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낙원이 허락된다면

오체스님과 진행한 외전입니다. 로그 정리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를.

요약

사란티움에서 나흐만으로 귀국하던 중 아미르가 탄 배는 해적 습격을 받습니다. 하인 카림이 주인을 지키려 뱃전을 피로 적셔가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아미르는 카림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도 카림에게 감사하지요.

감상

카림은 아미르의 제안으로 메흐디가 붙여준 하인으로서, 그 실체는 아샤신입니다. 아미르를 충실하게 섬기다가, 술탄의 명령이 내린다면 언제라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죠. 그리고 귀국길에 아미르는 아마도 애써 외면했던, 카림의 아샤신으로서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됩니다. 카림이 결코 보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제가 생각하는 카림의 핵심 대사이자 제목을 따온 부분은 다음 대목입니다.

orches: “… 자네 손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로키: 카림은 순간 그를 날카롭게 봅니다.
orches: 무심한 어조로, 마치 쇄기를 박아버리는 듯 말합니다. “그렇다는 말이네.”
로키: “감사하다는 말씀이 진심이라면 다시는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그는 말하는군요.
로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낙원에서의 재회는 빠르겠지요.”
로키: “주인을 죽인 하인에게도 낙원이 허락된다면…”

충직한 하인으로든, 치명적인 아샤신으로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카림이 자기 상황의 근원적인 모순에 대한 괴로움을 유일하게 토로한 대사라는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이번 화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저 충실한 하인으로서 주인을 오래오래 모시고 싶다는 것이 카림의 진심이기도 하지요. 등뒤에 겨눈 칼인 자신을 마치 정말로 충직한 종인양 아껴주는 주인이기에 더더욱.

하인이나 하녀 같은 보조역을 하는 인물은 일반적으로 별로 주목받지 못합니다만, 조연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와 꿈이 있게 마련이죠. 이 외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저러다 카림이 정말로 아미르를 평생 모시며 둘이 오손도손 늙어가면 코미디라고 오체스님과 웃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가장 행복한 코미디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평범한 일상, 평범한 꿈은 깨어지기 쉽기에 더욱 소중하니까요.

2 thoughts on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낙원이 허락된다면

  1. orches

    저도 카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던 기회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어쩌다가 나온 인물이었지만, 이젠 캠페인 안에서 엄연히 살아있는 존재니까요. 꿈도 있고 고민도 있는 것이 당연해요! (코미디스럽더라도 아미르 옆에서 행복하게 오손도손 살았으면 하는 바램 물론 있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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