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다치바나는 신식 문물을 가르쳐도 전통 정신 교육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하세가와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소학교 사업을 돕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계략을 짜주었던 마츠오를 경계하라고 알려줍니다. 실제로 마츠오는 우메하를 이용하고 다치바나 가문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려가며 집요한 방해공작을 펼칩니다.
마침내 다치바나는 마츠오가 지역 유지들 앞에서 그 간의 비리와 계략을 시인하도록 교묘하게 유인하고, 죽은 상관의 마지막 말을 마침내 기억해 내면서 신선조의 동료와 상관이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도 정리합니다. 예전의 이상을 되찾은 그의 모습을 보며 카나코는 누구보다 기뻐합니다. 그리고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며 끝~
플레이 내용 보기
감상
예, 이렇게 끝났습니다. 안방극장 대모험 한 기를 다 마쳐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깔끔하게 잘 끝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 규칙이 그 과정을 잘 받쳐주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논의의 틀이 되어서 더욱 원활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참가자 전원이 진행자 경험도 있고 서로 감각이 잘 맞아서 더 결과물이 만족스럽기도 했고요. 수고해주신 광열님, 뱀프님, 승한님께 모두 감사를.
이렇게 해서 끝마치고 나니 상당히 잔잔하고 일상적인 얘기가 되었군요. 겉모습으로 따지면 작은 마을에 소학교 하나 세우느라 투닥투닥하고 두 청년이 도시의 게이샤와 소문이 무성했던 것뿐이니까요. 그 소소한 이야기에 진정 의미를 부여한 건 네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인간관계였겠죠. 진행 과정에서 점점 부각된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라는 큰 주제의식 속에서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소해 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상당히 인물 중심의 내밀한 드라마라는 느낌이었어요.
이야기 자체도 구조가 확실하고 개연성이 있어서 그런 인간적 드라마를 더욱 잘 받쳐주었고, 그 자체로도 재밌었던 것도 이번 시리즈의 장점이었습니다. 이 점에서도 역시 규칙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역 비중 (screen presence)의 흐름과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의 고민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좋은 지침을 제공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카나코가 주역인 4화를 할 때는 카나코의 고민이 게이샤가 되려는 생각과 다치바나에 대한 마음 사이의 갈등이니까 그 두 가지를 계속 대치시키는 장면을 하면서 극적 통일성과 짜임새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다음 화인 5회는 다치바나가 주역이니까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유도할 만한 복선을 깔면서 전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을 계속 염두에 두어서 한 화에서 다음 화로 극적 맥락을 이어갈 수 있었고요.
이러한 논의와 논의의 지침을 제공하는 규칙의 진짜 장점이라면 '집단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겠죠. 이 모든 이야기를 누구 한 사람이 생각해내야 했다면 우선 나머지는 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따라가야 하니까 전혀 재미가 없었을 테고 (영화나 연극이 아닌 만큼), 만드는 사람도 어려워서 뻗어버렸을 공산이 큽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에게 부담이 가지 않고 다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간 논의, 그리고 이를 지원한 규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 중 가장 화려한 인물이자 제일 떡밥성인 다치바나가 마지막 화에 제몫을 톡톡히 했더군요. 첫 장면의 악몽, 최종 보스 마츠오 다이키를 물리친 기지와 마지막에 요코에게 쥐여 사는 미래를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모습이 즐거웠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뱀프님 인물이지만, 모두 그의 이야기에 일조했기에 인물 전원에 애정과 관심이 가는 것도 공동 서사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술에 쩔은 패견에서 마지막에 어엿한 모습의 다치바나까지 변해온 과정에 저를 포함한 모두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거겠지요.
마지막 몇몇 장면에서 눈길이 간 것 하나는 하세가와가 6년 후에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이건 우메하와 하세가와가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팬 게시판에 떡밥 던지기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 (...) 방송국이나 팬카페 게시판에 시청자들이 둘이 아직 뭔가 있다, 아니다 헤어졌다 하는 논쟁이 올라올 것 같다며 우리끼리 웃었었죠. 적당히 여운이 남는 결말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벚꽃 개화를 기대하는 대목에서는 두 사람이 한창 가까워지던 2화, 봄날의 벚꽃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 외에 진정한 흑막은 마츠오 다이키가 아니라 다치바나 류지라는 얘기도 했었죠.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아저씨 뜻대로 안 된 게 없으니... 싱글싱글 웃으면서도 늘 꿍꿍이속이 있는 류지씨를 맡을 때마다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결코 얕볼 수는 없지만 동시에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챙길 거 다 챙기는 건 같은데 마츠오는 늘 찬밥, 다치바나 류지는 더운밥(?)인 것도 신기했고... 저런 분을 쏙 빼닮은 요코에게 장가든 시게하루에게 묵념을.
그러고 보니까 제목대로 도쿄를 비추는 달 언급이 가끔 나오긴 했습니다만, 생각해 보니 그거 관련해서 우메하가 카나코에게 할 만한 대사를 생각했었는데 깜박 잊었었군요. 어차피 딱히 들어갈 데가 없기도 했고요.
나를 가르쳐주신 우메코 선생님께서 이전에 내게 그러시더구나, 게이샤는 달과 같다고. 많은 것을 보고 듣되 말하지 않고, 환하고 아름다우나 닿을 수 없는... 그 빛은 누구나 기분에 따라, 소원에 따라 원하는 감정으로 칠할 수 있지. 아, 달이 슬프게 빛나는구나. 아, 달도 기뻐해주는구나 하고.
너도 그리 될 자신이 있느냐, 카나코? 보는 사람에게 그의 설움과 소원을 모두, 그 많은 사연과 마음을 되비추어 주는 빛이 될 수 있겠느냐?
사실 달을 보든 텔레비전을 보든 RPG를 하든 뭘 하든 사람은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자기 삶의 파편들을.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듣고 생각하고, 자신의 모습과 겹친 남의 모습, 익숙한 것과 겹친 낯선 것에 대면하게 되죠. 그렇게 하면서 자아의 모습은 조금씩 변하고 확장해 가고, 자신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감동'이라는 작용 아닐까요.
그래서 저를 되비추어준 거울이 된 상상의 편린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이야기 속의 작은 세계에,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기억의 보관함에는 '도쿄의 달'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추가할 수 있었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또 새로운 의미,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트랙백 주소 :: http://blog.storygames.kr/trackback/2128122
-
Subject: 도쿄의 달 - 일상물 캠페인을 위해 필요한 것은?
Tracked from The Adamantine Watchtower of... 2008/04/15 14:34 삭제최근 로키님, 뱀프님, 광열님과 한달간 메이지 유신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도쿄의 달> 캠페인을 완료했습니다.캠페인 명 - 도쿄의 달캠페인 시스템 - 안방극장 대모험캠페인 기간 - '08







163638
25
121




댓글을 달아 주세요
드디어 감상이 올라왔군요. 저는 절대로 압박 같은거 가하지 않았습니... (먼 산)
그러고보니 제목 정하는 자리에도 못 있었군요. 뭐 기억을 돌이켜보면, 지난 1~4화 사이에도 제가 제목에 일조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 (역시 이름짓는데 약한 것입니다)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있었다는 보람도 있었구요. 감사드립니다. +_+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글쎄요, 제가 대조해서 얘기한 건 '칙칙폭폭 일방통행식 진행'이니까 (그래서 각본이 다 짜인 영화나 연극 얘기를 한 거고), 그게 RPG에서 재미없다는 건 나름 실험결과가 있죠. (주로 본인 생체실험..)
그에 반해 논의로 이야기 방향을 결정하는 게 꼭 재미있다고 하는 건 아녜요. 재미있을 소지가 있고, 이 경우에 재밌었다는 실험결과(?) 하나를 제시했을 뿐. 어차피 변수가 너무 많아서 실험 자체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뭐 (...)가 붙은 말은 반 혹은 그 이상 농담성이라 생각해주세요..라기엔 좀 하드했나요? 그럼 사과드려야 하고.
사실 어제 이야기에서 떠오른 책임감 문제가 생각나서 덧글 쪽 중심은 그거였죠. 앞이나 뒤는 사족. (사족이 좀 깁니다만 (...))
한달간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에도 다시 같이 플레이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로키님 시험 잘 보세요 :)
저도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어요^^ 모두에게 감사해요. 헤헤
뭐랄까.. 가장 공동진행 스타일의 RPG를 플레이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모두가 서로 캐릭터에 대해 관심갖고 한껏 참견하고요. 후후. [안방극장 대모험] 시스템 특성 덕분인지, 일행 개념을 벗어나서도 무척 재미있던 것 같습니다.(마지막엔 뭔가 4인 전대가 합체해서 대마왕 마츠오 다이키를 격파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
우메하가 카나코에게 남기려 했던 대사, 참 마음에 와닿네요. 달과 같이 비추는 존재라... (그렇다면 정부인 요코는 태양?;) 뭐랄까, 달은 태양과 다른 오히려 더 은은하고 그윽한 매력이 있으니.
금요일 심야 팀.. 모두들 너무 유쾌하고 서로 잘 맞아서 즐거웠어요. 제가 시간을 잘 못 맞춰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남네요. 흐; 언제 기회되면 또 다같이 플레이하죠. (귀국 후 오프 모임은 이미 확정이고요. ^^)
안방극장 대모험 룰로 완료하셨다는 게 이 '도쿄의 달' 이었군요!
룰을 훑어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려고 위키고 뭐고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읽기 시작하니 음성채팅으로 하셨군요!
읽어만 봐도 플레이가 꽤나 재밌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확실히 안방극장대모험이란 룰은
각 인물의 능력, 관계, 갈등으로
소소하지만 가깝기 때문에 또 큰.
그런 이야기들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것 같아요
로키님이 자주 언급하시는 것처럼
여럿 모여서 드라마를 보며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딱 그런 느낌.
예, 정말 재밌는 플레이였죠. 내면과 인물 지향적인 안방극장 룰이 일상물의 뉘앙스를 표현하는 데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