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하비브의 제안

오체스님이 로그를 정리해주셨습니다.

요약
사란티움에 억류된 마르얌 문제를 논의하고자 마르얌의 사촌 하비브는 마르얌의 약혼자인 아미르 황자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아미르의 어머니 키네니아의 사람인 시녀장 세헤라자드가 하비브를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종장 카림의 제보로 아미르는 직접 나와 하비브를 맞아주고, 하비브와 아미르는 점잖은 신경전을 벌입니다. 약혼을 유지한 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아미르와 성혼을 시키고 싶은 하비브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대립한 끝에 하비브는 아미르가 마르얌을 되찾는 사절로 가서 사란티움에서 혼인을 올리고 마르얌을 세레니아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지요. 아미르는 생각해보겠다고 합니다.
감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회판정을 해보았는데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갈등에 리듬감과 긴장감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인물에게 중요한 결정을 판정으로 강요당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끝까지 판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초기에 틀을 좀 잡고서는 나머지는 그대로 흘러가게 두었지요.
판정에 대해 묘한 점이라면, 어차피 하비브가 수치상 유리한 판정이라 질 걸 알면서도 판정에 지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조연을 잡은 제가 그렇다면 오체스님은 더 그러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RPG의 게임적 성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어차피 판정에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면, 지는 데서도 게임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판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더 중요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승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도 기분 상하지 않고 다들 재밌으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요즘에 플레이할 때 저는 참여자라기보다는 관망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묘한 기분입니다. 참가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인데 저는 먼발치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요. 캠페인은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제 취향에도 맞는 복잡하고 정서적인 이야기인데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제가 낄 자리가 별로 없다는 느낌? 어떻게 하면 저도 캠페인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5 thoughts on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하비브의 제안

  1. 아사히라

    저는 패배가 있기에 승리가 더욱 값지다 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주사위 조작 같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의 주사위값이라는건 그야말로 ‘우연’이며 다른 캐릭터 리소스에 비해 누구에게나 공정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이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서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것이 더 재미있겠지만 항상 이긴다 라고 하는게 오히려 재미없어지는건 모순적이죠. 그러니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다고 받아들이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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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원론적으로는 그게 맞는 얘기지. 다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마음먹는 것만으로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달까. 근본적으로는 주도권 문제인 것 같아. 자신이 플레이 중 주도권 내지 제어권이 없다고 느끼면 그만큼 판정의 결과에 집착하게 된달까. 그래서 더 근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그 판정에 지더라도 주도권을 잃고 밀려나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주느냐 하는 문제의식이 남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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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사히라

    집착을 버리고 부처의 마음가짐으로…는 농담이고
    근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 원천적으로 제거할수는 없는거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저런 마음을 먹음으로써 감정을 제어해 보자’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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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양쪽 다 필요한 것 같아. 판정에 대한 페어플레이 마음가짐, 그리고 판정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만한 주도권 확보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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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rches

    확실히 저 플레이 때, 주사위 신이 석한님을 너무 예뻐하신 듯 (수근수근) 세하라 전에선 예상했던 것이 완전히 박살나는 걸 보며 ㅎㄷㄷㄷ. 아미르 vs 하비브였을 때는.. 그런대로 원하는 대로 한 듯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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