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어스돈의 혼

어스돈의 혼 4화: 피에레드 마르케온 트’케레아디니안 크’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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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경비대에 자진동반한 카엘리스와 키브는 가짜 부호를 동원한 계획과 네크로맨서 등 상황을 설명하고 풀려납니다. 머물던 여관에서 방을 빼고 다른 여관으로 향하던 참에 그들은 디르킴 행정관의 실종되었다는 용사 피에레드의 접근을 받습니다.

그들과 긴히 할 얘기가 있다면서 건물 안으로 이끈 피에레드는 갑작스럽게 그들을 공격하고, 두 사람이 실력을 보이자 공격한 것은 시험이었음을 밝힙니다. 얼마 전에 노린 습격을 받았을 때 제국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보이며 피에레드는 자신이 몸을 숨긴 채 제국의 개입을 조사하는 동안 카엘리스가 용사의 자리를 채워서 민심 이반을 막고 유사시에는 자신 대신 결투를 치러서 행정관의 연임을 이루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피에레드가 보여준 무기들을 보고 자신이 섬기는 푸텔란 의원의 정적인 발라누스 의원의 개입을 눈치챈 카엘리스는 피에레드의 제안을 수락하고, 키브와 카엘리스는 함께 디르킴 행정관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감상

우선 기억에 남는 것은 배경세계의 활용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모욕한 영혼이 오크 전사의 영혼이었던 것을 카엘리스가 굳이 언급해서 오크 경비대장의 마음을 움직인 점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지요. 또 아로파고이 등 배경 요소를 등장시킬 수 있던 점도 재밌었고요.

판정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키브가 출중한 친화력을 활용한 점도 좋았고, 피에레드와의 전투 중에 저도 참가자도 면모를 활용할 수 있어서 규칙의 특징을 많이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스돈의 혼 3화: 초청객과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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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카엘리스와 키브는 네더맨서를 잡으려고 여관에 방을 둘 빌린 후, 아무도 없는 호화로운 방 쪽에는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줄 현자를 찾는 대부호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곧 각지의 구도자와 마법사 등이 몰려들지만 키브가 기억하는 네더맨서는 없어서 그들은 갖은 변명으로 찾아온 이들을 돌려보냅니다.

여관이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혼잡스러운 때 키브와 카엘리스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카엘리스는 여관 직원을 추궁하고, 같은 시간에 키브는 방을 비운 동안 텅 빈 ‘부호의 방’ 쪽에는 침입자가 듭니다. 방에 돌아가다가 문이 열린 것을 본 카엘리스는 네더맨서 일당인 붉은 머리 여자를 발견하고, 두 사람은 전투를 벌이다가 밑의 거리로 떨어져내립니다.

소란을 듣고 근처에 있던 키브도 달려와 전투에 합세하는데 잠복하고 있던 사내 몇이 키브를 공격하고, 이때 트라바르 경비대가 달려오자 적들은 도망가고 카엘리스와 키브는 연행됩니다.

감상

비교적 짧은 화였지만 어스돈 배경의 색채를 구경하는 의미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열정 (바르세이브의 신에 해당하는 존재들)의 구도자들을 등장시키는 게 꽤 재밌었습니다. 이야기에 진전도 좀 있었고요. 카엘리스와 루카티아가 면모 발동 대결을 벌이는 대목도 꽤 박진감 있었던 것 같군요. 자발적 발동만으로는 자칫 면모가 꽤 기계적이 될 수 있는 여지도 있겠습니다만, 단순히 판정 결과를 향상시키는 용도라고 해도 극적 의미가 적지는 않으니까요.

어스돈의 혼 2화: 트라바르 입성

이번주는 플레이도 없고 사이트도 쪽팔리게 접속불가도 안 되는 김에 밀린 로그를 하나 올리겠습니다. (에잇 예고까지 했는데 빨리 다운되란 말이다 (??))
요약 
드워프 도둑 보르핀을 쫓아간 카엘리스와 키브는 그와 그의 부하들과 전투를 벌여 이기고, 인장을 되찾은 후 보르핀이 어떻게 인장을 훔쳤는지 알아냅니다. 알고 보니 보르핀은 네더맨서와 손을 잡고는 두 사람의 죽은 동료 그바라그의 혼을 불러내서 인장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었죠. 키브는 네더맨서는 사는 곳 근교에서 활동한다고 (잘못) 기억하고, 두 사람은 인장에 대해서 조사하기도 할겸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트라바르로 향합니다. 동료의 혼을 욕보인 네더맨서를 찾아내고자.
감상
여전히 꽤나 초기 플레이였고, 전투도 판정 규칙을 익히는 탐색전 성격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투 이후의 협박 부분은 판정 규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서술로 넘겼는데, 사실 물리적 전투와 같은 규칙으로 사회적 전투를 돌릴 수도 있는 부분이었죠. 나중에 세기의 혼으로 본격적인 사회 판정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RPG를 할 때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때인데, 2화 플레이에 그런 상황이 나타나서 보조가 늘어졌던 기분입니다. 사실 저도 딱히 준비한 것 없이 참가자가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고 싶었는데 두 참가자는 좀 막막했던 것 같더군요. 앞으로 저런 상황에는 좀 더 확실한 신호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2화에 계획하고 망설이느라 좀 지루했던 시간이 보람이 있어서 3화 이후부터 참가자들이 수립한 계획에서부터 시작해 사건이 뻗어나가고 본격적인 캠페인이 시작했습니다. 제 진행은 언제나 연쇄반응 식인지라 참가자가 뭔가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지부진해지는 면이 있는데, 2화가 그 연쇄반응의 확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드워프를 참 좋아하는데 (반지의 제왕 읽을 때도 레골라스 <<<<< ♡김리♡, 반지의 제왕 첫 영화 보고 식음전폐), 이번 화에는 처음으로 이름 있는 드워프가 등장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스돈은 드워프가 완전 주인공 종족이고 인구의 33%로서 최다 종족이기도 해서 그런 제 로망을 잘 충족하는 배경이죠.
그러면서도 ‘과묵하고 비밀스럽고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이라는 전형적인 드워프 성격에서 벗어나 좀 비굴하고 비겁한 드워프를 표현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트라바르 근교는 드워프 밀집 지역은 아니라서 이들 흩어져 사는 드워프에게는 드워프의 문화적 특징도 상대적으로 약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스로알처럼 드워프 주류 문화권 출신 드워프에게서는 좀 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겠죠.
플레이 후 잡담에 보니까 제가 승한군더러 네이버 카페 일일 플레이에 사악한 시대에.. (In a Wicked Age..) 돌려보라고 꼬시고 있는데, 그 소리를 몇 번 했던 거 보면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군요.(..) 원래 제 계획은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세기의 혼 스워시버클링물이었는데, 결국은 1월 3일 플레이테스트 직전에 사악한 시대로 급선회했죠. 그 플레이테스트 정말 재밌었는데, 그 후기도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세기의 혼 스워시버클링은 여전히 해보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단편 플레이에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참가자가 주인공에 몰입하고 주인공 설정에서 플레이 내용이 나와서 참가자의 흥미를 확보해야 저는 제대로 진행을 하는데, 미리 만들어서 가져간 인물로는 그런 몰입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참가자에게 만들라고 해도 시간상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주인공도 제작하고 판정 규칙도 활용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캠페인으로 한다면 몰라도 단편으로는, 특히 세기의 혼을 모르는 분들과 하는 단편으로는 무리일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세기의 혼 참 매력적인 규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펄프에도 잘 어울리고, 펄프와 공통점이 많은 스워시버클링에도 잘 어울리고요. (‘삼총사’ 읽으며 세기의 혼으로 구현이 너무 잘 돼서 부들부들 떨었던..(…)) 어스돈을 펄프 판타지 분위기로 돌리기에도 나쁘지 않군요. 제 취향상으로는 아직도 살짝 복잡한 감이 있지만, 적어도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요. 주류 취향의 RPG인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술성과 묘사성을 서사적 요소와 잘 조화한 흥미로운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어스돈의 혼 1화: 재에서 재로

1086102261.html어스돈의 혼 첫 플레이입니다.


요약
동료 그바라그를 묻은 키브와 카엘리스는 총독의 인장을 ‘눈의 힘’ 길드의 도둑에게 빼앗기고 도둑을 쫓아 보렌드 북쪽 ‘죽음의 터’를 향해 말을 달립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드워프 도둑을 따라잡지만, 길가에 매복한 석궁수의 습격을 받는데…
플레이 내용
트라바르와 뱀강 사이에 위치한 교역촌 보렌드

보렌드의 대략적 위치

트’스크랑 도둑 키브와 인간 검사 카엘리스는 그들을 위해 희생해 죽은 오크 전사 그바라그를 묻습니다. 여관으로 돌아와 키브는 엉망으로 취하고, 카엘리스는 그런 키브를 방으로 데리고 올라왔다가 키브의 옛 스승인 대도 클레르몬트의 방문을 받습니다.
클레르몬트는 카엘리스를 쫓아왔다가 그바라그를 죽인 자객들은 제국에서 보낸 자들이었다거나, 그바라그의 유품 그림투스에 대해 묻는 등 카엘리스의 심기를 건드리다가 그림투스를 클레르몬트의 목에 시험해주겠다는 제안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사라집니다.
다음날, 카엘리스와 키브는 인장이 인도하는 길을 어디까지 쫓을까 얘기하다가 인장에 대해 더 알 만한 사람을 찾아 남쪽의 트라바르로 향하기로 합니다. 그때 키브가 그바라그에게 물려받은 군마 섀도우가 밖에서 난동을 일으키죠. 키브는 마당으로 뛰어내렸다가 말에게 짓밟히고 등자에 발이 걸려서 질질 끌려가는 수모를 겪고, 카엘리스가 섀도우의 안장 위로 뛰어내려 간신히 진정시킵니다.
키브는 섀도우의 다리에 단검으로 그은 상처를 발견하고 섀도우가 왜 날뛰었는지 깨닫습니다. 그리고 인장을 여관방에 놓고온 데에 생각이 미치자 둘은 방으로 달려갑니다. 인장은 사라지고 없고, 섀도우의 다리를 그었던 피묻은 단검으로 탁자에 고정시킨 쪽지에는 북쪽 크라타스의 도적 길드 ‘눈의 힘’ 표식이 그려 있습니다.
카엘리스가 목격자를 찾는 동안 키브는 보렌드의 ‘눈의 힘’ 근거지를 아는 사람을 찾아 거리로 나섭니다. 카엘리스는 못본 척해달라고 도둑에게 돈을 받았던 하녀의 속임수를 알아채고 추궁해서 도둑이 후드를 눌러쓴 드워프였다는 말을 전해듣고, 도둑이 묵은 마굿간 위층 방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방에 숨어있다가 그를 습격하러 한 인간과 오크 도둑을 단칼에 해치우지요. 한편 드워프가 불을 지르고 떠나서 여관에서는 불길이 오릅니다.
키브는 거리로 나선지 단 1분만에 전날 그바라그를 묻었던 ‘죽음의 터’가 있는 언덕 밑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얘기를 윈들링 도둑에게 전해듣고 (답례는 뜨거운 키스!) 여관으로 다시 달려갑니다. 가는 길에 후드를 눌러쓴 드워프와 스친 그는 불길이 오르는 여관에 들어갔다가 카엘리스를 구출해서 같이 나옵니다.
두 사람은 보렌드 북쪽으로 말을 달려서 죽음의 터로 가는 길에서 드워프 도둑과 따라잡습니다. 키브는 섀도우를 도약시켜 드워프를 밟아버리지만, 그 순간 길가에 숨은 석궁수들이 석궁을 발사합니다.
감상
지난번 인물 제작 때 언급이 있었던 과거 사건들의 불확실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하고 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인물 배경은 캠페인의 중심인지라 그쪽이 불확실한 부분이 있는 상태에서는 캠페인의 윤곽이 잡히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앞이 보이는 기분입니다.
진행은 너무 오랜만이기도 해서 세션이 처음에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었다가 약간씩 감이 잡히면서 속도가 붙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규칙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막힌다 싶으면 시트, 특히 면모를 봐서 어떤 요소들을 소개할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고, 강제 발동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를 도입할 때마다 참가자에게 직접적 포상이 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애당초 인물 자체가 흥미롭고, 이야기와 모험거리가 많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판정 자체도 참가자에게 제어권을 많이 줘서 영웅적 활극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락은 원래는 몇 시간 걸리는 일이지만 키브의 참가자가 페이트 점수를 쏟아부어서 성공차이를 늘림으로써 시간 단계를 줄인 것이 그 예이죠. 마찬가지로 하녀에 대한 카엘리스의 공감 판정도 원래 실패였는데 면모를 발동해서 성공으로 바꾸었고요. ‘서사적인’ 공격으로 두 명의 단역을 단칼에 보낸 장면도 강한 전사라는 설정을 잘 살려서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제가 아직 규칙이 완전히 익숙하지 않고 진행질이 오랜만이라 반응이 늦은 때가 있었다든지, 이것저거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스턴트 반영을 못했던 점입니다. 확실히 제가 익숙한 것보다는 복잡한 규칙이라 (겁스나 D&D에 비하면 또 한참 단순하지만요) 아직 좀 버벅거리는군요. 다음번에는 준비도 더 잘 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야죠!
서로 목숨을 구해주면서 점점 동료가 되어가는 키브와 카엘리스의 모습이 재미있군요. 카엘리스의 비밀이 이런 동료애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관건. (으흐흐) 좋은 플레이 함께해준 참가자들에게 감사하고, 모두 다음주에 봐요~

어스돈의 혼: 인물 제작

지난 일요일에는 어스돈의 혼 인물 제작을 했습니다. 꽤 쉽고 재미있게 하면서도 새롭게 인물 간의 관계나 설정이 생겨나서 좋더군요. 제작과 설정에 한 세션 할애하는 것은 진행을 잡을 때마다 하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제작 규칙이 이전에 고민했던 주인공 간 관계 설정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된 것 같아서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인물 제작은 크게 설정 잡기, 5기에 걸쳐 면모(주:인물에게 극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표현하는 키워드. ‘힘이 세다’에서부터 ‘아문 라의 사제’까지 다양하며, 플레이 중 발동해서 관련 기능 판정에 가산점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부여, 기능 분배, 그리고 스턴트 넣기 4단계입니다. 원본 규칙의 5기 구성은 1기는 어린시절, 2기는 1차대전, 그리고 3~5기는 3편의 소설입니다. 소설 단계에서 각 참가자는 3기에 자신의 인물이 주인공인 모험소설의 내용을 대략 쓰고, 4기와 5기에는 왼편과 오른편 참가자의 주인공 소설에 찬조출현합니다.
이번 제작 세션에는 어스돈 (Earthdawn) 배경에 맞춰서 1기는 케어(주:이세계의 괴물들인 호러–뮈토스라고 생각하시면 됨–들이 침입하는 대재앙을 피하려고 만든 대규모 마법적 은신처)에서 지낸 어린시절, 2기는 케어 개방과 테라와 바르세이브의 전쟁, 그리고 3~5기는 그 이후의 모험들입니다.
이런 제작 단계를 따라가면서 어떤 모험을 같이 했을까 같이 생각하다 보니 인물 사이에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기더군요. 대재앙 이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보물을 두고 적으로 만났다가 동료가 된 키브와 카엘리스의 얘기는 중장기 캠페인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원이 충분히 될 것 같습니다. 캠페인의 중심이 될 만한 무게감이 있는 주인공 간 사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물 제작 세션은 수확이 컸다고 봅니다.
시트를 보면 대충 내용을 어떻게 끌어가면 좋을지 나온다는 점도 세기의 혼 규칙의 큰 장점입니다. 주요 설정과 인간관계가 나오는 면모가 극적 흐름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기능과 스턴트는 풀어나갈 수단을 보여주지요. 예를 들어 키브는 호기심이 강하다는 면모가 있으니까 그 면모를 강제 발동해서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나오는 수단은 스턴트를 봐서 뭔가 잠긴 문을 열고 나가거나 전에 사귀어둔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죠.
여러모로 재밌을 것 같은 플레이입니다. 인물 중심의 극적이면서도 신나는 모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규칙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기대하고 있고요.

어스돈의 혼 외전: 여관 혈투

어스돈 (Earthdawn) + 던전 (Donjon)의 어스돈존을 어스돈 +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으로 바꿔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석한군 주인공 제작을 못해서 세혼판 키브와 그바라그가 미완인 채로 과거 외전 겸 규칙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요약
도적 키브와 전사 그바라그가 호러와 싸워 그바라그의 옛 연대장의 검을 얻은 후, 두 사람은 여관에 투숙합니다.지붕에서 기척을 감지한 키브는 지붕으로 올라가고, 옛 스승인 괴도 클레르몬트와 마주칩니다. 클레르몬트는 키브에게 그바라그가 얻은 검을 훔쳐올 것을 요구하지만, 키브는 친구의 물건은 손대지 않는다며 거절합니다. 그러자 클레르몬트는 대화로 키브의 주의를 돌리면서 담뱃불로 신호를 보내 부하들이 그바라그가 있는 여관방을 급습하게 하지요.
그바라그가 도적 길드원 셋을 상대하는 동안 클레르몬트는 키브를 지붕에 잡아놓습니다. 그바라그가 수세에 몰리자 키브는 스승의 경계를 뚫고 방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바라그가 뿌린 등잔 기름에 뒤덮인 암살자들을 키브는 촛불로 위협해 쫓아내고, 클레르몬트가 그바라그를 인질로 잡으며 위협하지만 밖에사람들이 몰려들자 키브의 권유대로 물러납니다.
감상
주로 세기의 혼 전투 규칙을 시험해보는 용도였는데, 꽤 재밌게 했습니다. 때리고 때리는 전투 규칙보다 훨씬 다양하고 입체적인 플레이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흙을 뿌려서 눈을 안 보이게 한다거나, 단검을 던져 경계해서 못 움직이게 한다거나, 칼을 겨눠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식의 다양한 행동을 막기와 책략 (Maneuver) 등의 규칙으로 다룰 수 있는 점이 다채로운 진행을 이끈 것 같습니다. 공격과 책략의 구분이 때로는 애매해서 이건 정립을 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네요.
면모 강제 발동도 인물의 내면 및 특징을 사건과 연결시키기에 좋았습니다. 애당초 사건의 발단부터가 키브의 면모를 이용한 것이어서 승한군이 페이트 점수를 받았고, 전투 중에는 ‘친구를 버리지 않아!’ 면모를 강제 발동해서 키브가 위험을 무릅쓰게 할 수 있었죠.
그 외에도 단역 규칙, 면모 발동으로 판정에 가산점 등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즐거운 전투였습니다. 제가 전투를 재밌어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세기의 혼에서는 규칙을 좀 더 숙지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전반적인 진행도 면모를 통해 인물 연관성을 확보하면서도 즉흥성과 의외성이 살 것 같고요. 여러모로 기대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어스돈존 1: 팔레인스에 들어가다

지지난 주에 준비를 마치고 지난주에 한 회 쉰 다음에 이번주에 어스돈존 첫 화를 해보았습니다.
요약
모험을 나간다고 할머니와 실컷 싸우다가 머리나 식히고 있으라고 집안에 갖힌 말썽꾸러기 트’스크랑 키브는 자물쇠를 자르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어디가 가볼만한지 정보를 얻어낸 후 오크 용병 애꾸눈 그바라그와 함께 유적지에 들어갑니다.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그들은 시체인간과 사투를 벌입니다.
감상
클린턴 R. 닉슨의 던전 (Donjon)은 승한군과 저 둘다 흥미가 있던 규칙이었는데, 이번에 해본 감상은.. ‘던전으로는 하지 말자’였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둘다 낯설어서 책 찾아보면서 하느라 진행이 늦긴 했지만, 판정이 비교적 재미있더군요. 키브가 자물쇠를 자를 장비가 있는지 장비 판정을 하는 대목이라든지, 지각 판정에 성공한 승한군이 문밖에 기다리는 덩치가 이미 같이 가기로 약조한 그바라그라고 서술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꾼 대목이라든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전투였습니다. 던전의 주요한 재미는 판정에 성공하면 서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전투만은 판정에 성공하면 할 수 있는 서술의 범위를 팍 제한해서 그 재미가 떨어졌죠. 예를 들어 피하기 판정에 성공한 성공수는 서술에 사용하지 않고 그냥 버리게 되어 있었고, 명중 판정 성공수는 사실상 무조건 피해 판정 보너스로 들어가는 점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행동 순서 판정, 명중 판정, 방어 판정, 피하기 판정, 피해 판정, 피해 저항 판정 해서 주사위는 엄청나게 굴러가는데 일단 유리한 전술이 보이면 (시체인간과 싸울 때는 건강을 계속 깎아서 피해 저항 판정에 불리하게 한 다음에 HP 깎기) 그것만 반복적으로 해서 결국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던젼 탐사물은 전투가 가장 기본인데, 전투가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못해먹겠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전투를 더 다채롭게 구성하면 ‘때려요.. 때려요.. 때려요!’의 반복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전투만 들어가면 행동 하나마다 판정이 너무 많아져서 난잡해진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스돈은 마음에 드는 배경인데 이걸 극적으로 플레이할 규칙이 뭐가 있을까 얘기하면서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이라든지 쇼크 (Shock:), 폴라리스 (Polaris) 등 얘기가 나왔습니다. 쇼크는 급변하는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면에서는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이전에 두어 번 했을 때 고생한 기억이 생생해서(..) 왠지 하고 싶지 않고, 폴라리스는 한다면 비극이 되겠죠. 대재앙기에 호러들에게 잠식당하는 케어 얘기라든지.
이전에 했었던 트롤베이브도 선이 굵은 판타지에 괜찮았다는 기억입니다. 피해를 입기가 쉬워서 캐릭터가 캐고생(..)하지만, 그것도 나름 거친 모험물 분위기에 어울리고요. 뭐 결국 가장 범용적이고 쉬운 이야기 놀이는 안방극장 대모험인 것 같지만요.
어쨌든 둘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던전을 이번에 해보면서 익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뭐가 재밌는지는 다양하게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모험물로서도 (적어도 그 시작으로서) 괜찮은 플레이였고요. 다른 규칙으로 이어서 한다 해도 되도록 줄거리는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스돈존 0: 인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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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한군네 D&D 4 캠페인이 파토나고 뭘 할까 한동안 얘기하다가 일단 1:1로 시작하게 된 어스돈(Earthdawn) + 던전 (Donjon) 캠페인 어스돈존 인물 제작을 했습니다. 진행자는 제 쪽이지만, 1:1인 만큼 주인공급 조연도 하나 만들었고요.
1. 특성치, 종족, 클래스
특성치는 기본 선택지인 3d6 굴려서 가운뎃값을 힘부터 사회성까지 차례대로 넣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이 방식이 비교적 확률이 안정적이어서 합계가 점수 분배제에서 받는 21점 전후로 나오더군요. 승한군 인물은 총합 21점, 저는 23점이 나왔습니다.
민첩도와 사회성이 가장 높게 나오고 끈기는 낮게 나온 승한군은 붙임성 좋은 트’스크랑 도둑 키브를 하기로 했고, 신체적 특성치, 특히 끈기는 다 좋게 나왔는데 지능은 그저 그렇고 사회성은 최악으로 나온 저는 역시 이건 오크다 싶어서 전사 애꾸눈 그바라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어스돈의 오크는 기마병이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던젼 탐사물부터 시작할 테니 전사로 가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캠페인 방향 봐서 말 하나 잡아타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은 점도 클래스는 거의 명목뿐인 던전의 유연성이죠. (아래 ‘능력치’ 참조) 실제 어스돈 규칙을 사용했더라면 클래스에 따라 능력이 다르니까 전사를 기마병으로 키우기는 어려웠겠지만요.
이런 식으로 무작위 특성치에 따라 인물이 나오는 것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무작위 특성치를 안 좋아하는 이유가 균형이 안 맞는다는 점 때문인데, 던전의 특성치 무작위 제작은 그 변폭이 덜하면서도 어떤 인물이 나올지 모르는 의외성을 살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 능력치 제작
다음은 인물의 핵심인 능력치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만들었습니다. 어스돈의 클래스를 명목뿐이라고 하는 게, 어차피 판정은 해당 특성치 + 능력치로 하고, 클래스 혹은 종족 명칭은 능력치 뽑는 한 가지 길잡이밖에 되지 않거든요. 클래스나 종족은 던전 규칙상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어스돈을 배경으로 사용하는 만큼 그쪽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능력치는 인물의 개성과 능력, 중점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도둑이라도 승한군의 키브처럼 말솜씨 내지 영향이 주요 능력치인 도둑과 뒤에서 찌르기가 주요 능력인 도둑 (이쪽은 거의 암살자), 훔치는 능력이 주인 도둑은 각자 분위기가 다를 테니까요.
가장 적용 범위가 넓은 주요 능력은 공격, 방어, 영향 판정 등 한 가지 상황에 모두 적용하면 되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인물이 무엇을 잘하는지 정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반면 뭔가 한 가지씩 상황 제한이 붙어야 하는 보조 능력들은 어떤 제한이 적합할지 꽤 얘기를 해야 했습니다. 단도라는 장비 제한, 소매치기라는 수단 제한, 모든 피하기 대신 근거리 피하기 등등.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어스돈 전사의 나무 살갗 [Wood Skin] 재능을 던전식으로 표현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규칙이 얼마나 플레이 모습에 영향이 큰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죠. 원래 어스돈의 나무 살갗 능력은 회복 판정을 추가로 하는 능력인데, 던전에는 회복 판정이 없거든요. 그래서 논의 끝에 치유 마법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보조 능력으로 넣은 마법은 마법 단어가 두 개라서 ‘치유’ 외에 또 뭘 할까 머리를 싸매다가 나무껍질이라는 이미지에 맞추어 ‘질기다’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질기다는 마법 단어는 끈기를 높여주는 주문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얘기가 돼서 결국 치유/버프를 하는 이상한 오크 전사가 됐죠. 규칙에 따라 추가 회복 판정 능력이 이렇게까지 달라진다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3. 점수 분배, 마무리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던 능력치 제작 후에는 20점을 다섯 능력치와 두 가지 내성 굴림, HP에 분배해서 인물 제작을 마쳤습니다. (재산과 장비 중 하나는 5, 하나는 3으로 하면 되는데 이건 간단하게 할 수 있으니.) 능력치와 마법 규칙도 읽어보고 얘기하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면 상당히 빨리 마칠 수 있는 과정이더군요.
이렇게 해서 두 명의 1레벨 모험가로 다음 주부터 첫 모험을 합니다. 도둑과 전사라니 꽤나 모범적인 구성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사가 엉뚱하게 치유 마법까지 쓰니까 성직자도 있는 셈. 던전의 모티프이기도 한 옛날 D&D 클래식 생각이 나면서도 좀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스돈은 둘다 좋아하는 세계인지라 어떤 이야기가 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