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쏘다] 수석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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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오체스님과 IRC로 한 달을 쏘다 (Shooting the Moon) 2인 플레이입니다. 아더왕 전설을 느슨하게 따와서 왕과 그의 수석 기사가 남편을 잃은 귀부인을 두고 경쟁하는 이야기…라는 게 첫 설정이었는데, 좀 있다 얘기하겠지만 별로 그런 쪽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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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 아리아네드 아팔렌
특성치: 가녀리다, 고귀한 혈통, 상냥하다, 자존심이 강하다, 열정적이다, 신중하다
기회: 과부가 되었다
장애: 전장에서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한다
능력치: 남편에게 물려받은 영지의 여주인

목표: 아리아네드의 검은 베일

구애자 1: 아르테갈 모드레그

특성치
서자이지만 좋은 교육을 받았다
제멋대로이지만 뉘우침이 빠르다
자긍심이 높지만 친구에게는 낮출 줄 안다
조심스럽지만 가끔 흥분하기도 한다

능력치
사람: 아리아네드의 사촌 레린드
장소: 왕궁
물건: 왕의 상징인 명검 ‘아이언그레이’
무자비하다
귀족들에게 약점을 보였다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다

갈등: 아리아네드의 남편 펠리아스가 왕을 지키다가 죽었다
목표: 6점

구애자 2: 시엘 라크란

특성치
귀족이지만 거만하지 않다
배려심 깊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하다
실리적이지만 계산에 서투르다
조심성 없지만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다

능력치
사람: 친척 아주머니 모리언
장소: 호수
물건: 준마 비바체
펠리아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케레웬의 불길한 예언
수석 기사

갈등: 왕에 대한 충성심
목표: 5점_M#]
요약

젊은 왕 아르테갈 모드레그는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왕권을 확립하나, 아직 왕국의 정세는 불안합니다. 그는 반란 진압 중 아르테갈의 퇴로를 확보하고 전사한 펠리아스 아팔렌의 아내였던 아리아네드 아팔렌에게 마음을 빼앗겨 결국 그녀 때문에 귀족들 앞에 약점을 보이고 맙니다. 한편, 아르테갈의 기사이며 친구인 시엘 라크란 역시 호숫가에서 만난 아리아네드에게 마음이 설레이나 펠리아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쉽사리 다가서지는 못합니다.

시엘이 친척 아주머니 모리언의 저택에 방문하고 있던 중 아르테갈의 씨 다른 누나이며 마녀인 케레웬이 아리아네드를 노립니다. 아리아네드는 왕국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말이죠. 시엘은 케레웬을 막아내고 아리아네드를 구하지만 케레웬의 예언에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아리아네드 때문에 귀족들에게 깔보인 아르테갈의 모습에 더욱… 그러면서도 그는 왕이 주최한 큰 마창 시합에서 오랜 경쟁자 레린드를 이기고 수석 기사 자리에 오르고, 승리의 영광을 아리아네드에게 바칩니다.

토너먼트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다시 한 번 케레웬은 아리아네드를 죽이려 하나, 아르테갈은 왕가에 전해지는 치유의 힘으로 그녀를 구하고 모든 귀족 앞에서 자신이 진정한 왕임을 증명합니다. 그가 더 이상 케레웬의 도발을 보아넘기지 않겠다며 그녀의 근거지를 습격할 의지를 밝히자 시엘부터 시작해 모든 기사들이 앞다투어 칼을 바칩니다.

케레웬의 거처인 돌로르 성으로 간 아르테갈과 그의 기사들은 마녀가 내린 마음의 시험을 겪은 후 탑 꼭대기에서 마녀와 대면합니다. 아르테갈은 아리아네드가 왕국에 재앙을 가져오는 것이 운명이라 해도 아리아네드처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왕으로서 지키겠다고 선언합니다. 케레웬은 자신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라겠다며 사라지지요. 언니 의외로 싱거웠구나

이후 아르테갈과 아리아네드는 결혼식을 올리고, 시엘은 아리아네드가 쓰던 검은 베일을 징표로 받아 토너먼트마다 왕비의 명예를 드높이는 기사가 됩니다.

감상

전반적으로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시엘이 거의 아리아네드에 관심을 안 보인 점이라든지 최종 장면과 에필로그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끝나고 나서 제가 오체스님께 심통을 좀 부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최종 장면이나 후일담에는 그동안 있었던 갈등을 해소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해소 없이 미진하게 남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요. ‘레린드와 아르테갈이 탑에서 마녀에게 홀려 시엘을 공격한 일이 있었던 듯도 하지만 별로 상관없어’ (그리고 마녀가 왜 그런 수고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분위기?

제가 최종 굴림에서 져서 유치하게 심통이 걸 수도 있고 아더왕 원전에 너무 집착했던 걸 수도 있지만, 결말이 완전한 느낌만 들었다면 이기든 지든 큰 상관은 없었을 거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선한 캐릭터의 희생과 시련, 고난이 주된 관심이고 그 외의 갈등은 피하거나 덮는 편인 오체스님의 스타일, 그리고 선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인물 중심으로 모든 갈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제 스타일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위에 말한 스타일의 또 다른 결과라면 오체스님 인물들이 너무 착하고 욕심이 없는 점도 이번 플레이에서 또 드러났었죠. 경쟁적인 놀이이니까 서로 좀 더 밀고 당기는 맛이 있는 편이 재밌었을 것 같은데, 저쪽에서 별로 당기지 않으니까 저도 있는 힘껏 당기지 못했달까요. 엔딩 부분도 결국 승패는 별 상관도 없이 그냥 좋게좋게 끝난 느낌이고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취향상’ 그런 거지만요.

제가 끝에 가서 띡띡대긴 했지만(..) 함께해주신 오체스님께 감사드리며, 특히 자신의 취향을 많이 반영하실 수 있었던 점은 다행입니다. 제 취향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스타일의 정합과 부정합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2 thoughts on “[달을 쏘다] 수석 기사

  1. orches

    ‘달을 쏘다’ 라는 룰을 알려주시고, 플레이를 같이 해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불만족스러우셨다니.. ㅠ 죄송해요) 제 입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생각한 건데요, 무엇보다 플레이에 참가하는 사람의 취향이 무시되지 않고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한 같은 상황을 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라던지.. 원하는 것이 미묘하게 달랐던 점이 흥미로왔어요. 그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건, 케레웬의 의도와 엔딩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추신- 이제 곧 구정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추신 2- 왠지 전 다룬이나 아르테갈 같은 타입에 약한 듯.. 합니다. 1턴에는, 캐릭으로써는 누구보다 충성과 애정을 바쳐야 할 왕이건 나발이건 상관없이 사랑받은 이를 빼앗겠다고 나름 불타고 있었는데요. 어느 틈에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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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예, 바로 그 ‘서로 다른’ 점이 플레이를 의외적이고 재미있게 하는 거겠죠. 마스터 있는 플레이에서는 보통 진행자의 색채가 굉장히 주도적으로 반영되기 쉬운데, 이런 식의 진행자 없는 공동 제작 플레이에는 양자의 성격이 모두 반영되는 점이 재미있죠. 아마도 아리아네드의 이중인격(??)에서부터 이미 그 차이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케레웬에 대한 해석도 많이 달랐고요.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차이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 양극단 사이에 플레이가 (특히 후반에 가서) 갈팡질팡한 부분이었습니다. 그점은 둘 다 책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의견을 부딪치기보다는 일단 피하고 보려는 조심스러움이 결국 소통의 부재를 불러왔죠. 솔직하게 ‘에이, 그게 뭐에요! 컷!’ 이라든지 ‘넘해요, 바꿔줘요 바꿔줘..ㅠㅠ’ 같은 소리를 할 수 있었다면 훨씬 관점의 융화가 잘 되지 않았을까요. 함께 하는 놀이의 근본은 의사소통이니까요.

      추신: 오체스님도 설 잘 보내세요~^-^ 그리고 아르테갈이나 다룬처럼 인격파탄 잘난척쟁이들이 뭐가 좋다고 그러십니까! (아르테갈 꾹꾹 밟기) 권력 있고 말솜씨 번드르르한 남자에게 빠지면 인생이 고달파요, 인생이! ㅋㅋ 그리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 수록 괴롭히는 것이야말로 RPG인의 올바른 자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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