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아느베이 계곡 전투

이번 플레이는 아카스트님과 1:1로 비스트 헌터 (Beast Hunters)를 했습니다. 시간상으로는 본편 25화~28화의 넬반 정치게임을 하던 때로, 넬반에 도착한 센이 늑대 부족과 합류한 이후 얘기입니다. 로그는 아카스트님에게 동냥해서 올리도록 하죠. (..)

요약

센과 늑대 부족 전사들은 아느베이 계곡에서 신토넥스 보급을 가로채려고 매복합니다. 너무 쉬워 보여서 렌은 함정을 의심하고, 센은 스스로 미끼를 물기로 합니다. 과연 계곡 바닥으로 뛰어내리자 경비 사이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마리(?) 시스. 센은 포스로 차를 던지며 강한 공세로 시작하고, 둘은 포스력을 겨루며 격한 전투를 벌입니다.

그러나 결국 주사위의 농간으로 상대는 센의 라이트세이버를 쳐내고 단투인에서 센이 난민을 공격했던 기억을 억지로 헤집으며 포스력마저 봉쇄합니다. 센은 상대의 다크포스에 저항하려고 하나 결국 세이버에 찔려 죽을 지경으로 심한 부상을 입고, 그런 그를 피신시키는 퇴각 과정에서 많은 부족 전사가 목숨을 잃습니다. 부족장의 보살핌을 받으며 깨어난 센은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려 애씁니다.

감상

주사위 때문에 좀 황당하게 끝난 모험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제 예산 5점짜리 시스가 굴림에서 이기더니만 결국 피해 주사위가 일격에 치명상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게임오버. 센은 목숨을 부지하려면 모험을 포기해야 했고, 모험의 목적이 부족과 정착민의 전투를 막는 것이었으므로 두 세력 사이에 국지전이 있었다고 서술했습니다.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시간상으로는 그때쯤 끝나는 게 적당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주사위운 차이가 너무 나더군요. (주사위군! 엄마라고 편애하면 안 돼요!)

플레이 경험은 적어도 저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규칙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하나의 행동 유형 내에서도 할 수 있는 선언의 범위가 넓다는 느낌이었고요. 사냥꾼 (참가자) 서술이 도전자 (진행자)를 뿅 가게 할 정도로 멋지면 판정까지 가지 않거나 판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 헌터 공격 동작이 얼마나 멋진지 보고 AP를 제시하는 점 등이 규칙과 무관한 영역에서도 게임성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처럼 주사위가 편향되지 않으면 더욱 신나게 해볼 수 있겠더군요.

이번에 내보낸 시스는 그냥 쉽게 죽을 소모품으로 생각했는데 (그거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 의외로 거의 최저 레벨에 가까운 예산 5짜리 적도 아주 맹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이번 플레이로는 가늠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요. 어쩌면 그 혼돈과 예측불허성 자체가 판정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더욱 판정에서 빠져나올 방안을 많이 제시하고 있을지도요.

이 시스는 막상 돌리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는 인물이더군요. 경비를 이끌고 나타난 걸 보면 제이 톨란이 우선 떠오르지만 예리한 잔혹성이 톨란의 실용적인 폭력성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기본적으로  (부패) 군인 내지 경찰 체질인 톨란이라면 자기한테 부딪혔다는 이유만으로 부하를 베지는 않을 것 같고, 센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식으로 정신을 파고드는 공격도 톨란의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어요.

아군도 막 베는 건 다쓰 세데스 취미니까 그 아저씨인가도 싶긴 했는데, 저돌적인 5식 사용자인 다쓰 세데스 치고는 폭력성은 적었죠. 게다가 여성적 내지 중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피나인가도 싶었지만, 피나치고는 많이 조용했고요. 어쩌면 처음 등장하는 시스 로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페인 전개에 따라서는 본편에서 볼 수 있을지도요.

어쨌든 아카스트님 비스트 헌터 마루타 하고 주사위군에게 얻으맞느라 많이 고생하셨고요, 다음 주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뵈어요~

미니 외전: 표적

“센 테즈나라…”

후드의 그늘 밑으로 도톰한 푸른 입술이 날카롭고 고른 이빨을 살짝 보이며 미소짓는다. 홀로영상의 빛이 비친 얼굴 피부에는 푸른색과 흰색, 녹색과 노란색이 춤춘다.

“그가 하필이면 단투인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군요. 상당한 용기, 아니면 상당한 뻔뻔스러움일까요.”

홀로프로젝터 속에 있는 영상이 뭔가 질문을 던지자 한쪽 어깨가 매끈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으쓱거린다.

“아무렴… 반드시 데리고 돌아가지요.”

접시에서 과일 조각을 집어들어 먹으면서 긴 혀가 손가락에 남은 과일즙을 어루만지듯 핥아내고, 후드 밑의 눈은 홀로영상의 빛이 비쳐 순간 검게 빛난다.

4 thoughts on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아느베이 계곡 전투

  1. orches

    다른 pc들에게처럼 센에게도 멋진 추격자이자 반쪽이자 대립자가 생기는 거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러고보면 플레이를 하다가, (본래 예정과는 다르게) 1회용으로 쓰고 버릴 말에서 준조연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ps. 로키님과 플레이를 같이 하거나, 플레이를 관전하면서 느낀 건데요. 주사위군은..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듯. 센스쟁이 주사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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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살아남으면 승격한다는 적자생존 시스템일지도요..(..) 이번 플레이에서처럼 이겨서 살아남든, 아를란처럼 안 죽고 어떻게든 버텼든 말이죠.

      어떻게 보면 규칙이 주사위가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극적인 쪽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도 싶어요. 운에 따른 편차가 크긴 하지만, 적어도 헌터 측은 일정량의 AP를 받게 해서 그 편차를 좀 줄이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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