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여명과 석양의 도시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9화: 천 개의 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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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이 대포 개량과 죄수부대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그동안 죽었다고 알려진 하쉬르는 아샤신 본부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평범한 여행자로 변장한 채 샤이프로 돌아옵니다. 민가에 묵은 그는 고리대금업을 하고 빚을 못 갚는 양민을 노예로 파는 폭정을 저지르는 귀족 알-에크바르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는 아샤신 장로들이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다음날 낮, 하쉬르가 시내에 알-에크바르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는 것을 본 필립포스는 변한 모습의 하쉬르를 알아보고 그와 대화합니다. 하쉬르는 그에게 알-에크바르에 대한 정보를 부탁하고, 필립포스는 자신과 아킬레아스, 우르쿠가 사형수가 되었던 것도 에크바르 때문이었던 것을 밝히며 그는 위험하다고 하쉬르에게 경고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르쿠가 그의 저택에 잠입한 적이 있으니 그 정보가 필요하면 플로리앙의 작업장으로 찾아오라고 하지요.
한편 플로리앙은 아미르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받고, 신앙을 폭력으로 강제하는 것이 옳은지 토론을 벌입니다. 사란티움에 대한 복수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플로리앙은 신앙을 강요하는 것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하고, 아미르는 반대하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플로리앙이 떠난 후 카림과 아미르는 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요.
감상
알-에크바르 사안이 처음 불거진 화였죠. 종교에 대한 논의도 나름 확장했던 듯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8화: 하비브라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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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이스마일 파샤의 조카 하비브는 플로리앙의 보좌관으로서 작업장에 첫 출근을 합니다. 반전파인 이스마일 파샤의 사람이라는 위치 때문에 긴장을 빚는 상황에서도 그는 행정업무를 장악합니다. 그러다가 그만 고질병인 위경련이 도져 쓰러지지만, 다행히도 아미르 황자가 직접 약을 갖다주어서 회복하지요. 그 계기로 플로리앙은 아미르에게 종교적 스승이 되어줄 것을 청하고, 아미르는 마지못해 받아들입니다. 한편 필립포스는 하비브가 루키아노플 뒷골목의 큰손 옌란과 닮았다고 생각하지요.

감상

너무 오래전이어서 감상은 생각이 안납니다~ 끝? (퍽퍽) 하비브를 소개하고 출생의 비밀(..인가)에 대해 조금 언급을 했었죠.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플로리앙의 작업장 분위기도 살릴 수 있었고요. 다만 술탄이 서류처리를 할 서기도 파견했을 텐데 전원 목이 날라갈 만큼 서류가 엉망이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만, 어쩌면 하비브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위경련을…) 기세좋게 등장했던 하비브는 뱀프군의 참여중지로 이후 쑥 들어갔다는 슬픈 후일담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기도 하는 비운의 18화입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7화: Fa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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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재무관리 유스프 이븐 아미르를 만나러 갔다가 플로리앙은 당신이 이교도라서 우선순위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말에 개종을 종용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편 재상 이스마일 파샤와 식사를 하던 그의 조카 하비브는 유스프가 플로리앙이 요청한 지원을 거부했다는 점과 그러면서 굳이 플로리앙을 만나주었다는 점에서 플로리앙이 곧 개종하리라는 것을 읽어냅니다. 둘은 플로리앙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플로리앙의 개종을 돕는 영적 스승을 아미르로 하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미르와 마르얌의 혼담으로 넘어갑니다. 하비브는 사란티움에서 아미르와 마르얌이 만난 순간을 회상하지요. 아미르는 마르얌을 킨다스 소녀 미리암으로 알고 있었을 때부터 사랑했다는 것을, 그리고 마르얌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을 떠올리며 하비브는 아미르 황자가 이번만은 어머니 키네니아의 뜻도 어기고 혼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비슷한 시간, 플로리앙은 유스프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샤르교 경전이라도 찾아볼까 해 도서관에 갔다가 아미르와 그의 시종 카림과 마주칩니다. 아미르가 젊은 나이에도 유명한 종교학자인 것을 알게 된 그는 아미르에게 영적 스승이 되어달라고 청하지요. 그리고 별빛의 서에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한 보복은 너희에게 주어진 의무이니’ 같은 구절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상황과 일치한다고 느끼며 더욱 개종에 대한 결심을 굳힙니다.

감상

영어 제목은 왠만하면 안하는데, 새로운 ‘신앙’에 대한 플로리앙의 흥미와 아미르가 반드시 마르얌을 붙잡을 것이라는 하비브의 ‘신뢰’를 한번에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따로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식사도 일하면서 하는 유스프의 모습과 깐깐하면서도 능구렁이 뺨치는 성격, 하비브의 신출귀몰한 사람 읽는 능력, 아미르와 마르얌 사이의 강한 감정, 그리고 복수에 점점 기울어가는 플로리앙의 모습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경전의 같은 구절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다르다는 점도 재밌었고요. 아샤르교에 대한 아미르와 플로리앙의 서로 다른 해석이 드러나는 장면이 한 번쯤 더 있어도 좋겠군요.

개인적으로 회상 장면 진행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 순서를 바꿔서 하는 진행은 앞으로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꿈이라든지, 악몽, 예지몽 (하쉬르 같은 인물에게는 신비학도 있으니) 등도 활용해서 복선이나 심리 표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뭐 자주 할 만한 건 아닙니다만, 가끔 하는 거니까 더 재밌기도 하고요.

별빛의 서 인용 문구들은 (짐작하셨겠지만) 우리 세계의 코란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역사 판타지가 좋은 게, 실제 역사에 신경 안 쓰면서도 역사에서 좋은 건 따올 수 있죠. 플레이 중에는 지하드 (성전)에 관한 구절들을 몇 개 가져와서 영어로부터 중역했습니다. (… 부분은 중략)

‘오 믿는 자들이여! 죽은 이들의 보복은 너희에게 주어진 의무이니… 배움 있는 자들이여, 너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되갚음의 법 안에는 생명이 있느니라.’

‘너희를 대적하는 자들에게 신의 길로써 대적하라. 정도를 넘지 말 것이니, 신께서는 정도를 넘는 이들을 어여삐 여기시지 않는도다. 정도를 넘는 자들은 찾는 대로 죽일 것이며, 그들이 너희를 몰아낸 곳에서 그들을 몰아낼지니…이것이 믿지 않는 자들의 포상이니라.’

‘그의 길로 대적하며 성전(聖戰)에 나서라는 신의 명을 기다릴지어다… 말하노니 신께서는 많은 전장에서 너를 도우셨으며, 많은 수로 자만할 때 믿지 않는 자들을 꾸짖으셨도다.’

플로리앙의 개종, 아미르의 혼담 등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되어갈지 흥미진진하군요. 이로써 밀린 로그도 거의 다 올려갑니다! (흑흑)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6화: 연단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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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은 죄수 부대를 훈련시키며 더 성장시키지만, 보급의 한계에 부딪히자 굉장히 깐깐하다는 담당 재무부 관리 유스프를 만나기로 합니다. 한편 하쉬르는 아샤신 장로들에게 아샤신이 황가와 손잡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 메흐디의 죄에 대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후 자하라툴 라쑬 (죽음의 사자) 칭호를 받습니다.

감상

플레이 자체보다는 설정과 규칙 이야기가 많은 화였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한 성장 규칙은 전쟁의 혼 글에 추가했습니다. 플로리앙 부분은 죄수 부대의 성장 굴림을 위한 장면이기도 했고, 17화에서 유스프 이븐 아미르 (아미르 황자 아들 아님)와의 만남을 위한 복선 역할도 했지요.

하쉬르가 간만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1부 끝난 이래 하쉬르가 나온 화는 다른 인물들보다 1년쯤 앞서서 시간축이 달랐는데, 여기서부터는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동안의 13.5화, 14.5화는 나중에 횟수를 더 늦추어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자하라툴 라쑬의 칭호도 받았으니 필립포스 배경에서 암시한 모험을 진행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

로그로 가기

15화 끝나고 한 로그를 오체스님께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요약

마르얌과의 약혼 문제로 시간을 끈 것도 몇 달, 아미르는 어머니 키네니아가 자신의 동의 없이 마르얌 대신 사촌동생 이레네와 혼인 준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알고 길길히 날뜁니 어머니에게 항의합니다. 마르얌에 대한 아들의 진심을 안 키네니아는 평생 처음 자신의 뜻을 세우며 반항을 해오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하지요.

감상

원래는 좀 더 본격적인 사회판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PC방 시간은 어머니도 굴복시킵니다(…) 제목은 중의적입니다.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어머니일 수밖에 없으니 아미르가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키네니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자로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가족애와는 다른 의미이니 처음으로 사랑한 여자는 마르얌이기도 하지요.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회피하던 아미르가 처음으로 폭발하는 모습이라든지, 때로 독단적이면서도 결국은 자식에게 못이기는 키네니아의 자식사랑이 인상깊었습니다. 한편 키네니아가 독단적이었던 건 아미르가 스스로 자기 주관을 못 세우니까 답답해서 그런 거라고도 생각하지만요. 언제나 의사소통은 중요한 것이지요~

NYPL 전자회랑: 여명과 석양의 도시 부록

여명과 석양의 도시 그림자료에는 대체로 역사에 큰 신경 안 쓰고 대항해시대 그림을 사용합니다만… 인물들 모습을 현실 역사에 견주어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약 20년 후의 아미르:

백면서생 종교학자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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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년 후 성공한 하비브:

수석법학사 무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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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산드로스와 에우로시온:

시대가 한 5세기 앞서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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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의 기사들:

역시 시대는 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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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후의 하쉬르:

터키 귀족 (지팡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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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후의 플로리앙:

터키 자유민 (추정으로는 비투르크계 터키인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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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파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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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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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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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흐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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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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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밌군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5화: 뱀과 몽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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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플로리앙은 술탄과 수많은 고관대작들 앞에서 대포의 위력을 보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각자 판도와 이익을 계산하기 바쁩니다. 그 중에는 재상 이스마일 파샤와 그의 조카 하비브도 있지요. 성공적으로 시범을 보인 플로리앙은 술탄에게 요구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자기 밑에서 일하려면 신하다운 모습을 보이라는 술탄의 말에 무릎을 꿇으며 조아립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미르는 뱀과 몽구스의 싸움을 연상하지요. 이후 플로리앙은 마리사를 찾아가 사란티움의 사건들에 대해, 그리고 네야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접근하는 마리사를 뻥 찹니다!)

한편 사란티움에는 술탄의 사절이 찾아와 마리사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리사에 대한 루키아누스의 대우에 대한 유감을 알리고, 마르얌 빈트 이스마일을 데려오면서 맺었던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사신의 불손한 태도를 라이산드로스는 꾸짖지만, 이미 전쟁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지요. 라이산드로스는 또한 콘스탄티노스 미크루라케스의 조카 토마스를 부관으로 채용합니다.

술탄은 플로리앙의 병력 요구에 40여명의 사형수를 보내오고, 플로리앙은 이들을 질풍의 기사단에 대항할 부대로 키우는 훈련을 시작합니다. 특히 그 중에 시반 베르크라는 싸움꾼이 휘황한 활약을 보이자 플로리앙은 그를 돌격대장으로 임명하지요. 그리고 병사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그는 이전 사란티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필리포스에게 정보망 구축을 명령합니다.

감상

요 몇 주 로그가 많이 밀렸군요. 이것저것 정신없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고, 특히 이번 로그는 올리는 데에 심적 저항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쉬르가 궁에 도착하기 거의 1년 전인데도 하쉬르를 등장시킨 미스도 있었고 (올린 로그에서는 그 대목은 삭제), 본편 참가자 셋이 다 왔는데도 너무 한 인물에게 기울어졌던 점 등 진행이 부족한 데가 많아서 생각하기 싫은 로그였던 것 같네요.

정치적인 상황은 나흐만 안팎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특히 전체 판도로 보아서 의미가 깊은 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미르가 생각한 뱀과 몽구스의 싸움은 플로리앙과 메흐디의 긴장 기류도 있겠지만, 전쟁을 향해 기울어가는 나흐만과 사란티움 양국의 모습 역시 같은 표현을 적용할 수 있겠지요. 사란티움에서 한 사신 장면은 오체스님께서 설정하신 NPC인 유스프 이븐 아미르 (아미르 황자 아들 아님)의 첫 등장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보조 인물들이 등장한 회이기도 했습니다. 뱀프군의 하비브, 아군의 시반과 토마스가 어떤 활약을 할지 지켜보도록 하죠. 보조 인물은 일행 플레이로 돌아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또 너무 보조 인물만 나오면 사람에 따라서는 재미없을 수도 있는 관계로 비중을 조심해야겠지요. 으악, 모르겠습니다. 어렵군요. (털썩)

여명과 석양의 도시 – 전쟁의 혼 (1차 수정안)

여명과 석양의 도시 캠페인 최종장을 장식할 예정이며 1, 2부에도 부분적으로 나올 수 있는 대규모 전투 규칙 초안을 잡아보았습니다.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규칙을 대규모 판정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1. 방식

기본적으로 군대끼리의 전투도 개인끼리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대결 판정입니다. 참전하는 각 군대는 면모, 기능, 스턴트로 구성한 시트가 있으며, 기능을 굴려 차례대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부상을 입습니다. 어느 한쪽을 완전히 무력화할 때까지 싸우거나 판정 결과를 합의하고 끝낼 수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군대는 개별 인물과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서로 규모가 너무 다르니까요. 그러나 극중 인물, 특히 주인공이 돋보일 기회가 없다면 대규모 전투는 할 의미가 없지요. 그래서 포도원의 워게임 비슷하게 줌인과 줌아웃 기법을 사용하며, 개별 인물의 기여 혹은 실패는 임시 면모로서 군대 단위의 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생각할 수 있겠죠. 사란티움 황제가 성벽 위에서 전세를 살피다가 적 군대가 육박해 오자 기병대를 출격시킬 것을 명령합니다. 그리고서는 성벽 밑으로 시점을 옮겨 출격 기병대 쪽으로 장면을 전환합니다. 이들이 우르르 돌진해 나가서 적군을 공격하는 장면을 한동안 진행합니다. (인물이 안 나오고 있는 참가자는 원하면 어느 편이든 인물을 골라잡거나 만들어서 RP하면 됩니다.)

그렇게 장면을 진행하다가 적당히 무르익었다 싶으면 양쪽 군대 모두 해당 기능을 굴리고 굴림 결과에 맞추어 장면을 마무리짓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황제 쪽으로 시점이 돌아오거나, 적의 술탄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전장의 다른 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겠죠. 물론 기병대가 싸우는 와중에도 다른 시점으로 전환했다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인물이 군대 단위의 판정에 영향을 미치게 하고 싶다면, 특히 주인공이나 주요 조연이 나오는 장면이라면 군대 기능을 굴리기 전에 해당 인물이 활약하는 대목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시도하는지 선언하거나 상의해서 정하죠. ‘적장한테 이겨서 우리편 사기를 진작하고 싶어요!’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서는 그 인물 혹은 인물들로 클로즈업해서 적장에게 도전하고 싸우는 개별 인물 단위의 판정을 합니다.

이 개별 판정에 성공하면 원하는 임시 면모를 군대에 부여하고, 실패하면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납니다. 즉 우리편에 ‘무찌르고 말 테야, 야만 무리들!’ 면모가 붙는지, 반대로 적군에 ‘훗 역시 그리스놈들 별거 없어’ 면모가 붙는지의 차이겠지요. 이렇게 판정을 통해 부여한 임시 면모는 원래 규칙대로 첫 발동은 무료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활약 부분을 해소했으면 다시 군대 단위 판정으로 돌아가서 이 임시 면모를 발동해 판정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결과에 따라서 적에게 가산점) 즉, 적장을 벤다거나 하는 개인의 활약은 군대 판정에 처음 한 번 발동은 무료인 임시 면모를 부여합니다. 이런 식으로 개개인의 전공과 전체 군대의 성과를 연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개별적 활약이 반드시 대규모 판정 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첩보, 암살 등 소규모 판정은 아예 군대 단위 판정 없이 개인의 판정만으로 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이때에도 성패에 따라 군대에 임시 면모를 부여하는 점은 같습니다.

군대 단위 판정으로도 아군이나 적군, 장면 등에 임시 면모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전투의 목표 자체가 그런 임시 면모를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급을 끊는 임무에 성공하면 적에게 ‘보급이 끊겼다’ 면모를 부여하고, 이 면모는 바로 다음 교전에서의 첫 발동은 무료입니다. 고지나 식수원을 점거하는 전투도 마찬가지로 임시 면모를 부여하겠지요. 불을 지른다거나 (불바다!) 물꼬를 트는 것은 (물바다!) 보통 장면 면모가 될 것입니다. 불길 면모 + 바람 방향 면모나 물바다 면모 + 고지 점거 면모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적에게만 불리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임시 면모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지는 면모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일정한 장소를 점거한 면모는 그 거점을 포기하거나 빼앗기지 않는 한 지속하겠지요. 반면 일시적으로 충천한 사기는 교전 상황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진화작업 등 판정을 해야 면모가 없어지는 때도 있겠고, 불바다 같은 면모는 진화에 실패해도 더 탈 게 없으면 결국 사라지기는 하겠지요.

그 외에도 면모 활용, 스턴트, 상처, 부상 등은 규모만 다를 뿐 원래의 판정 규칙과 같습니다. 개인 단위 판정과 다른 부분은 그때그때 변형 적용하면 되겠지요.

2. 면모와 스턴트

시트의 3가지 주요 구성 요소가 면모, 기능, 스턴트인 것은 군대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능은 아래 기능 목록에서 다루고, 면모와 스턴트에 대해 여기서 설명하겠습니다.

면모는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10가지로 시작하며, 그 군대에 대해 극적으로 중요하거나 눈에 띄는 사항을 표시합니다. 중요 지휘관이라든지 (‘사란티움의 황제’ ‘술탄 메흐디 2세’ ‘대담한 용병대장 줄리아노’ 등) 장비 (‘우르반의 거포’ ‘성벽도 뚫는 투석기’), 하위 조직 (‘용맹한 헝가리 용병대’ ‘백전백승의 예니체리’), 조직의 특징, 단점 (‘황제에게 절대 충성’ ‘부패한 지휘 조직’ ‘우리가 용병단이지 자선단체냐?’) 등이 그 예이겠지요.

스턴트도 원래 판정과 마찬가지로 유별난 능력, 장비, 하위조직 등을 표현합니다. ‘기마 궁수대’ 스턴트가 있으면 궁수대 기능 대신 기마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거나 (아래 기능 목록 참조), ‘우르반의 거대포’ 스턴트는 해당 면모의 존재와 면모 발동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성공하면 피해를 2칸 더 입힌다거나, ‘노예 부대’ 스턴트라면 노예 부대를 졸개로 만들어 내보낼 수 있다거나 하는 예가 있겠지요. (이쯤 되면 거의 TCG? (…))

면모와 스턴트에 대해 또 하나 특기할 점이라면 도움이 되는 조직이되 아주 독립적이고 대등한 세력이 아닌 조직은 추가 면모와 스턴트로 붙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참가자 두 명이 같은 편에 서게 된다면 2:1 싸움은 재미가 없으니까 용병대, 동맹에서 보낸 부대 등은 붙은
편에 능력을 붙이는 쪽으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가 이끄는 동맹에 한해 추가 면모 2개, 스턴트 1개가 붙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편을 바꾼다면 그 면모와 스턴트도 주인이 달라집니다.

3. 기능 목록

군대 시트에는 ‘대단하다’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에 10개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 10개에 속하지 않는 기능은 ‘별거 아니다’라고 보고 굴립니다. 좀 적다고 생각하면 ‘엄청나다’를 정점으로 15개로 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목록으로는 기능 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요.

대단하다: 1개
좋다: 2개
괜찮다: 3개
보통이다: 4개

군대 기능은 개인 기능과 다르므로 목록을 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이 잡아보았으니 많은 의견 주시길.

공병대 – 도로 정비, 공성 장비 제작, 교량 건축 등 공병대의 능력입니다. 편의상 무기 제작과 정비까지 포함합니다. 개인의 공학, 지도력 등으로 판정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위 1번에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공성 – 어떻게 보면 일반 보병 판정으로 해도 상관없는 부분이라 이걸 넣을지는 갈등이 좀 있습니다. 성벽에 우르르 올라가는 건 보병대 판정, 오래 버티는 건 사기와 보급, 군율 하는 식으로도 처리할 수 있긴 하죠. 다만, 아래 포병대와의 균형상 공성 장비의 수와 기술수준 등을 표현하는 의미로 공성 기능을 따로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율 – 군대가 얼마나 규율이 잡혀 있는지 측정합니다. 특히 민간인 지역 점령시 군율이 높지 않으면 민심을 얻기는 극히 어려우며 (약탈 방화 파괴 겁탈 살인..), 복잡한 진형을 운용하거나 파이크 부대를 버티게 하는 등 어렵고 위험한 명령을 내릴 때 보조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궁수대 – 활 쏘는 거죠, 뭐. 일반 기병이나 보병 공격과는 달리 접전 구역이 아니어도 공격이 닿습니다. 이동은 따로 스턴트가 없는 한 보병대와 마찬가지입니다.

규모 – 사람으로 치면 끈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직접 붙는 부대끼리는 규모가 큰 쪽이 규모 차이만큼 공성, 기병대, 궁수대, 보병대, 사기, 위세, 해군에 가산이 붙습니다.

기병대 – 따그닥 따그닥 히힝~ 기병대는 다른 판정을 하면서도 -1을 받지 않고 한 구역 이동할 수 있으며, 다른 판정을 하지 않고 이동만 하는 전력 이동 판정에는 +1을 받습니다. (스턴트에 가까운 효과이기는 하지만 기병이니까! (…))

매복 – 사람이라면 은신에 해당합니다. 지형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능력으로, 정찰이나 첩보를 보조기능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보급 – 군대를 배불리 먹이고 따시게 입히는, 말도 못하게 중요한 능력입니다. 특히 판정 기간이 길어지면 종종 보조 기능이 됩니다. (현재 판정하는 기능보다 높으면 판정 +1, 낮으면 -1)

보병대 – 보병의 공격과 방어입니다. 접전 구역 내에서만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으며, 이동 규칙은 가산이나 벌점 없이 원래 규칙을 따릅니다. 방패 부대, 총병대, 파이크 부대 등 세분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왠만하면 스턴트로 처리하는 게 나을 듯하네요. (비슷한 예로는 위 2번에 기마 궁수대 스턴트 참조)

사기 – 사기치는 능력…이 아니고, 군대의 사기입니다. 군율과 함께 사람으로 말하자면 의지력에 해당하는 능력을 이룹니다. (지구력은 보급이겠죠?) 참을성과 끈기를 요구하는 것은 보통 군율, 순간적인 용기를 요구하는 것은 사기인 때가 많겠지만 겹치는 영역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긴 공성을 버티는 것은 군율과 사기가 동시에 보조 기능이 될 것입니다.

위세 – 사람으로 말하자면 위협에 해당하는 기능이겠지요. 위풍당당하게 행군하고 무기로 방패를 때리는 위세만으로도 겁을 바짝 줘서 적에게 ‘쫄았삼’ 임시 면모를 부여할 수도 있고, 때로는 전투를 아예 피할 수도 있습니다.

전략·전술 – 지휘관이 군대를 운용하는 능력입니다. 대체로는 전략은 참가자 판단이 많이 작용하고, 판정은 전술 쪽이 많겠죠.

정찰 – 정찰대의 능력입니다. 좋은 야영지, 거점 등을 파악하고 적 동태를 살피는 것은 정찰을 굴립니다. 제대로 된 정찰 결과 없이는 전술이 기능하기 어려운 일이 많으므로 전략·전술에 종종 보조 능력이 될 것입니다.

첩보 – 정찰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알아내는 능력이지만, 정보원을 확보하거나 첩보원을 적 점령지역에 들여보내는 등 비밀을 몰래 알아낸다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통신 –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다른 요새에 보낸 전령이 제대로 도달하느냐부터 혼전 중 명령 전달까지, 군대의 신경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필요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은 판정 안 한다는 기본 원칙에 해당합니다.

포병대 – 대포의 위력과 정확도, 포병대의 훈련 수준, 포병대 지휘관의 능력 등을 포괄합니다. 대빵 센 포라든지 특출난 지휘관 등은 면모나 스턴트로 표현할 수 있겠죠. (위 2번 참조)

해군 – 함선과 수병입니다. 바다 위를 이동하며, 보급 및 보급 차단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군대와 보급 이동과 해전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 외에 넣을까 하다 결국 뺀 것은 외교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는 외교의 한 가지 도구이지 외교활동의 단위는 아닌지라 외교 등 교섭은 개인 판정으로 하고 군대는 임시면모를 부여해서 보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협상의 결과는 군대에 면모를 붙일 테고요.

4. 지휘와 성장 규칙

면모로 군대가 있는 인물의 참가자는 군대 시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상황에 적합하게 짜며, 성장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한 후 지휘관이 지도력을 굴려서 성장시킵니다.

속성 성장: 부대의 최고 기능보다 지도력이 3 이상 높게 나오면 부대의 최고기능 수준이 1 향상합니다. (최대 대단) 성장 장면을 얼마 하지 않으면서 긴 기간에 걸친 성장을 표현하려고 할 때 적합합니다.

점진적 성장: 부대의 최고 기능 이상으로 지도력이 나오면 기능 피라미드 저변부터 하나씩 기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때 피라미드 형태는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괜찮음1, 보통2 -> 괜찮음1, 보통3 -> 괜찮음2, 보통3 -> 좋음1, 괜찮음2, 보통3) 성장 장면을 자주 할 때 적합합니다.

이렇게 대규모 전투 규칙을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안과 지적, 의견을 환영합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4.5화: 그들의 향기

아사히라군과 토요일 오전에 함께한 플레이입니다. 시간순서상으로는 13화가 아니라 13.5화 뒤이며, 따라서 라이산드로스나 플로리앙 부분보다는 1년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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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쉬르는 술탄의 귀빈으로 지내고 있는 마리사와 반갑게 재회합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중 마리사가 술탄이 아리칸을 총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 하쉬르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사란티움이 서방 쟈드교 국가들과 동맹을 맺은 일, 플로리앙의 원한 등을 이야기하며 마리사는 사란티움과 황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마리사: “하지만 난… 그때 일을 생각할 때마다 숨이 막히지만… 그분을 미워하지는 않아요… 내가 지키려고 그렇게 애썼던 폐하를, 사란티움을.”
마리사: 불현듯 눈물이 볼 위로 흘러내립니다.
마리사: “우습죠… 그 사람은 날 미워할 텐데. 어째서 난 언제나 이렇게 미련하게..”
하쉬르: 잠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다가 끌어당겨 품에 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하쉬르는 아리칸과 마주칩니다. 사란티움에서 들어온 정보 때문에 술탄을 찾아뵙는다는 아리칸에게서 하쉬르는 메흐디의 향을 맡습니다.

하쉬르: “좀 더 반겨 줘도 괜찮잖아? 오랜만인데…” 씨익 웃으며 돌아섭니다.
아리칸:  “하쉬르..”
아리칸: “내가…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알지?”
하쉬르: “너무 무리하진 마, 나는 그의 향기가 나한테까지 배는건 싫거든.”
하쉬르: 그리고 절뚝거리며 걸어갑니다.

감상

제가 일이 있어서 이번주 플레이를 토요일에 하려고 했는데, 참가자 중 두 분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결국 아사히라 군하고만 한 플레이입니다. 여러모로 일요일 오전이 토요일 오전보다 좋은 시간인 것 같군요. 대화 중심으로 거의 쉬어가는 기분으로 편하게 한 플레이여서 로그 요약에도 대사를 많이 넣었습니다.

플레이 끝나고 아군하고도 얘기했지만 노래와 꽃 이후로 다시 하쉬르와 아리칸이 어긋나고 하쉬르가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기색이 보이는군요. 하쉬르는 에이레네 노예 라이산드로스나 일편단심 네야였던 플로리앙과는 달리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라 앞으로 어떨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 의외성이 하쉬르의 재미이기도 하죠.

라이산드로스나 플로리앙 파트를 못하고 1년 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되도록 애매하게 두면서도 플로리앙의 심경 같은 부분은 짐작해서 써보았습니다. 사란티움에서 탈출 이후의 외교적 파장이라든지 플로리앙과 마리사의 대화 같은 부분은 다음주를 기다려야겠지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 가지 않은 길

다시 기다림의 땅 이야기입니다. (죽은 것들이 말이 많아…) 내용은 12화 그 지독한 굴레 끝에 기다림의 땅 대목에서 바로 이어지며, 게임의 규칙 속편이기도 합니다.

청년은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걸어간다. 안개는 가끔 나무 하나, 언덕 자락 하나를 드러내며 갈라졌다가 이내 그 정경들을 다시 덮는다. 끝없이 움직이는 그 안개의 너울 속에서 기다림의 땅은 알 수 없는 미지로 남지만, 가끔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는 청년은 가는 길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어느 순간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저 앞에서 안개가 갈라지면서 어렴풋한 형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풀 위에 치맛자락을 사락거리며 걷던 여인은 안개 사이로 나타난 그를 보고 멈춰선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환영하러 달려와줄 줄은 몰랐네.”

대답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무감정하다.

“내가 환영한다고 했던가?”

여자는 두 걸음 앞으로 내딛어 그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내려 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그녀가 그를 놓으며 한 발짝 물러서자 남자는 마치 잡으려는 듯 순간 손을 내밀었다가 떨군다. 천체의 운행만큼이나 오랜 춤.

“그 정도면 괜찮은 환영인사 같아.”

미소짓는 여인을 보며 청년은 떨리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왜 벌써 왔어?”

두 사람 사이로 안개는 바람 없는 공기중에 몰려들다가 밀려난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가 없다.

“나… 마지막에는 완전히 어두웠거든.”

그녀가 맑은 녹색 눈에 잠시 손을 가져가자 남자는 고통스럽게 이를 악문다.

“그런데 그 어둠 속이 평생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했어. 정말 할일을 다한 것처럼.”

“할일이 뭔데. 폐하께 복수하는 것? 제국을 피바다로 만드는 것?”

언성을 높이는 남자를 보고 여자는 어깨를 으쓱한다.

“같은 반역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잖아? 물론 나와는 반대의 결과를 위해서였지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

그녀의 눈빛은 비웃음으로 반짝인다.

“당신이 하늘처럼 받든 그 평생의 친우마저 말야.”

그 말에 그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누구한테 설교할 입장도 아니고.”

“항상 궁금했어…”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잇는다.

“당신은 왜 그랬어?”

청년은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문다. 그리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팔을 내민다.

“잠시 좀 걸을까?”

“별로 경치가 좋은 곳은 아닌데.”

말하면서도 여인은 그의 팔짱을 끼고, 둘은 한동안 말없이 걷는다. 소리없이 바람이 불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힌다. 그러면서 드러난 나무와 바위 사이로 그들은 걸음을 옮긴다. 조용한 정경 속에 걸음을 옮기던 남자는 마침내 어렵게 입을 연다.

“너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면 믿겠어?”

여자는 놀라서 그를 보았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왜 그래? 거짓말이 그렇게 서툰 사람은 아니었잖아,”

“아아, 역시.”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믿어달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얘기였나.”

“당연하잖아.”

여자의 입술은 유려하게 미소짓고 있지만, 눈가에는 고통이 어린다.

구릉 정상에 도착하자 남자는 평평한 바위를 손으로 가리키고, 여자는 그의 에스코트대로 그 위에 앉는다. 눈앞에는 해가 없는 땅의 언덕과 시내, 평원과 숲이 펼쳐진다. 그녀 앞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는 입을 연다.

“내가 도저히 전쟁을 치를 수 없었던 이유는 네가 맞아. 아니면 어쩌면 나 때문에.”

“반란이라니, 꽃이나 보석보다는 재미있는 선물이네.”

여자는 작게 코웃음을 친다.

“도대체 왜?”

“너와…”

그는 해가 없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다.

“네 아이와, 남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여인은 할말을 잊는 일이 잦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지만,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 남자는 말을 잇는다.

“전쟁을 했다면 그는 전쟁에 나갔겠지.”

그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어느 전장이 가장 위험할지, 어떻게 하면 군단장이 죽을 만한지 나는 뇌리 한켠에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전쟁을 했다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전쟁을 하기 전에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왜 그런…”

“그렇게 했더라면…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그녀를 돌아본다.

“나는 주군께 충성하는 신하일 수도 없었고, 친구라고도, 오빠라고도 불릴 자격이 없었다. 제국이 어떻든… ‘나’는 전쟁을 치를 수가 없었어.”

“믿지 못할 얘기라는 게 맞네.”

여자는 실소를 터뜨린다.

“나나 아이를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살의까지 들었다니, 그게 무슨 얘기야.”

“원한 적이 없다고? 왜 그렇게 생각해?”

청년이 무표정하게 묻자 여자는 얼굴이 굳는다.

” ‘오직 자신만을 생각해요.’ 아직까지도 기억해, 그 말.”

그녀의 목소리는 딱딱하다.

“내가 오해한 거야? 너랑 네 후레자식은 짐이 된다, 난 그렇게 들었는데.”

“그렇지 않아. 절대로.”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다가선다.

“오히려 너에게 그 짐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날 미워하고 자유로워지게…”

“변명은 집어치워!”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알아서 하라며 비겁하게 가버리고 나서는, 애를 낳으니까 미안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켰다고? 당신 사랑이라는 건 그렇게 치졸해? 당신의 반란까지 내가 책임져야 돼?”

맑고 예리하던 목소리는 갑자기 떨리면서 잦아든다.

“당신의… 죽음까지?”

그는 망설임 없이 둘 사이의 거리를 한 달음에 좁히고, 그녀를 품안에 끌어안는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청년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그녀의 입술에서는 외롭고 공허한 울음이 새어나온다.

“왜 그렇게 죽어버렸어, 날 두고…”

“미안해.”

그는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미안해…”

“잘난 척하며 사는 걸 보고 마음껏 경멸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당신 결혼하는 날에는 그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축하하며 예의바르게 저주할 생각이었는데…”

흐느끼면서 여인은 떨리는 팔을 들어 발작적으로 그를 끌어안는다.

“당신이 없는데 어떤 의미로 살아가라는 말야? 점점 똑같이 닮아가는 아이만 바라보면서…”

“난 네게 용서를 빌 수조차 없어.”

사내는 무릎을 꿇는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주저앉듯 자리에 앉는 여자의 어깨를 그는 붙든다.

“뒤늦게 후회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그런 것밖에 없었다.”

“나 때문에 또 죽고 파멸하고… 이젠 싫단 말야.”

얼굴에 눈물이 젖은 채 그녀는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

“모두 나 때문에 죽어가… 아버지도, 그 조각가도, 당신도… 난 어려서 죽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떨구며 고개를 숙인다.

“절대 그렇지 않아.”

남자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에 가만히 입맞춘다.

“그런 네게 등을 돌릴 수가 없었던 거다. 그 불쌍한 예술가도, 나도, 네 남편도…”

그는 그녀 어깨 위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황금빛 불꽃에 손을 파묻었다가, 턱을 손으로 받쳐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사악한 마녀든, 독사이건 뭐건 네가 있어서 행복했다. 결국 실족하고, 허우적거리고, 죽었지만… 고통의 밑바닥에서도, 내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네가 있어서 의미가 있었어. 그래서 네게 미안하고, 감사한다.”

“바보같은 사람…”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그는 손으로 부드럽게 닦아준다.

“이제와서 왜…”

꽃이 피어나듯, 물이 흐르고 별들이 운행하듯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손은 손을 끌어당기고, 팔은 몸을 감고, 입술과 입술이 만난다. 함께할 수 없었던 평생의 안타까움을 담은 순간의 달콤함에는 시간조차 범접할 수 없다.

입맞춤이 끝나고 그 눈을 들여다보다가 청년은 여인의 무릎팍에 고개를 묻는다.

“만약 내가 좀더 용감했더라면, 세상이나 주군이 뭐라고 하든 내 여자고 내 아이라고 당당할 수 있었더라면.”

중얼거리는 그의 머리칼을 여인은 따뜻한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니면 차라리 네 증오를 내것으로 만들어 함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파멸했더라면, 그 파멸마저 달콤했을 텐데.”

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관자놀이에 입맞춘다.

“자신과 세상을 미워하지 않고 내가 좀 더 온전히 살 수 있었더라면. 당신 여자와 아이를 내치지 말라고 울며 매달리기라도 했더라면 당신은 용기를 냈을까?”

여인은 그의 머리에 이마를 얹으며 가만히 끌어안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 어떻게 살았든, 언제 끝났든, 아쉬움과 후회마저도 당신과 나의 온전한 삶이야.”

말없이 그는 손을 여인의 무릎에 얹고, 그녀는 평화롭게 미소지으며 그 손을 잡는다.

“삶의 굴레를 넘어서 이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해…”

서서히 안개가 다시 몰려들며 두 사람의 모습을 덮는다. 가지 않은 길의 아쉬움과 걸어온 길들의 교차로, 기다림의 땅은 기다림의 침묵과 만남의 속삭임을 품은 채 긴 고요에 빠진다.

아악 이 닭살족들 같으니. 스틸리안느와 니키아스의 이야기는 워낙에 복잡해서 글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면 대충 표현은 되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만 해도 복잡한데 정치적 역학, 과거의 원한, 임신, 결혼, 반란, 배신, 미움, 죄책감, 후회 등등이 엉켰으니 풀어가자면 끝이 없지요. 하지만 결국 그 근본은 서로 많이 사랑했던 남녀가 내적, 외적 장애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흔한 비극이기도 합니다.

라이산드로스와 에이레네 같은 행복한 사랑 이야기와 이런 비극의 차이는 본인의 용기와 선택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운의 차이도 크다고 봅니다. 니키아스와 스틸리안느만큼 상황이 복잡한 연인은 라이와 레니처럼 주변이 완전히 평탄한 연인보다는 훨씬 많은 용기를 내고,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만 가까스레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지 못했다 하더라도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비극적이면 비극적인 대로, 옳은 선택을 했거나 죄를 지었다면 그건 또 그런 대로 다 온전한 하나의 삶이고 그 사람의 이야기이겠지요.

‘이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으니..’ 하는 부분은 김혜린 화백의 비천무 마지막권에서 살짝 따왔습니다. 거기서는 ‘이 손을 다시 잡으려고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던가!’ 하는 식이었던 것 같지만요. 대하 순정만화의 닭살만땅 대사들 좋아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