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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라군과 함께 한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10년 후 에필로그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그림자가 비슷한 시기에 아우터 림에서 벌어지는 얘기라면 이쪽은 수도 코루선트가 배경이죠.




요약

고향 행성 샤캄에서 공화국 대사로 지내는 마스터 모트가 회의차 코루선트로 오는 것을 마중나간 펠로스는 마스터 모트와 마스터 모트를 모셔온 그의 제자 티온과 재회합니다. 그리고 비행장으로 그를 미행해온 어린 파다완 레이안 시네란과 10년만에 조우하지요. (코루선트에 있을 때 종종 먼발치에서 지나가기는 했겠지만요.) 레이안은 당돌하게도 펠로스의 기량을 시험하려고 그랬다며 펠로스에게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합니다. 티온은 질투나서 기가 차서 말도 제대로 못하죠.

마스터 모트가 레이안을 맡은 동안 펠로스와 티온은 군사 전문가 회의에 참석합니다. 그곳에서 티온은 공화국 영역 밖의 아우터 림에서 만달로르인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실태를 보고하고, 엄연히 공화국 영역 밖인데 대응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서로 의견이 갈립니다. 펠로스의 주장 끝에 일단 지켜보되, 만달로르인이 공화국 영내로 쳐들어온다면 대응책을 계획은 해야 한다는 보고를 공화국 의회에 올리기로 합니다. 나중에 펠로스와 티온은 공화국의 문제와 내부 분열, 10년 전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스터 모트를 찾아간 펠로스는 레이안이 의자에 앉은 채 라이트세이버를 든 마스터 모트에게 덤비다가 번번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마스터 모트를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면 공의회에 펠로스를 레이안 스승으로 임명하도록 권유하겠다는 말을 듣고 도전하고 있었던 것이죠. 펠로스는 세이버 기술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라이트세이버는 힘과 체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레이안이 혼자 연습하는 동안 마스터 모트와 펠로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스터 모트는 레이안이 처음 제다이가 됐을 때의 펠로스와 비슷한 데가 있다며 놀리고, 펠로스는 겉모습만 적응했을 뿐 아직 내적 의문과 공허는 가시지 않은 심경을 약간은 토로합니다. 그리고 공화국에 서서히 다가오는 혼란을 내다보며 마스터 모트는 한탄하고, 펠로스는 오히려 설렙니다. 자신의 허무를 채워줄 그 거대한 폭풍의 예감에.

감상

10년 후의 펠로스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이 플레이 이전에 아군과 펠로스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거기서 내린 결론은 펠로스는 가혹했던 삶 때문에 사람도 세상도 믿지 못하는 공허를 호승심과 싸움으로 채우는 인물이라는, 꽤 어두운 전망이었죠. 또 다른 의미에서 망가진 제다이랄까요.

자락스, 아를란, 펠로스, 티온 네 전직 시스는 하나같이 성장하며 느낀 결핍을 채우려고 몸부림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 자락스가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그만큼 가혹한 선택을 해야 했고, 아를란은 감정적으로 부서지면서 비로소 평정을 찾았고, 티온은 공화국 외곽의 쉴새없는 위험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며 의미를 찾는 것 같아요. 가장 멀쩡해 보이고 위치도 안정적인 펠로스가 사실 속으로는 가장 허무감에 몸서리치는 건 역설적인 일입니다. 과거를 극복하려면 그만큼 반대급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잔인한 거래일 지도요.

그와 관련해서 전직 시스가 과연 정말 제다이로 인정은 받는 건지도 아군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우터 림을 떠도는 자락스와 아를란이나 공화국 경계 외부 무법지대를 전전하는 티온을 보면, 제다이라는 이름 줄 테니 아우터 림에서 잘하는 싸움질 하고 여기서 우리 불안하게 하지 말라...는 느낌이랄까요. 가장 자기몸 사릴 줄 알고 정치력이 있는 펠로스가 그나마 코루선트에 붙어있죠. 마스터 아카마르가 사망한 이후 정치력 있는 제다이가 워낙 부재하기도 해서 가능한 일이었을지도요.

펠로스의 스승은 마스터 사두르이지만, 사두르는 그가 한 맹세의 무게 때문에 펠로스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다는 느낌입니다. (그저 아카마르가 원흉) 오히려 마스터 모트가 이전부터 펠로스의 정신적 스승이라는 느낌이었죠. 사람을 못 믿는 펠로스가 답답한 속내를 마스터 모트에게 조금이나마 털어놓은 건 대단한 일이기도 하고요. 단 플레이에서는 마스터 모트가 많이 노쇠한 모습을 통해 한 시대가 끝나가는 암시도 했으니, 시간의 무자비한 흐름은 씁쓸한 법이죠. (그 양반 얼마 안 남았 (?))

그 외에 위험으로 다져지면서 더욱 날카롭고 치명적인 느낌이 된 티온, 미래의 시스로드 레반으로 착실한 성장을 거듭하는 당돌한 레이안, 제독으로 몇 년 내에 승진할 사울 카라스 대령, 그리고 서서히 커지는 만달로르의 위협 등도 즐거웠습니다. 여기서 한 10년 더 가면 지금 어렴풋이 다가오는 새로운 혼란이 거대한 물결이 되어 공화국을 덮쳐오겠지요. 그리고 구공화국의 기사단 게임 시대가 되면서 다시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2009/06/01 19:56 2009/06/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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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사히라 2009/06/01 2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시스출신들은 걍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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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종결 두 달쯤 후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쯤 가서 좀 야합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흑흑)

I.

따뜻한 밤공기 속에 도시의 야경이 별의 바다처럼 빛났다. 20층 높이에서 도시를 내다보는 방안에는 촛불이 밖의 영롱한 빛무리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따뜻한 빛을 흩뿌렸다. 은은한 그 빛은 은제 식기에, 와인잔에, 고급 도자기에 비치면서,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젊은 남녀의 얼굴에 친밀한 온기가 되어 깃들었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나직한 목소리와 웃음소리마저 빛이 되어 금빛과 주황색으로 물든 저녁에, 부드럽고 너그러운 그늘에 녹아들었다.

마침내 반쯤 먹은 요리 접시를 밀어내며 다룬은 몸을 뒤로 기댔다. 긴 다리를 앞으로 뻗으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더는 도저히 못 먹겠군요. 요리사에게는 최고였다고 전해주십시오."

"다 먹지 않으면 파비오가 서운해할 거에요."

쟈네이딘은 촛불 너머로 그에게 웃었다. 따스한 빛에 검은 눈이 부드럽게 빛났다.

"그렇잖아도 오르가나 공이 고초를 겪으시고 여윈 것 같다고 그가 특별히 준비한 요리랍니다."

"마음은 있지만 무리로군요. 혹시 대신 드셔달라고 하면 실례가 되겠습니까?"

다룬은 마주 웃었다. 오른쪽 눈에는 장난스러운 빛이 어렸지만, 흘러내린 머리에 가린 왼쪽 눈은 어둠 속에 순간 부자연스러운 빛을 발했다. 쟈네이딘은 짐짓 작은 한숨을 쉬었다.

"파비오가 마음 상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죠."

쟈네이딘 앞에 접시를 놓아주고 다룬은 그녀가 음식에 열중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의 빈 접시와 가득 찬 와인잔을 마치 먼 곳에서 보듯 지켜보았다.

"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자신의 빈 잔을 스스로 채우면서 다룬은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15년 묵은 테레아산을 가져온 것입니다만. 왕녀님께서 늘 좋아하셨지요."

쟈네이딘은 천천히 접시에서 눈을 들며 입을 닦았다. 그녀는 다룬과 시선을 마주쳤다.

"아닙니다... 그저 오늘밤에는 마음이 나지 않는군요. 미안합니다."

"성의를 봐서 건배라도 하지요."

다룬은 잔을 들었다.

"알데란의 미래를 위하여."

쟈네이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웃어보이며 그와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다룬이 잔을 거의 단숨에 비우는 동안 입술을 살짝 축이고 잔을 내려놓았다.

"알데란의 미래 정도로는 술 생각이 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다룬의 눈빛과 미소에는 점점 날카로운 빛이 깃들었다.

"그렇다면 공화국은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제다이..."

그는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나이트 자락스 토레이를 위하여?"

저녁의 따스하던 친밀감은 사라져 버렸다. 방안에 가라앉은 깊은 그늘 속에는 불명확한 형체들이 스멀거리며 떠돌았다. 쟈네이딘은 굳은 얼굴로 그를 마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언제 말씀하실 생각이었습니까? 아니면 영영 숨기실 생각이셨는지요, 전하?"

빈정거리며 다룬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시 자기 잔을 채웠다.

"그 숭고한 제다이 양반이 아버지가 될 예정이라는 걸 말입니다."

쟈네이딘은 창백해지면서 손으로 상을 짚었다. 손에 나이프 하나가 밀려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다룬도 쟈네이딘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마치 시선이 덫에 걸린 것처럼 서로 마주볼 뿐.

"어떻게... 내 주변에 사람을 심었나요? 혹시 내 주치의가?"

쟈네이딘의 목소리는 새되게 높아졌지만, 다룬은 피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중요합니까? 맙소사, 쟌느..."

왕녀를 보는 그의 눈빛에는 갑자기 연민과 절박감이 어렸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모할 수가 있습니까? 알고 있으면서..."

그의 시선은 쟌느의 가득 찬 와인잔으로 향했다.

"아직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는 상에 양손을 짚으며 쟈네이딘에게 가까이 몸을 숙였다.

"지금이라도 조용히 처리하면-"

"난 그럴 생각이 없어요."

쟈네이딘은 무릎에 얹은 냅킨을 양손으로 쥐어짜면서도 흔들림 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그녀를 처음 보는 듯 얼굴을 살피다가 다룬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럴 생각이 없다...라."

그는 장갑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실소를 흘렸다.

"그래서, 배가 남산만해져서 결혼식을 올리자는 겁니까?"

"곧 얘기하려고 했었어요. 결혼식도 앞당기자고 하려고..."

쟈네이딘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저 오늘 저녁은... 오늘만은 이렇게 둘이서 보내고 싶었어요."

"날 침대로 끌어들이려고 말입니까? 내 아이라고 믿게 하기에는 어차피 너무 늦었을 텐데요."

다룬의 차가운 대답에 쟈네이딘이 확 일어서자 식탁 위의 식기와 잔이 흔들리며 짤그랑거렸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맹세코 그런 생각은..."

그 눈빛에 담긴 안타까운 진심에서 눈을 돌리며 다룬은 잔을 들고 일어나 창가로 갔다. 야경을 등진 채 그는 방안의 빛과 어둠 너머로 쟈네이딘을 마주보았다.

"나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뭡니까?"

낮고 지친 목소리는 쉬어서 나왔다.

"왕가를 지키려고? 알데란의 평화를 위해서? 뱃속의 후레자식을 키워줄 얼간이가 필요해서?"

발끈하며 뭔가 대답하려다가 쟈네이딘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탁자 뒤에서 걸어나와 그의 앞에 와서 섰다.

"셋 다에요."

다룬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왼눈을 가린 머리칼 뒤로 의안이 불안정하게 깜박거렸다. 쟈네이딘이 한 발짝 다가와 뺨에 부드럽게 손을 대자 그는 마치 얻어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그리고..."

쟈네이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 세 가지가 이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 얼간이가 맞아요."

"...가봐야겠습니다."

다룬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손을 떼어냈다.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그는 잔을 창틀 위에 내려놓고 문으로 걸어갔다.

"다룬..."

문이 열리면서 복도의 불빛이 방안으로 길게 비쳐들었다. 그가 돌아보지 않고 나가자 방은 다시 촛불로 얼룩진 어둠에 잠겨들었다. 쟈네이딘은 잠시 창가에 서서 도시의 차갑게 빛나는 야경을 내다보다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II.

"결혼식을 앞당겨야겠습니다."

응접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오르가나 내외는 아들을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았다. 왕녀와 식사하러 도시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로 찾아간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 머리는 흐트러지고 눈빛은 형형한 채로 들이닥쳐서 인사 하나 없이 내뱉은 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괜찮느냐."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는 아들을 도우러 부부가 테레아에서 본가로 올라온 이래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늘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의아해하면서도 아들을 걱정하는 기색은 역력했다.

"다룬?"

엘리리아 오르가나는 아들에게 걱정스럽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었니? 좀 앉으렴. 와인이라도-"

"아뇨. 아닙니다."

다룬은 주춤주춤 물러났다. 코루선트 전투 이후로 생긴 접촉 기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아졌지만,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질 수 있다는 것은 의사도 이미 경고했었다.

"결혼식 준비는 어머니가 책임지고 계시죠. 얼마나 앞당길 수 있으십니까? 두 달 후면 될까요? 한 달?"

"얘야..."

어쩔 줄을 모른 채 엘리리아는 문간에 서서 금방이라도 도망칠 듯한 아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다룬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알레산드로스가 등뒤에서 다가와 어깨를 붙들어주자 엘리리아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국가 행사인데 그렇게 급하게는 안 된다. 왕가와도 의논을 해야 하고-"

"뭐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데요!"

다룬이 언성을 높이자 엘리리아는 흠칫했다. 알레산드로스는 얼굴이 굳었다.

"다룬! 지금 어머니에게 무슨..."

"전 지금이라도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고 싶어서 돌아버릴 지경이란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당장 내일이라도 혼인 신고만 하고 끝내버리면 안 된다고 누가 그럽니까.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파산할 국왕이?"

경악해서 굳어버린 부모를 잠시 보다가 다룬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름답고... 정숙한 내 아내를 데려와야죠. 동화 속 공주님처럼..."

어느새 복도까지 물러나서 복도 벽에 기대어선 다룬은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흐느낌 같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엘리리아가 다룬을 달래서 일으키는 동안 알레산드로스는 하인 드로이드를 불러서 지시를 내렸다.

"의사를 부르게."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그는 덧붙였다.

"왕녀님께도 통신을 보내도록. 내가 직접 통화하겠네."

III.

눈을 떴다가 다룬은 방안에 가득한 햇살에 눈이 부셔서 도로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명암 적응이 빠른 왼눈의 의안만 살짝 떴다. 누군가 있었다. 침대가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눈이 마주치는 동시에 그게 누구인지 깨닫고 다룬은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룬! 괜찮아요?"

옷자락을 바스락거리며 쟈네이딘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다룬은 눈을 뜨며 천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왕녀님. 이곳에는 어인 일로?"

"아픈데 약혼녀를 부르는 건 당연하잖아요. 기분은 좀 어때요?"

그의 시야 가장자리에 나타난 쟈네이딘을 쳐다보지 않고 그는 대답했다.

"멀쩡합니다. 홀몸도 아닌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거동하실 일은 아니었지요."

쟈네이딘은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말했다.

"다룬. 날 좀 봐요. 어서."

이를 악물고 천장을 노려보다가, 쟈네이딘이 꿈쩍도 하지 않자 마침내 다룬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그마한 손이 멱살을 잡으면서 억지로 일으키자 세상이 순간 기울어졌다. 그 찰나 동안 그는 오랜 악몽에 빠져들었다.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던 무자비한 손, 등뒤에 세게 부딪혀 오며 호흡을 몰아내던 충격, 그리고 벗어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이 머리에, 눈에 파고들던 고통-

찰싹. 고개가 돌아가면서 그는 다시 햇살 가득한 침실로 돌아왔다. 쟈네이딘이 멱살을 잡은 손을 놓자 도로 침대에 나자빠진 그는 팔꿈치를 짚어 몸을 반쯤 일으키며 어안이 벙벙해서 그녀를 보았다. 뺨이 가볍게 화끈거렸다.

"왕녀님..."

"이 구제불능의 바보."

감정 없이 말하면서도 그녀는 거칠게 침대가 탁자에 있는 컵에 물을 따르고 약병 두 개에서 알약을 손에 덜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와서 한 손에는 알약을, 다른 손에는 물잔을 우악스럽게 쥐어주었다.

"안테르 선생님 처방이에요. 당장 먹어요."

거부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겁이 난 그는 재빨리 약을 입에 털어넣고 물을 마셨다. 컵을 도로 받아든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그는 입을 열었다.

"저기... 구타도 의사의 처방입니까?"

"그건 내 처방이에요."

다시 쟈네이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는 움찔했지만, 그녀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품에 가득 안겨오자 팔을 둘러주는 동작은 자동적이었다. 코루선트 상공에서 다쓰 세데스를 만난 이후로는 부모의 포옹마저 공포스러웠지만, 그녀만은 언제나 예외였다.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한 예외.

"결혼식을 앞당겨야겠다는 건 또 뭐에요?"

그의 어깨에 대고 말하는 쟈네이딘의 목소리는 불분명했다.

"결혼하기도 전에 아이가 태어나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쟈네이딘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검고 부드럽고 따뜻한.

쟈네이딘은 그의 가슴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흘러내린 머리칼 속에 두 사람만의 공간을 만들며.

"내가 그랬죠? 구제불능의 바보라고."

그녀는 조그마한 주먹으로 다룬의 가슴을 내리쳤다.

"괴로우면 놓아버리고, 싫으면 헤어지면 되잖아요. 나 때문에 그렇게 아프면 파혼하고, 내전을 일으켜서 스스로 왕이 되어버려요. 그럴 수 있는데 왜...!"

그가 어깨를 붙잡아 확 끌어안자 쟈네이딘은 그의 위로 비틀 넘어졌다. 목을 끌어안으며 그녀는 고통스럽게 속삭였다.

"똑똑한 사람이 왜 그렇게 바보같아요?"

"왕녀님이야말로 어째서?"

쟈네이딘을 끌어안은 채 다룬은 햇살이 눈부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부부가 되든 되지 않든 우리는 정적입니다. 이렇게까지 큰 약점을 제게 쥐어주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다룬은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그녀의 온기를, 숨결을, 향기를 들이쉬며.

"그 사람이... 내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죠."

쟈네이딘은 그에게 몸을 붙여오며 말했다. 작게 찔러오는 아픔은 감정의 습관일 뿐이라고 다룬은 자신에게 되뇌었다.

"등뒤를 맡기며 싸울 수 있는 친구란 정말이지 흔하지 않다고요."

"자신에게 이미 등을 맡긴 친구라면 신뢰할 수밖에 없겠지요."

대꾸하면서도 머리가 멍했다. 그녀의 체온이 이렇게도 가까운 동안에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어려웠다. 부상 이후 자신의 것 같지 않았던 몸이 처음으로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정적이라 하더라도요."

속삭이며 쟈네이딘은 입술로 그의 입을 덮쳐왔다. 더 이상 어떤 계산도, 주저도 없었다. (아래층에 부모님이 계신다는, 10대 소년 같은 걱정이 순간 스쳐가기는 했지만.) 몸과 영혼에 넘쳐흐르는 열기에 그는 기꺼이 항복했고, 시스 로드의 손에 죽었던 그는 그 기나긴 오후 동안 쟈네이딘의 품속에서 되살아났다.

IV.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저택 안쪽에서부터 울려나오자 다룬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함께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 역시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우렁찬 울음이군요. 축하드립니다."

만면에 웃음을 지은 나스 브레이텍에게 다룬은 정중히 마주 인사했다. 주변에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동안 누군가가 와인을 따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잔을 채웠지만, 아직 아무도 다룬에게는 권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한 가지 할 일이 있었으므로.

다룬이 문 맞은편에 서자 함께 기다리고 있던 친구와 친척들은 그와 문 사이에 공간을 비워주었다.간간히 나지막한 목소리만 들려오는 고요 속에 다룬은 복도에 신경을 집중했다. 잠시 후 서두르지 않는 발소리가 가끔 칭얼거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들려왔고, 문이 칙- 열리면서 통통하고 쾌활한 여인이 강보를 안고 들어섰다.

"강축드립니다."

산파는 방에 들어서기 전에 깊이 허리숙여 인사했다. 방안은 이제 조용했다. 고대와 같은 의미는 없었지만, 이것은 엄숙하고 역사가 오랜 의식이었다.

"부인께서는 순산 끝에 건강하시며, 순조롭게 회복하고 계십니다."

다룬은 안도감으로 순간 몸이 풀렸다. 산파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소식이었고 뭔가 비상사태가 있었다면 연락이 왔겠지만, 그래도 말로 확인하자 새삼 안심이 되었다. 여기서 할 일만 끝나면 아내의 침대가로 달려가리라. 그리고 그녀가 잠든 동안 손을 붙들고 자신 곁에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리라고 그는 다짐했다.

산파는 방을 가로질러 다룬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강보를 그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이불을 풀어헤치자 아기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산파는 다시 일어나서 깊이 인사하더니 몇 발짝 물러났다.

이불 위에서 몸을 뒤틀며 우는 아기를 보고 방안은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내아이, 오르가나의 이름을 이을 후계자를 보며. 그러다가 곧 방안은 다시 엄숙하게 가라앉았다. 아직 의식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쪼글쪼글한 아이를 내려다보며 다룬은 잠시 역사의 연속성에 전율을 느꼈다. 그도, 그리고 알데란 귀족가의 모든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나자마자 이렇게 아버지의 발치에 내려놓였다. 기록에 남아있는 역사 이래, 하나하나 모두가 차례대로.

개인적으로 그는 바보같은 전통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잘못 넘어져서 아이를 깔아뭉개기라도 하면 어쩌라는 말인가. 게다가 이제 이 의식에는 이전과 같은 의미는 없는데.

수천 년 전, 고대에는 이 의식에는 형식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가 발치의 갓난아이를 안아올리지 않으면 아이는 얼어죽거나 굶어죽도록 밖에 내쳐졌다. 혹은 죽여서 내버리기도 했다. 생사여탈권. 불구로 태어났거나, 약하거나, 여자로 태어난 수많은 아이가 그런 식으로 아버지에게 거부당해서 죽어갔다.

그 중에는 어머니의 정절을 의심받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다룬은 생각했다. 부성을 확신하지 못한 아비의 질투에, 혹은 아내를 벌하겠다는 복수심에 얼마나 많은 갓난아이가 죽어갔을지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문명 시대인 지금은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아이를 아버지 발치에 내려놓는 것은 그저 형식적인 관습일 뿐이었고, 아이가 불구이거나 약하다면 아버지는 아이를 서둘러 안아올려서 이름을 지어준 후에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치료 방안을 의논할 것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아이를 거부한다고 아이가 죽어야 하는 그런 야만적인 일은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다룬은 문득, 자신이 아이를 안아들지 않고 나가버리면 저들의 표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파가 아이를 도로 안고 하얗게 질려서 쟈네이딘에게 돌아갈까? 이 자리에 모인 친지들이 수근거릴까?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자,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눈을 뜨고 있었다. 보랏빛 도는 푸른색이 아닌 검은 눈. 그와 쟈네이딘과 같은... 아직 눈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룬은 아이가 자신과 조용히 눈을 맞추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잘 보려고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변에서 흥분해서 웅성거리는 소리는 무시했다. (형식일 뿐인데 뭐 그렇게 좋아할까.) 갓 태어났는데도 아기의 머리칼은 숱이 많고 검었다. 머뭇머뭇 손을 뻗어 만져보자 부드럽고 따뜻했다. 문득 아이가 춥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 그는 서둘러 강보를 여며주었다.

강보에 싸인 채 꼬물꼬물 손발을 움직이는 이 조그만 생명은 아내가 준 선물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충돌하는 이해와 야심 속에서 그녀가 쥐어준 치명적인 약점, 그들이 서로 품을 수 있는 만큼의 신뢰.

그 신뢰의 제물이 된 아이에게는 자신을 스스로 희생 제물로 내어주고 그늘 속으로 사라져간 이들의 이름이 어울리겠지. 미리 상의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 아내는 이해할 것이다.

강보에 감싼 아이를 안고 다룬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이불 틈새로 조막만한 손을 내밀고 휘두르는 갓난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방 구석구석까지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바트 자락스 오르가나. 환영한다, 아들아."



마지막 장면에 나온 풍습은 고대 로마에 실제 있었던 풍속입니다. 알데란 문화는 제게는 왠지 로마 내지는 그리스식 이미지로 떠오르기도 하고, 또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요. 뭐 결론은 자락스 지못미 (?)
2009/05/13 19:34 2009/05/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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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rches 2009/05/14 2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때렸어 쟈 공주! 라고 생각하는 제가 있었지라. 그녀가 가진 자락스에 대한 애정도, 다룬에 대한 애정도 거짓이라고 보기 어려울 듯 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그러고보니 쟈네이딘이라면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했고 이득이란 이득은 전부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고귀하고 깨끗한 제 1왕녀의 이미지를 캠페인 끝까지 가져간 그녀가 공화국의 그림자에서 제일 무서운 인물일 거라고 로키님과 이야기했던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군요. 자락스 지못미(2)

    • 로키 2009/05/15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저 찌질에는 매가 약이지요! 역시 공화국의 진짜 대마왕은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은 쟈 공주였던 겁니다.

  2. 이방인 2009/05/15 2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영웅은 괴롭힘 당해야 제맛(...)
    여자도 빼앗기고 자식도 빼앗겼으니 이제 커다란 운명의 회오리를 이기지 못하고 비극적인 파멸을 맞기만하면 영웅서사시는 완성이군요(...)

    쟈네이딘만이 승리자라고 하기엔 연애는 원래 자기만족인거라...
    모든것을 다 챙겨간 쟈네이딘 왕녀도.

    '사랑하는 사람과 운명의 하룻밤을 보내고 결국 이상을 쫒아 떠나간 멋진 남자'가 되어버린 자락스도.

    '사랑하는 여인이 낳은 다른남자의 아이까지 사랑하며 그녀를 감싸안는 멋진 남자'가 된 다룬도.

    어찌보면 모두가 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라고 할수 있겠죠.
    아무리 비극적인 연애도 이렇게 생각하면 다 나름대로 얻은게 있고, 잃은게 있고. 그 둘이 대충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게 되어 있거든요. 결론은 연애는 좋은거라는거(...)

    • 로키 2009/05/16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긴요, 어쩌면 연애는 상대에게 심취하는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연애하는 자기 모습에 대한 심취가 아닐까도 해요. 그러면서 자신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 (그리고 상대)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거겠죠. 그리고 그 속에서 선택하면서 자신의, 그리고 삶의 모습을 선택하는 것이겠고요. 결국 누가 이기고 졌는지는 외적인 기준으로 측정하기 어렵겠네요. 외면적으로는 잃은 것이 있어도 진짜 승부는 내면에서 나니까요. (그래도 역시 두 남정네를 꿀꺽 삼키신 쟈 공주는 대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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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님과 동환님과 2화에 이어서 한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즉플입니다. 본 캠페인보다 10년 후 이야기로, 끝과 시작으로부터 몇 달이 흐른 시점입니다. 로그는 집에 가면 보충하지요.

요약

아우터 림의 프랄락시아 항성계에 있는 데오르 행성에 도착한 아를란과 멜리나는 얼마 전에 데오르에서 시스를 대거 몰아낸 정체불명의 포스능력자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멜리나는 묘한 포스 기척을 느끼고, 그들은 그 기척을 미행해서 가면을 쓰고 의수를 사용하는 포스 능력자와 대면합니다. 파다완 제쉬 로드레스 역시 마스터 자락스 토레이의 명으로 데오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가 멜리나의 포스 기척을 따라와서 가면 쓴 검객과 대치합니다.

시체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던 전 나이트 로어틸리아 혹은 피나틸리아와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인 가면 검객의 포스 기척과 목소리에 아를란과 멜리나는 심하게 동요합니다. 그러나 가면 검객은 로어틸리아나 피나틸리아 이야기에 대해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며 부인하고, 홀로크론 데이터카드를 제쉬에게 던져서 블래스터 조준을 어긋나게 하고 탈출합니다.

가면 검객이 제쉬에게 던진 홀로크론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항성계 외곽에 있는 버려진 소행성 채굴 기지의 위치와 접근 암호 등이 나타납니다. 아를란과 멜리나는 그 연구소로 바로 가기로 하고, 제쉬는 자락스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아를란이 이미 기지로 가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락스는 전투선 두 척만을 이끌고 급히 쫓아갑니다.

우주선 '시커'를 타고 홀로크론에 나온 좌표에 도착한 아를란과 멜리나는 좌표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우주선 하나가 그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지요. 10년 전 공화국을 파괴할 뻔했던 그림자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멜리나의 포스 능력으로 방어 시스템을 돌파하고 기지에 들어갑니다.

기지에 들어간 두 사제는 연구소 인원이 학살당한 것을 목격하고, 그 중 상당수가 대피한 통제실 앞에서 가면 검객을 막아섭니다. 과거의 망령을 청산하고 있다는 가면 검객의 말에 멜리나는 10년 전 로어틸리아가 저지른 학살에 대해 추궁하지만, 가면 검객은 역시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합니다. 그리고 쓰러졌던 경비 하나가 블래스터를 쏘자 멜리나를 포스로 밀어내서 구해주고 출구로 도망치지요.

기지에 도착한 자락스는 10년 전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가 이끌고 온 전투선은 연구소에서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게 막을 것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멜리나가 외벽에 뚫은 구멍을 통해 기지로 들어가지요. 기지에 들어온 그는 막 도망쳐 나오는 가면 검객과 마주칩니다.

가면 검객이 자락스와 아를란과 멜리나에게 앞뒤로 포위당한 동안, 밖에서는 시스 전투선이 자락스가 이끌고 온 제다이들과 우주 전투를 벌이고, 신토넥스 경비대장이었던 시스 제이 톨란이 이끄는 돌격부대가 자락스에 뒤이어 기지에 들이닥칩니다. 그들이 세 제다이와 전투를 벌이는 동안 가면 검객은 다시 통제실로 향하고, 톨란 역시 뒤따릅니다. 자락스는 아를란과 멜리나에게 전투를 맡기고 이들을 뒤쫓지요.

제이 톨란 앞에서 피나틸리아의 말투와 성격을 보이며 가면 검객은 그와 대치하고, 자락스도 합류하면서 이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확인합니다. 가면 검객은 연구소를 몰살시켜서 그림자 프로젝트를 영원히 끝내는 것, 톨란은 그림자 기술을 손에 넣는 것, 자락스는 그림자 프로젝트를 없애되 인명 피해 없이 하는 것.

그러나 정작 통제실은 이제 비어있고, 자락스는 연구소에서 빠져나오는 탈출정을 시스 함선이 포획했다는 부하의 보고를 듣습니다. 제이 톨란은 연구원이 빠져나올 시간을 확보하고 우주에서 그들을 손에 넣으려고 부하들을 이끌고 들이닥치고, 가면 검객과 자락스의 주의를 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좋아하는 것도 잠시, 가면 검객이 스위치를 하나 꺼내서 누르자 자락스의 부하들은 시스 함선이 사라진 방향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보고합니다. 멜리나 역시 수많은 생명이 우주공간에서 꺼져가는 것을 느끼며 충격에 빠지지요. 자락스는 가면 검객의 무자비한 방식을 탓하지만 그녀는 다시 탈출하고, 제다이들은 제이 톨란을 끌고 귀환합니다.

데오르로 돌아가는 길에 자락스와 아를란은 제다이인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생명의 무게를 말하는 자락스에 이어 생명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는 멜리나에게, 아를란은 제다이가 되든 되지 않든 스스로 하는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감상

이렇게 10년 후의 재회를 해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특히 가면 검객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지만, 그래서 그만큼 여운도 남은 플레이였던 것 같습니다. 가면 검객은 죽은 쌍둥이 곁에서 깨어난 로어틸리아 혹은 피나틸리아며, 자신도 어느 쪽인지 모른다는 게 다수설이지만요.

10년 전의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새로운 인물인 제쉬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름 있는 인물은 전부 본편 캠페인이어서 더더욱 동창회(?) 느낌이 났죠. 활극 중심인 내용 와중에도 본편 캠페인의 중심을 이루었던 철학적, 도덕적 대립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점이 즐거웠습니다.

세 제다이는 연구원을 학살하는 가면 검객을 막아서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는 점은 잔인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그림자 프로젝트만큼 위험한 기술의 존재마저 지워버리려면 시설과 데이터뿐 아니라 사람까지 사라져야 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관련 인원은 전부 죽었고 기지는 뒤따라온 자락스 부하들이 폭파했을 테니 아마 공화국에 대한 그림자 프로젝트의 위협은 여기에서 끝난 듯합니다. 과거의 망령을 청산하는 과거의 망령의 결단으로 말이죠. (그러나 만달로리안과 시스와 스타포지는 건재 (묵념))

제목인 '또 다른 그림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림자 프로젝트의 부활을 뜻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신 그림자와 같았던 베오나드 코티에르의 후계자격 가면 검객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다고 하던가요. 다수의 평화 뒤에는 언제나 자신의 영혼을 내놓을 준비가 된 그늘 속의 공로자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선택관계를 부인하고 원칙을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는 자락스 같은 사람도 분명 있고, 또 있어야 하지만요.

캠페인 시간상 10년이 지나서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도 여전한 것도 많았습니다. 자락스는 이 양반이 나이를 먹긴 먹었나 싶을 정도로 하는 짓이 똑같고, 아를란은 여전히 삽질하고, 제이 톨란은 여전히 안습이고요. 자락스나 아를란처럼 개과천선하는 인물도 재미있지만, 톨란처럼 변함없는 시스도 어찌 보면 오히려 유쾌합니다. 탐욕스럽고 기회주의적인 인물이지만 크게 악인이라는 생각은 안 든달까요. 앞으로도 뉘우침 없이 이기적인 길을 걸어주기를 왠지 응원하고 있는 저였습니다.(...)

본편 캠페인 때는 활약할 나이가 아니었던 신진 파다완 멜리나의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출중한 재능, 대담한 판단력과 행동력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한 아를란에게 묵념을), 그리고 어려서 받은 가혹한 충격에도 흔들림 없는 원칙을 보면 분명 뛰어난 제다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0년이 안 돼서 다시 닥쳐올 전란을 생각하면 훌륭한 제다이는 하나라도 더 있어야겠죠.

즐거운 플레이 함께해주신 동환님과 이방인님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캠페인은 끝났지만, 함께한 세계의 생명력은 변함없이 지속하겠죠. 머나먼 옛날의 머나먼 우주에서, 언제까지나.
2009/05/13 15:44 2009/05/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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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2009/05/15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에 즐거웠습니다(...) 뭐 처음에는 버벅이고 헤메고 그러기도 했지만 역시 호흡 맞춘 기간이 길다보니 중간쯤에는 뭐(...) 독똑해진 버전의 아를란도 흥미로웠고... 오랫만에 만나는 제이 톨란, 청소년 버전의 멜리나 크레이네... 아무래도 전에 로키님과 말했던 대로 켐페인에 대한 흥미도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전에 정상에서( ? ) 그만둔 탓에 끝난지가 1년이 가까워진 켐페인에 외전이 붙고 단편 플레이가 붙고 할수 있는 거겠죠.

    나름 오랫만에 사람좀 살려보려 노력한 자락스였습니다만 역시 정답은 그냥 싹 밀어버리는거였다는게 조금 안습(...)
    그렇다고 해도 자락스라면 별다른 좌절이나 포기가 없이 그 사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인정 한채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또 와도 같은 방법으로 같은일을 시도할껍니다.
    물론 자신의 실패로 인해 스러져간 생명들은 자기 어께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짐처럼 올려놓은채 말이죠.
    참으로 피곤한 인생이라고 할만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니까 영웅인 것을요(...)

    오랫만에 즐거웠습니다. 왠지 로키님의 마지막 말대로 이 세계의 생명력은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번에도 시간이 맞고 한다면 다른 이야기를 또 진행해볼수도 있겠고요(...)

    • 로키 2009/05/16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룰 없이 역할극으로 활극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손발이 맞는 참가자는 저도 손에 꼽을 정도죠. 그러면서도 그 속에서 각 인물의 개성이 부각되어서 즐거웠습니다. 마스터가 된 자락스가 이상이 전혀 꺾이지 않았으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책임지면서 그 무게를 느끼는 성숙도가 엿보이는 점에서도 캠페인과 연관성과 격세지감이 동시에 전해져서 재밌었고요. 아를란도 성숙했지만 역시 삽질맨이라는 일관성이..(...)

      다음에 또 단편플 하고 1:1이라면 오르가나 내외가 첫아들(...)을 코루선트로 데려오는 대목 같은 건 어떨까 해요. 다룬이 '역시 피는 못 속이지요, 큰아버지가 제다이였으니' 따위 소리를 해도 자락스가 사람을 살리겠다는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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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종결 약 10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이걸 기반으로 캠페인 주인공들의 10년 후를 그리는 공화국의 그림자 에필로그 프로젝트 (1:1 단편 플레이)를 해볼 수도 있겠군요.



방안은 조용했다. 둥근 창밖으로는 멀리서 말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창밖에 드리운 나뭇가지를 통해 햇빛이 비쳐드는 명상실에는 깊은 고요가 감돌았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사내는 그 침묵에 조금도 동요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존재로 방은 더 조용해지는 느낌이었다. 머리에 쓴 로브 두건에서 발끝까지 드리운 로브자락까지 미동도 없이, 어쩌면 정신마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그는 침묵 속에 그저 존재했다. 침묵의 일부가 되어.

밖의 복도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어깨와 손을 늘어뜨리고 무릎을 조금 굽히며 문을 비스듬히 향했다. 짐짓 편안하면서도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준비자세를 숙련된 전투원이라면 알아보았으리라. 그에게 이것은 지금 필요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도.

발소리가 문앞에서 멎더니 미닫이문이 거의 소리없이 열렸다. 이윽고 인사를 하며 들어선 열네댓쯤 되어보이는 소녀는 긴 금발머리를 파다완의 갈색 로브 위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면서 햇살이 순간적으로 눈에 비치자 소녀는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랜만이다, 멜리나."

창가에 선 제다이는 두건을 내리며 문을 똑바로 향했다. 짧게 깎은 검은 머리에는 살짝씩 잿빛이 엿보였고, 갈색 얼굴에는 눈가와 입가에 미세한 주름이 지고 있었지만 눈빛과 목소리는 서글서글했다.

"당신이?"

멜리나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너로서는 '나이트 아를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구나."

사내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담담했다.

"'스승님'도 좋겠다. 공의회에서 명령받았으니."

"난 스승을 정해달라고 한 적 없어요."

여전히 문가에 선 채 멜리나는 팔짱을 꼈다.

"당연히 그렇겠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를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를 찔린 듯 멜리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들어오겠느냐?"

천천히 멜리나는 문을 닫고 방에 들어와서 섰다. 아를란이 바닥에 정좌하고 앉자 그녀는 경계하는 기색으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둘 사이로는 창문으로 비쳐드는 햇빛이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쳤다.

침묵 속에서 나이트 아를란은 편안하게 멜리나를 마주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깨달음 깊은 제다이로 보고 지나갔지만,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면 공허할 정도로 평온한 시선과 기쁨 없이 잔잔한 미소에서 폐허의 평화를 알아보았다. 아직 서른 남짓이었지만 거의 열 살 연배의 스승과 동년배로 보이는 그에게는 부서진 돌틈에 자라는 풀포기, 무너진 지붕으로 비쳐드는 햇살의 고즈넉함이 있었다.

드로이드가 하나 들어와 두 사람 앞에 차 한 잔씩을 놓고 나간 후에 아를란은 입을 열었다.

"잘 지냈느냐?"

멜리나는 뻣뻣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럭저럭요."

"그래, 내가 스승이 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나."

순간 멈칫했다가 멜리나는 그를 도전적으로 마주보았다.

"잘 아시네요. 솔직히..."

"솔직히?"

"도대체 내가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돼요?"

멜리나는 다짜고짜 따져물었다.

"포스력은 나보다도 약한 시스 출신 스승을 붙여준다는 걸 말이에요. 당신.. 나이트 아를란이 우리집 응접실에서 엄마 목을 조르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왜..."

소녀의 목소리는 고통스럽게 잦아들었다.

"왜 그 모든 일의 한가운데에 있던 당신이..."

"뭐 굳이 내 변명을 하자면, 현직 제다이 나이트 중 너보다 포스 재능이 강한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

아를란은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은퇴하신 나이트 미셸이 비슷했을지 모르지. 감지력 면에서는 단투인의 나이트 드리엘이 훨씬 강하겠고, 오히예사 그 친구는 능력이 엉뚱해서 비교하기 어렵고... 내 포스 능력이 좀 떨어지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례했다면 죄송했습니다."

멜리나의 볼멘 사과에 아를란은 손을 저었다.

"죄송할 거라면 말하지도 않았겠지. 괜찮다."

그 말에 멜리나가 헷갈린 표정이 되는 동안 아를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태평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시스 출신인 것도 사실이고, 너희 어머니를 공격했던 것도 사실이지. 지금와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아니로구나."

"저기... 제가 한 말은 잊어주셔도-"

"내가 나이트 로어틸리아가 아니라는 점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건 다른 어떤 스승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너무나 태연하게,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 말의 의미를 멜리나가 이해하는 데에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이해한 순간 파란 눈이 커지면서 얼굴은 창백하게 얼어붙었다.

"지금 뭐라고..."

"네가 인정할 수 있는 스승은 하나밖에 없겠지만, 그건 동시에 네가 용서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이지. 네가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제다이로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 역시."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멜리나는 주먹을 꽉 쥔 채 반쯤 일어나 앉았다.

"나이트... 전 나이트 로어틸리아는 제 친구들을 학살한 살인자에요. 그런 사람을 생각하다니 제가 왜...!"

"그리고 시스에게 납치당한 너를 구출한 분이기도 하지. 너희 어머니 부탁으로 로크린에서 코루선트까지 너를 보호한 후견인이며,1 차갑도록 이성적이고 적에게는 치명적이었던... 이상적인 나이트."

"차갑지 않았어요."

멜리나는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억지로 짜내는 듯 힘겨웠다.

"속내가 깊은 분이었고... 내게는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분이었어요."

아를란이 무표정하게 찻잔을 내려다보는 동안 멜리나는 고통스럽게 물었다.

"그런 분이... 왜..."

그 의문이 방안에 무겁게 가라앉는 동안 아를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고통이라기보다는 오랜 고통의 메아리가 얼굴에 스쳐갔다.

"그렇게 완벽해 보였던 제다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전 제다이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아를란은 천천히 눈을 뜨고 멜리나를 마주보았다. 멜리나는 오랫동안 생각한 말을 해서 그런지 차라리 후련한 표정이었다.

"나는 네가 의문을 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멜리나는 눈을 동그렇게 떴다.

"나는 너와 자란 환경이 좀 달랐고... 그래서 내게 제다이가 되는 것은 선택이었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평생 처음으로 한 선택이기도 했지."

햇빛이 흐려지면서 창밖의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를란이 찻잔을 집어들고 목을 축이는 동안 빗방울이 지붕과 밖의 나무를 톡, 톡, 톡 두드렸다. 역시 찻잔을 집어들고 홀짝거리면서도 멜리나는 시선을 아를란에게 고정했다.

"그래서 공의회에서 자라나는 너희들이 제다이가 되는 것이 정말로 너희의 선택인지 나는 의문이 있다. 물론 훈련이나 교육의 질은 월등하다만... 제다이의 길은 환경과 기대에 휩쓸려서 걷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멜리나는 찻잔을 두 손 사이에 돌리면서 출렁이는 찻물을 지켜보았다.

"저더러 제다이가 되지 말라는 말씀인가요?"

"조금 더 세상을 보고 결심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리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아를란은 입을 열었다.

"로크린에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

"로크린...이요?"

멜리나의 표정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찼다.

"셀렌, 카론, 단투인... 그래, 넬반도. 그 모든 곳들을."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는 투명한 눈빛으로 멜리나를 마주보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오래 전에 했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네 어머니, 내 스승이신 마스터 토레이, 나이트 네루나, 레이디 미셸, 오히예사... 네가 그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이트 틸리아...가 했던 여행인가요?"

멜리나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려왔다.

"그 여행이 재난이었는지 행운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구나."

아를란은 작게 한숨을 지었다.

"모든 것이 변한 것은 확실하지. 공화국, 공의회, 우리들... 그래, 나이트 로어틸리아와 그녀의 언니도."

그가 조용히 일어서자 멜리나도 따라서 일어섰다.

"그 둘의 이야기도 해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아를란은 멜리나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 모든 이야기 속에서 너의 길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포스 안에서 너에게 주어진 길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네가 평온을 찾기를."

충만한 침묵 속에 잠시 빗소리만이 울렸다.

"함께 가겠느냐?"

멜리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번 끄덕였다. 아를란은 미소지으며 손을 떨구었다.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 같구나. 잘 부탁한다, 파다완."



방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각자의 숙소로 갈 채비를 했다.

"내일 또 이야기하자꾸나, 멜리나."

빗물이 흘러내리는 출구 앞에서 아를란은 로브 두건을 덮어썼다.

"되도록 빨리 떠날 터이니 채비를 해두거라."

그가 몸을 돌려서 가려는 순간 멜리나가 불렀다.

"아, 저... 스승님?"

"왜 그러느냐?"

아를란은 돌아보았다.

"스승...님은 평온을 찾으셨나요?"

비를 등진 채 잠시 멜리나를 마주보다가 아를란은 천천히 말했다.

"어려운 질문이구나. 어쩌면 평온을 찾는 것을 포기한 것이 나의 평온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대답할 말을 찾는 멜리나에게 아를란은 시리도록 공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일 보자, 파다완."

비를 뚫고 달려가는 나이트의 등뒤로는 로브자락이 긴 그림자처럼 따랐다. 멜리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어둑한 복도를 따라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잿빛 고요 속에 빗소리만이 시간의 조그마한 발걸음처럼 끝없이 톡, 톡, 톡 들려왔다.


2009/03/24 12:53 2009/03/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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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2009/03/24 1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이게 아를란?!(...)

    거짓말쟁이이이이(갑자기 뒤돌아서서 눈물을 뿌리며 달려간다(..))

  2. 아사히라 2009/03/28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10년후

  3. orches 2009/04/01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아를란. 긴 말이 필요없군요. (손가락을 척 올립니다)

    확실히 10여년 후라면 많은 것들이 변해 있겠지요 +ㅅ+

    • 로키 2009/04/02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미셸 이름에 '레이디'를 붙인 건 전에 잠시 말씀하셨던 미셸의 정계진출(!)을 반영한 거였죠.

  4. 소년H 2009/05/06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쿠. 이미 오래전의 글이군요...왠지 그리운 이름들..

    10년 뒤라면 저는 가면 쓰고 의수를 쓰는 이름 불명의 포스 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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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마무리 외전 중 하나입니다. 최종화에서 쟈네이딘이 우주선에 탄 자락스에게 작별을 고하는 대목 전후입니다. 이런 건 꼭 할일 많을 때 떠오르지..(...)


"영웅 좋은 게 뭔지 알아? 놈들이 일찍 죽어줘서 여자가 남는다는 거지."
- '까마귀 연회' 中 1

아침 햇살 속에 코루선트의 첨탑들이 눈부셨다. 비록 아직 건물이 무너진 곳이 여기저기 상처처럼 남아 있어도, 다시 평화를 되찾은 도시의 모습은 긴 폭풍을 헤쳐나온 배처럼 당당하고 평온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건물 꼭대기에 선 남녀는 그런 도시 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함선들을 함께 올려다보았다. 안전과 풍족에 등을 돌리고 막막한 미지로 뛰어드는 그 여행의 시작을 시선으로 따르며.

"만족하나요?"

쟈네이딘은 다룬 오르가나를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이마 위에는 가느다란 왕관이 반짝이고 바람에 긴 옷자락이 날리는 모습은 마치 성대한 행사에라도 나온 것 같았지만, 주변에 기자나 관중은 보이지 않았다. 까마득히 푸르른 하늘 아래 둘뿐.

"제 의도와 부합하는 결과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그녀 두 발짝 뒤에 선 다룬은 환한 햇살에 한 조각 그늘처럼 짙푸른 알데란 제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불량한 자세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길어서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에 덮인 왼눈이 가끔 부자연스러운 안광을 발했다.

"이제 적어도 우리 생전에 다시 제다이가 중앙에서 의회에 도전할 정치적 영향력을 휘두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마스터도 남아있지 않고요."

쟈네이딘은 어깨 너머로 그에게 읽기 어려운 눈빛을 던지다가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지나치게 흔들림 없는 목소리와 작게 긴장한 어깨선에는 부서질 것 같은 불안정함이 있었다.

"...그렇겠지요. 저 많은 제다이들의 죽음에 그런 효용이라도 있다니 다행이군요."

가시돋힌 말에 다룬은 심드렁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공화국의 수호자들 아닙니까. 원해서 가는 것인데, 그 숭고함에는 감탄할 뿐입니다."

쟈네이딘은 한쪽 손을 작게 주먹쥐며 이를 악물었다. 다룬은 그런 뒷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그들 위로 그림자가 지나가며 햇살을 가렸다. 코루선트의 하늘을 가르고 대기권을 향해 거침없이 올라가는 그 위풍당당하고 거대한 윤곽에 두 남녀는 잠시 침묵했다.

건물 위로 지나가는 함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이윽고 쟈네이딘은 조용히 한쪽 손을 들었다. 축복하듯, 작별을 고하듯,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듯. 다룬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한손을 빼고 자세를 고쳤다.

함선이 시선에서 사라져간 후 쟈네이딘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꼭 맞잡았다. 작게 떨리는 어깨에서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다룬은 아프게 보다가 입을 열었다.

"쟌느."

부드러운 목소리에 쟈네이딘은 마치 얻어맞은 듯 움찔했지만, 다룬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러게 가고 싶으면 같이 가라고 했잖아."

쟈네이딘은 고개를 세게 내저으면서 자기 팔을 멍들도록 세게 붙들었다. 마치 마음을 붙들듯...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놈 행선지는 내가 아니까, 호위를 따돌리고 배를 구하면..."

"가족하고 알데란을 버리고 떠나라고?"

쟈네이딘은 그에게 돌아섰다.

"영원히 당당할 수 없는 관계를 위해서, 남자 하나 바라보고?"

그 말에 주춤하면서도 다룬은 고집스럽게 대답했다.

"외양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 오히려 중앙과 아우터 림을 잇는-"

"외양이 무슨 상관이야? 실속은 남자한테 미쳐서 뛰쳐나간 걸 내가, 그가, 모두들 아는데!"

순간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았다. 이윽고 다룬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한결 조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날더러 당신을 두고 가라고?"

다룬은 천천히 다시 쟈네이딘을 마주보았다. 두 사람을 휩쓸어버릴 듯 바람이 지붕 위로 세차게 지나갔다.

"당신을 두고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떠나는데..."

다룬이 굳어서 보는 동안 쟈네이딘은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 그의 앞에 섰다.

"책상에 앉아서 마시는 브랜디를 식사로 알고, 일에 열중하면 밤새 퇴근도 안하고."

그녀는 손을 들어 다룬의 왼눈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내고, 그가 시선을 피하려 하자 얼굴에 손을 대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잠시 떠나 있으니까 시스 로드에게 싸움이나 걸고...!"

목이 메이면서 그녀는 그에게 기대왔다. 다룬은 그녀에게 팔을 두르고 머리카락에 입맞추었다.

"잠시가 아니었어. 나한테는 끝도 없었다고."

"바보..."

쟈네이딘은 작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두어 번 쳤다가 이내 흐느낌으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안 돼. 이제 눈도, 팔도 전부 내거니까... 함부로 잃어버리면 다쓰 세데스가 한 짓은 애교로 보이게 해줄 줄 알아."

"예, 전하."

아침이 낮으로 바뀌어가고 머리 위로 더 많은 함선들이 제다이를 씨앗처럼 외우주로 흩으러 지나가는 동안 쟈네이딘은 그의 팔에 안겨 오래 흐느꼈다. 상실의 아픔과 새로움의 불안 속에 몸부림치는 왕녀를 안은 다룬은 귓가에 속삭이고, 눈물을 닦아주고, 때로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마침내 흐느낌이 어느 정도 진정된 쟈네이딘은 개운하면서도 지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조금 물러났다가, 뺨에 다정한 손이 와닿자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았다.

"난 떠나지 않아, 쟌느."

의회를 장악하던 현란한 말솜씨는 잊기라도 한 듯 다룬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머뭇머뭇 이어서 말했다.

"난 영웅이 아니니까. 이상에 모든 걸 바치는 그런... 그냥 남자고, 인간이야. 정말 그 정도로 되겠어?"

잠시 그를 올려다보던 쟈네이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냥 당신이면 돼."

그리고는 뺨에 닿은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돌려 의수 위에 장갑 낀 손바닥에 입맞추었다.

"그걸로 충분해..."

한낮의 햇살 속에 지붕 위에 드리운 두 그림자는 하나로 포개어졌고,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얽혀 코루선트 위로 부는 바람에 함께 휩쓸리고 흔들렸다. 상처투성이의 불완전한 도시만큼이나 덧없이 빛나는 마음의 짤막한 영원 속에.


의외로 닭살인 다룬과 쟈 공주 커플이었습니다. 제목은 스파이더맨 주제곡이기도 했던 니클백 (Nickleback)의 Hero에서 따왔습니다.




주석
  1. George R. R. Martin의 A Feast for Crows 중 제이미 래니스터의 사촌 데이븐 래니스터 경의 대사입니다. [돌아가기]
2008/08/08 03:35 2008/08/0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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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사히라 2008/08/09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락스 지못미

    • 로키 2008/08/09 2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이서 저렇게 막 달라붙고 어쩌고 하는 모습을 봤더라면 분노해서 라이트세이버 꼬나들고 우주선에서 뛰어내렸을지도..(..)

  2. 아사히라 2008/08/11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arun, you sc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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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가 56화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당분간 리플레이를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간단하게 적어놓겠습니다.

결말

마스터 아카마르의 죽음이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가운데 센과 로크락은 그림자 함선을 한곳에 모아놓고 의회가 중계 위성으로 지켜보는 동안 폭파시켜서 그림자 프로젝트를 끝냅니다. (결자해지!) 자락스는 그림자 프로젝트의 공백 대신 제다이의 피로 아우터 림을 안정시키기로 결심하고 다룬 오르가나에게 제다이를 외곽으로 내모는 데 도움을 요청합니다. 쟈네이딘과 함께 가고 싶으면서도 끝내 말은 꺼내지 못하고, 그와 쟈네이딘은 이별의 아쉬움을 나눕니다.

한편, 펠로스는 어린 레이안 (미래의 레반)의 포스 재능에 흥미를 느끼고 가르침을 주어서 깊은 인상을 심습니다. 임신한 미셸은 케드릭과 함께 공의회를 떠나 둘이 난민들을 이끌고 그들을 정착시킬 행성을 찾아나서고, 자락스의 계획대로 제다이가 대거 아우터 림으로 떠나는 날 펠로스와 자락스는 심상찮은 대화를 통해 서로 첨예하게 다른 세계관을 확인합니다. 미래의 대립을 암시하며... 단투인에서 린라노아와 이스니르는 스승들의 묘를 참배하다가 난민들이 탄 우주선이 상공을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파판 8 표절!)

감상 감회!

예, 끝났습니다..ㅠㅠ 본편 횟수로는 56화이지만 외전까지 치면 70화에 더 가까울지도요. 본편보다 역사가 더 긴 콘체르토까지 치면 뭐...(먼산) 포도원의 제다이 첫 플레이가 2007년 1월 28일이었으니까 본편만 해도 거의 딱 1년 반을 했군요. 이렇게 긴 캠페인을 끝내본 것은 처음이라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끝을 본 건 5화 (Virginia Dreams, 도쿄의 달)나 7화 (라이테이아 전기), 10화 (Babylon Babes) 하는 식이었고 기간도 길어야 몇 달이었는데, 이번에는 횟수와 기간만큼이나 규모도 크게 다르군요.

초기에는 제목도 달랐듯 기획한 내용도 행성에서 행성으로 옮겨다니며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하는 제다이들 얘기를 다룬 옴니버스물이었는데, 첫 행성을 끝내면서 플레이한 내용과 인물들의 인연이 어떻게 얽히고 또 얽혀서 결국 공화국의 운명과 미래를 건 싸움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수의 인물 군상의, 그리고 공화국 자체의 도덕적, 내적 갈등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공화국의 그림자의 진짜 이야기는 그 인물 군상 간의 갈등, 그리고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죽은 형에 대한 다룬 오르가나의 애증과 열등감이 공화국 군국화들 부채질했듯 마스터 아카마르의 위기감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 그림자 프로젝트를 만들어냈고, 피나와 틸 자매의 과거에 있는 비극은 결국 시스의 코루선트 침공이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이 충돌하고 또 같이 흐르면서 벌어지는 인물 중심의 극은 어떻게 보면 서로 반대인 두 가지 장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각 조연 (NPC)을 잘 아는 만큼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캠페인상 사건을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는 점. 이야기를 미리 짠다기보다는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에 대해 또 다른 인물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두 번째 장점은 일단 주인공들을 그 속에 떨구어서 상황이 확 달라져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었습니다. 미리 짜놓은 이야기가 틀어진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반응할 상황이 달라진 것뿐이었으므로 인물들에 대한 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에 반응해서 행동하는 것을 서술하기만 하면 됐죠. 그렇게 계속 일어나는 연쇄 반응이 결국 인물 중심의 극을 이끌어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뻔해지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요 조연은 대부분 주인공 배경에서 나왔거나 주인공과 인연이 깊었던지라 조연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도도 높았던 것 같고, 그만큼 더 주인공을 캠페인 중심에 놓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인간관계의 촘촘한 그물망과 걸리는 게 많은 사회구조 속에서 개별 인물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사회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플레이 운용상으로는 개인적으로 참가자들의 성실한 참여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거의 100%에 가깝게 전원이 출석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비록 수술이니 군대니 하는 같잖은 이유도 빠지긴 해도 (??)) 수험, 취직, 귀국 등 계속 변화를 겪으면서도 전원이 시간대와 참여를 꾸준히 유지해온 것이 캠페인 종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설정과 플레이 중 참가자분들이 보여주신 창의력 못지않게, 그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매주 꾸준히 모여주신 부지런함과 약속을 끝까지 지킨 성실성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1년 반 동안 매주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동환님, 아카스트님, 이방인님, 그리고 마지막 몇 화의 관전/참여에 나와서 마지막을 함께 장식해주신 콘체르토 참가자분들 아군과 오체스님에게 모두. 가상의 인물 간의 인연이 공화국의 그림자의 이야기였다면 우리들이 때로 부대끼고 때로 함께 웃으며 서로 알게 된 이야기가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의 이야기겠죠.

쓰다보니 또 길어지네요. 더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하고, 참가자분들과 그동안 공화국의 그림자를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m(__)m 모두 포스가 함께하시길!


2008/07/20 21:41 2008/07/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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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사히라 2008/07/20 2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간략한 정리라니 참 고충이 말이 아니십(?!)

  2. Wishsong 2008/07/21 0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캠페인 끝냈으니까 기념으로 한 턱!

  3. Sihaya  2008/07/21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쯤 되는 걸 끝내시다니~ 뿌듯하시겠습니다. 축하드려요~ ^^

  4. Asdee 2008/07/22 0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신 것 축하드려요~!

    사실 저런 중장기 캠페인, 특히 OR은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정말 마지막까지 잘 끝맺은 것 같네요. 헤헤- 같이 플레이하신 분들의 열심도 대단하시고요. +_+)V

    • 로키 2008/07/22 0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하나 제대로 끝낸 느낌이에요. ^^ 말씀대로 초반을 넘기면서 꽤 헤맸는데, 그 고비를 넘으면서 많이 배운 것 같고요. 참가자들의 성실성과 진행자의 악바리 정신으로 마침내 끝장을..(..)

  5. orches 2008/07/23 0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하셨습니다 ;ㅅ; (엔딩, 엔딩, 엔딩.. 목이 메여서 다른 말이 안 떠올라요.. 마음같아서는 기나긴 장문의 포스팅이라도 작성해서 트랙백하고 싶으나 이번 주말까지는 이런저런 일로 이리저리 치일 것 같고.. ;ㅅ;)

    • 로키 2008/07/24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체스님도 수고하셨어요..ㅋㅋ 나중에 한가해지시면 글을 써보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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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루선트 우주전 마무리입니다. 두 번째 파일은 타리지안 갬빗 격납고에서 창고로 가며 미셸이 제자 탈리아와 나눈 대화 외전.

요약

펠로스와 미셸은 다쓰 타르카누스가 있는 타리지안 갬빗,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다쓰 쟈르넥의 맨티스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이상할 정도로 방어가 없는 타리지안 갬빗에서 키르탄은 포로로 잡은 케드릭을 인질로 이용해 미셸과 펠로스를 떼어놓고,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쟈르넥의 치열한 선내 방어를 뚫고 전진합니다.

타리지안 갬빗의 함교에서 타르카누스는 펠로스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얘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타르카누스는 펠로스에게 공화국 자체가 오히려 혼란의 근원이라며 공화국과 제다이, 그리고 시스도 멸망시키려는 자기 목표를 얘기하고 펠로스의 도움을 청합니다. 펠로스는 재밌어하면서 타르카누스를 공격해가고, 타르카누스는 그런 그를 그레이워커라고 칭하지요.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자락스가 린라노아의 스승을 죽인 응어리진 과거를 해소하면서 절대적인 신뢰 속에 함께 싸우고, 타리지안 갬빗의 창고에서 케드릭은 다쓰 세데스의 혼이 씌운 채 미셸을 공격합니다.1 미셸의 호소에 잠시 정신이 깨인 케드릭은 자신을 죽이라고 애원하지만 미셸은 거부하고, 케드릭은 자기 다리를 스스로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 그 보복으로 키르탄이 이식한 신경자극기의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지만요. 분노한 미셸은 키르탄과 전투를 벌입니다. 키르탄은 미셸에게 시스에 넘어오라고 유혹하지만, 케드릭의 세이버 던지기로 비명횡사.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함교에 도착해 쟈르넥과 빈정거리면서 세이버 결투를 벌입니다. 결국 진 쟈르넥은 낙심한 척하면서 맨티스에 자폭 명령을 입력하고, 자락스가 알아채고 세이버로 꿴 순간에는 이미 자폭 카운트다운 시작.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혼란에 빠진 시스 병사들을 탈출시키고 탈출정이 부족해서 자신들은 남은 시스 병사들과 함께 우주복을 입고 에어록으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전장 한가운데서 추진제도, 포스도 떨어진 시점에 마탄의 사수에게 구조받습니다.

같은 시간, 다쓰 쟈르넥을 잃은 함대가 와해하는 와중에 쟈네이딘 공주가 공화국 전역에서 모아온 함대가 도착하면서 전투는 마무리로 접어듭니다.

감상

코루선트 전투가 이렇게 끝났군요. 시간에 쫓겨서 좀 급하게 진행한 감이 있었지만 (특히 미셸 쪽은 좀 심하게 휘몰아친 느낌이..), 대체로 인물들의 이야기에 좋은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다음주 에필로그까지 하면 정말로 캠페인 끝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다쓰 타르카누스는 콘체르토 내내 주요 적수였지만 사실 직접 등장은 코루선트 우주전이 처음입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서 등장 없이도 꽤 무게감이 있었는데, 등장 직전에야 아사히라군과 얘기해서 세부설정을 정해서 흥미로운 인물이 나왔죠. 급하게 하느라고 그때 얘기한 걸 다 살리지 못해서 아쉽지만, 카리스마는 나름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아사히라군의 나중 지적대로 키르탄은 미셸이 극복하는 편이 더 재밌었겠지만, 제가 마음이 급해서 차분히 기다리기가 어렵더라고요. 20일에 에필로그까지 해야 완전한 결말이 될 것 같아서 우주전을 그 화에 끝내느라 두두두두(...) 이후 탈리아와의 대화 외전은 조금 더 느긋하게 하면서 미셸의 심정을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확실히 오체스님과 할 때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

자락스하고 린라노아 사이에 맺힌 것을 해소하는 과정은 제 개입은 없었는데 참가자끼리 낸 멋진 결론이었습니다. 마침내 둘 사이에 생긴 완전한 신뢰는 꽤나 감동적이었어요. 구출받을 수 있는 좌표까지 가려고 합선 폭발을 일으킨 자락스의 발상도 참신했고요.

그 외에도 공의회와 공화국에 대한 펠로스의 의문이라든지 다크 포스를 억누르는 케드릭의 모습 등 인물들의 다양한 내적 갈등을 폭발시키고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습니다. 확실히 그런 인물 군상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공화국의 그림자의 진짜 얘기죠.

긴 캠페인 동안 모두 수고해주셨고요, 다음주 최종화까지 잘 마무리해봅시다! 에필로그에 대한 희망사항이라든지 원하는 장면 있으면 말씀해 주시고요.


주석
  1. 검은 오벨리스크를 이용한 실험의 성과물 [돌아가기]
2008/07/15 13:29 2008/07/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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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카스트 2008/07/15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야 물론 르베리에와 로하네프의 드림매치

    ?!?!?!?!?!?!

    • 로키 2008/07/16 2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체스라든지요? (..) 의외로 로하네프는 체스에는 귀신이고 르베리에는 먹통이라면 그것도 재밌겠군요. 옆에서 라일라가 할아버지에게 훈수라도 두면 제독은 이글이글..(..)

    • 아카스트 2008/07/16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세이버 대결 (?!?!?!)

  2. 아사히라 2008/07/15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야 물론 펠로스의 마스터 등극식(?!?!)

  3. orches 2008/07/16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히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갈등이 해소된 것 같아요.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캐릭터들이 해결해야 할 몫이겠지요. 그 동안 가지고 있었을 마음 속에 담아둔 걸 말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 아군의 펠로스에게는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요. 타르칸에게 가는 도중 좀 심술맞게 드륵드륵 긁었지만 애정이예요, 믿어주세요 ;ㅅ;

    탈리아와의 외전을 하기 전, 말씀드린 것처럼 제안을 수용하는 척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라이트세이버를 포스로 끌어들여서 공격하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그게 미셀답구? 해서 쓰고 있는데, 케드릭이 노우우우우하면서 뒤에서 공격해버리는 바람에.. (..)

    제가 원하는 미래랄까.. 이미 농담삼아 몇 번 이야기 했었고, 에필로그 이후의 조금 더 먼 미래를 주제로 한 외전과 함께 이번주 내에 블로그에 올릴 생각입니다. 포스팅하면서 여기에 트랙백 걸어도 되는지요? 수고하셨습니다.

    • 아사히라 2008/07/16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정 몇번 더보였다간
      펠로스 : "미셸, 누구의 라이트 세이버 기술이 우월한지 확인해 보자는 건가?"

      나오겠군요(...)

    • 로키 2008/07/16 2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orches// 서둘러 진행하느라고 오체스님을 기다려드리지 못한 게 아쉽네요. 나중에 말씀하신 것처럼 아예 새로 해서 리플레이에 덮어씌우는 건 어떨까도 해요.

      아군// 후덜후덜(..)

  4. 소년H 2008/07/19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드디어 끝나가는군요. (첫 외출해서 잠시 pc 쓰는 김에 봤습니다.)

    댓글에 잠시 제 이름이 언급된 것도 반가웠고 (플레이 보면 잊혀진 줄 알았습니..(...)) 아카마르가 틸 손에 안 죽은 게 억울하고 (?) 아를란 성장은 나름 기쁘군요 (피나 마음?)

    그럼 다시 들어갈 테니 다음에 뵙죠.

    • 로키 2008/07/19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깜딱! 우와, 반갑군요. 동환님을 잊었을 리야 없지만 플레이 내 사건이 너무 많아서 두 자매는 묻힌 기분이 들긴 하네요. 그러나 코루선트 침공 자체가 저 두 자매의 쿵짝쿵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들의 그림자는 길었.. 아카마르는 비록 틸 손에는 안 죽었지만 피나의 정신적 후계자인 루-한이 죽였으니 위안삼으시길.

      아를란의 성장을 기뻐하는 피나라, 그건 왠지 후덜덜하네요. 그래서(?) 캠페인 종료 몇 년 후에 아를란이 멜리나 스승이 되는 초안습 전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이 틸과 피나의 그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역시 안습 단편도 몇 편 구상하고 있죠.

      군생활 잘 하시고, 또 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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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소설입니다. 어째 '리뎀션 출항하다'는 온갖 다른 외전에 밀리는 걸로 봐서 쓸 운명이 아닌 모양입..(..) 시간상 첫 장면은 49화 전에 있었고 (다룬이 라이튼 기지로 출발하기 전), 두 번째 장면은 52화 시작 직전쯤 됩니다. 그 외에 관련 내용이라면 또 다른 외전 소설 코루선트의 밤, 니아 산레스와 라이나 리소넬 두 나이트의 억류가 있었던 45화가 있습니다.

외설이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만, 많이 보수적인 분은 안 보시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이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은 다 괜찮으리라고 봅니다만...



- 공의회 폭격 다음날, 오후 3시 27분 -

"의회 건물에서 나가시면 나이트 리소넬이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문가에 선 젊은이는 문을 마주보는 의자에 앉은 여자에게 정중히 허리숙여 인사한다.

"잠시라도 자유를 빼앗은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조그만 몸집에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그런 그를 고요한 눈빛으로 마주본다. 가느다란 두 손을 모은 다소곳한 자세는 최근에 익힌 습관인 듯, 입을 열자 말투는 군대식으로 다소 딱딱하다.

"공의회 마스터들께는 어떻게 보고드리면 되겠습니까."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치 그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듯 눈을 피한다. 검은 머리와 암청색 알데란 전통 군복에 비해 얼굴은 창백하지만, 검은 눈은 지나칠 정도로 형형하다.

"있는 그대로 보고하시면 되겠지요, 나이트 산레스. 제가 덧붙일 말씀은 없습니다."

"제가... 왕녀님 대신 의회 표결에도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만."

청년은 잘라내듯 대답한다.

"저는 아무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이트는 그를 꿰뚫듯 보다가 마침내 뭔가 납득한 듯 작게 끄덕인다.

"저는 다시 왕녀님을 찾겠습니다. 호위 임무는 끝나지 않았으니."

"쟌ㄴ.. 쟈네이딘 왕녀를 만나면..."

어떤 간절함을 담아 말하다가 청년은 신경질적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선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섞여 나이트 산레스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전할 말씀이라도?"

열린 문간에 잠시 멈추어섰다가 청년은 천천히 돌아본다. 형형한 검은 눈빛이 뭔가 익숙한 것을 찾듯 의자에 앉은 여자의 얼굴을 살핀다. 넓은 이마와 가느스름한 검은 눈, 끝이 살짝 치켜올라간 작은 코, 뺨과 턱의 갸름한 선을. 그는 마침내 입을 연다.

"예. 하나 전해주시겠습니까."

그가 방안으로 다시 들어서자 문은 그의 등뒤로 치익- 닫힌다. 여자는 그를 가만히 보며 기다린다.

- 같은 날, 오후 7시 12분 -

"나이트 니아! 나이트 니아!"

공의회의 안뜰이 있었던 곳, 지금은 그을린 나무와 쌓인 건물 잔해가 흩어진 공터는 오가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막 치유 천막에서 나오다가 부르는 목소리를 찾아 돌아본 순간 나이트 산레스는 소용돌이치는 검은 머리와 따스한 포옹에 휩싸였다.

"왕녀님."

순간 넘어질 뻔하다가 나이트 산레스는 균형을 잡고는 팔을 들어 어색하게 왕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쟈네이딘 왕녀는 팔을 조금 풀고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쌍둥이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자매라고는 할 정도로 닮은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았다.

"나이트 니아... 공의회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어요! 괜찮으세요? 나이트 라이나는요?"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나이트 리소넬은 도시 내에서 구호 업무를..."

말하다가 니아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자 쟈네이딘은 바로 팔을 풀었다.

"미안해요, 부상당했는데..."

감정이 치밀어오르면서 쟈네이딘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미안해요...!"

이제 방금 전의 부주의 얘기만이 아닌, 그리고 어쩌면 눈앞의 나이트만을 향한 것이 아닌 사과의 말을 하면서 왕녀의 검은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닙니다."

니아 산레스는 따스하게 말하며 작게 미소지었고, 쟈네이딘도 마주 웃으려고 애썼다. 공주를 그림자처럼 따라온 얀과 작은 목례를 주고받은 니아는 쟈네이딘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어디 계셨나요?"

왕녀는 마치 알기가 두려운 듯 머뭇머뭇 질문을 던졌다.

"코루선트에 도착한 이후 계속 의회에 있었습니다. 약 3시간 30분 전에 나이트 리소넬과 의회를 떠나 공의회에 도착했고..."

니아는 공의회 건물의 잔해와 주변의 혼란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치유 천막에서 부상을 검진받은 후 치유에 조력하고 있었습니다. 왕녀님을 먼저 찾지 못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아녜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왕녀는 고개를 저었다.

"경호 임무는 얀이 잘 맡아주고 있었답니다. 저, 그런데 의회에 계셨다면..."

쟈네이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다룬... 오르가나 의원이 두 분을 억류한...?"

니아가 멈춰서며 쟈네이딘을 마주보자 쟈네이딘도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의 분주함에서는 조금 떨어진 이곳 안뜰 구석에는 공의회의 건물 외벽 모서리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그 그늘 속에 폭격을 피한 어린 나무 하나가 바람에 흔들렸다.

"오르가나 의원님께서는 의사를 불러 제 부상을 치료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니아는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쟈네이딘의 말뿐만 아니라 하는 생각마저 끊듯.

"나이트 리소넬은 알사피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참고인 자격으로 질문을 받았고, 제가 회복한 후 함께 나왔습니다."

쟈네이딘은 아직 다소 석연찮은 표정이었지만, 그 말에 얼굴에 조금은 안도감이 깃들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은 가끔 비행정이 선회하는 저녁 하늘로 향했다.

"그 사람은 지금..."

"가기 전에 제게 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니아의 목소리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쟈네이딘은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어떤..."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니아가 얀에게 말하자 얀은 다소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저도 가까이 있는 것이..."

"조금만 거리를 두면 돼요, 얀."

얀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쟈네이딘은 기대와 두려움에 찬 눈길로 니아를 보고 있었다. 얀은 정중히 인사하고 벽의 잔해를 따라 20m 떨어져서 주위를 경계하며 멈춰섰다.

"그럼..."

니아가 한 발짝 다가서며 쟈네이딘의 어깨를 잡자 쟈네이딘은 순간 놀라서 물러서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긴장한 얀이 미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이미 니아는 몸을 앞으로 숙여 쟈네이딘의 입에 입술을 포개고 있었다.

순간 눈을 크게 떴던 쟈네이딘은 이내 눈이 파르르 감기더니 니아의 양팔을 반사적으로 꽉 잡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술을 벌려 입맞춤의 격한 열기를, 그 한없이 부드러운 열망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윽고 니아는 쟈네이딘의 아랫입술을 잠시 부드럽게 빨다가 놓았고, 살짝 비틀거리는 왕녀를 지탱하듯 어깨를 잡은 채 몸을 뗐다. 그리고 한손을 쟈네이딘의 뺨에 대고 눈을 다정하게 들여다보았다.

"네 탓이 아냐, 쟌느."

왕녀가 균형을 찾았는지 확인한 니아는 그녀를 놓으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정확히 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쟈네이딘은 귀끝까지 빨개진 채 입술에 손끝을 대고 옆의 어린 나무에 몸을 기댔다. 강한 바람에  나무가 떨리면서 푸른 잎이 파스스 흔들렸다.

"아마... 아마도 정확한 것 같아요."

손을 내리면서 왕녀에게서 터져나온 소리는 반쯤 웃음, 반쯤 흐느낌이었다.

"그 바보... 바보같은 사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 발짝 다가서다가 니아는 문득 멈춰서며 눈으로 하늘을 살폈다. 다른 제다이들도 그러는 모습을 보고 쟈네이딘은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혹시 그림자 함선인가요! 어디죠?"

"왕녀님, 다시 폭격일지도 모릅니다. 몸을 피하시지 않으면-"

"어디에요!"

쟈네이딘의 절박한 외침에 순간 놀란 니아는 대답했다.

"아, 저, 공의회 앞..."

쟈네이딘은 그대로 몸을 돌려 공의회의 잔해를 돌아 건물 앞을 향해 달려갔고, 니아와 얼굴이 벌개진 얀이 그 뒤를 따랐다. 코루선트 위로 내리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향해.



당연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막스 데미안이 에밀에게 에바 부인의 키스를  전하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은 글입니다. 감정선은 사뭇 다르지만요. 이전에 얘기했던 쟈공주-니아 백합 발상이 이런 식으로 됐네요. 뭐 다룬이야 다시는 쟈네이딘 못볼 걸로 알고 대신 니아에게 키스했다고 쳐도, 우직하게 키스까지 그대로 전한 니아는 음흉한 건지 순진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 안습의 얀군은 헬렐레 쳐다보며 왕녀 대신 셀린이 니아와 키스하는 걸 상상하다가 불순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자책하다가 다시 헬렐레를 반복했을 것 같은 생각이..(...)
2008/07/13 04:38 2008/07/1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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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그림자 함대의 도착으로 숨통이 트이는 와중에도 공화국 함대의 피해는 큽니다. 한편, 마치 매드니스의 전투기 편대는 메이 코니의 희생으로 얻은 비행 데이터를 이용해 시스들의 그림자 편대 중 몇 대를 격추하는 쾌거를 올립니다.

같은 시간 침투조를 이끌고 시스 그림자 함선에 오르는 데 성공한 케드릭은 모함으로 귀환한 키르탄과 전투 중에 조우합니다. 케드릭이 시스에 포로로 잡혔을 때 고문했었던 키르탄은 고문 끝에 다크포스에 빠졌던 케드릭의 과거를 헤집습니다. 다쓰 쟈르넥은 자신이 통신으로 직접 방어전을 지휘해서 침투조를 함정에 빠뜨립니다.

한편 다쓰 루-한은 센을 포로로 잡거나 살해하려고 그림자 비행정을 타고 코루선트에 잠입합니다.그러나 마침 실험실에 와있던 마스터 아카마르가 막아서고, 치명상을 입은 아카마르는 죽어가면서 모든 포스를 센이 만든 미완의 그림자 탐지기에 쏟아부어 탐지기를 작동시킵니다.1

르베리에 제독의 귀환 소식을 알리자 함대는 일거에 사기를 회복합니다. 공화국군이 센이 완성한 그림자 탐지기로 시스 그림자 함선들을 침몰시키면서 전세는 돌아서고, 다쓰 타르카누스는 왜 숨통을 끊어놓지 않느냐는 다쓰 쟈르넥의 추궁에 주력 함대는 자신의 함대이며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패배시키겠다는 것은 헛된 생각이라고 일축합니다.

한편, 타르카누스가 그림자 함선에 의존하지 않는 침착한 대응으로 공화국 함대를 소모시키기 시작하자 제다이들은 센타레스 전투에서처럼 적의 기함을 직접 점거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감상

이번 플레이는 최종 결말을 향한 초석을 놓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이야기의 규모에 짓눌려서 산만해졌다고 할 수도 있고요. 군담류와 같은 군상극의 재미이자 어려움이기도 한데,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나오는 규모감과 입체감을 살리면서도 초점과 완급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방향 사이에 긴장이 좀 생기죠. 개인적으로는 그 긴장을 좋아하기는 합니다. 이쪽으로 이끄는 힘도 있고, 저쪽으로 이끄는 힘도 있어야 역동적 균형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대체로 우주전의 박진감과 규모를 살리는 전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엮이면서 개인뿐 아니라 집단의 이야기가 되는 느낌도 좋아하고요. 반면 주인공 중심의 영웅담을 즐길 수록 이런 전개는 재미없어지기 쉽겠죠. 그래도 이제 슬슬 끝을 바라볼 때인지라, 본편과 콘체르토 주인공들 중심으로 다음 주에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다다음 주에 각종 에필로그를 하는 정도를 일단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이 시점까지 온 느낌이어서 좋네요.

이번 화는 1인 2역을 피하려고 인물을 바꿔잡는 일도 눈에 띄었습니다. 케드릭은 오체스님이 잡으셔서 제가 할 때보다 차분하고 비폭력적인(..) 느낌이 재밌었습니다. 또 늘 아카스트님이 맡으셨던 로하네프를 이방인님이 맡으시기도 했고요. 결국 아카마르의 죽음 때는 아카마르와 다쓰 루-한의 1인 2역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키르탄도 그렇고, 시스가 사람 괴롭히는 건 왜 이렇게 재밌을까요..(...) 가장 아픈 데를 쿡쿡 찌르는 그 쾌감이란!

그러고 보면 사람마다 인물에 대한 감정적 접근이 다른 것도 재밌습니다. 이전에 케드릭 죽는 얘기로 별로 재미도 없는 농담 따먹기를 오래 끈 끝에 오체스님이 약간 볼쾌해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느꼈던 거였지만 인물의 죽음이나 아픔에 대한 생각은 다들 다르더군요. 저는 인물에 공감한다기보다는 관조하는 편이고, 그래서 인물의 죽음이나 고통은 극적으로 적합하고 개연성이 있는 한 지켜보면서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참가보다는 진행을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 마스터 아카마르의 죽음은 꽤 좋았습니다.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조연 중 하나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자 프로젝트의 창시자이자 공화국의 분열의 한 축으로서 말이죠. 그가 내린 결정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고 제자의 제자의 제자(..)이기도 한 센을 지키다가 죽은 것은 꽤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린라노아와의 대화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그의 또 다른 일면을 마지막 장면에 드러낼 수 있어서 나름 감동이었고요.

그림자 프로젝트를 만든 아카마르의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공화국에 대한 헌신적인 의도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의도만으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씁쓸한 점이기도 하지만요. 책임감도 지나치면 집착과 두려움이 되고, 그 시점에서 이미 평정은 멀어지는 것이 헌신의 잔혹한 역설이기에 다쓰 루-한의 말에 아카마르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겠죠.2

그래서 이번 캠페인에서 느낀 한 가지 대립의 축이라면 희망과 비관의 갈등, 내지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입니다. 자락스나 린라노아, 센 등이 기본적으로 공화국에 대한 희망의 관점에서 지금의 혼탁한 상황에 접근한다면 아카마르나 다룬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서 대비했다는 것이 이들 인물의 근본적인 차이 아닌가 합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현실의 어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결과 더 혼탁해진 상황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인물들이 바로잡으려고 뛰고 있다는 사실도 꽤 시사적이고요.

'공화국의 그림자'는 물론 그림자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제목이었고, 또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공화국의 어두운 현실과 도덕적 모호함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비관과 희망 사이의 대조를 생각하면 또 다른 의미도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림자란 빛이 있어서 존재하니까요. 그림자는 완전한 어둠 속에는 드리우지 않으며, 아무리 희미해도 어딘가에 빛이 있어야 그림자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자의 또 다른 의미는 '희망'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어둠이 전부가 아니라는 신념의 빛이 있는 한 어둠은 칠흑이 아닌 그림자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결국 공화국의 그림자에서 벌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싸움은 현실을 만들어가는 갈등인 것 같습니다. 누가 하는 이야기가, 누가 믿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인지 말이죠. 눈앞에 보이는 혼탁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상처받고 깨져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믿고 움직일 것인지... 그것은 이 캠페인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싸움이며, 또 머나먼 우주의 머나먼 옛날 이야기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주석
  1. 아카마르 위키 페이지 최근 추가 부분 참조 [돌아가기]
  2. 루-한이 아카마르더러 두려움에 먹혀버렸다고 비웃은 내용은 이전에 동환님이 하신 말씀에서 따온 것입니다. [돌아가기]
2008/07/11 12:31 2008/07/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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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쓰 쟈르넥은 스콜피온 우주해적단에 연락해서 새로운 명령을 내립니다. 첫째, 익숙하지 않은 전열을 짠 전투는 포기하고 공화국군에 산개해 들어가서 피해를 입히고 함선을 포획, 둘째, 코루선트의 파괴된 통신위성 대용물로 연락선을 보내 코루선트 대기권에 있는 시스의 폭격기 편대에 연락.

해적단의 산개 공격에 피해가 커지자 로하네프 제독은 별동대와 재합류하려고 하지만, 다쓰 쟈르넥이 해적 연락선을 통해 코루선트의 그림자 폭격기를 제때 불러와서 합류하려는 두 함대 사이에 쐐기를 박습니다.1 시스 그림자 파일럿들은 포격을 게임처럼 즐기며 공화국 군인들을 학살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해지는 동안 자락스는 르베리에 제독과 마주앉아 공화국의 위기를 알리며 다시 함대 지휘를 맡아달라고 간청합니다. 처음에는 저어하던 르베리에는 코루선트 포위전의 상황 중계를 보고 공화국의 위기를 실감하며 결국 수락합니다.

다쓰 쟈르넥이 다쓰 타르카누스2와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협공을 가하자 공화국 함대는 더욱 위기에 빠지지만, 다행히도 그림자 함대가 도착하면서3 시스 함대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나이트 케드릭이 옛 제자 미셸에게 청혼하는 등, 무수한 사연을 품은 전투는 계속됩니다.

감상

역시 상당히 다양한 인물과 감정선이 있었던 한 화였습니다. 전투를 마치 지휘관처럼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는 다쓰 쟈르넥의 치밀한 계산, 콘체르토에서 계속 중요한 변수였지만 세션 중 등장은 처음인 다쓰 타르카누스의 포스, 시스 파일럿들의 장난스러운 잔혹성 (얘들이랑 공화국 군인을 번갈아 하면서 전원 인격 분리 현상이(..)), 르베리에와 자락스의 밀고 당기는 진중한 고민, 마지막 장면에 작렬한 닭살 등.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넘나들다 보니 규모감과 입체감이 살아나더군요.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카스트님의 제안 이후 구상했던 청혼 대목이지만요.

미셸: "예, 잘 다녀오세요.. 라고 웃어라도 드릴까요?!"
미셸: ".. 혹시 돌아가셔도 공화국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셔서 잘 되셨어요. 하고 답이라도 해드릴까요!"
케드릭: "이건 어떨까." 갑자기 무릎을 꿇습니다.
케드릭: "모든 것이 끝나면 우리 둘만 같이 떠나자고 내가 그러면"
케드릭: "'예, 그러겠어요'하고 대답하는 건 어때?"
케드릭: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며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잡습니다.
미셸:  멈칫
케드릭: "지금까지는 공화국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이 싸움이 끝나면 우리를 위해 살아가자."
케드릭: "나는 널 위해, 너는 날 위해.." 미셸의 손을 잡고 입맞춥니다.
케드릭: "미셸 시노아, 나와 결혼해 주겠어?"
미셸: 눈물을 흘리면서.. 목을 와락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펑펑 울어요. "바보 마스터!"

정말 한 마리 닭이 되어버리는 기분이었죠. 어우, 닭살... 오체스님과 호흡이 잘 맞아서 굉장히 극적인 장면이 된 것 같습니다. 저 대목에서 방송에 틀었던 노래는 Sting의 Fields of Gold입니다. '약속을 가볍게 하는 일은 없어/어긴 일도 있었지만/남은 나날은 맹세코/황금 들판을 함께 걷자'는 가사라든지, 애틋한 분위기가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듯해요.



사실 케드릭은 공화국의 그림자의 많은 인물 중에서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축에 속하긴 합니다. 목숨 내던진 거 말고는 스승으로서 빵점에 가까웠고 (그게 오빠나 친구처럼 놀아주는 걸로 끝인 줄 아냐 이 화상아) 남자로서도 별볼일없는 게 왜 미셸한테 붙어서! 미셸냥이 아까워..(...)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왔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제 결말을 맺어가는 건 기쁘네요. 이렇게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또 결말을 보는 게 긴 캠페인의 재미이기도 하겠죠.

아쉬웠던 점이라면 역시 아사히라군의 부재였죠. 펠로스가 대활약할 수 있는 화였는데... (입원했다고 빠지다니 이런 무엄한 (??)) 포도원의 개들로 제다이 플레이를 해본 건 펠로스가 최초였던 만큼 공화국의 그림자의 진짜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원로 주인공(!)이기도 하니 이번에 펠로스의 이야기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몸조리 잘하고 일요일에 보자 아군~! 모두 수고하셨어요.


주석
  1. 시스 그림자 편대를 이끄는 것은 다쓰 타르카누스의 제자였다가 배신하고 다쓰 세데스에게 붙었다가 다쓰 세데스가 죽어서 이제는 다쓰 쟈르넥에게 붙은 희대의 박쥐 키르탄입니다. 펠로스의 시스 시절 친구였으며, 미셸냥 기습 키스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돌아가기]
  2. 스타워즈: 콘체르토의 주요 악역 [돌아가기]
  3. 외전 그림자 쫓기 참조 [돌아가기]
2008/07/05 03:17 2008/07/0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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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rches 2008/07/07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주에 전원(이라기엔 동환님께서 군대에 가셨고..) 참가해서 깜딱 놀랐습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플레이를 관전하고 때로는 직접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고 가장 좋은 점이라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캐릭터가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것이예요. 마무리가 되어가니까 시원섭섭하네요 (흑흑)

    케드릭은 축복받은 편이지만 그걸 날로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걸 잃었고, 특히나 시스킬러는 의도해서 된 게 아니었죠. 최대한 억누르는 건 가능하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어느 순간 등장할지 모르는 또 하나의 자신을 생각하면 심정이 꽤 복잡할 듯.

    더불어서 그가 처음 등장한 부분이, 다름아닌 미셀의 회상이라는 걸 생각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이란 불완전한 거니까요. 처음 만날 때의 인상이 너무도 깊은데다가, 스승을 혼자 놔두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솔직히 언제나 하하호호한 건 아닐테고 서로 갈등을 맺거나 싸우기도 했을텐데. 그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왜곡시키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 스승은 옛날부터 정말 무책임한 성격이었다는 식으로요.

    • 로키 2008/07/08 0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화국의 그림자는 기간이 긴 만큼이라 참가자도 많은 캠페인이죠. (동환님은 영원한 멤버!) 인물은 더 많고... 공화국의 그림자 본편, 본편보다 역사가 긴 콘체르토,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랩소디까지 (비정기 1:1 중심으로 할 아우터 림 군사/느와르물) 정말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을 포괄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말씀대로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 인연의 끈 속에서 인물들이 변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이 캠페인의 진짜 보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케드릭은 사실 축복받았다기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운명인 것 같아요. (특히 54화 끝나고 얘기한 '키르탄 박사의 미친 실험실' 줄거리로 간다면 더욱..) 하지만 그래도 왠지 주는 거 없이 미운 건, 커플은 원래 욕먹는 운명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또 케드릭은 미셸의 회상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무책임한 성격 같아요. 그가 시스 킬러가 된 것도 극도로 부족한 절제력이 크게 작용했고, 마찬가지로 미셸에게도 평정을 가르치지 못해서 미셸이 손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다이란 근본적으로 감정과 평정, 공익과 내면 수행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존재한다는 게 제 생각인데, 미셸과 케드릭은 평정 부분은 거의 도외시하고 감정 쪽으로 달려간 느낌이 강해요.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내적 수행은 별로 하지 않고 공익에만 치우친 느낌도 있고요. 시키는 대로 공화국을 섬기기만 하면 되잖아! 우린 이렇게도 괴롭다고! 라는 느낌인데, 사실 그 괴로움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극복하고 평정을 찾는 것도 제다이의 과업이거든요. 결국 케드릭에 대한 불만은 겉만 제다이이지 속은 전혀 제다이답지 않다는 것, 그리고 미셸마저 진정한 제다이로서의 길을 찾는 것을 저해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미셸과 케드릭이 자신들을 향한 포스의 의지를 실현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포스의 뜻은 어쩌면 이 두 사람이 제다이가 되는 것보다는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무려 포스에게 점지받은 인연이라니 반감 200% 상승! (..)) 제다이로 시작했다고 해서 가는 길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이전에 마스터 아카마르 (묵념)의 소개글에 ( http://wiki.storygames.kr/jedi/npc/achamar#%EC%A0%9C%EB%8B%A4%EC%9D%B4_%EA%B2%BD%EB%A0%A5 마지막 문단) '아카마르와 모트처럼 덕이 높은 두 마스터의 의견이 정반대라면 포스의 뜻은 어느 쪽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에 대한 제 개인적 해답은 '마스터 아카마르와 마스터 모트의 생각이 다른 게 포스의 뜻이다'였죠. 우주의 의지라는 게 있다면 그건 모든 개체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무한한 다양성에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마찬가지로 공화국의 그림자라는 이야기도 서로 다른, 때로 충돌하는 수많은 마음과 행동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케드릭이나 미셸의 행적도 비판의 여지는 있다 해도 공화국의 그림자라는 이야기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는 건 변함없다고 생각해요.

    • orches 2008/07/08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주의 의지란 애매모호하면서도 다양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캠페인이나 스타워즈 세계관에서는 포스의 뜻이겠죠. 포스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자비롭다기보다는 변덕이 심하고 심술궂은 여성이었을 것 같네요. 가지고 계신 생각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새끼들 정말 불쌍해 징징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지나칠 정도로 캐릭터에게 감정이입하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셨다능 ;ㅅ;

      추신) 키르탄의 실험실과 관련해서. 일요일 밤에 아군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은 걸 보고 있음에도 다르다는 걸 로키님, 아군과 대화하면서 느끼고 있어요. 플레이 중에 언급된 s님이 빙의하신다면, 다른 캐릭터들은 한 마디씩 하면서 공격하는데 펠로스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백마를 타고 가다 멀리서 모습을 살짝 뵌 것 외에 전혀~ 관련이 없는 미셀만 짜게 식어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겁니다 (혹은 혼자만 다른 주제를 말하면서 공격하는게 아닐까 하고;;) 해서 꼭 그분이 아니더라도 다른 시스로드가 빙의될 수도 있지 않냐고 말했죠. 예를 들어 엑사르-쿤이라던지요. (다들 같이 짜게 식자는 사악한 저였구.. 절 매우 치시라능 ;ㅅ;) 아군은 엑사르-쿤이 빙의된다면 제자라고 하지만 한번도 본 일이 없으니 정작 펠로스가 짜게 식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펠로스 스승보다 콘체르토, 공화국의 그림자를 통털어 가장 인연이 깊고 카리스마가 장난아닌 시스로드 s님이 나오셔야 마무리에 어울린다고..

    • 아사히라 2008/07/08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난번에 했던 얘기중에 엑사르-쿤에 대한 얘기는 펠로스는 그에게 원한이 있으니 불타오르겠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들어 본적은 있어도 한번도 대면한적이 없으니 할얘기 하나 없겠죠.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세데스 부활론(...)은 쟈르넥의 카리스마가 좀 아쉬워서(?) 나오게 된 그냥 농담같은 이야기지요.

      그리고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의 매력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지 못하게 불쑥 튀어나온 소재로 깊어져가는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

      P.S 반감 200%상승!

    • 로키 2008/07/09 0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빙의는 검은 오벨리스크 쪽을 살리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사실 그쪽으로 간다면 중점은 어느 시스로드냐보다는 자신 안의 다크포스와 싸우는 케드릭, 그리고 그런 케드릭을 구하려고 하는 미셸의 내적 갈등 쪽이겠죠.

      제가 생각한 건 미셸이 몇몇 단역과 함께 케드릭이 잡힌 함선으로 갔다가 케드릭에게 공격당하는 거였어요. 케드릭은 시스로드 (누구든 간에.. 아마 광기라는 면에서 가장 어울리는 건 세데스?)가 씌우고 키르탄에게 조종당하는 상태고요. 그리고 미셸 외의 나머지 일행은 타르카누스든 쟈르넥이든 패러 가는 걸 생각했죠. 확실히 다들 동상이몽이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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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루키스는 포위망을 뚫고 다룬을 코루선트에 내려놓습니다. 다룬의 부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쟈네이딘은 자신은 공화국을 규합할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그런 그녀를 격려합니다. 자락스는 마스터 아카마르에게 당당하게 쟈네이딘과 함께 가겠다고 하고, 마스터 아카마르는 일단 허락하고 린라노아의 외교적 능력이 필요할 테니 같이 가라고 합니다. 사실은 감시역 두 사람은 코티에르의 죽음을 생각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지요.

아카마르: "불가능한 꿈은 여전히 꾸고 있는가, 자네도, 그도.."
린라노아: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죠. 그걸 지키느냐 혹은 무시하느냐의 차이일 뿐이고 말이죠. 꿈을 지키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요. 그렇지요?"
아카마르: "꿈을 꿀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네. 나에게 주어진 몫은 오직 생존이었으니.."
린라노아: "포기하셨나요?" 조금 어두워진 표정이 됩니다
아카마르: "생존이라는 기반 위에서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다면 상관은 없네." 잘라내듯
린라노아: "아직 꿈은 가지고 계시다는 말이군요. 그럼 되었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고 그렇다면 포스도 함께 하고 있겠죠. 언제나처럼."
아카마르: "언제나처럼, 나의 꿈은 자네들이겠지. 내가 알 수 없는 미래로 화살처럼 쏘아나가는."

한편 공화국 상공에 함대를 포진시킨 다쓰 쟈르넥은 고궤도 폭격함 '토르의 망치'로 코루선트 지상 군사시설을 폭격하면서 코루선트 우주전의 개시를 알립니다. 공화국 지원함대 사령관 로하네프 할렌은 함대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포위망 교란, 반은 토르의 망치 요격에 나서고, 포위망 반대편의 루나 마레 궤도기지에서도 포격과 전투기로 지원합니다.

다쓰 쟈르넥은 이에 맞서 스콜피온 해적단 자유선원들을 내보내지만, 코루선트에 내려가 약탈하는 데 정신이 팔렸다가 해적들은 오히려 시스 함대와 공화국 함대 사이에 끼어 아군의 공격을 방해하면서 집중 포격을 맞습니다. 할렌의 '마치 매드니스'에서 출격한 토끼 시리즈 마치 헤어 이하의 전투기 편대도 크게 활약합니다.

한편, 자락스는 평화로운 행성으로 은퇴한 파옐 르베리에 공화국 해군 제독을 찾아갑니다. 다시 한 번 공화국 함대를 지휘해달라고 부탁하고자...

감상

예, 마지막 전투가 막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마스터 아카마르와 린라노아의 대화. 아무리 아픔을 겪어도 이상을 버리지 않는 젊은 린라노아와 꿈을 꿀 여유조차 없던 삶을 반추하는 마스터 아카마르의 모습이 좋은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꿈은 곧 젊은 제다이들이라고 하는 아카마르의 말은 의외이면서도 공감이 갔습니다.1 아카마르 같은 조연과 대등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 새삼 주인공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끼게 되네요.

우주전은 갓 시작했을 따름입니다만, 나쁘지 않군요. 이리저리 얘기해보면서 짜맞추는 맛이라든지, 거시적인 전투와 그 속의 개개인에 번갈아 초점을 맞추면서 생기는 입체감과 규모감이라든지. 이번에 새로 흥미로운 인물도 많이 나왔고, 공화국도, 시스도 명령 체계가 우왕좌왕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이 참 안습..(..) 판이 짜이면서 초기의 혼란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욱 혼란해진다든지..(..))

고궤도 폭격함으로 지상 폭격을 하면서 코루선트와 우주군 보존 사이에 선택을 강요하는 시스의 냉혹한 모습과 그 도전에 정면으로 뛰어드는 공화국군의 모습도 인상깊었습니다. 판정에 건 것은 공화국의 군사적 승패가 아닌 공화국의 분열 여부였던 만큼 초반부터 그 점을 잘 살리는 도전이 된 것 같네요. 다음부터는 백병전이라든지 다양한 모습의 전투를 진행하면서 전투 상황 속의 인물 군상, 그리고 그 속에 나타나는 분열과 화합의 모습을 조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플레이까지 이제 달랑 두 시간 남았군요. 모두 그때 뵙겠습니다~


주석
  1. 미래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나간다는 말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자녀' 편에서 따왔습니다. 정체와 진취성의 대조뿐 아니라 희생 이미지도요.

    그대[부모]들은 자녀를 살아있는 화살처럼 쏘아보내는 활일지니
    궁수[신]께서는 영원의 길에 표적을 세우고 너희를 휘어 그분의 화살을 빠르게, 또 멀리 보내시느니라
    궁수의 손에 휘어짐이 너희에게 기쁨이 되게 하라
    그분께서는 날아가는 화살만큼 흔들림 없는 활을 사랑하시니.
    - 칼릴 지브란

    [돌아가기]
2008/06/29 06:50 2008/06/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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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단투인 회합장 포격 소식을 듣고 엘-라스에서 달려온 미셸, 케드릭, 펠로스 (& 티온, 탈리아.. 헥헥 많다) 일행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은 회합장을 발견합니다. 예리한 포스 감지력으로 시스의 그림자 함선을 감지해서 피해를 줄인 장본인인 파다완 이스니르 드리엘이 그들을 맞아주고, 그들은 함께 단투인 회합장 마스터들을 만나러 갑니다.

단투인 회합장의 원로 마스터 마스터 반다르는 이스니르의 감지력을 자신의 포스력으로 무리하게 확장해서 코루선트에 대한 대대적인 시스 침공과 시스의 그림자 함선의 합류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엘-라스에서 온 세 나이트에게 아우터 림의 그림자 함대 본대를 찾아내 함께 코루선트로 가라는 임무를 내리지요. 그리고 탐지기 이스니르를 덤으로 딸려보냅

그림자 함대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위치로 유력한 세른피달로 향하던 중 이스니르와 미셸은 숨은 그림자 함선을 하나 느끼고, 펠로스의 지휘와 이스니르의 인도로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해 추격전을 벌인 끝에 그들은 그림자 전투기와 탈타크'옌1 소위를 포획합니다. 그리고 그를 설득한 끝에 시스를 피해 숨어다니고 있는 그림자 함대의 임시 본부로 안내받습니다.

함대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로크락은 일행의 설득에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면서, 그림자 함대가 일단 코루선트에 모습을 나타내면 의회가 함대를 차지하려고 할 것을 저어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볼 생각이냐는 미셸의 질책과 그림자 함선은 필요하면 나중에 파괴할 수 있다는 펠로스의 설득에 결국 코루선트로 출항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감상

상당히 재밌게 한 플레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인물 간 접점이 별로 없어보여서 외전을 하지 말고 다른 걸 하고 놀자는 제안도 했는데, 단투인에서 만나 중앙으로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편한 진행이 되었습니다. 콘체르토와 외전 일행이 그림자 함대 본대를 끌어들여서 본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좋은 RP가 돋보인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도적인 입장에서 좋은 판단력과 포용력을 보여준 펠로스의 활약과 성장이 돋보였죠. 눈에 안 띄는 듯하면서도 극을 이끌어간 실마리가 된 이스니르, 그리고 이전의 순진하던 모습에 비해 한참 성장해서 헌신과 엄격함을 둘 다 보여준 미셸도 멋졌고요. (비련의 여주인공 강조가 약간 심한 듯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강조 안해도 미셸이 비련의 여주인공인 건 알아요! (..))

그렇게 주인공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서 같이 협력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이 재미의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협력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주사위 한 번 안 굴렸는데도 게임적 재미가 나온 것 같고요. 그렇게 주인공 일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조연은 적당히 안내자, 적대자, 만담 상대, 무대 배경(..) 등의 역할을 해서 좋은 장면들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웠던 점이었다면 우선 제가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리플레이에서는 지웠지만 함대를 함선이라고 한 점이라든지, 전투기에 도킹해서 탑승하는 쪽으로 한동안 이야기가 흘러간 점이라든지. 자꾸 전화하고 자리를 비우느라고 좀 주의가 산만했던 것도 같습니다. 제가 또 덜렁대는 편이기도 하고,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죠.

또 중간중간 있었던 어려움이라면... 사전 상의! 제발 사전 상의 좀! (...) 참가자 설정에는 결코 인색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진행자와 사전 상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림자 함대가 데스데모나에 있다는 참가자의 즉석 설정에 진행자가 '데스데모나가 어디죠?' 하고 반문해야 하는 상황은 좀 곤란합니다.

이건 진행자가 뭐 대단한 권한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일단 묘사하고 흐름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이상 설정을 미리 소화할 필요는 있어서 그렇습니다. 미리 몇 마디 얘기하고 조절하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전에도 여러 번 부탁했던 문제인데 별로 발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스니르의 포스 감지력이라는 아카스트님의 멋진 설정이 이번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듯, 의논이 있었으면 데스데모나 쪽도 잘 엮고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어쨌든 그리하여 그림자 함대가 중앙으로 갈 개연성도 생겼고, 마지막 전투를 위한 초석은 갖춘 것 같군요. 그러나 함대 시트가 아직 없네요. 다음번에 검토하고 바로 시작할 수 있게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 두 분은 시트 제작 부탁드립니다. 콘체르토와 이번에 새로 시작한 랩소디 인물도 등장하면 더 풍부해질 것 같으니 콘체르토와 랩소디 참가자분들 시간 되면 관전 오시고요. 다음 플레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주석
  1. 본편에서 주인공 일행의 호위 임무를 맡은 두 파일럿 중 하나입니다 [돌아가기]
2008/06/18 14:00 2008/06/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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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사히라 2008/06/18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판정 하나 없이도 재미있게 플레이 한 것 같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또 뵈요.

  2. 아카스트 2008/06/19 0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흑흑 (?).

    시트가 늦게 올라간 것은 월요일 시험이 화요일로 밀려나서였습니다. 일단 올려놓긴 했는데 좀 부실해 보이네요.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플레이 때는 드디어 케드릭이 미셸에게 이번 전투가 끝나면...이라는 말을 하면서 입술을 덮치게 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되는 건가요?

    • 로키 2008/06/19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트 괜찮아 보이는데요. 능력치와 인간관계에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나 묘사가 있어도 좋겠고 (부대의 대략의 특징, 인간관계의 간략한 사연 등), 장비 하나쯤 더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코루선트 방어 위성이라든지.. 인간관계 잔여 주사위 표시해 주시고요. 시작하기 전에 시트 검토하고 같이 얘기해보면 되니 편하게 보충하시길.

      케드릭과 미셸의 닭살 아이디어 좋군요. 대규모전 한가운데는 역시 뭔가 닭털 날리는.. 아니, 감수성 넘치는 사연이 필요하죠.

    • orches 2008/06/20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살포시 발자국 남기고 가옵니다 (>ㅅ<) 아카스트 님께서 언급하신 상황이야 별 상관없는데요. 그걸 계기로 콱 죽인다던지 하게 되면, 불편함을 떠나서 기분 나쁘죠..

    • 로키 2008/06/20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관련 깊은 조연이 그렇게 죽어버리면. 하지만 오체스님하고 상의하지 않고 케드릭을 죽이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그러기로 치면 아를란은 벌써 열두 번은 죽었을 테니..(..) 그러니 아무것도 걱정 안하셔도 돼요~ 제가 언제 오체스님 감정 고려 안하고 콱콱 밟는 진행자던가요? ㅋㅋ (오체스님: "예." 로키: "...")

      기말 끝난 거 축하드려요~ 수고하셨고요, 신나는 방학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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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심한 손상을 입은 벤젼스에서 심한 손상을 입은(..) 다룬을 데리고 탈출하려 하나, 시스측 그림자 함선의 공격 때문에 마탄의 사수가 모는 루키스 엑스 움브라와 합류하지 못하자 우주복을 입고 벤젼스에서 우주공간으로 탈출합니다. 제다이들이 내리는 지시에 따라 루키스가 정확하게 응사하자 결국 시스는 물러나지요. 다쓰 세데스의 함선이었고 린라노아가 자락스에게 스승 나이트 에카테스를 잃은 곳인 벤젼스가 심한 손상으로 침몰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감회에 잠깁니다.

루키스에 탑승해서 코루선트로 귀환하다가 그들은 그림자 함선 일부 획득으로 자신감을 얻은 시스가 대거로 코루선트를 침공하는 광경을 보게 되고, 두 제다이와 마탄의 사수는 바로 코루선트에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세력을 모아 코루선트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다룬을 직항 항로에 있는 다른 행성에 내려놓을 것인가 의논합니다. 다룬은 자신보다는 쟈네이딘을 코루선트에서 피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스의 포위망 완성 후라도 재돌파할 확률이 높다는 계산 하에 그들은 포위망이 완성 중인 코루선트로 뱃머리를 돌립니다.

감상

이번은 플레이를 비교적 짧게 하고 (리플레이상 불과 8쪽) 나머지 시간은 우주전 관련 논의와 제작으로 보냈습니다. 특히 판정에 무엇을 걸 것인가 가지고 꽤 토론을 길게 했는데, 결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결말을 완전히 확정하지는 않고 여백을 두도록, 그리고 어느 쪽이 판정에 이기든 재미있는 결과가 되어서 양쪽 다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 정하느라 머리를 싸맸죠.

토론 끝에 일단 공화국이 군사적으로 이기긴 하되, 서로 단합하느냐 아니면 서로 불신하고 분열하느냐를 결과에 걸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생각해 보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해온 캠페인의 결산에는 그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조그만 마을이든 공화국 전체이든 시스는 캠페인 내내 분열책을 써왔고, 그 분열이 캠페인의 주요 갈등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결말의 구체적인 모습은 서술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채워넣을 여지도 남고요.

플레이 자체는 짧았지만 즐겁게 했습니다. 포스 감각에만 보인다는 그림자 함선의 설정은 포스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분리하려는 의도가 짙었는데 (그 때문에 다룬 오르가나가 제다이를 미칠 듯 불신하면서 시스와 손 잡을 생각을 했고), 제다이가 마탄의 사수의 눈이 되어 함께 시스를 공격하는 대목은 그런 분리와 불신을 깨끗이 부정한다는 점에서 유쾌했습니다.

한편 우주공간에 무방비 상태가 된 제다이와 의원, 그리고 그들을 구출하는 비 포스능력자 시민이라는 장면 구성은 코루선트에 포위당한 공의회와 의회, 그리고 코루선트를 방어하고 탈환해야 하는 나머지 공화국의 모습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공화국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이제 도움을 받을 처지가 되었다니 말이죠.

자락스가 린라노아의 스승을 죽인 벤젼스가 그게 벤젼스였던 건 잊고 있었지만  침몰하는 모습을 둘이 같이 지켜보는 대목도 인상깊었습니다. 제다이와 시스의 적대감, 그리고 과거의 아픔을 함께 극복한 모습은 캠페인을 통해 주인공 일행이 지향해온 화합의 좋은 예인 듯하네요. 그런 면에서 벤젼스 (복수)가 리뎀션 (속죄)이 된 점도 시사적이고요. (그리고선 속죄가 박살났..(...))

캠페인의 중요한 대립항이었던 자락스와 다룬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반말도 하고 욕도 하는 다룬이라든가, 어느새인가 적대감은 없어지고 (다룬 쪽에서 일방적이었지만) 악감정 없이 말다툼하는 모습, 쟈네이딘에 대한 마음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점 등. 결국 공화국의 그림자에서 쭉 다뤄온 이야기는 수많은 인물의 인연과 마음, 그리고 그 변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재미있는 이야기는 인물에게서 나오기에, 인물의 관점과 내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RPG라는 매체의 강점이 아닐까 해요.

다음번에는 시스와 공화국 함대를 다듬은 후 몇 회에 걸쳐 대규모 우주전 판정을 하고, 어쩌면 에필로그쯤 한 후 끝날 것 같습니다. 끝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면서도 섭섭하네요. 함께해주신 두 분께 감사하고,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요~ 리플레이 협찬해 주신(?) 아카스트님께도 더욱 감사를.
2008/06/09 05:37 2008/06/09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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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카스트 2008/06/10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짓말! 협박했잖아요!

    (로키님 귀는 당나귀 귀~)

  2. 이방인 2008/06/13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주에 급한일이 좀 생겨서 참가 못할것 같습니다 ;ㅅ; 뭔가 대 전투를 준비하는 외전이라도(...?..)
    죄송합니다 ;ㅅ;

  3. 아사히라 2008/06/14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훗 저는 참석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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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외전입니다. 전혀 다른 걸 쓰려고 했는데 아를란이 끼어들어서..(...) 외설은 딱히 없지만 슬쩍 언급은 있고, 좀 잔인한 묘사도 나오니 주의하시고요. 욕설도 약간 나옵니다.

시간상으로는 본편 50화 직후이며, 47.9화, 7화9화 내용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체스님과 한 6월 2일 왕닭살 콘체르토와 갈등이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서, 아마 아를란이 갑자기 외전 써달라고 보챈 게 그 플레이 때문인 것 같네요.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혼동하지는 마라."
- 자락스 토레이

화염 한가운데 두 자루의 라이트세이버가 맞부딪치고 있었다. 세이버의 주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이글거리는 불길 사이로 차갑고 곧은 두 줄기 빛은 또렷이 보였다. 치명적으로, 경쾌하게 현란한 솜씨로 공격하고 막는... 마치 거인의 주먹이 부수고 들어간 듯 건물 한가운데 난 구멍에서는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향해 불길한 꽃처럼 피어올랐다.

필리스, 불러보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불타는 건물에서 불어오는 열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건물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뛰며 접근하는 동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건물은 점점 가까워 왔고, 동시에 불길도 높아가기만 했다. 머리 위로는 보이지 않는 함선들과 공화국 비행정들이 선회하고 상승하다가 때로는 위태위태할 정도로 건물 지붕 위로 낮게 스쳐갔다.

저 건물에 닿으면 어떻게 할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세이버 실력이 자신을 훨씬 상회하는 데다 건물이 저 지경으로 불타는데도 나올 생각이 없어보이는 두 자매를 어떻게 싸움을 말려서 데리고 나올지 하는 대책따위 있을 리가. 그저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귓가에 방망이질치는 심장의 박동만이 발길을 재촉했다.

건물 지붕으로 건너뛰자 착지 순간에 다리를 때려오는 강한 충격을 그는 무릎을 굽히며 흡수했다. 그리고 지붕 가장자리까지 달려가자 이제 바로 옆 건물에서 싸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붉게 날름거리는 화염 사이로 분간할 수 있었다. 숨쉴 때마다 검은 연기와 불길의 열기가 가슴을 뜨겁고 답답하게 덮쳐왔다. 비상 사이렌과 대피 안내가 혼란 위로 울렸다.

'다시 안내드립니다. 공습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하여서 안전한 경로로 지정한 방공호로 이동해 주시기..'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떻게 건물로 들어갈까 생각하며 발길을 옮기는 순간 뭔가 포스 감각을 스쳐가더니, 허공에서 발사된 빔이 이미 화염에 휩싸인 건물을 훑고 지나갔다. 굉음과 함께 건물은 연기와 먼지를 거대한 벽처럼 올려보내며 내려앉기 시작했다. 라이트세이버 빔과 두 전투원의 모습을 검게 삼키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뭔가 고함을 지른 것 같기도 했다. 머릿속이 하얘진 채 그는 몇 달음에 건물을 뛰어내려가 내려앉는 건물을 향해, 필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런 순간에 그녀 곁에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같이 죽겠다는 순간적인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또 다른 비명이 그를 붙잡았다.

돌아보자 건물 몇 채를 건너, 조금 전의 포격을 맞은 듯 역시 불길과 연기가 오르는 주거용 아파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서 윗층 창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10층이 넘는 창가에 사람 모습이 보였다.

아를란은 피나틸리아와 그녀의 동생을 삼킨 건물을 한 번 돌아보았다. 아파트 건물에 갖힌 사람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다시는 그에게 소중한 모든 것을 가만히 앉아서 잃지는 않으리라고 맹세했었다. 다시 그런 상실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다짐했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에게 뭐라고 필리스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가.

그러나 머릿속의 차분하고 냉정한, 낯선 목소리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피나틸리아와 나이트 로어틸리아는 포기해야 했다. 그들이 자력으로 나올 수 있다면 그가 가서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나올 수 없는 상태라면 구하려다가 같이 죽을 가능성이 더 컸고, 아파트 건물은 불길 때문에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저 위에 갖힌 사람도 죽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네 명이 죽을 수 있는 선택과 최선이라면 넷이 다 살 수 있는 선택 사이, 그 산술적 결론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이미 아를란은 달려가고 있었다. 심장을 움켜잡은 손을 뿌리치는 것 같은 고통에 순간 숨이 막혀왔지만, 자신에게 깊이 생각할 시간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는 안타깝게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헤치고, 연기가 뿜어나오는 입구에 어떻게든 들어가보려는 구출자들을 훌쩍 뛰어넘어 창틀 하나에 매달렸다가 그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기침하며 간신히 균형을 잡고 다시 도약해 홈통 위에 선 순간, 열기 때문에 홈통이 크게 휘어졌다. 세상이 뒤집히는 아찔한 순간이 지나가고, 무작정 손을 뻗자 다른 창틀이 손에 잡혀서 위태위태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 이제 10층 이상 올라왔을까. 저 아래서 올라오는 놀란 비명들이 뒤늦게 귀에 들어왔다. 창틀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며 아를란은 위로 올라갈 길을 살폈다.

오래 전, 머나먼 행성에 있는 또 다른 건물 밖에 이런 식으로 위태하게 매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지금의 스승과 파다완 센 테즈나가 그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당장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가 죽는지 사는지 신경이나 쓰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은 잊을 수 없었다. 이용하고 내버릴 쓰레기에 눈길을 준 멍청한 제다이가 있었기에 그가 오늘날 여기 있다는 사실만은.

아를란은 다리를 크게 굽혔다가 다시 뛰어올라, 잡히는 창틀을 붙잡고 올라가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안타깝게 창밖으로 몸을 내미는 여자와 바로 마주쳤다. 힘없이 칭얼거리는 품안의 아기가 휘두르는 자그마한 손이 얼굴에 가볍게 부딪혔다.

로크린을 생각하고 있어서일까, 갓난 멜리나를 안은 소니아를 떠올린 것은. 따를 대상을 간절하게 찾고 있던 그에게 형이나 스승과도 같았던 쟈겐트의 관심을 송두리째 가져간 모녀. 소니아를 미워했던 것은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을까. 영링 시체 사이에 선 멜리나를 생각하자 가슴이 저려왔다.

여자는 순간 놀라서 창틀에서 흠칫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는 팔을 뻗어 다짜고짜 허리에 팔을 두르고 창틀로 끌어올렸다. 어디선가 폭음이 들리면서 건물이 흔들리자 창틀을 붙잡아 균형을 유지하다가 손이 데인 것을 깨닫고 서둘러 뗐다. 실내의 검은 연기 사이로 붉은 기운이 섞여오고 있었다.

"애 놓치지 말아요."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여자를 꽉 끌어안아 둘 사이에 아기를 고정시킨 그는 건물 밖으로 몸을 날렸다.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폭음이 바로 쫓아왔고, 뜨거운 충격이 등에 세게 부딪치면서 그들을 더 멀리 밀어냈다.

비행 (飛行). 그는 날개 없이 날고 있었다. 불타는 건축재, 반짝이는 무수한 유리조각과 함께 도시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내리며 그는 이 순간 코루선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했다. 불길과 연기의 너울에 죽음과 파괴라는 현실을 아스라히 감춘 채, 슬픔도, 고통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 도시. 생명만큼이나 덧없이 그렇게...

밑에서 땅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도시의 소음도 다시 귀를 때려왔다. 있는 대로 포스를 끌어올려 추락의 속도를 늦추고 여자와 아이를 몸으로 감싸면서 무릎을 굽혔지만, 아무리 충격을 흡수하려고 해도 착지의 순간 다리를 따라 전류처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은 곧 쓰린 고통이 되었다. 그는 무릎을 꿇으며 아이와 여자를 땅에 쏟아내듯 내려놓았다. 아기의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들리자 가슴 속에 안도감이 꿈틀거렸다. 저렇게 조그마할 때부터 이미 고통은 삶의 증거일까.

"제다이 선생님, 괜찮으세요? 등에 피가...!"

온몸이 욱신거리고 포스를 갑자기 쏟아내서 몸이 텅 빈 듯 기운이 없었다. 가까스레 고개를 들자 아기를 안고 일어서서 그에게 몸을 숙인 여자, 그리고 그 너머로는 필리스와 그녀의 동생이 전투를 벌인 건물이 보였다. 이제 완전히 무너져내려 연기와 불길만 오르는...

그는 고개를 떨구며 보도를 맨주먹으로 세게 내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손이 까지면서 아려왔지만 부족했다. 지켜줄 수 없다면 곁에 있기라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마저 어겨버렸다.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다시 눈뜨고 지켜보아야 했다.

"제다이 선생ㄴ-"

"꺼져."

그는 선생 같은 게 아니었다. 그런 칭호를 들을 자격이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그의 스승이나 나이트 린라노아였지, 자신을 사랑한 적 없는 여자 때문에 넋이 나간 애송이가 아니었다. 치밀어오르는 고통을 삼키며 아를란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애새끼 데리고 방공호로 가. 공중에서 훤히 보이는 데서 표적이 되고 싶어?"

그의 눈빛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여자는 흠칫 놀라더니 아이를 보호하듯 감싸안으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를란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생 다시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너져버린 건물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아직 저릿하게 아파오는 다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잠시 휘청거렸다. 건물에 포스 기척은 일체 없었다. 열과 폭발에 휘고 변형된 건물 뼈대와 금속 틀이 눈에 들어왔고, 재와 연기가 매캐하게 눈과 폐를 찔러왔다.

이 재 중에는 피나틸리아도 있을까. 그가 몸을 떨며 머리를 기대곤 했던 하얀 가슴도, 마치 유리로 된 듯 소중하게 붙잡고 입맞추었던 가느다란 손도 저 건물의 잔해 아래 검게 타서 살이 뼈에 눌어붙고, 숯덩이가 되어 두개골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 위로는 하얗게 녹은 안구가 기묘한 눈물처럼 흐르고 있을까. 그렇게 생전에도 사후에도 똑같은 두 시체가 얽힌 채...

"아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지독하고 독살스러운 다쓰 세리트가, 어린애를 학살해댄 전 나이트 로어틸리아가 그렇게 갈 리가 없었다. 둘이 어떻게든 탈출해서 이 파괴와 화염의 지옥을 벗어났다고 생각해야만 했다. 두 사람을 얽맨 과거도, 소속도 모두 버리고 자유로워졌다고. 그러지 않으면 맨손으로 저 잔해에 달려들어 뒤지다가 미쳐버려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별할 정신조차 남지 않을 테니까.

"떠나버려요, 이곳을..."

코루선트의 하늘을 향해 쏟아지는 연기와 날름거리는 불길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파다완 아를란은 다리를 절며 도시의 건물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한 줄 요약: '아를란, 창문으로 침입해 애엄마 보쌈하다.' 긴 캠페인을 거치며 모든 인물이 변화를 겪었지만, 가장 성장의 여지가 많았던(..) 아를란군이 제일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심히 거칠고 덜 다듬어졌지만 시스로 자라난 사람에게 제일 어려운 구분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차이를 깨달았고, 제다이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자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모든 성장이 그렇듯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따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또한 동환님과 얘기했던 로어틸리아와 피나틸리아의 두 가지 가능한 결말, 즉 '같이 사망'과 '같이 탈출'을 둘 다 암시해보았습니다. 저는 전자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진행할 때 죽음에 더 가까운 묘사를 했고 이 외전에도 그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겠죠. 무엇보다 건물이 무너지던 순간은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아를란을 포함한 모든 목격자가 혼란 상태라 믿을 만한 목격담은 없기도 하고요.


2008/06/08 00:43 2008/06/0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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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일행이 공의회로 돌아오는데 코루선트 주변의 통신 위성이 보이지 않는 함선에 의해 파괴당하기 시작하자, 피나틸리아는 혼란을 틈타 움직일지도 모르는 로어틸리아를 막으러 코루선트에 남겠다고 합니다. 아를란은 함께 남겠다고 하고,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루키스 엑스 움브라를 끌고 라이튼 우주기지로 향합니다.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의 그림자 함선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쫓습니다.

포격으로 폐허가 된 라이튼에 도착한 자락스와 린라노아는 벤젼스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지만 완전 파괴는 되지 않는 것을 목격하고, 함교에 있는 마탄의 사수 용병단과 연락해서 그들을 루키스로 대피시킨 후 다룬이 다쓰 세데스를 유인한 연회실로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룬을 고문하고 있던 다쓰 세데스와 대치합니다.

코루선트가 시스가 조종하는 그림자 함선의 공습을 받으면서 제다이가 그림자 함선들과 맞서자 로어틸리아는 제다이를 공격하고,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의 그림자 함선에 침입해 싸움을 벌입니다. 그리고 함선을 주변 건물에 충돌시키지요. 화염에 휩싸인 건물 안에서 두 자매는 비틀린 삶 속에서 이렇게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듯 결투를 벌입니다. 건물이 두 사람 위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까지도.

세이버 결투를 하며 이전에 제다이였던 당신이 왜 이제는 평온을 찾을 시도조차 하지 않느냐는 린라노아와 자락스의 추궁에 다쓰 세데스는 처음에는 비웃다가, 린라노아에게 팔을 잃고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평온과 정의라는 거짓에 다시 속아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질 것 같느냐고 울부짖습니다. 자락스는 고통을 끝내주겠다며 그런 옛 스승의 숨을 끊습니다. 린라노아와 자락스는 죽은 시스 로드를 뒤로 하고 다룬을 데리고 탈출합니다.

감상

끝이 다가오는군요. 동환님의 마지막 참가이기도 했고, 피나틸리아, 로어틸리아, 다쓰 세데스 같이 비중 있는 조연 (그리고 주연)들이 퇴장하는 화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플레이 분량만큼 많은 잡담 분량을 자랑하는..(..)

플레이 후 토론에도 얘기했지만 캠페인이 길어지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강력하고 존재감 있는 조연들의 변화입니다. 정확히는 주인공의 변화지만요. 초기에는 주요 조연을 주인공으로서는 닿을 수 없는 존재처럼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번 화에 세데스가 아무리 미친 짓을 해도 주인공들은 분노하는 대신 그를 이해하고 오히려 동정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미안 세데스 당신 약발도 떨어졌어 (?)) 그것이 바로 주인공들의 변화이며, 어떻게 보면 캠페인의 진짜 이야기겠지요.

다룬 도련님은 다쓰 세데스에게 걸려서 어제 오체스님에게 얘기한 공식마냥 (옛날 다룬) - (오른팔) - (왼쪽 눈) = (현재 다룬)이 되었습니다. 다쓰 세데스를 일부러 끌어들이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었던 만큼 각오는 하고 있었겠죠. 기왕 죽는 김에는 형을 죽인 다쓰 세데스를 데려가자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시스 로드들: '미안 그림자 함선도 몇 대 있는 김에 코루선트 직접 침공할게'), 다쓰 세데스는 벤젼스 구조라면 꿰고 있으니 벤젼스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결정적인 위치의 폭발물을 제거해서 폭발 시점에 완파는 일어나지 않았죠.

목적을 직접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다룬이 중앙으로 세데스를 유인하고 그의 존재가 제다이들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세데스의 죽음을 일으키긴 했으니 복수 (Vengeance)에 성공한 것일까요. 그러면서도 다쓰 세데스가 속죄 (Redemption)로 이를이 바뀐 함내에서 죽었다는 것도 나름 재밌어하는 1人. 난 말장난이 왜이렇게 재밌..(...)

이번 화는 다쓰 세데스 외에 피나와 틸이 간(..) 화이기도 하군요. 둘의 얘기를 완전히 끝내려고 분할 진행을 하기로 합의를 보았는데, 노는 참가자가 생기고 진행자는 바빠진다는 면에서 (엉엉) 자주 하기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장면을 전환하면서 하는 방식이 극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동환님이 전환 시점과 완급 조절 등에 도움을 많이 주기도 하셨고요.

두 자매의 최후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실종이지만) 비장하면서도 한편 화해 분위기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그러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비극이고요. 똑같이 닮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반대인, 그리고 언제나 반대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을 통해 정체성과 도덕성의 문제 등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멋진 RP 외에도 동환님은 부진행자나 다름없이 발상을 내고 진행을 도우시는 등 플레이를 많이 풍요롭게 해주셨죠. 완전 종결 전에 떠나셔야 하는 건 아쉽지만, 쌍둥이 자매 이야기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많이 기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 군대 잘 다녀오시고요, 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2008/06/02 22:22 2008/06/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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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년H  2008/06/02 2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복수와 속죄는, 그러나 영상으로 보이는 게 아니니 알아차리기 좀 (...)

    피나-틸의 실종이야 그런 때는 해석을 많이 할 수 있는 게 좋은거죠. (..)

    아무튼 다른 분들 즐거운 플레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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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41화에서 이어집니다.


"선미에 화재 발생! 방어막 강도 60%!"

"진압반을 파견하라! 에너지를 방어막으로 돌린다!"

다시 포격에 뱃전이 크게 흔들리자 다쓰 쟈르넥은 함장석 의자 등받이를 잡고 균형을 유지했다. 이것들이 어디에서 쏘아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쏘는 위치를 계산해서 응사하라고 그렇게 지시를 해대도 영 못하고 있자 열불이 터져서 오퍼레이터 하나를 죽여버린 후로 그래도 조금은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었지만.

계속 응사한 끝에 보이지 않는 공격자 하나도 피해를 입은 듯 빗발치는 빔도 조금은 적어졌지만, '맨티스'는 쉬운 희생양이 될 것 같으니 정비와 보고를 위해 귀환했을 뿐이리라. 쟈르넥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이라도 탈출정으로 달려갈 수도 있었지만, 맨티스를 두고 떠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호위선을 잃은 후 기함까지 잃는 실책을 저지르고 그가 얼마나 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뭐, 같은 굴욕을 다른 놈에게도 안겨주기는 했지만. 그 생각이 나자 이 상황에서도 입가에는 악의어린 웃음이 번졌다. 불행히도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기는 해도... 그를 이곳으로 보낸 다쓰 세리트에게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그는 정면에 다가오는 소행성대에 숨을 것을 지시했다. 최소한 이것들의 위치를 제대로 계산할 여유는 벌기를 빌며.

소행성 사이로 지나가면서 다쓰 쟈르넥은 계속 뭔가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중과부적으로 쫓기는 상황 때문인가? 엄청난 위험이 거대한 그림자처럼 덮쳐오는 이 기분은...

그 순간 다시 굉음과 함께 맨티스가 크게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경보가 울렸다.

"우현 제 2 추진기가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방어막 방사기 기능 78%!"

"당장 수리반을 파견해!"

악을 쓰듯 지시를 내린 다쓰 쟈르넥은 함교의 조명이 깜박거리고 뱃전이 기우뚱하는 동안 감각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포스... 설마 포스 감각인가? 기기에조차 잡히지 않는 이 괴함선들을 느낄 수 있다면...

"다쓰 쟈르넥! 202, 205에서 어뢰 2정입니다!"

비명에 가까운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에 그는 퍼뜩 집중에서 깨어났다.

"유도 장치 마주 발사하고 회피 이동이다, 제기랄! 여분 에너지를 전부 추진기에 돌려! 이번에 격추당한다면 네놈부터 뒈질 줄 알아!!"

최소한 어뢰는 보이고 기기에 잡히기는 했다. 추격해오는 어뢰를 피해 맨티스는 절름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소행성 사이로 움직였다. 어뢰 하나는 유도 장치를 따라갔고 다른 하나는 소행성에 맞았지만, 소행성의 파편을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다시 맨티스는 격동했다. 전원이 나갔다가 비상 전원이 들어오면서 함교는 잠시 어두워졌다가 어렴풋이 밝아졌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제 지긋지긋한 이상 보고를 반쯤 흘려들으며, 선체의 격한 움직임에 순간 무릎을 꿇었던 다쓰 쟈르넥은 천천히 일어섰다. 아무리 입맛이 써도 맨티스는 버려야 했다. 여기서 이 버러지 같은 것들과 같이 죽을 수는 없었다. 입을 열어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307.195 방향! 순양함입니다!"

"무슨? 선체 식별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공, 공화국 우주군입니다!"

순간 다쓰 쟈르넥은 오퍼레이터를 하나 더 보내버려야 하나 생각했다. 공화국 영역을 벗어난 이곳에 왜 공화국 군대가 나타난다는 말인가. 그가 미처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비명과 같은 보고가 들려왔다.

"빔 무기를 충전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진이 이런지 속으로 쉴새없이 욕을 하며 쟈르넥은 명령을 내렸다. 더 맞았다가는 맨티스는 견뎌낼 수 없었다. 이 이상 타격이 있으면 탈출정까지 갈 시간조차 벌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무조건 회피한다! 우현의 소행성 뒤로!"

작동하지 않는 추진기를 보정하면서--이것들이 아직도 수리를 못하고 있다니, 손이 라이트세이버를 잡고 싶어서 근질거렸다--선회하는 동안 오퍼레이터는 공화국군 순양함의 주포 발사를 알려왔다. 이제 거의 절망하며 다쓰 쟈르넥은 충격에 대비할 것을 명령했다.

충격은 끝내 오지 않았다.

"다쓰 쟈르넥!"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부름에 쟈르넥은 뷰포트를 살폈다. 분명 순양함은 포를 발사하고 있었지만, 빔은 맨티스를 지나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러는 것 같았지만 빔은 허공을 가로질러가지 않고 분명 뭔가를 맞추며 사라져갔다. 가끔 빔이 사라지는 곳에서는 빈 우주공간에서 우주선 부품과 금속 조각이 떨어져 나와 흩어졌다.

소행성 뒤에 일단 몸을 숨기고 급한 수리부터 명령한 뒤 다쓰 쟈르넥은 순양함과 보이지 않는 함선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아까 전에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었다. 분명 보이지 않는 함선은 포스 기척을 발산하고 있었고, 방향을 바꾸어가며 포를 발사하고 있었지만 두 대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정확하게 감지하고 응사할 수 있는 저 순양함에 탄 것은 그렇다면 포스 능력자이거나 감지 기술이 있는 자들이 틀림없었다.

'저 함선을 얻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함선이 있다면 왠만한 상대에 대해서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그 자신 포스 능력자인 그조차 처음에는 이렇게 애먹일 수 있다면, 빠르고 치명적인 기습에 저 함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라.

"우리도 여기서 응사한다. 내 지시에 따르도록."

그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에도, 기계에도 보이지 않는 함선을 상대하려면 차라리 이쪽이 나았다. 아까 전에는 신경을 성가시게 건드리기만 하던 감각이 이제는 뚜렷하게 잡혀왔다. 그는 조용히 함선의 존재를 느껴보며 각도를 추정해서 사격 방향을 알렸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명중률은 반 이상이었고, 두 함선은 곧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보자 공화국 순양함은 맹공격을 펼치며 그 중 하나에 접근하고 있었고, 또 하나의 투명 함선은 맨티스가 엄호물로 삼은 소행성을 돌아 사격선을 확보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추진기 수리 상황은?"

"45% 출력을 확보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했다.

"우현으로 소행성을 돌아가면서 내가 지정하는 방향으로 사격한다."

그의 생각이 옳다면 저 공화국 순양함 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각개격파. 저쪽 함선을 순양함이 처리한 후에 순양함이 이쪽으로 돌아온다면 이쪽의 보이지 않는 함선 하나를 포획할 수 있었다. 맨티스의 앞발이라면... 그는 언제든지 펼칠 수 있도록 앞발 상태를 점검할 것을 명령하며 아직 이쪽의 상대 위치 파악이 정확하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종종 틀린 방향으로 응사를 명령했다. 몇 번이나 상대의 빔이 바로 근처를 스쳐갔지만, 주의깊게 거리와 각도를 유지해서 더 이상 심한 피해는 없었다.

순양함 쪽이 상대하고 있던 함선의 포스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공화국 순양함은 이제 조종하는 사람이 포스 능력자라는 사실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남기지 않는 빠른 속도로 소행성 사이를 질주해 투명 함선을 맨티스 쪽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쟈르넥은 지시를 내렸다.

"맨티스의 앞발을 펼친다! 177.15 방향으로 전속력 전진, 내가 지시하면 멈추면서 앞발을 닫는다."

마치 그림자 춤을 추는 것 같은 전투 상황에 부하들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그의 지시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그들은 서둘러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공화국 순양함과 맨티스는 마치 충돌하기라도 하려는 듯 서로 상대를 향해 돌진했고, 순양함--'스텔러'라는 선명이 얼핏 보였다--이 뷰포트에 빠르게 다가오자 함교 여기저기서는 놀란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다.

"멈춰! 앞발을 움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묵직한 충격이 오고, 맨티스의 앞발이 드드득 하는 진동과 함께 정말로 뭔가 움켜잡자 함교에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포획했군. 짜증나는 그림자 놈."

그의 말에 부하들은 순간 어쩔 줄 모르고 서로 마주보다가 처음에는 한두 명, 그리고는 모두 환호성을 터뜨렸다.

'독을 품은 먹이입니다, 다쓰 쟈르넥.'

갑자기 머릿속을 울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순간 흠칫했다. 벨벳처럼 흐르면서도 뭔가 꺼림칙한 것을 품은 그 어둠에. 분명히 다급한 말을 전하고 있으면서도 포스 텔레파시의 목소리는 느긋했다.

'지금 놓으십시오.'

함교 배치 인원이 웃고 환성을 지르며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 다쓰 쟈르넥은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놓는다. 지금 당장."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살아남았다는 기쁨으로 분출하던 부하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순간의 정적을 삑삑거리는 계기가, 그리고 한 오퍼레이터의 비명과 같은 보고가 갈랐다.

"다쓰 쟈르넥! 일리리움 에너지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자폭할 생각인가. 서둘러라."

다급한 상황인 줄 알면서도 그는 씩 웃음이 나왔다. 지독한 것들. 적어도 이 기술을 개발하고 책임진 것은 시스 로드나 여느 군벌은 아니었다.

'공화국 아니면 제다이... 혹은 둘 다인가.'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다. 굳이 저렇게 알려준다면 맨티스의 가치는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뜻이겠지.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함교 인원이 작업하는 시간은 2초를 넘지 않았다.

"맨티스, 먹이를 놓았습니다!"

앞다리의 연결 부위가 몇 군데 나가는 것을 그에게 굳이 승인 받는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은 점도 그렇고, 오퍼레이터 감독관을 승진시킬 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명령을 내렸다.

"전속력으로 이탈한다. 탈출정이나 메시지 실린더를 배출한다면 바로 포획한다."

어차피 잡자마자 놓을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늦을 뻔 했다. 벗어나면서도 폭발의 위력에 맨티스는 잠시 흔들렸다. 어차피 제때 벗어나지 못할 것은 알았으면서도 맨티스를 같이 데려가려고 기다렸으리라. 지휘관이 누구인지 한 번 얘기라도 해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감상적인 생각을 억누르고 그는 통신병의 보고에 주의를 돌렸다.

"다쓰 쟈르넥, '스텔러'에서 연락입니다."

"화면에 보이게."

화면에 나타난 인물의 목소리를 듣기 전에도 그는 조금 전 텔레파시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파충류에서 진화한 지성 있는 종족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 여자는 그로서는 처음 보는 종족이었다. 보았더라면 잊을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온 우주를 내려보는 듯 우월감 어린 표정, 느긋하고 치명적인 우아함. 매끈한 녹색 비늘에는 선내의 밋밋한 조명마저 따스한 빛이 되어 은은하게 흘렀다.

"처음 뵙겠습니다, 다쓰 쟈르넥. 다쓰 루-한이라고 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동작은 정중하기는 했지만 공손하지는 않았다. 근거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그 오만한 자신감은 이제 조금씩 주황빛이 돌고 있는 비늘 이상으로 그녀의 일부일 테니까. 그 작은 동작에 자신도, 그리고 함교 인원도 남녀 할 것 없이 눈이 쏠리는 것을 깨닫고 그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

"제때 잘 와주어서 고맙소. 도대체 어떻게...?"

"자세한 얘기는 대면해서 하기로 할까요."

푸른 입술이 작게 미소짓는 동안에도 마치 부정한 비밀을 품은 검은 웅덩이 같은 눈은 웃지 않았다. 그 눈에 비친 빛은 모두 원래와는 전혀 다른 색이 되어 물 위에 뿌린 기름처럼 어둑한 붉은빛과 녹색, 보라색으로 번들거렸다.

"저와 동료가 잠시 건너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도킹이 되시면 포트를 열겠습니다."

긴 생각이 필요한 얘기는 아니었다. 어차피 맨티스의 지금 상태로는 스텔러에게서 벗어나거나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 요청은 형식일 뿐이었다. 죽일 생각이라면 이미 죽였을 테고, 그는 이미 포로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들이 건너온다고 변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허락을 구하고 그의 손님으로서 맨티스에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동맹 제안이나 다름없었다.

도킹 허가 명령을 내리고 손님들을 맞으러 도킹 포트로 부함장을 내려보냈던 다쓰 쟈르넥은 도킹 포트를 연 순간에야 느꼈다. 몸과 마음을 엄습해오는 한기, 바닥이 없는 어둠과 광기의 존재를. 자신의 고함소리조차 방망이질치는 심장에 묻혀버린 채 그는 비명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함교 문을 봉쇄하고 방벽을 내려! 선내 전원 전투 태세를 갖춘다! 지금 당장!"

"예?"

오퍼레이터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라이트세이버를 뽑아들고 있었다. 포트로 내려보낸 부하들은 이미 죽었으리라는 짐작은 포트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을 때 확신이 되었다. 아마 부하를 모두 죽이려는 생각은 아니리라. 함교로 오는 길에 방해가 되면 벨 뿐. 이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그리고 미주알 고주알 일러바쳤을 그 계집애, 다쓰 세리트를 저주할 수밖에.

봉쇄한 함교 문이 덜컹거렸다. 문 밖에 그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열리려고 합니다! 봉쇄가 듣지 않습니다!"

부하들이 블래스터를 꺼내며 문에 겨누는 동안 라이트세이버를 무력하게 들고 선 다쓰 쟈르넥이 느낀 감정은 절망이었다.

"다쓰 쟈르넥! 명령을..."

"블래스터 내려."

반쯤은 신경질적으로, 반쯤은 자포자기한 그의 명령에 부하들은 놀라서 쳐다보았다.

"미친 짐승을 더 성나게 할 셈이냐? 개죽음당하기 싫다면 블래스터 내려라."

그가 바로 죽을 것이 아니라면, 아직 그의 짐작대로 맨티스 함장으로서 수명이 남았다면 훈련받고 경험도 있는 인원을 이렇게 죽이는 것은 낭비였다.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그는 억지로 열리는 함교 문에 다가섰다. 그리고 마침내 포기한 한숨과 같은 치익- 소리와 함께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남자에게 애써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군요. 마중하러 제가 보낸 부하를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쓰 세데스."

아무 대답이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스 로드의 모습은 변해 있었다. 넬반에서 '그림자 나이트'를 죽였다더니, 코티에르가 곱게 가지는 않은 듯 얼굴에는 커다란 흉터가 닫히고 일그러진 눈꺼풀에서 시작해 얼굴 오른쪽을 따라 내려갔고, 한쪽 다리를 저는 걸음걸이는 이전처럼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치명상이 아닌  이상 상처 입은 맹수는 여전히 위험한 법. 다쓰 쟈르넥은 자세를 낮추고 세이버를 들었다.

변함없이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을 한 합, 두 합, 세 합까지는 막아냈다. 시야가 제한받는 오른편을 노려서 반응이 반 박자 늦었을 때는 어쩌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 오른편을 향해 페인트 공격을 하자 다쓰 세데스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정확한 시점에 쳐낸 순간까지는. 라이트세이버가 손에서 날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다쓰 쟈르넥은 미친 짐승이 교활하기까지 한 우주는 불공평한 곳이 아닐까 잠시 고민했다.

뒤로 피하면서 포스를 발동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눈앞에 붉은 빛이 번쩍하면서 얼굴에 뜨거운 고통이 지나갔다. 비틀 한 발짝 물러나며 그는 얼굴을 세이버로 베인 것을 깨달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고통스럽고,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길. 라이트세이버가 희미하게 웅웅거리며 목에 닿아왔을 때 그는 순간 차라리 죽여주기를 바랐다.

"그쯤 하는 게 좋겠어요."

공기 중에 흐르는 검은 벨벳. 다쓰 루-한이 어느새 들어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어둡고 감각적인 존재감은 같은 방안에 있으니 한층 강렬했다.

"그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는 않았겠죠?"

남은 왼쪽 눈을 살짝 그쪽으로 돌렸다가 다쓰 세데스는 다시 그를 마주보았다.

"다쓰 루-한은 이미 만났겠지."

흉터 때문에 비틀린 웃음은 이전보다도 더 위협적이었다.

"이 함선과 헬스카에 남은 네 함대는 확실히 쓸모가 있다. 그림자 함선을 얻기에 지금보다 좋은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지. 힘을 다해주도록... 동지."

그가 세이버 끝으로 볼을 툭툭 치자 화끈거리는 아픔에 다쓰 쟈르넥은 이를 악물었다.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얼굴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 고통도 굴욕감에 비하면 약하기만 했지만.

"맨티스도 수리해야 할 테니, 코리반으로 항로를 잡도록. 네놈 함대도 불러라."

다쓰 세데스는 라이트세이버를 끄고는 보라는 듯 등을 돌렸다. 분노와 모멸감으로 떨며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쓰 쟈르넥은 다쓰 세데스의 등에 대고 말을 내뱉었다. 어쩌면 죽고 싶은 것일까.

"그 잘난 '검은 재앙'은 어디다 처박아 두고 공화국군 순양함인가? 좀 궁했나보지?"

다쓰 세데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얼어붙은 정적 속에 그는 어깨 너머로 씩 웃음을 지어보였다.

"되찾는다. 오랜만의 사냥이니까."

공격하기도 가소롭다는 듯 시스 로드가 다시 걸음을 옮겨 함교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다쓰 쟈르넥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저자가 시키는 대로 일단 따라가 주리라. 그리고 기회가 보이면 반드시, 반드시 이 모욕을 갚아주리라고.

"다쓰 쟈르넥, 치료를..."

얼어붙었던 함교는 다쓰 세데스가 나가자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스 능력이 없다 해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 것은 느꼈으리라.

"필요 없다."

상처에 살짝 손을 대자 진물과 약간의 피가 묻어나왔다. 부하들 앞에서 이렇게 완벽한 굴욕을 당하고 나서 함장이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것도 다쓰 세데스에게 갚아주어야 할 빚.

벽에 기대어 조용히 지켜보던 다쓰 루-한은 그에게 빙긋 웃어주고 조용히 나갔다. 얼굴의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다쓰 쟈르넥은 명령을 내렸다.

"도킹이 풀리면 코리반으로 간다. 헬스카에도 합류를 명령하도록."

"예!"

'그림자 함선이라... 보이지 않는 배.'

함교를 부함장에게 넘기고 그는 함장실로 향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먹어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 후에는...'

영혼을 좀먹는 분노를, 검게 타는 증오를 그는 소중하게 끌어안았다. 그것은 그를 강하게 해줄 감정, 앞으로의 굴욕의 시간을 견디게 해줄 불길이었으니까.



예, 언제나 안습의 다쓰 쟈르넥입니다. 한 줄 요약: 다쓰 세데스가 다쓰 쟈르넥을 능욕하다. (??) 사실 50화 전까지 쓰고 싶었던 외전은 따로 있었는데 이쪽이 길어져서 그만.

확실히 내면을 보면 인물이 의외의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이번에 다쓰 쟈르넥 시점으로 쓰면서 함선을 자폭한 적장과 얘기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나 부하들에게 개죽음하지 말라는 대사 같은 건 예상하지 못했어요. (부하를 '낭비'하기 싫다는 정당화는 들어갔지만 과연 그게 다였을까..) 역시 다쓰 세데스처럼 갈 데까지 간 인물이 아니면 시스 로드라 해도 인간이긴 하네요.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이긴 한..

다쓰 루-한은 이전에 아카스트님과 한 비스트 헌터 외전에 나온 센을 뭉갠 인물이고, 그 외전 때 안 죽어서 왜 안 죽었냐고 원망하며(..) 생각해둔 종족은 팔린 (Falleen)입니다. 확장우주에만 나오는 종족으로, 대충 스타워즈식 다크엘프가 아닐까 해요. 장수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페로몬 날리고, 문화적 우월감 가득한.. 묘사값만큼 역할을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묘사하기는 재밌네요.
2008/06/01 07:19 2008/06/0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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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사히라 2008/06/02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스로드가 이렇게나 창궐하다니! 펠로스 출동이다!(?!)

  2. orches 2008/06/02 1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펠로스 출동입니까. 많이 부드러워진 그이지만.. 왠지 엑사르 쿤이 전쟁을 일으킨 시기를 살았던 시스들에게 있어서 세데스님 못지 않은 느낌을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해요. 그나저나 펠로스 시스박멸주식회사를 향해 전화가 쉴새 없이 오고 있는데, 전화 상담원 미셀은 대체 어딜 갔단 말입니까 ㅇ<-<

    • 아사히라 2008/06/03 0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셸은 어디 갔단 말입니까!
      간만에 플레이 한번 하고 싶군요

    • 로키 2008/06/03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곧 대규모 우주전 들어갈 것 같으니 플레이 시간에 놀러오면 관전도 하고, 전개 논의도 하고, 나올 만한 때는 미셸과 펠로스도 잡을 수 있을 듯? 본편 주인공들보다 역사가 긴 인물들인 만큼 마무리에 나오는 것도 멋질 것 같고 말야.

  3. 아사히라 2008/06/03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거 좋군요! 이번주에는 공연 관계로 플레이 시간에 못 갈듯 한데
    이번주가 마지막이 아니라면 좋겠네요.

    • 로키 2008/06/04 0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규모 우주전은 오래 걸리니까 (센타레스는 10시간!) 나와 아카스트님이 밤을 새지 않으면 1화 내에는 안 끝날 듯. 함대 제작만 해도 시간이 좀 걸리니까 다음 주에 와도 아마 충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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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49화입니다.




요약


공의회 마스터들 앞에 선 센은 그림자 함선 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동의합니다. 다른 마스터들을 물린 마스터 아카마르는 의회, 특히 다룬 오르가나의 향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자락스는 자신과 일행이 어떻게든 오르가나를 설득해 보겠다고 합니다.

다룬 오르가나를 찾으러 가려는데 잠시 안 보였던 얀이 나타나 오르가나가 다쓰 세데스를 유인하려고 '벤젼스'를 불러들인 정보를 털어놓습니다. 피나틸리아는 세데스를 비롯한 시스 로드 유인책이라고 추정하고, 일행은 급히 오르가나의 마지막으로 알려진 소재지인 의회 건물로 향합니다.

의회 건물에 얀의 연줄과 린라노아의 섹스 어필을 이용해 잠입한 일행은 얀에게 정보를 전해준 장본인, 다룬의 보좌관 셀린과 마주치고, 셀린은 피나틸리아가 라이트세이버를 들이대도 꿈쩍도 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다가 일행과 얀의 부탁에 결국 오르가나에게 연락해주기로 합니다.

통신상에서 다룬은 쟈네이딘의 아우터 림 순회, 실종 연출, 그리고 자락스에게 접근한 것도 다룬 자신을 정치적으로 파멸시키려는 계획이었는데 자락스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용당했다며 냉소를 퍼붓습니다.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식.

다룬: 늬들 연놈 때문에 나는 이 지경이 엉엉엉
자락스: 아이구, 그래그래..(토닥토닥)

다룬은 결국 벤젼스를 미끼로 시스 로드들을 끌어들인 후, 주요 시스 로드들과 몇몇 부패한 의원들과 함께 벤젼스를 자폭시켜 아우터 림의 세력 균형을 공화국 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계획을 밝힙니다. 자락스는 다룬에게 성급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일행은 급히 의회 건물을 뜹니다. 다룬의 목숨을 구하고 시스 로드들과 맞서고자. (흐흐)

감상

어느새 49화군요. 수십 화만에(..) 판정도 했는데, 3:1 판정이다 보니 너무 시간이 걸리지 않으면서도 잠입 대목에 적당히 구조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스크립트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요. 추진 중인 모종의 그림자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였습니다.

오늘은 아카스트님이 센과 린라노아를 순차적으로 잡으셨고, 관전하시던 오체스님이 전에 한 1:1 외전 쪽 인물인 셀린을 맡아주셨습니다. 공의회 마스터들 앞에 선 센은 대사가 가끔 애매모호하고 마스터들을 애 취급하는 느낌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어쩌면 센을 수십 화만에 잡아보신 점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서로 상의하고 의논하면 새로운 설정도 만들고  말의 의미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의사소통의 원활성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네요. 참가자 제안에 제가 많이 인색했던가요..(긁적)

오체스님의 셀린을 오랜만에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다룬에 대한 애정 섞인 푸념에서 인물이 잘 살아났고, 피나틸리아에게 할 말 다 하는 모습도 멋졌죠. 끝에 가서 다룬에게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튕기는(?) 대목에서는 이 급한 상황에 왜 시간을 끄나 하는 생각은 좀 들긴 했습니다. 혹시 셀린은 남 애태우는 걸 즐기는 성격이라거나? (두둥)

외전과 본편이 이렇게 얽히는 것도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하는 느낌이네요. 통신하면서 다룬이 쟈네이딘을 언급했을 때 셀린의 침묵 이면에 있는 막장스러운 외전 전개라든가. 그 일 때문에 다룬은 보기보다 상당히 괴로워했고, 저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는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도 작용했죠. 하여튼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사람 참 별 거 아닙..

생각해 보면 이번 화 외에도 조연을 참가자가 맡는 일은 이 캠페인에는 흔하네요. 자락스 과거 외전 때 역시 오체스님이 콘체르토 주인공 미셸의 과거 모습을 잠시 잡기도 하셨고, 자락스가 일행과 헤어진 동안 이방인님이 제이 톨란을 맡으신 일도 있었고, 지금 동환님의 피나틸리아는 이전에는 일행의 주적 중 하나였는데 로어틸리아가 타락하면서 지금은 일행에 합류했죠. 센타레스 워게임이나 넬반 궤도전, 정치 게임 같은 대규모 판정이야 인물은 아무나 골라잡고..

이방인님 말씀마따나 진행자와 참가자의 경계가 약간 희미한 면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행을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하면서도 되도록 참가자 참여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죠. 일행이 갈라지거나 구성이 변하는 것은 중요한 극적 변화를 나타내는 일이 많은데, 참가자가 자기 주인공만 잡는다면 그런 구성 변화는 많이 제약을 받을 테니까요. 한편으로는 왠만해서는 판정 안 하고 적당히 활약시키다 보니 수치상 훨씬 강한 주인공을 굳이 고집할 필요도 없었고요.

결과적으로 참가자 분들이 언제나처럼 잘 해주셔서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플레이였습니다. 다룬이 투정부리는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1:1처럼 되어버린 건 좀 아쉬웠지만요. 오르가나 쪽 내용은 자락스하고 가장 감정적 연관이 깊지만 한편으로는 공화국의 미래하고도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인 만큼 다른 일행도 할 말이 많은 내용이었는데 말이죠. 일행 하나가 주목받는 장면이라도 다른 일행도 참여하는 게 이상적이겠지요. 물론 저도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테고요.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지금 크게 세 가지 방향이 대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절대적 억제 (아카마르): 그림자 함선에 대한 공포로 공화국을 하나로 유지. 시스에게 그림자 함선이 유출당해서 지금은 그 칼날에 공의회가 맞은 상태지만..(..)
  • 역동적 균형 (다룬 오르가나): 시스와 제다이가 서로 견제하는 동안 강력한 군사력과 독재권을 쥔 공화국이 그 사이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
  • 자유와 희생 (자락스 토레이): 공포의 제약이나 공화국의 군국화 없이 제다이가 어떻게 해서든 공화국을 유지하는 형태. 제다이의 이상에는 가장 충실하지만, 과연 충분할지가 관건.
이 중 어떤 형태의, 혹은 전혀 다른 형태의 미래가 캠페인의 현실이 될지 궁금하군요.^^ 다음 화이면 50화입니다! 다같이 끝까지 힘내봐요. 동환님도 그때 뵐 수 있길..;ㅁ;
2008/05/28 06:23 2008/05/2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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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song 2008/05/28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세는 소드마스터 제다이!

  2. 아카스트 2008/05/28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날 플레이의 소재는 역시 다룬 징징...

    센이 떠들던 건 대부분 센 자신이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별 말 없이 포획당한 (!) 것도 그랬고 탐지기를 만들라는 말에 순순히 가서 만들게 된 것도 그 때문이죠. 그 자신으로서 탐지기를 만들 수도 있는, 더욱 강력한 그림자 함선을 만들 수도 있는, 혹은 그것도 아니면 그런 수준의 다른 병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나 있다" 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향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센의 성장 후 캐릭터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모든 문제를 해소할 만한 결정을 내놓는다는 것은 사실 비현실적이니까, 현재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인 시스의 그림자 함대를 막아낼 방법으로 탐지기를 만들겠다는 말이죠. 다만 플레이상에서 이야기해 온 것과 같이, 탐지기를 만든다는 것은 결정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언젠가 다른 문제가 생겨날 거고, 그럼 그때는 다시 그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센이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그런 방식으로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역시 전달은 잘 되지 않은 것 같네요. 일행을 따라가게 되었으니 앞으로 몇 화 정도는 등장하게 될 텐데, 계속 생각은 해 봐야겠습니다.


    그보다 제게 있어 반전은 오페로가 아직 벤젼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세데스나 오페로 둘 중 하나는 이미 죽어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말이죠 (...). 하지만 아직 마탄의 사수가 생존해 있음으로서 세데스에게 자폭공격을 행함으로서 엔딩을 장식하는 소 용병단의 로망 (!) 은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르겠 (도주)

    학년말이라 대단히 바쁘네요. 일단 열심히 달리고 주말에 뵙겠습니다.

    • 로키 2008/05/29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그 뜻이었군요. 어떻게 보면 상당한 결정권을 쥘 수도 있는 인물인 센이 장기적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요. 과학기술자의 본분이 어느 쪽인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기도 하고요. 히포크라테스 선서 비슷하게 우선 해를 끼치지 않는 소극적인 방향이려나요? ㅋㅋ

      다쓰 세데스가 벤젼스를 강탈당한(!) 때에서 계엄령 선포까지는 사실 시간이 오래 흐르지 않아서 세데스가 마침 발이 묶인 면이 있죠. 마탄의 사수가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기도 했고, 벤젼스 없는 다쓰 세데스는 우주에서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존재는 아니기도 하고요. (대면상황에서는..먼산)

      그리고 무엇보다 세데스 같은 주요 인물이나 벤젼스의 운명 같은 게 주인공 일행이 없는 자리에서 결정이 나는 건 좀 재미가 없겠다 싶어서 다룬이 끌어들이게 했죠. 어떻게 될지 기대하고 있어요.

      열심히 하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3. 소년H  2008/05/28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자 프로젝트라니 역시 로키님이 아캄아르..(썰린다)

    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틸의 '혼돈의 은하계'는 무시됩니..(..)

    • 로키  2008/05/29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그것이 진짜 배후? (..) 혼돈의 미래야 그냥 내버려 두면 찾아오긴 할 듯도 해서..

  4. orches 2008/05/30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키님이 아카마르셨습니..? [후덜후덜..] ;ㅅ;

    아.. 셀린의 행동 특히 약간 제다이들의 애를 태운 건,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허세일수도 있고요. 다 알려줄테니 저 말 지지리도 안 듣고 절벽 아래로 다이빙하려는 상관을 패서라도 멈춰달라고 울며불며 제다이들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기엔 가지고 있는 자존심 등이 세서였을수도 있고요. 쟈공주가 전 우주에 공개적으로 딱지를 맞춘 뒤 알데란에 일어났을 일들을 겪으면서 공화국이고 제다이고 다들 엿먹어라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선가 날라오는 블래스터 빔을 피하며)

    • 로키 2008/05/30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죠, 그런 순간에 날아오는 건 라이트세이버..(..) 셀린도 나름 심정이 복잡했군요. 외전 때 일과 알데란의 상황 때문에 공주에 대해서도 마음이 복잡할 것 같은데, 다시 만나면 어찌 될지 궁금하네요.

    • orches 2008/05/30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지 않아요. 셀린이 다룬에게 절절매고 쟈공주 대용품 취급해도 참을 수 있던 것은 (다룬 자체의 스펙도 좋을 뿐더러) 그를 통해 알데란의 더 나은 미래와 그녀 자신의 굳건한 정치적 입지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녀가 가지고 있던 기대들과 희망들은 쟈공주 아우터림 행이라 쓰고 공개딱지 이후로 캐박살나게 됩니다만 -ㄱ 그 사건 이후로 알데란이 얼마나 험악해졌는지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은 아실 것 같고, 셀린의 입장이라면 쟈공주와 다룬이 결혼하면서 사이가 점점 나빠지는 알데란의 정치세력이 그나마 양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인식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공주가 알데란이 어떻게 되던 말던 튀었다는 배신감으로 부글부글하겠죠. 공화국의 미래를 위해서? 왕가의 미래를 위해? 그림자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알게 뭡니까. 다만 알데란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알아도 모른척, 가면과 내숭, 능구렁이 스킬 정도는 마스터해야 합니둥. 셀린도 알데란 정치판에 몸담구고 있음으로(..) 복잡한 마음과 별개로 공화국과 왕가에 충실한 존재로 보일 능력은 충분하게 있구요.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이번 화에서 쟈공주가 부득불 우겨서 제다이들을 따라왔다면 과연 대놓고 제다이들에게 쏘아댈 수 있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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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를 사냥하다에 바로 이은 본편 48화입니다.

요약

로어틸리아에 뒤이어 코루선트에 도착한 일행은 폭격을 맞아 무너진 공의회 건물을 보고 경악합니다. 공의회 근처에 정박한 루키스에 센과 왕녀, 얀을 남겨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피하라고 지시를 내린 후 자락스, 린라노아와 피나틸리아는 공의회로 달려갑니다.

공의회에 도착해 자세한 사정을 들으려고 하는데 영링 수련생 중 건물이 무너질 때 심한 부상을 입어서 대피하지 못한 레이안이 멜리나가 위험하다고 하고, 일행은 피나틸리아의 코루선트 지리 지식과 로어틸리아에 대한 감에 의존해 근처 방공호로 대피시킨 영링들을 쫓아갑니다.

가는 길에 그들은 인솔 나이트 중 하나인 다야 아운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일행은 영링들이 인솔하던 제다이와 함께 죽어있는 모습, 그리고 혼자 살아남은 채 충격으로 아무 반응도 못하는 멜리나를 발견합니다. 자락스는 무슨 사정이 있든 이런 짓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로어틸리아를 다시 만나면 자기 손으로 죽인다고 다짐합니다.

공의회와 코루선트에서 파견한 인원이 시신을 수습하고 수사를 시작한 동안 공의회에 돌아온 자락스와 로어틸리아는 마스터 모트와 공화국의 상황과 그림자 프로젝트, 다룬 오르가나의 행동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마스터 모트는 피나틸리아에게 다크 포스 위험이 이제는 없다고 마스터 직권으로 판단을 내리고, 자락스는 그녀에게 라이트세이버를 돌려줍니다.

이후 보고를 위해 제다이 공의회 앞에 선 일행은 마스터 아카마르와 그림자 프로젝트와 공화국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정확히는 아카마르-피나의 공동전선 앞에서 묘하게 자락스 청문회 분위기..), 일단 코루선트에 침입한 그림자 함선을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센을 공의회로 부릅니다.

감상

플레이 백만 년 후만에(..) 올라오는 정리글입니다. 이번 화는 개인적으로 어린애 시체 널부러진(??) 장면까지가 연출하는 재미가 있었고, 이후에는 조연 감정선 처리가 좀 붕 뜬 느낌이 있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너무 일이 많다 보니 이거 참 공화국을 걱정해야 하는 건지 의회를 적대해야 하는 건지 가짜 공주를 밝혀내야 하는 건지 죽은 영링들을 슬퍼해야 하는 건지 시스에서 돌아온 제다이를 정죄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보면 그런 혼란 역시 이번 화에 제가 잡은 인물들의 감정선의 일부이기는 합니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이 많으니까 당장 처리해야 하는 사안부터 주의를 돌리고, 어쩔 수 없게 된 일은 일단 미뤄두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현실감 없고 붕 뜬 기분도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반응이죠.

한편으로는 여기서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제 혼란이 진행에 드러난 결과인 듯도 합니다. 장기 캠페인이 흐지부지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진행자의 이런 압박감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도 싶고요.물론 캠페인 귀결을 제가 정한다는 생각 같은 건 없고 궁극적으로 상황을 움직이는 것은 주인공을 통한 참가자의 선택인 만큼 편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결국은 인물들의 욕구와 신념이 부딪치면서 최종 결말이 나오겠지요.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레이안과 멜리나 관련해서는 나름 재밌는 생각들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멜리나는 회복은 하겠지만 상처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할 테고, 멜리나가 정신과 포스를 힘겹게 유지해가는 모습을 보며 레이안은 시스에 대한 미움이 더욱 커질 듯. 또 멜리나가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갈구할 이상일 '진짜' 로어틸리아가 되어주려고 무리해가며 완벽한 제다이가 되려고 한다든지... 수많은 인물이 살아 움직이면서 각자 자기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기본적으로 군상극인 이 캠페인의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

이번 화에는 아카스트님이 안 계셔서 린을 빼돌리거나 꿀먹은 벙어리 만들었는데, 다음 화에는 센이 등장하고 또 센 관련해서 나올 정보는 다 나온 것 같으니 아카스트님이 원하시면 센을 잡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센은 일행하고 내내 같이 다니기는 어려울 때도 있을 테니 센이 없을 때는 린을 잡으셔도 될 것 같고요. 자세한 건 플레이 때 논의해보죠. 모두 그때 뵙겠습니다~
2008/05/24 19:14 2008/05/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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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수리 2008/05/27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스 -> 제다이 : Jedi scum
    제다이 -> 시스 : Sith spit

    비슷하게 부르죠 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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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틸리아가 47화에서 그림자 함선을 탈취한 이후 일행이 코루선트에 도착하기 직전의 일입니다. 시간상 47.9화 정도쯤 되겠지요.

요약

코루선트 상공에 도착한 로어틸리아는 공의회에 그림자 함선으로 폭격을 가한 뒤 부하들과 함께 지상에 낙하합니다. 혼란 상태에 빠진 공의회 건물을 숨어서 지켜보던 그녀는 영링 (어린 수련생)들을 나이트들이 대피시키려고 데려가는 것을 보고 골목길에서 그들을 습격해 피나틸리아의 친구이던 나이트 다야 아운을 살해하고, 몸을 피하던 파다완과 나이트, 그리고 영링들을 살해합니다. 그러다가 영링 중 자신이 로크린에서 데려온 멜리나를 알아보고 자신이 데려왔다는 책임감 때문에 살려주지요. 동기와 선생님들 시체 사이에 선 멜리나를 뒤로 하고 로어틸리아는 자리를 뜹니다.

감상

충격과 전율의 한 화였습니다. 폭력은 RPG에, 또 대중문화 전반에 새로울 게 없지만, 어린아이를 의도적으로 공격해서 죽이는 것은 좀 충격적이더라고요. 그 이유가 생물학적인지 문화적인지 동환님과 끝나고 나서 토론을 벌였는데, 동환님 지적대로 아동이나 아동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비교적 최근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아동 인권 운동을 따로 벌여야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문화적인 쪽이 맞겠지요. 어쨌든 꽤 강렬한 플레이였습니다.

관전하신 오체스님 말씀대로 로어틸리아가 피나보다 확실히 무섭군요. (..)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면 차라리 나은데, 오히려 여전한 데가 너무 많아서 더 섬뜩했던 것 같습니다.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모습이라든지,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인간적 고려는 완전히 배제하는 완벽주의라든지. 멜리나를 살려준 것도 인간적 정이 아니라 특유의 강한 책임감 때문이었다는 점을 동환님은 특히 강조하고 싶어하셨죠.

46화에 나온,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쪽은 로어틸리아지만 이후에 고민하는 쪽은 피나틸리아였다는 얘기가 다시 생각나기도 합니다. 피나틸리아도 시스 로드로서 상당한 고통과 폭력을 유발한 인물이지만 (에잇 이 죄많은 자매) 적어도 나중에 하는 고민이 최소한의 제동은 되었을 것 같거든요. 반면 로어틸리아는 일단 갈 길을 정하면 아무 망설임도, 후회도 없다는 점에서 내적 제어가 없으니 더 극단적인 결론으로 흐르기 쉬운 듯. 성찰과 고민 없는 힘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플레이를 멋지게 해내시고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신 동환님, 관전하느라 수고하신 오체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막장 막판으로 치닫는 공화국의 그림자의 행방에 더욱 두근두근하네요..+_+
2008/05/22 01:10 2008/05/2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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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년H  2008/05/22 0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이제서야 올리셨군요 (...) 뭐 애초에 막나가는 틸을 표현하려 한 거니.

    아동보호 하니 생각난 건데, 근래 본 마약 관련 책에서 가장 쇼킹했던 것이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은 유명하지만, 얌전히 있으라고 마약을 사용하기도 했다'라는 것 (뭐 그 시대 마약이야 자주 쓰는 물건이지만 '아동용'이 있다고 하는 건 좀)

    • 로키  2008/05/22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헐 그건 정말..(..) 애 재우려고 수면제를 먹여서 폐인 된 얘기는 들었었지만요.

  2. orches 2008/05/23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핏 비슷한 듯 하면서도 몇 부분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요, 이 쌍둥이 자매. 피나는 동생에게 진실을 숨기기 위해 템플을 떠났고 다스 세리트가 되서 그 많은 일을 벌렸고 분노한 동생에게 죽을 각오를 할 수 있었지만 틸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본래 성향에다가 스승인 티르칸과 아카마르의 제자를 대하는 모습이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요?) 틸이 이번화에 벌린 일을.. 피나가 수습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건 무리겠고.. 결과적으로 수습해야 하는 건 자락스와 린(그리고 많은 이들).. 힘내세요. ;ㅅ;

    • 로키 2008/05/24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러모로 안습이죠..(..) 아마 이번 화를 끝으로 동환님은 떠나시고 뒷수습은 우리가 흑(?)

  3. 시수리 2008/05/24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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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피나틸리아와 아를란은 루키스가 있던 자리에 빈사상태로 쓰러진 마스터 티로칸을 발견합니다. 로어틸리아에게 당한 것이 역력한 그에게 피나틸리아는 왜 로어틸리아에게 사실을 알렸느냐고 추궁하고, 티로칸은 동생 손에 죽을 때까지 숨길 생각이었냐고 반문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합니다.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부상을 입은 그는 자락스에게 목숨을 끊어달라고 부탁하고, 티로칸의 지시로 로어틸리아를 피해 숨어있던 왕녀와 얀은 연락을 받고 루키스와 함께 돌아옵니다.

시간에 쫓기는 것을 느끼며 일행은 일단 센을 데리고 우주로 나갑니다. 센은 자신이 잠결에(..) 만든 공식이 그림자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가 그림자 프로젝트를 완성하거나 (포스로도 감지 불능) 아니면 무력화할 (일반인도 감지할 수 있는 장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스승 로크락의 말을 전합니다. 그러면서 일행의 조언을 구하고, 일행도 고뇌하지만 딱히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지요.

얘기를 하다가 피나틸리아는 로어틸리아가 그림자 프로젝트 본부로 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일행은 서둘러 세른피달로 향하지만 가는 길에 그림자 본부가 속임수로 숨어든 로어틸리아에게 급습당하고 그림자 함선 40 20 10대를 도난당한 것을 전해듣습니다. 일행은 제다이 공의회에 경고하려고 급히 코루선트로 귀환합니다.

감상

예, 고민과 고뇌의 한 화였습니다. 처음 그림자 프로젝트 설정이 생기고 '포도원의 제다이'가 '공화국의 그림자'가 되었을 때부터 우려했던 것, 즉 너무 거대한 상황 앞에서 참가자들이 막막해하지 않을까 한 염려가 현실이 되었네요. 사실 피나가 걱정할 일은 아니니 결국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 고민이지만..(흑흑 쏙 빠져버리다니!)

그래도 대화할 때 보면 정보라든지 각 선택의 결과는 다들 잘 파악하고 계셔서 정보 제공이나 대화 장면은 더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상황에 부딪치는 것뿐. 이번 화는 강제진행 성격이 강하기도 했으니, 뭔가 확고하게 할 일이 생기면 침체한 분위기도 다시 돌아오겠죠.

뭐  당연한 얘기기도 하지만, 강제진행은 RPG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RPG는 근본적으로 뭔가 '하는' 놀이이지 '보는' 놀이는 아니니까요. 그게 로어틸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하려나 같이 정하신 동환님이 경계하신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연성 확보와 정보 제공,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필요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제진행은 되도록 적게 사용할 도구인 거겠죠, 꼭 필요하다면.

이번 화는 그래서 행동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대신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과 내면이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자 프로젝트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라든지, 일행을 비웃으면서도 슬쩍슬쩍 도와주는 포로답지 않은 포로 피나틸리아라든지. (로어틸리아를 다시 만나려는 목적을 위해서인 것 같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아마도 재밌어서? (...) 틸하고 똑같은 얼굴로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경악) 집착과 고뇌의 대상이 바로 곁에 있으니 주체 못하고 찌질거리는 아를란군도 안습이었죠.

그 외에 전혀 달라보이는 두 인물 간에 속죄라는 접점을 드러낸 티로칸과 자락스의 마지막 대화, 자락스와 왕녀의 닭살, 코티에르 생전에 린라노아가 은인이자 영웅과 갈등할 수밖에 없던 사정 등도 흥미로웠습니다. 스승 로크락과 그림자 프로젝트의 성취에 기술자로서 감탄하면서도 프로젝트의 존재와 미래에 대해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고민하는 센, 그리고 어려운 문제에 답이 나오지 않는 일행의 모습에도 공감을 느꼈고요. 긴 캠페인 동안 쌓인 과거와 얽힌 인연의 기반 위에서 이렇게 다양한 면모가 나오는 것이야말로 장기 캠페인의 묘미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캠페인 결말을 하늘이 두 쪽 나도 봐야겠으니 모두 엔딩을 향해 달리세요! 막막해도 좋으니 달리고 보는 겁니다! (버럭버럭)
2008/05/13 03:28 2008/05/1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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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2008/05/13 1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자꾸 우리가 도망치기라도 할것처럼 걱정을 하십니(...)
    달아나지 않아요~ 해치지 않아요(...)
    저도 엔딩은 혼자만 남아서라도(...) 봐야겠으니 달리시죠 'ㅅ'

    • 로키 2008/05/14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긴 캠페인은 처음이다 보니 정말 끝을 볼 수 있을까? 그런 거야? 하는 심정인 거죠. 게다가 길어질 수록 이번에 동환님 빠지시는 것 같은 돌발 변수는 늘어나고요. 우리 무슨 일 있어도 같이 엔딩을 보기로 해요..;_;

  2. 소년H  2008/05/14 0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틸은 성향은 좋아하지만, 캐릭터적으로 너무 개그를 할 수 없어서 (?)랄까 말이 적은 PC는 괴롭죠.. 그 점에서 피나는 참 좋..

    정 안 되면 역시 소드마..(맞는다)

    • 로키  2008/05/14 0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말이 없는 PC는 확실히 괴롭죠. 그래서 틸 때 잡담이 많아지셨..(..)

      소드마스터.. 인기 없는 연재작가의 말로라니!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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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그림자 프로젝트에서 보내는 센 수색대와 합류한 일행은 로크락의 아쿠아룩스를 개조한 '루키스 엑스 움브라' (Lucis ex Umbra, 그림자 속에 빛나다)를 인계받습니다. 카프리콘은 헌 우주선처럼 버리고(...) 갈아탄 그들은 꼭 센을 구해달라는 로크락의 부탁을 받습니다. 센을 수색할 곳을 정하면서 린라노아는 인도자의 인도에 따라 문리스트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자락스는 그 알 수 없는 힘을 경계하면서도 결국 수락합니다.

문리스트에 도착한 이들은 (코루선트 외전 때 나왔던) 루란 넥스웰과 이스니르 드리엘 사제 (師弟)와 마주쳐 마스터 아카마르가 센을 찾아 그림자 프로젝트를 완성하러 두 사람을 보냈던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이스니르의 엄청난 포스 탐지력에 의존해 센을 추적해온 것이죠. 인도자 덕에 이스니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센을 쫓으며 린은 이스니르에게 센이 그림자 프로젝트의 완성을 원할까 하는 우려를 표합니다.

먼발치에서 센을 발견한 순간 일행과 센 사이에는 피나틸리아가 착륙하면서 가로막고, 루란과 이스니르가 피나틸리아가 데려온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로어틸리아는 왜 자신에게 부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숨겼느냐며 피나틸리아를 공격합니다. 분노와 고통으로 다크포스를 내뿜으며 마침내 로어틸리아는 피나틸리아의 목을 졸라 들어올리며 포스 라이트닝을 날리고, 막으려는 동료들마저 공격합니다.

로어틸리아: "내게 숨겨놓고 뭘 생각한 거지?"
로어틸리아
: 교차한 세이버로 밀어내고
로키: "내가 생각을 했을 리가 없잖아?" 피나틸리아가 가볍게 말합니다.
로키
: "우리 둘 중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건 너지."
로어틸리아
: "그래?" 라면서 포스 그립
로어틸리아: "하지만 언제나 뒤에 고민한 건 너였지."
로키
: 목이 졸리면서 피나틸리아는 서서히 공중으로 들어올려집니다.
로어틸리아
: "그 고뇌. 여기서 끝내주지."

피나틸리아를 놓으라는 자락스의 말에 로어틸리아가 피나를 자락스에게 던지(..)자 피나틸리아는 이번에는 동생을 포스로 공격하지만... 무작정 막아선 아를란에게 막혀버립니다 (?!). 로어틸리아의 다크포스가 강해진 만큼 다크포스가 흩어지기 시작한 피나틸리아는 아를란에게 (메아리: 아를란에게 아를란에게 아를란에게..) 제압당하고, 로어틸리아는 린라노아와 자락스에게 벗어나면서 루란을 망설임없이 베어넘기고, 피나틸리아가 이끌고 온 병사들과 함께 후퇴합니다.

동생을 돌이킬 수 없는 어둠에 빠뜨리고 만족하느냐고 호통치는 자락스에게 피나틸리아는 죽이라고 하지만, 자락스는 아를란에게 명령해 루키스에 피나틸리아를 구금하라고 합니다. 병사들을 유인했었던 센은 부상당한 채 일행과 합류하고, 그와 자락스는 함께 공화국 외곽으로 나왔던 동료의 타락을 한탄합니다.

눈앞에서 스승을 잃고 망연자실한 이스니르는 같은 상황을 겪었던 린라노아의 위로로 조금 진정하고, 자신이 스승을 장사지낼 테니 일행은 임무를 서두를 것을 당부합니다. 일행은 센과 함께 루키스로 향합니다.

감상

아아 틸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음?) 예, 어쨌든 로어틸리아가 일행에서 떨어져 조연화되었습니다. 대신 피나틸리아가 새로 PC가 되었지요. 한동안 동환님과 얘기하고 궁리하던 부분이기도 했고, 두 자매의 주제의식의 완성이기도 한지라 (진짜 완성은 같이 죽는 거겠지만..(..)) 이번에 동환님의 참가가 얼마 남지 않게 된 김에 결행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장면은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좋은 설정을 바탕으로 극적 흐름을 잘 주도하고 또 맞춰주시는 동환님의 참가자로서의 실력이 잘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고요. 오랜 시간 지켜봐온 두 인물의 내면과 고뇌, 변화가 쌓이고 엮여 마침내 극적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순간은 장기 캠페인만의 재미이기도 하죠.

워낙 중요한 장면이어서 판정을 하면 어떨까 나름 같이 궁리했는데, 아무도 판정에 걸 결과를 떠올리지 못해서 판정 없이 했습니다. 행동 선언이 나오면 참가자의 극적 욕구와 전체 장면의 흐름을 함께 고려해서 결과를 적절히 조절하고, 서로 제안도 던지는 등 유연한 진행이 된 듯합니다. 주사위라는 객관적 기준 없이도 몇 화 무리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오래 같이 플레이하면서 서로 극적 욕구가 많이 조화를 이루었고 의사소통도 원활하다는 뜻이겠죠. 말하자면 서로 기준이 많이 일치해서 외부적 기준이 필요한 일이 적어진 걸까요.

루란과 이스니르 만담 사제의 등장은 이방인님 컴퓨터 고장으로 코루선트 외전 2부 때 결론이 안난 부분인데, 이대로 만담 사제가 사라져버리면 서운하니까 그 임무를 받아들인 걸로 해서 다시 등장시켰습니다. 그렇잖아도 틸이 가면서 루란을 처리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동환님이 제안하셔서 얼씨구나 동의했죠. 역시 스승을 눈앞에서 잃은 린라노아의 과거하고 슬쩍 연계할 계기도 됐고요. 루란과 이스니르는 코루선트 외전 때 이방인님과 아카스트님이 각자 맡으셨던 인물이기도 해서 더 감정이입이 있었던 듯도 합니다.

린라노아의 배경, 로어틸리아와 피나틸리아의 대립 외에도 캐릭터성을 살린 크고작은 순간들이 전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로어틸리아가 린라노아에게 날린 포스 라이트닝을 자락스가 막아내면서 이것만큼은 늘 머릿속에 연습하고 있었다고 한 대목이라든지, 무능함이 개그가 되어버린 아를란군에게 시스 로드였던 피나의 포스 공격이 막혀버린 경악과 충격과 치욕(..)이라든지. 확실히 가장 와닿는 드라마는 인물의 동기와 특징이 원동력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장기 캠페인은 그런 인물성을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 아닐까 해요.

어쨌거나 이번 화에서 중요한 건 (리플레이 파일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절대로 루키스로 앞서서 간 아를란과 피나의 야합이 어땠느니 선내합이 어떻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화국의 그림자 H판을 같이 구상한 적도 없고 말이죠. 특히 이방인님은 교성 가득한 정겨운 엑스 움브라니 여자 포로를 안 건드리고 두기는 포로한테 미안하네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전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시더군요. 우리는 건전한 사람들인 겁니다.
2008/05/06 07:53 2008/05/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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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2008/05/06 1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결국 다 '드러'내시다니 아무래도 죽어주셔야 겠...(푸욱)
    엉엉엉 ;ㅅ; 이러시면 제 이미지는 뭐가 됩니(...)

    • 로키 2008/05/07 0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꽥..(털썩) 아니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방인님 이미지에 누가 될 줄이야! (..)

  2. 비밀방문자 2008/05/07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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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다이

온몸이 아팠다. 눈을 찔러오는 밝은 조명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화려한 옷--왕녀의 옷--의 감촉이. 몸을 으슬으슬 떨리게 하는 식은땀의 차가움이, 호흡 자체가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녀만의 우주 속에서 니아는 발을 번갈아 옮기는 데만 집중했다.

"이쪽입니다."

등에 정중히 얹은 손의 접촉을 통해 정신을 얽어맨 속박은 뇌리를 순간순간 불길처럼 훑고 지나갔다. 포스 수면에서 강제로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간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일이 잘 되면 라이나와 만날 수 있다는 말의 진의만은 놓치지 않았다.

눈앞에 열리는 문으로 등줄기에 닿은 손이 부드럽게 인도하는 대로 들어서자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미처 눈이 적응하지 못한 니아는 비틀거렸다. 여전히 정중한 손이 팔을 붙잡아 몸을 받쳐올렸지만, 팔에 잠시 파고드는 손가락은 말없는 위협을 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향한 위협이 아닌...

눈앞에는 벽이 아닌 검은 허공과 간간히 불빛이 보였다. 순간 떨어질까 두려워 뒷걸음질쳤지만, 등에 닿은 손의 은근한 압박이 허락하지 않았고, 허리 정도 높이의 안전벽이 곧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흐려진 감각에 스쳐가는 주변의 목소리...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라이나를 찾아 여기서 멀리 벗어나야 하는데, 정신은 마치 새장에 대고 파닥거리는 새처럼 무력했다. 그리고 알로스는? 이해할 수 없는 비탄. 숨이 가빠지면서 점점 진정하기가 어려웠고, 가슴이 타들어갔다.

"괜찮아요..."

짐짓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손이 부드럽게 그녀를 앞으로 밀어냈고, 작게 바들바들 떨면서 눈먼 사람처럼 한 발짝, 두 발짝 앞으로 나서자 기계 패널이 손에 닿았다. 목소리는 마치 최면을 걸듯 이어졌다.

"아직 돌아온지 얼마 안 돼서 당황하셨겠지만, 이 표결에 꼭 참여하고 싶어하셨잖아요? 계엄령 지지 성명은 이미 왕녀님 사무실에서 기자단에 배포했으니, 이것만 하고 돌아가서 쉬시면 돼요."

쉴 수 있다, 이걸 하면. 이질적이고 어두운 압력이 부드럽게 신경과 힘줄을 건드리자 자기 팔이 움직이며 기계장치의 레버에 손을 대는 모습을 니아는 꿈꾸듯 지켜보았다. '가결' 레버를 당기면서 눈물이 한 줄기 얼굴 위로 흘렀다.

"잘 하셨어요."

니아는 안도감에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이제 휴식과 안전을 약속하고 있었다. 라이나도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 정도면 되었다. 그 정도면...

등에 닿은 손은 다시 살짝 움직여 그녀를 출구 쪽으로 인도했다. 걷기 어려울 정도로 지친 니아는 그 접촉과 정신을 붙들어주는 의지에 자신을 맡기고 다시 발을 번갈아 옮기며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는 휴식을 향해.

2. 시스

소파에 누워 막 잠들었던 제다이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움찔거리며 뒤척였다. 제다이의 어깨에 손을 대서 진정시키며 피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 제다이 선생님."

겁에 질린 경비의 목소리가 인터콤을 타고 들려왔다.

"방문객은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오르가나 의원님께서.."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실 문이 열리더니 다룬 오르가나 자신이 들이닥쳤다. 검은 눈이 방을 한 번 훑더니 소파에 거의 파묻히듯 한 조그마한 여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그는 순식간에 분노와 경악으로 창백해졌다.

"지금 도대체 무슨...!"

니아 산레스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듯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자 오르가나는 말을 끊었다. 무표정하게 제다이를 보던 그는 문으로 돌아가 문간에 서서 손짓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금새 방에 들어선 조용한 인상의 사내는 제다이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없이 의자를 끌어다 앉고 소형 진단 컴퓨터를 꺼냈다.

오르가나는 복도 쪽을 향해 한 번 고갯짓을 하고, 그녀가 따르는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등을 돌려 나갔다. 의사와 의식을 잃은 제다이에게 한 번 환하게 웃어준 피나틸리아는 일어서서 그 뒤를 따랐다.

3. 의원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언성을 낮추기가 어려웠다. 손이 분노로 떨리는 것을 감추려고 다룬은 아프도록 주먹을 쥐었다. 시스는 대답 없이 아까 떠나온 사무실... 쟈네이딘의 사무실 쪽을 잠시 돌아보았다.

"저 의사, 꽤나 믿는 모양이네? 이제 당신 파멸을 손에 쥔 사람이 하나 늘었는데, 나중에 내가 없애줘?"

"닥쳐."

격한 심장 박동에 머리가 울렸다. 마지막으로 잠을 잔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이 여자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물으면서도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시스에게 행동 반경을 너무 많이 주었다. 의회의 제다이 경비 인력이 줄어든 것은 그의 짓이기도 했으니까 했으니까. 그가 요구했던 증거를 그녀가 알사피에서 가져온 이후 몇 시간, 그 의미에 너무나 정신이 쏠려서 시스가 의사당 내에서 활개치며 포로 중 하나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래?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저 웃는 얼굴을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을 잃는 것이 빠를까, 목이 날아가는 것이 먼저일까.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이든 상관이나 있을까.

"공주님의 기적적인 귀환과 계엄 지지 성명 덕분에 댁네 고향 행성의 바보들도 잠잠해졌잖아? 다른 행성들도 이걸로 많이 입을 다물 테고 말야."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다룬은 방탄 유리를 주먹으로 쳤다. 손을 타고 전해져 오는 통증에 머리가 조금은 맑아졌다.

함정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쟌느의 대역을 내세워 생환을 연출하고, 계엄을 지지하게 해서 이득을 본 것은 명백하게 다룬 자신이었다. 그가 모르는 일이었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남이 보기에는 약한 변명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설명하려면 시스와 손잡은 일까지 밝혀야 했다.

불을 끈 사무실 창밖으로는 코루선트의 야경이 그의 발밑에 펼쳐졌다. 열에 들뜬 이마를 서늘한 유리에 댄 채 그는 중얼거렸다.

"...결국 운명 공동체가 되자는 건가."

"그거 낭만적이네~"

맑은 웃음소리에 몸서리가 쳐졌다. 어두운 방안에 얽힌 기억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저기 보이지? 쟤가 피나틸리아야. 아니아니, 옆에 똑같이 생긴 애 말고, 예쁜 애.

'형, 여자 취향 정말 최악인 건 알지?'

시간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공의회의 노인들이 형을 사지로 내몰았으니까. 그리고 이제 또 다른 배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시스의 말이 아니라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거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공화국의 등뒤에서 칼을 겨누는 것이 너희가 믿는 포스의 뜻인가.'

"뭐, 좋다. 네 말마따나 이미 내 파멸을 손에 쥔 너희들이니... 그렇다면 서로 좋은 일을 제안하지."

그는 천천히 창에서 몸을 떼며 코루선트를, 도시의 검은 윤곽 위에 교차하는 불빛과 깊은 그늘을 내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센 테즈나의 소재지는 단투인이다. 그를 이곳으로 데려와라."

"또 아우터 림 심부름? 내가 개잡이로 보이나봐?"

짐짓 삐죽거리며 시스가 팔짱을 끼는 모습이 유리에 흐릿하게 비쳤다.

"아니면 아우터 림의 네 동료 중 하나에게 부탁할 텐가? 그림자 프로젝트의 열쇠를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모양이지?"

그는 웃으며 시스를 마주보았다. 공화국 정규군도 물론 보내겠지만, 제다이가 센 테즈나를 쫓아간다고 하면 그들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이 여자는 코루선트에 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4시간만에 쟈네이딘의 대역을 이용해 그의 위치를 더없이 위험하게 만들었다면, 그 이상 시간을 주면 무슨 일을 꾸밀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생긋 웃음지었다.

"공짜는 아냐, 물론~"

"원하는 대가가 있나?"

방안의 짙은 그늘을 사이에 두고 그는 반짝이는 눈빛에 마주했다. 거래의 언어에는 익숙했다.

"넬반."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시스와 거래하는 의미를 미리 생각했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으니까.

"미안하지만..."

그는 억지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빙긋 웃었다.

"넬반을 원했더라면 내게 상의도 없이 코루선트에서 날뛰지는 말았어야지."

넬반의 엄청난 일리리움 이윤을 시스가 다시 쥐고 휘두르게 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훗날의 거래 칩으로라도 남겨두어야 했다.

"그럼 더 할 얘기 없네?"

피나틸리아가 돌아서는 동안 다룬은 자신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생존이 걸린 시간에는 양심이라는 사치를 자신에게 허용할 수 없었다.

"엘-라스."

어둠 속으로 무겁게 떨어져가는 그 이름에 시스 로드는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쓰 타르카누스의 최근 패배로 권력에 진공이 생긴 곳. 그 상황을 안정시키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제다이가 있었지, 아마."

"그러나 지금은 공화국의 위기 상황이지."

"그래서 공화국의 수호자들을 중앙에 불러들이는 거?"

잠시 그를 쳐다보다 시스가 웃음을 터뜨리자 다룬은 속이 뒤집혔다. 냉정한 목소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것처럼 멀기만 했다.

"살았든 죽었든 센 테즈나를 내 앞에 데려와라. 제다이 철수는 그 다음이다."

여전히 나지막하게 깔깔거리며 시스는 문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면서 복도의 빛이 방안의 어둠을 길게 잘랐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배치한 경호원들이 나가는 시스의 위치 확인을 해주기를 기다리며 다룬은 책상에 걸터앉아 디캔터를 집어들었다.

'신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이 진정 있다면...'

위스키과 함께 각성제를 넘기는 동안 시스 로드가 첫 지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어둠 속에 붉게 깜박였다.

'그 가장 깊은 층은 나에게 예비되어 있겠지.'

시스가 건물을 나가고 있다는 보고가 하나하나 들어왔다. 아마 경호원을 배치한 위치를 일부러 보란 듯이 지나가고 있으리라고는 짐작하며 다룬은 창밖의 코루선트를 내다보았다.

그 순간 인터콤이 삑삑거렸다.

"의원님... 찾았다고 합니다."

창밖의 검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불빛을 다룬은 잠시 눈으로 따르다가 대답했다.

"지금 가겠네."

'그래... 지옥에 떨어질 땐 떨어진다 해도...'

손에 든 술잔을 내려다보다가 그는 잔을 무표정하게 창에 내던져 깨뜨렸다.

'내게도 같이 끌고가고 싶은 놈은 있단 말이다.'

그가 돌아서서 나가는 동안 창문에 흘러내리는 위스키 속에는 검은 어둠과 먼 별들의 빛이 뒤섞인 코루선트의 밤이 투명하게 흘렀다.


지옥의 가장 깊은 층이란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얘기로, 최하층인 9층은 배신자가 벌을 받는 곳으로 나옵니다.
2008/05/04 08:12 2008/05/0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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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rches 2008/05/05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키님은 시스로드!!!! 몇 번이나 내 가슴에 못 박으면 시원하시겠냐능. 가여운 내 아가들 진짜 어쩌면 좋냐고 걱정 가득되면서도 글 속에 던지시는 떡밥에 발리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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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잊으셨을까봐...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5월 4일 한국 시간 오전 9시에 플레이합니다. 논의할 것도 있으니 (해당 참가자분과는 어느 정도 얘기가 됐지만) 그때 뵙도록 하지요.
2008/05/02 05:45 2008/05/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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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2008/05/02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잊을리가 없지요(...) 그나저나 논의라니 뭘까요(...) 다시 아카스트님의 캐릭터가 센 테즈나로 바뀐다거나?(......)

  2. 아카스트 2008/05/03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플레이가 뭐죠? 먹는 거였나요? (우물우물)

    이방인님//로키님이 저와 논의하신 적이 없으니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혹시 린이 인도자를 본 것은 센이 폴리모프를 (이하생략)

  3. 로키 2008/05/03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린에게 그런 비밀이! (..) 어쨌든 어느 참가자 관련인지는 짐작이 가실 테니 그때 얘기하기로 하죠. 그 점과 관련해서 다른 두 분의 의견도 묻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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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에서 나름 설정한 알데란의 정치 상황은 캠페인의 뒷배경 중 하나이지만 특별히 부각할 기회는 없더군요. 그래도 캠페인 내에서 주인공들이 신경써서 찾아본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아마 제일 잘 알 사람은 틸), 소식이 그닥 빠르거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식도 아우터 림에 들려오니 원하면 활용할 수 있는 배경 지식으로 올려둡니다. 관련 외전 소설은 '신들이 사랑하는..' (특히 4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의 이름, 왕녀의 도박 등입니다.


지난 약 2세기 반 동안 알데란 정치는 왕당파와 공화파 사이에 경쟁과 대립, 협력의 역사였습니다. 왕당파는 알데란과 위성 식민지 중심의 지주와 대기업 제조업자가 중심 기반이고,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공화국의 간섭이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경향을 띱니다. 반면 항성 간 사업가가 주축이 된 공화파는 자유무역론을 주장하고, 알데란이 경제적·정치적으로 공화국과 더 일체화되고 공화국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역설하는 친공화국 성격이 강합니다.

왕당파의 수장은 당연히(?) 왕가인 루카로 가문입니다. 몇 세기에 거친 무리한 행성 개척 사업과 그에 따른 주변 세력과의 무력 충돌로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태이고, 그런 과정에서 공화국과 마찰도 많이 빚어서 정치적으로도 위태위태합니다. 수입을 확보하려고 공화국과의 무역 협약을 어기면서 항성 간 무역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가 또 갈등을 빚고, 보복 관세를 먹어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항성 간 무역에 의존하는 공화파와의 관계는 파탄 직전으로 가는 등 실책이 많았지요.

공화파가 강성해지며 변화한 세력 구도도 있고 해서 현재 왕은 훨씬 친공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에는 왕당 지지 기반과 갈등을 겪고 있고 또 공화파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왕가에 대한 국민의 전통적 충성심은 높아서 쉽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왕을 갈아치우는 사람은 엄청난 비난과 저항에 부딪쳐야 할 테니 말이죠.

왕가가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이라면 계승권 분쟁입니다. 왕에게는 아들이 없고, 계승법상 남자 계승권자에게 우선권이 있어서 계속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법이라는 게 흔히 그렇듯 모순도 있고, 애매한 데도 있고 (예를 들어 왕녀의 아들과 왕자의 딸 중 누가 우선인가?), 여왕도 꽤 있었으니 전례도 있고... 결국은 법이 아니라 세력에 따라 계승이 이뤄져왔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왕가에 지금 힘이 있었으면 맏딸인 쟈네이딘 왕녀의 계승은 문제조차 되지 않았겠죠.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화파의 사실상 대표인 오르가나 가문. 이들은 소영주로 시작했다가 알데란의 공화국 편입 시기에 대활약을 하면서 점점 부상해왔는데, 영지의 수입 외에도 항성 간 무역 등 수많은 사업의 수익으로 엄청난 부를 쌓고 있습니다. 왕가의 최대 채권자 중 하나이기도 하고, 결혼을 통해 왕가의 피도 잇고 있지요. 왕당파에서 '공화국의 앞잡이'라고 하는 비난도 근거가 있는 게, 실제로 공화국에서 알데란을 제어할 목적으로 키운 세력 성격이 짙고 공화국 의회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전통적으로 왕가를 상회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금 혼란한 계승 문제를 제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제1 왕녀 쟈네이딘이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의 은퇴 이후 사실상 오르가나 가주가 된 다룬 오르가나와 혼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는 한동안 나돌았습니다. 계승 자체는 쟈네이딘이 한다면 왕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르가나는 왕좌에 성큼 다가서게 되고, 왕가의 재정도 확보할 수 있고 (결국 빚에 팔려가는 쟈 공주 (?)), 다른 계승 경쟁자들에게 왕가를 지킬 수 있게 되니까요. 다만, 왕당파에서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도 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의외였던 것은 쟈네이딘 왕녀 자신의 행보. 알데란 대표의 공화국 의회 참석은 왕이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인데, 전통적으로 그 대리인은 왕이 신뢰하는 외교관, 친척이나 둘째, 셋째 자녀였습니다. 그래서 3년 전, 왕이 맏딸 쟈네이딘 왕녀를 대리인으로 보낸 결정은 한편으로는 상당히 의외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국 의회에서 오르가나와 경쟁해 보려는 몸부림 아니냐는 비웃음을 듣기도 했죠.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왕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의욕적인 의정 활동을 펼쳤고, 알데란만이 아니라 공화국 전체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르가나 의원과 함께, 그리고 나중에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우터 림의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고, 아우터 림에서 벌어지는 불의와 아우터 림 세력가--그 중 몇몇은 의사당에 같이 있는 의원--들의 야심을 경계했죠. 알데란 국민에게 그런 그녀의 인기는 전에없이 높아졌습니다.

코루선트 입법철이 끝나고 알데란 의회1가 개정할 때가 되자 이 기회에 의회에서 쟈네이딘 왕녀와 오르가나의 혼인을 제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서로 경계하는 왕당파와 공화파가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혼인 건이었으니까요. 비록 결혼 계약의 문구를 두고는 상당한 싸움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입법철이 끝나갈 때쯤 쟈네이딘 왕녀가 갑자기 아우터 림 순회 여행을 떠난다는 선언은 알데란 정계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왕녀의 용기와 신념에 대한 찬탄과 함께 안전에 대한 걱정, 루카로 왕가의 공화국 내 위상이 어쩌면 오르가나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예측과 함께, 은연중에 떠돌던 혼담을 왕녀와 왕가가 적어도 한동안은 강한 거부를 표시한 귀추에 대한 계산이 만연했지요. (당시 알데란에서는 여자에게 차이는 것을 '아우터 림 여행'이라고 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의회 개정은 오르가나 가문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혼담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이미 경계 대상이 될 만큼 된 상태에서 적어도 한동안은 혼담 추진은 어렵게 되었으니까요. 최악의 해석으로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거절당한 것이었고... 쇠락한 왕가를 둘러싼 계승 문제와 왕당파와 공화파의 갈등을 가장 평화롭게 해결할 길 같았던 혼담이 일단 무산된 상황에서 알데란 의회의, 그리고 무엇보다 왕가와 오르가나 가문의 행보는 초조한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단 회기가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을 보면 왕가의 한 친족이 오르가나를 가리켜 '어린 독사놈'이라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르가나 자신은 아우터 림에서 왕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례적인 인삿말 정도로 발언을 마쳤지만, 의회의 공화파가 나이든 총리대신 라단 네이옌을 이런저런 이유로 비난하며 '극구 사양하는' 다룬 오르가나를 총리대신으로 강력하게 천거하고 나섰지요.

왕의 수석 자문위원이며 신하 중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대신의 권한은 왕이나 총리 자신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현재처럼 왕가가 강하고 약하고 총리의 세력이 강할 때는 누가 실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르가나가 이 정도로만 만족하고 이 이상 계승권에 다가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면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때맞춰 그 동안 계속 왕가가 진 빚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었던 은행 등 채권자들이 더 이상의 연장을 거부하며 왕을 압박했습니다.

다룬 오르가나가 뜻을 이룰 가능성은 꽤 커보였습니다.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알데란의 권력자들이 복잡한 거래와 협상을 벌이는 동안 아우터 림에서 왕녀의 실종 혹은 사망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최근 높아진 왕녀의 인기까지 반영해서 알데란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고, 그 와중에 총리 추천 건은 잊혀졌습니다. 오히려 최근 요주의 인물이 되면서 좋은 표적으로 떠오른 오르가나는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여론상으로는 1순위 용의자가 되었고, 그가 왕녀 수행단에 지원한 경호 인원이 연락이 없는 사실에 대해 추궁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해 그는 제다이 공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수행한 제다이 나이트들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한창 시끄럽던 중, 왕녀의 생사를 확인하고 수색할 병력을 아우터 림으로 보내는 것을 오르가나가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면서 그에 대한 여론은 결정적으로 나빠졌습니다. 2 결국 알데란에서 보낸 함선은 아우터 림에 들어서자마자 파괴당하고, 알데란이 거의 심적 공황 상태에 빠진 동안 오르가나는 코루선트에서 열린 비상 회기에 참석하러 야반도주하듯 알데란을 뜹니다.

아우터 림에서 시스의 집결, 군벌의 횡행, 무력 분쟁 등 온갖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공화국 의회는 계엄법 통과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아우터 림 의원들이 중심이 된 발의로 안티온 아르드노 의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처리하는 동안 분위기는 더욱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물밑 교섭 끝에 애당초 발의한 아우터 림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불신임 투표는 예상을 깨고 부결되고,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계엄은 가결 처리됩니다.

계엄 통과만큼이나 알데란에 파문이 컸던 소식은 쟈네이딘 왕녀가 코루선트에 귀환해서 계엄에 찬성하는 의사를 표하고 가결표를 던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입지가 급격 상승하고 있고 기적적으로 생환하기까지 한 그녀의 지지가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어쨌든 거의 폭동 직전까지 갔던 알데란은 왕녀의 귀환(?)으로 현재 진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다만, 왕녀는 가족과 짧은 통신 중에 코루선트에 당분간 남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하며, 계엄 의회에서는 항성간 여행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한동안 왕녀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코루선트에 머무를 듯합니다.

아르드노는 의장 자리를 유지했고 현재는 계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지만, 한동안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지 기반이 침식당했던 그로서는 영향력 있는 몇몇 의원이 뭉쳐서 그를 밀어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일입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이제 오명은 어느 정도 벗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고, 전에 없이 제다이 공의회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건 왕녀의 아우터 림 여행 때부터 이미 표면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다룬 오르가나가 종종 보입니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데란은, 그리고 공화국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 정치부 로키 기자 (??)


주석
  1. 본래 대영주가 중심이 된, 국왕에 대한 자문 위원회로 시작한 알데란 의회는 관세 파동 때부터 부쩍 발언권이 강해진 기업가들이 참여권을 얻어냈고, 권한도 강해진 기관입니다. [돌아가기]
  2. 아우터 림을 아는 사람이 보면 수색대 파견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워진 아우터 림에 눈에 띄는 알데란 병력을 보내는 것을 반대한 것이며, 대신 아우터 림을 잘 아는 소규모 부대를 비밀리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무 해명도 안해서 짐작일 뿐이지만. [돌아가기]
2008/04/21 09:21 2008/04/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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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Zoloft.

    Tracked from Zoloft. 2009/10/18 14:21  삭제

    Zoloft. Zoloft side eff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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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년H  2008/04/21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처럼 왕가가 강하고 총리의 세력이 강할 때는 누가 실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 ??

    뭐 대충은 알고 있던 거긴 하지만 (라고 해도 제일 잘 아는 건 사감이 들어간 자락스 아닙니..(..)) 확실히 정리된 걸 보면 더 뚜렷하네요.

    한 가지 유념할 사실은 '가짜' 쟈네이딘이 코루선트에 있다는 것?

    • 로키  2008/04/21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쳤습니다~ 역시 부분부분 암시는 꽤 됐던 내용이긴 하죠. 전체적으로 정리한 건 처음이지만요. 자락스는 감정이 들어가서 아는 것도 까먹을 듯도..(..)

      아무래도 가짜 쟈네이딘이 알데란에 가서 가족이라도 만나면 그대로 들통나겠죠. 부상을 숨기는 면도 있고.. 라이나도 코루선트에 있을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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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4월 20일, 27일 (미국과 캐나다 시간으로는 19일, 26일) 플레이는 기말 관계로 진행자 휴업합니다. 물론 참가자끼리 캠페인 관련해서 뭔가 한다면 성장 재굴림 포상이 기다릴지니~
2008/04/16 00:30 2008/04/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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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카스트 2008/04/16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플레이 시간에 모여 다함께 소설 외전을 씁... (?)

  2. 소년H  2008/04/16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일날은 그럼 저도 빠질께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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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환님의 제안으로 아를란이 알로스 자르트레인의 죽음을 전해듣는 부분과 공의회의 행동에 대한 그의 의문을 외전 소설 처리해보았습니다. 댓글을 통해 게시판 RP처럼 처리해도 괜찮을 것 같고, 그냥 의견을 얘기하는 자리로서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안습인 건 제 멋대로 하라 그러면 정말로 행동마다 묘사가 이 정도 나올 거라는 점..(..)

글에 나오는 사건 자체는 다른 외전 소설인 풀섶에 숨은 뱀에 나온 것이고, 아를란의 침묵의 결과는 공화국의 그림자 45화에 나옵니다. 배경이 되는 설정은 티로칸아를란 정보.



조우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카프리콘 기내는 조용하다. 검은 진공에 별들만 밖에 끝없이 펼쳐진 뷰포트에도, 침묵하는 센서에도 그들을 호위하는 두 척의 전투기는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 신속한 두 조각 그림자는.

선실 문이 열리는 치익- 소리는 그 정적 속에 크게 울린다. 그 문으로 들어서는 젊은이를 보며 새삼 그가 얼마나 어린지 생각하게 된다. 스물 정도면 그렇게까지 어린 나이도 아니고 멀쩡한 허우대는 지나칠 정도로 튼튼하지만, 언제 이유도 모르고 얻어맞을까 두려워하는 어린 동물 같은 눈빛을 가끔 보일 때면 성장이라는 것이 파다완 아를란에게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알 수 있다.

"저... 묻고 싶은 것이..."

그는 머뭇거리며 말을 꺼낸다. 지금이라도 등을 돌려 도망치고 싶은 자신을 억지로 떠밀며. 성장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악전고투라면, 적어도 이를 악물고 그 싸움을 해낼 용기는 그에게 있다. 아무 가르침도 없이 맹목적인 분노와 두려움에 질렸던, 사납고 길들여지지 않은 이전의 모습에 비하면 큰 변화이다.

"아까 전에... '두' 사람을 잡아갔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습니까? 왕녀님을 수행했던 나이트는 세 사람이었는데..."

이 질문에 대답하면 그에게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파다완의 부주의가, 그의 치기어린 감정이 초래한 결과에서 그를 보호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한 진실이 아니면 무엇이 그에게 수행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거짓을 통해 포스의 길을 깨달아가라고 할 수는 없다.

나이트 알로스 자르트레인의 죽음을 전해들으면서 아를란의 얼굴에서는 차차 핏기가 빠져나가고, 그는 힘이 풀린 듯 의자 하나에 주저앉는다. 검은 눈빛은 생기가 사라진 채 차갑게 굳어있다.

"그랬습니까..."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는 쉬어 있고, 무릎에 얹은 손은 가볍게 떨린다. 살생과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극단적이던 그에게, 자신의 침묵이 원인이 되어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로 다가올지.

"사람 죽이기 참 쉽군요. 그냥 가만히 입만 다물고 있으니까 하나 죽고, 나머지 둘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자조 섞인 목소리에는 가벼운 히스테리가 묻어난다. 물론 알로스를 죽인 것은 피나틸리아이지 아를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잘 안다. 그가 입을 열지 않아서,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위치 추적기를 옮겨서 도와준 (그의 집착, 그의 번뇌, 연인인 적 없는 연인, 그의) 피나틸리아는 그가 협력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길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알로스를 죽일 생각은 꿈에도 없었으리라. 그저 부주의했고, 그저 경험이 형편없이 부족했고, 그저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그리고 알로스 자르트레인이 그저 죽었을 뿐. 누가 그의 죽음을 바라고 누가 바라지 않았건, 옷에 숨은 위치 추적기와 파다완의 침묵, 시스 로드의 무심한 살의가 한 목숨을 앗아갔다.

"말했어야 했습니다. 말했어야 했는데..."

잠시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가 아를란은 벌떡 일어서서 이리 걸었다 저리 걸었다 한다. 거의 공황 상태에서 자꾸 가빠지려는 숨을 억지로 가라앉히려는 노력도 별로 성과가 없다. 시체가 흩어진 바닥에 앉아 검은 로브 입은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그런 그에게 순간 겹친다.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기랄... 그때 그 여자가 그 얘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감정에 지쳐서 아를란은 작업대에 한 손을 짚어 몸을 지탱한 채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친다. 그리고 천천히, 조각조각 진실은 더듬거리며 떨리는 말이 되어 나온다.

"마스터 티로칸이... 나이트 로어틸리아와 그녀... 피나틸리아의 마을에 갔을 때... 그녀의 마을... 부모가 모두..."

그의 얼굴이 감정과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나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단 가장 어려운 말을 하자 갑자기 차분해진 그는 공허한 시선을 낮춘다. 혼잣말처럼 던지는 나지막한 물음 뒤에 숨은 혼란과 배신감이 지친 표정과 기운 없는 목소리에 묻어난다.

"왜 공의회에서는 그런 일을 숨긴 겁니까."

어쩌면 공의회에서는 피나틸리아와 로어틸리아가 그 일로 괴로움을 겪기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분노로 다크 포스에 빠지는 것을 우려했을지도. 그 사건이 마스터 티로칸의 잘못이 아니었다면 그를 정당하게 보호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가족이 어떻게 죽었는지 하는 지식이 아를란을 자기파괴로 내몰고 피나틸리아를 다크 포스의 유혹에 빠뜨렸는데, 공의회의 침묵이 반드시 잘못이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그 판단은 누구의 몫인가. 타인에게 얼마만큼의 진실을 전할지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가. 확고한 진실의 기반이 없이 라이트 포스를 따른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거짓이 참된 포스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면, 시스가 하는 거짓말과 제다이 공의회의 침묵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알로스의 죽음이 보여주듯 침묵은 어떤 진실보다, 어떤 거짓보다 파괴적일 수 있는데.

모든 언어를 쏟아낸 듯 조용해진 채 젊은 파다완은 해답을 구하고 있다. 젊은이의 눈빛 뒤에서는 아직 성장이라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어린아이가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2008/04/14 23:15 2008/04/1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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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년H  2008/04/15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이건 틸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
    그런데 저런 심정 묘사라니 '피나 PC화!' 계획에는 또 어려움이..

    • 로키  2008/04/15 0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를란은 뭘 하려고 해도 걸림돌이죠..(..) 뭐, 패면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2. orches 2008/04/15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뇌를 녹이시는 소설을.. 격침당했습니다. 를란이.. 를란이가 ;ㅅ;
    깊은 산 속 옹달샘 찾은 새벽 토끼마냥 살짝 들릴려고 했는데 말입지요. 로키님 나빠요.
    추신 - 이번에 했던 외전 플레이.. 미처 로그를 저장하지 못하고 꺼버린 듯 싶습니둥. 아무리 찾아도 없다능 ;ㅅ;

    • 로키 2008/04/16 0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 로그 저한테 있으니까 나중에 올릴게요. 너무 살며시 다녀가지만 마시고 댓글 남기시면 저야 좋죠. 아를란의 고민에 대해 미셸이 나름 가르침을 주는 것도 상상할 수 있겠습니다만, 코루선트에서 만난 때에 비해서는 많이 까칠해진 그녀인지라(..)

      추신: 다음에 쓰려고 생각하는 외전에서는 다룬이 미셸을 멋지게 배반할 것 같군요. 본편의 추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미셸이 다룬 구해준 걸 그의 말대로 후회하기 시작할지도 모르는 일. 자 공화국 놈들은 다 글렀다, 미셸! 다크포스의 길로! +_+

  3. 소년H  2008/04/16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반응 없으면 심심하니까

    로어틸리아 : "................." 방에 들어갑니다. 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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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의 그림자 45화입니다. 사실 로그에서 플레이 내용 자체는 반이 채 안 되는데, 플레이 후 토론을 남기니 40쪽이 넘는..

요약


알사피로 내려간 일행은 쟈네이딘을 수행했던 세 나이트 중 하나는 체포하러 온 '제다이'에게 죽었으며, 왕녀의 대역을 했던 니아 산레스를 포함한 두 제다이는 그 '제다이'에게 체포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제다이를 사칭한 것은 피나틸리아였다는 사실도... 그때 마침 뉴스에는 계엄법 통과 이야기가 나오면서 계엄권자 아르드노 의장 뒤에는 다룬 오르가나가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합니다.

자락스와 로어틸리아의 짐작대로 뉴스에서는 '왕녀'가 극적으로 생환해 계엄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알데란의 혼란을 안정시켰다고 전합니다. 그 덕을 본 것은 당연히 다룬 오르가나. 그들은 하루바삐 왕녀를 수행해 중앙으로 돌아가 사실을 공표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계엄 의회에서 내린 여행 통제를 뚫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알사피에서 이륙해 두 그림자 함대 조종사에게 호위를 청하자 그들은 새로운 명령이 내렸다고 하고, 언제나 편리한(..) 뉴스를 통해 그들은 센 테즈나에 대해 단투인의 민간인 공격 건으로 체포령이 내린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표면상 이유일 테고, 센은 그림자 프로젝트의 열쇠를 쥔 인물인 만큼 그가 지금의 공화국 의회에 붙잡히면 또 다른 그림자 함대가 출몰할지도 모르는 일.

따라서 파일럿은 제다이들에게 도리어 자신들과 함께 센 테즈나의 신변을 확보한 후 그림자 함선을 받아 공화국의 통제벽을 돌파하는 대신 피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 부탁을 수락한 순간 린라노아의 눈에는 센의 인도자 (커다란 애완견 암늑대)가 보이고, 그들은 그림자 프로젝트에서 보내오는 지원군과의 조우 지점으로 향합니다.

감상

이제 캠페인도 마지막 장에 들어섰습니다. 작년부터 생각해오던 음모와 복선들이 거진 드러났으니 이제  곧 크게 터지고 끝나겠죠. 물론 제 계획성이란 대단한 게 못 되므로 주인공 일행 대화보면서 괜찮은 거 있으면 캠페인 배경에 우겨넣고 있고, 또 상황만 준비할 뿐이지 전개는 준비한 게 없으므로 어떻게 끝날지는 미지수. 참가자들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_+

43화에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안 후로 로어틸리아의 다크화 복선을 동환님이 깔아놓으신 것도 관심거리. 중간에 로어틸리아가 피나틸리아를 '언니'라고 불러서 다들 순간 굳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게 복선이었더군요. 틸과 피나 얘기는 동환님과 기회가 날 때마다 정리해보는 설정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두 자매의 만남은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동환님이 확실히 센스가 있고 극적 신호를 잘 받아주시는지라 로어틸리아를 다루는 건 늘 재미있고 편하군요.

자락스와 다룬의 대립 구도도 이제 더욱 확실해지고 있네요. 삼각관계까지 들어간 이런 극심한 정치적, 철학적, 성격적 대립은 동인의 황금맥 고전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그 대립이 어느새 캠페인의 중심축이 된 듯합니다. 캠페인 초기에는 그걸 훨씬 더 걱정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방인님이 저와 감각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