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데란의 정치 상황

스타워즈: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에서 나름 설정한 알데란의 정치 상황은 캠페인의 뒷배경 중 하나이지만 특별히 부각할 기회는 없더군요. 그래도 캠페인 내에서 주인공들이 신경써서 찾아본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아마 제일 잘 알 사람은 틸), 소식이 그닥 빠르거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식도 아우터 림에 들려오니 원하면 활용할 수 있는 배경 지식으로 올려둡니다. 관련 외전 소설은 ‘신들이 사랑하는..‘ (특히 4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의 이름, 왕녀의 도박 등입니다.

지난 약 2세기 반 동안 알데란 정치는 왕당파와 공화파 사이에 경쟁과 대립, 협력의 역사였습니다. 왕당파는 알데란과 위성 식민지 중심의 지주와 대기업 제조업자가 중심 기반이고,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공화국의 간섭이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경향을 띱니다. 반면 항성 간 사업가가 주축이 된 공화파는 자유무역론을 주장하고, 알데란이 경제적·정치적으로 공화국과 더 일체화되고 공화국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역설하는 친공화국 성격이 강합니다.

왕당파의 수장은 당연히(?) 왕가인 루카로 가문입니다. 몇 세기에 거친 무리한 행성 개척 사업과 그에 따른 주변 세력과의 무력 충돌로 국가 재정이 어려운 상태이고, 그런 과정에서 공화국과 마찰도 많이 빚어서 정치적으로도 위태위태합니다. 수입을 확보하려고 공화국과의 무역 협약을 어기면서 항성 간 무역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가 또 갈등을 빚고, 보복 관세를 먹어서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항성 간 무역에 의존하는 공화파와의 관계는 파탄 직전으로 가는 등 실책이 많았지요.

공화파가 강성해지며 변화한 세력 구도도 있고 해서 현재 왕은 훨씬 친공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에는 왕당 지지 기반과 갈등을 겪고 있고 또 공화파가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아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왕가에 대한 국민의 전통적 충성심은 높아서 쉽게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왕을 갈아치우는 사람은 엄청난 비난과 저항에 부딪쳐야 할 테니 말이죠.

왕가가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이라면 계승권 분쟁입니다. 왕에게는 아들이 없고, 계승법상 남자 계승권자에게 우선권이 있어서 계속해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법이라는 게 흔히 그렇듯 모순도 있고, 애매한 데도 있고 (예를 들어 왕녀의 아들과 왕자의 딸 중 누가 우선인가?), 여왕도 꽤 있었으니 전례도 있고… 결국은 법이 아니라 세력에 따라 계승이 이뤄져왔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왕가에 지금 힘이 있었으면 맏딸인 쟈네이딘 왕녀의 계승은 문제조차 되지 않았겠죠.

그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화파의 사실상 대표인 오르가나 가문. 이들은 소영주로 시작했다가 알데란의 공화국 편입 시기에 대활약을 하면서 점점 부상해왔는데, 영지의 수입 외에도 항성 간 무역 등 수많은 사업의 수익으로 엄청난 부를 쌓고 있습니다. 왕가의 최대 채권자 중 하나이기도 하고, 결혼을 통해 왕가의 피도 잇고 있지요. 왕당파에서 ‘공화국의 앞잡이’라고 하는 비난도 근거가 있는 게, 실제로 공화국에서 알데란을 제어할 목적으로 키운 세력 성격이 짙고 공화국 의회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전통적으로 왕가를 상회해 왔습니다.

실제로 지금 혼란한 계승 문제를 제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제1 왕녀 쟈네이딘이 알레산드로스 오르가나의 은퇴 이후 사실상 오르가나 가주가 된 다룬 오르가나와 혼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는 한동안 나돌았습니다. 계승 자체는 쟈네이딘이 한다면 왕가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르가나는 왕좌에 성큼 다가서게 되고, 왕가의 재정도 확보할 수 있고 (결국 빚에 팔려가는 쟈 공주 (?)), 다른 계승 경쟁자들에게 왕가를 지킬 수 있게 되니까요. 다만, 왕당파에서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도 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의외였던 것은 쟈네이딘 왕녀 자신의 행보. 알데란 대표의 공화국 의회 참석은 왕이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인데, 전통적으로 그 대리인은 왕이 신뢰하는 외교관, 친척이나 둘째, 셋째 자녀였습니다. 그래서 3년 전, 왕이 맏딸 쟈네이딘 왕녀를 대리인으로 보낸 결정은 한편으로는 상당히 의외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국 의회에서 오르가나와 경쟁해 보려는 몸부림 아니냐는 비웃음을 듣기도 했죠.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왕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의욕적인 의정 활동을 펼쳤고, 알데란만이 아니라 공화국 전체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르가나 의원과 함께, 그리고 나중에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우터 림의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도 했고, 아우터 림에서 벌어지는 불의와 아우터 림 세력가–그 중 몇몇은 의사당에 같이 있는 의원–들의 야심을 경계했죠. 알데란 국민에게 그런 그녀의 인기는 전에없이 높아졌습니다.

코루선트 입법철이 끝나고 알데란 의회(주:본래 대영주가 중심이 된, 국왕에 대한 자문 위원회로 시작한 알데란 의회는 관세 파동 때부터 부쩍 발언권이 강해진 기업가들이 참여권을 얻어냈고, 권한도 강해진 기관입니다.)가 개정할 때가 되자 이 기회에 의회에서 쟈네이딘 왕녀와 오르가나의 혼인을 제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서로 경계하는 왕당파와 공화파가 유일하게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이라면 혼인 건이었으니까요. 비록 결혼 계약의 문구를 두고는 상당한 싸움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입법철이 끝나갈 때쯤 쟈네이딘 왕녀가 갑자기 아우터 림 순회 여행을 떠난다는 선언은 알데란 정계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왕녀의 용기와 신념에 대한 찬탄과 함께 안전에 대한 걱정, 루카로 왕가의 공화국 내 위상이 어쩌면 오르가나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예측과 함께, 은연중에 떠돌던 혼담을 왕녀와 왕가가 적어도 한동안은 강한 거부를 표시한 귀추에 대한 계산이 만연했지요. (당시 알데란에서는 여자에게 차이는 것을 ‘아우터 림 여행’이라고 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의회 개정은 오르가나 가문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혼담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으로 이미 경계 대상이 될 만큼 된 상태에서 적어도 한동안은 혼담 추진은 어렵게 되었으니까요. 최악의 해석으로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거절당한 것이었고… 쇠락한 왕가를 둘러싼 계승 문제와 왕당파와 공화파의 갈등을 가장 평화롭게 해결할 길 같았던 혼담이 일단 무산된 상황에서 알데란 의회의, 그리고 무엇보다 왕가와 오르가나 가문의 행보는 초조한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단 회기가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을 보면 왕가의 한 친족이 오르가나를 가리켜 ‘어린 독사놈’이라고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르가나 자신은 아우터 림에서 왕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례적인 인삿말 정도로 발언을 마쳤지만, 의회의 공화파가 나이든 총리대신 라단 네이옌을 이런저런 이유로 비난하며 ‘극구 사양하는’ 다룬 오르가나를 총리대신으로 강력하게 천거하고 나섰지요.

왕의 수석 자문위원이며 신하 중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대신의 권한은 왕이나 총리 자신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현재처럼 왕가가 강하고 약하고 총리의 세력이 강할 때는 누가 실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르가나가 이 정도로만 만족하고 이 이상 계승권에 다가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면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때맞춰 그 동안 계속 왕가가 진 빚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었던 은행 등 채권자들이 더 이상의 연장을 거부하며 왕을 압박했습니다.

다룬 오르가나가 뜻을 이룰 가능성은 꽤 커보였습니다. 어쩌면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알데란의 권력자들이 복잡한 거래와 협상을 벌이는 동안 아우터 림에서 왕녀의 실종 혹은 사망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최근 높아진 왕녀의 인기까지 반영해서 알데란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고, 그 와중에 총리 추천 건은 잊혀졌습니다. 오히려 최근 요주의 인물이 되면서 좋은 표적으로 떠오른 오르가나는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여론상으로는 1순위 용의자가 되었고, 그가 왕녀 수행단에 지원한 경호 인원이 연락이 없는 사실에 대해 추궁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해 그는 제다이 공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수행한 제다이 나이트들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한창 시끄럽던 중, 왕녀의 생사를 확인하고 수색할 병력을 아우터 림으로 보내는 것을 오르가나가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면서 그에 대한 여론은 결정적으로 나빠졌습니다. (주:아우터 림을 아는 사람이 보면 수색대 파견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워진 아우터 림에 눈에 띄는 알데란 병력을 보내는 것을 반대한 것이며, 대신 아우터 림을 잘 아는 소규모 부대를 비밀리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아무 해명도 안해서 짐작일 뿐이지만.) 결국 알데란에서 보낸 함선은 아우터 림에 들어서자마자 파괴당하고, 알데란이 거의 심적 공황 상태에 빠진 동안 오르가나는 코루선트에서 열린 비상 회기에 참석하러 야반도주하듯 알데란을 뜹니다.

아우터 림에서 시스의 집결, 군벌의 횡행, 무력 분쟁 등 온갖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는 동안 공화국 의회는 계엄법 통과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고, 아우터 림 의원들이 중심이 된 발의로 안티온 아르드노 의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처리하는 동안 분위기는 더욱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물밑 교섭 끝에 애당초 발의한 아우터 림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불신임 투표는 예상을 깨고 부결되고,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계엄은 가결 처리됩니다.

계엄 통과만큼이나 알데란에 파문이 컸던 소식은 쟈네이딘 왕녀가 코루선트에 귀환해서 계엄에 찬성하는 의사를 표하고 가결표를 던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입지가 급격 상승하고 있고 기적적으로 생환하기까지 한 그녀의 지지가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관측도 있습니다. 어쨌든 거의 폭동 직전까지 갔던 알데란은 왕녀의 귀환(?)으로 현재 진정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다만, 왕녀는 가족과 짧은 통신 중에 코루선트에 당분간 남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하며, 계엄 의회에서는 항성간 여행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한동안 왕녀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코루선트에 머무를 듯합니다.

아르드노는 의장 자리를 유지했고 현재는 계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지만, 한동안 취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지 기반이 침식당했던 그로서는 영향력 있는 몇몇 의원이 뭉쳐서 그를 밀어주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일입니다. 그런 그의 곁에는 이제 오명은 어느 정도 벗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고, 전에 없이 제다이 공의회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건 왕녀의 아우터 림 여행 때부터 이미 표면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다룬 오르가나가 종종 보입니다. 현재의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데란은, 그리고 공화국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 정치부 로키 기자 (??)

2 thoughts on “알데란의 정치 상황

  1. 소년H

    현재처럼 왕가가 강하고 총리의 세력이 강할 때는 누가 실권을 행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 ??

    뭐 대충은 알고 있던 거긴 하지만 (라고 해도 제일 잘 아는 건 사감이 들어간 자락스 아닙니..(..)) 확실히 정리된 걸 보면 더 뚜렷하네요.

    한 가지 유념할 사실은 ‘가짜’ 쟈네이딘이 코루선트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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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고쳤습니다~ 역시 부분부분 암시는 꽤 됐던 내용이긴 하죠. 전체적으로 정리한 건 처음이지만요. 자락스는 감정이 들어가서 아는 것도 까먹을 듯도..(..)

      아무래도 가짜 쟈네이딘이 알데란에 가서 가족이라도 만나면 그대로 들통나겠죠. 부상을 숨기는 면도 있고.. 라이나도 코루선트에 있을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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