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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컴패니언북(텍스트본)

폴라리스 컴패니언북(텍스트)

폴라리스는 다른 RPG와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를 하는 분들은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저희가 지금까지 폴라리스를 플레이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리플레이를 담은 폴라리스 컴패니언북을 준비했습니다.

해당 자료는 텀블벅 후원자분들을 위한 폴라리스 컴패니언북에서 레이아웃과 일러스트, 4컷 만화를 제외한 자료입니다. 자유롭게 배포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폴라리스 : 폭주 증후군 분석

“모두 죽여요.”

“악마의 힘을 빌려서 잔해를 함락해요.”

“(무언가 나쁜 짓을) 해요.”

처음 폴라리스를 접하는 분들과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이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이 분들은 자신이 선언한대로 서술의 결과가 만들어지고, 기사가 타락하면 할수록 점점 더 성장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하면서 기사를 신속하게 성장시키지요. 저희는 이런 현상을 “폭주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폭주 증후군에 물든 플레이는 처음에는 자극적인 재미를 주지만 결국 참가자 모두의 재미를 망칩니다. 왜일까요?

폴라리스는 마음과 후회 사이에서 서술권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구조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마음은 민족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상을 유지하려 하고, 후회는 이런 마음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히며 마음을 굴복시키려 합니다. 두 달은 그 가운데에서 때로는 마음을 편들기도 하고, 때로는 후회를 돕기도 하지요. 폴라리스의 재미는 그러한 극적 긴장관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마음이 저항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악행을 저지르게 되면 이러한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이야기의 재미도 떨어집니다. 폴라리스의 갈등과 비극은 순수와 이상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처음부터 순수도 이상도 없었다면 잃어버린 것도 없으니까요. 후회와 줄다리기를 해야 할 마음이 오히려 후회를 앞질러 막장의 결승으로 돌진하는 꼴입니다.

그렇다면 폭주 증후군을 극복하는 동시에 비극을 만들어야 하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영웅이 악당으로 타락하는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모든 타락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타락한 영웅의 대표적인 사례인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타락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까요?

① 어머니의 죽음을 예지했으나, 제다이의 규율을 따르기 위해 고향에 가는 것을 미루다 간발의 차이로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② 그 다음에는 연인 파드메 아미달라의 죽음을 예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요다에게 방법을 물었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③ 반면 다스 시디어스는 다크 사이드의 힘으로 파드메를 살릴 수 있다는 답변을 주었다.
④ 그래서 다스 시디어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편을 둘 수 밖에 없었다.

다스 베이더의 타락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이 있습니다. 폭주 증후군이 비판 받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타락해야 하는가

어떻게 타락해야 할지를 알기 전에, 우선 기사가 지켜야 할 이상부터 알아봅시다.

“별빛의 기사는 후회에 맞서 민족을 지키는 영웅이다.”

이 대전제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타락은 개연성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민족을 지켜야 하는 기사가 왜 처음부터 대량 학살을 저지르나요? 왜 처음부터 악마들과 손을 잡아야 하나요?

서둘지 마세요! 아무리 언젠가 타락할 운명일지라도 기사는 기사입니다. 플레이를 하는 참가자는 기사의 운명을 알고 있지만, 기사 자신은 자신이 타락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참가자들은 기사가 타락할 수 밖에 없는 과정을 차근차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후회는 기사에게 가혹한 선택을 제시하세요. 후회가 멍석을 깔아주지 않는다면 마음이 혼자서 타락할 수 있을까요? 후회는 위의 이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음 : 스피카(기사)는 후회의 대군을 무찔러 한 명도 살려두지 않고 죽였다.

후회 : 그러나 그러려면 스피카의 충성스러운 부관 시리우스가 악마에게 빙의 당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이 기사를 괴롭히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마음은 타락의 위험을 겪습니다. 시리우스를 방치하나요? 그럼 시리우스는 후회의 노예가 되어서 민족에 큰 해를 끼칠 것입니다. 스피카는 민족을 지킬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타락하게 되겠지요. 시리우스를 죽이나요? 그럼 스피카는 민족에게 잔인한 짓을 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되겠지요. 마음이 “그러나 그러려면 스피카가 시리우스에게 퇴마 의식을 해서 악마를 쫓아내었다.” 라고 선언했나요? 그렇다면 더 가혹한 서술을 하세요. “그러나 그러려면 퇴마를 하는 과정에 시리우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미쳐버렸다.” 언젠가 마음이 두 손 들고 항복을 외칠 때가 옵니다. 마음에게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더 큰 무언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세요.

달은 기사의 인간관계를 지옥으로 만드세요. 보름달과 그믐달 역시 마음이 타락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사를 마음껏 부려먹으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이상 따위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아버지라면 가문의 영화를 위해 이웃 가문의 장남을 죽이라고 명령하세요. 여러분이 기사의 연인이라면 사랑을 위해 기사의 아내를 죽이세요. 결국 기사는 멸사봉공을 택하고 자신의 마음을 도려내느냐, 타락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은 기사의 명분을 지켜주면서 타락하세요. 후회와 달이 타락으로 향하는 길을 닦았다면, 마음은 그 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서둘지 마세요! 어차피 타락할 몸, 이왕이면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타락해야 이야기도 더 재미있어집니다.

타락을 할 때는 반드시 명분을 가지세요. 이상을 지키면서 타락하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공리주의적인 명분이 가장 적합합니다. 친애하던 상관의 뒤를 찌르거나 대량 학살을 저지르려면 “민족의 이름으로”라는 변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상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사의 명예를 포기하고 타락할 만큼 커다란 이유를 만드세요. 사랑 때문에, 가문 때문에, 혹은 증오 때문에.

그렇게 타락의 길을 걷다 보면 열정이 회의로 바뀌면서 기사 자신이 민족을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선택하세요. 영광스럽게 죽을지, 계속 타락해서 후회에게 굴복할지.

죽음을 선택한다면 강렬한 마지막 장면을 준비하세요. 영웅은 영웅답게 죽어야 합니다. 같은 민족에게 배반당해 최후를 맞이하든, 후회의 군세로 뛰어들어 최후를 맞이하든 멋진 모습을 보여주세요. 무엇보다도 후회를 감동시키세요. 마음이 아무리 “그러나 그러려면 (기사)는 죽어야 한다.” 라고 선언하더라도 후회가 방해한다면 기사는 죽지 못합니다. 후회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장면을 준비하세요.

타락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을 반복하세요. 노병이 된 이상 기사는 자신이 결국 타락해서 민족을 배신하리라는 사실을 내심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대담하게(=막나가게) 행동해도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명분은 잊지 마세요. 회의가 4를 넘지 않는 한 기사는 여전히 기사, 민족의 수호자입니다. 민족의 절반을 죽이고 폭군의 자리에 오른다고 할지라도 민족을 더욱 강하게 만들겠다는 명분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자기기만이 깨질 때는 오직 회의가 4를 넘을 때뿐입니다.

 

비극의 위치에너지

어찌 보면 폴라리스는 악행 및 냉소로 인해 성장한다는 점 때문에 폭주를 권장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폭주 증후군은 규칙의 약점을 이용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러한 반응을 절제하거나 최소한 멋지게 승화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한없이 추해질 수 있다는 점이 폴라리스 플레이의 함정입니다.

그러니 절대 잊지 마세요. 폴라리스는 비극입니다. 잃어버릴 것이 없는 비극은 비극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실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상실은 한때 고귀했던 기사, 바로 여러분의 캐릭터 자신이 타락하는 모습입니다. 그 이상을 드높이는 만큼 타락과 죽음도 더 슬퍼지는 원리가 바로 ‘비극의 위치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비극을 지향하려면 폴라리스는 ‘개망나니가 기꺼이 악마가 되는’ 이야기가 아닌, ‘고귀했던 기사가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더럽혀져 가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후회와 달, 마음이 합심하여 가혹한 선택을 제시하고, 인간관계를 고뇌의 연속으로 만들고, 그러면서도 명분이라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는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어퍼컷의 삼박자를 유지해야 합니다. 끝끝내 영웅이 쓰러지는 그 순간이 더더욱 아름답고, 고고하고, 비참하도록 말이지요.

폴라리스 후원 종료: 끝과 시작

지난 10월 2일 폴라리스 후원 종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폴라리스 일도 물론 많아졌지만 또 그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정진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간 받은 성원은 폴라리스 출판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와 놀이’를 위한, 그리고 한국 RPG를 위한 채찍질로 알고 좋은 폴라리스 룰북,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컨텐츠를 들고 찾아뵙겠다는 결심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폴라리스가 온다!

폴라리스: 머나먼 북방의 슬픈 기사극 (Polaris: Chivalric Tragedy at the Utmost North) 한국판 출간 후원을 위한 텀블벅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종종 이 블로그에서도 언급했었고 플레이도 많이 한 룰인데, 이렇게 정말 출판을 위해 달리기 시작하니 감회가 또 색다르네요. 폴라리스를 기대해주시는 분들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웹진 텍스툰 15호에 실린 폴라리스 소개글
2006년에 블로그에 올린 소개글
실제 플레이: 톨스타 멸망기, 잔인한 봄, 아이젠가르드 전기

폴라리스 텀블벅을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제공하는 특전
– 플레이 이해를 돕는 리플레이북
※ 추가목표 달성시 추가 룰, 배경, 만화 등이 들어간 컴패니언북으로 제작합니다
– 폴라리스 맞춤 주사위
– 플레이하면서 분위기를 내는 티라이트 홀더
– 텍스트복 선제공
– 그리고 더 많은 특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경하기

아이젠가르드 전기 3화

요약
벨레판은 국왕 시해의 누명을 쓰고 처형을 면하려고 망자 군단의 일원이 되었지만, 시해자에 대한 증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자 군단에서도 가혹행위를 당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시합’을 제의받고 호기롭게 심연의 길 깊이 내려갔다가 동료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위기에 빠진 그를 어둠 속에 속삭이는 목소리의 마물이 구해줍니다. 마물이 잡아다준 동료를 벨레판은 잔인하게 살해해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뚤어질 테다 (주:그림 링크)
마물에게 폐허가 된 고향 스트롬가르드에서 광란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던 세칸은 역시 그 죄로 망자의 군단에 입단하고, 다른 망자들에게 패배주의에 빠졌다며 심연의 길로 혼자 정찰을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길을 잃고 라그나블레이드가 잠든 호수에 갔다가 검에 이끌리고, 그것을 잡는 순간 칼의 혼에 씌워서 이성을 잃습니다. 신참이 걱정되어 따라왔던 츤데레 벨레판을 공격하던 그를 보다못해 세칸의 죽은 연인 미크투의 혼이 라그나블레이드와 스스로 일체화되어 세칸을 진정시킵니다. 정신이 돌아온 세칸은 벨레판에게 물고문 타박을 들은 후 둘은 함께 귀환합니다.
한편 친위대의 말단 병사가 된 시베르트는 라그나블레이드를 찾는 명장 싱지드를 호위해 심연의 길로 내려오며 최근의 혼란한 정국을 함께 걱정합니다. 이때 이들은 올라오는 길이던 세칸과 벨레판과 마주치지요. 라그나블레이드를 알아보고 싱지드가 세칸과 이야기하는 동안 시베르트는 벨레판에게 왜 국왕 시해의 죄를 뒤집어썼느냐고, 지금이라도 진실을 증언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벨레판은 그렇게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며, 시베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결국 시베르트는 스스로 정권을 잡기로 하고, 독립적인 조직이었던 망자 군단이 시베르트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감상
혼탁한 세상에서 인물들의 이야기가 어긋나고 꼬이는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끝에 벨레판의 쿠데타 드립에 대해서는 호오가 교차하더군요. 민트님은 지나치게 빠른 진행이라고 생각하셨고, 크랑님은 그래서(?)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진도는 빨리 빼자는 쪽이라 재밌을 것 같은 거 기회가 보이자마자 해버리는 편입니다. 아끼다가 뭐 된다고, RPG에서는 어차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속에만 품고 있으면 영영 못 꺼내기 쉽거든요. 그런 자유도 높은 서술 때문에  폴라리스 같은 규칙을 좋아하죠. 물론 그래서 산으로 가기 쉬운 점은 경계해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산으로 좋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망자 군단이 시베르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대목도 서술 교섭의 일부로 나온 내용이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지만 그래서 더 의외성 넘치고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키-암흑: “우리가 하나처럼 뭉쳐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 한 스트롬가르드의 오늘은 우리의 내일이 될 거다!”
로키-암흑: 그 말과 함께 시베르트는 벨레판이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지 깨닫는다.
로키-암흑: 독재자의 길… 군사정권을 잡는 것.
애스디-바위: (쿠데타!)
로키-암흑: (음하하!)
로키-암흑: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강력한 아이젠가르드라는 비전에 시베르트는 마음이 사로잡힌다!
애스디-바위: 뿐만 아니라 망자의 군단은 시베르트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애스디-바위: 직위: 국왕 친위대의 기사 주제 소진 하겠습니다..
민트-모루: (약간 개연성이 부족하긴 한데.. 동의합니다)
크랑-화로: (음
애스디-바위: (아니면 반역에 연루된 자… 로 해서 진짜 반역자가 되거나; )
크랑-화로: 동의
로키-암흑: 뿐만 아니라 망자 군단이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할 수는 없으니 비밀리에 해야 한다.
로키-암흑: 주제는.. 직위는 이미 했고..
애스디-바위: (암흑은 우리 안에… ㅎ)
로키-암흑: 암흑은 우리 안에 있으므로 비밀리에? ㅋㅋ
애스디-바위: 더는 말하지 않겠다! 
애스디-바위: (실패해도 좋으니 성장해보자!)
로키-암흑: 광맥인가 보석인가
애스디-바위: 광맥일 거 같네요.
애스디-바위: 1d
dice-kun: (notice) 애스디-바위님의 굴림은 1d6 (1) = 1 입니다.
애스디-바위: (헉; 성공했어;;; 아악; )
애스디-바위: (실패하길 바랐는데…)
로키-암흑: ㅋㅋㅋㅋㅋㅋㅋ
애스디-바위: (마지막 서술만 취소니까, 공개 충성 맹세인가요…)
로키-암흑: (응)
실제로는 이렇게 된 일이었죠 ㅎㅎ 판정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역동적인 것이 폴라리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점점 급박하게 치닫는 아이젠가르드의 운명은?

아이젠가르드 전기 2화

싱지드 마크스톤

나만 싱글이네

지난 목요일에는 지하 드워프 도시 배경으로 한 폴라리스, 아이젠가르드 전기 2화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화에는 대장장이 싱지드가 데몬스폰과 싸울 궁극의 무기 라그나블레이드를 찾다가 공격해온 데몬스폰과 싸우느라 전사들이 죽어가는 동안 도망을 쳤죠. 비겁한 행위를 했으므로 성장을 굴린 결과 열정 이하의 결과가 나와 성장했고, 이로 인해 불화가 2점 증가하여 6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내의 부패를 드러내는 사건을 정했는데, 이는 국왕 시해 사건으로 정했죠.
이 사건과 관련된 각자 장면에서 벨레판은 에르타와 함께 있다가 국왕 시해의 누명을 쓰고 (1화 장면보다 이전 시점입니다만), 시베르트는 이에 관여하였다는 누명으로 재판을 받아 친위대 최하위 병사로 강등됩니다. 이 일로 그는 제르문트에게 반대하는 귀족 비밀결사의 구심점이 되지만, 그의 연인 록산느가 제르문트에게 협박당해 첩자가 됩니다. 세칸은 광란중에 친위대원을 죽인 보복으로 국왕의 돌무덤에 갖히는데, 이때 국왕의 무덤 앞에서 울고 있던 왕비 이사르나에게 부탁해 구출됩니다. 그녀의 도움으로 문을 연 세칸은 스트롬가드에서 죽은 연인 미크투와 빼어닮은 모습에 놀랍니다. 이로써 새로운 러브라인이! (…)
이번 화에는 저번의 요청대로 규칙을 설명하고 시작한 점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판정규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더 극적인 내용이 된 것 같네요. 참가자 입장에서는 에르타가 벨레판이 발각되는 것을 막으려고 누명을 쓴 경위도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러게 왜 집에 가랄 때 안 가 이 여자야!ㅠㅠ) 대체로 1인당 한 장면씩 하면 무난한 것 같군요. 왕이 죽고 도시의 문제가 드러난 지금, 앞으로의 진행이 기대됩니다.

아이젠가르드 전기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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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만의 포스팅입니다. 지난번 목요일에는 폴라리스를 드워프 지하왕국 설정에 적용한 아이젠가르드 전기 1화 플레이를 했습니다.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Dragon Age: Origins)을 재밌게 했는데 거기 나온 드워프 왕국 오자마 설정이 폴라리스 RPG 원작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한 캠페인입니다. 몰려오는 괴물 때문에 도시가 위기에 처했는데 정작 권력자들은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는 암울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아니 그건 혹시 현실세계였나
배경은 자유도를 위해 게임하고는 분리해서 아이젠가르드라는 지하 도시로 했고, 주인공들은 죽기를 맹세하고 심연의 길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망자의 군단, 혹은 엘리트 부대인 국왕 친위대 소속으로 했습니다. 드워프 배경에 어울리도록 규칙 용어도 일부 바꾸었습니다. 마음-보름달-그믐달-후회 라는 참가자 역할은 바위-모루-화로-암흑 이 되었고, 서술 교섭을 위한 의식 언어도 ‘그러나 그러려면‘ 대신에 ‘네 뜻이 그렇다면‘이라거나,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대신 ‘무익하다!‘ 하는 식으로 간결하고 단호하게 고쳤습니다. (의식 언어 순서도에 사용한 글씨체 이름도 무려 양재튼튼체. 게다가 제가 리브르오피스로 그릴 때 배율 86%로 작업해서 부담스럽게 크군요(…))

폴라리스가 원래 그렇지만, 이번 플레이의 재미도 바위와 암흑 (마음과 후회)끼리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명문가 전사 시베르트 아이자른은 암흑의 따스한 배려로 초장부터 반역자로 몰리는 풍파를 겪게 되었지요. 원래는 약혼녀와 파혼시키려는 의도였는데, 교섭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전개가 되었습니다.
암흑: 정혼자를 기다리는 록산나의 마음은 그러나 편할 수 없었으니, 왕이 죽은 후 섭정을 맡고 있는 제르문트가 자신의 야심을 위하여 그녀와 시베르트의 정혼을 해제하였기 때문이다.
바위: 잠깐! 탐욕은 화를 부른다. ‘정혼녀 록산나 글리테렌’ 면모가 있는 운명 주제를 소진한다.
-> 탐욕은 화를 부른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는 방금 내놓은 것과 규모나 효과가 다른 서술을 내놓으라는 뜻이며, 요구하는 측에서는 인물의 주제 (직위, 운명, 축복, 능력) 중 하나를 소진해야 합니다. 각 주제는 초기화할 때까지 바위가 한 번, 암흑이 한 번씩 소진할 수 있습니다.
모루, 화로: 주제 소진을 인정한다.
-> 주제 소진이 적합한 지는 모루와 화로 (보름달과 그믐달) 둘이서 인정해야 합니다.
암흑: 쳇. 그렇다면… 섭정 제르문트는 아이자른 가문을 반역으로 몰았으며, 록산나를 겁박하여 미끼로 시베르트를 안심시키고 체포하려고 전사를 잠복시키고 있었다.
모루, 화로: 종전과 다른 서술이라고 인정한다.
바위: 그렇게 되었다.
-> 상대방의 서술을 받아들이고 서술 교섭을 끝내려면 ‘그렇게 되었다”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후에는 다시 자유 RP로 돌아가죠.
저 자비로운 암흑은 누굴까 이렇게 교섭을 마친 후에 RP를 통해서 시베르트는 잠복했던 전사들에게 포박당했고, 역시 서술 교섭을 통해 시베르트의 사건은 재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장면 커트.
4인 폴라리스의 묘미라면 마음과 후회 (여기서는 바위와 암흑)이 서로 복수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사랑을 위해 국왕 시해의 누명을 쓴 벨레판 베라리트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암흑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감싸느라 국왕 시해자가 되어버린 벨레판이 사형을 면하기 위해 망자 군단에 자원하고, 입단을 위하여 장례식을 치르는 대목이었죠.
바위: 그때 군중 사이에서 다시 돌이 날아오자 벨레판은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도끼를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날린다!
암흑: 도끼는 벨레판의 아버지 토르벤에게 적중한다.
바위: (으악!)
화로: (얼쑤!)
모루: (으익)
바위: 탐욕은 화를 부른다! 살육의 도끼 면모가 있는 축복 주제 소진.
모루, 화로: 인정한다.
암흑: 벨레판은 무의식중에 도끼를 연인 에르타의 남편 미칼에게 날렸고,
암흑: 에르타가 미칼을 감싸고 대신 등에 도끼를 맞는다.
화로: (인정!)
화로: 에르타가 애처롭게 미칼을 잠시 쳐다본후, 떨리는 눈동자로 벨레판을 바라본다
-> 화로는 정서적인 관계에 있는 주변인물을 담당합니다.
바위: 뿐만 아니라 에르타는 심한 부상을 입되 죽지는 않아야 한다. ‘망자 군단의 전사’ 면모를 근거로 직위 주제 소진.
-> ‘뿐만 아니라’는 (원래는 ‘그리고 또한’) 교섭 상대의 서술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추가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네 뜻이 그렇다면’ (‘그러나 그러려면’)과 같지만, 주제 소진을 요구하고 뒤에 올 수 있는 답변이 제한적입니다. (순서도 참조. ‘네 뜻이 그렇다면’에는 6개의 답변 가능, ‘뿐만 아니라’ 뒤에는 4개의 답변이 가능합니다.) 여기서도 주제 적합성은 모루, 화로가 인증하는데 분량 관계로 생략하겠습니다.
암흑: 뿐만 아니라 에르타는 부상으로 반신 불수가 되어야 한다. ‘암흑은 우리 안에 있다’ 면모가 있는 운명 주제 소진.
바위: 탐욕은 화를 부른다. 적합한 주제가 없으므로 남은 주제 2개 다 소진.
-> 적합한 주제가 없으면 주제를 2개 소진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바위는 주제를 모두 소진했으며, 주제를 초기화할 때까지 주제 소진을 요구하는 교섭어 (‘탐욕은 화를 부른다’와 ‘뿐만 아니라’)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자가 되었어 엉엉 위에 에르타 안 죽는다는 부분을 암흑이 뒤집지 못하게 뿐만 아니라를 사용했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갔군요.
암흑: 에르타는 벨레판이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바위: 일은 그렇게 되었다.
-> 더 망하기 전에 끝내야지… 시베르트 차례가 돌아오면 복수해줄 테다ㅠㅠㅠ
이렇듯 화기애애하게 원한을 불태우는(?) 구조는 바위와 암흑이 밀고 당기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변화를 가져오는 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망가지려나 얼마나 극적인 전개가 되고, 인물들과 그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해갈 지 기대됩니다. +_+
폴라리스의 서술 교섭 규칙이 의외성을 증진시키는 이유는 논의를 구조화하고 제한한 점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욕은 화를 부른다’ 같은 교섭어를 보면, 현재 한 서술을 바꾸라는 요구는 하지만 어떤 서술을 대신 해달라는 요구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전 서술과 다른 것을 내놓으라는, 그리고 다른 서술이라는 인증을 받으라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요건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참가자의 마음에 쏙 드는 서술이 나올 확률은 적지만, 다르게 보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서술이 나오는 의외성은 더욱 증진됩니다. 결국 ‘원하는 내용이 나오는’ 욕구충족성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나오는’ 의외성에 무게를 둘 것인가 하는 플레이 스타일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비극을 지향하는 폴라리스에는 확실히 후자 쪽이 어울리는 것 같고요.
다른 주인공인 대장장이 싱지드 마크스톤은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할 병기를 만들고자 스승의 뜻을 어기고 심연의 길로 떠납니다. 심각한 갈등은 없이 서장에 가까운 장면이었지요. 그리고 다른 도시 스트롬가르드의 유일한 생존자 세칸은 구출하러 온 아이젠가르드 전사 중 하나를 광란 상태에서 살해하고, 그 죄로 망자의 군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베르트는 반역의 죄를 벗을 수 있을까요? 망자 군단의 전사로서 벨레판과 세칸의 미래는? 싱지드는 심연의 길에서 무엇을 발견할까요? 아이젠가르드 전기 2화를 기대해 주세요~ 바위와 암흑으로서 저와 폭풍 디스를 주고받은 광열군, 차분한 RP를 보여주신 크랑님, 그리고 세칸으로서 열연하신 민트님 모두 수고하셨고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폴라리스 번역 공개 중단

폴라리스 (Polaris) 번역을 링크해둡니다. 공개는 권한제로 제한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개별적으로 연락 주세요.

또한, 번역을 공개받으신 분들은 폴라리스를 해보거나 읽은 감상을 글로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엮인글을 걸어주셔도 좋고요. 짤막해도 상관없고, 그냥 읽거나 해본 후 떠오르신 것을 적으시면 됩니다.

2008/7/4 추가: 읽기 권한을 받으신지 한 달 (7월 4일 이전에 권한을 받은 분은 7월 4일부터 한 달) 이내에 감상문을 쓰지 않으시는 분은 읽기 권한 해제합니다. 읽어보실 기회는 충분하셨을 테니 사실 지금 해제해도 문제는 없으리라고 보지만, 혹시라도 불편이 있을까봐 공지하는 의미에서요.

2010/5/1 추가: 원작자 허락도 없는 무단 번역이지만 해놓은 김에(..) 몇 분께만 보여드린다는 것이 생각보다 규모가 커져서 앞으로 새 권한 신청은 받지 않겠습니다. 부탁드린 것과는 달리 감상문 올리신 분이 거의 없기도 했고요. 현재 권한 있으신 분은 일주일 후에 접속이 차단되며, 공지를 조금이라도 확실히 하고자 글을 최신으로 띄워둡니다. 그동안 폴라리스 번역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리며, 원작자인 벤 레만 (Ben Lehman)씨와 얘기가 잘 된다면 나중에 좀 더 정식으로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