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과 석양의 도시 – 11화: 폭풍 한가운데로

여명과 석양의 도시 11화입니다. 참가자 두 명이 사정상 불참한 관계로 그저 아군만 바라보며(..)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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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황제가 황궁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황제 곁에서 하쉬르는 그가 황후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한 것을 깨닫고, 암살자들의 심문에서 황후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자 황제 곁에서 빠져나와 황후에게 귀환합니다. 황궁 경비가 네야를 데려가려고 하자 하쉬르와 황후는 한사코 막지만, 가뜩이나 황후의 상황이 위태로운데 긴장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보고 네야는 스스로 동행을 자처합니다.

네야를 보내고 거의 넋이 나갔던 황후는 정신을 추스리며 하쉬르에게 정보수집을 부탁합니다. 부하들을 내보낸 결과 하쉬르는 스틸리안느 팔레오로가의 체포사실, 산발적 전투가 벌어지는 도시의 상황 등을 파악하지요. 그리고 스틸리안느가 무슨 억하심정인지 황후도 연루된 일이라고 증언한 바람에 네야가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것도… 하쉬르는 황후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부하 미하일과 샬림에게 황후를 데리고 피신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미하일은 황후는 네야 없이 탈출하지 않겠지만 네야까지 구출하기에는 병력이 부족하다며, 플로리앙에게 상황을 알리기로 제안하고 인가를 받습니다.

잠시 처소에 들른 하쉬르는 아리칸에게 사란티움을 뜨라고 합니다. 아리칸은 그와 황후 일행의 탈출을 위해 배를 구해주기로 하고, 두 사람은 언제 또 만날지 알 수 없는 채 이별의 안타까움을 나눕니다. 그때 황궁에서 땅을 울리는 굉음이 들려오자 하쉬르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달려가지요.

감상

끝나고 아군과 서로 이야기했듯 이것이 규모가 큰 캠페인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배경과 인물, 인물 간 관계에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돌아오는 극적 재미 말이지요. 그냥 전투물이었으면 다 나가서 싹 쓸어버리면 끝이지만, 인물과 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이런 캠페인에서는 인물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강조하고 모든 인물이 잃을 것이 있기에 그 위태로움에서 안타까움과 비장미라는 감정선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인물 군상들의 엇갈리는 감정과 은원, 역사의 무자비한 물결, 그리고 그 한가운데 휩쓸린 연인… 이런 게 장기캠페인 특유의 규모감이겠지요.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군 말마따나 독립운동가 부부나 2차대전 때 유태인 부부 느낌이 난 하쉬르와 아리칸의 이별이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는 그런 것도 폭음으로 끊어주는 센스 (?)), 다른 인물들의 인물성과 얽히고 섥힌 인연도 흥미로웠습니다. 네야를 데리러 온 경비와 막으려는 황후라는 장면은 5년 전 일의 반복이지만, 이번에는 네야는 다른 선택을 했죠. 과거를 떨치지 못한 황제와 스틸리안느는 각자 지독한 악연에 얽매여 있고, 충직한 샬림은 나흐만에 돌아가면 오른팔이 되어달라는 하쉬르의 말에 감격합니다. (하지만 사실 하쉬르는 왼손잡이 (퍽퍽)) 이중적이고 교활한 미하일은 속으로 다른 뜻이 있기도 하지만, 한편 진심으로 자기 책무를 다해 황후를, 그리고 되도록이면 상관 하쉬르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플로리앙에게 알리겠다고 인가는 받았지만 실은 이미 알리고 사후인가를 받았다는 게 아군과 저의 생각)

이 무수한 의도와 음모, 마음과 인연이 결국 여명과 석양의 도시의 이야기겠지요. 국가의 흥망성쇠는 배경에 있는 이야기이고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역사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그렇게 역사와 사람은 서로 이끌고 때로 싸우면서 흘러가지요. 여명과 석양의 도시에서는 그런 역사 속의 인간을 다루어보고 싶었고, 꽤 풍성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어가면 더욱 거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참가자들 상황에 따라서는 1부 결말만 제대로 봐도 하나의 캠페인으로서는 아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끝부분에 꽈광! 은 역시 네야를 구하려는 플로리앙의 분노폭발…이자 황궁 공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강제진행 성격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황인지는 플로리앙과 라이산드로스의 도착 부분을 하면서 정해보도록 하죠. 그 둘이 수도에 도착하면서 이제 1부 막을 내릴 준비가 되겠군요. 어떤 이야기들이 또 나올지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야의 독백 1

오래 전, 바다 건너에서

어리기만 했던 내 삶이 위태하게 흔들릴 때

그때도 당신께서는 내 앞을 막아서셨죠.

이름도 모르셨던 아이를 위해 창과 칼과 권력에 맞서셨어요.

처음이었답니다, 네야는…

내 보잘것없는 생명을 위해 그렇께 싸워준 사람은.

살아났다는 안도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고,

아름답고 용감한 당신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요.

바다와 세월을 건너 왜 우리가 다시 이곳에 섰는지

네야가 무엇이라고 또 데려가려고 하고

네야가 무엇이라고 당신께서는 또 막으시는지

원망도 하고 싶고, 울며 두려움에 주저앉고도 싶어요.

하지만 이제 나는 아이가 아니지요.

나와 이 기적을 공유한 단 한 사람 외에는 말 못한

비밀을 하나 품은 나는 지킨다는 마음을 알아요.

그들이 데리러 온 것은 실은 네야가 아니지요.

이제 내가 막아설 사람은 당신.

그들이 당신을 해치게 두지 않겠어요.

내 아이에게 부끄러운 어미가 되지 않겠어요.

아이처럼 다시 당신의 치마폭에 숨지 않겠어요.

이제는 내가 지켜드릴게요.

“그만…”

내 목소리가 떨리지는 않나요? 나 겁쟁이 같지는 않아요?

나의 여왕님, 당신을 모시는 이답게 용감하고 기품있어야 하는데.

“동행하겠어요.”

조금만 버텨주렴, 아가야.

빨리 와요, 내 사랑.

울지 마세요, 사랑하는 나의 여왕님. 다 괜찮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야 후들거리는 이 다리가 움직이니까요.

그러니까…

플로리앙…

믿을게요.

2 thoughts on “여명과 석양의 도시 – 11화: 폭풍 한가운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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