데 히어로에게 잡힌 악당은 어떻게 취급해야 할까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세요. 힘을 기르고, 음모를 꾸미고, 동료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6-을 굴리면 그런 일이 발생하겠죠.

상태 한계가 바닥났을 때, 악당은 비로소 진짜 패배를 인정합니다. 히어로는 그제서야 발뻗고 잘 수 있습니다… 새로운 악당이 등장할 때까지, 혹은 악당의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말이지요. 하지만 악당(특히 마스터마인드)의 상태 한계가 바닥나면, 하나의 스토리아크가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부분은 책의 FAQ(p.204)에서도 설명했지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설명합니다.

변경의 약탈자들(Freebooters on the Frontier) 소개

던전월드는 팬들과 게임 제작자들이 각종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AWE 자매작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지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변경의 약탈자들(Freebooters on the Frontier)’ 입니다. (링크)

변경의 약탈자들은 초보 모험자들이 대박을 꿈꾸며(은화 만 냥을 벌면 게임이 끝납니다) 위험한 모험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기존 던전 월드보다 훨씬 생존과 모험 관련 규칙을 강화했고, 같은 회사에서 만든 자료집인 ‘위험한 야생지대(The Perilous Wilds)’와 함께 사용하면 완벽한 탐험물이 됩니다.

변경의 약탈자들은 위험한 야생지대와 함께 큰 인기를 끌어서 2판은 아예 독자적인 RPG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무척 기대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현재 플레이테스트 자료를 공개 중이니, 한 번 보세요! (링크)

월드 인 페릴과 룰링.

월드 인 페릴을 마스터링할 때는 “Rulings Not Rules(룰이 아니라 룰링을)“라는 문구를 명심하세요.

이 문구는 올드 스쿨 RPG인들이 즐겨 쓰는 말로, RPG를 할 때 모든 상황에 일일이 규칙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마스터의 감각과 상식을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입니다. 룰이 간단할수록 룰링의 비중은 더욱 커지지요. 예를 들어 전사 PC가 수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RPG에는 능력치 규칙은 있어도 수영 규칙은 없다고 칩시다. 이때 마스터가 “힘을 써야 하니까 근력 판정해!” “지구력이 필요하니까 건강 판정해!”라고 결정을 하면 그게 바로 판단, 즉 룰링입니다. 예전에 쓴 플레이어의 롤플레잉 실력 격차 줄이기 (http://blog.storygames.kr/entry/roleplaying_ability_gap) 역시 룰링과 관련이 있습니다. 좋은 롤플레잉은 마스터가 룰링을 쉽게 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은 특히 룰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를 들어 파워 목록의 각 수준(간단함/힘듦/한계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시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단지 마스터가 난이도를 보고 해당 능력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결정해야 합니다. 약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의 약점을 노리면 어떤 추가 효과가 있나요? 역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마스터가 그 효과를 선택합니다. 이점 역시 ‘타고난 파워가 아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마스터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다른 파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느슨한 부분이 이 RPG의 결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 인 페릴이 AWE(아포칼립스 월드 엔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AWE는 다른 RPG보다 룰링을 하기 좋은 RPG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살펴보세요. 방금 벌어진 일을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의 틀 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하세요. 월드 인 페릴에서는 상황에 맞는 룰링이 룰보다도 더욱 중요합니다. 편집장이 룰링을 할 때 따라야 할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단순히 지침이나 조언 따위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불의 정령에게 불로 공격을 한다면 줄 수 있는 상태 정도가 약해지거나, 아예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p.127 참조). 반대로 이야기 속 상황에 따라, PC가 제압하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상태를 주었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p.204 참조)

그렇다면, 이 룰링을 잘 하기 위해 마스터가 명심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1.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을 몸에 배도록 명심합니다: 강령-원칙-편집장 액션은 월드 인 페릴의 가장 중요한 규칙입니다.
  2. 이야기 속 상황과 캐릭터들이 쓴 수단을 고려합니다: 현재 이야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히어로와 악당은 무슨 파워를 사용하나요? 적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룰링을 할 때는 룰링을 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3. 일관성을 갖춥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때 같은 논리로 룰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전에 수영할 때는 근력 판정을 했는데 이번에 건강 판정을 했다면 일관성에 맞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들이 이해할 만한 논리를 든다면 그편이 우선입니다.

제가 월드 인 페릴을 한국에 출간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월드 인 페릴에 소개된 룰링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슈퍼히어로 RPG 이상으로 유연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월드 인 페릴을 산 독자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레이디 블랙버드> <블레이즈 인 더 다크> 등을 제작한 게임 디자이너 존 하퍼의 블로그인 The Mighty Atom에서 좋은 글이 있어 번역해 봅니다.

원문 : http://mightyatom.blogspot.com/2011/05/apocalypse-world-guide-to-hard-moves.html?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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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월드 : 강한 액션 지침

저는 몇몇 MC들이 강한 액션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아포칼립스 월드에서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유용한 지침을 소개하겠습니다.

 일반적인 MC 액션을 할 때, 다음 세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플레이어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세요.

3. 앞으로 있을 강한 액션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되 실제 효과를 일으키기 전에 멈추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괴한이 당신 머리를 노리고 전기톱을 휘두릅니다. 어떻게 할래요?

– 당신은 차고에 몰래 들어갔지만, 거기에는 바로 플로버가 있습니다. 당신을 곧 눈치챌 것 같네요. 어떻게 할래요?

– 여자가 당신을 보면서 차갑게 말합니다. “날 내버려 두세요.” 어떻게 할래요?

강한 MC 액션을 할 때는 다음 두 가지를 지키세요.

1. 이야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액션이어야 합니다.

2. 돌이킬 수 없는 일이어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실제 효과까지 포함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묘사하세요. 그다음 질문하세요. “어떻게 할래요?”

– 전기톱이 당신 얼굴을 찢습니다. 피가 사방으로 튀네요. 3-피해를 받고 피해 액션을 하세요!

– 플로버가 당신 얼굴을 보고 맹렬히 외치네요. “침입자다!”

– “다시는 여기 오지 마세요.” 여자는 당신 눈 앞에서 문을 쾅 닫았습니다. 자물쇠를 거는 소리가 들리네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나요? 일반 액션은 강한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강한 액션은 일반 액션으로 준비한 위험을 실행합니다.

저는 MC들이 필요한 때에 강한 액션을 어떻게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사위가 6-이 나왔을 때도 이런 식으로 쳐다보더군요. “젠장. 이제 뭔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잖아! 위험하고 멋진 걸로… 음. 닌자 몇 명이…. 천장에서… 독이 묻은 단검을 들고 내려옵니다. 크아아!”

그러지 마세요. 그 대신 강한 액션을 할 때가 되면, 앞서 준비 과정으로 만든 액션들을 돌아보세요. 무엇을 걸고 위협했나요? PC가 행동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요? 준비한 것을 풀어놓으세요. 장면 속에 효과를 일으키세요. PC들에게 결과를 맛보여 주세요.

결과에 대해 말하자면, 강한 액션이 반드시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위험이 얼마나 큰지는 아예 다른 문제입니다. 순전히 지금까지 쌓은 이야기에 따라 심각성을 정하세요. 강한 액션은 단지 결과가 크든 작든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강한 액션은 PC들에게 못되게 굴라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판정에 벌을 주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가 완전히 실현될 뿐입니다. 준비한 것을 실행해서 터뜨린 다음, 결과를 서술하세요.

스프롤(Sprawl) : 섀도우런(-마법)의 AWE 버전 사이버펑크 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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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DF로 출시된 사이버펑크 RPG인 스프롤(링크)을 죽 훑어봤습니다. 

스프롤은 사이버펑크물, 그 중에서도 불법적인 의뢰를 수행하면서 거대 기업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한 RPG입니다. 제목에서 말했듯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AWE)를 사용하고요. 모든 규칙이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되어 있네요.

1. 플레이북

스프롤에서는 사이버펑크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캐릭터 유형들이 등장합니다.

  • Driver : 각종 차량과 드론을 조종합니다.
  • Fixer : 각종 연줄과 친구들, 부하들을 동원해 임무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얻습니다.
  • Hacker : 컴퓨터 네트워크의 전문가입니다. 당연히 해킹 규칙도 별도로 있습니다(그렇다고 아주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 Hunter : 거리를 떠돌면서 각종 정보를 모으고, 원하는 것을 찾습니다.
  • Infiltrator : 변장과 침투의 전문가입니다.
  • Killer : 전투와 암살의 전문가입니다.
  • Pusher :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독려합니다. 록커나 사이비교주, 활동가 등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 Reporter : 언론의 힘으로 정보를 파헤치는 기자와 저널리스트입니다.
  • Soldier : 현장에서 팀을 이끌고 작전을 수립하는 행동대장입니다.
  • Tech : 각종 장비를 마개조하고 물자를 지원하는 기술자입니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어떤 종류의 캐릭터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도 달라집니다. 드라이버가 있다면 빠른 차량 추격전과 드론 전투가 등장할 것이고, 해커가 있다면 반드시 매트릭스에서 벌이는 전투가 등장할 것입니다.

 

2. 기업 만들기

스프롤은 AWE RPG답게, 배경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기업들이 등장하는지 다같이 정합니다.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도 이 단계에서 정하는데, 각 기업마다 ‘카운트다운 시계’가 있어 PC들이 해당 기업에 맞서 적대적인 행동을 할 때 이 시계가 조금씩 진행됩니다. 시계가 00:00까지 진행되면 해당 기업과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든가, 돈과 명성의 손실을 감수하고 당분간 잠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PC들이 하는 임무는 언제나 기업의 분노를 사는 일입니다.

 

3. 정형화된 임무 구성

스프롤의 임무는 아래와 같이 여섯 단계로 구성됩니다.

  1. 의뢰 받기 :  계약 조건이나 난이도가 정해집니다.
  2. 정보 수집 : 본격적인 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장비를 획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얻은 정보와 장비는 작전 실행 단계에서 유용하게 쓰이지만, 이 단계에서 실패를 많이 할수록(카운트다운 시계가 많이 진행될수록) 작전 실행 단계가 어려워지고, PC들의 정체가 기업에 노출됩니다.
  3. 작전 실행 : 작전을 수행하는 단계입니다. 임무의 성공과 실패가 정해집니다. 이 역시 카운트다운 시계 규칙을 사용해서 시계가 00:00까지 가면 임무가 실패합니다.
  4. 보수 지급 : 보수가 얼마나 두둑한지, 함정은 없는지 등등이 정해집니다.
  5. 기업의 앙갚음 : 앞서 진행한 단계에서 PC들의 정체가 지나치게 밝혀지면 기업의 보복이 들어옵니다.
  6. 싸울 것인가 숨을 것인가? : 기업이 숨통을 죄여올 때, 맞서 싸울지 숨을지 정해야 합니다.

 

4. 장비

스프롤은 사이버펑크 RPG답게 장비 규칙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섀도우런처럼 엄청나게 빽빽한 수치가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어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5. 매트릭스

사이버펑크이니만큼 매트릭스, 즉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용한 해킹과 액션 규칙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해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겠네요. 물론 그냥 돈 주고 해커를 고용하는 걸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6. 그래서…

앞서 말했듯, 스프롤은 “프리랜서들이 익명의 의뢰인에게 임무를 받아 불법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플레이”에 특화된 RPG입니다. 물론 다른 종류의 이야기로 개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부분을 뜯어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던전월드가 D&D를 AWE로 재해석했다면 스프롤은 섀도우런을 판타지 부분만 빼고 AWE로 재해석한 느낌인데, 이후 나올 추가 서플리먼트인 “Touched”는 이 세계에 마법적인 현상이 강림해서 각종 이종족이 탄생하고 마법이 등장하는 미래 세계를 플레이할 수 있는 규칙을 소개한다고 합니다(…). 섀도우런을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빡빡한 규칙에 절망했던 분들은 스프롤로 즐겨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