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달'에 해당하는 글 6건

  1. 2008/04/14 로키 도쿄의 달 최종화 - 어제와 오늘, 그리고... (8)
  2. 2008/04/07 로키 도쿄의 달 4화 - 희생 (2)
  3. 2008/03/29 로키 도쿄의 달 3화 - 기로 (岐路) (4)
  4. 2008/03/22 로키 도쿄의 달 2화 - 봄날의 벚꽃 (2)
  5. 2008/03/15 로키 도쿄의 달 1화 - 움직이는 시간 (7)
  6. 2008/03/08 로키 도쿄의 달: 기획, 제작과 시범 방영 (7)
도쿄의 달 시즌 최종화입니다. 제목을 안 정한 게 뒤늦게 생각나서 저와 승한님이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땅땅땅)

요약

다치바나는 신식 문물을 가르쳐도 전통 정신 교육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하세가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소학교 사업을 돕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계략을 짜주었던 마츠오를 경계하라고 알려줍니다. 실제로 마츠오는 우메하를 이용하고 다치바나 가문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려가며 집요한 방해공작을 펼칩니다.

마침내 다치바나는 마츠오가 지역 유지들 앞에서 그 간의 비리와 계략을 시인하도록 교묘하게 유인하고, 죽은 상관의 마지막 말을 마침내 기억해 내면서 신선조의 동료와 상관이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도 정리합니다. 예전의 이상을 되찾은 그의 모습을 보며 카나코는 누구보다 기뻐합니다. 그리고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며 끝~

플레이 내용 보기


감상

예, 이렇게 끝났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한 기를 다 마쳐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깔끔하게 잘 끝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 규칙이 그 과정을 잘 받쳐주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논의의 틀이 되어서 더욱 원활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참가자 전원이 진행자 경험도 있고 서로 감각이 잘 맞아서 더 결과물이 만족스럽기도 했고요. 수고해주신 광열님, 뱀프님, 승한님께 모두 감사를.

이렇게 해서 끝마치고 나니 상당히 잔잔하고 일상적인 얘기가 되었군요. 겉모습으로 따지면 작은 마을에 소학교 하나 세우느라 투닥투닥하고 두 청년이 도시의 게이샤와 소문이 무성했던 것뿐이니까요. 그 소소한 이야기에 진정 의미를 부여한 건 네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인간관계였겠죠. 진행 과정에서 점점 부각된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라는 큰 주제의식 속에서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소해 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상당히 인물 중심의 내밀한 드라마라는 느낌이었어요.

이야기 자체도 구조가 확실하고 개연성이 있어서 그런 인간적 드라마를 더욱 잘 받쳐주었고, 그 자체로도 재밌었던 것도 이번 시리즈의 장점이었습니다. 이 점에서도 역시 규칙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역 비중 (screen presence)의 흐름과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의 고민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좋은 지침을 제공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카나코가 주역인 4화를 할 때는 카나코의 고민이 게이샤가 되려는 생각과 다치바나에 대한 마음 사이의 갈등이니까 그 두 가지를 계속 대치시키는 장면을 하면서 극적 통일성과 짜임새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다음 화인 5회는 다치바나가 주역이니까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유도할 만한 복선을 깔면서 전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계속 염두에 두어서 한 화에서 다음 화로 극적 맥락을 이어갈 수 있었고요.

이러한 논의와 논의의 지침을 제공하는 규칙의 진짜 장점이라면 '집단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겠죠.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구 한 사람이 생각해내야 했다면 우선 나머지는 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따라가야 하니까 전혀 재미가 없었을 테고 (영화나 연극이 아닌 만큼), 만드는 사람도 어려워서 뻗어버렸을 공산이 큽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에게 부담이 가지 않고 다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간 논의, 그리고 이를 지원한 규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 중 가장 화려한 인물이자 제일 떡밥성인 다치바나가 마지막 화에 제몫을 톡톡히 했더군요. 첫 장면의 악몽, 최종 보스 마츠오 다이키를 물리친 기지와 마지막에 요코에게 쥐여 사는 미래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모습이 즐거웠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뱀프님 인물이지만, 모두 그의 이야기에 일조했기에 인물 전원에 애정과 관심이 가는 것도 공동 서사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술에 쩔은 패견에서 마지막에 어엿한 모습의 다치바나까지 변해온 과정에 저를 포함한 모두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거겠지요.

마지막 몇몇 장면에서 눈길이 간 것 하나는 하세가와가 6년 후에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이건 우메하와 하세가와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팬 게시판에 떡밥 던지기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 (...) 방송국이나 팬카페 게시판에 시청자들이 둘이 아직 뭔가 있다, 아니다 헤어졌다 하는 논쟁이 올라올 것 같다며 우리끼리 웃었었죠. 적당히 여운이 남는 결말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벚꽃 개화를 기대하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한창 가까워지던 2화, 봄날의 벚꽃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 외에 진정한 흑막은 마츠오 다이키가 아니라 다치바나 류지라는 얘기도 했었죠.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아저씨 뜻대로 안 된 게 없으니... 싱글싱글 웃으면서도 늘 꿍꿍이속이 있는 류지씨를 맡을 때마다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결코 얕볼 수는 없지만 동시에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챙길 거 다 챙기는 건 같은데 마츠오는 늘 찬밥, 다치바나 류지는 더운밥(?)인 것도 신기했고... 저런 분을 쏙 빼닮은 요코에게 장가든 시게하루에게 묵념을.

그러고 보니까 제목대로 도쿄를 비추는 달 언급이 가끔 나오긴 했습니다만, 생각해 보니 그거 관련해서 우메하가 카나코에게 할 만한 대사를 생각했었는데 깜박 잊었었군요. 어차피 딱히 들어갈 데가 없기도 했고요.

나를 가르쳐주신 우메코 선생님께서 이전에 내게 그러시더구나, 게이샤는 달과 같다고. 많은 것을 보고 듣되 말하지 않고, 환하고 아름다우나 닿을 수 없는... 그 빛은 누구나 기분에 따라, 소원에 따라 원하는 감정으로 칠할 수 있지. 아, 달이 슬프게 빛나는구나. 아, 달도 기뻐해주는구나 하고.

너도 그리 될 자신이 있느냐, 카나코? 보는 사람에게 그의 설움과 소원을 모두, 그 많은 사연과 마음을 되비추어 주는 빛이 될 수 있겠느냐?

사실 달을 보든 텔레비전을 보든 RPG를 하든 뭘 하든 사람은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자기 삶의 파편들을.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듣고 생각하고, 자신의 모습과 겹친 남의 모습, 익숙한 것과 겹친 낯선 것에 대면하게 되죠. 그렇게 하면서 자아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고 확장해 가고, 자신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감동'이라는 작용 아닐까요.

그래서 저를 되비추어준 거울이 된 상상의 편린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이야기 속의 작은 세계에,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기억의 보관함에는 '도쿄의 달'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추가할 수 있었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또 새로운 의미,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08/04/14 07:05 2008/04/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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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도쿄의 달 - 일상물 캠페인을 위해 필요한 것은?

    Tracked from The Adamantine Watchtower of... 2008/04/15 14:34  삭제

    최근 로키님, 뱀프님, 광열님과 한달간 메이지 유신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도쿄의 달> 캠페인을 완료했습니다.캠페인 명 - 도쿄의 달캠페인 시스템 - 안방극장 대모험캠페인 기간 -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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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hovamp 2008/04/14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감상이 올라왔군요. 저는 절대로 압박 같은거 가하지 않았습니... (먼 산)

    그러고보니 제목 정하는 자리에도 못 있었군요. 뭐 기억을 돌이켜보면, 지난 1~4화 사이에도 제가 제목에 일조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 (역시 이름짓는데 약한 것입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있었다는 보람도 있었구요. 감사드립니다. +_+

  2. 비밀방문자 2008/04/14 1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로키  2008/04/14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요, 제가 대조해서 얘기한 건 '칙칙폭폭 일방통행식 진행'이니까 (그래서 각본이 다 짜인 영화나 연극 얘기를 한 거고), 그게 RPG에서 재미없다는 건 나름 실험결과가 있죠. (주로 본인 생체실험..)

      그에 반해 논의로 이야기 방향을 결정하는 게 꼭 재미있다고 하는 건 아녜요. 재미있을 소지가 있고, 이 경우에 재밌었다는 실험결과(?) 하나를 제시했을 뿐. 어차피 변수가 너무 많아서 실험 자체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가능하지만..

    • 소년H  2008/04/15 0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가 붙은 말은 반 혹은 그 이상 농담성이라 생각해주세요..라기엔 좀 하드했나요? 그럼 사과드려야 하고.

      사실 어제 이야기에서 떠오른 책임감 문제가 생각나서 덧글 쪽 중심은 그거였죠. 앞이나 뒤는 사족. (사족이 좀 깁니다만 (...))

  3. Wishsong 2008/04/14 1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달간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에도 다시 같이 플레이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로키님 시험 잘 보세요 :)

  4. Asdee 2008/04/15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어요^^ 모두에게 감사해요. 헤헤

    뭐랄까.. 가장 공동진행 스타일의 RPG를 플레이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모두가 서로 캐릭터에 대해 관심갖고 한껏 참견하고요. 후후. [안방극장 대모험] 시스템 특성 덕분인지, 일행 개념을 벗어나서도 무척 재미있던 것 같습니다.(마지막엔 뭔가 4인 전대가 합체해서 대마왕 마츠오 다이키를 격파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

    우메하가 카나코에게 남기려 했던 대사, 참 마음에 와닿네요. 달과 같이 비추는 존재라... (그렇다면 정부인 요코는 태양?;) 뭐랄까, 달은 태양과 다른 오히려 더 은은하고 그윽한 매력이 있으니.

    금요일 심야 팀.. 모두들 너무 유쾌하고 서로 잘 맞아서 즐거웠어요. 제가 시간을 잘 못 맞춰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남네요. 흐; 언제 기회되면 또 다같이 플레이하죠. (귀국 후 오프 모임은 이미 확정이고요. ^^)

  5. 구네 2009/08/17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방극장 대모험 룰로 완료하셨다는 게 이 '도쿄의 달' 이었군요!
    룰을 훑어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려고 위키고 뭐고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읽기 시작하니 음성채팅으로 하셨군요!
    읽어만 봐도 플레이가 꽤나 재밌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확실히 안방극장대모험이란 룰은
    각 인물의 능력, 관계, 갈등으로
    소소하지만 가깝기 때문에 또 큰.
    그런 이야기들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것 같아요

    로키님이 자주 언급하시는 것처럼
    여럿 모여서 드라마를 보며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딱 그런 느낌.

    • 로키 2009/08/19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정말 재밌는 플레이였죠. 내면과 인물 지향적인 안방극장 룰이 일상물의 뉘앙스를 표현하는 데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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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치바나는 카나코를 위해 마츠오 다이키에게 비겁한 계책을 짜주고, 처음에는 그에게 지켜달라고 했던 카나코는 점점 수렁에 빠지는 다치바나의 모습이 견디기가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다치바나가 사촌 요코와 결혼하지 않으면 후계자로 삼지 않겠다는 다치바나의 숙부 말을 듣고,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은 포기하고 게이샤의 길을 가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화를 내던 다치바나는 카나코의 꾸짖음과 이제는 나도 너를 지키겠다는 카나코의 결의에 정신을 차리고, 둘은 서로 깊은 마음을 확인하며 포옹합니다.

플레이 내용 보기


예고편


운명의 행방은 과연 어디로?

다치바나: (하세가와에게) 그는 당신과 우메하씨에 대해 추문을 퍼뜨릴 생각입니다.

(마츠오의 손을 뿌리치는 우메하)

하세가와: (굳은 얼굴로)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다치바나: (쓴웃음) 그건 내가 세운 계획이니까요.

카나코: (다치바나를 돌아보고 미소지으며 생각) 돌아와줘서 고마워, 시게하루.

(하세가와, 다치바나 악수하면서 화면 정지)

도쿄의 달, 그 대망의 최종화를 기대해 주십시오!

감상

승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이번 화가 지금까지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시작했던 시리즈가 점점 감정도, 사건도 폭이 넓어지고 규모가 커졌고, 드디어 다음 화에 크게 터지며 결론이 나겠죠.

특히 인상깊었던 건 카나코가 달라지는 모습. 이번 화 초에는 사랑에 빠진 젊은 아가씨의 고집, 다치바나가 자신을 지켜주기 바라는 의존성으로 시작해 4화 내내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수렁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고 스스로 현실을 보고 판단하며, 끝내는 자신이 다치바나를 지키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성숙의 과정이 참 잘 드러난 것 같아요. 그게 옳은 결정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카나코의 상황과 내면에 비추어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전담하는 참가자가 없는 인물인 마츠오의 굉장한 존재감도 이야깃거리였습니다. 결국 모든 주인공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고 있는 시리즈 보스라고 우리끼리 웃었죠. 이 시리즈의 사실상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현실 축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악역이면서도 왠지 멋진 우리의 대마왕 마츠오..(...)

그러면서 가상 캐스팅 얘기도 나왔는데, 마츠오 역을 맡은 배우는 어쩌면 연극 배우부터 시작해 텔레비전에서는 조연과 악역을 주로 맡은 원로 배우이고, 워낙 연기력도 정평이 나 있어서 본래의 각본보다 훨씬 비중도 크고 인기도 은근히 끌고 있을 거라는 얘기도 했죠. (40대 이상의 인기몰이!) 세트장에서도 아마 다들 대선배로 대우할 거라고..

카나코와 다치바나 배우는 스타로 떠오른 신인으로서 연기 경험이 쌓이면서 1기 후반에서 주역을 맡은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특히 다치바나 역은 초기에는 시범 방송에서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본편에는 술에 쩔은 패배자로 나오고, 예고편에 나온 컷도 최종 편집에서 잘리는 등 떡밥만 던지다 보니 애가 탄 젊은 여성 팬들의 지지가 쌓이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꽃미남 배우일 거라든지. (이래서 기획사 백이..)

그 외에 우메하는 왕년에 글래머 스타로 유명했고 지금도 원숙한 아름다움과 탄탄한 연기로 인기를 끄는 30대 중후반의 여배우, 하세가와는 나이보다 젊게 분장한, 연기력이 안정적인 중견 배우가 맡았을 거라는 얘기도 했었죠.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 정말로 TV 보며 친구들과 수다떠는 기분이어서 즐거웠습니다. 그게 안방극장 대모험을 하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TV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 만큼 카메라 기법을 연출에 활용하라는 것은 책에서도 하고 있는 조언이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장터에서 하세가와와 다치바나의 토론이 있었을 때 단상 위에 선 하세가와하고 밑에 선 다치바나를 비추면서 지난 화에서 하세가와가 절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위에서 그걸 지켜보던 다치바나의 모습과 대비시키며, 이제 이상과 현실과 관련해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을 시사했죠.

묘사를 촬영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영상 매체와 친한 만큼 친숙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많이 표현할 수 있어서 연출 기법의 하나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공간 활용, 색채와 그림자, 조명 등 시각 언어를 활용할 방법은 많죠. 우메하의 가게 같은 공간은 폐쇄적이고 좀 어둡다든지, 몇 발짝만 가도 계속 사람과 부대껴서 서로 조심조심 피해가야 한다든지, 구석에 깔린 그림자, 드리운 휘장, 좁은 공간에서 답답할 정도로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웃음소리만 아련히 들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 분위기를 표현하면 공간 자체도 독자적인 개성과 의미를 품게 되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밤의 요정에서 나와 (이제는 돌아갈 일은 없다고 하며) 한낮의 시장 광장으로 나선 하세가와의 모습도 공간적 대비를 통해 인물의 변화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하세가와는 이번 화 비중은 낮았지만 다음 화를 대비해 좋은 등장 장면과 많은 복선을 깔아놓은 언급이 많았고요. 등장 횟수가 적은 만큼 이번 화에는 승한님이 PD로 많이 수고해 주셔서 순환 PD의 효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다치바나와 하세가와의 이번 토론이나 예고편에서 나온 두 사람의 악수는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듯 역사적으로도 의미심장한데, 두 사람의 협력이 상징하는 전통적 가치와 서양 문명의 이기의 결합은 20세기 일본의 팽창지향적 군국주의의 기반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승한님도 그런 부분을 하세가와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셨고, 서구 문물의 유입에 저항감을 보이던 다치바나 같은 전통주의자도 부국강병의 목표에서 동질감을 찾아내면서 조선 식민지화와 태평양 전쟁의 뿌리는 이미 조금씩 내리고 있던 거겠죠. 그런 역사적 흐름에 일조한 많은 사람의 한 표상인 하세가와나 다치바나 같은 인물이 지극히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것이 '단죄'가 아닌 '이해'를 하는 허구적 상상력의 힘이기도 할 테고요.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 규칙이 그런 허구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일조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물 비중의 흐름과 내적 갈등이 플레이를 위한 논의에 초점을 제공한다든지요. 이번 화에는 어느 주인공의 비중이 제일 높은지 생각해서 그 인물을 부각시키고,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의 갈등을 강조하면서 다음 화에는 또 누가 비중이 높아지는지 봐서 다음 화를 향한 복선을 준비하는 게 참 유기적이더라고요. 규칙이 플레이 외적 논의에 길잡이가 된다는 면에서 규칙이 이야기를 돕는 게 이 규칙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런 논의가 없으면 한없이 썰렁한 규칙이기도 한 만큼 전원이 지금 플레이에, 지금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발상과 열정이 넘치지 않으면 재미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모두 마음에 드는 설정과 인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런 과정에서 교섭을 잘 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예고편의 활용도 재미있습니다. 예고편 때 생각했던 맥락과는 사뭇 다르게, 하지만 더 재미있는 의미로 나타나고는 하니 말이죠. 예를 들어 예고편에 나왔던 카나코의 다치바나 따귀(!)는 다치바나가 자신은 가정을 이룰 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말에 대한 반응으로 생각했었는데, 정작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렇게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패악을 부리는(..) 다치바나를 정신차리게 한 것이 처음 생각한 맥락보다 더 의미가 깊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 플레이에 느슨한 길잡이가 되면서도 의외성의 요소를 충분히 살린다는 점이 예고편의 의의인 듯하네요.

참 재미있었고요, 다음 주에 시즌 마지막화 촬영도 기대하겠습니다~
2008/04/07 05:23 2008/04/07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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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song 2008/04/11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꿈보다 해몽이 더 멋있는 전형적인 사례(...)

    • 로키 2008/04/12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몽을 제가 하면 더 그래요(??)

      ..라기보다는 감상은 플레이 후 논의에서 한 얘기를 정리한 부분도 많지만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도쿄의 달 3화입니다.

요약


우메하의 영향 하에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 하세가와는 마츠오의 약점을 캐내서 소학교 사업의 주도권을 잡습니다. 한편, 카나코는 말썽꾸러기 남동생을 구하려고 마츠오에게 몸을 맡기기로 하지만, 다치바나는 마츠오를 돕기를 자청하며 그 대가로 카나코를 요구합니다. 절을 떠나기 거부하는 주지를 폭력을 동원해 쫓아내려고 한 하세가와는 다치바나의 꾸짖음으로 이상을 되찾지만, 다치바나는 정작 자신은 마츠오 다이키의 개가 되려는 것을 자조합니다.

플레이 내용



예고편


시대의 격류 속에서 그녀, 카나코의 결정은?

하세가와: (학교의 후원자들과 열띤 의논)

우메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게이샤의 길은 여자의 길과 달라!

다치바나: 미안하지만 나는 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만한 인간이 아니야.

카나코: (다치바나의 뺨을 찰싹!)

(카나코의 결의에 찬 표정에 클로즈업, 정지)

도쿄의 달 3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1. 그들의 이야기

이번은 초기에는 약간 집중도가 떨어지고 분위기가 침체한 기분도 들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훨씬 초점이 잡히더군요. 다양한 감정과 권모술수가 이리저리 엮이면서 이야기가 깊이를 더해가는 게 참 흥미진진했습니다. 하세가와와 다치바나의 대립과 대조 구도, 광열님이 오셔서 본편 들어 처음으로 카나코에게 제대로 조명이 가면서 드러나는 그녀의 이야기 등.

우메하는 하세가와의 내적 갈등에 좋은 촉매가 되면서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었고, 최종 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츠오의 음흉한 모습도 재밌었어요. (왜 맨날 제가 치한 역을..;ㅁ;) 다치바나 류지는 오늘 처음 등장했는데, 잡아서 해보니 선량해 보이면서도 꽤나 노련하고 교활한 아저씨더군요. 이제 사촌동생 요코1와 결혼 얘기도 나왔으니 앞으로 카나코와 다치바나 얘기가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합니다. 류지 아저씨 결코 녹록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 화 주인공이었던 하세가와는 결국 현실과 이상의 갈등에서 우메하와는 반대의 선택을 한 것 같네요. (역시 갈등 판정으로 정했지만..) 그 대조 때문에, 또 저하고 승한님이 호흡이 워낙 잘 맞기도 해서 마지막 대화는 더욱 여운이 남았습니다. 일견 가벼운 대화 뒤에 교차하는 수많은 감정이 말이죠. 남은 2화 동안 하세가와가 한 결정의 대가, 소학교 사업의 행방과 우메하와의 관계가 카나코와 다치바나의 이야기에 좋은 배경막이 될 것 같습니다.

우메하와 하세가와가 그랬듯 시즌 초중반에 비중이 높은 인물을 하면 남은 시즌 동안 그 여파를 음미할 여유가 생겨서 좋죠. 반면 시즌 끝에 비중이 높으면 그간 나온 걸 다 종합해서 시즌을 끝내는 화려한 맛이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더 전통적인 히어로와 히로인인 다치바나와 카나코에게 기대가 큽니다. +_+ 잔잔하고 일상적인 인물인 우메하와 하세가와에 비해 규모와 기복이 큰 마무리가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우메하와 하세가와의 '비전통적인' 소박함도 아주 좋았지만요.)

2. 여기 PD가 누구야!

플레이 끝나고 승한님과 한 얘기인데, 고정 진행자가 없는 점이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이번 플레이의 흥미 요소입니다. RPG의 전통적인 단위는 고정 진행자 하나와 여러 참가자이고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도 원래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도쿄의 달은 고정 PD (진행자) 없이 전원이 주인공을 만들고 PD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 혹은 현재 주인공이 안 나오거나 비중이 적은 참가자가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정 진행자가 없는 효과는 제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일행 개념이 없다는 점. 전통적으로 참가자는 주인공밖에 참가 수단이 없으므로, 되도록 전원이 참가하려면 일행을 이루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반면 진행자를 그때그때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참여 수단을 늘리면 주인공이 안 등장해도 모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일행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도 일행 모험물보다 한결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링크한 일행을 다룬 글에서도 밝혔듯 일행 단위의 모험이 재미없다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전원이 참가할 수 있게 물리적인 일행이 되고, 그 물리적 일행을 유지할 수 있게 주인공끼리 갈등보다는 단합을 중시하는 정신적 일행 또한 되어야 합니다. 반면 도쿄의 달은 주인공 넷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도 좀처럼 없고, 조연과의 갈등 이상으로 주연끼리의 갈등이 많습니다. 즉, 이들은 주인공이되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일행 개념은 아닙니다.

두 번째 효과는 이야기의 초점이 외적 갈등에서 내적 갈등으로 넘어간다는 점. 주인공 외의 세계를 제어하는 진행자와 주인공만 제어하는 참가자라는 전통적인 구도에서는 주인공 일행 대 세계라는 구도가 되기 쉽습니다. 외부 세계는 주인공을 제어하는 참가자의 제어권이 아주 적은 영역이므로 외부 세계 (권력 구도, 인간관계 등)를 이용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서 닥쳐오는 시련을 극복하는 문제해결 중심으로 진행하기가 편하지요. (가장 고전적으로는 던젼) 실제로 대개의 규칙이 그런 외부의 시련에 대항하는 모험에 가장 적합하게 되어 있고요. 물론 외부의 시련에 대결하는 플레이가 재미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반면 위의 가장 전통적인 구도를 벗어나서 서술권을 분배하면 외부세계는 진행자 외의 참가자도 제어할수 있는 영역이 되고, 따라서 세계와 주인공 일행의 대립 구도는 훨씬 약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외부 세계에서 닥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련을 극복하는 모험물 구조에서 벗어나 내적 갈등과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도 고정 진행자가 없는 구조의 한 효과라고 봅니다. 물론 고민이나 비중 등 인물 중심의 극적 구조화에 초점을 맞춘 안방극장 대모험 규칙도 내적 갈등에 대한 초점을 유발하고요.

다만, 고정 진행자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주인공끼리 판정이 많아서 예산 관리에는 여전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예산이 하도 안 나가서 면모 발동할 때마다 예산 소모하도록 했더니 순식간에 예산이 간당간당. 뱀프님의 제안대로 주인공 간 갈등일 때만 면모 발동에 예산이 들도록 하는 방법을 새로 택했는데, 이건 또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적당해 보입니다.

3. 가위질의 즐거움

이번 화는 오다시티 (Audacity)에 좀 익숙해지면서 음성 파일 편집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녹음을 하면 제 목소리가 제일 튀니까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줄여서 얘기하는 등 (그래도 튄다..;;) 녹음을 의식하기 시작했고요. 아마 플레이하신 분들은 녹음 파일 들어보시면 기억과 다른 부분이 좀 있을 겁니다. 잡담이 길어지는 부분을 자르고, 뒤에 있던 부분을 앞으로 가져오는 등 가공을 꽤 했거든요.

녹음은 글로 기록이 남지 않는 음성 플레이의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는 있지만 앞으로도 플레이 기록 공개는 음성 파일 자체보다는 글 쪽이 주가 될 듯 합니다. 용량 문제도 있고, 시간 문제도 있고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RPG 플레이는 궁극적으로 직접 하는 데 의미가 있지 내보이려고 만드는 건 아니니까 연출한 작품 같은 감상의 즐거움은 없기도 하고요.

그렇다 해도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해서 올리는 건 앞으로도 하고 싶습니다. 음성 매체에는 문자로 전달할 수 없는 생동감이 있으니까요. 도쿄의 달 플레이에는 장면 설정이나 판정의 좋은 예시가 되는 것도 있어서 어떤 대목이 대표성과 예시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생각해서 고르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규칙도 기회가 되는 대로 판정의 예시를 음성 파일로 올리고 싶군요.

4.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다치바나의 예고편 대목은 번번히 낚시가 되고 있는데 (최종 편집하면서 자꾸 장면이 짤리는 신인의 서러움? (...))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게 해보죠. 적어도 카나코에게 뺨맞는 다치바나만큼은 꼭 보고 싶군요. 즐거운 플레이 함께해주신 세 분께 감사감사. 모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주석
  1. 언더월드 3기 쪽에도 제 제안으로 요코라는 인물이 있었죠. 제가 이전에 알던 일본 여자애 이름인데, 여기까지 얼결에 이름 등장..[..] [돌아가기]
2008/03/29 23:21 2008/03/2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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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hovamp 2008/03/29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제 목소리만 작아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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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하세가와에 대한 마음과 마츠오가 제공하는 현실적 안정 사이에 갈등하던 우메하는 마츠오의 부탁대로  소학교 사업을 마츠오가 좌지우지하는 동안 하세가와의 주의를 적당히 돌리지만, 끝내 의심을 떨칠 수 없었던 하세가와에게 마츠오와 자신의 속임수를 결국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힘의 차이 앞에 두 사람은 마츠오와 공개적으로 담판을 짓지는 못하지만 우메하는 겉모습은 유지하면서 술수와 속임수로 마츠오에게 대항할 뜻을 밝히고, 그녀를 통해 하세가와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처음으로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합니다.

플레이 내용


예고편

그들의 삶에 덮쳐오는 탁류!

하세가와: (연회에 참석한 인사들에게) 이렇게 와주셔서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치바나: (반쯤 냉소, 반쯤 안도하는 표정) 그 멍청이도 머리를 쓸 줄은 아는 건가.

우메하: (하세가와를 보며 속을 내비치지 않는 미묘한 미소)

카나코: (화장한 자기 얼굴을 거울로 보며 작게) 시게하루...

(연회상에 다소곳이 앉은 카나코의 손을 마츠오가 잡으면서 화면 정지)

도쿄의 달 3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의외의 전개였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연회 장면에서 우메하가 마츠오에게 대항할 용기를 내는지는 판정에 맡겼고, 그래서 뱀프님도 정말로 판정에 걸고 싶은지 확인하셨었죠. 제가 스스로 정한다면 우메하가 순수하게 나가는 쪽을 택했겠지만, 어느 쪽이든 재밌겠다는 생각이어서 그냥 판정으로 했습니다. 둘 중 한쪽 결과가 재미없다면 판정에 걸지 않는 게 물론 더 좋은 선택이었을 테지만요.

판정 결과 우메하는 정공법으로 나가는 대신 하세가와까지 흙탕물로 끌고들어가기로 했고, 하세가와도 변하기 시작하는 등 여러모로 재미있는 전개가 되었습니다. 뱀프님 말씀마따나 이제는 "웰컴 투 시궁창!" 하세가와가 변해가는 게 가건물 장면에서도 드러난 그의 이상 때문이라는 점도 재미있고요. 이걸 성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변질이라고 해야 할까요. 둘 사이에 차이가 있기는 한 건지.

어떻게 보면 우메하는 자신이 좋아하는 하세가와에게도, 후원자인 마츠오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게 안습이지만, 그런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또 공감이 가네요. 실제로도 그 자리에서 마츠오에게 곧이곧대로 대항했더라면 지금까지의 안정은 유지하기 어려웠을 테고, 그런 현실과 진심의 갈등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을 한 거겠죠.

그래서 저는 우메하가 하세가와의 젖은 웃옷을 팔에 걸치고, 화장은 지워지고 옷은 흐트러진 채 손님들 앞에 나타난 마지막 연회 장면, 게이샤의 완벽한 꾸밈새라는 방벽 없이 많은 사람 앞에서 순간 취약했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그 꾸밈없는 모습의 무방비함을 견디지 못하고 익숙한 곳으로 도망쳤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건 크건 작건 누구든 매일 하는 선택이기도 하니까요.

1기 후반의 주역이 될 다치바나와 카나코에 대해서도 좀 복선을 넣어둘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카나코는 광열님이 안 계셔서 계속 존재감이 미미한 점은 좀 아쉽지만, 반면 광열님, 승한님, 뱀프님의 3인 3색 카나코를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만만찮은 즐거움.

비교하자면 광열님의 카나코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다정다감한 아가씨, 승한님의 카나코는 약간 푼수끼 있으면서 솔직하고, 뱀프님의 카나코는 절제되고 조용한 외면 아래 폭발적인 감정을 품은 점이  재밌죠. 광열님 카나코는 예술가 기질이 기본적으로 예능인인 게이샤에 어울리고, 승한님의 카나코는 순진한 어린 아가씨답고, 뱀프님의 카나코는 보수적인 시골 처녀다워서 제각기 다른 의미로 어울립니다.

그리고 물론 하세가와와 다치바나의 가건물 장면이 아주 멋졌습니다! 다치바나의 예리한 통찰, 하세가와의 순수한 혈기, 그리고 동종혐오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호 반감. 어떻게 보면 구제불능의 이상가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 닮았으니까요. 한쪽은 가망이 없어진 이상을 포기하느니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고, 또 한쪽은 자신의 순수를 포기해가면서 이상을 이루려 하고.

어쩔 수 없는 사상적, 심정적 앙숙이면서도 상황이 달랐으면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그리고 적으로서도 남이 못하는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아.. 자꾸 채찍질이라고 하고 싶다) 극적 긴장을 끌어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약자로서 더 현실적이고 조심스러운 우메하와 카나코가 둘을 이끌고 조절해주면서 극에 뉘앙스와 깊이를 더하는 것도요.

멋진 플레이를 선사해주신 승한님과 뱀프님 두 분께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2008/03/22 20:09 2008/03/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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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hovamp 2008/03/23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제 목소리가 작게 녹음되는군요. ;_;
    이는 필시 담요맨의 음모가 개입된 것입니다. (...)

    • 로키 2008/03/24 0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고 보니까 녹음은 전부 마이크를 통해서 되더라고요. 제가 기침하거나 하느라 마이크 뽑은 동안은 아예 녹음이 안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마이크를 한껏 줄이니 전원 목소리가 다 줄었..(..) 그러니 마이크에 직접 대고 얘기하는 제 목소리가 제일 클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뱀프님 목소리가 승한님 목소리보다 작은 건 그걸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역시 담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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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 시리즈 도쿄의 달 1화 '움직이는 시간'입니다.

도쿄의 달 1화

연회상에서 우메하는 그녀의 단나이자 하세가와의 후원자인 마츠오 다이키가 하세가와 마츠오 합체변신판 하스오 하세가와의 이상을 지원해주고 있다기보다는 마츠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것을 알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도, 또 카나코 앞에서도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한편, 하세가와는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갖힌 방에서 탈출해 집에서 도망칩니다. 마츠오의 심부름으로 며칠 출입이 없었던 하세가와를 찾으러 온 우메하는 하세가와의 부모에게서 사정을 듣고, 가게로 돌아갔다가 문앞에서 웅크려 졸고 있는 가출 강아지 하세가와를 발견하지요. 하세가와는 당분간 집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우메하는 카나코에게 하세가와의 가족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합니다.

하세가와를 씻기고 옷 갈아입힌 후, 마츠오가 찾아와 마츠오는 우메하가 술시중을 드는 동안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꾸 하세가와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학교 계획을 늘리려는 마츠오를 보고 우메하는 슬쩍 나으리는 정말 관대하시다며 최소한 건물을 짓는 비용은 마츠오가 대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한편, 하세가와는 마츠오의 계획은 자신의 이상과 다르다는 것을 조금은 깨닫습니다.

우메하가 붓글씨를 쓰며 하세가와와 전통과 신문물의 갈등에 대한 우회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하세가와의 집에서 보낸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왜 자기가 있는 곳을 알렸냐며 화를 내는 하세가와에게 우메하는 대업을 이루려는 사람이 가족을 피할 생각이냐며 일침을 놓습니다. 그 말에 하세가와는 우메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감금당합니..(...))

지역 유지들을 부른 연회에서 마츠오는 하세가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고위층 자제들을 위한 사립 학교를 세울 뜻을 밝히고, 삼촌 대신 참석한 다치바나는 개혁파의 논리적 허점을 비판하지만 우메하가 주의를 돌리는 바람에 기세가 꺾인 채 나와버립니다.


그런 다치바나를 카나코는 쫓아나오지만, 그는 자신은 살아돌아오면 안 되었다고, 아니 이미 네가 아는 시게하루는 죽어버렸다고 자책합니다. 카나코는 그래도 약속을 지켜주어서 고맙다고 간신히 말합니다.  각자 귀가한 다치바나와 카나코는 몇 년 전, 다치바나가 신센구미가 되려고 떠날 때 카나코가 검에 술을 달아주며 꼭 살아돌아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일을 괴롭게 떠올립니다.

2화 예고편

마침내 세워진 학교 설립 계획!

하세가와: (친구이며 절의 주지인 쿠로다 겐코에게) 부탁이네! 이 절에서 떠나주게.

(눈을 감는 쿠로다 겐코)

다치바나: (건립 계획서를 보고 피식 웃더니 병째로 술을 마신다)

우메하: 하세가와상! (하세가와를 끌어당기며 입을 맞춘다)

도쿄의 달 2화를 기대해 주세요!

감상

오늘도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스카이프로 플레이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녹음을 하기도 했는데, 용량이 크고 (2시간 30분이 MP3로 약 67MB) 분량도 있어서 10분 가량만 잘라서 올렸습니다. 사용한 녹음과 편집 프로그램은 Audacity입니다. 마이크 음량을 좀 줄였는데도 제 목소리만 너무 튀어서 다음에는 더 줄여야겠더군요. 대체로 음량은 저 > 승한님 > 석한님 순서? (..)

비중은 우메하와 카나코 2, 다치바나와 하세가와 1이긴 했는데 카나코의 참가자분인 광열님께서 안 계시기도 했고 다음 화에 나올 우메하의 중심 갈등에 하세가와가 중요한 역할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우메하와 하세가와가 비중 2처럼 나왔죠. 그래도 그나마 카나코와 다치바나를 끝에서 좀 살려서 어느 정도는 비중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1기 끝에 큰 역할을 할 두 사람이니 지금부터 복선을 넣어놓는 게 좋겠죠.

카나코는 이번 화를 비중 1로 바꾸고 다른 화 중 하나를 비중 2로 넣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해요. 광열님이 다음 주에 오실 수 있다면 다음 화에 카나코가 비중 2인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간성과 일신의 안락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메하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하세가와 못지않게 카나코하고도 관련이 깊으니까요. 시범 방영 때 카나코를 이용하려고 했던 모습도 있고, 하세가와보다 카나코를 오래 알았고 카나코는 일종의 피보호자 위치이기도 하니까요.

비중 3인 주인공이 없기도 했고 사람 수도 전보다 하나 줄어서 비교적 짧게 끝난 1화였지만 내용도 충실했고 2회 준비도 깔끔하게 한 것 같습니다. 우메하의 갈등이 다음 화에 어떤 식으로 결판이 날지, 그리고 남은 1기 동안 우메하와 다른 주인공들이 그 결과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며 변해갈지 기대되는군요. 모두 다음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2008/03/15 07:33 2008/03/1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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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dee 2008/03/15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헤헤;

    뭔가 귀족가 자제를 위한 쪽으로 변질된 면은 있지만, 하세가와의 신식학교 염원은 이뤄지는 거려나요.. :) 암튼 우메하와 하세가와의 클라이맥스를 기대해보죠. +_+)

    @ 왠지...
    우메하는 맨날 술만 따르고,
    다치바나는 맨날 술만 퍼마시고,
    하세가와는 맨날 집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퍽!)

  2. Asdee 2008/03/15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녹음된 버젼, 자동 반복재생 되네요.(무한루프~)

  3. 로키 2008/03/15 1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행히도 그 말씀이 맞는 듯합.. 안습의 일행.. 아니 일행은 아니지. 주연 일동이었습니다. 쥬크박스 무한루프는 텍스트큐브 게시판에도 문의했는데 끄는 설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_; 어제 초저녁에 틀어놓고 깜박 잠이 들었는데 2시간 후에 일어나 보니 여전히 무한 재생 중..(..)

  4. 이방인 2008/03/16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아이돌 로키(...?...)님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
    라기보다 역시 말로 하는건 OR보다는 TR에 가까운 느낌이군요.
    역시 부끄러워서 이런식으로 하는 목소리 플레이에서는 몰입하기도, 연기하기도
    매우 힘들듯 합니다.
    특히 이런식으로 남자 목소리에 여자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걸 상상해보면 온몸의
    털이 쭈뼛 하고 곤두서는군요(...)
    취향이 확실하게 갈리는거 같아요. OR이 좋으냐, TR이 좋으냐 하는건 말이죠.

    • 로키 2008/03/16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예, '자 그러면'으로 시작해 녹음 첫머리에 나오는 PD 목소리가 접니다. (진지) 뭐 사실 TRPG에서 얘기하는 건 '연기'라기보다는 '서술' 개념이어야겠죠. 실제로 남자분이 카나코 한 것도 있는데 그것도 올려볼까요? (..)

      OR하고 TR은 뭐 일장일단이 있는데, 속도 면에서는 말로 하는 게 확연히 좋죠. 집중도도 높고.. 반면 자세하고 실감나는 묘사와 행동 쪽은 OR이 나은 것 같아요. TR로 할 때는 요약해서 '말하는 식'으로 하게 되고, OR로 할 때는 하나하나 자세히 '글쓰는 식'으로 하게 된다는 점도 재밌고요. 그런 면에서 전에 말씀하신 대로 서로 다른 놀이라고 봐도 좋을 듯.

    • Wishsong 2008/03/16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로키님 거짓부렁쟁이! 거짓부렁쟁이!(...)

    • 로키 2008/03/16 05: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 왜염! 하긴 뭐, ORPG와 TRPG는 서로 전혀 다른 놀이까지는 아니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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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달 위키 페이지

기획


이번 금-토요일 심야-새벽 스카이프 플레이에는 뭘 할까 이것저것 얘기하다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으로 시리즈물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배경으로는 처음에 승한님이 늘 노래를 부르시는 트랜스휴먼 스페이스 (Transhuman Space)를 제안하셨는데, 뱀프님은 썩 마음에 차지 않으셨죠. 그래서 전에 쓴 놀이와 교섭 글을 활용해서 승한님은 왜 THS를 바라는지, 뱀프님은 왜 별로 원하지 않는지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재밌게도 승한님은 THS 배경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신 게 인류의 격변기에 일어나는 변화와 안정 사이의 갈등이라고 하셨습니다. 뱀프님은 그런 주제는 좋지만 THS 같은 하드 SF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고요. 저도 하드 SF는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대신 공통 관심사인 '격변기의 인간'을 다룰 수 있는 소재를 같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얘기 나온 것은 나치당 집권기의 독일, 노예 해방기의 미국 남부, 고려 조선 왕조 교체기 등이었는데, 이런저런 제안을 주고받다가 결국 일본의 메이지 유신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고증에 치이지 않게 판타지나 대체역사는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했는데, 역시 현실 배경이 다들 더 끌렸죠. (어차피 놀이로 하면 모두 다소간에 대체역사긴 하고..(...)) 제가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제일 주저했는데, 생각해 보니 제 이유는 지식이 없다는 것뿐이었으므로 저보다 좀 더 아는 게 많은 다른 두 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인물 제작

막 메이지 유신을 배경으로 하기로 정했을 때쯤 광열님이 들어오셔서 플레이에 끌어넣고 시리즈 주인공을 제작했습니다. 이때 동환님의 규칙 요약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PD (진행자)를 따로 정하지 않고 일행 개념 없이 전원이 주인공을 만들고, 자기 주인공이 지금 안 나오는 분은 임시 PD나 조연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하다 보니 자기 주인공이 안 나와도 다들 진행 중인 장면 가지고 만담 웃고 떠들며 제안하기에 바빴고요.

그렇게 얘기해서 나온 네 인물은 고향에 신식 소학교를 지으려고 하는 하세가와 준이치로 (승한님), 도쿄에서 요정을 운영하는 발 넓은 게이샤 우메하 (로키), 신센구미 출신으로서 비겁하게 살아남았다고 자책하는 다치바나 시게하루 (뱀프님), 그리고 다치바나의 옛 약혼녀이자 우메하에게 교육받으며 게이샤의 길을 걸을까 고민 중인 아가씨 유리 카나코입니다. 그리고 인물 사이의 관계와 주제 의식의 연관성을 생각해 배역 비중의 흐름을 정했고요.

제작을 하는 데 시간이 꽤 들었지만 시간이 좀 있어서 전원 비중 2짜리 첫 시범 방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범 방영

고향에 소학교를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던 하세가와는 우메하를 통해 우메하의 단나이며 정계의 명사인 마츠오 다이키를 소개받습니다. 마츠오는 지금 절이 있는 터를 소학교 터로 제안하고, 하세가와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일이 진척을 보이는 데 안심합니다. 하세가와와 우메하는 서로 이끌리는 것을 느끼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마츠오는 카나코에게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입니다.

자기 단나가 카나코에게 관심을 보이는 관심을 눈치챈 우메하는 마츠오의 호의를 더 얻을 생각으로 카나코에게 마츠오의 밤시중을 들 것을 요구합니다. 카나코는 우메하의 단나와 그럴 수는 없다고 거절하고, 낮에 하세가와를 보던 우메하의 시선까지 들먹이자 우메하는 성질을 못 이기고(..) 카나코의 뺨을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관계로 밤시중 건은 무위. 머리를 식히라며 우메하는 카나코를 광에 가둬버립니다.

하세가와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고 다니는 일에 대해 분개하며 소학교를 세우겠다는 짓은 당장 그만두라고 윽박지릅니다. 하세가와는 근대화를 옹호하며 계속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아버지는 쓸데없는 짓 은 그만 하라며 하세가와를 방에 가둬버립니다. (광열님 말씀마따나 다들 갖히고 있어요! (...))

한편, 다치바나는 우메하의 요정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값이 모자라다며 신센구미에 있을 때 찼던 낡은 칼을 빼앗깁니다. 처음으로 무력감이 아닌 의욕을 보이며 칼을 돌려받으려고 덤볐다가 흠씬 얻어맞고 칼을 뺏긴 그는 거리에 처량하게 혼자 앉아 자기는 죽는 게 나았다고 죽은 옛 조장에게 읊조립니다.

새벽에 광에서 풀려나온 카나코는 칼을 되찾으러 몰래 들어온 다치바나와 마주칩니다. 전에도 몇 번 스쳐갔지만 서로 모습이 달라져서 설마 했었던 두 사람은 눈물로 화장이 다 지워진 카나코, 오랜만에 술병을 내려놓을 만큼 의욕이 생긴 다치바나를 달빛 속에서 서로 알아봅니다.

네가 죽은 줄 알았다며 오열하는 카나코에게 다치바나는 나 같은 놈 때문에 울지 말라며,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 두 사람과 세월을 느끼고 돌아섭니다. 거리에 서서 혼자 우는 카나코를 보고 사태를 짐작한 우메하는 카나코에게 진정한 마음을 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다고 충고합니다.

제 1화: 움직이는 시간 예고편

도쿄에 불어닥치는 변화의 바람!

(창문으로 탈출하려다가 굴러떨어지는 하세가와)

우메하: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물론입니다, 나으리.

(몰래 나오려던 하세가와, 문지방을 넘자마자 개가 마구 짖어대는 바람에 방안으로 도주.)

카나코: (다치바나의 검에 술을 달아주며) 꼭 살아돌아와야 해. 약속이야!

다치바나: (술이 달린 검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모습)

(방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하세가와)

우메하: (하세가와 집 대문 앞) 하세가와상 계신지요?

도쿄의 달, 그 대망의 1화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상

뭐 일단, 재밌었습니다.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메이지 유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중요한 건 당대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상황과 인물이더군요. 인물들이 다들 생생하고 참가자끼리 호흡이 잘 맞아서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원래 규칙의 역할 분담은 고정 PD가 있고 나머지는 참가자인 아주 고전적인(?) 방식인데, 제가 배경 시대를 잘 몰라서 PD를 잘 할 자신이 없기도 했고 또 이 규칙에 굳이 고정 진행자가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했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어차피 일행을 이루기는 어색한 인물들이고, 자기 인물이 안 나올 때 PD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특정 장면에 PD나 참가자로서의 역할이 없다고 해도, 어차피 이런저런 제안을 던지며 '이런 인격파탄자!' '카나코가 불쌍해~' '우메하라면 쇠몽둥이로 다 때려눕히고 하세가와 구출을..' 등등 떠드는 것 자체가 진짜 재밌었습니다. 한 마디로 TV 보면서 웃고 떠드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TV 프로,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재미까지 더해서 말이죠. 채팅이 아닌 음성 플레이여서 더 집중도가 높은 점도 있었겠고요.

어쨌든 안방극장 대모험은 이런저런 기회에 해보았지만 한 번도 1기를 마쳐본 적은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하나의 시즌을 마쳐보고 싶네요. 즐거운 플레이에 함께해주신 광열님, 뱀프님, 승한님께 감사드리고, 다음 주에도 다같이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08/03/08 09:17 2008/03/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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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song 2008/03/08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고편에 있는 저 괄호는 무엇입니까!!!!!!!!!!!!(버럭)

    • 로키 2008/03/08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훗훗 나머지 두 분은 저를 지원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3:1로 가결! (땅땅땅)

  2. 소년H 2008/03/08 1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열티! 로열티! ...아니 이게 아니고 (...)
    안방극장...이야 PD가 없이 공동 제작해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룰이긴 한데, 딱 하나 문제는 예산 관리일 듯.. 그리고 출연진이 시대 배경을 잘 알면 원래 제작자는 무지한 법입니다 (?)

    • 로키 2008/03/10 0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희 제작사가 돈이 없어서..(흑흑) 예산은 그냥 원래대로 편성하고 그때그때 PD보는 사람이 깎으면 되더라고요. 문제는 전 PC가 있어도 왠지 악역이지만..(..)

  3. Asdee 2008/03/08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어요^^ 다치바나 씬 등에서 특히(헤헷).

    근데 금요일 밤은 12시 넘어 들어오는 편이고 아예 못 들어올 수도 있으니, 다음주부터는 일단 저 없더라도 시작하고 계세요; 가능한한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마이크도 갖추는 쪽으로.. 핫핫.)

    • 로키 2008/03/10 0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다치바나 패는 게 재밌으셨군요..(??) 말씀대로 늦으실 때면 다치바나는 저희끼리 먼저 때리고 있죠. 아, 그리고 이제 일광 절약 시간제라서 해보자 클럽 참가도 한결 쉬워질 것 같습니다. 시작 시간이 6시가 아니라 7시가 되었거든요.

  4. Asdee 2008/03/11 0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주 토요일에 부산 출장이라, 금요일 플레이는 아예 못 올듯 싶네요. 카나코는 공동 PC로 두고 진행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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