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닉스 3화 (3): 시장에서

프리포트 위로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지만, 불이란 불은 다 켜놓은 야외시장은 마치 대낮처럼 환했다. 제임스라는 자가 가르쳐준
노예시장 구역에서는 노점상 매대에 쌓아놓은 물건처럼 우리와 사슬과 조롱에 갖힌 노예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언성을 높여
흥정하는 상인이나 행인을 붙잡는 열띤 호객은 활발하고 수익성 있는 시장의 증거였다.

그 속을 걸으며 아라는 문득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다. 샬란의 시장에 드워프 상단이 오던 장날, 주변 지역에서도 몰려든 다크엘프와
수염이 긴 드워프, 가끔 엘프까지 뒤섞인 활기 속에 무기와 농기구에서 악기와 장난감, 머리장식까지 온갖 물건을 구경하며 신기해하던
기억이 선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시장에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었다. ‘상품’의 생기 없이 내리뜬 눈빛이나, 좀도둑이 아닌 노예들을 감시하는
삼엄하게 무장한 경비만 아니었다면. 이곳 프리포트 노예시장의 열기는 어딘가 불안하게 들뜬 데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노예보다도
상인과 손님에게서 두려움의 냄새가 났다. 억압에 기반을 둔 이 구조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얼마나 위험한지 그들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외면한다 해도.

‘인간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사람 잡는 사냥개야?’

좌도 우도 쳐다보지 않고 그녀는 시장 한가운데를 걸었다. 그러나 섞여들지 않으려고 해도 시장은 그녀에게 덮쳐왔다. 목청껏 소리질러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와 이리저리 몰리고 움직이는 인파, 그리고 미래의 약속을 빼앗기고 남의 처분을 기다리는 남녀노소의 절망에
잠긴 눈빛이.

‘샬란에는 이런 시장이 없다. 안힐라스 어디에도 너희들이 오기 전에는 사람을 사고파는 시장은 없었다.’

“유난스럽군.”

어슬렁어슬렁 걸음을 옮기며 노예사냥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긴 이쪽에서 왔던 상인놈들은 하나같이 가격을 비싸게 쳐줬었지.”

“엉망이군요.”

마법사 크세노바는 눈쌀을 찌푸렸다.

“랜돌프, 저들도 생존을 위해서 이런일을 한다고 말할수 있겠나?”

지카리공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지만, 눈빛에는 고통이 드러났다.

“저놈들에게 노예상인일을 때려치고 다른 걸로 먹고살아보라고 말해보겠나?”

사냥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픽 웃었다.

“신경쓰지 마. 남을 먹어치우며 사는 놈은 언젠가 다른 놈에게 먹히기 마련이다.”

걸음을 옮기는 그의 웃음은 자조적이었다.

“세상은 정글이고, 정글의 법칙은 간단하지만 준엄하지.”

“자네는 자연의 법칙을 너무 쉽게 말하고 있어.”

지카리공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낯선 인간 얼굴에도 그의 엄숙한 표정은 여전했다.

“자연이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네.”

“지카리. 지카리…”

인간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토끼가 풀을 뜯어먹는다. 그 토끼를 늑대가 잡아먹지. 그 늑대를 사자가 잡아먹는다.”

그는 흉터와 굳은살 투성이인 길고 강한 손으로 손짓을 하며 말을 강조했다. 문득 아라는 첫째 남편 쟈타칸트의 섬세하고도 강한 손을
떠올리고 왠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과정에서 토끼가 늑대에게 왜 넌 나를 해치냐고 따질수 있단 말이냐?”

그리고 사자가 죽고 나서 풀이 되면 또 다른 토끼가 뜯어먹을 것이었다. 노예사냥꾼이 노예가 되듯, 아니면 노예가 노예를 부리듯.

“오오! 이거 귀하신 손님들이 오셨군요.”

비싼 옷을 입은 인간 남자 하나가 일행의 앞을 가로막듯 서더니 침까지 튀겨가며 떠들어댔다.

“어떻습니까? 관상용 페어리가 단돈 4천 골드입니다!”

그는 색색의 빛이 비쳐나오는 조롱을 늘어놓은 판매대를 양손으로 가리켰다. 안에는 하나같이 풀이 죽어 희미한 빛만 발하는 페어리들이
축 늘어져 앉아있거나 빠져나갈 곳을 찾는 듯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꺼져.”

아라는 그자를 확 밀쳤다. 그가 땅에 뒹구는 것을 보며 그녀는 순간적으로 손가락의 반지를 던져버리고 칼을 뽑고 싶었다. 이놈부터
시작해 노예상인과 노예 사냥꾼들을 되도록 많이 길동무로 데려가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론일 것이다. 벌써 여러 해 전, 인간들에게
포로로 잡히느니 그랬어야 했다. 샤나에리스 역시 그쪽이 편한 결론이리라.

그리고는 한 명의 노예도 구하지 못하고 동료들을 위험에 몰아넣거나 역시 마지막 길의 동행으로 데려가겠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노스탤지아의 임무와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안힐라스인은 인간들에게 더 많이 죽고 노예로 잡힐 것이었다.

“그런 정도 물건에는 관심이 없다.”

되도록 냉혹하고 차갑게, 이윤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이 뼛속까지 계산적인 여자처럼 말해야 했다. 다른 상인도 듣기를 바라며
그녀는 언성을 높이고 되도록 또렷하게 말했다.

“이분을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돌아서며 크세노바를 가리켰다. 소란에 주의를 돌린 사람들이 로브 입은 마법사를 보고 낮게 오오.. 감탄했다.

“필요한 것은 관상용이 아니라 날개다.”

이곳, 노예상인의 영역에서는 노예상인이 되어야 했다. 저들만큼 잔혹하고 비정해져야 이 싸움에 이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이미 노예라면 하나 데리고 있지 않은가. 노예가 하나이든 백만이든 정도의 차이일 뿐이었다.

“좋은 물건을 많이 파는 상인을 주선해준다면 수고비도 좀 떨구어주지.”

“이야, 날개말씀이시군요.”

옆에서 다른 남자가 헤헤거리며 끼어들었다. 눈이 실룩실룩 계속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기분이 좋지 않은 남자였다.

완벽했다.

“너는 괜찮은 가게를 아는가?”

“날개라면 제가 전문이죠.아주 상품의 것들이 많습니다요.”

“흠…”

크세노바는 벌써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는 미심쩍은 고객의 눈빛으로 남자를 훑어보았다.

“마법사 손님이 이렇게 또 찾아와주실 줄은… 이거 아주 영광입니다요.”

남자가 굽신거리는 앞에 아라는 팔짱을 끼며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또’라고? 뭘 하는 마법사나부랭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날개를 구해간다는 말이냐.”

“예에. 일전에도 마법사님 같은 분이 날개를 아주 많이 사가셨습죠.”

남자가 헤헤거리며 아부하는 동안 아라는 크세노바와 눈이 마주쳤다. 어쩌면 그 흑마법사일까.

“이분처럼 대단한 마법사님에게는 발끝에도 못 미치겠습니다만요.”

마치 파리가 앞발 비비듯 손을 비벼대는 남자를 보며 노예사냥꾼 랜돌프는 그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은 기세로 손마디를 우둑거렸다.
그가 섣불리 움직이기 전에 아라는 서둘러 말했다.

“설마 가장 좋은 날개를 그자들에게 이미 넘겨버린 건 아니겠지?”

허리춤의 칼자루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하자 노예상인은 더욱 손을 열심히 비비며 굽신거렸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요, 헤헤헤. 최고의 고객들을 위해 고순도의 날개는 아껴두고 있습죠.”

그자가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다가오자 지나치게 진한 향수와 향료 냄새가 끼쳐왔다.

“8장급의 페어리 날개도 있슴니다요.”

그가 귓가에 속삭이자 아라는 칼을 뽑아 이자의 배때기에 찔러넣는 것은 만족스러울 지는 몰라도 생산적이지는 않다고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했다.

“그래도 조금은 물건을 아는 자이구나.”

그녀는 미소지으며 노예상에게서 물러났다.

“물론 신선한 물건 채취를 위해 아직 페어리는 온전하겠지?”

“아, 생걸 찾으시는군요.”

남자는 헤헤 웃으며 손을 비볐다.

“일전에 온 손님도 그런 걸 찾으셨습죠.”

“위대한 카사노바 같은 마법사님이 신선하지 않은 것에 만족하실 리가 없지 않겠느냐.”

크세노바의 표정이 잠시 멍해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작게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싫은 상황이라면 마법사라도 놀려먹어야지 않겠는가.

“물론 있습니다요.”

수익을 직감한 사내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생것도, 꽃까지 통채로 캐와서 아주 생생합니다요.”

”…일단 한 번 보지.”

‘카사노바’ 일격에서 회복하며 마법사는 상인을 재촉했다. 그는 굽신거리며 인파를 헤치고 근처의 건물로 그들을 안내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정방형의 큰 1층짜리 돌 건물 앞에 지켜서던 경비 둘이 잠시 긴장했다가 상인의 손짓에 그들을 통과시켰다. 안심하지
못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아라는 앞장서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우선 꽃향기가 코에 끼쳐왔다. 안의 조명에 눈이 익숙해지자 색색의 꽃을 심어놓은 큰 화단이 보였다. 한가운데에 넓은
통로와 직각으로 뻗어나가는 좁은 통로들을 따라 하인들이 오가며 화단에 물을 주고 있었다. 화단 너머의 양쪽 벽을 따라 걸어놓은
등잔불은 넓은 창과 머리 위의 채광창으로 비쳐드는 바깥 조명과 함께 방을 환하게 밝혔다. 등잔 사이의 긴 선반에는 물뿌리개나 꽃삽
같은 도구, 축 늘어진 페어리가 든 조롱과 아마도 채취한 페어리 날개인 듯한 얇게 반짝이는 물건이 가득 든 바구니가 늘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노예사냥꾼에게 생각이 미쳐 돌아보자 그자는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기세로 이를 갈고 있었다. 저
어처구니없는 모순투성이 아이 같으니라고. 그녀는 앞서가는 상인과의 거리를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어깨 너머로 말했다.

“참거라. 여기서 일을 그르친다면 배신으로 간주하겠다.”

그것으로 동기부여가 충분하기를 바라며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페어리 상인은 뭔가 또 열심히 지껄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요 마법사님.아주 맘에 드시지 않습니까?”

그는 손을 비비며 잠시 멈춰서서 일행이 따라잡기를 기다린 후 크세노바의 옆에 붙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다른 떨거지들과는 다릅니다요. 아주 철저하게 관리까지 하고 있습죠.”

“흠 나름대로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 같군그래.”

젊은 마법사는 제법 중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찬이십니다요. 헤헤헤.”

“마음에 드십니까, 카사노바님.”

아라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날개 8장짜리는 어디 있지?”

“잠시만 기다리십쇼.”

상인은 굽신거리더니 중앙 통로를 따라 뒤편의 문으로 종종걸음을 치며 들어갔다. 밖에서 본 건물의 모습과 대충 대조해본 결과 아라는
이곳의 공간은 아마도 전체의 2/3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는 것은 안쪽에는 또 다른 방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정말 좋은 물건은 저 안쪽에서 관리하고 있으리라 그녀는 짐작했다.

”…이런 곳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게 싫군…”

지카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기운없이 늘어진 페어리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라도 말없이 동의하며 한 번 무겁게 끄덕였다. 견디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과부적인 상황에서 마음 가는 대로 싸우는 것은 무익한 자살일 뿐이었다.

랜돌프가 아무 말없이 주변을 살피는 모습에 그녀는 눈이 갔다. 구석마다 선 용병, 그들과의 거리, 그리고 꽃에 물을 주는 하인들을
살핀 그는 살짝 한쪽 눈썹이 올라가더니 입술을 젖히며 이를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싸움에 뛰어들려는 전투의 열기를 알아보고 그녀는
그에게 살짝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나중에 기회를 노리자.”

인간 남자는 흠칫 놀라며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애써 표정을 가다듬었다.

“누가 뭐래?”

그는 짐짓 태연하게 말했다.

“네 볼일 봐.”

고개를 돌리는 그가 입술을 삐죽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아라는 웃음을 참았다. 모습을 봐서는 100살은 되어보이는 그가 얼마나
젊은지 가끔 잊곤 했다. 아무리 세상 다 아는 척 떠들어도 어린 남자란 참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고 순진했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순간 아라는 자신을 심하게 나무랐다. 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라. 하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만… 가슴이 잠시 시려왔다.

“오래 기다렸습죠?”

방 뒤편 문간에서 움직임이 보이더니 노예상인이 조롱 하나를 들고 급히 다가왔다.

“이놈입니다요, 헤헤헤.”

그자가 자랑스레 내민 조롱 안에는 보라색 빛을 은은히 흩뿌리는 페어리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좁은 공간을 배회하고 있었다.
등에는 여덟 장의 날개가 붕붕붕..날갯짓을 했다.

크세노바가 손을 뻗으며 뭔가 중얼거리자 조롱은 상인의 손을 벗어나 둥실 떠오르더니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크세노바 앞에 뜬
채로 멈추었다.

“흐음… 괜찮군. 나쁘지 않아.”

크세노바는 냉정한 눈빛으로 안의 페어리를 살피며 말했다.

“과…과연 마법사님이십니다요.”

상인은 놀란 듯 더듬거렸다. 저자가 좀 겁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화단에서 일하던 하인들도 이쪽을 가리키며 웅성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증오! 탐욕! 사악한 자들!”

안의 페어리는 작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빽빽 소리를 질렀다. 무기력해 보이는 다른 페어리들과는 다른 기백은 그녀가 귀족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잡혀온지 얼마 안 되어서일까 아라는 궁금해졌다.

“눈빛이 마음에 드는군.”

크세노바가 무심히 손을 젓자 조롱은 그의 왼편으로 이동해 둥둥 떴다.

“꽃은 어딨나?”

“헤헤 그거야 마법사님이 다 마치시면 저희가 즉석에서 날개를 바로 해체해드릴 텐데…”

상인은 만면에 비굴한 웃음을 띄었다.

“무슨 필요가 있으시겠습니까요.”

“쯧쯧…”

크세노바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급수 낮은 도제들이나 연연하는 거야.”

여기서 ‘위대한 카사노바’가 그의 권능을 선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마법사가 능력을 쓰고 피로해하던 기억이 난 아라는 마법은
되도록 비상시를 위해 절약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는 한 발짝 나서며 상인의 멱살을 잡았다.

“뭘 모르는구나.”

놀라서 눈을 꿈벅거리며 내려다보는 인간의 얼굴에 대고 그녀는 으릉거렸다.

“꽃이 신선할 때 카사노바님만의 비법으로 직접 채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최고급의 마정석을 만든다는 말이냐.”

말이 되는 소리인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지만, 흑마법사들도 ‘생것’ 페어리를 요구했다는 전례에 비추어보면 적어도 먹힐 수는 있는
얘기였다. 어쨌거나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보다는 기세가 더 중요하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노예상인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그렇군요. 소인이 몰라뵜습니다요.”

상인은 손을 들어보이며 크세노바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완전히 기가 꺾인 것을 확인하고 아라는 손을 놓았다.

“알았으면 어서 안내하거라.”

상인이 앞장서서 그들은 중앙 통로를 따라 문이 없는 문간을 지나 안쪽 방으로 들어섰다. 이곳의 화단은 바깥쪽 방보다 작았지만,
꽃은 한결 더 크고 색도 생생했다. 벽에 늘어선 것은 조롱이 아닌 튼튼하게 자물쇠를 채운 여러 층의 우리였고, 창살 뒤에 갖힌
페어리들은 밖에서 본 페어리보다 하나같이 날개가 많았다. 페어리 귀족까지 이제 이런 곳에 잡혀오는 것을 확인하자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크세노바 옆에 둥둥 떠서 따라오는 조롱 안의 페어리를 보고 우리 안의 페어리들은 자기들끼리 불안하게 속삭이며 창살에
붙어서 내다보았다.

화단의 화려한 꽃 중에서도 그 한가운데, 금빛 중심이 화려한 탐스런 진홍색 꽃이 확 시선을 끌었다. 페어리 날개가 훨씬 돈이 되지
않았더라면 정원 관람료만으로도 이곳은 수익이 나왔으리라고 아라는 생각했다.

꽃 옆에는 이제 갓 소녀기를 벗어난 젊은 여자가 앉아 부드러운 손길로 꽃을 쓰다듬고 있었다. 인기척을 보고 돌아본 여자는 상인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움츠러들었다. 이때 아라는 두 가지를 눈치챘다. 첫째, 금발머리 사이로 귀가 길게 뻗어나온 그녀는 아마도
인간 혼혈의 엘프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 드러난 얼굴과 목, 팔의 창백한 피부가 멍과 상처투성이라는 것. 인간들이 물건으로
취급하는 혼혈이 프리포트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학대의 흔적은 오히려 당연한데도 가슴이 쓰려왔다. 왜 이런 순간에 그때 죽은
인간 혼혈 사절이 떠오르는가. 그리고 그의 친구 혹은 연인, 또 다른 하프엘프가.

“꽃을 관리하랬더니 뭐하는 게야!”

사근사근한 태도가 순식간에 급변한 상인은 거칠게 소리지르면서 하프엘프 여자에게 다가갔다.

“비루먹을 것 같으니. 귀한 손님들 앞에서 썩 꺼져!”

“저것이 꽃을 관리하는가?”

아라는 태연한 질문으로 상인의 발을 붙들었다. 저 아이나 그녀가 아닌 저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했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본모습과
마찬가지로 저 엘프의 딸 역시 사고 팔고 이용할 물건이었다. (병사들 노리개로 있기는 아까운 물건이구나. 얼마면 되겠느냐? …
이렇게 희귀한 것을 입수하시다니, 많이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 눈앞에 검고 붉은 분노가 확 끼쳐오며 심장을 증오로 새카맣게
물들였지만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도.)

“아, 저런 ‘잡것’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상인이 그들에게 열심히 굽신거리는 동안 하프엘프는 황급히 일어났다. 엘프 아이가 도망치듯 옆으로 스쳐가는 순간
아라는 쳐다보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꽃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으니 그냥 두거라.”

“예?”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상인에게 그녀는 여전히 하프엘프는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역시 매일 보는 입장에서 제일 잘 알지 않겠느냐.”

“예예, 그렇습죠. 아무렴요.”

상인의 대답에 그녀는 마치 불쾌하다는 듯 젊은 여자를 놓았다. 노예 여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 기억이 손아귀에 생생했기에 완전히
연기만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반응은 놀라면서 저항하는 것이었을 터이고, 동족의 여인이라면 무기나 최소한 주먹이 날아왔으리라.

그러나 하프엘프 아이, 사람이 아닌 물건인 이 여인은 낯선 사람이 팔을 나꿔채는 순간 몸에 힘을 빼며 멈춰섰었다. 너무나
익숙했기에, 아니 그런 취급이 정상적이기에, 덜 맞고 덜 다치려면 물건같은 취급에 굴종으로 반응해야 했을 테니까. 아라는 손을
옷에 세게 문질렀다. 무력하게 힘을 빼던 그 팔의 감촉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상인의 눈짓에 하프엘프 여자는 열심히 주인의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다시 꽃 옆으로 가서 무릎을 꿇더니,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눈을
내리떴다. 마치 되도록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작아지려는 것 같았다.

“이… 이 꽃입니다요.”

좀 당황한 상태에서도 상인은 그 진홍색 꽃을 가리키며 애써 웃음지었다.

“꽃의 건강상태는 좋은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상인은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노예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움찔하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는 이번에는
상인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좀 멀리 가져가서 채취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꽃을 분갈이해도 견딜 수 있겠는가?”

“물론입죠.”

페어리 상인은 대번에 대답했다.

“에미넴숲에서 여기까지 가져왔는데도 멀쩡합니다요. 물론 마법사님도 계시니 더 쉽겠습죠.”

그가 크세노바의 눈치를 보자 마법사는 끄덕였다.

“괜찮군.”

“에미넴숲…?”

옆에서 랜돌프—다사케타—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가 무슨 짓을 할까 불안해진 아라는 크세노바에게 말했다.

“마음에 드신다면 이대로 입수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하프엘프 노예는 눈을 크게 뜨더니 마치 막다른 곳에 몰린 동물처럼 절박하게 그들 일행을, 그리고 크세노바 옆에 뜬
페어리를 보았다. 그녀는 뻣뻣한 동작으로 손을 뻗어 주인의 옷자락을 당겼다.

“나… 나으리…”

“이거 썩 놔라 이 썩을 것!”

상인이 휙 돌아서며 발길질을 하자 하프엘프는 숙련된 동작으로 재빨리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보호해 발길을 얼굴 대신 팔에 받아냈다.
차여서 나뒹구는 순간에도 그녀는 손을 짚어 넘어지는 방향을 바꾸어서 꽃이 상하지 않게 했다. 조롱 속의 페어리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셀라나! 셀라나!!”

“이거 추태를 보여드렸습니다요.”

상인은 바로 얼굴을 바꾸며 그들에게 돌아섰다.

“그럼 얘기는 밖에 나가서…헤헤헤.”

“너의 취미생활은 우리가 없을 때나 하도록.”

아라는 날카롭게 말하며 상인의 등뒤에서 몸을 일으키는 셀라나를 흘깃 보았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노예였을 셀라나가 그런 애원을 하는
데 얼마만한 용기가 들었을지 그녀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카사노바님께 성가시지 않은가.”

“예예, 물론입죠.”

“저것도 혹시 덤으로 붙여줄 수 있는가?”

그녀는 셀라나에게 손짓했다. 어쩌면 이 아이는 굴종을 체화한 겉모습보다 한결 용감하고 똑똑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었고, 어쨌든 가능하다면 이곳에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모두를 구할 수 없다면 하나라도 건져내고 싶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쓸 데가 있다.”

“예?”

상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런 건 귀하신 나으리들께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요.”

“멀리 이동하는 동안 꽃을 돌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옆에서 랜돌프가—노예사냥꾼이!—맞장구쳤다.

“아무래도 저것이 꽃 키우는 일에는 재주가 있는거 같군.”

“그… 그렇기야 합니다만요…”

상인은 흘끔흘끔 하프엘프를 돌아보았다. 아까운 마음과 얼마나 돈을 더 받을 수 있을까 저울질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성의표시로 웃돈은 붙여주지.”

아라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이자의 배에 칼을 쑤셔넣는 상상을 하면 한결 웃기가 쉬웠다.

“어찌되었든 우리에게 도움이 될 지는 자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상인에게 말하고 크세노바는 이번에는 셀라나에게 서늘하게 말했다.

“따라오거라.”

상인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셀라나는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일어나 다가왔다. 상인은 마지막으로 한 번 셀라나를 아쉽게
보더니 이내 더 중요한 것에 생각이 미쳤는지 비굴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 비볐다.

“그럼 손님, 계산은 어떻게…”

“그전에 궁금한 게 있군.”

크세노바가 말했다.

“이전의 마법사들이 혹시…”

그가 공중에 손을 가볍게 젓자 아까 정육사 제임스의 집에서 본 문양이 허공에 생겨났다.

“이런 문양을 새기고 있던가? 왠지 아는 사람 같아서 말이야.”

“그..그건 잘 모르겠습니다요. 그냥 대금만 후하게 치루고 가셔서.”

잠시 놀라서 문양을 보다가 상인은 ‘대금’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헤헤 웃었다.

“상계에선 그게 제일 중요한거 아니겠습니까요.”

“그런 마법사나부랭이들에게 카사노바님께서 신경을…”

아라는 짐짓 눈쌀을 찌푸리다가 생각난 듯 말했다.

“카사노바님. 기왕 매입하고 꽃을 키울 노예까지 구입한 김에는 재고를 전량 매입하는 것은 어떨지요?”

조롱 안에 축 늘어진 페어리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기왕 일을 저지른다면 차라리 크게 벌이는 것이
나았다.

“흑마법사 나부랭이들이 물건을 가로채는 일은 없어야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상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흠…”

크세노바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여기 있는 재고가 모두 얼마나 되나?”

“예에…그러니까 날개만 20장에…”

상인은 주판을 꺼내 재빨리 튀겼다.

“페어리들까지 모두 치면 9만2천골드 되겠습니다요.”

크세노바는 값이 괜찮느냐는 듯 랜돌프를 쳐다보았고, 노예사냥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는 말했다.

“우리가 이 많은 것을 번잡하게 옮겨갈 수는 없으니 항만 창고에 옮겨다 주면 그곳에서 대금과 배달비까지 쳐주도록 하지.”

노스탤지아에, 혹은 칼로 데 로씨라는 자에게 요청해서 배를 조달해야 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페어리들을 통해 흑마법사와도
조우하리라.

“창고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요.”

상인은 좋아서 입이 벌어지며 손을 비볐다.

“전량 모두 살아있어야 한다, 꽃도 무사하고.”

그녀가 눈을 부라리자 상인은 움찔했다.

“무…물론입죠.”

배달 시기와 창고 위치에 대해 몇 마디 나누고 그녀는 돌아섰다.

“다시 연락 주겠다. 일단은 물건을 준비해놓고, 맡아두는 의미에서 여긴 계약금이네.”

“예예.”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보석을 하나 꺼내 건네자 상인은 허리를 숙이며 두 손으로 받았다. 영수증을 받은 후 그녀는 크세노바에게 허리를
숙였다.

“가실까요, 카사노바님.”

“다시 오겠다.”

크세노바는 상인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상인의 배웅을 받으며 거의 문에까지 갔다가 아라는 문득 돌아섰다.

“아, 잠깐.”

그녀는 엉거주춤하게 선 셀라나를 쳐다보았다. 상인이 의심하지 않도록 정말 갑작스러운 변덕이라고 생각하게 해야 했다.

“계약금도 냈는데 저것은 미리 데려갈 수 있을까.”

“지금 던져준 그 보석값만 해도 그 잡종의 가격은 넘기고도 남겠지.”

랜돌프도 덧붙였다.

“그 이를 말씀입니까.”

눈빛에는 아쉬운 기색이 엿보였지만 상인은 역시 프로였다. 그는 조롱 속의 페어리를 돌아보는 셀라나의 팔을 잡아 아예 일행에게
떠밀었고, 아라는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놀라고 아파서 작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다시 저항을 포기한 채
셀라나는 순순히 따라왔다. 어차피 그녀의 삶에 저항이란 아무 이득이 없었을 터이니.

“또 보도록 하지.”

악문 이 사이로 중얼거리며 아라는 일행과 함께 상인의 인사를 받으며 거리로 나섰다.

“험하게 다룰 필요는 없지 않겠나?”

옆에 따라오며 지카리공이 낮게 웅웅거렸다.

“그쪽이 오히려 익숙할 거다.”

지카리공의 따스하고 슬픈 눈빛을 마주볼 자신이 없어 그녀는 정면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랜디?”

이자의 애칭을 부르는 것은 낯선데도 묘하게 편안했다. 정말 단단히 미친 모양이었다. 노예사냥꾼은 즐거움 없이 이를 드러내며
돌아보았다.

“주위를 둘러봐라. 누가 그렇게 얌전하게 끌고가는지.”

그녀는 끄덕이며 길이 비교적 한적한 곳에서 멈춰서서 일행에게 말했다.

“방을 잡도록 할까. 아까 그곳은 그다지 넓지는 않았으니…”

아니면 그저 지하실 생각에 기분이 꺼림칙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정육사의 집에 묵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곳으로 가자.”

랜돌프는 주변을 날카롭게 살폈다.

“이정도의 돈을 쓴 일행이라면 꼬리가 붙을 거다.”

북적거리는 근처 여관에서 위대한 카사노바님께서 쓰실 방값을 금액을 듣고 안색이 창백해진 위대한 카사노바님이 치른 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 세 개와 공동 휴게실이 있는 방은 제법 넓었다.

등뒤로 문을 닫자마자 아라는 데인 듯 셀라나를 놓았다. 아무 침실 문이나 열고 들어간 그녀는 비교적 깨끗한 방과 가구를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다급히 침대 밑의 요강을 찾아 무릎을 꿇은 채 그 위로 고개를 숙였다. 아까부터 속에 들끓던 분노와 불쾌감을
뱉어내듯 아침에 먹은 것이 목구멍에 뜨겁게 역류해 요강에 철벅철벅 쏟아졌다. 더 토할 것이 없어지자 그녀는 컥컥거리며 뒤로
물러나서 요강 뚜껑을 닫았다.

몸이 가벼우면서도 어딘가 텅 비어버린 듯 허무했다. 셀라나를 잡았던 손을 막연히 허벅지에 비비다가 아라는 일어서서 의자 등받이에
걸어놓은 수건을 집어들었다. 창가의 작은 탁자 위 대야에 옆 물주전자의 물을 부어 수건 한쪽 구석을 적신 그녀는 입을 닦고 다른
쪽으로 손을 닦았다. 손으로 물을 움켜 입에 머금은 그녀는 창문을 열고 밖의 거리에 뱉어냈다. 기분 같아서는 데이도록 뜨거운 물에
온몸을 씻고 또 씻고 싶었다. 이 인간 도시의 더러움을, 오늘 본 것들의 기억마저 흘려보낼 수만 있다면.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멍하니 창밖의 복잡하고 지저분한 도시를 내다보았다. 아무리 씻어도 정신적 오염을 지울 수는
없었다. 기억이란 어떤 물이나 천도 닿지 않는 곳에 아로새기게 마련이었다. 눈을 감은 눈꺼풀 뒤에, 악몽의 가장 깊고 어두운
구석에…

지붕 위에서 나지막한 가르릉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미소지었다. 아사나스가 있는 한 그녀는 언제든 가우르의 등 위에 뛰어올라 활을
당길 수 있는 전사였다. 주단과 황금을 두른 노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그녀는 열린 창문에 대고 속삭였다.

“사냥을 하거라, 아사나스.”

아라는 엷게 미소지었다.

“이 도시에서는 정글 냄새가 난다는구나.”

실제로 올라오는 것은 오물과 쓰레기 냄새이기는 했지만. 화답하는 가우르의 으르렁 소리를 확인하고 그녀는 창을 닫았다. 숲 바닥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조용하게, 지붕 위로는 커다랗고 부드러운 발걸음이 움직여 갔다. 도시의 밤으로 뛰어드는 맹수의 모습을 상상하자
아라는 기운이 났다. 그 확신과 온기에 떠밀리듯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공동 휴게실로 나갔다.

소감

이 노예시장 부분은 플레이 자체는 아주 재밌게 했던 대목이었습니다. 전술적으로 생각하고 속임수를 펼치는 모험적 재미도 쏠쏠했고, 인물의 감정선이나 서로 다른 생각도 표현이 된 좋은 장면이었죠. 반면 써놓고 나니 소설로서는 좀 의구심이 듭니다. 함축의 묘미 없이 너무 분량대로 쏟아놓은 느낌이랄까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쓴 안힐라스 부분이 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묘사나 서술 연습은 많이 되는데, 소설이라기보는 방향성 없는 사건의 나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방향성을 모른 채로 쓰니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요. 그것이 역시 ‘하는’ RPG와 ‘보이는’ 소설이라는 매체의 근원적 차이겠지요.

그래도 좀 방향성이 보이는 부분이라면 랜디에 대해 아라가 점점 매력을 느끼는 점이겠지요. 이 부분은 이방인님과 협의를 거친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에 이야기가 아라 시점이 아닌 부분이 많아서 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는 게 아쉽긴 하지만요. 뭐 원래 그런 감정이란 종종 갑작스럽기도 하죠. 별로 닭살을 날릴 만한 두 사람은 아니지만 둘의 성적 긴장감은 개인적으로 흥미롭습니다. 어찌보면 달콤하고 애정 많은 커플보다 신선해서 좋기도 하고요. 달콤한 애정 커플은 나중에 4화에서 개봉박두~ 때는 봄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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