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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미우 구하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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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먼 스페이스 (Transhuman Space) 배경으로 미딕 (Mythic) 규칙을 사용한 플레이를 해보았습니다. 주인공은 다음 두 명입니다.

새끼고양이

냐~

하나는 지능 향상 아기고양이 미우, 또 하나는 현재 미우의 뇌에 이식된 인공 지능 이식물입니다. 정말 하드 SF나 동화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은 엉뚱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설정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베트남의 한 실험실에 있던 지능 향상 고양이 미우 (처음 시작했을 때는 ‘키티’)가 낯선 차에서 깨면서 시작합니다. 머리는 아프고 눈앞에는 느닷없이 인터페이스 디스플레이가 보이는 키티가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차량에 폭탄이 설치된 것이 발견되면서 모두가 대피해서 나옵니다.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키티가 머뭇거리자 강제로 몸을 조종해서 공항으로 도망시키지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티엔 바 딘. 태평양 전쟁 참전용사로, 고도의 지능과 자아 개념을 갖춘 인공 지능인 그는 키티에게 멋대로 미우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 뒤 환태평양 사회주의 연합의 이념과 미우 자신의 생명을 위해 유럽 연합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우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유럽 관광객 가족을 발견해 데려가 달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세관에서 압수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미우는 도망쳐서 비행기 하나로 몰래 숨어들지만 미우를 쫓는 사람들은 비행기 이륙을 멈추고, 다시 뛰쳐나와서 출발 직전인 유럽 연합행 비행기를 발견해 화물칸이 닫히기 직전에 뛰어듭니다. 마침내 무사히 유럽 연합으로 향하게 된 미우는 티엔이 틀어주는 군가를 들으며(?) 잠이 듭니다.

재밌게 한 플레이였지만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특히 진행자 없이 돌리다 보니 하나하나 질문하고 판정하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죠. 그런 면에서 진행자를 포함한 서술권의 확실한 역할 분배는 시간 절약의 이점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누군가 권한을 가지고 서술한 것에 수정이나 추가하는 것과, 어떤 상황이 나왔는데 어느 쪽에도 서술권이 없어서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나 처리 시간 면에서 크게 다르니까요.

그래서 돌아가면서 한 장면씩 진행을 하고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가할 것이 있을 때만 미딕의 상황 판정 규칙을 사용하는
것도 제안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이의나 추가의 빈도에 따라서는 사실상 전통적 진행자 구조와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요즘 생각하는 것인데, 전에 판정 스트레스 글에서 썼듯 가상현실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규칙과 극적 현실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는 규칙의 차이입니다. 전자는 어떤 결과를 바라면서 판정을 하되 그 가상현실의 물리 혹은 논리 법칙에 대비해서 성공 여부를 판정하고, 후자는 물리나 논리 법칙과 상관없이 판정 성패는 극적 결과를 정하고 물리적, 논리적으로는 참여자가 모두 공감만 하면 괜찮은 방식이 보통인 것 같습니다.

미딕은 판정의 극적 의미와 상관없이 그 판정의 논리적 확률에 비교해서 판정한다는 점에서 가상현실 표현이 기반인 규칙입니다. 그러한 논리 확률과 바라는 극적 결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판정 스트레스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보면 모든 가상현실 판정과 다르지 않죠. 또 미딕에서는 그 확률을 참가자가 스스로 정한다는 면에서 바라는 극적 결과가 일어나게 확률을 높이는 압력과 자신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확률에 맞추는 압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우가 화물칸에 뛰어드는 판정은 확률상 굉장히 어려웠지만 저와 승한님 둘 다 성공을 바라는 판정이었는데 거의 실패할 뻔했었죠. ‘미우가 무사히 탈출한다’하고 ‘미우가 실패해서 잡혀 죽는다’하고 극적 만족감 면에서 동등할 리가 없는데도 가상현실을 엄격하게 따라가자면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가상현실 판정의 근본적인 모순이 아닌가 합니다.

반면 장점이라면 실패하면 해악이 따른다는 긴박감, 그리고 참가자가 예상하고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의외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두 가지는 다른 방법으로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요즘 나오는 규칙이 흔히 그렇듯 미딕도 완전히 가상현실에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판정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극점수가 그 대표적인 예죠. 실제로 미우가 화물칸에 뛰어드는 판정도 극점수를 소모해서 간신히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극점수와 같은 규칙은 이처럼 가상현실과 극적 욕구의 괴리를 어느 정도 좁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판정 외에 미딕의 다른 일면은 재미있게도 전혀 가상현실이 아닌 극적 현실 제조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작위 사건이 발생할 때면 주사위를 굴려서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 적수에 대한 신뢰’라든지 ‘새로 등장할 인물: 법적 방해자’ 등 새로운 상황을 무작위로 제조합니다. 이건 확률을 조작하는 규칙 없고, 앞뒤를 봐서 논리가 맞지 않으면 다시 굴려도 된다는 점에서 판정이라기보다는 생각을 자극하는 창의적 제약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이 미딕을 사용한 첫 플레이에 대한 제 감상입니다. 2부에서는 미우의 이야기를 완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재밌는 플레이 함께 해주신 승한님께 감사드립니다~

거울의 숲

사라 화이트 호스 8월 4일 플레이 저널입니다.

나가는 길을 제대로 찾았나 싶더니 또 거울이 앞을 가로막는다. 멈칫하자 눈앞의 여자, 그리고 복도에 줄지은 수많은 잔영도 일제히 걸음을 멈춘다.

“이쪽입니다, 여사님.”

존의 정중한 안내를 받아, 거울에 눈이 혼란스러워 미처 보지 못했던 길로 방향을 튼다. 옆의, 왼쪽의, 뒤편 오른쪽의 사라도 모두 일사불란하게. 그중 하나가 조금 늦게 움직인 건 착각일까? 돌아보아도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만화경에 갇힌 기분. 가까워 보이는 것은 멀고, 왼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른쪽이다. 자신의 얼굴이 어디서나 자신을 지켜보는 이곳에서 보이는 그대로인 건 아무것도 없다.

거리 감각도, 방향 감각도 혼란시키는 거울의 연속 속에서 하마터면 거울 하나를 들이받을 뻔하다가 가까스레 손을 내밀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잠시 손을 마주댄 채 거울 속의 여자를 마주본다. 뒤로 묶은 긴 검은 머리, 넓은 이마와 높은 광대뼈, 조그마한 턱에 작게 다문 엄숙한 입. 값비싸고 수수한 정장 위에 현대적으로 해석한 전통 문양 숄을 세련되게 걸친 모습이 낯설고 낯설다.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어?’

거울의 숲에서 마주친 이름없는 여자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거야? 사실 그건 네 탐욕에 붙인 그럴싸한 이름 아닐까?’

여자는 아무 대답이 없다. 어둑한 조명 속에 두 눈은 무표정한 검은 웅덩이. 시야의 구석구석에서 똑같은 얼굴이, 똑같은 표정이 그렇게 마주본다. 보고 싶은 것만 비춰주는 일그러진 욕망의 허상처럼.

“여사님?”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몸을 돌리자 밤의 파도처럼 검은 머리가 일렁이는 거울과 거울 사이로 열린 출입문을 잡고 선 존의 모습이 보인다.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가 존에게 작게 끄덕이며 문을 통과한다. 버려진 슬픈 잔영 하나가 거울에 한 손을 대고 지켜보고 있을까. 그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그 상상에서 도망치듯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거울 속에 갇힌 채 자신의 허영에 눈을 현혹당하는 공간이 아닌–아니라고 생각해야 견딜 수 있는, 시카고의 탁 트인 거리로.

따뜻한 것들의 기억

사라 화이트 호스 7월 25일 플레이 저널. 그날 플레이에 흡혈 장면이 있어서 그 부분을 확장해본 것입니다. 살짝 외설적인 부분도 있지만, 너무 약간이어서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신경도 안 쓰시리라 믿습니다. (음?)

온기.

입안을 가득 채워오는 피를 삼키며 사라는 그 그리운 따뜻함에 자신을 내맡겼다. 평상시에는 얼마나 갈망해 왔는지도 미처
모르다가, 흡혈의 순간이 되면 모든 감각과 존재 자체를 함몰하듯 덮쳐오는 생명의 온기… 그 짜릿한 감미로움은 차디차게 죽은
신체에, 잿빛으로 메마른 정신에 촉촉하게 퍼지면서 존재 자체를 감싸고 회복시켰다.

방해가 되는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내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목에 송곳니를 살짝 더 깊이 밀어넣자 사내는 미미한 고통으로
더욱 강렬해진 쾌감에 신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감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다시 한 번 달콤한 온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목으로 넘어갔다.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생생한 감각의 향연과 함께 기억 또한 덮쳐왔다. 손끝, 발끝까지 퍼지는 따스함 속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주고받던 술병의 뜨거운 취기와 웃음이, 얼굴 없는 연인과 어둠 속에서 주고받던 애무와 속삭임이, 친지들과
배불리 먹던 고기의 포만감이 있었다. 생명의 온기를 조금 훔치는 이 순간이야말로 그녀가 잠시라도 ‘살아있는’ 시간이면서 평소의
거짓 삶에 무엇이 빠졌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달콤한 고통. 그 기쁨과 상실감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흘렸을 것이다.

어느 순간 사내가 정신을 잃었는지 그녀의 고개를 끌어당기던 손가락이 풀리면서 손이 축 늘어졌다. 배불러서 나른해진
움직임으로 사라는 남자의 무게를 지탱하고 지저분한 골목 벽에 천천히 기대어 앉혔다. 정신을 잃었으면서도 사내의 표정은
만족스러웠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여자한테 차이기라도 한 것 같은 그에게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까. 몽롱해진
정신은 어떤 꿈, 혹은 기억을 헤매고 있을지. 배를 채운 맹수의 관대함으로 사라는 사내의 살짝 창백해진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냥 두고 갈 수도 있었지만 술을 마신 데다 피를 잃었으니 밖에서 자면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강도에게 당할 수도
있고… 사라는 아쉽게 입가를 닦고 손등에 묻은 식어가는 피를 빨아낸 후, 남자의 목을 핥아서 핏자국과 상처를 지웠다. 약간의
땀과 사람마다 다른 체취, 싸구려 애프터셰이브 냄새는 불쾌하다기보다는 거의 애틋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녀는 약간 비틀거리며 남자를 부축해서 좀전에 나온 문으로 바로 데리고 들어갔고,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인 바텐더에게
떠넘기듯 의자에 앉혀 카운터에 엎어놓았다. 카운터에 내려놓은, 웬만한 택시비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의 지폐에 한결 부드러워지는
바텐더의 표정을 확인하고 사라는 거리로 나섰다.

찬 공기가 얼굴에 부딪치면서 취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고, 걸음이 약간 꼬이자 거침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카고의 거리를
휘몰아치는 밤바람에 옷과 머리가 휘날리는 기분이 좋았고, 술에 취해 밤거리를 걷는 여자를 흘끔거리는 눈길이 좋았다. 도시의
수많은 조명에 가려 별조차 보이지 않는 하늘이, 거리에 스쳐가는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몸 안을 감도는 훔친 생명의 온기가…

갑자기 옆에 주차된 차의 전조등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면서 경적이 한 번 울렸다. 놀라서 돌아보자 바람이 얼굴에 가득
부딪치면서 머리가 뒤로 날렸다. 존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이면서 다시 머리가 어질해졌고, 강한 바람과 취기에 사라는 약간
비틀거렸다. 존이 다가와 그녀를 붙들어주었다.

“이런… 좀 마시셨습니까, 여사님?”

그녀를 부축하듯 차에 태우는 존에게 사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집으로 가요, 존.”

“예.”

자세를 고칠 기운도 없이 뒷좌석 구석에 구겨지듯 앉아 사라는 마신 피의 상쾌한 열기가 차차 식어가면서 다시 잿빛으로
차갑게 바래가는 세상을 느꼈다. 존재하되 살아가지 않는 기나긴 시간, 감각과 감정의 강을 헤엄치는 대신 먼발치에서 부럽게 지켜만
보는. 창밖으로 번져 흐르는 어둠과 불빛의 선들을 지켜보다가 그녀는 시트에 얼굴을 묻었지만, 끝내 눈물은 흘리지 못했다.

시카고의 불빛

사라 화이트 호스 7월 12일 플레이 저널입니다. 시카고 2007 태그는 있는데 관련글이 빈약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쪽에도 올립니..(퍽퍽) WoD나 뱀파이어를 잘 몰라서 스스로 이해를 돕고자 써보는 글이기도 하고요. 정말 오랜만에(?) 전혀 외설이 없는 글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불빛은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갔다. 사라는 창을 내린 채
기분 좋은 바람에 머리가 날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머릿속까지 이렇게 간단하게 시원해지면 좋겠지만, 그건 기대하기 어렵겠지. 야경을
지켜보며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제2의 카지노를 지으려는 계획과 물밑 교섭, 이 문제를 피해버리려는 오바마 의원의 태도,
인빅투스의 개입 가능성, 카르시안이 줄 수 있는 도움의 한계…

‘쉽지 않네…’

그녀는 좌석에 등을 기대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커브넌트의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인데도 인빅투스에 지레 겁먹고 도전을
피하려 드는 카르시안들의 모습도 답답했고, 그렇다고 인빅투스를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신경쓰이지 않을 수도 없었고…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은 일이었다.

‘뭐, 정말 답답하고 소심한 건 나겠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언제나 함께하는 고통의 기억이 있는 한.

귓가에 울리던 총성과 비명. 갑작스런 정적 속에서 항복하면 살려줄 테니 나오라고 권고하던 병사들, 그리고 벌벌 떨며 손을
들고 숨은 곳에서 나가자마자 몸을 찢고 들어오던 총알의 충격, 쓰러진 몸을 칼날의 이불처럼 감싸던 그 끔찍하게 차갑던 눈밭-

“괜찮으십니까, 화이트 호스 여사님?”

존의 목소리에 사라는 흠칫하며 푹신한 좌석과 창밖으로 지나가는 야경으로 되돌아왔다.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짧게 끄덕이며.

‘다시는 안 돼…’

그 옛날의 굶주림과 추위. 죽음. 모두 힘이 없던 무기력의 소산. 마음과 각막에 새긴 채 날마다 그녀를 채찍질하는 기억…
그리고 그것을 옛날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과거로 기억하는 이상 과거의 재현을 막는 것도 그녀의 책임이었다. 낮 동안 있던 일들을
보고하는 존에게 귀기울이며 그녀는 그 결심을 다지고 또 다졌다.

샤보나 땅 매매 건이라는 큰 사건에 견주면 대단하달 일은 없었지만, 하나 작지만 눈에 띄는 소식은 있었다.

‘승진했단 말이지?’

경찰 경력이 시작되자마자 끝날 뻔한, 그 겁에 질렸던 신참내기를 떠올리며 사라는 살짝 웃음 지었다. 승진을 조금 도와주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결국에는 모두 영향력의 그물 문제였으니. 누가 누굴 알고, 또 누구는 전에 누가 들어준 부탁이 있어서
갚아야 하고. 인빅투스의 거대한 계획과 음모들에 비하면 레이더망 밑에서 잠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인간관계의 선들은 때로 작아도 확실한 성과를 이루어내곤 했다.

전화연결을 부탁하고 그녀는 잠시 뒤로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가 존이 건네주는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별 의미 없는 예의바른 말들을 건네며 그녀의 눈은 창밖에 흐르는 야경, 그 끝없는 빛과 욕망의 향연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예… 아뇨, 무슨 말씀을. 다시 축하드려요, 콜슨 형사님.”

전화기를 존에게 돌려주고 그녀는 불필요한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분명히 신중은 미덕이었지만, 무엇이든 때와 상황이 있는 법. 무슨 일이든 정말로 제대로 하려면…

“빌리한테 55번 국도로 빠지라고 해줄래요, 존?”

존은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지시를 바로 운전사에게 전했다. 그의 의문 섞인 눈빛을 피해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리며 사라는
눈을 감았다. 기분 좋은 밤이었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조금만 상상력을 가미하면 그 옛날의 밤에, 낮에 평원을 넘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하던 바람과 다르지 않았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았다. 힘과 염원의 끝없는 충돌,
일상의 평온 뒤에 숨은 위험, 인간의 본성 같은 것들은. 그 인간이 낮의 거리를 걷든, 밤의 거리만을 걸을 수 있든 말이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다들 저렇게 밤의 거리를 걷는걸.’

그녀는 웃음 지으며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손가락 사이로 지나가는 밤바람을 느꼈다. 도시의 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사람을
반쯤은 애정, 반쯤은 욕망의 손길로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그렇게 엷은 웃음을 머금은 채 어둠을 내다보는 검은 눈 안에는
시카고라는 도시를 이룬 색색의 불빛이 가득 비쳤다.

거짓말들

소년H님의 시카고 2007 캠페인에서 사용할 뱀파이어 사라 화이트 호스에 대해 쓴 글입니다. 원래 할 일 있을 때면 노는 창의력은 끝이 없습..(…) 외설적인 표현이 꽤 나오고 내용도 무거우니 등급은 영화로 치면 아마 19금이나 최소한 고등학생 관람 불가일 겁니다. 외설적인 내용이 싫거나 나이가 안 되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사라의 배경을 잠깐 설명하면 19세기 말 운디드 니 학살에서 죽어가던 중 포옹당한 라코타 태생 여자로, 지금은 비공식적으로 포타와토미 소속이며 (뱀파이어에게 부족을 포함해 공식적 소속이 있을 리 없으니) 부족에서 운영하는 시카고 외곽의 피스 앤 플렌티 카지노 책임자입니다.

[#M_외설 경보!|외설은 안 봐!|
거짓말들

아이가 발길질을 하고 있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잘 안다. 사라 화이트 호스는 이성적인 여자이며, 100년도 더 전에 죽은 아이가, 그것도 죽은 몸 안에 살아 움직일 수 없다는 정도는 인지하니까. 그런데도 뇌화학 작용의 이상이나 뉴런의 잘못된 신호, 정신적 피로, 그리움과 슬픔의 힘을 통해 아이가 발길질을 하고 있다.

막연한 배고픔을 느끼며 그녀는 부풀지 않은 배를 문지른다. 이제 땡기는 음식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지만 허기만은 같다. 아기가 발길질을 하는 그 느낌이 같듯. 허기진 채 자리에 누우면 먹을 것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추운 밤에도 아이는 몸 안에서 움직이며 아직 살아 있다고, 잘 먹지는 못해도 건강하게 살아서 태어날 날을 기다린다고 그렇게 그녀를 안심시켰다.

몸의 기억은 정신의 기억보다 강하다. 얼어붙은 땅에서 시체 사이에서 깨어나기 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잊어버렸지만, 배고픔과 아이의 발길질 같은 기억은 부자연스러운 죽음과 세월을 넘어 남는다. 묘하게도 아이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사라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니까 그 역시 언젠가 그녀의 몸을 거쳐갔을 텐데. 2천 년 전 중동 여자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하얀 피부와 파란 눈을 한 마리아도 아닌데 어째서 ‘남자를 알지’ 못하는 것일까.

하긴, 아이와는 달리 남자가 몇 달간이나 그녀 안에서 버틸 수 있을 리 없지. 그녀는 혼자 웃는다. 아이를 가진 기분이나 긴 굶주림에 비하면 아주 짧은 순간이었으니 몸의 끈질긴 기억에 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을 뿐이다.

그래서 사라는 혼자 앉은 채 거짓말을 지어낸다. 형체 없는 어둠은 눈앞에 그림을 그렸다가 다시 흩어지고, 그 속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생겼다 사라진다. 어쩌면 음식 배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백인 병사에게 몸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머리에는 먹을 것 생각만 가득한 채, 오직 먹기 위해 차가운 땅 위에서 억지로 쾌락에 겨운 신음을 흘렸을까. 그래서 다급하고 무의미한 밤의 기억은 배고픔의 기억에 묻혔을지도. 배고픔을 한층 심하게 하는 임신만 아니었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텐데. 뭐, 강보는 이불에서 벌인 도박에 지면 주는 위로상이라던가. 파우와우에서 들은 우스갯소리.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아니면 아는 남자아이에게 베푼 선심 같은 것이었을까. 매끄럽고 어린 얼굴의 소년, 말도 손도 더듬다가 결국 일을 치르기도 전에 그녀의 다리 위에 쏟아버린 그 미숙함이 왠지 사랑스러워 웃음을 터뜨리며 꼭 안아주었을까. 거칠 것 없는 평원에 부는 바람은 시원하고, 달빛은 유달리 밝았을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면 남편이 있었을까? 자기 몫의 배급을 아내에게 주면서 점점 야위어간 말이 없던 사람, 밤에 둘러주는 팔은 예전에 비하면 앙상하긴 해도, 한없이 춥기만 한 무너진 세상에서 유일한 온기였을 것이다. 그렇게 몸이 축나서 병으로 쓰러지면서도 사라에게 옮을까 봐 곁에 못 오게 했을지도. 울부짖는 그녀를 친척들이 붙잡아서 결국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다시 수용소를 옮기면서 제대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 이 이야기는 마음에 든다.

그녀의 아이에게는 무덤이 없다. 한겨울의 땅은 꽁꽁 얼어서 팔 수가 없었고, 안고 눈물 흘릴 자그마한 시체조차 없었으니까. 다리 사이에서 닦아내야 했던 굳은 피와 찐득찐득한 덩어리들이 남았을 뿐. 들어갈 무덤이 없는 아이에게는 나온 근원이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끝이 없다면 시작이라도, 마치 거꾸로 된 무덤처럼. 그렇게 되면 그 조그만 유령 발이 태를 걷어차는 일은 그만둘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거짓을 말하면 그것이 아이의 진실이 될까. 얼마나 많은 무의미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살기도 전에 죽어버린 아이에게 이유를, 근거를, 결론을.

아이가 다시 발길질을 한다.

어둠 속에 전화가 울린다. 한참 쳐다보다가 사라는 나른한 손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든다.

“화이트 호스입니다.”

침착하고 직업적인 목소리, 그리고 긴 침묵. 전화기가 귀에 쏟아내는 이야기를, 삶의 길턱에서 생기고 또 넘어가는 위기를 듣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종합하며 그녀는 다른 쪽 귀로 방안의, 마음의 침묵에 귀기울인다.

“바로 가지요.”

가는 길에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일어선다. 이제 눈앞에 어른거리는 음식은 100여 년 전과는 사뭇 다르지만, 여전히 배는 고프다. 몸의 지긋지긋한 기억은 배가 고프지 않던 때의 기억을 허락하지 않는다. 책임진 삶의 무게와 모습도 이제는 달라졌지만 죽은 몸이 키울 수 있는 만큼의 생명, 지킬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이 남았듯이.

문을 닫고 나간 그녀 뒤로 어둠은 형체 없는 이야기들을 속삭이며 조용히 움직이다가, 마침내 잠잠해져 긴 침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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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엔의 사건일지 1화

세기의 혼 + 강철의 연금술사 1:1 플레이, 레니엔의 사건일지 1화입니다. 세기의 혼 규칙을 익히려는 의도도 있는 플레이인 만큼 규칙에 대한 내용을 주석으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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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도, 조수도 없이 자동차와 카폰으로 영업을 하는 초안습 사설탐정 레니엔은 저녁 7시쯤 친구 멜리사에게 전화를 받습니다. 군의 일은 뒤끝이 좋지 않으니까 안 하겠다며 끊으려는 레니엔에게 멜리사는 그런 일이 아니라며, 신세진 것도 있고 해서 저녁 해결해줄 테니 8시까지 시내의 고급 음식점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멜리사가 왜 자신에게 연락하는지 궁금해진 레니엔은 군의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군의 동향을 살핍니다. 대체로 평온하지만 레니엔과 멜리사의 스승이 죽은 사건 후로 현자의 돌은 여전히 극비사항이고, 스승이 속했던 소수파에 대한 숙청은 암암리에 계속중이라는 정보를 얻습니다.[footnote]연락 기능 사용, 난이도는 보통, 결과는 환상적. 30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공수 중 두 개를 진행자 멋대로(..) 써서 소모 시간 두 단계 감축, 몇 분으로 줄였습니다.[/footnote] 시간이 꽤 남은 그는 이발소에 들른 후 약속 장소로 나갑니다.[footnote]’방금 이발한 말쑥한 모습’ 임시 면모를 제안했습니다만..(..)[/footnote]

식당에 도착한 레니엔의 허름한 모습을 보고 직원은 들여보내주지 않으려고 하지만(주:’돈과는 인연이 없다’ 면모 강제발동, FP +1), 멜리사의 이름을 대자 무사통과. 뜻밖에도 멜리사는 최신예(?) 애인인 데이비드 칼슨 중위와 군 도서관에 근무하는 젊은 아가씨인 에밀리 레이크 준위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죠. 칼슨 중위와 악수하며 예리한 레니엔은 그가 꽤 의심이 많은 인물이라는 눈치를 채고, 자신은 멜리사와 사귄 적이 없으니 잘 지내보자고 합니다.(주:사람보는 눈 판정해서 ‘의심 많음’ 면모 파악. 원래 30분이 드는 판정이지만 성공수를 전부 들여 잠깐으로 단축. 원래대로라면 칼슨은 사교로 저항 굴림을 하지만 귀찮아서 생략.) 뭐 이번 남자는 얼마나 갈지 의문이긴 하지만요.

멜리사는 에밀리가 레니엔을 몹시 만나고 싶어했다며 레니엔에게 저녁은 공짜니까 잘 해보라는 협박(?)과 함께 칼슨을 데리고 나갑니다. 그리고 누가 여자와 인연 없는 인생 아니랠까봐(주:’여자와 인연이 없다’ 면모 강제 발동, FP +1) 레이크 준위가 레니엔을 만나고 싶어했던 건 사건 의뢰 때문이었습니다. 10대의 남동생이 얼마 전에 사라졌는데, 가출이 잦은 아이인지라 경찰에서도 심각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동생 토미가 실종되기 얼마 전부터 조직 폭력배와 관계가 있는 연금술사인 ‘슬릭 리키’와 어울렸기 때문에 연금술사 탐정을 찾았는데, 그걸 멜리사가 오해한 것입니다.

어쨌든 돈이 필요한 레니엔은 수임을 받아들이고, 혹시 토미와 관련해 접촉이 있을지 모른다며 에밀리를 걸어서 바래다줍니다. 어두운 골목을 걷던 중 그는 누군가 골목길에 숨어서 기다리는 것을 간파하고[footnote]나쁜 지각력 결과를 탐정 면모를 발동해 재굴림으로 좋음으로 올리고 (FP -1), 상대의 기척 죽이기 결과는 보통[/footnote], 괴한이 에밀리의 핸드백에 손을 뻗으려 하자 허공에 총을 발사해서 겁을 주어 쫓아냅니다.(주:이미 지각력과 기척 죽이기 대결에서 승리했으니 대응 시간은 충분, 허공 발포이니 판정 없이 간접 행동으로 장면에 ‘사람들이 달려올 것이다’ 면모 부여, 자신의 행동으로 부여한 면모이므로 첫 1회는 무료 발동) 그리고 괴한이 도망치는 동안 놀란 에밀리를 달래서 역시 그 자리를 벗어납니다.

레니엔은 에밀리에게 핸드백에 중요한 물건이라도 들었냐고 묻지만, 에밀리는 자신이 알기로는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 길은 늘 다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라고… 군인인 건 몰랐다 쳐도, 혼자 있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 동행이 있는 여자를 소매치기가 굳이 노렸다는 점도 좀 이상하고요. 어쨌든 의뢰인을 무사히 집에 바래다준 레니엔은 슬릭 리키라는 연금술사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뒷골목에 아는 사람이 있는 부둣가로 향합니다.

국가 연금술사 멜리사 헤이워스

강철의 혼에 나올 예정인 주요 조연 내지는 준(準)주인공 멜리사 헤이워스입니다.

시트

면모

“어휴~! 그저 조 기집애가 제 성질을 못 이겨서!!”
천하의 둔치
한번쯤 다시 보게 되는 미인
바보 같은 렌 녀석
전격(電擊)의 연금술사
“걔? 사귄 남자 다 파악하려면 전속 비서 하나는 있어야 될걸.”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긍지
스승이 죽은 진상을 밝히겠다는 집념
우수한 사격수

한 남자하고 3개월을 못 넘긴다

기능

엄청나다 – 신비학
대단하다 – 총기, 지도력
좋다 – 과학, 지각력, 주먹질
괜찮다 – 위협, 운전, 공감, 의지
보통 – 자원, 운동신경, 끈기, 학술, 수사

스턴트

연금술 – 연성 가능
준비된 연성진 – 호박석에 연성진을 박은 구리 팔찌로[footnote]왜 호박석과 구리인지 아시는 분은 가산점(?)[/footnote] 공기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어 원하는 방향으로 전기를 방전
트릭 샷 – 무생물을 쏘는 총기 판정에 +2
쌍권총 – 피해 +1, 총기를 무장 해제하려는 시도에 대한 방어 +1
졸개[footnote]왠지 악당스런 스턴트이긴 합니다만..(..)[/footnote] – 각 장면에 보통 수준의 부하 2~3인 대동 가능, 3개의 향상 제공. 각 향상으로 부하 수를 +3, 혹은 그중 셋의 수준을 +1 (최대 좋음)

레이디의 그늘 5화 – 하이브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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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게나와 에르단은 더스트맨 경비들과 함께 죽은 경비의 피를 밟은 타나리의 발자국을 쫓아가지만, 발자국도 가면서 희미해지고 이상하게도 상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은신을 쓰는 상대가 아닐까 경비들이 의문을 표하자 아게나는 잿가루를 가져올 것을 지시하고,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일행은 한 매장실에서 심하게 다친 경비를 발견합니다. 경비들이 매장실을 봉쇄하는 동안 에르단은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숨어있으라고 시킵니다.

경비 중 하나가 가져온 유골단지(..)를 아게나가 공중에 던지고 투창을 든 경비가 깨자 온 방안에 누군가의(..) 재가 가득 차고, 매장실에서 나가려는 타나리와 입구를 봉쇄한 경비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집니다.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하고 있지만 재를 뒤집어써서 모습이 보이는 타나리에게 아게나는 등뒤로 접근해서 찔러 최후의 일격을 가합니다. 시체가 든 벽감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타나리가 방으로 오는 것을 느끼자 도자기를 가지고 도망쳐 나와서 타나리와 일대 숨바꼭질을 벌였던 모양입니다.

타나리의 시체가 처리된 후 얼마 안되어 장례식장의 타나리들도 자기들 차원으로 돌아가고, 일행은 (멜은 급한 일 때문에 먼저 갔다고 칩시..) 가마를 잡으러 하이브와 낮은 구역의 경계를 이루는 도랑을 건넙니다. 마침 손님을 내려주고 있는 가마를 발견하는데, 에르단은 가마에서 막 내리는 손님이 매우 낯익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에르단의 아내 라피나가 대망의 첫 등장을!

아이들을 일단 좀 씻기기 위해 일행은 에르단의 집으로 향하고, 가는 길에 에르단과 라피나는 에르단이 휴가에 고향 프라임 세계를 방문하는 문제를 가지고 말다툼을 벌입니다. 결국 에르단은 일단 항복하고, 나중에 몰래 가기로 결심합니다. (고개숙인 남자 그대 이름은..)

경험치

아게나 7XP
에르단 5XP

레이디의 그늘 4화 – 타나리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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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머리 주점’에서 아침을 먹은 일행은 시체안치소를 지나 하이브 경계까지 가서 세단 체어를 잡아타기로 하고, 아게나는 에르단에게 가는 길에 시체안치소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에르단은 혼쾌히 (아마도?) 동의하고, 일행은 시체안치소에 도착하지요.

아게나는 멜과 에르단이 장례식을 보러 온 사람들이라고 속여서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때마침 장례홀에서 거행되고 있는 것은 타나리 로드의 장례식이었고, 더스트맨은 멜과 에르단을 들여보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르기의 대가(..) 멜이 나서서 설득하자 결국 통과되고, 더스트맨은 두 사람에게 숨어서만 지켜보라고 주의를 주지요.

구경하러 온 것은 시체안치소이지만 어쩌다 보니 타나리 장례식이라는 위험천만하고도 구미가 당기는 구경거리와 마주한 에르단과 멜. 아게나는 일단 렌과 핍, 그리고 에르단 장인의 도자기를 자기 숙소에 데려다 놓은 뒤 타나리가 에르단과 멜의 냄새를 맡을 수 없도록 시체처리 향료를 가져와서 붕대에 적신 뒤 두 사람에게 감아줍니다. 광란의 장례식 와중에서 칼날덩쿨에 꽃이 피는 일이 다 있다는 두 타나리간의 대화가 언뜻 스쳐가지만…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넘어가고..(..)

장례식 구경을 마친 세 사람이 나오는데 더스트맨 경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영문을 묻는 아게나에게 타나리 한마리가 장례식장에서 나와서 시체안치소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더스트맨 숙소가 있는 당원외 출입금지구역 입구에는 타나리의 출입을 막으려다가 죽은 더스트맨 경비의 시체가 유혈낭자하게 흩어져 있고, 서둘러 자기 방에 올라간 아게나는 아이들과 도자기는 흔적도 보이지 않고 방이 완전히 초토화된 것을 확인합니다. 그가 돌아와 이 사실을 전하자 멜과 에르단은 경악합니다.

경험치

멜 5XP
아게나 4XP
에르단 5XP

레이디의 그늘 3화 – 게이트하우스 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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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아게나와 멜은 렌과 핍을 데리고 나오지만 블리커들에게 애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며 저지당합니다. 멜은 블리커 의사에게 허락을 받았으며 좋은 곳에 요양시키려고 한다고 둘러대지요. 한편 아게나는 렌을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한 기스져라이가 블리커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고, 이 사실을 얘기하자 블리커들이 혹시 스파이 아니냐며 와서 기스져라이를 끌고 갑니다. 혼란 와중에 멜은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고, 네 사람은 하이브의 밤거리로 나섭니다.

하룻밤 여관에서 묵기 위해 ‘지친 머리 주점’으로 향하던 넷은 하이브 깡패들에게 습격당하고, 곧 수세에 몰립니다. 이때 시길 법원에서 일하는 서기 에르단 리드가 장인어른이 도둑맞은 도자기를 밤시장에서 찾기 위해 하이브로 나왔다가 일대 활극이 벌어지고 있는 골목에 들어서고, 멜은 급한대로 에르단에게 렌을 맡기고 아게나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 숨어있던 깡패 하나가 에르단의 뒤에 칼을 겨누면서 아이를 두고 가라고 협박합니다. 아게나와 멜과 핍이 협공으로 우두머리격의 사내를 묵사발 만드는 동안 에르단은 자기 등에 칼을 겨눈 남자의 옷에 마법으로 불을 붙이고, 두목이 항복하고 또 한명은 급한 불(..) 끄는 동안 이제 다섯으로 불은 일행은 지친 머리 주점으로 도망칩니다.

주점에서 방을 잡고 아이들을 재운 후 내려와 아게나가 허무주의 시인과 더스트맨 철학을 토론하는 동안 멜과 에르단은 술잔을 사이에 두고 통성명을 하고, 에르단이 다시 도자기를 찾으러 나가려 하자 멜은 자신도 가도 되겠냐고 합니다. 에르단이 허락하자 두 사람은 함께 게이트하우스 밤시장으로 나가지요.

밤시장에서 멜은 고향 아버리아산 포도주를 흥정 끝에 싸게 구입하고, 에르단은 도자기를 찾아헤매다가 수상한 인상의 사내가 ‘엘뤼시움 도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엿듣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사내는 이리 빼고 저리 빼다가, 멜이 적당히 조르자 못이기는척 두 사람을 데려가 물건을 보여주지요. 찾는 도자기가 맞지만 문제는 이미 도자기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있는 모양입니다. 에르단이 그쪽의 값에 100골드를 더 얹자 장물아비는 관심을 보이지만, 문제는 이미 도자기를 예약한 고객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은 모양. 에르단은 도자기가 센세이트 당파 부당주인 다나’닌에게 줄 선물이라고 사기를 쳐서 결국 자신에게 팔도록 하는데 성공합니다.

두 사람이 여관으로 돌아온 후 게이트하우스 앞에서의 일이 걸렸던 멜은 아게나에게 상담을 청하고 아게나는 좋은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도 본인 잘못은 아니라고 얘기해 줍니다.

경험치

아게나 6XP
멜 9XP
에르단 7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