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흙탕물 고양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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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환님 진행, 아카스트님 참가로 아를란이 나온 외전입니다. 저는 다른 거 하면서 관전했고요.

요약

다쓰 세리트와 함께 넬반에 온 아를란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다가 다쓰 세리트에게 덜컥 부름을 받아 근처 도시에 있는 ‘흙탕물 고양이’라는 조직의 두목에게 마약 ‘트랜센덴스’가 든 봉투를 전하라는 임무를 맡습니다. 투덜거리며 출발한 아를란은 가는 길에 낡은 짐차 하나 스쳐간 것 말고는 한적한 길을 통해 도시에 도착하고, 캔티나에서 바텐더에게 흙탕물 고양이에 대해 묻다가 무시당하자 혼자 열내다 쫓겨납니다. (…)

추운 거리를 처량하게 신세한탄을 하며 무작정 걷다가 아를란은 바로 그 흙탕물 고양이 조직원들에게 습격당하고, 신토넥스에서 찾아왔다고 설명하려고 해도 상대는 ‘모래밭 강아지’ 조직원이라면서 공격해옵니다. 결국 불량배들을 때려눕힌 아를란은 조직원들의 움직임을 추적해 그들이 모인 근처 창고에 들이닥치며 두목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결국 실컷 얻어맞고 붙잡히지요. 오해는 곧 풀리지만 (물론 맞을만큼 맞고 나서야..), 찾던 두목은 아까 길에서 지나친 그 짐차를 타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아를란은 망연자실해서 쓰러집니다. (묵념)

감상

예, 동환님 말씀대로 완전 부조리극이었습니다. 와하하..(..) 전투 판정 성공률은 60%, 사회 판정은 40%면 사실 트롤베이브 치고 무난한데, 이상하게 전투할 때는 주사위가 높게 나오고 사회 쪽을 할 때는 낮게 나오는 경이적인 주사위운을 보이며 결국 쓰러져버린 우리의 장한 아를란군이었죠.

확실히 트롤베이브는 인물 제작이 간단해서 빨리 시작하고 플레이하기 좋더군요. 초보자님은 실패율이 너무 높다는 점, 동환님은 부상 시스템 부분을 비판하셨지만요. 묘사적인 면에서는 뭐 별거 없는 규칙이고, 서사적 구조화와 서술의 전술성 면에서 생각해야 말이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이기고 진행자에게 서술을 맡길 것인가, 지고 그 경위를 내 서술로 조정할 것인가?)

그 외에 트롤베이브의 다른 활용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규모를 장면마다 상승시키고 판정의 범위를 넓게 해서 한 세션만에 주인공의
평생이나 여러 해에 걸친 규모가 큰 얘기를 그릴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자세한 건 별문으로 적도록 하죠.

플레이중 잡담으로도 나온 얘기지만, 포스 능력자가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처량해보이기도 참 쉽지 않은데 아를란은 그걸 달성해내는 놀라운 존재..(…) 그래도 아카스트님 지적대로 첫 등장 때는 나름 날카로운 데가 있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죠.

붉은 섬광이 비친 시스의 얼굴은 무표정하군요.
“웃기지 마라. 노예의 노예가 되는 취향은 없다.”

– 포도원의 제다이 3화의 ‘시스씨’

‘시스씨’로만 알려졌던 당시에는 저랬던 걸로 봐서 혹시 이름이 문제인 걸까요? (…) 아를란이라는 이름은 죠지 R. R. 마틴 (George R. R. Martin) 중편을 원작으로 한 만화 ‘떠돌이 기사 ‘(The Hedge Knight)에 잠깐 나오는 인물 ‘아를란 페니트리 경’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떠돌이 기사'의 회상 장면

어린 덩크(左), 아를란 경(右)

아를란 경은 ‘떠돌이 기사’의 주인공 덩크가 종자로서 섬겼던 노기사로, 평생 주군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싸우던 중 폐병이 들어 별볼일없이 죽은 선량한 무명 기사였죠.

그가 빈민가의 거리에서 거둬주었던 소년 덩크는 나중에 왕가를 지키는 킹스가드의 수장으로 후세에까지 ‘키 큰 덩컨 경’으로 이름을 떨치지만, 아를란 페니트리 경은 웨스테로스의 역사 속에 잊혀진 많은 이름 중 하나입니다. 주군이 아닌 신념을 위해 싸우기에 아를란 경이 진정한 기사라고 칭한 수많은 떠돌이 기사처럼… 뭐 저런 착하고 좀 처량한 인물을 환장하게 좋아하는 저에게는 나름 인상깊은 인물이었고, 그래서 이름을 땄더니만 혹시 이상한 저주가..(..?)

플레이 중 나온 마약 ‘트랜센덴스’는 흔히 ‘트랜스’라고도 하며, 하이디안 웨이를 따라 아우터 림에 가장 널리 퍼진 습관성 약물 중 하나입니다. 아를란이 하던 챠라스 같은 중독성 없는 약물하고는 차원이 다른 물질로, 뇌손상, 기억 상실, 호흡 곤란, 소화기관 이상, 혈관 수축 등등 엄청난 신체적 악영향이 있습니다. 왔다갔다하는 이권도 엄청나서, 트랜스 거래와 관련해 공화국 안팎에서 죽은 사람이 엑자르 쿤의 전쟁에서 난 사상자보다 많다고 합니다.

어쨌든 공화국의 그림자 플레이를 ‘관전’할 수 있다니 즐거원습니다. 아카스트님은 아를란 맡으시느라 고생하셨고, 아를란 괴롭히시느라 동환님도 아주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로써 아마도 플레이 내용보다 긴 글을 접습니다. (…)

3 thoughts on “공화국의 그림자 외전 – 흙탕물 고양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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