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시판 글들을 좀 보다가 논쟁을 비생산적으로 이끄는 논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웹상의 처절한 혈투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함께 키보드 워리어의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게시판 글들을 좀 보다가 논쟁을 비생산적으로 이끄는 논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웹상의 처절한 혈투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함께 키보드 워리어의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산다는 게 쉽지 않지요. 갑작스레 무거운 얘기일 지도 모르습니다만, 살아간다는 것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우연한 재해나 사고로 일시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시작해 인간관계는 갈등의 연속이며, 먹고사는 일은 언제나 전쟁이지요. 인간의 욕망이나 꿈 같은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무심한 우주에 살아간다는 것은 혼란과 고통에 쉴새없이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인간은 자기 나름의 질서와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種)의 비대한 뇌와 발달한 전두엽의 강점이지요. 똑같이 사고나 병으로 장애가 생긴 상황에서도 ‘난 틀렸어’ 하고 포기해버릴 수도 있고, ‘지금부터 시작이다!’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가 생긴 사실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에 부여하는 내적 질서와 의미가 다른 것이지요.
사람이 내적 질서를 만들어가는 장치 중 하나가 최적 경험 (peak experience)입니다. 의식을 흐리게 하는 약물이나 단순한 유희와 같은 일회적인 쾌락을 통해 고통과 불안을 피하는 시도도 흔하지만, 이러한 것은 보통 심리적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사람의 정신에 질서를 잡아주거나 의식을 확장시키지 않습니다. 반면 일체감과 조화감, 무아지경의 환희 등의 특징이 있는 최적 경험은 창의성과 공감, 자긍심, 의지력, 그리고 장기적 행복감을 증진하는 등 내적 질서를 정립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최적 경험 개념을 상당 부분 정립한 심리학자 아브라함 마슬로우 (Abraham Maslow, 1908-1970)는 지속적인 최적 경험은 자아실현의 척도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마슬로우에게 최적 경험이 그야말로 최고봉 (peak)에서 겪는 것, 초월과 하나가 되는 대면상황이라면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교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는 최적 경험을 땅으로 끌어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적 경험의 중요한 특징인 일체감과 행복감, 그리고 그 결과인 성격과 능력의 긍정적 변화를 종교와 신비주의의 영역에 남겨두지 않고 일상생활로 끌어낸 것이지요. 생업과 놀이의 자연스러운 리듬 속에서 행복과 몰입을 느끼고 자아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주:제가 심리학도가 아니고 이 주제에 대해 철저한 문헌조사를 한 것이 아니므로 마슬로우와 칙센트미하이가 정립한 개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적 주시거나 이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일상 속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최적 경험을 플로우 (Flow)라고 부릅니다. 그는 동명의 책을 통해, 도전이 되는 활동에 완전히 몰입해서 자의식과 불안을 잊고 순수한 즐거움에 빠져드는 플로우는 심리적 에너지를 분산하지 않고
집중해 자아를 키우고 내적 질서를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예능, 학습, 노동, 감상,
가사, 놀이 등 어떤 활동에서든 느낄 수 있으며, 개인의 자긍심과 행복감을 크게 증진시켜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책에서는 삶의 다양한 양상에서 플로우를 얻을 수 있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는 제목으로 한울림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활동이 플로우를 일으킬까요? 플로우에는 크게 네 가지의 공통 요소가 보입니다.(주:책에서는 여덟 가지를 들었는데, 겹치는 부분이 있어 네 가지로 줄이고 약간 재배열했습니다.)
첫째, 자신의 능력으로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도전 활동일 때 플로우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즉, 행위자의 능력을 너무 초과하는 도전에는 불안감을 느끼거나 포기하기 쉽고, 반면 너무 쉬워서 도전의식을 느낄 수 없으면 자극이 부족해서 완전히 집중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플로우 경험에 중요한 성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활동을 발전적으로 지속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발전한 상태에서도 몰입을 지속하려면 도전의 수위를 높여가야 하지요. 그 결과 계속 발전해가고 새로운 도전에 마주하는 자신을 느끼게 되고, 자긍심과 자신감이 향상합니다.
둘째, 플로우를 일으키는 활동에는 보통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게임이나 스포츠에는 목표가 자명하지만 (공주를 구출해라, 상대의 골에 공을 넣어라), 예술이나 창작활동에는 그 목표의 범위가 일반적으로 개방적입니다. 후자와 같은 상황에는 목표가 무엇인지, 즉 좋은 결과나 나쁜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안목과 감을 기르는 것 자체가 플로우 달성에 중요합니다.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으며, 어느 한 가지 정답이 없는 이와 같을 활동은 더욱 복합적인 특징을 띱니다.
셋째, 그 목표의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좋은지 나쁜지 평가할 기준이 있다면 그만큼 몸짓, 붓질,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빠져들게 됩니다. 후회되는 과거와 불안한 미래, 일상의 자잘한 걱정에서 벗어나 현재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이 활동과 그 결과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감이 들고, 세계와 타인의 변덕에 흔들리는 불안한 객체가 아닌, 운명을 자기 손에 쥔 주체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됩니다.
넷째, 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을 의식하지 않고 몰입해 자의식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플로우의 중요한 특징인 일체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이러한 집중은 다른 세 가지 요소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활동 자체에 대한 호오(好惡)나 주변 환경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집중할 수 있고 그러고 싶은 활동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플로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지요.
이렇게 최적 경험, 혹은 플로우가 무엇인지 정립하고 나면 RPG에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RPG 자체가 워낙 복합적인 활동이라 RPG를 하는 능력이란 무엇인지, RPG를 할 때의 도전이란 어떤 성격인지, 또 어쩌면 가장 애매하게도 목표와 피드백이 어떤 것인지 모두 복잡한 문제입니다. 집중하는 것은 사안 자체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행은 말처럼 쉽지 않고요.
앞으로 올리는 글에서는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가 보겠습니다. 우선, RPG가 복합적인 활동인 만큼 RPG인의 능력도 복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RPG가 ‘규칙’을 매개로 ‘서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라고 정의한다면, RPG라는 활동을 하는 능력은 크게 게임적, 창의적, 사회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능력과 향상 방법을 차례대로 살펴보고, RPG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주체인 팀의 능력도 다루어 보겠습니다.
다음은 능력에 맞는 도전의 문제입니다. RPG인의 능력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 도전 역시 그렇게 나누어볼 수 있겠지요. 따라서 게임적이고 서사적인 측면에서 도전의 수위를 측정하고 높여가는 방법, 그리고 사회적인 면에서도 인간관계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더욱 깊은 지적, 창의적,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목표 설정은 RPG에는 간단한 얘기가 아닙니다. 팀 단위, 개인 단위, 그리고 등장인물의 목표가 각자 다를 수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게임적 목표, 서사적 목표, 그리고 개개인의 사회적 목표가 다르고 서로 긴장 관계에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 목표인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도 없기에 더욱 복잡한 것이 RPG의 목표 설정이지요.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이렇듯 목표가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종종 긴장관계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RPG는 그만큼 복합적이고 재미있는 놀이이기도 합니다. 팀원간의 목표가 다르고, 또 등장인물 간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창의적인 긴장과 극중 재미의 원천인 갈등을 유발하니까요. 다만, 이 긴장이 지지부진한 분열이 되지 않으려면 팀 단위에서는 어느 정도 기본 목표에 대한 의사합치와 공통 가치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팀 단위에서의 목표 설정과 그 범위를 먼저 생각해보고 팀원과 등장인물의 목표, 그리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개별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피드백을 다루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중과 몰입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서 RPG를 하는 시간에 집중을 하는 조건과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 등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즐겁게 RPG를 즐기면서 RPG인으로서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며 글을 맺을 계획입니다.
이렇게 RPG와 최적 경험 시리즈 시작합니다. 제게는 RPG뿐 아니라 놀고 창의하고 어우러져 산다는 것, 그리고 삶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보는 마음속 여행이 될 것 같군요. 이 여행에 많은 질책과 지적, 격려를 주시며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글에 대한 대략의 계획입니다. 광열군의 ‘RPG에 좋은 캐릭터는 이래야 한다’ 시리즈를 보고 글에는 역시 계획성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껴서 말이죠. 물론 이미 이 첫 글을 쓰면서도 달라진 만큼, 쓰면서 목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RPG와 최적 경험 시리즈>
1. 최적 경험을 위하여
(1) 최적 경험과 플로우
(2) 플로우의 조건
(3) RPG와 플로우
2. RPG인의 능력
(1) 게임적 능력
(2) 서사적 능력
(3) 사회적 능력
(4) 팀의 능력
3. 도전을 수준에 맞추어가기
(1) 게임적 도전
(2) 서사적 도전
(3) 사회적 도전
4. RPG의 목적성과 피드백
(1) 팀 단위에서의 목적 설정
(2) 팀원 간 목적의 일치와 긴장
(3) 등장인물 간 목적의 일치와 긴장
(4) 피드백으로 목적 합치성 평가하기
5. 집중과 몰입
(1) 집중을 위한 조건
(2) 집중을 위한 마음가짐
(3) 집중을 위한 환경
(4) 결어
RPG와는 간접적인 관련밖에 없는 그냥 사적인 잡담이지만…
어디 가서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들은 일은 없는 것 같은데, 특정 몇 분에 대해서는 뭔가 몹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의기소침한 기분이군요.
뭐 사실 저도 좀 꼬인 성격이기도 하고, 말을 확대해석한다는 지적은 바로 얼마 전에도 들었으니 제 잘못이 크겠지요. 특히 한창 난리가 났었던 근 3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못난 모난 성격이었던 것 같고요.
그렇다 해도 너하고는 (밑에서 두 번째 댓글) 얘기하기 싫어 (위에서 세 번째 댓글) 소리를 몇 번 듣고 나니 제 뇌구조가 뭔가 비정상이거나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인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이런 저와 별 문제 없이 지내주는 주변 사람들은 알고보면 성인군자일 수도 있겠어요. 아니면 저와 마찬가지로 비정상이거나! ㅎㅎ
결과적으로 이 피곤한 성격의 저를 누가 상대해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하는 분들이 현명하신 것일 수도 있죠. 알게모르게 주변에도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앞으로는 인성과 의사소통 능력을 더욱 도야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PG가 사회적인 취미라는 것은 플레이뿐 아니라 커뮤니티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니까요.
메타블로그 RPG 갈무리 시찰(..)을 돌다가 문득 오른편의 조회수 10위에 눈이 간 저는 ‘음?!’ 하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바로 어제 업데이트한 IRC용 주사위 프로그램 글이 1위를, 그것도 2위와 20개 이상 차이나는 1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글이 첫 페이지에 오래 있을 수록 조회수가 쌓이므로 조회수 10위 내에 들어가는 글은 대체로 올린지 1주일은 된 글들입니다. 오래 있으면 조회수가 느는 속성 때문에 옛날 글만 영구적으로 10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올린지 보름이 지난 글들은 자동으로 10위에서 탈락시키지요. (조회수 자체는 클릭할 때마다 계속 쌓이지만, 10위에 표시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잠시 생각하다가 저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아, 내가 조작했구나..ㅡㅡ;;;
IRC 주사위 프로그램 글은 새로 쓴 글이 아닌, 기존 글에다가 첨부파일을 최신 버전으로 대체한 후 올린 날짜를 갱신한 글입니다. 따라서 이전에 메타블로그에 올라왔을 때 쌓인 조회수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날짜가 새로워졌으니 조회수 10위권에 진입한 자격이 생긴 것이지요. 즉, 오래 올라와 있었던 글의 조회수로 새 글의 탈을 쓴 본의아닌 조작이 된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RPG 갈무리의 최근글 조회수 10위가 아닌 역대 조회수 최고 10위는 어떤 글들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올린지 좀 오래된 글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메타블로그 방문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글들이기도 하겠지요. 데이터베이스를 조회수 순으로 정렬해보자 다음과 같은 글들이 역대 10위였습니다.
10위: 귀차니스트들을 위한 겁스 즉플 관련 기법 (조회수 116)
천승민님의 2007년 6월 6일 글입니다. 역시 귀차니스트를 위한 글은 수요가 많은 것일까요. 이건 사실 2008년 4월 25일에 개장한 RPG 갈무리보다 한참 오래된 글이기는 합니다만, 세션의 편집자 추천 게시판은 업데이트가 잦지 않기 때문에 꽤 오래된 글들까지 피드에 들어있었죠.
9위:
Transhuman Space 소개(96) – 밈 : 광복교(Kwangbok) (조회수 117)
Wishsong군의 2008년 10월 27일 글입니다. 당시에 꾸준히 올리던 THS 소개글 중에서도 특히 THS 세계에서 미래의 한국에 빠른 속도로 퍼지는 광복교 글이 관심을 끌었던 모양입니다. 얼씨구 신토불이~
8위: [DND4] 무기 (Excerpt: Weapon) (조회수: 119)
티립님의 2008년 5월 13일 D&D4 무기 소개글이었지요. 지금 봐도 굉장히 자세하고 도움이 되는 글이군요. D&D4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당시 관련글이 탄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7위: 스티브 잭슨 게임즈가 헤비 기어의 라이센스를 샀다네요. (조회수: 120)
…라고 하는군요. 위시송군의 2008년 8월 27일 글입니다. 헤비 기어가 뭔데! (…) 라이센스 관련, 그것도 SJ사 일이라 관심이 컸나봅니다.
6위: D&D 4th 에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 (조회수: 121)
2008년 9월 5일 글입니다. 위시송 이 사람은 누구길래 10위권 글을 도배하나효(..) 글도 보니까 달랑 두 줄이고, 막 10위에서 탈락시켜버리고 싶은 글이로군요. D&D4에 대한 관심이 크긴 컸나봅니다.
5위: <포도원의 개들> 감상. (조회수: 124)
본인 블로그는 아니고 세션 기사란에 2007년 1월 16일 올라온 위시송군의 글입니다. 메타블로그보다도 오래된 세션 기사글들은 개장 초창기부터 올라와 있었던지라 초기에 몰린 조회수의 덕을 본 것 같군요. 이후에 포도원의 개들은 위시송군의 간판 마스터링 메뉴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본문에서 링크한 더 멋진 소개글이 더 멋져요! (흑)
4위: 겁스 장/단점으로 만들어보는 주문&능력 : (4) “하렘 페로몬” (조회수: 125)
또(..) 위시송군의 2007년 6월 10일 글입니다. 이런 글이나 올리는 블로거는 뭔가 매우 맞아야 할 것 같군요.
3위: RPG 감상 – Toxic Memes (조회수: 133)
트랜스휴먼 스페이스 서플먼트를 다룬 위시송군 (또!)의 2007년 5월 12일 감상문입니다. THS에 대한 관심도 꽤 컸던 것 같군요.
그리고 대망의 (과연?) 공동 1위는…(둥둥둥둥)
1위: 시나리오 없이 플레이 진행 (조회수: 137)
예, 귀차니스트를 위한 마스터링 2탄, 시나리오 없는 진행입니다! 천승민님께서 2007년 스승의 날에 몸소 설파하신 (..라기보다는 성일님이 기사게시판으로 옮기신 날짜겠지만) 시나리오 없는 진행이지요. 지금 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정말 실용적인 글이군요.
1위: 우리나라의 플레이어 양상과 GSD 모델. (조회수: 137)
백광열군의 2006년 11월 25일 글, GSD 모델을 한국 RPG계에 적용한 분석이었습니다. 광열군은 요즘도 세션 게시판에 플레이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기반으로 조언하는 좋은 글을 많이 내고 있지요. 플레이 중 서로 욕구와 로망을 파악하고 충족해가는 데에 제게는 GSD는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걸 우리나라에 적용하니 더욱 흥미롭군요.
이상과 같이 조회수 순위조작 의혹에서 시작하여(..) 메타블로그 사상 조회수 1위부터 10위를 살펴보았습니다. 어차피 여러모로 한정적인 통계이기는 하지만 (메타블로그에서 클릭한 것만 포함 등) 당시 방문객의 관심사항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몇 년 전의 좋은 글을 들쳐볼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조회수는 결국 숫자일 뿐, 이 취미를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이들 글에서 드러나는 꾸준한 관심과 발전의 의지겠지요. (두 줄짜리 글 하렘 페로몬 이런 거 말고…)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RPG 글이 나와 더욱 생각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한국 RPG계가 발전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며칠 푹 빠져서 지냈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슴 두근거리며 읽었던 소설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는 최근 수전 보일 비디오 때문에 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불붙었죠.
[#M_스포일러 주의!|스포일러 닫기|서사적인 작품답게 레 미제라블은 연애에서 혁명까지 인간사의 온갖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중심축을 이루는 갈등이라면 주인공 장 발장과 그의 숙적 쟈베르 형사의 자갸 나 잡아봐라 끈질긴 추격전과 근본적인 가치관 대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RPG인 입장에서 흥미가 간 점이라면 역시 두 사람의 근본적인 사상 대립은 AD&D식 성향으로도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을까요. 법의 손을 피해 도망치는 범죄자이면서도 늘 자비를 베풀고 올곧게 행동하는 장 발장은 CG (혼돈 선) 내지는 NG (중립 선)이겠고, 법과 질서에 절대적으로 집착하고 어떤 자비나 인간적 고려도 거부하는 쟈베르는 LN (질서 중립) 성향이겠죠.
쟈베르가 워낙에 무자비하게 나오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LE (질서 악)로도 분류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러는 건 또 아니니까 역시 LN 분류가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저 법 앞에서는 다른 어떤 고려사항도 그에게 무의미할 뿐이죠. 쟈베르에게 법이 어떤 의미인지는 다음 노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비디오는 레미제라블 10주년 콘서트 영상)
Stars
별들이여
There, out in the darkness
A fugitive running
Fallen from God
Fallen from grace
God be my witness
I never shall yield
Till we come face to face
Till we come face to face
저 밖에, 어둠 속에
도망치는 불쌍한 자
추락해서 신에게서
그 은혜에서 멀어진…
신께 맹세하리
포기하지 않으리라
그와 대면하는 순간까지
그와 대면하는 순간까지
He knows his way in the dark
Mine is the way of the Lord
And those who follow the path of the righteous
Shall have their reward
And if they fall
As Lucifer fell
The flame
The sword!
그는 어둠의 길을 알지만
내 길은 주님의 길이니
옳은 길을 따르는 이들은
상 받을지라
그리고 루시퍼가 추락했듯
추락하는 자에게는
화염이 있을 뿐
검이 있을 뿐!
Stars
In your multitudes
Scarce to be counted
Filling the darkness
With order and light
You are the sentinels
Silent and sure
Keeping watch in the night
Keeping watch in the night
별들이여
헤아릴 수도 없이
무수히 그대들은
어둠 속에 가득
질서와 빛을 채우네
침묵하는 확고한
그대 파수병이여
어둔 밤을 지키는
어둔 밤을 지키는
You know your place in the sky
You hold your course and your aim
And each in your season
Returns and returns
And is always the same
And if you fall as Lucifer fell
You fall in flame!
천공 중에 제자리를 지키고
방향과 길에서 어긋나지 않네
그리고 각자의 철에
돌아오고 또 돌아오는
변함없는 항상성이여
루시퍼가 추락했듯 추락할 때면
화염에 휩싸이나니!
And so it must be and so it is written
On the doorway to paradise
That those who falter and those who fall
Must pay the price!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기록되었으니
천국의 문에 새기었듯
흔들리는 자, 추락하는 자는
대가를 받으리라!
Lord let me find him
That I may see him
Safe behind bars
I will never rest
Till then
This I swear
This I swear by the stars!
주여 그를 찾게 하소서
안전히 그를
제자리에 되돌리도록
그날까지 나는
쉬지 않으리다
나 그렇게 맹세하니
별들에 걸고 맹세하노니!
자칫 밋밋한 악역이 되기 쉬운 인물에 이 정도 깊이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감탄한 대목이었습니다. 어둡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질서, 별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죄수는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 쟈베르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절절하게 와닿았죠. 그것은 밑에도 나오는, 그가 감옥에서 태어나 비참하게 자라난 어린 시절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제라도 그 혼돈과 어둠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그의 삶을 얼마나 크게 지배했을까요.
그래서 쟈베르는 법을 권력으로 삼아 자기 사리사욕을 챙기는 위선자라기보다는 법과 질서라는 이상 앞에서는 자비고 사정이고 뭐고 상관도 안하는 이상주의자라는 것이 적합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 이상은 법과 무관한 선을 실천하는 장 발장이라는 인물에게 도전받고, 그 대립은 다음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죄수를 체포하러 온 형사, 불쌍한 여인이 남기고 죽은 어린 딸을 보호하기로 맹세한 죄수. 한쪽은 법과 질서, 다른 쪽은 자비와 인정의 언어를 말하는 상태에서 이들의 대립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죠.
Confrontation
대면
[JAVERT]
Valjean, at last,
We see each other plain
`M’sieur le Mayor,’
You’ll wear a different chain!
[쟈베르]
발장, 마침내
똑바로 보게 되었군
시장 나으리
전과는 다른 사슬을 둘렀어(주:죄수를 묶은 사슬과 시장이 목에 거는 관직의 증표를 빗댄 것)
[VALJEAN]
Before you say another word, Javert
Before you chain me up like a slave again
Listen to me! There is something I must do.
This woman leaves behind a suffering child.
There is none but me who can intercede,
In Mercy’s name, three days are all I need.
Then I’ll return, I pledge my word.
Then I’ll return…
[발장]
기다려 주게, 쟈베르
다시 날 노예처럼 사슬로 묶기 전에
내 말을 들어! 난 해야 할 일이 있네
이 여인은 고통받는 아이를 남겨두고 갔네
나밖에는 개입할 사람이 없어
자비의 이름으로, 사흘이면 되네
그러고 나면 돌아오겠네, 맹세코
그러고 나면 돌아오겠어
[JAVERT]
You must think me mad!
I’ve hunted you across the years
A man like you can never change
A man such as you.
[쟈베르]
누굴 바보로 아는가!
몇 년이나 너를 추적했다
너 같은 자는 변하지 않아
너 같은 자는…
[VALJEAN/JAVERT]
Believe of me what you will/Men like me can never change
There is a duty that I’m sworn to do/Men like you can never change
You know nothing of my life/No, 24601
All I did was steal some bread/My duty’s to the law
You know nothing of the world/You have no rights
You would sooner see me dead/Come with me, 24601
But not before I see this justice done/Now the wheel has turned around
[발장/쟈베르]
마음대로 생각해도 좋다/나 같은 이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맹세한 의무가 있다/너 같은 자도 변하지 않아
나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아니지, 죄수 24601
나는 빵을 훔쳤을 뿐이다/나는 법에 대해 의무가 있다
세상에 대해 무얼 안다고/네게 권리 따위는 없다
내가 죽은 꼴을 보고 싶겠지만/따라와라, 24601
정의를 행하기 전에는 안 된다/이제 수레바퀴는 돌아왔고
[JAVERT]
Jean Valjean is nothing now!
[쟈베르]
장 발장은 아무것도 아니다!
[VALJEAN/JAVERT]
I am warning you Javert/Dare you talk to me of crime
I’m a stronger man by far/And the price you had to pay
There is power in me yet/Every man is born in sin
My race is not yet run/Every man must choose his way
I am warning you Javert/You know nothing of Javert
There is nothing I won’t dare/I was born inside a jail
If I have to kill you here/I was born with scum like you
I’ll do what must be done!/I am from the gutter too!
[발장/쟈베르]
경고한다 쟈베르/감히 나에게 말하느냐
훨씬 강한 쪽은 나야/죄와 네가 치른 대가를?
나는 아직 힘이 있고/누구든 죄 중에 태어나고
아직 끝나지 않았어!/누구든 스스로 선택한다
경고한다 쟈베르/네놈은 쟈베르를 몰라!
난 못할 짓이 없다/감옥에서 태어난 나다
여기서 널 죽이는 한이 있어도/너 같은 쓰레기 사이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어!/나도 시궁창에서 나왔다!
[Valjean breaks a chair and threatens Javert with the broken piece. Turns to Fantine]
(발장은 의자를 부수고 부서진 조각으로 쟈베르를 위협한다.)
[VALJEAN]
[to Fantine] And this I swear to you tonight
[발장]
(팡틴에게) 이것을 맹세하리다
[JAVERT]
[to Valjean] There is no place for you to hide
[쟈베르]
(발장에게) 숨을 수 있을 줄 아느냐
[VALJEAN]
Your child will live within my care
[발장]
당신 아이는 내가 돌보겠소
[JAVERT]
Wherever you may hide away
[쟈베르]
네가 어디에 숨는다 해도
[VALJEAN]
And I will raise her to the light.
[발장]
그 아이를 빛 속에서 키우겠소
[VALJEAN AND JAVERT]
I swear to you, I will be there!
[발장/쟈베르]
그곳에 내가 있으리!
[They fight, Javert is knocked out. Valjean escapes]
(격투 후 발장은 쟈베르를 제압하고 탈출한다)
이전의 폭력성과 세상에 대한 원한을 극복한 장 발장도 (주교 덕분에 CE -> CG로 개과천선!) 쟈베르 앞에서는 분노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쟈베르가 발장의 존재에 위협받는 것 못지않게 발장 역시 쟈베르에게 위협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는 물론이지만 세계관 자체를 말이지요.
그리고 발장이 팡틴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키우면서 세월이 흐릅니다. 코제트는 젊은 학생 마리우스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마리우스는 반왕정 폭동 중 부상을 입고, 발장은 그런 마리우스를 업고 하수구로 탈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장은 쟈베르의 목숨을 손에 쥐고도 그를 살려주지요. 그리고 그 모순을 견딜 수 없는 쟈베르가 센 강에 뛰어들어 자살하면서 둘의 오랜 대립은 결말을 맺습니다.
Javert’s Suicide
쟈베르의 자살
[VALJEAN]
It’s you, Javert
I knew you wouldn’t wait too long
The faithful servant at his post once more
This man’s done no wrong
And he needs a doctor’s care
[발장]
자네로군, 쟈베르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줄 알았지
자리를 지키는 충직한 하인처럼
이 사람은 잘못한 게 없네
치료를 받아야 해
[JAVERT]
I warned you I would not give in
I won’t be swayed
[쟈베르]
경고했었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나는 흔들리지 않아
[VALJEAN]
Another hour yet
And then I’m yours
And all our debts are paid
[발장]
한 시간이면 되네
그러면 끝이야
그 후에는 모든 빚을 갚는다
[JAVERT]
The man of mercy comes again
And talks of justice!
[쟈베르]
자비의 화신이 또 나타나
정의를 외치는군!
[VALJEAN]
Come, time is running short
Look down, Javert
He’s standing in his grave
[발장]
부디, 시간이 없네
발밑을 보게, 쟈베르
젊은 목숨이 죽어가네!
[VALJEAN/JAVERT]
Give way, Javert/Take him, Valjean
There is a life to save/Before I change my mind
[발장/쟈베르]
비켜라, 쟈베르/데려가라, 발장
구할 목숨이 있어/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JAVERT]
I will be waiting, 24601
[쟈베르]
기다리겠다, 24601
Who is this man?
What sort of devil is he?
To have me caught in a trap
And choose to let me go free?
It was his hour at last
To put a seal on my fate
Wipe out the past
And wash me clean off the slate!
All it would take
Was a flick of his knife
Vengence was his
And he gave me back my life!
이 자는 누구인가?
무슨 악마인가?
나를 함정에 잡고도
스스로 놓아주다니?
절호의 기회였는데
내 운명을 결정할
과거를 지우고
나를 지울 수 있었는데!
칼 한 번 휘두르면
되는 일이었건만
복수의 기회를 쥐고도
내 생명을 돌려주다니!
Damned if I’ll live in the debt of a theif!
Damned if I’ll yield at the end of the chase.
I am the Law and the Law is not mocked
I’ll spit his pity right back in his face
There is nothing on earth that we share
It is either Valjean or Javert!
도둑에게 빚지고 살 줄 아느냐!
추적의 마지막에 포기할 것 같은가!
나는 법이며, 법은 절대적이다!
그 알량한 동정심은 면상에 되뱉어주지
우리에게 공통점이란 없다
발장 아니면 쟈베르인 거야!
How can I now allow this man
To hold dominion over me?
This desperate man whom I have hunted
He gave me my life, he gave me freedom.
I should have perished by his hand!
It was his right.
It was my right to die as well
Instead I live, but live in hell!
이제 어떻게 저 자에게
마음으로 빚을 지고 살아갈까
내가 사냥한 저 흉악범이
내게 삶과 자유를 주다니
그의 손에 죽었어야 했다
그것이 그의 권리
죽는 것은 나의 권리기도 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삶이 곧 지옥이구나
And my thoughts fly apart
Can this man be believed?
Shall his sins be forgiven?
Shall his crimes be reprieved?
생각을 걷잡을 수 없네
이자를 믿을 수 있는가
그의 죄가 용서받을까
그의 범죄에 참회가 있는가?
And must I now begin to doubt
Who never doubted all these years?
My heart is stone and still it trembles
The world I have known is lost in shadow.
이 오랜 세월 의심 없던 내가
이제 의심을 품어야 하는가?
돌과 같은 내 심장이 떠는구나
내 알았던 세상은 그림자에 묻혔네
Is he from heaven or from hell?
And does he know
That granting me my life today
This man has killed me even so?
이는 천국에서, 혹은 지옥에서 온 자인가?
그는 알고 있을까
오늘 내게 생명을 줌으로써
똑같이 죽였다는 사실을?
I am reaching, but I fall
And the stars are black and cold.
As I stare into the void
Of a world that cannot hold
손을 뻗으나 닿지 않아
별빛은 검고 어둡네
산산히 분열하는 세계의
거대한 공허를 들여다보며
I’ll escape now from the world
From the world of Jean Valjean
There is nowhere I can turn
There is no way to go on…..
그 세계에서 탈출하리라
장 발장의 세계에서
어디에도 길이 보이지 않아
더는 갈 길이 없다…..!
결국 법이 절대적이었던 쟈베르의 세계관 속에서 법과 도덕의 모순은 설 자리가 없었죠. 그의 경직된 세계관에 균열이 드러난 순간 쟈베르는 삶 자체를 버립니다. 장 발장의 세계에서 벗어난다고 표현했듯, 쟈베르를 살려줌으로써 발장은 쟈베르의 세계관을 깨고 발장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였지만, 쟈베르는 평생 절대적이었던 신념을 버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세상을 버리는 것이 쉬웠겠지요. 부러지되 휘지 않는 철처럼. 세상은 발장 아니면 쟈베르여야 했고, 그 답이 발장이 된 이상 쟈베르는 부정당해야 했습니다.
어쩌면 발장을 끈질기게 쫓으면서 쟈베르가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죽음이었을지 모릅니다. 이길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혼자 쫓는다는 것은 고집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 결과는 예정되어 있기도 했죠. 그렇게 해서 발장이 더 참지 못하고, 혹은 탈출하려고 쟈베르를 죽이면 올바른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으니까요. 범죄자를 쫓다 순직하는 형사, 형사를 살해하는 흉악범. 마치 별들의 운행처럼 자연스러운 질서는 변함이 없겠죠. 죽이는 것이 발장의 권리였듯이, 죽는 것은 쟈베르의 권리였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렇게 있어야 했는데…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어긋난 순간 질서는 어그러졌고, 지극히 조화로웠던 별들은 어둠을 지켜주던 그 변함없는 빛을 잃었습니다. 그 세계 속에 더는 쟈베르가 설 자리가 없었죠. 아니, 그런 세계를 쟈베르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혼란에 빠져버린 세상 속에서 유일한 확실성을 찾아 떠납니다. 죽음이라는 확실성, 인간사의 유일한 절대적인 질서를 찾아._M#]
장 발장과 쟈베르의 경우와 같은 세계관 대립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RPG에서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표현할 규칙이라는 추가적인 도구도 있죠. 성향으로도 표현할 수 있겠고, 면모로 표현할 수도 있고, 장단점일 수도 있고…
갈등은 극을 끌어가는 주요 요소이며, 특히 그것이 근원적인 세계관 충돌의 표현일 때 더욱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모든 허구에서 그렇듯 RPG에서도 대면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모든 재미있는 허구의 끝에는 진실의 일면이 있기에.
대화를 할 때면 대화의 목적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평소에 편하게 하는 대화야 그냥 재미로 하지만,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꺼려지는 곤란한 상황이거나 대화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뚜렷한 기능이 있을 때에는 그 대화에 임하는 자신의 목표의식에 따라 대화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전 캠페인의 플레이어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는데, 나름 재미있어서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