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쏘다] 솔꽃의 선택

승한님과 스카이프로 한 달을 쏘다 (Shooting the Moon) 2인 플레이입니다. ‘달을 쏘다’는 삼각관계를 그리는 RPG로, 두 구애자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지려고 경쟁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플레이 배경은 비스트 헌터 (Beast Hunters)의 첼’쿠리 부족을 느슨하게 기반으로 했습니다.

배경을 잠시 설명하자면, 여자들이 이끄는 모계 사회인 첼쿠리 부족들은 여자들이 같이 아이를 낳고 싶은 남자를 스스로 고릅니다. 이 플레이에서 부족의 두 청년 검은뿔과 천둥구름은 부족의 젊은 지도자 중 하나인 솔꽃의 간택 선택을 받으려고 경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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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 솔꽃
특성치: 힘이 세다, 지위가 높다, 사교관계가 넓다, 조상신의 가호, 아름답다, 용맹하다
기회: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장애: 부족 내 위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

구애자 1: 검은뿔
특성치:
족장의 아들이지만 족장보다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다
친구가 많지만 대부분 그의 지위만 보고 따른다
조상신의 축복을 받지만 그래서 거만하다
못생겼지만 카리스마가 있다

사람: 솔꽃의 경쟁자인 옛 연인
장소: 그의 카리스마를 십분 보일 수 있는 마을 광장
물건: 검치호를 때려잡고 그 어금니로 만든 목걸이

갈등: 다른 지도자들이 그와 솔꽃의 결합을 경계한다

능력치: 마마보이, 맘모스를 직접 잡는 용맹, 부족의 땅을 탈환하려는 일념

구애자 2: 천둥구름
특성치:
비천한 신분이지만 주제파악을 못한다
외톨이이지만 그래서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조상신의 저주를 받았지만 그래도 조상신을 경외한다
잘생겼지만 왠지 음침하다

사람: 솔꽃을 미워하는 어머니
장소: 혼자 생각하러 가는 절벽
물건: 그를 따르는 괴조

갈등: 부족에게 경멸받는 위치에 있다

능력치: 큰 약탈을 성공시켰다, 어머니들의 원한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 부모의 죄를 씻었다

목표: 솔꽃에게 아이의 아버지로 선택받는다_M#]
플레이 내용

천둥구름은 솔꽃의 마음을 얻으려고 부족의 땅 근처 교역로를 통과하는 상단을 혼자 약탈해 그녀에게 전리품을 바치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수에 혼자 덤볐던 그는 위기에 처하지만, 그의 계획을 눈치챘던 솔꽃이 전사들을 이끌고 와서는 계곡 벽에서 뛰어내려 그와 나란히 싸웁니다. 두 사람은 천둥구름의 괴조를 타고 전사들과 합류해 함께 약탈을 성공시킵니다.

검은뿔은 마을 광장에서 솔꽃의 경쟁자들에게 모욕을 주며 솔꽃이야말로 부족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역설하지만, 오히려 솔꽃은 남자의 도움이 필요한 나약한 지도자라는 모욕을 듣게 됩니다. 검은뿔의 어머니가 그들을 꾸짖어서 자리는 모면하지만, 대신 검은뿔은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전사 소리를 듣습니다.

천둥구름은 혼자만의 장소인 절벽에 솔꽃을 데려와 꽃을 꺾어주며 둘이 좋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 어머니가 올라와 내 원수의 딸과 무슨 짓이냐며 솔꽃에게 욕설을 퍼붓고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천둥구름은 이제 아이가 아니라며 어머니를 뿌리치고 솔꽃을 뜨겁게 포옹합니다.

친구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간 검은뿔은 맘모스에게 밟힐 위기에 처하지만, 침착하게 맘모스의 어금니를 피하며 솔꽃의 도움을 받아 창으로 맘모스를 잡는 용맹을 과시합니다. 괴조 타고 나타났던 천둥구름은 완전히 새됐어염 흑흑

맘모스 사냥 후 한동안 사냥감이 줄어들고 약탈도 실패하는 등 불운을 겪은 부족은 샤먼에게 신탁을 청하고, 조상신이 씌운 부족의 샤먼은 저주받은 자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솔꽃은 부족보다 앞서 천둥구름과 그 어머니의 집으로 달려가 피하라고 경고하지만, 천둥구름의 어머니는 솔꽃의 수명을 바치며 악령을 불러 부족민들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나 천둥구름이 간절하게 조상신을 불러 악령을 물리치자 부족은 그의 용기와 헌신을 인정합니다.

한편 부족의 어려움을 틈타 적대 부족이 쳐들어오자 (생각해보니 도망친 천둥구름의 어머니가 충동질한 걸 수도 있겠군요) 검은뿔은 전사들을 이끌고 맞서 싸우지만, 그의 친구 중 하나에게 배신당해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검은뿔의 옛 친구는 적대 부족에게 부족의 땅을 넘기고, 솔꽃은 검은뿔을 구해 피신시킨 후 부족의 시련에 함께하고자 돌아갑니다. 목숨을 건진 검은뿔은 부족의 땅과 솔꽃을 되찾을 집념을 불태웁니다.

천둥구름은 약탈에서 얻었던 재물로 용병을 고용해 쳐들어가고, 적대 부족이 용병들과 맞서 싸우는 동안 검은뿔은 부족 생존자 중에 선발한 결사대와 함께 침입해 광장에서 결전을 벌입니다. 솔꽃이 괴력으로(..) 탈출해 검은뿔과 나란히 싸우는 동안 천둥구름은 괴조를 타고 나타나 솔꽃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검은뿔은 적대 부족의 수장 붉은사자를 쓰러뜨립니다.

이때 천둥구름의 어머니가 불렀던 악령이 다시 나타나지만, 검은뿔이 조상신을 불러 두 신은 전투를 벌입니다. 혼란 중에 천둥구름의 어머니는 솔꽃을 죽이려고 하지만 천둥구름은 차마 어머니를 다치게 하지는 못하고 자기 몸으로 칼을 받아냅니다.

솔꽃은 천둥구름의 어머니이니까 이번은 살려주겠지만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하고, 천둥구름의 어머니는 아들이 쓰러진 모습에 복수의 허망함을 깨닫고 사라집니다. 검은뿔은 부족 전사대의 수장으로서 부족의 주요 인사가 되고, 솔꽃은 회복중인 천둥구름에게 찾아가 용맹한 미래의 전사를 낳고 싶다면서 함께 아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다소 심경이 복잡한 검은뿔에게 부족의 전사는 많을 수록 좋다는 말로써 훗날을 기약합니다.

감상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온라인상으로 했으니 ORPG입니다만, 목소리로 해본 RPG는 처음이었습니다. (이건 TRPG! Telephone Role-Playing…(퍽퍽)) 무엇보다 정말… 빠르더군요. 또 다른 달을 쏘다 플레이인 ‘수석 기사’는 3회 하고서 이제 최종 장면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번 것은 인물 제작, 규칙 설명까지 다 해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만에 후딱 끝났으니까요. 채팅으로 했으면 정말 밤새 했어도 끝날까 말까 했을 텐데 말이죠. 확실히 빠르고 가볍게 하기에는 음성 플레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채팅 플레이에 비해 깊이는 좀 덜하다는 느낌도 들었던 게, 별로 자세한 RP는 없이 모든 걸 요약으로 빨리 넘긴 면도 있었거든요. 속도가 워낙에 빨랐던 것은 그런 것도 작용했겠죠. 일단 말이 글보다 빠르고, 또 자세하게 하지 않고 요약으로 넘기기도 했으니 속도상 이점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요. 대충대충 넘어간 데는 저는 말로 한 RPG는 처음이었고 승한님도 오랜만이었던 점도 작용했을 것 같긴 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둘이 경쟁하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말하자면 보드게임과 RPG의 장점을 둘 다 취한 느낌이었달까요. (이렇듯 RPG의 범주를 넘어서기도 하는 이야기 중심 규칙들 때문에 이야기 게임이라는 범주가 생긴 걸로 압니다.) 그러면서도 인물 공동 제작 규칙의 영향인지 사랑하는 이와 양쪽 구애자 인물 모두에게 애착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독점적으로 제작한 인물들이었다면 상대방 구애자에 대한 애정은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작 규칙 때문에 상당히 대조적인 인물이 되는 두 구애자의 대비로 인한 긴장도 흥미로웠고, 서술에 세 사람의 특성치, 능력치 등을 엮어넣는 제약을 받다 보니 인물 설정이나 앞 이야기하고 이어지는 과정이 참 재밌었습니다. 천둥구름의 어머니와 그녀가 부른 악령이 주요 악당이 된 점이라든지, 검은뿔이 설전을 펼쳤던 바로 그 광장에서 적대 부족의 수장을 쓰러뜨렸다든지 하는 식으로 같은 극적 요소가 계속적으로 등장하고 이어지면서 그 의미를 더해간 점이 좋은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이런 식의 플레이는 장기 캠페인에 대한 기본 전제를 벗어나서 플레이를 부담 없이, 거의 오락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준비 없이도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구조,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짤막한 형식 등이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달을 쏘다’는 장기 캠페인을 할 사정이 안 되더라도, 혹은 가벼운 단편 이나 단기 플레이를 하고 싶을 때 적합한 규칙인 것 같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플레이였고, 앞으로도 이렇게 가벼운 기분으로 쉽고 빨리 할 때는 종종 스카이프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 사람이 하면 좀 헷갈리기 시작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승한님 MSN 메시지

그런 소리는 또 처음 듣는구려


승한님 목소리도 귀여웠어요..캬캬. 좋은 플레이 감사합니다! ^^

4 thoughts on “[달을 쏘다] 솔꽃의 선택

  1. Asdee

    음성 플레이 멋지네요^^; 진행속도가 빠르다니 왠지 솔깃합니다. 그래도 역시 얼굴을 맞대고 열혈을 불태우는(?) 그 느낌이 날지는 모르겠지만서도.. 하하하

    @ 다음엔 이제 웹캠까지 동원되는 것일까요? ㅎㅎㅎ

    @@ 인터넷 기반 채팅이라면, 뭔가 실시간 목소리변조(-_-;) 같은게 가능하면 재밌을 거 같기도 해요.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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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실시간 음성변조 멋지겠는걸요..ㅋㅋ 찾아보면 그런 것도 있을지도요. TRPG하고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마침 오늘 평생 처음(!) TRPG를 해보게 됐으니까 비교해보도록 하죠.^^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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