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조금 덜 안전하더라도 최대한 속도를 내서 알사피로 가기로 한 일행은 가는 동안 그림자 프로젝트와 공화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을 벌입니다. 린라노아는 제다이라 해도 타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락스는 공포로 시민들을 억압한다는 이유로 그림자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로어틸리아는 아직 그림자 프로젝트 자체가 위협은 아니므로 훗날 일을 미리 불안해할 것은 없다고 합니다. 미리 없애는 것은 두려움에 기인한 억압이라고 합니다.(주:기록을 읽어보기는 했는데, 의견을 제대로 요약했는지는 모르겠네요. 틀렸으면 지적 바랍니다.)
쟈네이딘 왕녀만은 당장 그림자 함대를 사용해 공화국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쟈 공주야 그러려고 아우터 림으로 나온 사람이니), 코루선트에 있는 의회에서는 계엄법 통과를 토의중이라는 소식에 계엄법이 통과한다면 공화국의 독재화를 막을 힘이 필요하다고 더욱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때 습격당한 카프리콘은 제때 빠져나오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 린라노아는 머리를 다칩니다.
상황이 좀 가라앉은 뒤 로어틸리아는 마스터 티로칸에게 피나틸리아 이야기를 꺼냅니다. 피나가 마스터 티로칸을 노린 이유를 캐물은 그녀는 마침내 그녀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듣고 (티로칸 배경 참조) 충격에 빠집니다. 제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많이 안정을 찾은 티로칸은 로어틸리아가 피나틸리아처럼 타락하는 것은 자신이 힘이 닿는 한 막겠다는 각오를 밝힙니다.
한편, 의무실에 누운 린라노아는 코티에르의 죽음, 어려서 코티에르에게 구출받았던 일, 센타레스 전투에서 코티에르에게 부하를 잃은 자락스가 그녀에게 부상을 입히고 스승을 죽였던 일을 꿈속에서 봅니다. 자락스도 같은 꿈을 꾸다가 쟈네이딘이 찾아오는 바람에 깨고, 두 사람은 공화국의 불안한 상황을 얘기하다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밤을 보냅니다.
다음날 좀 나아져서 일어난 린라노아에게 찾아간 마스터 티로칸은 ‘틸 녀석’을 잘 지켜봐달라고 부탁하고, 쟈네이딘이 묘한 말을 남기고 나간 후 자락스는 혼자 깨어납니다. 밤을 꼬박 지샌 로어틸리아가 방에 혼자 앉아있는 동안 그들의 복잡한 마음과 사연을 안고 카프리콘은 알사피 궤도에 진입합니다.
감상
캠페인의 중요한 도덕적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 정리를 하고 일행의 감정과 과거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로어틸리아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낸 것, 코티에르와 나이트 에카테스의 생전 모습이나 자락스와 쟈네이딘의 에로씬도 다 재밌었고요. 개별 장면은 회상이거나 이미 예정한 게 많았는데도 직접 해보면서 생각만 했던 때와는 또 다른 의미와 함의가 나오더라고요.
규모가 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작 그 속에 있는 인물의 내면은 비중이 적어질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캠페인의 마지막을 향해 가기 전에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재정립하고 인물성의 기반을 다진 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다양한 등장인물의 매력에 빠져 즐겁게 해온 캠페인이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주인공과 중요한 조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게 더욱 의미깊었습니다.
이번 화에도 그렇고 공화국의 그림자를 하면서 종종 느낀 즐거움이라면 ‘발견’의 재미였습니다. 제가 만든 인물이나 설정이라도 실제로 참가자들과 얘기하고 플레이하면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띠고 통제를 벗어나 동기와 감정, 각자 품은 이야기가 하나하나 드러나는… 그래서 종종 만든다기보다는 알아낸다는 느낌으로,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까 기대하며 그들의 생각과 행동과 말을 풀어갈 수 있었죠.
이 수많은 불완전하고, 고귀하고, 약하고, 때로 잔인한, 그러나 언제나 공감은 가는 허깨비들이 살아 숨쉬는 허구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머나먼 우주의 머나먼 옛날 이야기의 한 장을 덮은 후에도 그 우주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은 이어질 것 같아요. 진짜가 아니면서도 때로 현실보다 진실한 상상과 기억의 편린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