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미우 구하기 2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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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한님과 지난주에 한 꼬마 미우 구하기 단편을 완결했습니다. (2 세션이 걸렸으면 단편은 아니려나요?) 1편은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

비행기 밀항까지는 성공하지만 곧 발각당한 미우는 티엔이 시키는 대로 망명 신청을 합니다. EU에 도착해서 티엔이 있는 이식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러 가는 이송 과정에서 미우는 납치당해 빼돌려지고, 베트남 정보부 소속의 부이치운에게 사건의 진상을 듣게 됩니다. 미우는 뇌하수체에서 귀중한 약물이 될 성분을 분비하는 실험체이며, 티엔은 태평양 전쟁 후 미수거 상태에서 도난당했다가 프로그램을 조작당해 미우를 빼돌리는 데 이용당했다는 진상을…

티엔은 조국의 명령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 프로그램 조작이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고, 미우는 자신을 속인 티엔을 원망합니다. 티엔은 미우가 듣지 못하게 부이치운과 얘기한 결과 5년 후 미우가 다 자라고 약물이 완성되면 미우는 뇌하수체를 제거당하고, 과한 비용 문제로 새 뇌하수체 이식 없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크게 동요합니다.

부이치운은 미우를 데리고 이동하면 발각당하기 쉬우니까 티엔에게 미우를 접선 장소로 데려가라는 명령을 내리고, 미우를 찾고 있을 EU 경찰을 피해 접선 장소로 바로 이동하는 프로그램을 티엔에게 입력합니다. 티엔은 새 프로그램에 의지력으로 잠시 저항하면서 미우에게 조금 있다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말라며, 접선 장소가 아니라 EU 경찰에게 가라고 당부합니다. 그리고 꼭두각시 인터페이스를 스스로 망가뜨리지요. 이윽고 프로그램에 장악당한 티엔은 미우에게 경찰을 피해 접선 장소로 가라고 명령합니다. 미우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EU 경찰에게 발각됩니다.

망명 신청을 법원에서 심사한 결과 미우는 EU법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 2등 시민의 권리를 인정받고, 베트남 정부는 5년 후 미우에게 새 뇌하수체 이식 수술을 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옵니다. 이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기부금만으로도 수술비는 충당하고도 남게 되지만요.

마지막 장면에서 미우는 이후 5년 동안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법원 지정 후견인과 대면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보고 의아해하던 미우는 이윽고 바이오쉘에 다운로드된 티엔을 알아보지요. 기쁜 재회는 곧 티엔의 무릎에 웅크려 행복하게 자는 낮잠으로 이어집니다. (…)

감상

지난 화에 진행자 없이 하다 보니 어느 쪽도 외부 세계에 대한 권한이 없어서 진행이 느려진 현상 때문에 이번 화에는 번갈아가면서 진행자 역할을 맡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가할 것이 있을 때, 혹은 진행자도 잘 모르겠을 때 페이트 챠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는 이번에는 훨씬 속도감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전통적인 의미의 진행자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서술권에 공백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걸 느꼈달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딕은 진행자 없이 할 수는 있지만 진행자가 없어서 생기는 서술권의 공백을 충분히 채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화에서 제일 멋졌던 진행은 승한님이 하신 부이치운의 폭로 장면이었습니다. 부이치운을 티엔의 옛 동료로 설정하고 티엔의 과거를 만들어서 티엔의 극적 중심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고, 미우의 죽음에 대한 갈등을 설정해서 티엔에게 ‘조국에 대한 복종’이라는 AI다운 (그리고 인간다운) 가치와 ‘저항할 수 없는 생명 보호’라는 인간다운, 그러나 AI답지 않은 가치 사이에 충돌을 유도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RP는 티엔의 인격 (AI격?) 분열 부분. 프로그램에 저항하는 AI라는 줄거리는 흔하긴 하지만 시사점이 많은 갈등이고, 한편으로는 AI의 프로그램은 인간이 받는 명령에 대한 좋은 상징이기도 해서 흥미롭죠. 자신이 조금 있다가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말라고 호소하다가 프로그램에 저항할 수 없게 되자 싹 말이 달라지는 게 참 재밌었습니다.

제일 조마조마했던 대목은 티엔이 프로그램에 저항하는 판정을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실패하면 미우가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지난번에도 얘기했던 것이지만, 가상현실을 표현하는 규칙은 극적 욕구를 다루지 않아서 실패가 성공보다 재미없어지는 판정 스트레스가 종종 생기더군요. 이번 화에도 그런 충돌을 꽤 심하게 느꼈습니다. 가상현실 표현 규칙이 극적 욕구를 받쳐준다기보다는 극적 욕구에 저항한다는 인상이었달까요.

최종적으로는 저야 원하는 해피엔딩이 나와서 좋았지만, THS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미우의 죽음을  은근히 바라셨던 피도 눈물도 없는 (?!) 승한님은 어떠셨을지 모르겠네요. 극적 흐름이나 요소를 다루는 규칙이 없으면 참여자 사이에 생기는 극적 욕구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은 순전히 참여자 사이 의사결정 구조에 맡겨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연장선인지라 서로 적당히 양보하거나 포기하기도 하지요. 이번에 승한님이 그러셨듯…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극적 욕구를 끌어내고 최종 전개에 반영한다는 점이 극을 직접 다루는 규칙의 중요한 효용이 아닌가 합니다.

가상현실 표현과 극적 요소 조작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 생기는 긴장 관계가 또 드러난 부분이라면 승한님과 제가 판정을 보는 관점의 차이였습니다. 저는 판정을 갈등 판정 개념으로 보고 하나의 극적 결과가 판정으로 정해졌으면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판정을 하는 건 판정의 의미를 희석한다고 보았지만, 승한님은 행동 판정 개념으로 보시고 판정은 극적 결과 (미우가 죽느냐 사느냐)가 아닌 단일 행동의 결과 (미우가 티엔의 새 명령에 넘어가느냐 안 넘어가느냐)를 정하는 것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딕도 행동 판정 규칙이니까 규칙상 옳은 쪽은 승한님의 관념이었지요.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한 플레이였고 개인적으로는 신뢰와 인간성 등의 문제를 다룬 전개도 좋았습니다. 미우도 무척 귀여웠고, 티엔 RP도 재밌었고요. 다만, 판정이 때로 재미를 지원한다기보다는 방해한다는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지난 화에서도 얘기했듯 의외성을 만들어낸다거나 무작위 키워드로 발상을 자극하는 규칙은 도움됐지만요. 예를 들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납치당한 것도 d10을 굴려서 나온 장면 중단의 결과였죠. 무작위성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웠을 전개가 나온 점은 무척 유용했다고 봅니다.

잡상

아마 전쟁 중 프로그램 손상이랑 도난 후 조작, 부이치운이 한 패치와 그에 대한 저항, 그리고 스스로 꼭두각시 인터페이스를 망가뜨린 여파 등등으로 티엔의 프로그램은 골병이 꽤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우와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프로그래밍에 구멍이 많이 났다는 언급도 그런 의미에서 한 것입니다.

손상된 프로그래밍을 재구성해서 복구해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겠지만, EU에서는 SAI도 인권이 있으니까 티엔 본인이 거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자기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 개입은 되도록 줄이고 학습 루틴으로 스스로 배워가겠다는, 말하자면 인간성에 한 발짝 다가가겠다는 티엔의 결심이랄까요. 미우를 만나고, 미우의 생명을 구하려고 명령과 프로그래밍까지 거부한 사건은 그만큼 그를 많이 변하게 한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티엔의 애국심이나 나노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변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내지는 그쪽 프로그래밍까지 손상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적어도 유럽 체류는 자아 개념부터 정치적 신념까지 모든 것을 곰씹어볼 기회는 되겠죠. EU의 좌파 정치활동에 가담한다든가 지능 향상 동물과 AI의 권리 신장 활동을 하는 티엔을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밌군요. 이것이야말로 THS! 라는 느낌이기도 하고..^^

2 thoughts on “꼬마 미우 구하기 2부 (완결)

  1. ddowan

    즐겁게 읽었습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역시 실패가 재미없어지는 문제를 다른 식으로 해결하면 더 즐거운 플레이가 될거 같습니다.

    Reply
    1. 로키

      감사합니다~ 역시 해피엔딩은 좋은 것 (?)

      실패를 즐겁게 하는 문제는 사실 갈등 판정의 개념을 도입하기만 해도 많이 해결되는 문제 같고, 그건 판정 시스템과 상관 없이 적용할 수 있겠죠. 다만 가상현실 판정이라면 가상현실을 손상하는 면이 있을지도요. 예를 들어 도약 기능은 절벽을 뛰어서 건널 성공 확률을 얘기하지 절벽을 건너뛰는 데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 정하는 의미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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