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돈존 0: 인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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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한군네 D&D 4 캠페인이 파토나고 뭘 할까 한동안 얘기하다가 일단 1:1로 시작하게 된 어스돈(Earthdawn) + 던전 (Donjon) 캠페인 어스돈존 인물 제작을 했습니다. 진행자는 제 쪽이지만, 1:1인 만큼 주인공급 조연도 하나 만들었고요.
1. 특성치, 종족, 클래스
특성치는 기본 선택지인 3d6 굴려서 가운뎃값을 힘부터 사회성까지 차례대로 넣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이 방식이 비교적 확률이 안정적이어서 합계가 점수 분배제에서 받는 21점 전후로 나오더군요. 승한군 인물은 총합 21점, 저는 23점이 나왔습니다.
민첩도와 사회성이 가장 높게 나오고 끈기는 낮게 나온 승한군은 붙임성 좋은 트’스크랑 도둑 키브를 하기로 했고, 신체적 특성치, 특히 끈기는 다 좋게 나왔는데 지능은 그저 그렇고 사회성은 최악으로 나온 저는 역시 이건 오크다 싶어서 전사 애꾸눈 그바라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어스돈의 오크는 기마병이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던젼 탐사물부터 시작할 테니 전사로 가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캠페인 방향 봐서 말 하나 잡아타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은 점도 클래스는 거의 명목뿐인 던전의 유연성이죠. (아래 ‘능력치’ 참조) 실제 어스돈 규칙을 사용했더라면 클래스에 따라 능력이 다르니까 전사를 기마병으로 키우기는 어려웠겠지만요.
이런 식으로 무작위 특성치에 따라 인물이 나오는 것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무작위 특성치를 안 좋아하는 이유가 균형이 안 맞는다는 점 때문인데, 던전의 특성치 무작위 제작은 그 변폭이 덜하면서도 어떤 인물이 나올지 모르는 의외성을 살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 능력치 제작
다음은 인물의 핵심인 능력치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만들었습니다. 어스돈의 클래스를 명목뿐이라고 하는 게, 어차피 판정은 해당 특성치 + 능력치로 하고, 클래스 혹은 종족 명칭은 능력치 뽑는 한 가지 길잡이밖에 되지 않거든요. 클래스나 종족은 던전 규칙상 자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어스돈을 배경으로 사용하는 만큼 그쪽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능력치는 인물의 개성과 능력, 중점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도둑이라도 승한군의 키브처럼 말솜씨 내지 영향이 주요 능력치인 도둑과 뒤에서 찌르기가 주요 능력인 도둑 (이쪽은 거의 암살자), 훔치는 능력이 주인 도둑은 각자 분위기가 다를 테니까요.
가장 적용 범위가 넓은 주요 능력은 공격, 방어, 영향 판정 등 한 가지 상황에 모두 적용하면 되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인물이 무엇을 잘하는지 정하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반면 뭔가 한 가지씩 상황 제한이 붙어야 하는 보조 능력들은 어떤 제한이 적합할지 꽤 얘기를 해야 했습니다. 단도라는 장비 제한, 소매치기라는 수단 제한, 모든 피하기 대신 근거리 피하기 등등.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어스돈 전사의 나무 살갗 [Wood Skin] 재능을 던전식으로 표현하는 대목이었습니다. 규칙이 얼마나 플레이 모습에 영향이 큰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죠. 원래 어스돈의 나무 살갗 능력은 회복 판정을 추가로 하는 능력인데, 던전에는 회복 판정이 없거든요. 그래서 논의 끝에 치유 마법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보조 능력으로 넣은 마법은 마법 단어가 두 개라서 ‘치유’ 외에 또 뭘 할까 머리를 싸매다가 나무껍질이라는 이미지에 맞추어 ‘질기다’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질기다는 마법 단어는 끈기를 높여주는 주문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얘기가 돼서 결국 치유/버프를 하는 이상한 오크 전사가 됐죠. 규칙에 따라 추가 회복 판정 능력이 이렇게까지 달라진다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3. 점수 분배, 마무리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던 능력치 제작 후에는 20점을 다섯 능력치와 두 가지 내성 굴림, HP에 분배해서 인물 제작을 마쳤습니다. (재산과 장비 중 하나는 5, 하나는 3으로 하면 되는데 이건 간단하게 할 수 있으니.) 능력치와 마법 규칙도 읽어보고 얘기하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면 상당히 빨리 마칠 수 있는 과정이더군요.
이렇게 해서 두 명의 1레벨 모험가로 다음 주부터 첫 모험을 합니다. 도둑과 전사라니 꽤나 모범적인 구성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사가 엉뚱하게 치유 마법까지 쓰니까 성직자도 있는 셈. 던전의 모티프이기도 한 옛날 D&D 클래식 생각이 나면서도 좀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스돈은 둘다 좋아하는 세계인지라 어떤 이야기가 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2 thoughts on “어스돈존 0: 인물 제작

  1. 아카스트

    오랜만에 들렀는데 꽤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귀국해서 상당히 정신없이 끝내긴 했지만 공화국의 그림자를 끝낸 후에 후유증이 꽤 컷는지 한동안 글도 제대로 못쓰고 대학 생활에 휘둘리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보다 정신이 없네요. 2주 후면 벌써 텀 페이퍼를 슬슬 걱정해야 하고 말이죠.

    그보다 첫머리 쓰고 그만둔 린라노아 마지막 외전도 쓰긴 해야겠죠. 시작은 해놓고 무책임하게 버려둘 수는 없으니까요 (흑흑).

    어쨌건 새 캠패인이군요. 즐겁게 플레이하시길 바라고, 자주 들러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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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와~ 오랜만입니다. 대학 생활 정신없으시겠군요. 짬이 나면 외전 즐겁게 쓰시길. 이젠 위키 피드도 메타블로그에 올라오니 업데이트가 있으면 바로 알 수 있겠군요. 저도 공화국의 그림자 후기라든지 외전 이것저것 생각한 건 있는데, 취직하고 정신없이 지내느라 이쪽 글은 거의 못쓰고 있네요. 새로 하는 캠페인 글이라도 좀 올려봐야죠. 아카스트님도 즐거운 대학 + RPG 생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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