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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RPG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선언-마스터의 반응 절차

전통적 RPG에서 판정을 할 때, 플레이어가 어떤 식으로 선언해야 하며, 마스터가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적어보았습니다. AWE나 어둠칼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이미 규칙 안에 녹아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생략해도 됩니다.


1) 플레이어의 선언 (http://blog.storygames.kr/entry/roleplaying_ability_gap)

행동 묘사로 시작하기: “무엇을(행동의 목적)”, “어떻게(행동의 수단)”. 마스터는 플레이어의 묘사가 이해가지 않는다면 왜 그런 수단을 썼는지 물어본다.

예시- “방패로 손을 쳐서 적이 든 무기를 떨어뜨릴게요!”

예시 2- “바닥에 모래를 던져서 이 바닥이 진짜인지 환상인지 확인해 볼게요.” “그럼 어떻게 진짜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거죠?” “만약 가짜 바닥이면 모래가 환상의 바닥 아래로 떨어지겠죠.”

 

2) 마스터의 해석

2-1. 캐릭터의 행동은 픽션 내에서 가능한가?

예: 2-2로.

아니오: 왜 불가능한지 결정적인 요소를 설명. 만약 플레이어가 계속 그 행동을 하고 싶다면, 결정적인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도록 시킴. 다시 1)로.

예시- “지금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모래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사방으로 날아갈 거예요. 우선 이 바람이 잦아들어야 모래를 뿌릴 수 있습니다.”

2-2. 캐릭터의 행동은 기존 규칙의 틀 안에 있는가?

예: 기존 규칙으로 처리. 2-3으로

아니오: 마스터의 상식을 활용해 가장 그럴듯한 규칙으로 해석한 다음(“룰링”) 2-3으로.

예시- “무장 해제”,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 같은 행동이 전투 규칙에 있는가? 캐릭터가 무언가 환상을 깨뜨릴 만한 행동을 한다면, 이걸 해결하는 규칙이 있는가?”

룰링의 원칙 (http://blog.storygames.kr/entry/ruling)

ⓛ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② 자세하게 묘사하기

③ 일관성 있게

④ 해당 장르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⑤ 테이블의 동의를 얻어서.

예시 – “무장 해제 규칙은 없지만, 공격 대신 근력으로 겨루기 판정을 한 걸로 간주하겠습니다.”

2-3. 플레이어의 동의 얻기: 플레이어가 기대한 대로 처리되었나?

예: 2-4로

아니오: 서로 대화하면서 조정하기, 최종 결정은 마스터가 내림.

예시- “마스터, 민첩성 겨루기 판정이 더 어울리지 않나요?” “좋아요. 민첩성 겨루기로 하죠.”

2-4. 난이도/효과/리스크 등을 정하기: 효과나 처지가 예측 가능한 상황이면 플레이어에게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음.

난이도: 해당 판정은 얼마나 어려운가?

효과: 판정이 성공할 경우 기대 가능한 효과

리스크: 판정에 캐릭터가 실패했을 때 (혹은 성공하더라도) 감수해야 할 효과.

예시- “민첩성 판정에 -2 페널티를 받으세요. 성공하면 적의 손에서 무기를 떨어뜨리지만, 성공유무와 관계없이 방패를 공격에 사용한 탓에 다음 라운드까지 방패 보너스를 받지 못합니다.”

 

3) 행동 판정

보통 주사위를 굴리지만, 경우에 따라서 주사위 굴림을 생략할 수도 있음.

예시- “바닥에 모래를 뿌리니까, 모래가 보이지 않네요. 판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4) 마스터의 결과 선언

마스터는 2-4에서 정한 효과와 리스크를 적용한 후, 픽션 속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가 설명. 그 다음은 “어떻게 하나요?”라고 플레이어에 묻기. 효과와 리스크가 적용된 픽션 속 상황은 반드시 판정 전과 달라져야 한다.

예시- “적의 칼이 떨어졌습니다. 적은 무기를 줍는 대신 여러분을 붙잡으려 합니다! 근력으로 겨루기 판정을 하죠. PC는 방패든 손을 이미 다른 데에 썼으니까 페널티를 받을 겁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하비브의 제안

오체스님이 로그를 정리해주셨습니다.

요약
사란티움에 억류된 마르얌 문제를 논의하고자 마르얌의 사촌 하비브는 마르얌의 약혼자인 아미르 황자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아미르의 어머니 키네니아의 사람인 시녀장 세헤라자드가 하비브를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종장 카림의 제보로 아미르는 직접 나와 하비브를 맞아주고, 하비브와 아미르는 점잖은 신경전을 벌입니다. 약혼을 유지한 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아미르와 성혼을 시키고 싶은 하비브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대립한 끝에 하비브는 아미르가 마르얌을 되찾는 사절로 가서 사란티움에서 혼인을 올리고 마르얌을 세레니아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하지요. 아미르는 생각해보겠다고 합니다.
감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사회판정을 해보았는데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갈등에 리듬감과 긴장감이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인물에게 중요한 결정을 판정으로 강요당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끝까지 판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초기에 틀을 좀 잡고서는 나머지는 그대로 흘러가게 두었지요.
판정에 대해 묘한 점이라면, 어차피 하비브가 수치상 유리한 판정이라 질 걸 알면서도 판정에 지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조연을 잡은 제가 그렇다면 오체스님은 더 그러셨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서 RPG의 게임적 성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어차피 판정에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면, 지는 데서도 게임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판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더 중요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승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도 기분 상하지 않고 다들 재밌으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요즘에 플레이할 때 저는 참여자라기보다는 관망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묘한 기분입니다. 참가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서 다행인데 저는 먼발치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요. 캠페인은 잘 돌아가는 것 같고 제 취향에도 맞는 복잡하고 정서적인 이야기인데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제가 낄 자리가 별로 없다는 느낌? 어떻게 하면 저도 캠페인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