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 8화: 여우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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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쉬르는 황후에게 플로리앙 암살 기도의 배후에 대해 알아낸 것을 밝힙니다. 황후는 스틸리안느가 황제에게 원한을 품은 이유를 얘기해주고, 스틸리안느가 나흐만의 사주를 받고 있는지 정보를 캐내게 아리칸을 회유할 것을 은근히 종용합니다. 그리고 만약 스틸리안느를 암살하라고 명령한다면 그가 명령대로 할지도 확인하지요. 그렇게까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플로리앙은 콘스탄티노스 미크루라케스의 저택 (실은 처가인 팔레오로고스 가문 저택이지만)에 찾아가서 사병 감찰을 합니다. 사병 수를 대단히 정직하게 보고했을 뿐만 아니라 사병을 2/3가 아닌 9할을 내어놓겠다는 말에 그는 스틸리안느의 의중을 알아보려고 직접 만날 것을 청하고, 둘은 서로 상대를 치열하게 떠봅니다. 그러다가 스틸리안느의 어린 아들 아리스가 엿듣는 것을 알아차린 플로리앙은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아리스가 라이산드로스의 선물을 자랑하자 자신도 연습용 총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합니다. (영악한 꼬마 같으니! (…))

하쉬르는 아리칸과 둘이 각자의 입장과 미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리칸은 자신은 얻을 것이 있는 나흐만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하쉬르는 자신과 형인 술탄 사이의 악연과 협박 관계를 밝히며, 최소한 자신을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얘기하지요. 그 목적을 위해 아샤신 지도부와 다시 접촉해야 한다고 부탁하자 아리칸은 불안해하면서도 승낙합니다. 그리고 내일 일은 잠시 내일로 남겨두고 러브러브~

감상
좀 흐름이 늘어지는 느낌이고 저도 답답해서 한동안 생각하고 있던 전개를 참가자들에게 그냥 알려주고 나니 참가자들도 한결 방향 감각이 생기는 듯했습니다. 미래 구상은 밝히기도 하고 안 밝히기도 하는데 (라이테이아 전기나 공화국의 그림자 때는 안 밝히고, 역할극 할 때면 보통 밝히고), 이 경우는 얘기하는 게 적당해 보였습니다. 주인공들 자신이 지도자격 위치에 있는 인물들인 만큼, 그들이 스스로 미래를 알지는 못해도 참가자가 어느 정도 방향성을 알고 자신감 있게 RP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이건 현재의 계획일 뿐이고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렇게 뭔가 물꼬가 트이고 나니 오늘의 흐름은 한결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쉬르 이야기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점이 특히 큰 성과인 것 같네요. 황후가 (굇수 에이레네를 곁에 두고) 아리칸의 정체를 알아내고 하쉬르에게 그녀의 감정을 이용하라고 종용까지 하는 걸 보면, 술탄의 하렘에 있을 때는 쥐죽은 듯 살았던 건 내숭이었던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뭐 한편 그녀의 말마따나 황후의, 아내의 입장은 또 다르기는 하죠. 여러모로 사촌언니 키네니아를 닮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그녀였습니다.

한편 어느 정도 기반과 위치가 있는 인물들인 주인공들 설정과, 그들의 설정과 이야기가 중심인 캠페인 성격상 각자 따로 노는 건 좀 어쩔 수가 없군요. 각자의 생활이 있는 상태에서 가끔 스쳐가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이야기끼리 극적 연관성은 있긴 한데, 늘 같이 다니기엔 좀 먼 당신들이랄까요. 이런 류의 이야기가 왜 RPG에 흔한지 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전 언더월드 3기와 같은 도시·일상물 캠페인에서 겪은 어려움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면 도쿄의 달도 일행은 거의 유지하지 못했죠. 몰려다니는 대신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RPG라는 매체로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한편 ‘여우굴 속으로’라는 제목은 스틸리안느를 찾아가는 플로리앙의 대사에서 따온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번 플레이의 세 장면 모두에 적용이 있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스틸리안느를 여우라고 한다면 마리사 황후나 아리칸도 여우 중의 불여우거든요. (자애로운 황후니 주인공 중 하나의 연인이니 하는 위치로 무장하고 있다고 내 눈까지 속일 수야!) 그리고 그런 여우의 굴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대가 주도권을 쥔 영역으로, 위험으로 뛰어든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다른 생각 했다면 나파요 나파요) 아군과도 얘기했지만 뭔가 은근히 이 캠페인 주제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산다’로 가는 느낌입니다.

결론적으로 재밌는 플레이를 함께해주신 이방인님과 아군에게 감사감사~ 이번에 못온 뱀프군은 다음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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