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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원의 제다이] 신들이 사랑하는… (2/5)

2.

데이터패드의 끝까지 넘겨본 다룬은 책상에 패드를 가볍게 팽개치며 뒤로 등을 기댔다.

‘이것이 그 법안이라는 건가.’

창가로 걸어가서 그는 저택 주변지를 내려다 보았다. 잘 조경된 정원과 살짝 얼어붙은 연못, 지평선까지 넓게 펼쳐진 숲 위로는 차가운 잿빛 하늘. 그는 시원한 창에 이마를 대고 눈을 감았다.

아예 예상할 수 없던 일은 아니었다. 3개월 전, 형의 죽음 이후로 아버지는 점점 제다이에 대한 불평이 늘었고, 언제나처럼 다룬에게는 아무 설명이 없었지만 아버지가 제다이 템플에 보내는 요구사항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눈치 정도는 챌 수 있었다. 매우 정중하고 예의바른 무시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시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럴수록 공화국의 수호자인 제다이가 공화국의 제어가 불가능한 자체 세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버지의 불평은 높아만 갔다.

눈을 뜨고 다룬은 입김이 서린 유리를 쳐다보았다. 육아실의 유리창에 형과 둘이서 입김을 불어가며 낙서하던 생각이 나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허리를 펴면서 그는 창에 손끝으로 무심코 몇 글자를 쓰다가 머쓱하게 돌아섰다.

책상으로 돌아온 그는 비스듬히 기대앉으며 데이터패드를 손바닥에 탁탁 쳤다.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자금이 있는 곳에 힘이 있다. 그것이 아버지의 지론이었고,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이기도 했다. 800년 전의 오스테렉 서약을 통해 제다이 공의회에 영구 임대로 주어진, 공화국 의회조차 관여할 수 없는 행성들과 그 전 수입… 그 제어권을 다시 의회가 되찾는다면 제다이 공의회는 싫어도 다시금 의회의 뜻에 기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제다이 공의회의 버팀목을 자른다.’

통과된다면 제다이는 다시 한번 의회 다수파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도구가 되겠지. 의회내의 권력 장악에 성공하면 제다이를 손에 넣는다… 일단 제다이라는 칩이 들어가면 의회의 모든 권력다툼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위의 판돈이 걸리게 될 것이다. 위험한만큼 매혹적인 생각! 의회의 내분에 의해 제다이가 제다이에게 칼을 든 코르디스의 난이 재현될 날도 올까?

다룬은 탄식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데이터패드를 이마에 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버지… 당신이란 분은.’

아마도 가장 무섭고 흥분되는 것은 통과될 수도 있다는 사실. 하지만 그 대가는? 다룬은 아버지의 비서관에게서 데이터패드를 받으면서 알아낸 이름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래, 그들과 연합한다면 확실히 필요한 표를 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피로를 느끼며 다룬은 책상에 팔꿈치를 짚고 얼굴을 문질렀다. 트리노 의원. 자기 지배하에 있는 행성의 자원개발을 위해 원주민을 강제이주시키려다 제다이의 저지를 받은 인물. 공화국 영역 밖의 노예무역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어떻게든 무마시켰지만 여전히 제다이 공의회의 주목 대상인 구델. 의원이라기보다는 군벌에 가까운 스쿠식 의원도 이웃 행성을 집어삼키지 못하게 막고 있는 제다이가 눈엣가시일 것이다.

하나같이 강력하고, 하나같이 부패했고, 하나같이 제다이의 독립성이 마음에 들지 않을 자들. 하지만 오르가나와 같은 정통성을 갖춘 이름이 구심점이 되지 않고는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끝날 뿐이지, 절대 제대로 된 정치세력으로 뭉쳐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리 없었다.

‘강한 적을 참 많이도 만들었군, 그대들도. 이제는 우리 아버지까지…’

다시 한번 데이터패드를 훑어본 다룬은 망설임없이 자료를 삭제했다. 아들이 아버지 주변에 첩자를 두는 일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형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 형은 소년일 때도 이미 아버지가 믿고 상담하는 후계자였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의논 상대가 될 수 없는 자신은 아버지의 의중과 계획을 알려면 좀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형이라면 어쩌겠어?”

그는 빈 방에 대고 나지막히 물었다. 뭐, 뻔했다. 형이라면… 형이 살아있었다면 당장 아버지에게 이 말도 안되는 짓을 그만두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형이 죽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가슴이 쓰려왔다.

여전히 제다이 공의회에 대한 배신감은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었다. 형을 빼앗아가고, 결국 형을 죽게 하고, 형을 죽게 한 자를 군소리 없이 용서하려는 조직.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도 형을 살리지 못하고, 형의 시체가 채 식기도 전에 시스를 새 제자로 들인 제다이 마스터. 과거는 마치 없었던 일인양 의기양양하게 제다이 로브를 입고 형의 자리를 차지한 시스놈.

빈 데이터패드를 사무용품 소각구에 던져넣고 다룬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제다이 공의회가 오르가나 가문의 우정과 호의를 얻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부터 아버지의 요구대로 집나간 형을 돌려보냈더라면, 전쟁중에 루바트를 최전선에 배치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더라면, 전후에 위험한 변방 임무 대신 코루선트에 배치하라는 부탁을 들었더라면, 마스터 모트의 노망난 고집을 단호히 꺾기라도 했다면…

‘번번이 우리에게 침을 뱉은 것은 그들이다! 오르가나 가문이 언제까지 업신여김을 참을 것 같은가.’

슬픔이란 묘한 것이었다. 구멍이 난채로도 그저 멀쩡한 얼굴로 살아가는 삶의 틈새에서 때로 아무 경고도 없이 갑자기 덮쳐오는… 혼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다룬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입을 막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떤 결과든 이제는 공의회의 책임인 거야!’

그는 눈을 꼭 감았다. 분노는 넘치도록 충분했지만 왠지 공허하기만 했다.

형이 더이상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 그의 우상, 그의 경쟁자, 그의 적, 그의 목표가 이 세상에 없었다.

이제 그는 누구와 웃고, 누구와 추억을 나누어야 하는가.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형제가 없는 세상에서…

그 근본적인 어긋남에 고민하며 그는 흐릿해진 눈을 뜨고 창밖으로 하나둘 내리는 눈송이를 지켜보았다. 텅빈 공간을 가로질러 끝없이 떨어져가는 영원의 작은 조각들을.

[포도원의 제다이] 신들이 사랑하는… (1/5)

신들이 사랑하는…

1.

“거짓말이야.”

목쉰 한마디는 침묵 속에 공허하게 울렸다. 자신이 한 말이라는 것을 다룬 오르가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일이 사실일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리가…

“두분께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젊은 제다이 나이트의 얼굴은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에 동정은 보낼 수 있되 공감할 수는 없는 사람의 표정. 이 사람에게, 이 제다이에게 다룬의 슬픔은 견딜 수 없이 가슴을 할퀴는 현실이 아니라 위로하고 쓰다듬어줄 남의 상처에 불과했다. 다룬은 그런 제다이에게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미움을 느꼈다.

“다쓰 세데스라고 했소? 그 자는 어디있소?”

창가의 의자에 앉은채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는 무겁게 질문을 던졌다. 남이 보기에는 무표정할 뿐이었지만 다룬은 아버지의 흔들리는 눈빛을, 깊이 가라앉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절망보다 깊은 그 상실을.

“다쓰 세데스는 도망쳤고 아직 행방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르가나 각하.”

“그 자의 제자를 붙잡았다고 하지 않았소. 그가 스승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않겠소?”

다룬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채 제다이를 쳐다보았다. 다쓰 세데스의… 형을 죽인 자의 행방에 대해 작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다면! 젊은 나이트는 묘하게 불편해 보였다.

“자락스 토레이는… 전 스승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 스승?”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가 아주 작게 한쪽 눈썹을 들어보이자 순식간에 공기가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젊은 나이트는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내비쳤고, 그 광경에 다룬은 잔인한 즐거움을 느꼈다.

“저도 한가지 묻지요. 마스터 모트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아버지와 아들을 번갈아 보며 제다이 나이트는 이제 눈에 띄게 불편해하고 있었다. 자리를 피하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아버지도 다룬도 지금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제다이는 뭔가를 말하기 꺼려하고 있었고, 그것이 형의 죽음에 관련된 것이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째서 제 형님의 스승이 아닌 나이트 리엘께서 이 비보를 전해주시는지 궁금하군요. 설마 마스터 모트께서도 부상을 당하셨습니까?”

다룬은 형이 제다이가 된 이래 코루선트에 갈 일이 있으면 형과 함께 만나곤 했던 모트 클라인을 떠올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온하고 소탈하던 웃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굳은살투성이의 따뜻한 손. 부모님마저도 저런 스승 곁이라면 루바트도 안심이라고 했었는데 결국에는… 치미는 슬픔을 참으며 그는 표정변화 없이 나이트 리엘을 마주보았다.

“아닙니다… 마스터 모트 클라인은 코루선트에 있습니다.”

“그것참 이상한 일이오.”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이번에는 아버지가 심문을 이어갔다.

“다쓰 세데스가 설마 코루선트로 도망쳤을 것 같지는 않고, 무엇 때문에 마스터 모트가 제자의 가족에게 루바트의 죽음을 알릴 시간도 없이 코루선트에 있다는 말이오?”

다룬은 천천히 아버지의 의자 뒤로 가서 서며 이제 확연히 쩔쩔매고 있는 나이트에게 말했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자락스 토레이라는 자를 심문하기 위해서?”

나이트 리엘은 마치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 시스가 공의회의 포로이긴 한 것이오?”

제다이 나이트는 마치 구원을 청하는 시선으로 방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다가 마침내 대답했다.

“현재로서는… 그러합니다.”

“허나?”

나이트 리엘은 애써 자신을 추스르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오르가나 부자를 마주보았다.

“마스터 모트는… 자락스 토레이를 제자로 받기 위해 제다이 공의회를 설득중입니다.”

갑작스러운 침묵 속에서 다룬은 입안에 피맛이 고일 때까지 입술 안쪽을 작게 깨물었다. 평온하고 소탈한 미소, 굳은살투성이의 따스한 손. 마스터 모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는 의심많은 대귀족 가문 사람마저도 신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안심이 됐었다. 형이 저런 분의 제자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어린 마음에 부럽기까지 했었다…

‘형…’

아버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제다이에게 한발짝 다가갔다. 그 기세에 눌려 물러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제다이를 무표정하게 보며 다룬은 의자 등받이를 꽉 쥐었다.

“내 아들의 죽음의 원인이 된 시스를… 제다이로 만들겠다고? 루바트의 스승이?”

“오르가나 각하, 진정하십시오. 파다완 루바트의 죽음은…”

“이 작자가 정말 스승의 행방을 모르는지는 어떻게 아시오? 정말로 제다이가 되려는 것인지, 첩자인지 확인할 수 있소?”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각하. 거짓이 있다면 저희 제다이 공의회에서 밝혀낼 것입니다.”

어린애 달래듯 평안하고 차분한 그 태도에 다룬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걸로 끝입니까? 전쟁 내내 시스였다가 잘못했다, 제다이가 되고 싶다는 걸로?”

아버지의 묵묵한 시선과 제다이의 정나미 떨어지도록 평온한 시선을 둘다 느끼며 그는 제다이에게 성큼성큼 다가섰다.

“최소한 재판은 있는 겁니까? 전쟁중의 범죄에 대한 처벌은?”

“오르가나 공자님, 포스를 바로잡는 길은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속죄는 그 자체가 처벌이 되고도 남습니다. 부디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파다완 루바트를 죽인 것은-”

“그래서!”

다룬은 거의 절규하듯 제다이의 말을 끊었다. 깊은 터널을 지나듯 귀가 울리면서 머릿속의 열기가 그대로 폭발할 것 같았다. 피를 보면 이 현실을 견딜 수 있을까. 이 작자의, 마스터 모트의, 형이 죽었는데 살아있는 자락스 토레이라는 시스의…

“내가 제다이 선생의 미간에 대고 블래스터 방아쇠를 당기면 ‘미안하다’ 한마디로 끝나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무슨…!”

“다룬!”

아버지의 일갈에 다룬은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 분노가 순식간에 식으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의 피로만 남았다.

“나가 보거라.”

아버지의 눈빛은 매서웠다. 그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격앙된 상태라 해도 제다이를 협박하다니, 실수라는 것 정도는… 늘 불완전하고 늘 실수투성이인 자신이 차지한 이 자리에 설 자격을 진정 갖춘 그 사람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그 생각에 가슴이 텅 비는 것만 같았다.

“예, 아버지.”

그는 허리숙여 인사했다. 더이상 화를 낼 기운도 없이 목소리는 다시한번 낮고 냉정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나이트 리엘. 우리 일반인들은 제다이처럼 감정을 버리지 못하니 이해하시길.”

말에 숨은 뼈를 알아챘는지 못챘는지 나이트 리엘은 그에게 깊이 예를 취했다.

“아닙니다, 공자님. 공자님과 가족이 겪은 상실에 조의를 표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다룬은 아버지 집무실에서 나와 아무 목표도 없이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로든 움직일 수만 있다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풀밭에 앉은채 웃고 떠들던 형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음 그라브볼 경기 얘기, 가정교사들이 숙제를 너무 많이 준다는 얘기, 여자애들 얘기, 온갖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보냈던 여름 오후의 기억.

‘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늘 형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어릴 때의 그 악동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 장난이었다며, 형의 타고난 권리를 다시 찾아가기를. 십여년이 지나도 도저히 자신의 것이라고 느낄 수 없는 이 특권과 의무의 덫에서 자신을 건져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루바트 형은 특별했으니까. 형만큼 이 자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고개를 들자 저택의 현관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다룬이 멈칫하는 동안 현관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찬바람과 함께 오후 햇살이 가득 들어왔고, 그는 순간적으로 그 문으로 걸어들어오는 형을 떠올렸다. 쾌활하게 웃으며 정복자처럼 당당하게. 전쟁과 죽음의 참혹한 현실 따위는 닿지도 못한다는듯 그렇게. 그게 바로 형이라는 사람이었다. 다룬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열리는 문으로 들어서는 여인을 지켜보며 그는 짧은 환상에서 깨어났다. 어머니는 승마용 장갑을 서둘러 벗으며 다가왔다.

“얘야! 저택에 제다이가 왔다고 들었다. 무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너무나 팍팍해서 건드리기만 해도 먼지가 되어 흩어질 것 같았다. 무표정한 아들의 얼굴을 보며 어머니의 얼굴이 천천히 무너지는 것을, 자식과 부모간의 그 설명할 수 없는 연결을 통해 어머니가 진실을 깨닫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감흥조차 없었다. 자신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오던 어머니의 무릎이 꺾이자 팔꿈치를 붙잡아 받쳐올리는 동작은 기계적이었다.

“아냐… 아냐! 아니라고 해라!”

다룬을 올려다보는 어머니의 표정은 필사적이었다. 그가 아니라고 하면 현실을 바꿀 수 있기라도 하듯. 어머니가 이렇게도 작은 분이었던가. 형과 둘이 무슨 말썽을 부린 것이 들켜서 어머니 앞으로 끌려왔던 때면 그렇게도 무서웠는데. 그 찌푸린 얼굴을 올려다보던 때가 그렇게 먼 옛날 같지도 않은데. 형과 나란히 꾸중을 듣던 때가… 표정없이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다룬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냐…!”

어머니는 마치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려는듯 몸부림을 쳤지만, 다룬은 놓지 않았다. 손가락을 푸는 방법을 잊어버린 기분이었다. 이렇게 제자리에 굳은채 어느 영원 동안 서있으면 이것이 현실이 아니게 될까.

“제발… 아닌 거지? 네 형… 그럴 리가 없잖니? 그럴 리가… 루바트…!”

어머니가 그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자 다룬은 기계적으로 그 작은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렇게 눈에 띄는 장소에서 어머니가 감정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하인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문이 스르르 닫히면서 현관으로 들어오던 햇살이 점점 좁아지더니 사라졌다.

석상처럼 선채 그는 어머니의 슬픔이 자신에게 가득 부딪쳐 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상실 앞에 서로 부둥켜안고도 그들은 각각 혼자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있으면 손을 잡아드리고, 등을 쓸어드릴 수 있겠지. 어쩌면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어붙은 혼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조금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황금빛 햇살 속에 웃던 소년의 기억은 산산조각난 빛의 파편이 되어 천천히 흩어져갔다.

네, 옛날에 시범 플레이에서 잠시 나왔던 다룬 오르가나입니다. 지난번의 성원에 힘입어(?) 약속했던 과거 이야기죠. 뭐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주인공이긴 (뭔소리여) 하지만 어차피 저는 진행을 할때든 소설을 쓸 때든 남의 인물을 건드리는 일은 피하고 보기 때문에… 시범 플레이에서 주인공이었다가 본 캠페인에서 조연이 된 로크락이 그나마 제일 이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군요.

어쨌든 주인공들이 직접 나올 일은 없지만 자락스와 다소 관련이 있는 얘기고, 이방인님이 전에 요청하신 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갈등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워낙에 규모가 큰지라 겁부터 나긴 합니다만…) 다른 분들도 캠페인의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제안해 주시면 제가 고맙죠~

포도원의 제다이 8화 – 카론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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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넥스와 시스 사이의 관계 조사를 위해 일행은 둘로 갈라져서 로어틸리아와 센은 또다른 시스 협력자인 코레트 에반스를 만나러 갑니다. 전쟁중 시스 협력자로 분류되어서 실형 살고 나오고, 사업은 망한채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며 딱하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월세는 내는 등 사정이 조금 나아진 모양입니다. 제다이는 이 점을 의심하지만 에반스는 대답을 거부합니다.

로어틸리아의 청으로 에반스의 아버지를 문병한 두 제다이에게 노인 에반스는 아들이 위험한 일에 관련된 것 같다고,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다 자신을 부양하느라 그랬으니 선처를 바란다며 숨겨두었던 데이터패드를 내놓습니다. 센이 데이터패드를 해독해본 결과 에반스는 돈세탁을 하고 있던듯 합니다.

두 제다이가 추궁하자 에반스는 결국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돈이 없어서 아버지와 함께 거리로 쫓겨나려는 시점에서 왠 건방진 꼬맹이 젊은이(주:묘사상 아를란…시간상 그냥 넘겼지만 궁금한 분이 있다면 살짝 기른 갈색 머리에 암갈색 피부, 가죽 자켓, 묵직한 목걸이와 팔찌, 전반적으로 불량한 인상입니다.)의 의뢰로 일을 시작했고, 일을 하면서 돈이 시스에 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이죠. 에반스가 시스의 방패막이로 준비된 것을 확인한 두 제다이는 물증을 넘겨받는 대신 에반스와 그의 아버지를 잠적시켜주기로 하고 준비를 위해 숙소로 돌아갑니다.

한편 코루선트에서는…

포도원의 제다이를 위한 일종의 막간극 성격일까요. 물론 주인공들은 아직 모르지만, 제가 센을 잊은 게 아니라고 시위하기 위해(?)

“좋은 밤입니다, 나이트 로크락. 행선지는 어떻게 되십니까?”

통신 시스템에서 나오는 따스한 인사에 로크락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최대한 태연하게 얘기해야 했다. 정말로 일상적인 상황인 것처럼. 마치 잘못한 게 없는 것처럼.

“좋은 밤입니다, 관제사. 일전에 등록한 사항대로 몽 칼라마리에 며칠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쪽 기술자들에게 좀 상담할 게 있어서 말이지요.”

그는 말을 끊었다. 너무 구구절절 얘기했다가는 변명처럼 들릴 것이고, 그러면 의심을 받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긴장을 풀어보려고 계기판을 이것저것 조작하기 시작했다.

“먼 길이지만 편하게 다녀오시기 바라겠습니다, 나이트 로크락. 포스가 함께 하시길.”

“포스가 함께하길.”

목이 바작바작 말라붙어서 목소리가 순간 갈라졌다. 로크락은 혹시 상대가 이상한 기색을 챌까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출발 허가 신호는 정상적으로 떨어졌고, 상대의 마음이 변할세라 그는 서둘러 이륙절차를 시작했다.

제다이 템플의 비행격납고가 저 뒤로 멀어지고 ‘아쿠아룩스’ 호가 코루선트의 하늘에 높이 떠오른 후에야 그는 어느정도 긴장을 풀며 조종석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노비스 상공을 가득 메운 시스 함선들의 폭격도, 석달 밤낮 작업한 데이터베이스가 날아갈 위기도 이겨낸 바 있는 그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거짓말에는 목이 막혀버리는 기분이었다.

“후… 이래서 죄짓고는 못산다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옆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항법사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다시 한번 로크락은 자신이 꿈을 꾸었거나 환각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밤중에 불편한 잠에서 깨어났다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암늑대의 눈을 처음 마주친 순간 그랬듯이. 하지만 그럼에도 항법사 자리에 얌전히 앉아 그를 격려하듯 바라보던 늑대의 존재가 사라진 지금 마치 혼자 버려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이제는 혼자나 다름없으니.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화면에 항로 좌표를 불러왔다. 시간이 없었다. 비록 발견이 늦어지도록 밤에 작업하고 경보에 시간지연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도 혹시 이상이 발견되면 그가 한 짓이 발각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당연히 몽 칼라마리로 갈 수는 없었다. 수평선에서 수평선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의 기억,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애써 뿌리치며 로크락은 다른 행선지를 찾아 지도를 뒤졌다. 일단은 페를르미안 교역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단 추적이 시작되면 빠른 출구가 필요했다. 어쩌면 왔던 길을 되밟아 하이디안 통로로…

그 와중에도 그는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그가 좀전까지 돌렸던 프로세스를 되짚고 있었다. 정말로 프로토타입이 저장된 모든 파일을 찾아내서 지운 것일까?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지라 파일 수는 제한되어 있기는 했지만 어쩌면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체 그리드의 크래쉬까지 유도한 것은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제거를 철저하게 하려면 가장 빠른 방법이긴 했다. 복구 설명서는 작성해 놓았으니 큰 곤란은 겪지 않겠지. 아마도.

모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직접 복구를 지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손끝이 움찔거렸다. 그렇게도 애지중지 관리하던 시스템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거의 물리적인 존재감으로 새삼 부딪쳐 왔다. 태어나자마자 몸담아왔던 공의회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처음 이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강박적으로 그래왔듯 프로토타입의 데이터가 잘 저장되었나 확인한 후 그는 다시 항로 좌표에 주의를 돌렸다. 공화국에 몽 칼라마리인이 눈에 띄지 않고 숨을 곳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결국에는 공화국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또다시 찬바람이 가슴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그는 항법 컴퓨터에 좌표를 입력했다.

옆에서 작은 삑삑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BR-100이 물잔을 내밀며 계기판의 빛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BR-100의 정기적인 물 배달은 탈수가 쉽게 되면서도 작업에 열중하면 수분보충을 잊는 그를 위해서 센이 만들어준 루틴이었다. 그때 그녀석 나이가 열살이었던가 열한살이었던가. 로크락의 목줄기를 붙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는 명령만 제거한 후에는 (덕분에 제다이 템플 사람들은 정신없이 도망다니는 넬바니안 꼬마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추격하는 몽 칼라마리인이라는 진기한 구경거리를 볼 수 있었다) 손댈 필요 없이 쭉 써오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이 말썽만 부리는 제자 녀석.”

물잔을 입에 가져가며 로크락은 변방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제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는 다시 한번 빈 항법사 의자에 원망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제자에게 말로만 들었던 ‘인도자’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존재, 혹은 환영이 그가 고민하던 그 순간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은 일종의 환각 전염이었을까, 다크포스의 속임수였을까, 아니면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다른 무엇이었을까.

어쨌든 그는 평생을 바쳤던 모든 것에 등을 돌린채 드넓은 우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평생 이렇게 자유로운 것도, 이렇게 막막한 것도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나이트 로크락, 아니 로크락은 ‘아쿠아룩스’의 대기권 이탈을 기다렸다.

포도원의 제다이 7화 – 카론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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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들은 (아를란도 묻어서) 소니아 크레이네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그녀가 시스 협력자로 분류된 이유는 시스하고 결혼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지요. 그 외에도 시스와 개인적인 교분 때문에 협력자로 분류된 사람이 있는 등 적대재산 통제법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드러납니다.

소니아는 시청이 더 썩었다면서 흥분하고, 제다이들이 무슨 말인지 묻자 전 보안과장이 부패 때문에 서둘러 은퇴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알려줍니다. 또한 죽은 남편의 동료였던 아를란을 알고 있던 소니아를 통해 아를란이 왜 시스가 됐는지 밝혀지고, 약간의(?) 다크포스 소동 끝에 제다이들은 전략상 철수.

시청으로 돌아가 다렌 펠을 만난 세 제다이는 전임 보안과장의 부패 소문과 펠의 임명 경위에 대해 추궁한 끝에, 펠은 신토넥스 기업에 있는 탈다인 여사의 입김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시스 협력자들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탈다인 여사의 부탁이었죠.(주:전날 와츠 센터에 처음 들어갔을 때 프런트 직원이 로어틸리아를 탈다인 여사로 착각했던 것을 보면 여사님의 정체는 대충…)

도시 전체가 시스에 대한 복수심에 휩쓸려 오히려 시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제다이들은 대책을 논의합니다. 정보를 더 수집해 보고 여차하면 와츠 센터를 급습하기로 하는 그들에게 아를란은 이 도시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신토넥스를 건드렸다가는 시민들이 먼저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비웃지만, 자락스는 아를란을 믿듯 그들을 믿는다며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센의 조사 결과 적대재산 통제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시의원들도 모두 신토넥스와 연이 닿아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제다이들은 거대한 적과의 싸움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포도원의 제다이 6화 – 카론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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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쯤 전에 한 포도원의 제다이 플레이를 뒤늦게 올립니다.

카론에 도착한 일행은 아를란의 안내로 와츠 센터라는 중심가의 큰 건물에 있는 그의 스승을 만나러 갑니다. 다스 프리아트라는 이름의 그 시스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으며, 제자가 제다이에게 잡히게 해서 제다이들이 찾아오게 한 것도 더 큰 계획의 일부라는 심증이 든 제다이들은 일단 얘기만 하고 나옵니다. (시스를 그냥 두고 나오다니 칼이 운다(?)) 로어틸리아에게 다스 프리아트는 다시 찾아오면 피나틸리아를 만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로비로 내려온 일행은 스승을 강하게 증오하고 있는 아를란에게 스승을 죽이는 것을 포기하라고 설득해 보지만 그는 듣지 않고,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말에 동병상련을 느낀 자락스는 그를 놓아주면서 원한다면 제다이들을 한동안 따라다녀도 좋다고 합니다. 아를란은 염탐을 위해서라며 동의하지요.

시청으로 향하다가 제다이들은 경찰들이 한 가게들 강제철거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가게 주인이 전쟁중에 시스 협력자로 분류된 인물로서 적대재산 통제법을 어겼기 때문에 취해지는 조치라는 말을 듣습니다. 시스에 대한 것이라면 제다이에게 넘기고 이런 보복조치는 지양해달라는 자락스와 센의 간청에 경찰들은 반발하고, 구경꾼들이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폭도의 성격까지 띕니다. 병까지 날아오는 상황에서 자락스가 포스력을 보이며 병을 부숴버리자 분위기가 싸해지면서 사태진정..(…)

제다이는 (+ 그들의 밥인 시스 1人) 경찰의 안내를 받아 이 상황에 대해 시청의 보안과에 얘기하러 가고, 보안과 책임자 다렌 펠과 얘기한 결과 일주일간 적대재산 통제법에 의거한 조처를 동결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냅니다. 거기다가 시청 귀빈실에서 묵게 되기까지 하지요. 덜렁거리는 펠씨가 서류 쏟은 것을 정리하는 걸 돕다가 로어틸리아는 피나틸리아의 말투로 보이는 통화기록을 발견하고 데이터패드에 입력해 둡니다.

4인의 스승 설정후기

포도원의 제다이에 나오는 세 주인공의 네 스승 상세설정을 마스터 티로칸을 끝으로 모두 썼습니다. (로어틸리아 같은 경우는 정식 스승인 티로칸과 정신적 지주(?) 아카마르가 따로 있었으므로 총 4명이었죠.)

전반적으로 꽤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처음 쓸 때는 가장 어려워보이는 로크락부터 썼는데…

1. 로크락 설정을 쓰면서

‘에구구… 쉽진 않군. 역시 비인간 종족은 어려워. 그래도 마음먹고 쓰니 깔끔하게 끝났네?’

2. 모트 클라인 설정을 쓰면서

‘인간이니까 곧 되겠… 아니 근데 외교관 유형으로 하면 아카마르하고 너무 많이 겹치잖아? 그럼 전사로 할까? 복잡한 건 아카마르한테 떠넘기고 영웅 전사로 가자. 근데 어떻게 엮어넣지? 살려줘!’

3. 아카마르 설정을 쓰면서

‘음, 이번에도 인간이니까… 아악 너무 밋밋해! 이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얘기는 뭐야! 왜 질서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됐지? 아 그래, 모트하고 대조시키게 고아 출신으로 하자! 근데 이 할아버지 왜 이딴 식으로 사는 거지! 뭔가 정당화가 필요해! 이대로 가면 시스보다 나쁜놈이잖아! 지금까지 중에 최고로 어려워!!!’ ;ㅁ;

4. 티로칸 설정을 쓰면서

‘간단한 인물이니까 금방 될거야. 에 그러니까… 그러니까…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로어틸리아 부모 죽은 걸 어떻게 처리하지? 그래서… 일이 파국으로 치달았는데… 성 바르톨로뮤 학살 얘기도 참조하고… 에… 에… 에라 모르겠다, 팽개쳐 두자. (며칠 후) 어디, 다시 작업해 볼까. 그래서 걷잡을 수 없게 됐고 제자까지 죽여먹었고, 그로 인한 심리적 효과는… 역마살하고 엮으려면… 흑. 티로칸이 제일 어려워..ㅠㅠㅠㅠㅠㅠ’

…이런 생쇼를 하면서 썼다죠.

또 문득 떠오르는 망상이라면 ‘로크락의 불만.’

로크락: 음… 모트는 어려서 모히야트였고… 아카마르는 아캄… 티로칸은 로까… 이거 뭐 이래?
로키: 음?
로크락: 왜 나만 이름이 한개야! 이건 차별이다! 나도 애칭이나 별칭을 줘!
로키: 에… 잠시만… (뒤적뒤적) 아, 그래! 딱 좋은 게 떠올랐어!
로크락: 오, 뭔데뭔데?
로키: ‘로키’ 어때?
로크락: ……
(잔인한 장면 모자이크처리)

티로칸의 설정에서 잠시잠깐씩 나온 불쌍한 스승 제나’니에이의 성격은 제가 아는 분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언더월드 3기 참가자인, 엘리사의 플레이어분 말이죠. 정말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제가 느낀 이미지하고 닮았어요..^^ 아마 무의식적으로 참고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다이계는 의외로 좁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다! …라기보단 자꾸 새 인물 만들기 귀찮아서 기존 인물을 재활용했지만요. 이로 인해 만들어진 몇가지 묘한 인연들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센의 스승(로크락)의 스승(칼레나)은 자락스의 시스 스승인 다쓰 세데스에게 죽었다
(사실 자락스 자신에게 죽었다고 할까도 했는데, 스승이 죽은 거라면 몰라도 스승의 스승은 별거 아니니까(?))
– 센의 스승(로크락)의 스승(칼레나)의 스승은 마스터 아카마르
– 포도원의 제다이 외전 주인공인 펠로스의 스승(사두르)의 스승 역시 마스터 아카마르
(자락스가 성취 플레이중에 펠로스에게 죽을 뻔한 역사도 있죠)

조연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은 건 처음이라 나름 애착이 가기도 하네요. 설정을 쓰면서 던져넣은 행성이나 인물 명칭도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겠고, 무엇보다 글로 쓴 설정은 머릿속에만 있는 설정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앞뒤가 맞기 때문에 앞으로의 캠페인에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려워서 두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짓이기도..(..)

포도원의 제다이 5화 – 셀렌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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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로어틸리아, 센, 자락스는 병원에 있는 시스를 만나고, 시스는 순간 로어틸리아를 언니인 피나틸리아로 착각합니다. 언니의 행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로어틸리아에게 시스는 자신을 놓아주면 알려주겠다는 누가 봐도 무리한 거래를 제안하고, 로어틸리아와 자락스는 상의 끝에 자락스의 발안으로 시스를 포로로 데리고 가서 그의 스승에게 안내받기로 결정합니다. 시스 역시 내키지는 않는 기색이지만 동의하지요.

자락스는 경비책임자에게 가서 시스의 신병에 대한 권한을 인도받는데 성공하고, 세 제다이는 시스를 체어에 수갑채워 데리고 나옵니다. 마침(?) 시스의 스승이 있는 곳 또한 제다이들의 원래 목적지였던 카론인 것으로 밝혀지고, 세 제다이는 카론 시에서 제공하는 차를 인도받기 위해 마을 회관으로 갔다가 거기서 앤드볼트와 나에르 가문이 상당히 사이좋게 촌장 엘리아 스라우스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양측 가문 모두 시스 때문에 망신살이 뻗친 터라 그를 놓아주는 데에 반대하는 것이었죠.

제다이들은 양측 가문의 가주에게 시스는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악화시켰을 뿐 애당초 문제는 두 가문의 불화에 있었다고 지적하고, 시스를 없애서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설득합니다. 엘리아는 세 제다이에게 자동차 키를 건네주며 두 가문 사이에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시스의 계획을 저지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세 제다이는 시스 포로를 데리고 카론으로 떠납니다. 가는 길에 포스에 대한 토론도 하고 바보 시스도 놀려먹고, 신난 제다이들이었습..(..)

포도원의 제다이 4화 – 셀렌 (4부) + 외전

1035889503.html포도원의 제다이 설날 플레이입니다. 참가자분들 시간관계로 처음에는 외전 장면을 하나 진행하고 본플레이로 들어갔습니다. 기록을 정리할 때는 외전을 뒤로 옮겼습니다.

요약

다음날 아침, 세 제다이는 마렉을 만나서 시스와의 일에 대해 캐묻습니다. 셀렌을 떠나 다시 외부 지점으로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던 마렉은 아버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앤드볼트 가문과 문제가 되었던 땅을 되찾고 싶어하고 있었고, 시스가 이 틈을 파고들어 감언이설로 마렉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나지요.

병원으로 이송된 시스의 감시상태를 보강하기 위해 자락스가 병원으로 향한 사이, 로어틸리아와 센은 우릭 앤드볼트를 만나러 갑니다. 우릭이 마렉과 시스가 만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과 관련해 로어틸리아는 모순을 느끼고, 어디서 봤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하자 우릭은 결국 그 둘이 만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시인합니다. 시스가 우릭에게 찾아와서 마렉과 꾸미는 일을 털어놓았고, 우릭은 시스에게 돈을 줘가며 역으로 마렉의 계획을 지체시키고 그를 얽어넣으라고 했던 것이지요.

두 가문의 적대감을 이용해 양측 모두의 지원을 받으며 움직인 시스의 목적은 일단은 두 가문의 이간질이었던 것으로 제다이들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전날밤에 센이 엿들었듯 시스의 스승은 아직 어디선과 암약중일 것이고… 로어틸리아와 센은 시스가 있는 병원으로 향합니다.

외전 요약

시스에서 전향해 제다이가 된 자락스는 스승 밑에서 라이트세이버 지도를 받고 있지만, 호승심과 싸움의 즐거움에 몸을 맡기는 쥬요 형식의 성격상 자꾸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서 스승에게 꾸중을 듣습니다. 마스터 모트는 남과 대련하는 것을 봐서 문제를 좀더 정확히 진단하기로 하고 견식하고 있는 파다완들에게 자락스와의 대련을 부탁하지만, 그들은 서로 눈치만 보지요.

이때 센은 분해해서 수리하고 있던 드로이드 다리가 제멋대로 도망가자 추격하다가 훈련장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됩니다. 마스터 모트는 지원(..?)한 센을 불러서 자락스와 대련을 시키고, 별로 라이트세이버를 잡아본 적이 없는 센은 어설프지만 자락스의 노련한 공격들을 어찌어찌 되받아칩니다. (사실은 주사위가 말도 안되게 잘나와서..;;)

미숙한 센에게 자기 공격이 통하지 않자 자락스는 분노와 살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지만, 다크포스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단호히 억누르고 결국 대련에서 집니다. 센은 드로이드 다리 쫓아간 녀석 어디갔냐고 쫓아온 스승에게 잡혀가고(…) 마스터 모트는 다크포스를 사용하기보다는 지는 것을 택한 자락스에게 가장 중요한 싸움에서 이겼다고 칭찬하지요.

포도원의 제다이 3화 – 셀렌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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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센과 로어틸리아는 다크제다이를 허름한 하숙집까지 미행하고, 그가 시스이며 역시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합니다. 자락스는 마렉을 집까지 쫓아갔다가 그가 아버지와 매우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스토커 제다이..) 나머지 두사람과 합류합니다. 방안에 앉아있던 시스는 뭔가를 감지하고 밖으로 나오지만, 제다이들을 느끼지 못한채 두 가문의 경계에 있는 문제의 밭으로 향합니다.

밭으로 시스를 쫓아간 세 제다이는 시스와 대면하지만, 이때 나에르 젊은이들이 호기로 밭에 해코지를 하러 몰려옵니다. 가뜩이나 격한 이들의 감정을 시스가 다크포스로 교묘히 고조시키는 것을 느낀 자락스는 바로 시스를 공격합니다. 줄행랑치는 시스를 센과 자락스가 쫓아간 사이 밭에 알람이 울리면서 앤드볼트 가문 사람들 역시 몰려나오고, 일촉즉발의 긴장상황 속에서 로어틸리아는 흔들림없는 태도로 양측 가문 모두에 맞서 사태를 진정시킵니다.

한편 자락스와 센은 더이상 도망갈 구석이 없는 시스와 격전을 벌입니다. 입만 살은 시스는(..) 로어틸리아의 언니를 알고 있다고 암시하며 로어틸리아를 믿지 말라고 하고, 앤드볼트와 나에르처럼 자기들끼리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 쓰레기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바보들이라고 두 제다이를 비웃지요. 라이트세이버에 포스력으로 날라다니는 바위까지 동원된 전투 끝에 결국 시스는 두 제다이의 협공에 늘씬하게 얻어맞고 뻗습니다. ‘악역은 고생이야!’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