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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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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니키아스의 난이 끝난지 며칠 후, 플로리앙과 싸웠다가 화해한 네야는 새벽에 그의 숙소로 잠입(!)합니다. 그리고 얘기를 나누면서 플로리앙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상처가 되었다고 설명하지요. 플로리앙은 부하들을 죽일 수도 있는 결정의 무게를 네야에게 같이 지우기 싫었다고 실토하고, 네야는 플로리앙이 용병대장으로 있는 것은 부하들이 플로리앙 없이는 못 살아서가 아니라 부하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역설합니다. 자신을 상황의 피해자로 여기지 말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행복해 하라는 말에 플로리앙은 네야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됩니다.

감상

사실 이 외전의 시초는 외전 직전에 이방인님과 나누었던 MSN 대화입니다. 네야가 하쉬르에게 집적거리는(?) 외전과 스토리에 대해서 이방인님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셔서, 제가 생각하기에 네야가 그렇게 행동하는 동기를 설명한 후에 그 부분을 해소하는 외전을 하기로 했죠.

그 결과 처음 생각한 것보다 네야가 많이 성숙한 인물이 되기는 했지만 (플로리앙과의 관계에서 엉킨 부분을 풀지 못하고 하쉬르에게 위안을 구하는 어린 드라마퀸 대신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정확히 알고 플로리앙과 대화로 푸는 모습), 그게 ‘밝고 통통 튀면서도 지혜롭다’는 네야의 설정에 나름 어울리기도 해서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방인님을 배려하느라 이번에는 아군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물론 이방인님과 달리 아군은 이 문제에 대한 감정적 애착이 별로 없었고, 또 처음부터 네야는 플로리앙 상대로 만든 인물이었으니 삼각관계 플롯은 없어지는 쪽이 옳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그리고 이방인님 말씀과는 달리 저는 이건 승패하고는 무관한 문제라고 봅니다. 플로리앙이 하쉬르보다 잘나거나 못나거나 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못나서 나온 결과일지도…? (…)) 서로 배려하고, 극적 흐름과 인물 감정선을 조정해서 낸 결론일 뿐이죠. 진행자 입장에서 참가자 혹은 주인공 사이에 승패를 저울질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결국 이번 대화와 외전을 통해 다시 깨달은 것은 플레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와 대화라는 평범하고 당연한 원칙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배려하다 보면 다른 사람을 잊기 쉬운 점이 배려의 어려움이기도 하다는 걸요. 이래서 인간관계는 RPG의 근본에 있고, 또 삶 자체에도 너무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죠. 이 사안 자체야 뭐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지만요.

개인적으로 네야가 플로리앙에게 하는 충고는 제가 종종 하는 (혹은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종종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상황의 피해자이고 모든 게 괴롭기만 한양 마음을 토로하고는 하지요. 하지만 실은 어쩔 수 없이 지금 상황에 있는 게 아니라 원해서 있는 것이고, 그 선택과 상황에는 행복이 있다는 점은 순간순간 잊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많이 괴로운 순간에는요.

그런 때에는 지금의 상황이 많은 경우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떠나는 선택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보통은 떠날 수 있더라도 떠나지 않을 테니까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친구, 연인, 가족–곁에 있는 행복이 너무 크기에. 불편은 불편이고 불평은 불평일 뿐, 지금의 행복을 가릴 만한 불행이 되는 일은 드물지요. 그게 어쩌면 어렵고 복잡한 인간관계의 가장 단순하고 근본적인 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명과 석양의 도시 외전 – 선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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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전이라기에는 본편과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정규 플레이 시간은 아니었으니 일단 외전으로 올려둡니다.

요약

도시의 분위기가 심상찮은 가운데, 플로리앙은 라이산드로스의 처남이자 라이산드로스와 대립하는 갈등의 축이기도 한 니키아스를 그의
초청으로 만나러 갑니다. 니키아스는 플로리앙과 한 계약의 실제 명의자는 자신인 것을 밝히며 플로리앙에게 큰 돈을 줄 테니 도시를
떠나라고 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사흘 줍니다. 매수해서 치우려는 게 뻔한 상황이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다음
만남이 적으로서의 만남일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웃으며 헤어지지요.

니키아스의 집에서 나온 플로리앙은 추적의 낌새를 채고, 남장을 하고 자신을 미행하고 있던 네야를 결국 붙잡습니다. 네야는
플로리앙이 왜 니키아스를 만났는지 추궁하고, 플로리앙은 니키아스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데도 네야 때문에 남고 싶은
심정을 토로하며 네야에 대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플로리앙은 어떻게든 도시에 남으면서도 부하들을 지킬 방법을 찾으려고 라이산드로스를 만나기로 합니다.

감상

니키아스와 플로리앙의 대화는 저도 로그를 본 석한군도 어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은 대목이었습니다. 분명 싸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그렇게 잘 이해하고 공감할 줄이야… 좀 가슴이 찡했었죠. 니키아스가 어떤 사람인지 또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제목인 ‘선을 넘어서’는 그런 의미이기도 합니다. 권력과 정치의 선을 넘은 인간적인 교감은 흔치 않은 만큼 소중하기 마련입니다.

네야와 플로리앙의 달달스런 장면은 또 다른 의미로(…) 선을 넘었죠. 물론 일반적으로 말하는 의미의 선은 아니고, 자신의 입장과 이익을 넘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요. 플로리앙이 그런 식으로 달라지고 갈등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자신의 좁은 테두리를 넘어 성장하는 과정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멋지죠. 말 위에서의 닭살씬이라는 발상도 재밌었었는데, 나중에야 생각한 거지만 저때 네야가 소년 차림을 하고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너무 웃겼었던..(…)

여러모로 의미 깊은 외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물의 모습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고 본편 캠페인에도 새로운 의미를 더했죠. 역시 제 캠페인은 본편보다 외전이 알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