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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하비브의 제안

오체스님이 로그를 정리해주셨습니다.

요약
사란티움에 억류된 마르얌 문제를 논의하고자 마르얌의 사촌 하비브는 마르얌의 약혼자인 아미르 황자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아미르의 어머니 키네니아의 사람인 시녀장 세헤라자드가 하비브를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종장 카림의 제보로 아미르는 직접 나와 하비브를 맞아주고, 하비브와 아미르는 점잖은 신경전을 벌입니다. 약혼을 유지한 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아미르와 성혼을 시키고 싶은 하비브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대립한 끝에 하비브는 아미르가 마르얌을 되찾는 사절로 가서 사란티움에서 혼인을 올리고 마르얌을 세레니아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지요. 아미르는 생각해보겠다고 합니다.
감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회판정을 해보았는데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갈등에 리듬감과 긴장감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인물에게 중요한 결정을 판정으로 강요당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끝까지 판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초기에 틀을 좀 잡고서는 나머지는 그대로 흘러가게 두었지요.
판정에 대해 묘한 점이라면, 어차피 하비브가 수치상 유리한 판정이라 질 걸 알면서도 판정에 지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조연을 잡은 제가 그렇다면 오체스님은 더 그러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RPG의 게임적 성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어차피 판정에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면, 지는 데서도 게임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판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더 중요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승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도 기분 상하지 않고 다들 재밌으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요즘에 플레이할 때 저는 참여자라기보다는 관망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묘한 기분입니다. 참가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인데 저는 먼발치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요. 캠페인은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제 취향에도 맞는 복잡하고 정서적인 이야기인데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제가 낄 자리가 별로 없다는 느낌? 어떻게 하면 저도 캠페인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형제의 대화

형제의 대화

요약

열두 살 때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아미르는 이복형 메흐디의 병문안을 받습니다. 아미르는 이제 황자로서 쓸모없어졌다는 불안을 토로하고, 메흐디는 그런 그를 격려하면서 학문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감상

어렸을 때의 아미르와 메흐디 모습, 그리고 사고에 대한 아미르의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플레이였습니다. 부드러워서 더 무서운 메흐디님(…) 사고의 실체가 무엇이었든 간에 (메흐디는 당시 수도를 비우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죠) 아미르에게 학문이라는 길을 제시해 위협을 제공하는 모습은 역시 메흐디. 아미르가, 그리고 사람들이 왜 따르는지 알 것 같달까요. 무엇보다 두 형제의 대화에 드러난 섬세한 감정적 흐름이 즐거웠습니다. 플레이를 함께해주시고 로그 정리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낙원이 허락된다면

오체스님과 진행한 외전입니다. 로그 정리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를.

요약

사란티움에서 나흐만으로 귀국하던 중 아미르가 탄 배는 해적 습격을 받습니다. 하인 카림이 주인을 지키려 뱃전을 피로 적셔가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미르는 카림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도 카림에게 감사하지요.

감상

카림은 아미르의 제안으로 메흐디가 붙여준 하인으로서, 그 실체는 아샤신입니다. 아미르를 충실하게 섬기다가, 술탄의 명령이 내린다면 언제라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죠. 그리고 귀국길에 아미르는 아마도 애써 외면했던, 카림의 아샤신으로서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됩니다. 카림이 결코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제가 생각하는 카림의 핵심 대사이자 제목을 따온 부분은 다음 대목입니다.

orches: “… 자네 손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로키: 카림은 순간 그를 날카롭게 봅니다.
orches: 무심한 어조로, 마치 쇄기를 박아버리는 듯 말합니다. “그렇다는 말이네.”
로키: “감사하다는 말씀이 진심이라면 다시는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그는 말하는군요.
로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낙원에서의 재회는 빠르겠지요.”
로키: “주인을 죽인 하인에게도 낙원이 허락된다면…”

충직한 하인으로든, 치명적인 아샤신으로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카림이 자기 상황의 근원적인 모순에 대한 괴로움을 유일하게 토로한 대사라는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번 화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저 충실한 하인으로서 주인을 오래오래 모시고 싶다는 것이 카림의 진심이기도 하지요. 등뒤에 겨눈 칼인 자신을 마치 정말로 충직한 종인양 아껴주는 주인이기에 더더욱.

하인이나 하녀 같은 보조역을 하는 인물은 일반적으로 별로 주목받지 못합니다만, 조연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와 꿈이 있게 마련이죠. 이 외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저러다 카림이 정말로 아미르를 평생 모시며 둘이 오손도손 늙어가면 코미디라고 오체스님과 웃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가장 행복한 코미디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평범한 일상, 평범한 꿈은 깨어지기 쉽기에 더욱 소중하니까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미리암

오체스님이 정리해 주신 리플레이에서 따왔습니다. 플레이와 정리까지 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축하사절 일을 마친 아미르는 헬라 귀족으로 변장하고 돌아다니다가 킨다스(주:두 달을 숭배하는 소수종교. 태양을 숭배하는 쟈드교와 별을 숭배하는 아샤르교 지역 사이를 오가는 나라 없는 민족의 종교입니다.) 처녀 미리암이 보고 있는 가게에 얼결에 들릅니다. 그곳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쓰며(…) 그는 미리암과 친해집니다.

집 뛰쳐나온 정략 약혼녀와 모른 채 마주치다…라는, 그야말로 만화같은 설정입니다만 뭐 어때요. 귀엽고 재미있는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바가지에 치를 떠는 하인 카림은 안습..(…)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황금새장

황금새장

오체스님과 1:1로 진행한 외전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술탄의 죽음 이후이고, 배경은 나흐만 궁정입니다.
요약
전대 술탄이 서거하고 메흐디가 등극한 후 아미르는 형인 술탄을 찾아가 궁정 근처 수도원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감시를 붙여도 좋다고 돌려서 얘기하고, 메흐디 2세는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아샤신 훈련을 받은 몸종을 붙여줍니다. 그렇게 아미르는 궁에서 나옵니다.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이지만…
감상
오체스님과 이전부터 얘기했던 설정인데 이런 식으로 외전에 나왔군요. 메흐디와 아미르 사이의 무언의 합의, 아들을 걱정하는 키네니아의 불안과 지극히 평범한 하인 같은 아샤신 카림 등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아샤신은 막 카리스마 넘치는 유형보다도 오히려 저런 있는 듯 없는 듯한 인물이 더 위험할지도요. 잘 정리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술탄의 죽음

술탄의 죽음

오체스님이 정리하신 글에 걸어둡니다. MSN으로 진행한 짤막한 외전으로, 첫 소설인 황제의 죽음 전 이야기입니다. (결국 같은 사건을 지칭하고 있지만요.)

요약

술탄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궁에서는 새 술탄이 될 메흐디 앞에 재빨리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아미르와 그의 어머니는 슬퍼하는 한편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모습에 실소합니다. 아미르 역시 메흐디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메흐디는 그런 그에게 따뜻하게 대하지만 아미르는 석연찮은 느낌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합니다.

감상

마수드 1세 서거 당시의 현장을 볼 수 있어서 캠페인 사건에 좋은 배경이 되겠군요. 술탄의 죽음에 대한 반응들과 아미르, 메흐디, 키네니아, 마리사 등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고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메흐디는 원래 친화력이 그렇게까지 높은 인물은 아닌데, 이 장면에서는 미친 듯 페이트 포인트를 때려박고 있었던 것 같군요..(…) 자신이 주도권을 쥔 상황인 만큼 지도력 향상을 받아서 좋은 수준으로 굴리고 있었을 수도 있겠고요.

오체스님이 마기아로스 (헝가리) 공주로 설정하신 키네니아나 키네니아의 시녀장 안나도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메흐디와 아미르 사이의 4황자는 지금쯤 어디 변방 총독으로 처박혔을 것 같고… 키네니아는 외전이나 2부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인물이니 시트도 짜놓으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