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공화국의 그림자 43화 – 카프리콘

1222746230.html

요약

조금 덜 안전하더라도 최대한 속도를 내서 알사피로 가기로 한 일행은 가는 동안 그림자 프로젝트와 공화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을 벌입니다. 린라노아는 제다이라 해도 타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락스는 공포로 시민들을 억압한다는 이유로 그림자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로어틸리아는 아직 그림자 프로젝트 자체가 위협은 아니므로 훗날 일을 미리 불안해할 것은 없다고 합니다. 미리 없애는 것은 두려움에 기인한 억압이라고 합니다.(주:기록을 읽어보기는 했는데, 의견을 제대로 요약했는지는 모르겠네요. 틀렸으면 지적 바랍니다.)

쟈네이딘 왕녀만은 당장 그림자 함대를 사용해 공화국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이고 (쟈 공주야 그러려고 아우터 림으로 나온 사람이니), 코루선트에 있는 의회에서는 계엄법 통과를 토의중이라는 소식에 계엄법이 통과한다면 공화국의 독재화를 막을 힘이 필요하다고 더욱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때 습격당한 카프리콘은 제때 빠져나오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 린라노아는 머리를 다칩니다.

상황이 좀 가라앉은 뒤 로어틸리아는 마스터 티로칸에게 피나틸리아 이야기를 꺼냅니다. 피나가 마스터 티로칸을 노린 이유를 캐물은 그녀는 마침내 그녀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듣고 (티로칸 배경 참조) 충격에 빠집니다. 제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많이 안정을 찾은 티로칸은 로어틸리아가 피나틸리아처럼 타락하는 것은 자신이 힘이 닿는 한 막겠다는 각오를 밝힙니다.

한편, 의무실에 누운 린라노아는 코티에르의 죽음, 어려서 코티에르에게 구출받았던 일, 센타레스 전투에서 코티에르에게 부하를 잃은 자락스가 그녀에게 부상을 입히고 스승을 죽였던 일을 꿈속에서 봅니다. 자락스도 같은 꿈을 꾸다가 쟈네이딘이 찾아오는 바람에 깨고, 두 사람은 공화국의 불안한 상황을 얘기하다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밤을 보냅니다.

다음날 좀 나아져서 일어난 린라노아에게 찾아간 마스터 티로칸은 ‘틸 녀석’을 잘 지켜봐달라고 부탁하고, 쟈네이딘이 묘한 말을 남기고 나간 후 자락스는 혼자 깨어납니다. 밤을 꼬박 지샌 로어틸리아가 방에 혼자 앉아있는 동안 그들의 복잡한 마음과 사연을 안고 카프리콘은 알사피 궤도에 진입합니다.

감상

캠페인의 중요한 도덕적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 정리를 하고 일행의 감정과 과거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로어틸리아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낸 것, 코티에르와 나이트 에카테스의 생전 모습이나 자락스와 쟈네이딘의 에로씬도 다 재밌었고요. 개별 장면은 회상이거나 이미 예정한 게 많았는데도 직접 해보면서 생각만 했던 때와는 또 다른 의미와 함의가 나오더라고요.

규모가 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작 그 속에 있는 인물의 내면은 비중이 적어질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캠페인의 마지막을 향해 가기 전에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재정립하고 인물성의 기반을 다진 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다양한 등장인물의 매력에 빠져 즐겁게 해온 캠페인이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주인공과 중요한 조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게 더욱 의미깊었습니다.

이번 화에도 그렇고 공화국의 그림자를 하면서 종종 느낀 즐거움이라면 ‘발견’의 재미였습니다. 제가 만든 인물이나 설정이라도 실제로 참가자들과 얘기하고 플레이하면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띠고 통제를 벗어나 동기와 감정, 각자 품은 이야기가 하나하나 드러나는… 그래서 종종 만든다기보다는 알아낸다는 느낌으로, 다음에는 또 뭐가 나올까 기대하며 그들의 생각과 행동과 말을 풀어갈 수 있었죠.

이 수많은 불완전하고, 고귀하고, 약하고, 때로 잔인한, 그러나 언제나 공감은 가는 허깨비들이 살아 숨쉬는 허구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던 머나먼 우주의 머나먼 옛날 이야기의 한 장을 덮은 후에도 그 우주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력은 이어질 것 같아요. 진짜가 아니면서도 때로 현실보다 진실한 상상과 기억의 편린으로서.

공화국의 그림자 42화 – 아우터 림 (10부)

1362124140.html(주:로그파일을 제공해주신 동환님께 이번에도 감사감사)

요약

나이트들을 자신과 같은 모순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며 이야기하기를 주저하는 로크락을 일행은 패서 설득해서 마침내 전후 사정 이야기를 듣습니다. 센의 발상으로 시작해 제다이 공의회에서 진행하던 그림자 프로젝트의 낌새를 일부 의원들이 채면서 다룬 오르가나 등이 주축이 되어 ‘공공사업 투명성 확보 법안’을 가결시켰고 (이른바 National Transparency Requirement라거나..(…)), 의회가 그림자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 권한을 확보한 일을 로크락은 진술합니다.

그러나 의회의 군국화 경향을 우려한 마스터 아카마르는 그림자 프로젝트의 정보를 의회에 넘길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공화국의 분열과 의원들의 야심에서 공화국을 보호할 수단으로 프로젝트를 폐기 대신 비밀리에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결국 로크락에게 그림자 프로젝트의 모든 정보를 삭제하고 탈주를 가장해 새로운 기지에서 연구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사정을 안 일행은 로크락이 그래왔듯 갈등하게 됩니다. 분열되어가는 공화국을 보이지 않는 함대에 대한 공포로 묶어놓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공화국의 혼란을 이대로 지켜보아야 할 것인지… 쟈네이딘 왕녀는 당장이라도 그림자 프로젝트의 함대가 움직여서 공화국에 질서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들을 찾으려고 아우터 림으로 나왔으며 알사피에서 행적을 감추었던 것이라고 밝힙니다.

그러던 중 아를란의 옷에 위치 추적기가 붙어있었던 것이 발견되고, 그는 알사피에서 다쓰 세리트와 조우했던 일을 뒤늦게 털어놓습니다. 쟈네이딘을 수행했던 세 나이트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제다이들은 알사피로 돌아가기로 하고, 처음에는 말리던 로크락은 결국 호위를 붙여주겠다고 합니다. (동환님 말씀마따나 감시 성격도 강하지만..(..)) 자책하는 아를란에게 세 나이트는 격려와 충고를 해주고, 그들은 두 대의 보이지 않는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알사피로 출발합니다.

감상

그럭저럭 캠페인의 가장 큰 비밀이 드러났군요. 무슨 충격적인 반전 같은 건 아니었지만, 좀 뻔해도 유기적인 전개와 너무 의외라서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극단 사이에 고르라면 단연 전자가 나으니까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실 모든 악의 근원은 마스터 모트였다 음하하하!”) 그리고 무엇보다 전원의 생각과 판단을 유도할 만한 갈등을 함께 이끌어낸 것 같아서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외전 단편 세 편을 링크하기도 했듯 이번 화에 나올 내용은 외전을 통해서 상당 부분 암시하고 있기도 했는데, 그래서 외전의 역할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이런 소설을 통해 극중 주인공은 알 수 없는 내용을 참가자는 알게 된다는 면에서 더 거시적인 시각을 부여한다는 효용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진행자분은 설정을 완전히 참가자와 공개하고 진행도 모두 논의를 통해 하는 방법을 재미있게 하고 계시고 또 다른 팀에도 권하시더군요. 그렇게 한다면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게임성은 옅어지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성격이 짙어질 것 같은데, 저는 정보 혹은 설정권의 차등이 있고 합의 없이도 자기가 서술권 있는 부분을 밀고나갈 수 있는 긴장감을 선호해서 완전히 그쪽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갈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진행 방식도 참 다양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한동안 내용 전개가 많았으니 좀 쉬어가고 각자 입장 정리도 한다는 면에서 동환님 제안대로 다음 화는  잠시 숨을 돌리며 요즘 드러난 사실들에 대해 인물 간에 대화와 논쟁이 있을 것 같네요. 이방인님 말씀마따나 진행자는 던져주는 떡밥도 좀 받아먹고..(..) 스타워즈 자체의 매력이 그렇듯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도 도덕적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다음 화는 더욱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모두 그때 뵈어요~

[공화국의 그림자] 풀섶에 숨은 뱀

40화 곁가지입니다. 처음 생각한 건 정황상 앞뒤가 안 맞는 데가 있어서 동환님과 얘기해 조절했습니다.

한낮의 하늘 아래 거리는 한산했다. 탐문을 핑계로 스승 몰래 술이라도 마실 곳을 기웃거려봐도 근처에는 캔티나 하나 제대로 없었다. 지독히도 재미없는 행성이라고 생각하며 아를란은 천천히 광장에서 멀어져갔다.

궤도 통관에서 보았던 여자가 줄곧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얼굴이 후드 그늘에 반쯤 가렸는데도 낯익던 턱선,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돌아보며 생긋 웃어주던 입술. 그저 닮은 사람일 거라고, 착각일 거라고 해도 스승과 두 나이트는 그녀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생각에 가슴이 아프도록 뛰는 것을 느끼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비볐다.

‘미친 놈.’

거리가 꺾어진 곳을 도는 순간 정면의 그늘진 문간으로 들어서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햇살에 잠시 빛나다가 그늘 속으로 멀어지는 갈색 머리도.

나이트 로어틸리아라고 부르려다가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나이트 로어틸리아는 그가 떠나온 광장 부근에 있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포스 기척은 없었다. 그가 아는 포스 사용자 중 가장 완벽하게 기척을 죽일 수 있는 사람. 갑자기 입안이 바작바작 말라왔다.

돌아보았지만 광장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바람 한 점 없는 한산한 거리… 갑자기 이 도시에, 이 행성에 혼자인 것만 같았다.

컴링크로 연락만 하면 된다. 워낙 한적해서 언성을 한껏 높이면 닿을지도 모른다. 필리스… 다쓰 세리트가 맞다면 쓸데없는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어디도 없었다. 그저 나이트들을 부르기만 하면 된다.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기는 동안 건물의 모습은 점점 크게 다가왔다. 그는 검은 입처럼 열린 문으로 들어섰다. 햇살에서 벗어난
순간 실내의 그늘이 피부에 서늘하게 와닿았다. 높은 창문으로 비쳐드는 빛줄기 속에 걸음을 멈춘 채 그는 머뭇머뭇 돌아보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했다. 그녀가 여기 있어도, 없어도 이곳에 혼자 올 이유는 없었다.

“왔어?”

돌아서며 동시에 라이트세이버를 켜는 동작은 거의 본능이었다. 깊은 그늘 속의 층계참에 그녀가 앉아있었다. 귓가에 심장박동이 미친 듯
쿵쾅거렸다. 감정은 없다, 평온이 있을 뿐. 손이 떨리면서 세이버의 빔도 불안하게 흔들렸다. 백만 년쯤 전에 스승을 카론에서
찌르려 했던 생각이 났다. 이 여자가 약속한 복수의 기회를 향해 뛰어들던 때에.

이 여자 말고는 우주에 의미라는 것을 찾을 수 없던 때에.

그녀가 느긋하게 일어나 층계를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올랐다. 그 감정이 두려워서 그는 마치 공격을 막아내듯 세이버를 내밀었다.

“그… 그만. 멈추십시오.”

떨리는 목소리가 잦아든 후에도 다쓰 세리트는 보란 듯이 서너 발짝 더 다가와 라이트세이버 빔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빔에 거의 닿다시피 한 하얀 목에서 그는 주춤주춤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난 지금 포스도 못 쓰잖아.”

사실이었다. 포스를 개방하면 나이트들이 알아차릴 테고, 그녀가 그 틈에 아를란 자신을 살해하고 도망친다 해도 언제까지나 세
나이트를 피할 수는 없으리라. 그런데도 그녀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험했다. 다쓰 세리트에 대한 그의 취약함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훨씬 넘어선다는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갑자기 한 발짝 다가서자 아를란은 세이버
빔이 목에 파고들기 직전에 숨죽인 욕설을 내뱉으며 라이트세이버를 끄려다가 그만 놓쳤다. 바닥에 라이트세이버가 챙그랑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는 동안 다쓰 세리트는 방금 목이 잘릴 뻔한 것은 상관도 하지 않고 태연히 그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댔다. 햇살 속에
먼지 입자가 금빛으로 춤추었다.

“오랜만이야, 아를란.”

어째서, 이렇게 많은 것이 변한 후에도 뺨에
와닿는 그 손의 감촉이 아주 오래 떠나있다가 집에 돌아온 기분일 수 있을까.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짓을 해왔는지
사무치도록 알면서도 어떻게 그리움에 목이 메일 수가… 그는 한 순간 눈을 감고 그 숨막히도록 감미로운 고통에 빠져들었다.
가느다란 손목을 붙잡아 내리면서 아를란은 손이 떨려왔다.

“예, 당신이 나를 속여서 죽이려고 한 이후로 말이죠… 다쓰 세리트.”

“내가 널 속여? 언제?”

눈이 동그래지며 갸웃거리는 얼굴을 보며 아를란은 갑자기 붙들고 입맞추고 싶다는 충동에서 벗어나려고 손목을 데인 듯 놓았다. 감정은 없다, 평온이 있을 뿐. 제다이의 법도는 이 순간은 묘하게도 공허했다.

“스승… 다쓰 프리아트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날 함정으로 내몬 걸 부정할 생각입니까?”

“내가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 언제 성공을 보장한다고 했던가?”

그가 멍해져서 쳐다보는 동안 다쓰 세리트는 웃음기로 눈이 반짝였다.

“맹세코 너에게 거짓말한 적은 없어.”

“그렇겠죠. 거짓말 안해도 알아서 속아주니까.”

아를란은 쓰게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세상이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이후로 죽을 곳, 아니 자신을
파괴할 곳을 찾아헤매지 않던 때가 있었던가. 제다이가 되고서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던 그 끝없는 분노.

그런데도 이렇게 그녀와 만난 순간 정말 벗어났는지 자신이 없었다. 불길에 달려드는 건 너무나 익숙했으니까. 그리고 이보다 밝고 아름다운 불길을 또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겁니까.”

거친 질문은 반쯤은 애원과도 같았다. 나도 제다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것을 벗어나서 내일이라는 걸 기대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왜 당신이 여기에. 이것이 꿈이라면 눈 뜬 시간은 다시 그의 것이 될 수 있을까. 이게 그저 꿈이라면 그녀가 없는
생시를 견뎌낼 수 있을까.

“간단해. 너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이유지.”

필리스의 대답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예?”

“마스터 티로칸. 내 사랑하는 동생 로어틸리아의 스승.”

아를란은 갑자기 귀를 막고 싶어졌다. 지금 얘기를 들으면 돌이킬 수 없으리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도 머뭇거리며 저지하지도, 피하지도 못하는 동안 그녀가 하는 말이 하나하나 의식에 파고들었다.

“나이트 티로칸이 타투인에 있는 작은 사막 마을에 들르지 않았더라면 우리 부모가… 우리가 태어난 마을이 몰살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숨이 막혀오며 아를란은 비틀거렸다. 피가 흥건한 바닥에 발이 미끄러졌을 때처럼. 옆집 아주머니의 시체에 걸려 넘어졌을 때처럼 세상이 위도 아래도 없이 미쳐있었다.

“알다시피 그는 지금 마스터 티로칸이고… 내 동생을 거두어서 가르쳤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애를.”

“어째서…!”

어째서 제다이 공의회가 그런 일을 묻어버렸는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 어째서 우주는 이렇게도 빌어먹을
곳인지… 떠오르는 수십 가지 중 어느 질문, 혹은 원망을 말해야 할까. 포스력을 쓰고 있지 않은 그녀에게서 거짓의 기색을
읽어내기는 쉬웠다. 그런데도 시스 로드의 지금 말에는 어떤 거짓도 없었다.

“순식간에 다크 포스? 재밌네, 이제는 무려 제다이 파다완 아니었어?”


말에 그는 가까스레 포스를 다잡았다. 분노는 증오로, 증오는 고통으로. 피비린내와 입안에 재와 먼지의 맛, 눈과 목을 찌르던
매운 연기는 지울 수 없이 그의 하루하루를 기묘한 광기로 몰아갔었다. 그렇게 그에게 지옥은 죽음의 망각이 아닌 삶의 기억이었다.

그녀…도?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에게 빙긋 웃어보이며 다쓰 세리트는 발돋움해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그때 너에게 ‘기회’를 줬어. 네 기분을 아니까.”

그리고는 그를 지나쳐 열린 문간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잠시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오후의 정적에 귀기울였다. 허리를 굽혀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들고 문을 나서자 환하고 한가한 주변이 새삼 낯설었다.

다쓰 세리트가 갔을 광장 반대 방향은 쳐다보지 않은 채 그는 거리가 꺾어지는 곳을 돌아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를 찾으러 온
나이트 로어틸리아와 마주쳤을 때도 반응 없이 조용히 목례했다. 조금 있으면 필리스가 한 말의 의미가 다시 부딪쳐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의 정신은 고요했다. 마치 이 거리처럼.

잠시 건물 지붕을 시선으로 살피다 걸음을 옮기는 나이트 로어틸리아를 아를란은 말 없이 따랐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건물과 담벼락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공화국의 그림자 41화 – 아우터 림 (9부)

1304155208.html

요약

자락스는 쟈네이딘 왕녀를 해칠 동기가 가장 강한 것은 왕위를 향해 경합을 벌이고 있는 다룬 오르가나라고 추론하고, 얀은 나의 의원님은 그렇지 않아!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강하게 항의합니다. 자락스는 동의하며 그래도 다룬이 쟈네이딘을 스스로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어느 쪽이든 왕녀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그녀의 소재를 알아야 한다고 얀을 설득합니다. 얀은 결국 시장에서 헤어진 후에 왕녀의 뒤를 밟았던 일을 털어놓으며 공주가 우주선을 사거나 임대했으리라고 말합니다.

얀이 왕녀의 뒤를 밟았던 가게를 찾은 일행은 가게 주인에게 크레딧을 쥐어주며 공주가 어디로 갔는지 캐묻고, 마스터 티로칸과 왕녀가 공화국 경계를 벗어나는 항로를 택했다는 얘기를 듣고 쫓아갑니다. 많은 공격을 피하고 격퇴하며 전진하던 그들은 넬반 궤도전 때 로어틸리아와 린라노아가 싸운 적이 있고 자락스도 시스 시절에 안면이 있는 다쓰 쟈르넥의 맨티스의 기습을 받고, 포위당합니다.

항복하라고 다쓰 쟈르넥이 떠들거나 말거나(..) 포스 감각에 이상하게 거슬리는 존재에 온 정신을 집중한 로어틸리아는 보이지도 않고 기기에 포착되지도 않는 함선이 포위망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함선 중 하나인 ‘칼레나 할라크’의 모습이 눈앞에 스쳐갑니다. 함선명을 들은 린라노아는 센타레스 전투에서 전사한 나이트 칼레나 할라크의 이름을 알아보고, 다소 무리하게 포위망을 돌파한 일행은 칼레나 할라크호와 다른 보이지 않는 함선들의 도움으로 벗어납니다.

칼레나 할라크에 통신을 시도하자 린라노아가 반쯤 예상한 대로 나타난 것은 코루선트에서 무단 탈출했던 나이트 로크락. 일행의 질문에 로크락은 결국 따라오라고 얘기하고, 그들은 공화국 경계를 벗어나 세른피달 성역에 있는 행성에 착륙해 산에 숨긴 격납고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막 들어서는 마스터 티로칸과 쟈네이딘 공주와 떡하니 마주치고, 티로칸과 로어틸리아는 상당히 둘 다운(..)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일행은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들을 채비를 합니다.

감상

이제 캠페인도 마지막을 향해 갑니다. 나름 중요한 발견이 있는 날이었는데 제가 영 집중이 안 돼서 진행이 산만했던 점은 아쉽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후반기는 거의 자동 진행에 가까웠던 점도 아쉽군요. 확실히 미리 생각해두었던 대목과 참가자 선택을 조화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격납고는 묘사하면서 흥에 겨워(..) 쓸데없이 규모를 키운 것 같은데, 그냥 격납고 치고는 아담한 시설 정도로 고치도록 하죠. (‘어? 방금 전에 봤을 때하고 다른데?!’)

적어도 작년부터 생각하던 내용들이 이제 나오는 거라 좀 떨리네요. 함께 재밌게 끌어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참가자가 막막하지 않을 만한 상황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 우선 다음 화에 로크락부터 패서 진상을 알아내고(..) 잘 풀리면 우리끼리 얘기해보면서 캠페인 마지막을 향해 달려보죠. 로그 파일을 제공해주신 동환님께 감사드립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아느베이 계곡 전투

이번 플레이는 아카스트님과 1:1로 비스트 헌터 (Beast Hunters)를 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본편 25화~28화의 넬반 정치게임을 하던 때로, 넬반에 도착한 센이 늑대 부족과 합류한 이후 얘기입니다. 로그는 아카스트님에게 동냥해서 올리도록 하죠. (..)

요약

센과 늑대 부족 전사들은 아느베이 계곡에서 신토넥스 보급을 가로채려고 매복합니다. 너무 쉬워 보여서 렌은 함정을 의심하고, 센은 스스로 미끼를 물기로 합니다. 과연 계곡 바닥으로 뛰어내리자 경비 사이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마리(?) 시스. 센은 포스로 차를 던지며 강한 공세로 시작하고, 둘은 포스력을 겨루며 격한 전투를 벌입니다.

그러나 결국 주사위의 농간으로 상대는 센의 라이트세이버를 쳐내고 단투인에서 센이 난민을 공격했던 기억을 억지로 헤집으며 포스력마저 봉쇄합니다. 센은 상대의 다크포스에 저항하려고 하나 결국 세이버에 찔려 죽을 지경으로 심한 부상을 입고, 그런 그를 피신시키는 퇴각 과정에서 많은 부족 전사가 목숨을 잃습니다. 부족장의 보살핌을 받으며 깨어난 센은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려 애씁니다.

감상

주사위 때문에 좀 황당하게 끝난 모험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제 예산 5점짜리 시스가 굴림에서 이기더니만 결국 피해 주사위가 일격에 치명상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게임오버. 센은 목숨을 부지하려면 모험을 포기해야 했고, 모험의 목적이 부족과 정착민의 전투를 막는 것이었으므로 두 세력 사이에 국지전이 있었다고 서술했습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시간상으로는 그때쯤 끝나는 게 적당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주사위운 차이가 너무 나더군요. (주사위군! 엄마라고 편애하면 안 돼요!)

플레이 경험은 적어도 저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규칙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하나의 행동 유형 내에서도 할 수 있는 선언의 범위가 넓다는 느낌이었고요. 사냥꾼 (참가자) 서술이 도전자 (진행자)를 뿅 가게 할 정도로 멋지면 판정까지 가지 않거나 판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 헌터 공격 동작이 얼마나 멋진지 보고 AP를 제시하는 점 등이 규칙과 무관한 영역에서도 게임성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처럼 주사위가 편향되지 않으면 더욱 신나게 해볼 수 있겠더군요.

이번에 내보낸 시스는 그냥 쉽게 죽을 소모품으로 생각했는데 (그거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 의외로 거의 최저 레벨에 가까운 예산 5짜리 적도 아주 맹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이번 플레이로는 가늠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요. 어쩌면 그 혼돈과 예측불허성 자체가 판정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더욱 판정에서 빠져나올 방안을 많이 제시하고 있을지도요.

이 시스는 막상 돌리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이더군요. 경비를 이끌고 나타난 걸 보면 제이 톨란이 우선 떠오르지만 예리한 잔혹성이 톨란의 실용적인 폭력성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기본적으로  (부패) 군인 내지 경찰 체질인 톨란이라면 자기한테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부하를 베지는 않을 것 같고, 센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식으로 정신을 파고드는 공격도 톨란의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어요.

아군도 막 베는 건 다쓰 세데스 취미니까 그 아저씨인가도 싶긴 했는데, 저돌적인 5식 사용자인 다쓰 세데스 치고는 폭력성은 적었죠. 게다가 여성적 내지 중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피나인가도 싶었지만, 피나치고는 많이 조용했고요. 어쩌면 처음 등장하는 시스 로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페인 전개에 따라서는 본편에서 볼 수 있을지도요.

어쨌든 아카스트님 비스트 헌터 마루타 하고 주사위군에게 얻으맞느라 많이 고생하셨고요, 다음 주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뵈어요~

미니 외전: 표적

“센 테즈나라…”

후드의 그늘 밑으로 도톰한 푸른 입술이 날카롭고 고른 이빨을 살짝 보이며 미소짓는다. 홀로영상의 빛이 비친 얼굴 피부에는 푸른색과 흰색, 녹색과 노란색이 춤춘다.

“그가 하필이면 단투인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군요. 상당한 용기, 아니면 상당한 뻔뻔스러움일까요.”

홀로프로젝터 속에 있는 영상이 뭔가 질문을 던지자 한쪽 어깨가 매끈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으쓱거린다.

“아무렴… 반드시 데리고 돌아가지요.”

접시에서 과일 조각을 집어들어 먹으면서 긴 혀가 손가락에 남은 과일즙을 어루만지듯 핥아내고, 후드 밑의 눈은 홀로영상의 빛이 비쳐 순간 검게 빛난다.

[공화국의 그림자] To Kiss or Not to Kiss

1056419378.mp3

허상에서 진리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불멸로 인도하소서

브리하다라니아카 우파니샤드 I.3.28 中
(배틀스타 갤럭티카 미니시리즈 OST To Kiss or Not to Kiss 가사)

 

동트기 직전 차가운 잿빛 어스름 아래 제다이 회합장은 고요했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분주하게 깨어 움직이겠지만, 이 순간은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침묵 속에. 창턱에 기대어 앉은 남녀도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은 그 고독, 혹은 친밀감을 즐기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디부터 가는데?”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남자에게 편안히 등을 기댔다. 창턱에 등을 기대앉은 채 여자를 등뒤에서 감싸안은 남자는 둘이 함께 두른 갈색 제다이 로브를 꼭 여며주었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벽 바람에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지만, 어느 쪽도 추운 기색은 없었다.

“온데론이라고 했던가? 그 다음은 젤트로스, 암브리아… 보고와 명령 들어오는 거 봐서 움직여야겠지.”

“외우주 한 번 지겹게 구경하겠네, 알데란 귀족 도련님이.”

말하며 그녀가 무심히 기지개를 켜는 틈을 타 남자가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여자는 비명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황급히 줄이며 보복을 가했다. 결국은 같이 창밖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피하려고 진정해야 했지만. 흐트러진 로브를 다시 끌어올려 덮는 동안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윽고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우릴 떼어놓으려고 널 보내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그럴지도 모르지.”

조금씩 잿빛으로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내다보며 남자는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사람에 대한 집착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되고…”

그의 말에 여자도 합세하면서 둘은 동시에 말했다.

“두려움은 다크포스로 가는 길이니까.”

소리죽여 같이 웃다가 둘은 다시 침묵했다. 이윽고 여자는 가볍게 말했다.

“그럼 우리 비련의 연인 되는 거네?”

“같이 다크포스에 빠져서 공화국이라도 파탄내는 거 아냐? 스승님들 표정이 볼만하겠다.”

남자가 쿡쿡 웃으면서 로브가 흘러내려 드러난 하얀 어깨에 입맞추자 여자는 고개를 돌려 그의 입가에 가볍게 키스했다. 어쩌면 망설임과도 같은 긴 순간 끝에 둘은 입술을 포갰고, 검은 머리와 갈색 머리가 섞여 차가운 바람에 날렸다.

동쪽 하늘에 동이 터오면서 그런 두 사람을 눈부시게 비추는 동시에 코루선트의 수많은 지붕과 탑들의 그림자가 그들 위에 드리우며 정갈하고 검소한 방안으로 길게 손을 뻗었다.

 

“여긴 지독하게 춥다, 피나.”

홀로영상 속의 루바트는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모닥불에서 눈을 들었다.

“낮에는 이렇게 더운 곳이 밤에는 이렇게 추울 줄은 상상도 못했어. 여기는 생활마저 극단적이야… 자비란 없지, 날씨에도, 사람에게도.”

그는 잠시 카메라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보고 있었을 사막의 텅 빈 밤을 상상하며 피나틸리아는 가슴 한 구석이 가볍게 욱신거렸다.

“이곳의 실상을 보다 보면 정말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공화국의 정의가 공화국의 경계까지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로는.”

그가 한숨을 쉬자 하얀 입김이 홀로영상에 희미하게 보였다. 로브자락을 단단히 여미며 루바트는 말을 이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고는 있지만, 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은 걸 절감하게 된다. 내 힘이 얼마나 부족한지만 제대로 배우는 기분이야. 어쩌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공화국의 법과 질서를 퍼뜨리는 길은 제다이 몇이 뛰어다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돼, 답답할 때면.”

심각하던 표정이 갑자기 풀리며 그는 코웃음을 쳤다.

“동생놈은 온 우주를 구하려는 구세주 컴플렉스는 제다이 직업병이냐고 그러지. 언제 그 녀석 만날 일 있으면 나 대신 한 대 패줘, 피나. 그놈이야말로 진짜 잘난 척하는 귀족 도련님이거든.”

따스해진 얼굴을 마주보며 피나틸리아는 책상을 손으로 가볍게 치기 시작했고, 홀로크론 속의 루바트는 마치 들은 듯 미소를 지었다.

“저 정신없는 루바트 녀석, 부탁한 얘기는 어디다 팽개쳐두고 신세타령이냐고 생각하고 있겠지. D-489 방풍벽 곁에 있던 그 마을 얘기는 확인해 봤는데, 거기 갔던 건 나이트 티로칸이 맞대. 그때는 인간 남자도 같이 있었다더군. 아마 제자? 더 알아볼 거 있으면 얘기해줘.”

루바트는 손바닥에 입김을 불며 두 손을 비볐다. 눈빛에 근심이 드리운 것은 착각일까 피나틸리아는 무심히 생각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쓸 수가 없었다. 귓가에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만이, 머릿속에 들끓기 시작한 상념만이 현실감이 있었다. 홀로크론 속에서 이어지는 루바트의 말은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또 연락할게, 피나. 잘 지내고 있다고 모두에게 전해줘. 주무시는 척하면서 다 엿듣는 우리 스승님도 변함없이 정정하시- 악!”

카메라 범위 밖에서 나타나서 마치 공중부양한 것 같은 손이 루바트의 머리를 후려치는 모습을 피나틸리아는 무표정하게 지켜보았다. 네 녀석이 떠들어서 못 자고 있다는 마스터 모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동안 루바트는 고개를 싸쥐고 다시 카메라로 고개를 돌렸다.

“가볼게, 피나. 스승님이 언론 탄압을 하신다.”

딸깍 소리와 함께 홀로이미지는 하얗고 파랗게 번지며 사라졌고, 불분명한 말소리가 잠시 들려오더니 끊어졌다.

‘아무렇지도 않네…’

빈 홀로크론을 한참 쳐다보다가 피나틸리아는 천천히 홀로크론을 닫으며 일어섰다.

‘전엔 널 보면 그렇게도 애가 탔었는데.’

그에게 끌리고 같이 자고 싶은 마음은 곧 지나갈 기분이라는 것은 3년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굳이 실행으로 옮겨야 했을까. 그게 발단이 되어 그가 아우터 림을 전전하게 되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물론 그건 발단일 뿐, 1년 전의 재배치 제의를 루바트는 스승과 함께 거절했다. 어떤 종류의 지식은 사람을 바꿔놓게 마련이니까. 그래,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우습지? 부모라고 해도 얼굴도 모르는데.’

라이트세이버를 허리띠에 걸고 로브를 걸치는 동작은 마치 의례를 준비하듯 엄숙하고 정확했다. 문가에서 잠시 멈춰서서 피나틸리아는 방을 돌아보았다. 방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듯.

‘그런데도…’

공의회의 조용한 복도, 평생 살아왔으면서도 새삼 낯선 풍경을 지나치며 피나틸리아는 잃어버린 낙원을 생각했다. 금단의 욕망, 금단의 지식에 손을
뻗은 대가로 사라져간 낙원은 공화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소재였다.

‘후회하지 않아. 그때도, 지금도.’

멀리 있는 착한 친구의 좌절과 무력감도, 격류에 휩쓸린 자신의 존재도, 그 어느것도 그녀는 후회할 수조차 없었다. 어쩌면 외면했어야 할, 어쩌면 참았어야 할 그 수많은 의혹과 갈망들을.

‘무지와 불위로만 붙들 수 있는 낙원이라면…’

명상실 문앞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지켜선 파다완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나이트 티로칸을 뵙고 싶습니다.”

‘그런 낙원이라면 나는 필요없으니까.’

인사하며 비켜서는 파다완을 지나쳐 피나틸리아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거침없이 그 문턱을 넘어, 그 대가가 무엇이든 피하지 않을 진실을 향해.

 

예, 루바트와 피나틸리아 연인설(?)입니다. 첫 장면에서는 피나 18살, 루바트 22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3년 후 루바트의 죽음 즈음. 원래는 첫 장면까지만 쓰려고 했는데, 루바트가 죽어서 피나가 시스화한 전개가 아니라고 시위하느라 좀 부연하게 됐군요. 어째 글에 나올 때마다 남자를 달고 나타나는 피나는 만인의 연인 분위기? (..) 정말 애인이 만 명은 아닐까 걱정되는 아가씨입..

동환님의 외전 어느 아침하고는 피나의 모습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4살 연상인 루바트를 거리낌없이 ‘너’라고 부르는 태도만은 여전하지만), 이때 당시 티로칸이 나이트가 맞나 등 순서가 헷갈리는 데도 있으니 이상한 데가 있으면 서로 얘기해서 조절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피나가 22세 당시에 나이트였다면 좀 이른 감도 있긴 하지만 그건 천재라서 통과! 라든지..

공화국의 그림자 40화 – 아우터 림 (8부)

1243498550.html


요약

알사피에 도착한 제다이 일행은 궤도 터미널에서 피나틸리아를 본 것 같다는 아를란의 보고를 받습니다. 본인은 아마 잘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게다가 알데란발로 왔다는 말에 일행은 피나틸리아와 다룬 오르가나의 협력을 의심하게 됩니다. 로어틸리아는 지역 뉴스에서 시장 행상이 듀로스 노인과 허브 가격을 두고 다투었다는 기사를 보고 스승 마스터 티로칸이 쟈네이딘 일행 왕녀 일행에 있었던 것을 생각해 시장에 가보기로 합니다.

폭발이 있었던 광장을 먼저 살핀 제다이들은 사건의 포스 인상, 사건을 보았던 꼬마의 증언과 기억 등으로 왕녀 일행에 있던 제다이 중 둘이 부상당한 쟈네이딘 왕녀를 데리고 피했다는 사실을 재구성합니다. 시장에 들른 그들은 폭발이 있기 전날 마스터 티로칸이 로레틸리아인가 누군가 하는 조그만 여자하고 시장 중앙로 쪽으로 갔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스승 덕에 이상한 데서 유명해지는 틸..(..))

왕녀 일행에 있던 제다이 알로스 자르트레인과 조우한 일행은 왕녀 일행이 숨어있는 선박 ‘래비린스’로 가서 부상당해 누워있는 ‘왕녀’를 보게 되지만… 부상자는 쟈네이딘 왕녀가 아닌, 그녀의 대역을 하던 나이트 니아 산레스였습니다. 쟈네이딘은 공격이 있기 전날 마스터 티로칸과 함께 사라졌으며 그들과 대동했던 경호원 얀 타빈이 혼자 돌아왔다는 설명.

얀은 현재 구금 상태이지만 대답을 거부하고 있다고 또 다른 제다이 라이나 리소넬이 설명합니다. 게다가 정신을 포스로 읽을 수 없는 반응과 암시 훈련을 해서 포스로 정신을 파괴하지 않는 한 읽을 수조차 없게 되어 있다고 말이죠. 자락스는 얀을 데려와달라고 부탁하고, 그의 자발적인 증언을 듣고자 설득을 시작합니다.

감상

공화국의 그림자도 어느새 40화입니다. 지금까지 한 ORPG 중 제일 횟수가 많았던 게 42화까지 한 언더월드 3기였는데, 그건 원칙적으로 주마다 2화씩 하는 캠페인이었죠. 첫 화가 작년 1월이었으니 이제 1년 넘어간다는 얘긴데, 저는 이렇게 오래 해본 캠페인은 처음이네요. 그것도 지금까지 모두 같은 인원이라니 감개무량! (혼자 감격)

이번 화에는 외전 왕녀의 도박에 나온 요소들을 써먹은 점이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소설과 놀이가 머리속에 엮여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느낌이었달까요. 등장인물 간의 인연이 얽히고 섥히는 모습도 재미있고요. 린라노아는,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센도 그런 게 부족한 점은 아쉬운데, 대신 센은 약간 스케일이 다르게(?) 얽히는 데가 있으니까 린라노아도 센과 코티에르와의 질긴 연을 통해 캠페인의 중심 줄기에 연관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얀이 받은 같은 포스 저항 훈련은 어차피 정신을 포스로 파괴하면서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으므로 한 마디로 시스에 대해서는 큰 소용이 없습니다. 파괴 과정에서 정보 손실과 혼란은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저항이 되지만, 포스가 강하고 운용이 정교한 상대일 수록 효용은 적어집니다. 아를란 급이라면 시도하다가 자기 정신이나 파괴하지 않으면 다행, 다쓰 프리아트라면 6~70% 정도는 정확하게 회수, 다쓰 세데스라면 분노에 미쳐서 마구잡이로 하면 5% 미만이고 제대로 한다면 8~90%, 다쓰 세리트라면 아마 95% 이상 정확하겠죠.

다시 말해 얀이 받은 훈련은 거의 제다이 대항용입니다. 그래서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효용이 적어서 공화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심지어는 제다이 대항용이라 해도 제다이가 마음 독하게 먹고 타락할 작정하면 까짓 못할 것 없으니 정보를 감추는 효용은 더욱 적죠. 아마 원래는 포스 능력자에게 잡히자마자 정보를 읽히는 걸 막고 기회를 봐서 목숨을 끊거나 탈출하는 시간 벌기용이었겠지만, 얀은 적에게 잡힌 게 아니어서 그러기도 애매한 위치기도 하고요.

정보 전달 면에서는 약간 혼란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이건 다 동환님이 너무 고차원적인 탓 전개에 진척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즐거웠습니다. 다음… 아니, 이번 주 플레이도 재밌게 해봐요!

공화국의 그림자 39화 – 아우터 림 (7부)

1115683200.html

요약

기지에서 돌아온 후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자락스가 그녀의 스승 나이트 에카테스를 죽인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처음부터 알았느냐는 자락스에게 린라노아는 그때 이후 당신이 얼마나 변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지켜보겠다고 말합니다.

로어틸리아는 수색대의 데렌 펠드워크를 죽이려고 했던 라우프를 심문해서 그가 첩자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데렌이 낌새를 채자 기지의 혼란을 틈타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것이죠. 제다이 일행은 첩자가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생길 분란을 피하고 라우프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그를 단투인으로 이송하기로 합니다.

모카 사란의 집에 초대받은 제다이들은 그들이 떠난 후 넬반이 어떻게 될지 하는 모카의 걱정에 정착민들과 넬바니안들은 협력해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그리고 늑대 부족의 넬바니안들이 정착촌에 들어와 습격을 모카의 집앞에서 제다이들을 위해 송별의 의식을 행합니다. 다음날 제다이 일행이 탄 ‘카프리콘’은 성대한 전송을 받으며 넬반을 떠나갑니다.

감상

드디어 넬반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제목상으로는 아우터 림으로 넘긴지 꽤 됐지만, 뭐 넬반 마무리 부분도 아우터 림 편의 일부로 칠 수 있겠죠. 이번에는 주로 정서적인 내용이 주체가 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끌던(..) 자락스와 린라노아의 갈등도 이제 어느 정도 매듭지었고, 제다이 일행이 넬반에 일으킨 변화도 최종적으로 정리한 것 같군요.

넬반 편은 시작하기 전에 한 예상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하긴 또 그런 예상은 보통 틀리기도 하지만요. 원래는 넬바니안 부족 내의 정치적 상황과 정착민들과의 갈등이 중점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센이 넬반 전에 빠지기도 했고 아카스트님의 설정 속에 있는 늑대 부족은 저로서는 종잡기 어려운 면도 있어서 (집단 생활을 하면서 정치 생활이 없는 지능체의 삶은 어떨지 잘 상상이..) 결과적으로 정착민 위주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참가자분과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반면 꽤나 흥미로운 플레이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 게임을 통해 갈등의 경과와 넬반에 있는 각 정치 세력의 행방이 드러났던 점이 넬반 편의 틀을 잡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늑대 부족이 정치 세력 중 하나로 등장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제가 늑대 부족 안 해도 돼서 더욱..(..))

넬반을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참가자분들에게 감사하고요, 캠페인의 마지막을 향해 모두 힘내봅시다!

공화국의 그림자 38화 – 아우터 림 (6부)

1065492505.html


요약

로어틸리아는 신토넥스 기지에서 나왔다가 남은 대원이 있다는 보고를 듣고 다시 들어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건물이 폭발하기 전에 되도록 기지에서 멀어집니다. 한편, 무너져가는 건물과 화염에 맞선  린라노아는 자신을 구하다 죽은 스승과 다쓰 세데스와 혼자 맞선 베오나드 코티에르를 떠올리며 갖힌 대원들을 구해냅니다.

자락스는 파이프에 깔린 채 자신을 두고 가라는 대원 브레아스에게서 루바트 오르가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구출을 시도하다 자신과 대원 둘다 기름을 뒤집어써서 금방이라도 타죽을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서도 두고 가기를 거부합니다.

로어틸리아는 혼란을 틈타 다른 대원을 블래스터로 쏘고 버려두려고 한 대원의 음모로 생매장당할 뻔하고도 둘 다 구출해서 데리고 나옵니다. 같은 시간, 자락스가 있는 구역에서부터 불길이 번지자 린라노아는 불길을 피해 대원들을 출구로 가는 갈림길로 인솔한 후, 같이 나가는 대신 자락스가 갔던 구역 쪽 갈림길로 들어가 천장과 벽을 일부 무너뜨려서 불길과 자신의 퇴로를 막습니다.

한편, 자락스는 자신과 브레아스를 덮쳐오려는 화염을 포스로 밀어낸 후 파이프에 깔린 브레아스의 다리를 자르고 그를 빼냅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만세!) 그리고 부축해 나오다가 린라노아와 마주치고, 그녀의 스승을 죽였던 일을 마침내 기억해냅니다. 두 사람은 브레아스를 함께 구출해 밖으로 나오고, 제다이 일행과 구출한 대원들은 아를란이 모는 화물차를 타고 기지 폭발 전에 탈출합니다.

감상

정말 판정에 오롯이 바친 한 화였습니다. (..) 판정의 성격상 내용은 비교적 풍부했던지라 별 불만은 없지만요. 이걸로 넬반을 떠나는 건 다음 화가 되겠네요. 기왕 예상보다 한 화 늦어진 김에는 느긋하게 하면서 제대로 마무리짓고 이후의 복선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판정 부분은 대체로 극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린과 자락스는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위기가 서로 잘 맞아떨어진 느낌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내면과 외면이 함께 가는 드라마가 제일 재미있죠. 로어틸리아는 감정적 내용은 덜했지만 대신 범죄 스릴러물 (?). 자락스와 린라노아의 그 끝도 없이 안 터지던 갈등도 이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면

린라노아의 선택

참고로 아카스트님하고 얘기한 린라노아의 선택을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ORPG상에서는 서로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늘 확실하지는 않아서 제가 이해한 바를 그림으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이 그림에서 파란 화살표가 대원들의 탈출 경로, 보라색 화살표가 린라노아의 경로입니다. 빗금친 부분은 린라노아가 천장과 벽을 무너뜨려 불길을 막은 지점이고요. 즉, 충분히 대원들과 함께 파란 화살표 경로대로 바로 탈출할 수 있었는데 대신 자락스가 있는, 화재가 난 D-8 구역으로 향했다는 것. 가운뎃길 (출구 반대편)은 C-9과 D-8 구역으로 각자 갈라지기 전에 둘이 같이 달려온 경로일 테고요.

이번 플레이 중 무너지는 천장, 깔린 대원 딜레마 등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아카스트님께 감사합니다. 제일 구박받는 우리 팀 막내도 쓸모가 있군요 캬캬(?) 이방인님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자락스라는 인물의 성격과 과거에 맞는 드라마틱한 RP를 잘 해주시고, 동환님은 논리적인 상황판단과 인물 개성을 잘 살리는 RP가 돋보입니다. 모두 다음 플레이에 봐요~

공화국의 그림자 37화 – 아우터 림 (5부)

1168496878.html


요약

로어틸리아와 린라노아는 넬반에 착륙해 자락스와 합류합니다. 서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알리는 동안 린라노아는 자락스를 통해 코티에르의 죽음을 재확인합니다. 아를란은 엉겁결에 자락스가 린라노아의 스승 나이트 에카테스를 살해한 일을 언급하고, 자락스는 그게 무슨 말인지 추궁하지만 린의 도주로 갈등은 다시 불발. (이거 영영 터질 일이 있으려나요..(..))

일행은 궤도 봉쇄가 풀리면서 다시 작동하는 외부 통신을 통해 쟈네이딘을 찾으러 온 알데란 시찰단이 하이퍼스페이스 게이트에서 내리자마자 격추당했고, 그 때문에 트리노 의원이 병력을 집결하는 등 아우터 림의 긴장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룬 오르가나가 왕녀의 실종 건으로 공의회를 다시 압박한다는 소식에 자락스는 다룬을 의심하고, 로어틸리아의 스승 마스터 티로칸 역시 쟈네이딘 왕녀와 있었다가 소식이 없는 것이 밝혀집니다.

한편, 신토넥스 본부에 남아있던 용병 역시 넬반을 뜨더니만 쿠비 태양계를 벗어납니다. 또한, 다쓰 세데스로 추정되는 인물이 (근거 1: 폭발에 휘말린 듯 꼴이 엉망이다. 근거 2: 눈에 띈 사람은 다 죽었다.) 푸른 산의 동굴에서 탈출해 행성을 떠난 보고도 들어옵니다. 일행은 단투인 제다이 회합을 통해 쟈네이딘 왕녀가 실종된 행성인 알사피에서 짤막한 지원 요청을 받고, 떠나기 전에 마지막 위험까지 제거하고자 신토넥스 본부를 마지막으로 수색하기로 합니다.

과연 기지는 비었지만 수색대원 중 하나가 자료실에 설치된 함정을 건드려서 자료실에 화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자료실 화면에는 다쓰 세데스의 얼굴이 나타나서 자락스를 비웃습니다. 그가 코티에르를 어떻게 죽였는지 자랑하자 자락스는 모니터를 부숴버리고, 모니터 뒤에 시한폭탄을 발견합니다. 이것까지 터지면 발전소 연료 탱크에 불길이 옮겨붙어 건물이 그대로 날아갈 판에 대원 여덟 명이 갇혀서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달려갑니다.

같은 시간 로어틸리아는 피나틸리아의 옛 사무실이 자료를 뒤지느라 난장판이 된 것을 발견합니다. 다쓰 세데스의 다크포스 기척이 남은 사무실을 조사하면서 그녀는 그가 세른피달 성역의 선박 실종 사건과 그림자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감상

이번 화는 꽤 즐거웠습니다. 캠페인 마지막을 향한 포석을 하나하나 놓아가는 기분이 떨리면서도 즐겁군요. 물론 저는 상황을 준비했을 뿐 결과는 모르고, 모든 것을 밝히고 나서 심판을 내리는 건 주인공, 정확히는 참가자의 몫이겠죠.

주인공 일행이 기지 탐사를 하러 갈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 기지 부분은 100% 즉흥이었는데, 뭐 언제는 즉흥 아니었다고 또 예상치 못한 선택 상황이 생겨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너무 오래 끌지 않으려면 동환님 제안대로 세 사람이 각자 다른 판정으로 4d6 + 4d10에 대항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의 판단에 따른 효과를 주면서 반응하는 과정이야말로 진행의 재미겠지요. 그런 재미를 선사해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리고, 다음 설날 특집 플레이도 기대하겠습니다.

추신: 이걸로 지난 주말에 한 플레이는 다 정리한 것 같네요. (많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