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즉플과 단편

레이디의 그늘 2화 – 게이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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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멜과 핍은 아게나가 내어준 더스트맨 로브를 입고 블리크 카발 본부인 게이트하우스에 있는 고아원으로 향합니다. 게이트하우스 밖에는 구호를 기다리는 빈민과 환자를 정신병원에 맡기려는 사람들,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고, 방문객도 줄을 서야 한다는 말에 핍은 낙담합니다.

멜은 줄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노점에서 렌에게 가져다 줄 먹거리를 사주고, 핍이 음식을 가지고 먼저 들어간 사이 멜은 블리크 카발의 드워프 할아버지에게(주:참고로 블리커 드워프는 다른 블리커와는 달리 수명단축 부작용이 없습니다) 방문객은 먼저 들어가게 해줄 수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 워낙에 방문자가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에 고민하긴 하지만 할아버지는 결국 안된다고 거절하고, 설전 끝에 멜은 알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게이트하우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

한편 내키지는 않지만 게이트하우스 포교에 따라온 아게나는 멜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놀랍니다. 멜은 블리커 사무원 중 하나를 휘황한 말솜씨로 구워삶아서 유유히 고아원이 있는 동쪽 동으로 들어가고, 신경이 쓰인 아게나 역시 잠시 후 따라가지요.

3층의 고아원으로 올라온 멜과 아게나는 핍의 친구 렌이 더 위독해졌고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멜은 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하지만 아게나는 죽음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생각의 힘으로 늦춘다는 발상에 의문을 표하고… 카발의 의사에 따르면 렌을 유일하게 살릴 수 있는 약은 칼날덩쿨 (razorvine)에 피는 꽃, 전설에만 전해지는 벨리니우스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칼날덩쿨이 꽃을 피울리 없으니 그야말로 전설인 것이죠.

어찌됐든 아게나와 멜은 이 약을 구하는 동안 병세의 진전을 늦추기라도 하기 위해 아이를 하이브의 지저분한 환경에서 빼내 좋은 환경에서 요양시켜야 한다고 의견의 일치를 봅니다. 더스트맨 본부인 시체안치소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고(..) 사이너 본부인 회당에서 렌을 받아달라고 청원하기로 한 두 사람은 일단 렌과 핍을 데리고 회당으로 향합니다.

레이디의 그늘 1화 – 시체안치소

과거의 그늘 + 플레인스케이프 캠페인 레이디의 그늘 (Shadow of the Lady) 1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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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사인 오브 원 당원인 멜은 당파 본부인 스피커즈 홀에 있던 중, 사인 오브 원 당주이자 좋아하는 여자인 다리우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도 말도 못걸고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때 다리우스를 수행하던 사이너 간부 하나가 그에게 하이브 구역의 시체안치소에 있는 더스트맨 팩터 트레반트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심부름을 시키지요.

한편 더스트맨인 아게나는 시체안치소에서 좀비 일꾼들과 함께 장례식 뒷정리를 한 후 회의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더스트맨의 포교 활동을 고아원의 아이들에게까지 확장한다는 팩터 트레반트의 방침에 반발한 그는 포교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보다는 시체안치소에서 일하는 망자들의 처우에 신경써야 한다고 역설하고, 그의 주장에 더스트맨들은 술렁입니다.

시체안치소를 향해 시길의 빈민가인 하이브의 거리를 걷던 멜은 깡패들에게 딱 걸립니다. 그는 사이너답게 상상력의 힘으로 이들이 도망치는 것을 상상하고, 그 순간 골목에 칼날로 둘러싸인 여자 그림자가 드리우지요. 깡패들은 레이디 오브 페인의 그림자에서 정신없이 도망치지만 멜은 시길에 온지 얼마 안돼서 뭘 모르는데다(..) 호기심이 동해서 도망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자는 핍이라는 하프엘프 고아의 장난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쾌활한 꼬마인 핍은 멜에게 하이브를 안내해 주겠다고 합니다. 먼저 멜이 일부터 처리하고 하이브를 구경하기로 한 두 사람은 시체안치소로 향합니다. 그리고 시체안치소 앞문을 지키고 있던 아게나와 조우하게 되지요.

편지를 트레반트에게 전하라고 보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핍은 아게나에게 망자 계약서 (나중에 죽으면 자기 시체가 부활되어 시체안치소의 일꾼 좀비로 쓰이는 것을 허락하는 매매계약)를 써도 되냐고 해서 아게나와 멜을 놀라게 하고, 왜 자기 시체를 팔려느냐는 아게나에게 핍은 친구가 아파서 돈이 필요하다고 대답합니다. 친구는 자신이 도와줄테니 망자 계약서는 잊어버리라고 아게나는 핍을 타이르고,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더스트맨의 현 방침에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때 더스트맨 하나가 나와서 팩터 트레반트가 멜과 아게나를 보자고 한다고 전하고, 두 사람은 트레반트를 만나러 갑니다. 트레반트는 더스트맨과 사이너 당파가 협력해서 물질계로 가는 차원문을 찾으려고 한다며 두 사람이 협력해서 이 문의 위치를 찾은 후 위치를 보고하라고 합니다. (우히히히 껴맞추기..(..)) 트레반트는 이 물질계 세계가 ‘문의 도둑’이라는 신의 지배하에 있었다고 언급하고, 그 이름에 아게나는 품 안의 단검이 진동하는 것을 느낍니다. 다리우스 당주가 멜을 이 일에 적격으로 판단했다는 트레반트의 말에 멜은 그저 싱글벙글.

트레반트와 얘기하고 나오면서 아게나는 핍에게 망자 계약서 얘기를 했던 더스트맨을 꾸짖고, 핍과 멜은 핍의 아픈 친구인 렌에게 가보기로 합니다.

Dark Ages: Vampire 2화

바스티안과 요슈아는 아사마이트 암살자와 티격태격. 바스티안은 양심과의 사투 끝에 놈의 머리를 날려버립니다! 미모의 수녀 엘레사에게 진실을 고백한 대가는 헐레벌떡 도망치는 그녀의 뒷모습. 흘리고 간 십자가는 나름 정표라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주워 챙기는 바스티안이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떠오르자 쿨쿨. 물고기님이 만드신 인물 티에리가 등장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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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 데 블레사

“형제를 쳐죽일 때 카인은 인간이었음을 기억하라.”
-Road of Humanity, a Sourcebook for Dark Ages: Vampire

포옹의 공포, 고통의 극단이 차라리 환희에 닿았던 시간들이 할퀴고 지나간 후 그의 기억은 완전치 않다. 하지만 동생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한다. 한 날, 한 시, 한 태, 낮과 밤처럼 달랐던 쌍둥이가 있었다는 것을. 아버지와 똑같은 붉은 머리, 하늘처럼 파랗던 눈을 깜박이던 우윳빛 창백한 아기… 알레호가 낮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까마귀 날개 머리칼과 기름진 흙처럼 검은 피부, 부정한 비밀을 간직한 검은 심연의 눈이 마치 죄악의 인처럼 선명했던 아기가 있었다. 그 아이가 밤이었다. 사악한 이교도 정복자, 무어인의 얼굴. 낮과 밤. 선과 악. 그것이 시작이었다.

쌍둥이 중 형, 밤처럼 검은 바스티안을 보는 아버지의 눈은 수많은 책망을 담고 있었다. 마치 알레호의 계승권을 빼앗으려 일부러 그의 발뒤꿈치를 잡으며 먼저 태어났다는 듯. 마치 그의 아내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도록 바스티안이 획책한 듯. 다시 기독교의 땅이 되어가는 이 땅을 빼앗아 이교도들에게 돌려주기라도 할 듯. 소년은 아버지의 눈빛이 무슨 죄를 묻는지 몰랐고, 따라서 반박할 말이 없었다. 두 형제가 태어난지 며칠만에 살해당했던 어머니는 알 수 있었을까. 빈 방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무어 여인의 초상화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버지의 집에 자신이 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버지의 강요대로 거짓말을 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올 뿐, 어느 한쪽이 먼저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 한 마디로 그의 동생은 그의 형이 되었고,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었고, 그는 아무데도 설 곳이 없었기에 영지를 떠나 성전(聖戰)에 뛰어들었다. 이교도들에게서 기독교의 땅을 되찾기 위하여… 태어났다는 죄, 그의 원죄를 씻으려고.

전쟁은 그를 검은 물살에 휩쓸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내렸고, 그의 눈과 귀와 코와 폐로 밀고 들어왔다. 살려고 시체 밑에 숨으며, 옷과 신발과 무구가 없어 시체를 털면서, 약속했던 보급이 오지 않자 굶다 못해 가축을 빼앗으며… 전쟁이 그의 피에 검게 흐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여자도 노인도 아이도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사실을 자랑할 수 있었다. 피가 끓으면 강제로 욕망을 채우고 배가 고프면 사람 고기를 구우며 동료들과 웃을 수 있었다. 세상은 미쳐서 돌아갔고, 그는 속죄하는 기사도 아니었고 인간도 아니었다. 어떤 야수도 전쟁의 꼭두각시처럼 잔혹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나는 전투의 광기가 썰물처럼 빠진 후 자비로운 손이 주워들은 사금파리. 작은 수도원에서 부상을 입은채 깨어난 청년, 이교도처럼 생기고 기독교도라고 말하는 부상자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수도원의 지하실로 끌려갔다. 그 심연의 부정한 어둠 속에서 그는 죽음을 빼앗겼다. 어둠의 천사들이 그를 지옥의 관문에서 끌어내어 내던지고, 어머니의 초상화가 피눈물을 흘렸다. 저주받은 피로 참을 수 없는 갈증을 채우는 동안 죽은 몸에 갇힌 영혼은 절규했다. 태어난 것은 또 한 번 그에게 죄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번 병실에서 깨어났을 때, 햇빛이 자기 몸을 태운다는 발견은 크나큰 유혹이었다. 그러나 자살자의 영혼은 저주받는다. 그가 저지르고 당한 모든 일 후에도 지옥에 대한 공포에서만은 벗어날 수 없었고, 전쟁이 남긴 광기어린 격정의 소용돌이도 죽은 자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이 무엇인지 죽어서야 알 수 있었다. 저주받은 후에야 저주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다시 그 지하실로 내려가 수많은 쥐의 목을 부러뜨리고 피를 빨아내며 그는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그의 속죄를 속죄하리라. 처음으로 진정 기사가 되어 도난당한 죽음을 되찾으리라. 약자와 정의를 위해 수많은 위험 앞에 자신을 내던지다 소멸한다면 그것은 자살은 아닐 것이다. 카인의 아들들은 천상의 문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미친 현자의 속삭임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그의 속죄가 충분하고 그의 뉘우침이 진실하다면, 그렇다면…

어둠속에 웅크리고 앉아 얼굴에 피칠을 한 채 쥐의 피로 포식하는 바스티안 데 블레사의 시체는 지옥의 두려움에 진저리친다.

“결국 모든 뉘우침의 근원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가?”
-Road of Humanity


글룸님의 Dark Ages: Vampire 캠페인 주인공인 바스티안 데 블레사 배경을 쓰다가 이 지경이 되었군요. (…) WoD 쪽을 해보는 건 처름이고, 특히 제가 뱀파이어 쪽에 불만이 많다는 건 아는 분들은 아실.. 이 계기로 제 생각이 바뀔지 궁금하네요. 글에 두어 번 나오는 성경 속 내용에 대한 암시를 눈치채신 분이 있나 모르겠는.. (아마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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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1: 판디트와 하리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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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첫편, ‘판디트와 하리잔 여인’입니다. 글룸님 (궁정 학자 쿠만 이븐 아흐메드), 비숍님 (물긷는 소년 담리앗), 제가 (총애받는 무희 디나) 참가했습니다.

이야기: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던 판디트는 미천한 여인이 자신보다 상류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강물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이때 역시 목욕하러 온 술탄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판디트더러 화를 내는 자는 수드라일 뿐아라며 판디트에게 하리잔 여인의 하인이 되라고 명령합니다. 여인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판디트가 자신보다 하류에서 목욕하게 하고, 목욕이 끝난 후 판디트에게 원래의 지위를 돌려줍니다. 앞으로는 자신처럼 미천한 사람들을 조금은 생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궁정: 쿠만은 담리앗과 디나와 이야기하면서 젊었을 때의 유쾌함을 조금 되찾고, 디나는 한편 쿠만의 언질 때문에 지나치게 분방하다고 술탄에게 노염을 삽니다. 담리앗은 우연한 기회에 왕족의 목숨을 구해 물긷는 소년에서 벗어나 전사로 훈련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 왕족이 하필이면 술탄이 경계하는 이복 동생이었기 때문에 술탄의 미움을 받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플레이테스트 – 오티엘 밴드 이야기 플레이 보고서

이번에 ‘안방극장 대모험(Primetime Adventures)’ 룰을 사용한 플레이테스트 겸 즉플을 해보았습니다. 광풍님의 잡담방에 있다가 갑자기 ‘즉플하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도 없이 시작한, 그야말로 즉석 플레이였다죠..ㅋㅋ 희생양(?)들은 같은 잡담방에 있던 죄밖에 없었던 구네님, 러드네이님, 희미님 세분이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은 가상의 TV 드라마를 만드는 룰로, GM(이 룰에선 PD라고 함)과 플레이어들이 상의해서 프로를 기획하고 만든 다음, 그 내용을 롤플레이하는 룰입니다. 룰을 간단히 설명하고 기획에 들어갔습니다.

드라마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내용, 즉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예계와 학교에서 겪는 내용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낙찰을 봤습니다. (실은 폭군 PD의 독단이었던 소리는 절대 못하겠…) 그다음 캐메에 들어갔죠. 원래 아이돌 댄스그룹으로 컨셉을 잡았었는데 러드네이님이 악기 다루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재밌게도 그룹 컨셉에서부터 시작해 내용 자체에도 꽤 영향이 컸습니다.

구네님과 희미님에게 배스와 드럼을 맡은 캐릭터는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두분 다 노래와 댄스를 하는 가수 캐릭터를 원하시더라고요. 이쯤에서 자칫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플레이 끝나겠다는 위기감! (어이, 오버야) 진땀나는 PD, 방안을 짜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이 바로 전설의 그룹 아바(ABBA). 아름답고 노래 잘하는 아그네사와 프리다, 그리고 연주 파트를 맡은 베니와 비요른의 환상 4인조.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구네님과 희미님 캐릭터들은 노래와 댄스를 맡고 러드네이님 캐릭터는 밴드 쪽, 그리고 NPC 밴드 멤버들을 추가해서 순수 아이돌 그룹이 아닌 어느정도 음악성을 갖춘 젊은 밴드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다 러드네이님이 그 NPC 밴드멤버 중 키보드 맡은 녀석에 대한 설정을 해서 더욱 재밌어졌습니다. 내키지 않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예계로 끌어들인 절친한 친구이자, 밴드의 노래 작곡을 맡은 캐릭터라고 말이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캐릭터가 플레이 내용의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이와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선회하는 플레이야말로 즉플의 매력이 아닐까요? ㅋㅋ

밴드 이름은 플레이어들의 최강의 작명센스로(…) 오티엘 밴드가 탄생했습니다..ㅡㅡ/ 최종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김윤정(플레이어: 구네)

-오티엘의 보컬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노래를 너무나 좋아해서 같은 밴드 멤버인 유리의 표현대로라면 하루종일 노래만 부르고 있으라면 행복할 아이. 아빠가 연예활동을 탐탁치 않아 하는 점이 괴롭습니다. 성적이 꽤 좋은 편으로, 활동하느라 바쁠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고민: 아빠와의 갈등

-능력: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모범생

-인맥: 학교 선배 주인혁 (언더그라운드 밴드 쪽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기대주, 윤정이 몰래 가슴 두근거리는 상대)

2. 이세진(플레이어: 러드네이)

-기타를 맡고 있는, 역시 고등학교 2학년생. 고아이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저 같은 학교 친구인 미희, 윤정, 인성과 음악을 하던 중 기획사의 눈에 띄었고,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인성의 강력한 권유로 함께 연예계에 뛰어들게 됩니다. 지금도 연예계가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회의하고 있습니다.

-고민: 연예인의 삶이 자신에게 맞는 건지 고민중

-능력: 기타리스트

-인맥: 세진을 키워주신 할머니, 친구이자 밴드 동료인 황인성

3. 장미희(플레이어: 희미)

-윤정과 함께 오티엘의 보컬, 인성과 함께 작곡을 맡은 발랄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집이 빚 때문에 어려운 관계로 연예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수입은 전액 부모님 통장으로 직행하고 본인은 쪼들리는 착한 딸이자, 이기적인 가족들한테 치이는 불쌍한 소녀이지요.

-고민: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능력: 귀여운 여가수

-인맥: 반항적인 남동생 원경, 미희를 이해해 주고 연예활동도 응원해 주는 담임선생님 유하진

시범 방송이므로 모든 PC들의 화면 존재감은 2, 그리고 짧은 플레이므로 PC들의 개인 세트는 모두 똑같은 학교 옥상으로 맞췄습니다.

4. NPC 멤버들

-명호일: 신디사이저와 필요할 때면 턴테이블을 다룹니다. 원래대로라면 고3일 나이이지만 학교는 자퇴했습니다. 음침한 성격과 태도에 그저 음악밖에 모릅니다. 정상적인 정신세계의 소유자라고 보긴 힘들지만 음악적 재능만은 천부적인듯. 세진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멤버. (하긴 누가 좋아하겠어요..ㅡㅡ;;)

-박유리: 오티엘의 베이시스트이자 스타일 좋은 이쁜 언니. 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관계로 젊은 밴드 오티엘의 최연장자..(…) 다소 건조한 성격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특히 윤정을 친동생처럼 아낍니다. 줄담배를 피우는 골초. 착한 학교 선배와 시간날 때마다 데이트를 즐기며 목하 열애중.

-정우진: 드럼을 맡은 대학 1학년입니다. 성격 좋은 호남형으로, 밴드의 고등학생 멤버들에게는 형이나 오빠 같은 존재. 실은 일반 대학생을 훨씬 웃도는 주머니 사정으로 밥을 잘 사준다는 점 때문에 인심을 얻은 걸지도…;;

-황인성: 키보드를 치고 미희와 함께 작곡을 맡은 고등학교 2학년생. 미희, 세진, 윤정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세진의 절친한 친구이자 머뭇거리는 세진을 연예계로 끌어들인 장본인. 음악적 열정이 대단한 녀석으로, 부모님은 지방에 계신데 혼자 서울 올라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오티엘 밴드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곡을 쏟아내고, 학교에서는 음악실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예술가적 기질만큼이나 자존심 세고 예민한 성격을 어느정도 누그려뜨려 주는 존재가 세진입니다.

…정말 PC와 NPC를 통틀어 캐릭들의 나이를 보면 한국 음악계에 신동의 시대가 도래했나 싶은..(웃음)

처음 플레이가 시작된 도입 장면에서 카메라는 불꺼진 방을 비춥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티엘 밴드의 히트곡 ‘너에게’가 생방송으로 나오는 사이 컴퓨터 앞에는 사람이 혼자 앉아 게시판 글을 올립니다. 카메라가 다가가면서 그 사람이 쓰고 있는 글이 보입니다. ‘오티엘 밴드, 일본 밴드 표절.’ 여기서 플레이어들의 경악 큐.

다음 장면. ‘너에게’를 만족스럽게 공연한 오티엘 밴드 멤버들은 분장실 문 저편에서도 들려오는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잠시라는 것을! +_+) 서로 웃고 장난치며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멤버들. 그때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분장실에 매니져 선생님이 벌컥 들어오고, 하얗게 얼굴이 질린 채로 좀전 게시판 글과 답글들을 출력한 종이를 테이블 위에 던집니다. 신생 인기 밴드에 자칫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악성 루머에 멤버들은 할말을 잃고… 특히 작곡을 맡은 인성이는 더더욱 견디지 못하고 먼저 나갑니다.

매니져 선생님과 멤버들은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고 일이 커질 경우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뒤, 세진과 미희, 우진은 인성이가 걱정돼서 가보기로 하고, 윤정은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합니다. 유리는 다 잘 될 거라며 윤정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데이트하러 떠납니다. 장면신청을 받자 세진과 미희의 플레이어분들은 인성이와 만나는 장면, 윤정의 플레이어분은 집에 가는 길에 학교선배 인혁과 마주치는 장면이었습니다.

PD로서 자칫 난처할 수도 있는 PC들의 분리 상황이지만 룰의 성격 덕분에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자체가 (구네님이 예리하게 지적하셨듯이) 여럿이서 협력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만큼, 자기 PC가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플레이어들은 활발히 참여할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에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 다른 룰에서는 참견인 것이 안방극장에서는 꼭 필요한 참여입니다. 이런 참여는 룰적으로도 확보되어 있어서, 자기 캐릭터가 안 나와도 플레이어들은 팬레터 등을 통해 이야기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희와 세진 일행이 인성에게 찾아가는 장면부터 시작. 작업실에 가 보니 인성은 혼자서 격하게 드럼을 치면서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세진이가 큰 소리로 부르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인성은 태연한척 하려 하지만 마음이 딴데 가있는 흔적이 역력하고… 위로하려고 애쓰는 세진과 미희에게 인성은 대뜸 자신이 밴드를 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장면전환! (음하하) 집으로 가던 윤정은 집근처 음반가게에서 헤드폰을 끼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인혁 선배를 발견합니다. 뒤로 살금살금 접근해 헤드폰을 확 뺏어서 자기가 쓰는 윤정. 놀랍게도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건 윤정 자신의 목소리, 오티엘 밴드의 곡이었습니다. 윤정의 재능을 칭찬하는 인혁의 말에 윤정은 상기되고… 윤정은 인혁에게 밥사달라고 조르고, 인혁은 음악하는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서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윤정이 그러냐고 하면서 포기하려는 순간, PD와 플레이어들의 빗발치는 강요로(…) 결국 갈등판정을 하게 됩니다. 저는 예산을 2 배정해서 3d10, 윤정 쪽은 화면 존재감만 굴려서 2d10인데도 플레이어 쪽이 이겼습니다! 이때부터 플레이어 편드는 다이스의 배은망덕이 시작됩니다..(…)

돌아서려던 윤정은 순간 비틀거리고, 이런 상투적인 수법을 쓰느냐는 플레이어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인혁은 정말 몸 안좋은 거 아니냐며 걱정합니다. 밥 사주면 나아지겠냐는 인혁의 말에 윤정은 좋아서 그렇다고 하고, 인혁은 전화걸어서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합니다. 여기서 윤정 플레이어분의 멋진 연기에 나머지 두 플레이어분들이 팬레터를 보냅니다.

다시 장면전환하면서 밝아졌던 분위기가 싸악 가라앉습니다. 세진은 주먹을 쥐면서 인성에게 다시 말해보라고 하고, 인성은 동료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세진은 자신을 억지로 끌어넣고서는 지금 와선 무슨 소리냐고 합니다. 인성은 폭발하면서, 그런 오해를 받은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다며 다른 밴드 멤버들에게 피해 주기도 싫다고 합니다. 피해망상증이라며 네 맘대로 하라는 세진. 분위기는 진정되는데, 이때 PD 당황했습니다. 이건 제가 좀 잘못한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한 장면당 판정을 한번은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ㅋㅋ 1회 플레이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 관계로 차분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가능한한 룰을 많이 활용하려는 조급함도 컸습니다. 뭐 플레이어분의 멋진 대응으로 결과적으론 더 좋았지만요.

PD 버벅거리는 거 보고 러드네이님 불쌍했는지, 다음 순간 세진이 주먹을 날립니다. 얼얼한 표정으로 나가떨어진 인성. 다시 다이스 타임~! 다이스는 여전히 플레이어 편..ㅡㅡ++ 인성은 세진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웃음을 터뜨립니다. 황당해하는 미희에게 세진은 원래 이랬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저녁 근사하게 쏘겠다는 우진의 선언에 모두 웃으며 밖으로 나섭니다. 역시 세진의 멋진 RP에 팬레터 두통이 들어옵니다. 이러한 플레이어간의 RP 포상, 나름대로 문제도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다음 장면. 윤정은 인혁과 함께 국밥집에서 국밥을..(…) (구네님의 명잡담, ‘소녀에게 국밥이 뭐야.’가 이때 작열했다죠.) 음악 얘기를 하면서 두 사람은 시간가는 줄 모르죠. 가만히 놔두면 끝없이 땅만 파고드는 로키가 이 행복한 장면을 그냥 둘 리가! 이때 한켠의 텔레비전에서 연예 뉴스가 나오더니만 오티엘 밴드의 표절 의혹 얘기가 나와버렸다죠. 게시판 글 하나에서 일파만파! 윤정은 서둘러 달려가서 텔레비전을 꺼버리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놀란 인혁을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그대로 도망칩니다. 인혁은 부르며 쫓아오지만 남자녀석이 뭐가 그렇게 느려터졌는지 뒤처져 버립니다. (사실은 마스터가 또 다이스의 농간에 놀아난..ㅠㅠ)

이때부터 분위기 완급조절이 제대로 안된 채 끊임없이 안좋은 분위기로만 흘러간 점이 좀 별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재밌는 플레이였긴 하지만요. 다음 장면은 밥먹고 들어온 미희와 가족들의 장면. 희미님이 얘기해준 가족 분위기에 따라 구성을 해보았는데, 정말 너무 사람 안 같게 됐더군요, 미희네 가족들이..(…) 빚 때문에 살벌하다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지가 해놓고 흥분함) 아버지는 자신이 돈 못 번다는 자격지심에 늦게 들어온 딸에게 소리부터 지르고, 자기도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싶다며 울먹이는 미희를 엄마는 따뜻하게 위로하는 듯하면서 결국에는 미희가 벌어오는 돈줄이 끊길까봐 조바심을 내죠. 제가 NPC 연기하면서도 심각하게 싫었던..ㅋㅋ 이렇게 PC 중에는 미희만 나오는 와중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이야기한 점이 좋았습니다. 정말 TV 보면서 노는 기분이었달까요..^^

설상가상으로 미희의 반항기 남동생인 원경이 늦게 들어와서는 엄마한테 돈 달라고 조르고, 엄마가 돈 없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미희에게 손을 벌립니다. 더이상 집구석 분위기를(…) 참을 수가 없어서 확 소리지르고 방으로 들어가는 미희. 그런 미희 뒤로 원경은 방에까지 들이닥쳐 돈 잘 버니까 좀 내놓으라고 큰소리칩니다. 연예활동 수입 전액이 부모님 통장으로 들어가는 미희는 돈이 없다고 타이르지만, 원경은 누나도 사람인데 설마 자기 몫을 안 챙기겠냐며 비아냥거리고… 연예인 누나를 은근히 질투하는 비뚤어진 모습도 드러나지요. 결국 참을 수 없게 된 미희는 아예 실력행사로 원경을 방 밖으로 밀어내고, 심통이 난 원경은 애꿎은 미희 방문을 걷어차고 자기 방으로 향합니다. 미희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죽여 울고…(토닥토닥)

다음날 점심시간. 세 사람의 공통 개인 세트인 학교 옥상에서 미희, 세진, 윤정은 학생들의 수근거리는 소리와 이상하게 보는 눈초리를 피해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티엘 밴드의 라이벌(실은 짝퉁..;;) 밴드 팬인 학교에서 좀 노는 여자애들이 시비를 걸어와서는 표절 시비 가지고 별말을 다하지요. 세진이 상대가 여자라서 참는 사이 뜻밖에도 윤정이 대폭발해서 칠공주 리더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악을 씁니다. (멋쪄~! 퍽퍽) 상대가 세게 나오자 오히려 자기들이 당황한 칠공주, 3학년 짱을 불러내고, 세진은 3학년 짱과 맞짱 뜨려다가 무지막지한 주먹 한방에 옥상 바닥을 뒹굴죠. (다이스는 드디어 내편! 크하하) 이때 미희의 플레이어 희미님이 미희의 인맥인 유하진 선생님 옆에 체크표시를 하고, 덕분에 유하진 선생님의 시기적절한 등장으로 옥상에 뒤엉켜있는 학생들은 모두 굳어버립니다. 화면 어두워지고 오티엘 첫회 시범방송이 끝을 맺습니다.

재밌는 플레이였지만 별다른 준비가 없었고, 반성할 것도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갈등판정에 대한 부분과 분위기의 완급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번 회 같은 경우 판정을 강요하다시피 한 점이 많은데 앞으로는 판정 여부는 플레이어가 주도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산은 장면 첫머리에 배정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판정을 선언할 때만 배정하고요. (내지는 판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선언한다든지요.)

행동판정과 갈등판정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시작한 것도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판정이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원하는 것과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라는 두가지 요소가 갖춰지면 벌어지는 것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행동판정이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한 캐릭터의 특정 행동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면 갈등판정은 그 욕망의 실현가능성 자체를 판정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경우도 가능합니다. ‘라이벌 NPC를 앞질러서 달려요’ 하는 것이 행동 판정의 선언이라면 ‘라이벌 NPC에게 이겨서 애인을 가로채요’ 하는 것이 갈등 판정의 선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행동판정과 갈등판정을 구분할 가장 큰 이유라면 갈등판정에서는 무엇이 달려있느냐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따라서 극적 흐름에 적합하지 않은 우연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룰북에 딱 맞는 예가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소형 원자폭탄을 차에 싣고 달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야 합니다. 주인공들이 원하는 것과 그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라는 두가지 요소가 갖춰졌으니 판정이 일어납니다. 이 판정에 걸린 것은 무엇일까요? 실패하면 테러리스트들은 뜻을 이루고, 도시는 버섯구름과 함께 사라진다? 물론 극의 성격에 그게 맞다면 좋습니다. 하지만 영웅적이거나 코믹한 분위기의 스파이물이라면 절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자폭탄이 터지느냐 마느냐는 아예 판정에 걸지를 않으면 됩니다. 즉 판정에 실패하든 성공하든 원자폭탄이 터지는 일이 없다고 정하면 그만입니다. 0.0001초 전에 타이머를 해제한다거나, 잡힐 것 같으니까 테러리스트들이 차밖으로 던지고 내뺀다거나 하면 되니까요.

그렇다면 아무 중요한 결과도 없는 판정을 뭐하러 할까요? 중요한 것이 걸려있지 않다면 판정을 안하면 되지만, 원자폭탄이 안 터지더라도 판정을 할만한 가치있는 욕망은 얼마든지 걸려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은 끝내 안 터진다 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을 이번에 못 잡는다면 다음에 또 주인공들을 괴롭히러 나타날 것입니다. 혹은 남편에게는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자인 남편이 추격전을 열렬히 취재하고 있다면? 혹은 보도에서 지켜보고 있는 꼬맹이가 휘말리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면? 그럴 경우 판정에 의해 이루고 말고가 좌우되는 욕망은 ‘이번에는 꼭 경찰에 넘기고야 말겠어!’라든지 ‘으악! 남편한테 내 얼굴이 보이면 안되는데!’라든지 ‘저 꼬마 큰일나겠어!’ 등등이 될 수 있겠죠.

즉, 갈등판정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는 ‘이 판정에 무엇이 걸려있는가’이고, 이것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판정 전에 정해야 합니다. 또 그 욕망, 혹은 목적은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즉 ‘캐릭터에게 중요한 것’이어야 합니다. 위에서 어린아이의 목숨을 지키겠다는 일념은 그 자체로도 꽤나 극적이지만, 만약 캐릭터가 예전에 사랑하는 아이를 잃어서 결혼생활이 불행하게 끝난 과거가 있어서 정말 필사적이 돼버린다면 더더욱 심금을 울리겠지요. 다음번에는 이런 것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설명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갈등판정 외에 또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위에서 말했듯이 분위기의 완급조절이었습니다. 제가 워낙에 어두운 분위기로 쉽게 나가다 보니 이번에도 안좋은 분위기의 장면이 계속 이어진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장면이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지만 계속 이어지면 긴장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더군요. 처음에 세진·인성의 장면과 윤정·인혁의 장면 사이에 전환했듯이 서로 대조되는 분위기 사이의 적절한 장면전환으로 더욱 탄탄한 진행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럼 푸념 좀 했으니 긍정적인 면으로 넘어가 볼까요? ㅋㅋ 우선 굉장히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저도 즐거웠고, 플레이어분들도 즐겁다고 해주셨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플레이어의 실력’과 ‘현대물의 가능성’ 두가지로 꼽아보고 싶습니다.

우선 플레이어의 실력. 이거 요즘 들어 제가 많은 생각을 하는 부분입니다. 얼마전에는 ‘플레이어의 실력이란’이라는 글에서 즉플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죠. 재밌게도 별 생각없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한 그야말로 즉플에서 이렇게도 손발이 잘 맞다니 신기했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인디 룰을 놀랄만큼 빠르게 습득하신 점이라든지 생기있는 RP, 부드러운 분위기… 한마디로 운이 기막히게 좋았달까요! ㅋㅋ 또 생각해 보니 제가 플레이어 실력의 또다른 측면을 간과한 게, 바로 플레이어 친화도 문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잡담방 같은 경우 이미 좋은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즉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요.

또하나 생각한 점은 현대물의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검과 마법물 판타지와 어정쩡한 SF물, 휙휙 날라다니는 활극물은 마스터링해봤지만 순수 현대물은 처음 해봤거든요. 위의 캐릭터 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극히 진솔하면서도 입체적인 고민과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역시 플레이어 실력에 더해 현대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야말로 RPG인이 가장 잘 아는 시대와 공간이고, 그만큼 더 진실한 캐릭터와 표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 어디까지나 환상 소설의 크나큰 신봉론자이지만 특히 즉플에는 현대물이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