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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성 속의 깊이, 트롤베이브

론 에드워즈의 트롤베이브는 인간과 트롤의 중간적인 존재인 트롤 아가씨들에 대한 RPG입니다. 트롤 아가씨에게 관심이 없어도 다른 배경으로 옮기기가 쉬우며,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서사성을 잘 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장 간단한 것은 주인공 제작 규칙입니다. 얼마나 간단하냐 하면, 인물의 능력치는 2에서 9 사이의 숫자 단 하나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마법에 강하고, 높을수록 전투에 강하며, 중간에 가까울수록 사회성이 뛰어납니다. 판정시 1d10을 굴려서 마법 성공은 인물의 숫자보다 높게, 사회 판정 성공은 1와 10 중 가까운 쪽에서 그 숫자까지, 전투 성공은 숫자보다 낮게 나오면 성공이기 때문입니다. 이 번호는 세션 사이에 1씩 올리거나 낮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숫자 4인 인물은 전투 판정이 성공하려면 1d10에서 1-3이 나와야 하며, 사회 판정이 성공하려면 1-4, 마법 판정이 성공하려면 5-10이 나와야 합니다. 숫자가 6이라면 전투는 1-5, 사회는 6-10, 마법은 7-10이 되지요. 따라서 숫자만 보면 이 주인공이 전투형인지, 마법형인지, 칼도 좀 쓰고 주문도 몇마디 알고 사람도 잘 속여넘기는 유형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 바로 전사와 마법사와 로그입니다.)

인물 제작의 나머지 부분은 주로 색채를 더하는 것으로, 외모 묘사라든지 마법·사회·전투 각분야의 특화 (예를 들어 점성술·거짓말·단검 사용이라든가), 추억이 담긴 물건 등입니다. 특화가 아니어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각 행동 유형에서 어떤 쪽을 많이 하는지 알 수 있고, 또 주인공의 훈련이나 경험, 성격 또한 알 수 있으니까요.

정말로 규칙이 재미있어지는 부분은 판정입니다. 우선 판정은 참가자만 하며, 진행자는 일체 주사위를 굴릴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판정이라면 주인공의 사회판정과 주변 인물의 사회판정을 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성공하면 그 판정에 성공한 것입니다. 따라서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은 저 숫자 한개짜리 능력치조차 필요없습니다. 주변 인물이 필요하면 내용적인 부분만 만들어내면 되고, 능력치를 준비하느라고 시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이것은 진행자의 준비 시간을 절약하는 매우 편리한 규칙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 판정 외에도 트롤베이브는 참가자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갈등판정의 속도. 전체 갈등에 성공하는데 들어가는 성공의 갯수는 한개, 두개, 혹은 세개가 가능한데, 성공이 많이 들어갈수록 그 갈등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며, 해소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피해도 많이 쌓입니다. 진행자든 참가자든 갈등의 시작을 선언한 쪽이 필요한 성공의 갯수를 정하지만, 상대방은 선언자가 제시한 성공 갯수를 하나 높이거나 낮출 수 있습니다. 즉 성공수 두개를 제안했을 경우 상대에게 고르라는 뜻이 되지요.

트롤베이브는 참가자에게 주인공의 죽음에 대해서도 폭넓은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죽음은 참가자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상을 넘어 무력화 단계까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주인공은 참가자의 제어를 벗어나며, 더이상 능동적인 행동이 안됩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든지, 악마에게 씌인다든지, 실연의 상처로 넋이 빠진다든지.) 여기서 또 재굴림을 해서 성공할 경우 참가자가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을 서술할 수 있는 탈출구가 있습니다. 반지를 버리고 기진해서 쓰러졌는데 독수리들이 와서 안전한 데로 대피시켰다거나.

만약 이 재굴림마저 실패하는 경우 주인공의 행방은 진행자가 서술합니다.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참가자는 주인공의 죽음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이며, 무엇보다 한 세션 (혹은 따로 정한 피해 회복 기간)마다 피해는 한단계 회복되므로 다음 세션만 되면 참가자는 다시 한번 주인공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재굴림의 기회는 제한되겠지만요.

트롤베이브 규칙에서 아마 가장 특이한 참가자 권한은 일부 주변 인물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관계’ 규칙을 통해서 가능한데, 특정한 조건 (갈등 상황에서 그 인물과 만나고, 차후 또다른 장면에서 만나서 인간관계를 확정짓는 것)을 거치면 그 주변 인물은 이 규칙상 가장 유용한 자원인 인간관계가 됩니다.

일단 어떤 주변 인물을 인간관계로 만들면 참가자는 주변 인물이 하는 행동에 대해 어느정도 제어력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옥쇄를 훔쳐내는데 친구가 망을 봐준다든지, 경비들이 주인공을 찾고 있는데 주인공의 옛 애인이 숨겨준다든지.

이렇게 참가자가 행동방침을 정하면 구체적인 연기는 진행자가 맡습니다. 망보는 친구가 위험하다고 투덜거리든가 돈을 나누자고 고집을 부릴 수도 있고, 숨겨주면서 옛 애인이 주인공한테 아쉬우니까 찾아온다고 잔소리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친구가 망보다가 도망갔다거나 다가오는 경비를 못 봐서 주인공이 잡힌다거나, 옛 애인이 당신 면상은 보기도 싫다고 문전박대하는 등 참가자가 말한 의도에 반하는 결과는 낼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또한 판정에서 인간관계를 사용할 경우 피해를 막아줄 수도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이 있습니다. 또한 유일한 능력치인 번호는 변화할 뿐 성장하지 않으므로 유일한 직선적 성장은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이라는 점도 트롤베이브의 특징입니다.

트롤베이브의 판정 규칙을 보면 ‘번호를 2(혹은 9)로 하고 모든 문제를 마법(혹은 전투)으로 해결하면 백전 팔십승이겠네?’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진행자와 참가자의 플레이 방향에 대한 합의에 달렸지만, 규칙 자체적으로 이런 단조로운 문제해결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판정에 사용할 행동 유형은 갈등 선언자가 결정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번호 2짜리 마법사가 아무리 모든 문제를 마법으로 해결하고 싶어도 진행자 혹은 다른 참가자가 이번 갈등은 사회 혹은 전투로 판정한다고 선언하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은 경우 복합 판정 규칙을 통해 판정의 성공률에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복합 판정이란 갈등 판정에 사용하는 행동 유형에 더해 또다른 행동을 함께 판정한 후, 둘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판정에 성공한 것으로 치는 규칙입니다. 예를 들어 전투로 판정하기로 했다면 우리의 번호 2 마법사는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하지만 행동 유형에 마법을 더해 전투·마법 복합판정으로 한다고 하면 전투와 마법을 따로 굴려 마법만 성공해도 그 판정에 성공한 것이지요.

이 경우 성공확률은 상당히 올라가지만, 한가지 위험요소라면 두 주사위가 다 실패할 경우 피해 단계가 하나가 아닌 둘 내려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위의 마법사의 경우 만약 피해 단계가 ‘불편’에 있었다면 바로 무력화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트롤베이브 피해 규칙이 원래 그렇듯 참가자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또하나,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 유형을 고를 수 있더라도 참가자 스스로가 불리한 행동 유형을 선택할만한 동기도 있습니다. 즉, 실패를 (사실상) 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왜 그런 짓을 하냐 하면, 트롤베이브 규칙상 성공은 진행자가 서술하고 실패는 참가자가 서술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가자가 서술을 통해 이야기에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으로 실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실패한다고 주인공이 죽는 것도 아니니까요. 참가자가 죽이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물론 진행자와 참가자가 합의한다면 위에 말한 ‘백전 팔십승’ 방식으로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단순 도살이나 마법난무로 가면 한없이 싱거워질 규칙이긴 하지만 (1d10! 8! 트롤 잡았다! 1d10! 6! 오크 잡았다!), 어쨌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입니다.

또하나 트롤베이브의 특이한 규칙이라면 모험의 규모를 정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모험의 규모에 따라 판정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극과 극인 예를 들자면 제일 작은 모험 규모인 ‘개인’에서 전투에 성공한다는 것은 사람을 한명에서 세명쯤 죽일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반면 가장 큰 모험 단위인 ‘국가’에서는 전투에 성공해서 전쟁에 이길 수도 있습니다. 큰 규모는 작은 규모를 포함하기 때문에 국가 단위의 모험에서도 한명만 죽일 수도 있습니다.

모험의 규모는 가장 작은 개인 단위에서 시작하며, 필연적으로 점점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세션 사이마다 모험의 규모를 확장할지 토론해서 한 사람이라도 원하면 규모를 한단계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반지를 배달하러 갔다가 세계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되는 것처럼 규모가 점점 커지는 이야기를 직접 지원합니다. 광범위한 범주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강조라는 요소와 함께 트롤베이브가 펄프 판타지의 재현에 썩 어울리는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딱히 맺을 말이 떠오르지 않으니 재미삼아 제노님의 겁스 캠페인인 언더월드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트롤베이브로 컨버젼해 보겠습니다. (그리도 생각나는 말이 없던?) 언제나처럼 공평하게 가나다순!

로렌, 엘리사
번호: 5
전투: 1-4 (화염공격)
마법: 6-10 (음악적 재능)
사회: 1-5 (아름다운 외모)
-> 여기에 인간관계로 환청들이라든지 학교, 매니져 등이 들어갈듯…

리이
번호: 3
전투: 1-2 (주먹질)
마법: 4-10 (영과의 대화)
사회: 1-3 (교란)
-> 인간관계로는 신엄마 (직접 등장은 안해도 기억을 통해서), 카구라 조손, 정도령 등

민설
번호: 8
전투: 1-7 (총기)
마법: 9-10 (원령 보기)
사회: 8-10 (능구렁이)
-> 인간관계로 전태일 요원, 국정원 DB, 정림기업 등 (적도 훌륭한 인간관계가 되는 것입니..)

임희연
번호: 6
전투: 1-5 (검도)
마법: 7-10 (동식물 교감)
사회: 6-10 (건전한 상식)
-> 인간관계로 쟝 메이, 임시준, 작은아버지, 안형사 등

많은 규칙을 알면 좋은 점

생각해 보니 그동안 참으로 많은 RPG 규칙을 읽은 것 같습니다. 한 번 세어보니 스무 가지 이상을 알고 있고, 그중 열 가지 이상을 진행, 다섯가지를 플레이해봤군요. 경량 규칙 중심으로 읽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위업(퍽)이라고 생각됩니다.

항상 새로운 규칙을 읽고 나면 써먹어 보고 싶어지지만, 대개의 경우 평생 플레이에 쓸 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규칙을 사서 읽는 건, 다양한 규칙을 접하는 효용은 반드시 사용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규칙을 읽음으로써 재미 외에도 새로운 발상을 얻을 수 있고, 생각의 자극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RPG와 팀내 역학, 규칙과 플레이의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그늘 같은 경우 성장 조건을 참가자가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그 주인공의 성장은 그의 인간관계와 감정, 주변세계와의 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게 됩니다. 또 페이트 같은 규칙은 극점수의 사용을 통해 참가자가 서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주고, 얼음깨기와 같은 규칙책은 이야기를 만들어갈 도구를 규칙 자체적으로 제공합니다. 하나같이 위 책들을 읽지 않았다면 생각해 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죠.

물론 많은 규칙을 사서 본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 돈이 드는 일입니다. 또한 현재의 규칙과 플레이 방식에 만족한 RPG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처럼 절대 만족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인간에게는 규칙책 탐독은 거의 필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uum cuique pulchrum est. (사람마다 좋은 건 다르니까요.)

결국 어떤 규칙을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취향, 숙련도, 인지도, 그리고 타협의 결과이겠지만 다양한 규칙책을 접함으로써 갖게 되는 새로운 기법과 문제의식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_부록(?): 그동안 읽었던 규칙책|부록 닫기|

* 플레이해본 규칙
+ 진행해본 규칙

D&D 클래식 * (최초의 RPG.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 10년을 가지고 있다가 2002년에 실제로 RPG를 시작하면서 한달만에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비운의 책. 새 주인을 만났으니 이제는 잘 살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AD&D (이미르니아 팀에 들어갈까 했을때 당시 읽었던 규칙.)

겁스 * (플레이는 꽤 해본 규칙입니다. 여전히 이해는 잘 못하고 있어서 가장 최근의 언더월드 캠페인에서는 진행자이신 제노님이 시트를 짜주셨을 정도.)

V:tM * (전에 읽으려고 했다가 다 못본.. 다크 에이지로 해서 한번 플레이해봤습니다. 규칙과 배경이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

7번째 바다 + * (플레이도 해봤고 진행도 해본 규칙. 규칙의 허점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했습니다.)

아르스 마기카 4판 (읽어만 보고 써먹은 적은 없는 책. 당시에도 꽤 신선하다고 생각했고 5판은 더욱 좋아진듯 합니다. 언젠가 엄청나게 긴 캠페인을 해보고 싶은 RPG.)

주인님과 함께 + (처음으로 진행을 해본 RPG. 정신적 특성치의 사용과 고딕 호러 장르의 재현.)

페이트+ (두번째로 진행해본 RPG.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극적 재미를 잘 살린 걸작.)

퍼지 (인디 RPG라는 마약을 처음 맛보게 해준 규칙. 페이트의 기반이기도 하며, 자신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부품 성격을 가진 특이한 RPG.)

라이서스 + (두어번 단편으로 돌려본 규칙. 간단하게 시작하고 놀기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라이서스 다이스리스, PDF 직링크 (라이서스의 주사위 없는 변형. 주사위운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

우슈 + (궁극의 액션 RPG. 신나는 액션을 간단하게 돌릴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판정 규칙을 전혀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준 규칙책.)

안방극장 대모험 + (내적 갈등 중심의 플레이, 그리고 주인공 주목도의 고른 분배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책)

캣: 작은 영웅의 작은 이야기 + (비인간 등장인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 동화적이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포도원의 개들 + (참가자에게 주도권을 주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게 된 계기)

과거의 그늘 1판 + (‘모험’ 외의 ‘삶’을 규칙 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참가자간의 연기 포상)

얼음깨기 * (진행자 없는 RPG, 이야기 창조를 돕는 RPG)

천일야화 * (아니 이게 어느새 책이 나왔지? [퍽] 돌아가며 진행하는 RPG, 액자식 진행, 포상 규칙과 이야기의 관계)

바카날 (무작위로 다양한 극적 상황을 유발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폭력과 섹스, 그리고 신들의 장난!)

니코틴 걸즈 (지향하는 분위기를 규칙 자체로 지원하는 법)

미씩 (진행자 없는 RPG, 준비 없는 RPG, 극적 창조의 기본요소 등)

팔라딘 (도덕성을 규칙으로 표현하는 방법)

던전 (참가자에 의한 서술의 가능성)

D4-D4 (유무가 아닌 정도로 장단점을 표현하는 방법들)

트롤베이브 + (참가자의 주도성 살리기)

폴라리스 (일행 개념의 파괴, 원하는 분위기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돕는 규칙)

그 외에 베이브워치, 폭풍의 언덕, 베스트 프렌즈 등등_M#]

비극과 아름다움의 함수 – 폴라리스

벤 레만의 폴라리스(Polaris)는 3~5명의 참가자를 위한 RPG이며, 이상적으로는 4인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제목은 북극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국내 판타지 소설 폴라리스 랩소디와는 상관없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비극이 목적인 폴라리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래 전 세상의 끝에서 한 민족이 죽어가고 있더라.

그러나 희망은 남아 있어 안타레스에게는 별들의 부름이 들리나니.

그리하여…

일단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의식(儀式) 언어의 사용입니다. 모든 세션은 세상의 끝에서 죽어가는 민족에 대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주인공이 처음 등장할 때는 그가 (이 경우 ‘안타레스’) 별들의 노래를 듣는다는 문장을 얘기해야 하며, 모든 장면은 ‘그리하여…’라는 말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 외에 이야기 교섭, 장면과 한 회의 끝을 위한 말들이 따로 있습니다.

또다른 특징은 참가자의 역할 분배인데, 대개의 RPG와는 달리 한명의 진행자와 다수의 참가자라는 구도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의 일행 개념도 희박하지요. 대신 모든 참가자는 주인공을 만들고,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진행합니다.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진행할 때마다  그 주인공이 속한 참가자는 주인공의 ‘마음’으로서 주인공의 행동과 선택, 감정 상태 등을 담당합니다. 이쪽이 전통적인 참가자 역할에 가깝겠지요.

반면 진행자 역할은 셋으로 나뉘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 분배됩니다. 주인공의 ‘후회’는 전통적 진행자에 가장 가까운 역할로, 주인공에게 갈등상황을 제시하고 적에 해당하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또한 이야기와 관련해 의견충돌이 있을 때 ‘마음’과 교섭합니다. 주인공의 ‘보름달’은 주인공과 권력적·사회적 관계로 얽힌 인물들과 기타 남자 인물들을 연기하며, ‘초승달’은 주인공과 감정적으로 친밀한 인물들과 기타 여자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마음’과 ‘후회’가 교섭할 때면 두 달은 중재와 제안을 합니다.

‘마음’과 ‘후회’가 의견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이야기를 교섭할 때도 의식 언어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초승달’이나 ‘보름달’의 주변인물 연기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마음’과 ‘후회’가 이를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은 주인공의 성공을 바라고 ‘후회’는 실패를 바랄 때 교섭하는 동안에도 의식 언어를 통해 교섭을 조정합니다.

폴라리스의 또다른 큰 특징은 이야기를 필연적으로 주인공의 죽음이나 타락과 같은 비극적인 결말로 이끌어가는 일련의 규칙들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모든 주인공은 ‘열의’에 넘치지만 결국에는 열의가 점점 없어지고 ‘피로’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만큼 더 능력있고 뛰어난 인물이 되어가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힘든 싸움에 대한 절망과 냉소가 점점 커지고, 일단 ‘피로’가 ‘열의’를 대체하면 ‘마음’은 언제든지 주인공의 죽음을 교섭할 수 있습니다. (‘후회’는 어떤 경우에도 주인공의 죽음을 교섭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기사에게는 자비로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죽지 않으면 그는 필연적으로 타락하여 그가 싸우는 악의 일부가 될테니까요. 사랑하는 민족을 배신하는 것이 모든 기사에게 주어지는 운명, 죽어서만 피할 수 있는 파멸입니다.

일은 그렇게 되었더라.

그리하여…

폴라리스의 기본 배경은 북극의 정점에 있던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얼음과 별빛의 도시입니다. 별빛 속에 모든 것이 완벽하던 아름다움의 시대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 자신의 잘못으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괴물들만 사는 거대한 검은 구조물, ‘후회’만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괴물로부터 남은 민족을 지켜야 하는 별빛의 기사단. 그리고 폴라리스의 외곽이었던, 그 옛 영광의 희미한 잔재 속이지만 여전히 기사단의 희생 위에 풍요롭고 화려하게 살아가는 민족이 남았습니다. 무의미한 쾌락과 권력싸움으로 소일하며 기사단의 힘든 싸움을 애써 외면하는, 햇빛에 녹는 눈송이처럼 사라져갈 사람들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폴라리스라고 불리던 도시가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폴라리스를 파멸시킨 잘못에 대해서는 수천 수만의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모두 옳고 모두 틀립니다. 폴라리스는 영원했으며, 폴라리스는 덧없는 한 순간만 서있었으며, 존재했으며,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이곳은 이야기와 전설과 꿈의 영역, 사실의 흔들리는 그림자 틈새에서 점멸하는 진실의 땅입니다.

…라지만 있을 수도 없었던 북극의 도시보다는 좀더 이해하기 쉬운 배경을 사용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폴라리스의 파멸의 전설 중에는 카멜롯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많이 있지요. 왕과 왕비의 완전무결하던 사랑, 왕비를 지키기 위해 시작했던 별빛의 기사단, 그중 필두 기사와 왕비 사이의 금지된 연모의 정. 기네비어와 랜슬롯의 밀회와 모드레드의 음모로 깨어진 카멜롯의 꿈을 다루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혹은 톨킨의 엘프들을 다루어도 괜찮을지도요. 멜코가 세운 거대한 요새에서 끝없이 공격해 오는 괴물들과 희망없는 싸움을 계속해야 했던 중간계의 먼 옛날의 엘프들은 별빛의 기사단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들 자신의 잘못으로 모든 것이 어긋났다는 점 역시. 최종적으로 타락해서 멜코의 군대를 이끄는 장군으로 거듭나는 엘프 전사들도 매우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퍽)

결국 이 세상은 아름다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사라진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희미한 기억으로만 남을 것입니다. 별빛의 기사단이나 원탁의 기사들이나 엘프만큼이나 있을 법하지 않은, 있었을지도 모르는,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존재들의 슬픈 잔해와 함께.

일은 그렇게 되었더라.

그러나 이것은 오래 전의 일.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는 이가 없도다.


추신: 문득 떠오른 재미있는 (나름대로) 우연. 부록에 보니 한명의 주인공이 처음 시작에서 최종의 타락까지 가는데는 평균 스물 일곱번의 성장 굴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폴라리스의 이상적인 참가자 수는 네명. 그렇다면 27 곱하기 4는? (퍽)

캠페인 구상: 브루하 돌격대!

제노님과 얘기하다가 떠오른 발상인데, 젊고 혈기왕성한 브루하들이 사바트를 대도시의 뒷골목에서 신나게 쓸어버리는 내용의 플레이도 괜찮을듯 합니다. 랩이나 하드 메탈이 나오는 가운데 전속돌진하는 오토바이에서 공중제비를 넘어 뛰어내리며 자동소총이 불을 뿜는 하이액션!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키보드를 놀리며 건물 보안을 무력화시키는 해킹!

한편 이것들이 사고칠 때마다 원로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프린스에게 시말서 쓰느라 바쁜 게지요. 본래 사바트의 놀이터였지만 조금씩 카마릴라의 입지도 강해지고 있는 뉴욕 정도가 배경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언더월드 외전으로 가능할지도요.

규칙은 역시 액션에 가장 특화된 우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뱀파이어 규칙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충대충 컨버젼을 해보자면…

– 5점짜리 인물제작

– 피 점수

5점을 피와 정신력 사이에 분배합니다. (피 점수 0이 되면 가사상태에 빠지므로 피 0으로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피 점수는 피를 빨아서 채울 수 있습니다. 최대치는 10이며, 어떤 행동에든 추가 주사위로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를 소모해서 기 점수를 채울 수 있습니다.

– 정신력 점수

최대치는 10. 갈증, 분노 등의 자극에 대한 정신력 판정에 실패하면 광란상태에 빠지며, 정신력이 0이 되면 야수에게 잠식당합니다. 판정에 정신력 1점을 소모할 때마다 자동 성공 하나를 추가합니다.

각 세션 시작마다 진행자를 포함한 모든 참가자는 전체 참가자 수만큼 타인에게만 줄 수 있는 정신력 포상 점수를 받습니다. 누군가가 정신력을 채울만한 연기를 했다고 판단했을 때 그 사람에게 정신력을 포상합니다.

– 인간

다수가 함께 행동하는 평범한 능력의 인간은 엑스트라 규칙으로 처리하며, 수가 적은 평범한 능력의 인간에 대해서는 판정 없이 무조건 이깁니다. 뛰어난 능력의 인간은 3~5점짜리 인물 제작 규칙을 사용하지만 피와 정신력 점수가 없습니다. 계시를 받은 헌터라든지 진정한 신앙을 가진 예외적인 인물은 의지력 (혹은 신앙) 점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웨어울프

웨어울프 규칙은 뱀파이어보다 더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컨버젼해야 할지 짐작도 안가지만, 일단 뱀파이어보다 훨씬 세니까 5점짜리 제작을 기본으로 하되 분노 점수에다가 달의 주기에 따라 숫자를 곱해서 뱀파이어의 피 점수처럼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달이 없을 때는 1, 그믐달은 2, 하현달은 3, 초승달은 4, 상현달은 5, 보름달은 6 하는 식으로요. 즉 우슈상으로 분노 점수가 3이고 달이 하현일 때 실제 사용하는 분노 점수는 9가 되는 것입니다.

수정: 액션 RPG인 우슈에서 역시 엑스트라-히어로-보스 외의 세부적인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하에 웨어울프는 나오면 무조건 보스로 처리합니다. 즉, 한번에 한명의 뱀파이어만 웨어울프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전부 덤벼서 간신히 잡았어!’ (벽에 장식한 늑대 가죽을 가리킨다) 라는 얘기가 성립된달까요.

세기의 혼이 내 손 안에!

제가 멋대로 ‘세기의 혼’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Spirit of the Century를 사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아직 책이 나오진 않았고 11월 초쯤에 배송되겠지만, 미리 주문하면 무료 PDF가 나오기 때문에 그 PDF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무려 420쪽짜리의 탄탄한 내용이라 보는 즐거움이 한가득! (광고하냐)

세기의 혼은 본래 무료 규칙책으로 나왔던 페이트를 수정해 펄프 장르에 적용한 것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페이트 3.0으로 통합니다. (현재 번역중인 PDF가 1.0, 페이트 OGL SRD가 2.0, 세기의 혼이 3.0) 펄프에 특화돼 있긴 하지만 펄프가 워낙에 SF, 판타지, 공포물, 추리물, 수퍼히어로물 등 다른 많은 장르로 파생돼 나온지라 (아시모프, 하인라인,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라이스…) 다른 수많은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을듯 합니다.

페이트는 원래부터 좋아하는 규칙이었지만 세기의 혼에 와서는 정말 마음에 들게 바뀐 점이 몇가지 있는 게, 우선 인물 제작이 훨씬 간단해졌다는 점입니다. 면모에는 더이상 칸수가 없이 유무만 있으며 (즉 ‘아틀란티스의 후예 □□’가 아닌 ‘아틀란티스의 후예’), 가장 복잡한 부분이었던 기능 피라미드는 이제 ‘엄청나다’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에다가 기능을 채워넣기만 하면 됩니다.

인물 제작에서 또 좋아진 부분은 주인공들이 전에도 서로 함께 일한 적이 있고 서로 알도록 짜여져 있다는 것. 어차피 모든 주인공은 ‘세기 클럽’의 구성원이므로 시작 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인 것이 논리적이기도 하지만, 인물 제작 과정을 통해서 각 주인공은 두명의 다른 주인공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 하냐 하면, 총 5기의 인물제작 중 3기에 각 참가자는 자기 등장인물이 주인공인 펄프 소설의 제목과 대략의 내용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정글맨과 리키-티키의 눈’에서 정글맨은 고대 유적에 묻힌 전설의 유물 리키-티키의 눈을 찾는 밀렵꾼들을 물리친다! 라든지요.) 그리고 4기와 5기에는 다른 주인공의 펄프 소설에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글맨은 4기에는 ‘마타 하리와 아틀란티스의 전설’에 출연하고, 5기에는 ‘닥터 D와 분노의 고릴라’에 출연할 수 있겠죠.)

각 기마다 그 기의 경험에 어울리는 면모를 두개씩 추가하기 때문에 주인공끼리의 공통된 경험이라든지 인간관계를 면모로 만들어 규칙 자체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5기를 거치면서 정글맨에게는 ‘정글맨은 마타 하리 좋아한다’라거나 ‘닥터 D는 백인치고 똑똑하다’ 면모가 추가될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기존의 모험에서 새로운 모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편합니다.

판정 부분은 아직 다 보지는 못했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장면이라든지 주변 인물, 혹은 다른 주인공의 면모를 주인공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 ‘어둡다’ ‘까마득한 절벽’ ‘화재’와 같은 면모가 있다면 페이트 점수를 들여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성과 극적 재미를 둘다 확보한 규칙이라고 보입니다.

그 외에 페이트 1.0 규칙을 보면서 불확실했던 부분들을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저는 1.0 규칙만 봐서는 주인공의 면모에 의해서 불이익이 생기지만 주인공이 저항할 수 없는 것일 때 어떻게 할지 잘 알 수가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예쁜 얼굴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면모가 있는 주인공이 수상한 미녀에게 넘어가는 것은 참가자가 페이트 점수를 내서 자제시킬 수 있지만, ‘검은 불꽃 형제단의 원수’ 면모가 있다고 해서 검은 불꽃 형제단의 출연을 페이트 점수로 막는 것은 이상하니까요.

이 경우 3.0 규칙의 지침은 단순명쾌합니다. 검은 불꽃의 형제단이 등장하는 세션 전에 그 면모가 있는 참가자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페이트 점수를 미리 1점 주라는 것이죠. 또 배경 세계와의 연관,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관을 포상하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명확화는 페이트의 기존 팬들에게도 유용하고, 전체 규칙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마음에 듭니다.

펄프는 단일 장르라기보다도 하나의 마음가짐이기 때문에 세기의 혼으로 실제 펄프 캠페인을 돌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의 친숙도 문제도 있고… 어쨌든 명확하고 잘 다듬어진 규칙 때문에라도 세기의 혼은 구입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한장 한장 음미할 시간이 기대되는군요. ^^

한 캠페인에 둘 이상의 규칙

한 캠페인 내에서는 하나의 규칙만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깨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제노님의 제안이었는데, 지금 하는 언더월드 캠페인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인디 RPG 규칙을 사용하는 세션을 가끔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죠.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규칙을 다르게 하는 것은 플레이의 초점을 바꾸기 때문에 캠페인의 다양한 면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거든요. ‘얼음깨기 (Breaking the Ice)’라면 섬세한 연애심리, ‘포도원의 개들’이라면 단죄와 폭력,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이라면 인간적 고민과 심리 변화, ‘바카날 (Bacchanal)’이라면 신들의 장난과 성적 문란..(퍽) 뭐 그런 식입니다. 그런 면에서 규칙을 달리하는 세션은 일종의 외전 성격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또한 같은 배경과 인물들을 다른 규칙으로 플레이해 보는 것은 규칙이 달라짐으로써 플레이의 양상이 달라질지, 달라진다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존 RPG도 사용해본 경험이 있고 인디 RPG도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할만한 상황이 주어진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같은 구성원과 같은 배경, 같은 인물로 두가지 규칙을 사용해 본다는 건 그런 비교를 가능하게 하겠죠.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을 사용할지는 그때그때의 상황을 봐야겠지만, 지금 생각하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얼음깨기 – 연애물. 규칙 자체는 2인용이지만 다른 참가자들도 주변 인물로 얼마든지 개입 가능합니다.

우슈 – 대활극! 출중한 전투력과 영력으로 악을 깨부수는데 적합합니다.

트롤베이브 – 인물 제작은 초간단하지만 (2에서 9 사이의 번호 하나가 능력치의 전부), 판정 규칙의 서사성이 상당합니다.

미씩 – 진행자 없는 진행을 실험적으로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캠페인중 타규칙 사용은 제게 재밌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재밌을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요.

마스터 없는 RPG, Mythic Roleplaying

전에 물고기님과 얘기하다가 처음 알게 된 Mythic Roleplaying은 진행자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특이한 규칙입니다. 또한 진행자가 있더라도 아무 준비 없이 시작 장면만 설정하고 진행할 수도 있으며, 혼자 모험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규칙 자체가 판정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의 세부사항까지 생성하니까요. 예를 들어 ‘뭔가 소리가 들리나요?’ 라든지 ‘오크가 있나요?’ 같은 사항입니다.

미씩의 이러한 모험 생성 규칙의 중심에는 운명 챠트 (Fate Chart)가 있습니다. 의외로 간단한 발상인데, 먼저 ‘예’ 아니면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정합니다. 다음, 그 답이 ‘예’일 확률과 (능동 등급) ‘아니오’일 확률 을 (저항 등급) 정해서 표에서 찾습니다. 다음, 두 가지가 만나는 칸에 나오는 확률에 비교해서 1d100을 굴립니다. 결과가 그 확률 이하로 나오면 대답은 ‘예’이고, 그 확률보다 높게 나오면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예를 들면 두 명의 전사가 싸우는데 한 명이 칼로 내리치는 동안 상대는 방패로 막으려고 합니다. 전사는 적을 칠 수 있을까요? 칼을 쓰는 전사의 칼 실력은 높으며, 방패로 막는 전사의 방패 실력은 평균 이상입니다. 능동 등급 ‘높음’과 저항 등급 ‘평균 이상’이 만나는 확률은 55%입니다. 따라서, 1d100을 굴려서 55 이하가 나오면 칼을 쓰는 전사는 방패를 쓰는 전사를 칼로 명중시킵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모험자들이 걸어가고 있는데 혹시 비가 오는지 궁금합니다. 보통은 진행자가 대답하면 그만이지만, 진행자가 없다 하더라도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건조한 지방이므로 비가 올 확률 (능동 등급)은 낮다고 참가자들이 정합니다. 주변 환경에 대한 내용을 정할 때의 저항 등급은 평균입니다. 낮음과 평균이 만나는 25%이므로 1d100에서 25 이하가 나오면 비가 오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기본 규칙의 기반 위에 대성공, 대실패, 혼돈 점수, 우연한 사건, 행운 점수 등 추가 규칙이 작용하면서 미씩은 모험 생성 규칙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진행자가 필요없는 규칙, 내지는 GM 에뮬레이터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씩은 또한 다른 규칙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판정은 원래 규칙으로 하고, 주변 환경의 사항이라든지 사건 생성 등은 미씩 규칙으로 하는 방식도 책에서는 권하고 있지요.

전반적으로 미씩은 진행자가 없거나 진행자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참가자들의 논리에 의존하는만큼 악용의 여지도 많은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죠. 참가자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다면 미씩은 GM 에뮬레이터로서 그 기능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고 봅니다.

2007/11/9: 다이스&챗 쪽에서 김도완님의 소개로 세션에 예전에 올라온 미씩 (혹은 미딕) 예시를 발견했습니다! 이 규칙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죄와 심판에 대한 짧은 서사시, 포도원의 개들

D. 빈센트 베이커가 만든 포도원의 개들(Dogs in the Vineyard)의 기본 배경은 초기 모르몬 교의 역사에 일부 기반한 가상의 미국 서부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배경에 쉽게 차용할 수 있는 것이, 이 규칙책의 기본 내용은 모르몬교나 서부극에 대한 것이 아닌 죄악과 도덕적 판단, 그리고 죄인과 그 심판자가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최대의 묘미는 ‘참가자의 선택이 곧 법이며 진리’라는 데에 있습니다. 분명히 지켜야 할 신념은 있지만, 그것을 실제 어떻게 적용하는 길이 가장 잘 지키는 길인지는 불확실하기 쉽습니다. 두 여성이 부부로 함께 살고 있다면 이는 신의 뜻을 어긴 죄일까요, 아니면 축복받을 사랑일까요? 진행자는 절대 어느 쪽이 옳은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하며, 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RPG가 가진 게임성의 근본이 되는 ‘선택’이라는 요소를 극도로 살린다는 점에서 이 게임에 대한 호평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녹록치 않은 주제를 다루는 포도원의 개들은 판정 규칙부터 매우 독특해서, 포커식으로 레이즈(Raise)와 시(See)의 연속으로 상대가 거는 주사위의 합계만큼 자신의 주사위를 소모하는 체계로 되어 있습니다. 상대가 거는 주사위를 두 개의 주사위로 막지 못하고 세 개 이상으로 막을 경우 부상을 입고, 상대의 주사위 합계를 더이상 맞출 수 없게 되면 집니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했던가요. 주인공은 부상을 입어야 성장 또한 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규칙의 특징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별 깊이없는 인물은 판정 성공률도 높고 부상도 적지만 대신 성장 또한 늦어집니다. 반면 상처가 많고 복잡한 인물은 부서지고 깨지는만큼 더욱 빨리 성장하고, 깊이 또한 깊어진다는 점에 이 규칙의 묘미가 있습니다. 흉터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는 인물, 낡은 총과 그을린 외투에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그런 인물이 되어가는 것이 ‘포도원의 개들’에서의 성장입니다. (물론 그만큼 강해지는 것도 틀림없고요.)

사실 강한 인물과 약한 인물에 큰 차이를 둘 것도 없는 것이, 제작 규칙상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에게 무조건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성공의 댓가입니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 어디까지 스스로 견딜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요. ‘상승’이라는 규칙 때문에 포도원의 개들에서는 새로운 대립 수단을 끌어들임으로써 주사위를 더 얻습니다. 말로 안되면 주먹을 쓰고, 주먹으로도 안되면 총을 뽑는 식으로 점점 갈등의 수위를 높여가게 됩니다. 문제는 정말 그러면서까지 이기고 싶은지 하는 것. 어떤 갈등이든 그 극단까지 끌고 가면 분명히 이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심판,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상처를 늘려갑니다.

이러한 심판과 선택이 이루어지는 극적 공간은 주인공들이 돌아다니는 마을들로, 마을 제작 규칙도 이 책의 별미입니다.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깽판칠 수 있는 극적 상황과 인물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죠. 오만에서 죄악, 거짓 신앙 등으로 이어지는 죄의 진행은 배경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종교색을 띨 필요도 없습니다. 배경에 따라 주인공들은 제다이, 성기사, 경찰, 범죄조직원 등 어떤 신분도 될 수 있고, 그들이 지키는 신념도 얼마든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지키려는 신념이 있고 집행할 권위가 있는 한 어떤 배경이든 가능한 것이 포도원의 개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진행자에 대한 조언도 상당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또다른 장점. 제가 본 진행자 조언 중 가히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 주요 내용은 참가자의 선택을 완전히 존중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시나리오를 절대 짜지 말라는 것도 많은 진행자에게 참 반가운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주인공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극적 상황을 만들고 거기서부터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반응만 하라는 조언은 이후의 제 RPG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포도원의 개들은 지금까지 한 두어번 돌려보기는 했지만 거의 판정 규칙만 따왔을 뿐, 근본적으로는 그 특징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이 규칙을 제대로 활용해서 장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군요   . 죄와 심판이라는 무겁고도 흥미로운 주제, 그리고 그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 군상의 짧고 격렬한 서사시를…

악의어린 공포의 장, 원더랜드

짬짬이 틈을 내서 범용 RPG 규칙인 JAGS 배경 책 원더랜드를 읽었습니다. 2권인 진행자용 책은 현재 읽는 중. 공짜 RPG 책이 이렇게 질이 높을 수 있을까 놀라울 정도의 품질과 분량을 자랑하는군요. 풍부한 일러스트와 알찬 내용, 읽기 좋은 레이아웃… 아마추어 RPG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엷은 RPG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목대로 원더랜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느정도 기반삼고 있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장르는 현대 심리 공포물로서, 감염성 정신질환인 CPD에 의한 초현실적 환각과 이상행동으로 점점 생활이 붕괴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환각이라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은 것이 CPD이기도 하죠. 어째서 여러 사람이서 동시에 ‘에피소드’ (CPD 환각증세)를 겪으면서 모두 같은 경험을 기억하는지, 어째서 전혀 다른 사람들이 겪는 에피소드 사이에 공통되는 장소나 인물이 등장하는지, 어째서 에피소드가 환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공통된 점이 있다면 원더랜드 역시 부조리하고 악의어린 유머를 추구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무실 천장에 붙은 책상, 멀쩡히 돌아가는 반쪽짜리 TV, 색색의 갈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공룡, 자본주의를 숭배하는 거대한 신전 등, 원더랜드는 엉뚱하고 비정상인 상상이 광기어린 공포와 결코 멀지 않은 공간입니다.

이렇듯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삶이 어긋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은 반드시 무력한 피해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책에서는 모험과 공포의 균형, 즉 주인공에게 원더랜드의 공포와 싸울 힘이 얼마나 주어지는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말하자면 ‘크툴루의 부름’과 ‘버피’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캠페인을 할지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원더랜드의 악의에 비참하게 잠식당하는 모습인가, 아니면 원더랜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심지어는 원더랜드를 통해 강해지는 모습인가. 이런 고려사항을 자세히 다룬 RPG 책이 별로 없어서 더욱 호감이 가는 부분이군요.

전체적인 인상은 진행이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배경이라는 느낌입니다. 늘 번역의 압박에 시달리는 (…) RPG인으로서도 좋은 게, 참가자들이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실 부분이야 배경이 현대이니 따로 독서가 필요없고, 원더랜드 쪽에서는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모르다가 직접 발로 뛰면서 서서히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테니까요. 잘못 아는 것도 재미있습..(퍽)

본래 원더랜드는 JAGS를 사용하지만 규칙은 많이 들어가 있지 않으므로 다른 규칙으로 전환하는 것도 쉬워 보입니다. JAGS는 제가 다루기에는 조금 (많이) 복잡하지만 컨버젼 후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런 식으로 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기와 해학과 공포의 장, 원더랜드에 빠져들기 위하여.

7번째 바다-페이트 컨버젼 – 인물 제작의 예

프랑스와라는 이름의 몽테뉴 귀족의 기본 발상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7번째 바다-페이트 컨버젼의 인물 제작 부분을 참고해 주세요.

제 1기 (약 5세~9세, AV 1648~1652)

이 시기의 테아

레옹 14세의 제위 10년을 넘어가고 있던 시기로, 아이젠에서는 30년 전쟁이 한창이었고 몽테뉴는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발론에서는 앙리 뒤 몽테뉴의 뒤를 이은 캄란 가문과 엘레노르 여왕의 후예인 로베인 가문이 왕위를 사이에 두고 벌인 200년 전쟁이 종전을 맞습니다. 1654년 마가렛 여왕이 사망했고, 이복 동생 일레인은 1646년 이래 8년간 실종상태였기 때문에 후계자가 없었습니다. 귀족가 사이의 왕위다툼, 이니스모어와 하이랜드의 독립 선언이 이어지고 몽테뉴는 아발론 침공을 위한 함대 준비에 박차를 가합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

프랑스와 뒤브와즈 뒤 아랑은 라이유르에서 몽테뉴 대주교인 아버지 조르쥬와 프레스 뒤 라슈티스 가문 출신의 어머니 프랑스와즈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랑 영지의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어린 프랑스와는 마음껏 뛰놀며 자랐고, 그에게 아랑의 드넓은 하늘과 들판은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는 소중함으로, 그의 조국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능력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기능 (5)
잽쌈 //
힘    /
생존 /
기척 죽이기 /

제 2기 (약 9세~13세, AV 1652~1656)

이 시기의 테아

1656년 아발론에는 일레인이 성배를 가지고 돌아옵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

10살 전후에 프랑스와는 포르테의 재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아버지가 성직자여서 좀 곤란하기는 했지만 어머니의 설득으로 포르테 마법사인 가정교사를 불러 일반 교육과 함께 포르테 사용 훈련을 받습니다. 13살 경에는 검 또한 배우기 시작합니다.

능력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포르테 마법사 □

기능 (9)
잽쌈 //
힘    /
생존 /
기척 죽이기 /
포르테 (피묻히기) /
펜싱 //
언어 (글 – 몽테뉴) /

제 3기 (약 13세~17세, AV 1656~1660)

이 시기의 테아

아발론에서 일레인 여왕이 아발론을 통일하고 1658년 등극합니다. 이듬해인 1659년에는 까스띠예 아르마다가 아발론 함대에 대패하는 이변이 일어납니다. 180척의 배 중 32척만이 남고 3만 6천명의 까스띠예 수병을 잃은 이 전투에서 오르두뇨 제독이 사망하고 왕세자 하비에르가 새 제독으로 임명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이젠에서는 30년 전쟁이 말기에 접어듭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

프랑스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이 잦아집니다. 아버지는 프랑스와가 포르테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그 외에도 진로 문제로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아버지는 프랑스와가 사제, 마법 때문에 곤란하다면 학자가 되기를 바랬지만 프랑스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진로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프랑스와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느라 마법에 더욱 매진합니다.

그러는 한편 젊은 몽테뉴 귀족에게 어울리는 몸가짐도 차차 익혀갑니다. 문제는 아버지를 밀어내는 쪽으로 발달을 했다는 점이지만… (아들과 대화하려는 아버지를 차갑고 정중하게 밀어낸다거나, 어디 있었느냐고 물으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든가)

능력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포르테 마법사

기능 (13)
잽쌈 //
힘    /
생존 /
기척 죽이기 /
포르테 (피묻히기, 가져오기) //
펜싱 ///
언어 (글 – 몽테뉴) /
예의범절 /
태연함 /

제 4기 (약 17세~21세, AV 1660~1664)

이 시기의 테아

온갖 사건들이 이때부터 일제히 발생합니다. 마치 주인공의 장성을 기다렸다는듯! (퍽)

아이젠에서는 황제군을 이끄는 기에틀의 총력 소모전과 신교군을 이끌던 슈테파노 울프의 죽음으로 30년 전쟁은 더욱 급박한 전황을 맞고, 1662년 여름 아이젠이 약화된 틈을 타 까스띠예와 몽테뉴가 동시에 침략합니다. 라이펜슈탈 황제는 항복하고 두 나라에게 각각 슈티거 영지의 일부를 할양합니다. 레옹 14세는 이 영토를 경매에 붙여 미셸 뒤 글롸이유르와 시스 뒤 시스 공작가가 새로 탄생합니다.

1664년 벤델은 길더를 찍어내기 시작합니다. 또한 레옹 14세는 공개적으로 마법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이 선언은 이단심문회의 몽테뉴 침입과 몽테규의 결전으로 일단락됩니다. 까스띠예에서는 하비에르 왕세자가 실종됩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

프랑스와의 아버지는 레옹 황제의 공개적 선언에 유감을 표하고, 프랑스와는 포르테 마법사인 게 뭐가 잘못이냐며 아버지에게 대듭니다. 또한 이단심문회가 몽테뉴를 침공하자 프랑스와는 마치 아버지의 개인적 책임인 것처럼 비난하고, 그 결과 부자의 관계는 더욱 악화됩니다. 결국 프랑스와는 아버지의 뜻을 완전히 어기고 발루 영지로 가서 발루 검법을 공부합니다. 많은 귀공자들과 만나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 또한 보내게 되지요.

능력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포르테 마법사 □□
발루 검객 □

기능 (17)
잽쌈 //
힘    /
생존 /
기척 죽이기 /
포르테 (피묻히기, 가져오기) //
펜싱 ///
언어 (글 – 몽테뉴) /
예의범절 //
태연함 /
발루 유파 (이중 막기, 표시) //
사교성 /

제 5기 (약 21세~25세, AV 1664~1668)

이 시기의 테아

이때쯤 교황이 몽테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내방했다가 사망합니다. 몽테뉴와 까스띠예의 관계는 순식간에 악화되지요. 설상가상으로 다르쥬노 추기경과 몽테뉴의 대주교들마저 실종됩니다. 1665년 봄에 까스띠예에서 13살의 살바도르 베하라노 데 산도발 국왕 즉위하고,
1667년 봄 몽테뉴는 까스띠예 침공을 단행합니다. 초기의 선전 이후 까스띠예 전선은 정체 상태입니다. 아이젠에서는 라이펜슈탈 황제가 자살합니다.

이 시기의 주인공

어머니를 뵈러 라이유르로 돌아왔던 프랑스와는 22세 생일날 파티를 한 저녁, 정원에서 젊은 여성과 밀회를 가지는 걸 들켜서 아버지와 또다시 다툽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영지 외곽의 작은 교회를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실종됩니다. 조르쥬가 사라진 길가에는 싸움의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아버지가 쓰던 퍼즐검만이 발견되었습니다.

뒤브와즈 가 당주인 사뮈엘 숙부는 사촌 조르쥬의 무사한 귀환에 큰 상금을 걸었지만 아직 아버지는 (다른 아홉명의 대주교와 마찬가지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프랑스와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나눈 얘기가 말다툼이었다는 사실에 큰 자책을 느끼고 아버지를 찾겠다고 어머니와 자신에게 맹세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국왕 레옹 14세의 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여 샤루즈로 왔습니다. 몽테뉴를 사랑하는 그로서는 아버지의 실종이 정말 국왕의 뜻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되긴 하지만요.

능력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포르테 마법사 □□
발루 검객 □
아버지를 찾겠다는 맹세 □

기능 (20)
잽쌈 //
힘    /
생존 /
기척 죽이기 /
포르테 (피묻히기, 가져오기) //
펜싱 ///
언어 (글 – 몽테뉴) /
예의범절 //
태연함 /
발루 유파 (이중 막기, 표시) //
사교성 /
유혹 //
소문 /

부속 (1)
아버지의 검, 라 브리앙스
가벼운 검 □

최종 시트

프랑스와 뒤브와즈 뒤 아랑

면모
몽테뉴에 대한 애국심 □
포르테 마법사 □□
발루 검객 □
아버지를 찾겠다는 맹세 □

기능
좋다 – 펜싱
괜찮다 – 발루 유파 (이중 막기, 표시), 예의범절, 잽쌈, 포르테 (피묻히기, 가져오기), 유혹
보통 – 기척 죽이기, 사교성, 생존, 소문, 언어 (몽테뉴 쓰기), 태연함, 힘

부속
라 브리앙스 (아버지의 검)
한줄기 빛만큼이나 가볍고 날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