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 전쟁의 혼 (1차 수정안)

여명과 석양의 도시 캠페인 최종장을 장식할 예정이며 1, 2부에도 부분적으로 나올 수 있는 대규모 전투 규칙 초안을 잡아보았습니다. 세기의 혼 (Spirit of the Century) 규칙을 대규모 판정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1. 방식

기본적으로 군대끼리의 전투도 개인끼리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대결 판정입니다. 참전하는 각 군대는 면모, 기능, 스턴트로 구성한 시트가 있으며, 기능을 굴려 차례대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부상을 입습니다. 어느 한쪽을 완전히 무력화할 때까지 싸우거나 판정 결과를 합의하고 끝낼 수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군대는 개별 인물과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서로 규모가 너무 다르니까요. 그러나 극중 인물, 특히 주인공이 돋보일 기회가 없다면 대규모 전투는 할 의미가 없지요. 그래서 포도원의 워게임 비슷하게 줌인과 줌아웃 기법을 사용하며, 개별 인물의 기여 혹은 실패는 임시 면모로서 군대 단위의 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장면을 생각할 수 있겠죠. 사란티움 황제가 성벽 위에서 전세를 살피다가 적 군대가 육박해 오자 기병대를 출격시킬 것을 명령합니다. 그리고서는 성벽 밑으로 시점을 옮겨 출격 기병대 쪽으로 장면을 전환합니다. 이들이 우르르 돌진해 나가서 적군을 공격하는 장면을 한동안 진행합니다. (인물이 안 나오고 있는 참가자는 원하면 어느 편이든 인물을 골라잡거나 만들어서 RP하면 됩니다.)

그렇게 장면을 진행하다가 적당히 무르익었다 싶으면 양쪽 군대 모두 해당 기능을 굴리고 굴림 결과에 맞추어 장면을 마무리짓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황제 쪽으로 시점이 돌아오거나, 적의 술탄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전장의 다른 부분으로 전환할 수 있겠죠. 물론 기병대가 싸우는 와중에도 다른 시점으로 전환했다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인물이 군대 단위의 판정에 영향을 미치게 하고 싶다면, 특히 주인공이나 주요 조연이 나오는 장면이라면 군대 기능을 굴리기 전에 해당 인물이 활약하는 대목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시도하는지 선언하거나 상의해서 정하죠. ‘적장한테 이겨서 우리편 사기를 진작하고 싶어요!’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서는 그 인물 혹은 인물들로 클로즈업해서 적장에게 도전하고 싸우는 개별 인물 단위의 판정을 합니다.

이 개별 판정에 성공하면 원하는 임시 면모를 군대에 부여하고, 실패하면 오히려 반대 효과가 납니다. 즉 우리편에 ‘무찌르고 말 테야, 야만 무리들!’ 면모가 붙는지, 반대로 적군에 ‘훗 역시 그리스놈들 별거 없어’ 면모가 붙는지의 차이겠지요. 이렇게 판정을 통해 부여한 임시 면모는 원래 규칙대로 첫 발동은 무료입니다.

이렇게 개인의 활약 부분을 해소했으면 다시 군대 단위 판정으로 돌아가서 이 임시 면모를 발동해 판정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결과에 따라서 적에게 가산점) 즉, 적장을 벤다거나 하는 개인의 활약은 군대 판정에 처음 한 번 발동은 무료인 임시 면모를 부여합니다. 이런 식으로 개개인의 전공과 전체 군대의 성과를 연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개별적 활약이 반드시 대규모 판정 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첩보, 암살 등 소규모 판정은 아예 군대 단위 판정 없이 개인의 판정만으로 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이때에도 성패에 따라 군대에 임시 면모를 부여하는 점은 같습니다.

군대 단위 판정으로도 아군이나 적군, 장면 등에 임시 면모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날은 전투의 목표 자체가 그런 임시 면모를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급을 끊는 임무에 성공하면 적에게 ‘보급이 끊겼다’ 면모를 부여하고, 이 면모는 바로 다음 교전에서의 첫 발동은 무료입니다. 고지나 식수원을 점거하는 전투도 마찬가지로 임시 면모를 부여하겠지요. 불을 지른다거나 (불바다!) 물꼬를 트는 것은 (물바다!) 보통 장면 면모가 될 것입니다. 불길 면모 + 바람 방향 면모나 물바다 면모 + 고지 점거 면모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적에게만 불리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임시 면모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지는 면모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일정한 장소를 점거한 면모는 그 거점을 포기하거나 빼앗기지 않는 한 지속하겠지요. 반면 일시적으로 충천한 사기는 교전 상황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진화작업 등 판정을 해야 면모가 없어지는 때도 있겠고, 불바다 같은 면모는 진화에 실패해도 더 탈 게 없으면 결국 사라지기는 하겠지요.

그 외에도 면모 활용, 스턴트, 상처, 부상 등은 규모만 다를 뿐 원래의 판정 규칙과 같습니다. 개인 단위 판정과 다른 부분은 그때그때 변형 적용하면 되겠지요.

2. 면모와 스턴트

시트의 3가지 주요 구성 요소가 면모, 기능, 스턴트인 것은 군대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능은 아래 기능 목록에서 다루고, 면모와 스턴트에 대해 여기서 설명하겠습니다.

면모는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10가지로 시작하며, 그 군대에 대해 극적으로 중요하거나 눈에 띄는 사항을 표시합니다. 중요 지휘관이라든지 (‘사란티움의 황제’ ‘술탄 메흐디 2세’ ‘대담한 용병대장 줄리아노’ 등) 장비 (‘우르반의 거포’ ‘성벽도 뚫는 투석기’), 하위 조직 (‘용맹한 헝가리 용병대’ ‘백전백승의 예니체리’), 조직의 특징, 단점 (‘황제에게 절대 충성’ ‘부패한 지휘 조직’ ‘우리가 용병단이지 자선단체냐?’) 등이 그 예이겠지요.

스턴트도 원래 판정과 마찬가지로 유별난 능력, 장비, 하위조직 등을 표현합니다. ‘기마 궁수대’ 스턴트가 있으면 궁수대 기능 대신 기마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거나 (아래 기능 목록 참조), ‘우르반의 거대포’ 스턴트는 해당 면모의 존재와 면모 발동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성공하면 피해를 2칸 더 입힌다거나, ‘노예 부대’ 스턴트라면 노예 부대를 졸개로 만들어 내보낼 수 있다거나 하는 예가 있겠지요. (이쯤 되면 거의 TCG? (…))

면모와 스턴트에 대해 또 하나 특기할 점이라면 도움이 되는 조직이되 아주 독립적이고 대등한 세력이 아닌 조직은 추가 면모와 스턴트로 붙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참가자 두 명이 같은 편에 서게 된다면 2:1 싸움은 재미가 없으니까 용병대, 동맹에서 보낸 부대 등은 붙은
편에 능력을 붙이는 쪽으로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가 이끄는 동맹에 한해 추가 면모 2개, 스턴트 1개가 붙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편을 바꾼다면 그 면모와 스턴트도 주인이 달라집니다.

3. 기능 목록

군대 시트에는 ‘대단하다’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에 10개의 기능이 있습니다. 이 10개에 속하지 않는 기능은 ‘별거 아니다’라고 보고 굴립니다. 좀 적다고 생각하면 ‘엄청나다’를 정점으로 15개로 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 목록으로는 기능 수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요.

대단하다: 1개
좋다: 2개
괜찮다: 3개
보통이다: 4개

군대 기능은 개인 기능과 다르므로 목록을 따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현재로서는 다음과 같이 잡아보았으니 많은 의견 주시길.

공병대 – 도로 정비, 공성 장비 제작, 교량 건축 등 공병대의 능력입니다. 편의상 무기 제작과 정비까지 포함합니다. 개인의 공학, 지도력 등으로 판정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위 1번에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공성 – 어떻게 보면 일반 보병 판정으로 해도 상관없는 부분이라 이걸 넣을지는 갈등이 좀 있습니다. 성벽에 우르르 올라가는 건 보병대 판정, 오래 버티는 건 사기와 보급, 군율 하는 식으로도 처리할 수 있긴 하죠. 다만, 아래 포병대와의 균형상 공성 장비의 수와 기술수준 등을 표현하는 의미로 공성 기능을 따로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율 – 군대가 얼마나 규율이 잡혀 있는지 측정합니다. 특히 민간인 지역 점령시 군율이 높지 않으면 민심을 얻기는 극히 어려우며 (약탈 방화 파괴 겁탈 살인..), 복잡한 진형을 운용하거나 파이크 부대를 버티게 하는 등 어렵고 위험한 명령을 내릴 때 보조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궁수대 – 활 쏘는 거죠, 뭐. 일반 기병이나 보병 공격과는 달리 접전 구역이 아니어도 공격이 닿습니다. 이동은 따로 스턴트가 없는 한 보병대와 마찬가지입니다.

규모 – 사람으로 치면 끈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직접 붙는 부대끼리는 규모가 큰 쪽이 규모 차이만큼 공성, 기병대, 궁수대, 보병대, 사기, 위세, 해군에 가산이 붙습니다.

기병대 – 따그닥 따그닥 히힝~ 기병대는 다른 판정을 하면서도 -1을 받지 않고 한 구역 이동할 수 있으며, 다른 판정을 하지 않고 이동만 하는 전력 이동 판정에는 +1을 받습니다. (스턴트에 가까운 효과이기는 하지만 기병이니까! (…))

매복 – 사람이라면 은신에 해당합니다. 지형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능력으로, 정찰이나 첩보를 보조기능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보급 – 군대를 배불리 먹이고 따시게 입히는, 말도 못하게 중요한 능력입니다. 특히 판정 기간이 길어지면 종종 보조 기능이 됩니다. (현재 판정하는 기능보다 높으면 판정 +1, 낮으면 -1)

보병대 – 보병의 공격과 방어입니다. 접전 구역 내에서만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으며, 이동 규칙은 가산이나 벌점 없이 원래 규칙을 따릅니다. 방패 부대, 총병대, 파이크 부대 등 세분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왠만하면 스턴트로 처리하는 게 나을 듯하네요. (비슷한 예로는 위 2번에 기마 궁수대 스턴트 참조)

사기 – 사기치는 능력…이 아니고, 군대의 사기입니다. 군율과 함께 사람으로 말하자면 의지력에 해당하는 능력을 이룹니다. (지구력은 보급이겠죠?) 참을성과 끈기를 요구하는 것은 보통 군율, 순간적인 용기를 요구하는 것은 사기인 때가 많겠지만 겹치는 영역도 많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긴 공성을 버티는 것은 군율과 사기가 동시에 보조 기능이 될 것입니다.

위세 – 사람으로 말하자면 위협에 해당하는 기능이겠지요. 위풍당당하게 행군하고 무기로 방패를 때리는 위세만으로도 겁을 바짝 줘서 적에게 ‘쫄았삼’ 임시 면모를 부여할 수도 있고, 때로는 전투를 아예 피할 수도 있습니다.

전략·전술 – 지휘관이 군대를 운용하는 능력입니다. 대체로는 전략은 참가자 판단이 많이 작용하고, 판정은 전술 쪽이 많겠죠.

정찰 – 정찰대의 능력입니다. 좋은 야영지, 거점 등을 파악하고 적 동태를 살피는 것은 정찰을 굴립니다. 제대로 된 정찰 결과 없이는 전술이 기능하기 어려운 일이 많으므로 전략·전술에 종종 보조 능력이 될 것입니다.

첩보 – 정찰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알아내는 능력이지만, 정보원을 확보하거나 첩보원을 적 점령지역에 들여보내는 등 비밀을 몰래 알아낸다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통신 –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다른 요새에 보낸 전령이 제대로 도달하느냐부터 혼전 중 명령 전달까지, 군대의 신경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필요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은 판정 안 한다는 기본 원칙에 해당합니다.

포병대 – 대포의 위력과 정확도, 포병대의 훈련 수준, 포병대 지휘관의 능력 등을 포괄합니다. 대빵 센 포라든지 특출난 지휘관 등은 면모나 스턴트로 표현할 수 있겠죠. (위 2번 참조)

해군 – 함선과 수병입니다. 바다 위를 이동하며, 보급 및 보급 차단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군대와 보급 이동과 해전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 외에 넣을까 하다 결국 뺀 것은 외교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군대는 외교의 한 가지 도구이지 외교활동의 단위는 아닌지라 외교 등 교섭은 개인 판정으로 하고 군대는 임시면모를 부여해서 보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협상의 결과는 군대에 면모를 붙일 테고요.

4. 지휘와 성장 규칙

면모로 군대가 있는 인물의 참가자는 군대 시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상황에 적합하게 짜며, 성장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한 후 지휘관이 지도력을 굴려서 성장시킵니다.

속성 성장: 부대의 최고 기능보다 지도력이 3 이상 높게 나오면 부대의 최고기능 수준이 1 향상합니다. (최대 대단) 성장 장면을 얼마 하지 않으면서 긴 기간에 걸친 성장을 표현하려고 할 때 적합합니다.

점진적 성장: 부대의 최고 기능 이상으로 지도력이 나오면 기능 피라미드 저변부터 하나씩 기능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때 피라미드 형태는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괜찮음1, 보통2 -> 괜찮음1, 보통3 -> 괜찮음2, 보통3 -> 좋음1, 괜찮음2, 보통3) 성장 장면을 자주 할 때 적합합니다.

이렇게 대규모 전투 규칙을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안과 지적, 의견을 환영합니다.

5 thoughts on “여명과 석양의 도시 – 전쟁의 혼 (1차 수정안)

  1. Asdee

    오오. 재미있어 보이네요. 🙂

    개인/팀의 행동 성패가 보다 큰 스케일의 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Burning Empire]가 떠올랐어요. 아직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개별 판정을 누적시켜서 최종 판정에 반영하는 식이었던 것 같거든요. [세기의 혼]의 면모 규칙이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유연성 있는 룰이란 생각이 드네요. (언제 제대로 한번 해봐야…)

    군대 기능도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구요. 은근히 군사/전쟁 쪽도 좋아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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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군사/전쟁 로망이지! 서사물에는 어떤 식으로든 빠질 수 없는 소재랄까. Burning Wheel은 규칙이 좀 어렵다는 느낌이었는데, Burning Empire는 어떨지 호기심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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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sdee

      Burning empire는 다른 인디 룰에 비하면 룰이 방대한 편이죠. 기본은 d6을 굴려 4,5,6이 나오면 성공인 다이스풀 시스템인데, 관련 기능/조력/지식/여건 등을 통해 난이도가 가감되게 되어 있어요.

      아마 기본 룰 구조는 Burning wheel에 근간하고, 기능/특성/경력 목록과 infection mechanic이 더해져서 더 복잡하다 느껴질 듯 하네요. Burning wheel은 안봐서 정확히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한 번 꼭 해보고 싶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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