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가르드 전기 1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만 년만의 포스팅입니다. 지난번 목요일에는 폴라리스를 드워프 지하왕국 설정에 적용한 아이젠가르드 전기 1화 플레이를 했습니다.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Dragon Age: Origins)을 재밌게 했는데 거기 나온 드워프 왕국 오자마 설정이 폴라리스 RPG 원작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한 캠페인입니다. 몰려오는 괴물 때문에 도시가 위기에 처했는데 정작 권력자들은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는 암울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아니 그건 혹시 현실세계였나
배경은 자유도를 위해 게임하고는 분리해서 아이젠가르드라는 지하 도시로 했고, 주인공들은 죽기를 맹세하고 심연의 길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망자의 군단, 혹은 엘리트 부대인 국왕 친위대 소속으로 했습니다. 드워프 배경에 어울리도록 규칙 용어도 일부 바꾸었습니다. 마음-보름달-그믐달-후회 라는 참가자 역할은 바위-모루-화로-암흑 이 되었고, 서술 교섭을 위한 의식 언어도 ‘그러나 그러려면‘ 대신에 ‘네 뜻이 그렇다면‘이라거나,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대신 ‘무익하다!‘ 하는 식으로 간결하고 단호하게 고쳤습니다. (의식 언어 순서도에 사용한 글씨체 이름도 무려 양재튼튼체. 게다가 제가 리브르오피스로 그릴 때 배율 86%로 작업해서 부담스럽게 크군요(…))

폴라리스가 원래 그렇지만, 이번 플레이의 재미도 바위와 암흑 (마음과 후회)끼리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명문가 전사 시베르트 아이자른은 암흑의 따스한 배려로 초장부터 반역자로 몰리는 풍파를 겪게 되었지요. 원래는 약혼녀와 파혼시키려는 의도였는데, 교섭 언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전개가 되었습니다.
암흑: 정혼자를 기다리는 록산나의 마음은 그러나 편할 수 없었으니, 왕이 죽은 후 섭정을 맡고 있는 제르문트가 자신의 야심을 위하여 그녀와 시베르트의 정혼을 해제하였기 때문이다.
바위: 잠깐! 탐욕은 화를 부른다. ‘정혼녀 록산나 글리테렌’ 면모가 있는 운명 주제를 소진한다.
-> 탐욕은 화를 부른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는 방금 내놓은 것과 규모나 효과가 다른 서술을 내놓으라는 뜻이며, 요구하는 측에서는 인물의 주제 (직위, 운명, 축복, 능력) 중 하나를 소진해야 합니다. 각 주제는 초기화할 때까지 바위가 한 번, 암흑이 한 번씩 소진할 수 있습니다.
모루, 화로: 주제 소진을 인정한다.
-> 주제 소진이 적합한 지는 모루와 화로 (보름달과 그믐달) 둘이서 인정해야 합니다.
암흑: 쳇. 그렇다면… 섭정 제르문트는 아이자른 가문을 반역으로 몰았으며, 록산나를 겁박하여 미끼로 시베르트를 안심시키고 체포하려고 전사를 잠복시키고 있었다.
모루, 화로: 종전과 다른 서술이라고 인정한다.
바위: 그렇게 되었다.
-> 상대방의 서술을 받아들이고 서술 교섭을 끝내려면 ‘그렇게 되었다”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이후에는 다시 자유 RP로 돌아가죠.
저 자비로운 암흑은 누굴까 이렇게 교섭을 마친 후에 RP를 통해서 시베르트는 잠복했던 전사들에게 포박당했고, 역시 서술 교섭을 통해 시베르트의 사건은 재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장면 커트.
4인 폴라리스의 묘미라면 마음과 후회 (여기서는 바위와 암흑)이 서로 복수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사랑을 위해 국왕 시해의 누명을 쓴 벨레판 베라리트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암흑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감싸느라 국왕 시해자가 되어버린 벨레판이 사형을 면하기 위해 망자 군단에 자원하고, 입단을 위하여 장례식을 치르는 대목이었죠.
바위: 그때 군중 사이에서 다시 돌이 날아오자 벨레판은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도끼를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날린다!
암흑: 도끼는 벨레판의 아버지 토르벤에게 적중한다.
바위: (으악!)
화로: (얼쑤!)
모루: (으익)
바위: 탐욕은 화를 부른다! 살육의 도끼 면모가 있는 축복 주제 소진.
모루, 화로: 인정한다.
암흑: 벨레판은 무의식중에 도끼를 연인 에르타의 남편 미칼에게 날렸고,
암흑: 에르타가 미칼을 감싸고 대신 등에 도끼를 맞는다.
화로: (인정!)
화로: 에르타가 애처롭게 미칼을 잠시 쳐다본후, 떨리는 눈동자로 벨레판을 바라본다
-> 화로는 정서적인 관계에 있는 주변인물을 담당합니다.
바위: 뿐만 아니라 에르타는 심한 부상을 입되 죽지는 않아야 한다. ‘망자 군단의 전사’ 면모를 근거로 직위 주제 소진.
-> ‘뿐만 아니라’는 (원래는 ‘그리고 또한’) 교섭 상대의 서술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추가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네 뜻이 그렇다면’ (‘그러나 그러려면’)과 같지만, 주제 소진을 요구하고 뒤에 올 수 있는 답변이 제한적입니다. (순서도 참조. ‘네 뜻이 그렇다면’에는 6개의 답변 가능, ‘뿐만 아니라’ 뒤에는 4개의 답변이 가능합니다.) 여기서도 주제 적합성은 모루, 화로가 인증하는데 분량 관계로 생략하겠습니다.
암흑: 뿐만 아니라 에르타는 부상으로 반신 불수가 되어야 한다. ‘암흑은 우리 안에 있다’ 면모가 있는 운명 주제 소진.
바위: 탐욕은 화를 부른다. 적합한 주제가 없으므로 남은 주제 2개 다 소진.
-> 적합한 주제가 없으면 주제를 2개 소진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바위는 주제를 모두 소진했으며, 주제를 초기화할 때까지 주제 소진을 요구하는 교섭어 (‘탐욕은 화를 부른다’와 ‘뿐만 아니라’)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고자가 되었어 엉엉 위에 에르타 안 죽는다는 부분을 암흑이 뒤집지 못하게 뿐만 아니라를 사용했는데, 제 꾀에 제가 넘어갔군요.
암흑: 에르타는 벨레판이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바위: 일은 그렇게 되었다.
-> 더 망하기 전에 끝내야지… 시베르트 차례가 돌아오면 복수해줄 테다ㅠㅠㅠ
이렇듯 화기애애하게 원한을 불태우는(?) 구조는 바위와 암흑이 밀고 당기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변화를 가져오는 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망가지려나 얼마나 극적인 전개가 되고, 인물들과 그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해갈 지 기대됩니다. +_+
폴라리스의 서술 교섭 규칙이 의외성을 증진시키는 이유는 논의를 구조화하고 제한한 점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욕은 화를 부른다’ 같은 교섭어를 보면, 현재 한 서술을 바꾸라는 요구는 하지만 어떤 서술을 대신 해달라는 요구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이전 서술과 다른 것을 내놓으라는, 그리고 다른 서술이라는 인증을 받으라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요건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참가자의 마음에 쏙 드는 서술이 나올 확률은 적지만, 다르게 보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서술이 나오는 의외성은 더욱 증진됩니다. 결국 ‘원하는 내용이 나오는’ 욕구충족성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나오는’ 의외성에 무게를 둘 것인가 하는 플레이 스타일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비극을 지향하는 폴라리스에는 확실히 후자 쪽이 어울리는 것 같고요.
다른 주인공인 대장장이 싱지드 마크스톤은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할 병기를 만들고자 스승의 뜻을 어기고 심연의 길로 떠납니다. 심각한 갈등은 없이 서장에 가까운 장면이었지요. 그리고 다른 도시 스트롬가르드의 유일한 생존자 세칸은 구출하러 온 아이젠가르드 전사 중 하나를 광란 상태에서 살해하고, 그 죄로 망자의 군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베르트는 반역의 죄를 벗을 수 있을까요? 망자 군단의 전사로서 벨레판과 세칸의 미래는? 싱지드는 심연의 길에서 무엇을 발견할까요? 아이젠가르드 전기 2화를 기대해 주세요~ 바위와 암흑으로서 저와 폭풍 디스를 주고받은 광열군, 차분한 RP를 보여주신 크랑님, 그리고 세칸으로서 열연하신 민트님 모두 수고하셨고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2 thoughts on “아이젠가르드 전기 1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