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4) – 외전

긴 캠페인을 하다 보면 참가가 상당히 성실하다 해도 누군가 빠지는 일이 가끔 생깁니다. 이전에 참가자가 빠진 세션이라는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이런 때 플레이를 쉬면 캠페인의 추진력에 심각한 제약이 됩니다. 일단 정기 플레이를 많이 쉴 수록 기억은 희미해지면서 내용의 연결성이 끊어지고, 완급은 늘어지므로 캠페인을 지속하기 어렵게 됩니다.

참가자가 빠질 때마다 플레이를 쉬면 파토가 나기 쉬운 것은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플레이를 쉰다고 하면 사실상 성실하게 참가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기 쉽습니다. 내가 잘 나와도 다른 사람이 빠져서 아무것도 안한다면 플레이에 나간 사람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결과가 되니까요. 다른 사람의 참석 여부는 제어하기 어려운 만큼 성실하게 참가하는 것만으로는 참가의 목적 (플레이)을 달성하기 어려워집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하나라도 빠졌다는 이유로 플레이가 없으면 역으로 성실하게 참가한 사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성적으로는 그런 이유로 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약속대로 참가한 3명보다 오지 않은 한 명이 더 중요해지고, 그 결과 생기는 박탈감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이어집니다. 일단 캠페인의 분위기가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계속할 동기는 약해집니다.

그런 악영향이 있는 만큼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고, 또 불참이 잦은 참여자가 있다면 빼든지 아니면 매회 나오지 않아도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게 하든지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캠페인을 계속하기는 어려워질 테니까요.

그러나 때로는 글 첫머리에서 말했듯 참가가 전반적으로 성실한데도 가끔 한 사람씩 빠지는 일도 있습니다. 때로는 미리 연락하고 빠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때는 부재가 잦지는 않으므로 문제는 덜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이 빠졌다는 이유로 플레이를 아예 쉬면 캠페인에 위와 같은 악영향이 생기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내용 연결상 빼고 진행하기는 어려운 일도 많죠.

이럴 때 제 경험상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캠페인 외전 세션입니다. 과거 이야기, 캠페인 세계의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일, 일행의 또 다른 모험, 심도 있는 대화 등. 외전은 본편 진행에서 잠시 벗어나는 좋은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는 등 단편 진행에서 다룬 다양한 이점도 있으며, 캠페인 세계와 사건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캠페인에 깊이가 생기고 풍부해지므로 더욱 추천할 만하죠.

한 사람이라도 오면 본편이든 외전이든 뭔가 플레이가 있다는 것은 성실하게 참가할 좋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남이 잘 참가하는 건 직접 제어할 수 없지만, 스스로 성실하게 참가하면 (그리고 진행자도 그러리라고 믿을 수 있다면) 참가의 목적인 플레이는 어쨌든 이루니까요. 오히려 자신은 참가했는데 다른 참가자가 안 나온다면 개별 세션으로 자신의 주인공을 더 부각시킬 수도 있고, 플레이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누군가 빠져도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세션에 나온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도 됩니다. 안 나온 사람도 있지만 나온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 플레이를 하자는 표시라는 의미에서요. 아니면 마침 본편이 슬슬 늘어지는데 다른 걸 할 수 있어서 잘 됐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약속대로 참가한 데에 대한 존중, 그리고 캠페인에 대한 열정을 전달하는 만큼 감정적 결속도 강해집니다.

물론 외전을 참가자가 빠진 상황으로 꼭 제한할 필요도 없겠죠. 캠페인에 대한 다각도의 조명, 기분 전환 등 참가자 부재와 상관없는 이점도 크니까요. 외전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주인공을 달리 해서 본편 캠페인과 배경만 같은 별도의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고, 규칙이나 매체가 다른 캠페인을 동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편은 채팅 플레이, 외전은 게시판 플레이라든지.)

요약하자면 외전은 참가자의 부재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캠페인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장기 캠페인의 흥미와 완급을 유지하는 데 거의 필수적이기도 하죠. 적극 활용하면 장기 캠페인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4 thoughts on “진행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4) – 외전

  1. 아사히라

    외전이 캐릭터의 의외의 일면을 더해주거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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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삭풍님이 괜히 원망하신 게 아닌 겁..(..) 언더월드 3기 때처럼 외전 진행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괜찮죠. 그런 얘기도 글에 다룰까 했었는데,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 일단은 저 정도로 끝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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