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돈의 혼 2화: 트라바르 입성

이번주는 플레이도 없고 사이트도 쪽팔리게 접속불가도 안 되는 김에 밀린 로그를 하나 올리겠습니다. (에잇 예고까지 했는데 빨리 다운되란 말이다 (??))
요약 
드워프 도둑 보르핀을 쫓아간 카엘리스와 키브는 그와 그의 부하들과 전투를 벌여 이기고, 인장을 되찾은 후 보르핀이 어떻게 인장을 훔쳤는지 알아냅니다. 알고 보니 보르핀은 네더맨서와 손을 잡고는 두 사람의 죽은 동료 그바라그의 혼을 불러내서 인장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었죠. 키브는 네더맨서는 사는 곳 근교에서 활동한다고 (잘못) 기억하고, 두 사람은 인장에 대해서 조사하기도 할겸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트라바르로 향합니다. 동료의 혼을 욕보인 네더맨서를 찾아내고자.
감상
여전히 꽤나 초기 플레이였고, 전투도 판정 규칙을 익히는 탐색전 성격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투 이후의 협박 부분은 판정 규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서술로 넘겼는데, 사실 물리적 전투와 같은 규칙으로 사회적 전투를 돌릴 수도 있는 부분이었죠. 나중에 세기의 혼으로 본격적인 사회 판정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RPG를 할 때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때인데, 2화 플레이에 그런 상황이 나타나서 보조가 늘어졌던 기분입니다. 사실 저도 딱히 준비한 것 없이 참가자가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고 싶었는데 두 참가자는 좀 막막했던 것 같더군요. 앞으로 저런 상황에는 좀 더 확실한 신호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2화에 계획하고 망설이느라 좀 지루했던 시간이 보람이 있어서 3화 이후부터 참가자들이 수립한 계획에서부터 시작해 사건이 뻗어나가고 본격적인 캠페인이 시작했습니다. 제 진행은 언제나 연쇄반응 식인지라 참가자가 뭔가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지지부진해지는 면이 있는데, 2화가 그 연쇄반응의 확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드워프를 참 좋아하는데 (반지의 제왕 읽을 때도 레골라스 <<<<< ♡김리♡, 반지의 제왕 첫 영화 보고 식음전폐), 이번 화에는 처음으로 이름 있는 드워프가 등장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스돈은 드워프가 완전 주인공 종족이고 인구의 33%로서 최다 종족이기도 해서 그런 제 로망을 잘 충족하는 배경이죠.
그러면서도 ‘과묵하고 비밀스럽고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이라는 전형적인 드워프 성격에서 벗어나 좀 비굴하고 비겁한 드워프를 표현하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트라바르 근교는 드워프 밀집 지역은 아니라서 이들 흩어져 사는 드워프에게는 드워프의 문화적 특징도 상대적으로 약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스로알처럼 드워프 주류 문화권 출신 드워프에게서는 좀 더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겠죠.
플레이 후 잡담에 보니까 제가 승한군더러 네이버 카페 일일 플레이에 사악한 시대에.. (In a Wicked Age..) 돌려보라고 꼬시고 있는데, 그 소리를 몇 번 했던 거 보면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군요.(..) 원래 제 계획은 17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세기의 혼 스워시버클링물이었는데, 결국은 1월 3일 플레이테스트 직전에 사악한 시대로 급선회했죠. 그 플레이테스트 정말 재밌었는데, 그 후기도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세기의 혼 스워시버클링은 여전히 해보고는 싶은데 아무래도 단편 플레이에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참가자가 주인공에 몰입하고 주인공 설정에서 플레이 내용이 나와서 참가자의 흥미를 확보해야 저는 제대로 진행을 하는데, 미리 만들어서 가져간 인물로는 그런 몰입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았고, 참가자에게 만들라고 해도 시간상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주인공도 제작하고 판정 규칙도 활용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캠페인으로 한다면 몰라도 단편으로는, 특히 세기의 혼을 모르는 분들과 하는 단편으로는 무리일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세기의 혼 참 매력적인 규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펄프에도 잘 어울리고, 펄프와 공통점이 많은 스워시버클링에도 잘 어울리고요. (‘삼총사’ 읽으며 세기의 혼으로 구현이 너무 잘 돼서 부들부들 떨었던..(…)) 어스돈을 펄프 판타지 분위기로 돌리기에도 나쁘지 않군요. 제 취향상으로는 아직도 살짝 복잡한 감이 있지만, 적어도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요. 주류 취향의 RPG인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술성과 묘사성을 서사적 요소와 잘 조화한 흥미로운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