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그림자 34화 – 아우터 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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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린라노아의 다급한 통신을 받고 센은 딩기 블루를 조종해서 웨렌 고르토의 ‘카프리콘’에 접근시키고 (왠지 아이스크림 이름?), 그 과정에서 딩기 블루를 완전히 망가뜨리긴 하지만 다행히도 린라노아가 제때 카프리콘의 조종실을 점거해서 전원 카프리콘으로 옮겨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보니 지지난주에 딩기 블루에 자료를 가지고 온 케렉이라는 친구를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같이 옮겨탔다고 해두죠.)

포로로 잡힌 고르토는 로어틸리아가 다쓰 세리트가 아닌 제다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제이를 보고는 시스나 제다이나 똑같이 못 믿을 것들이라며 분개합니다. 센은 로어틸리아와 린라노아가 넬반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게, 그리고 단투인에서 있었던 일을 청산하고자 자신이 고르토와 제이 톨란을 인솔해 단투인으로 데려가겠다고 자원합니다.

로어틸리아는 고르토에게 쟈네이딘 왕녀 테러 사건에 대해 추궁하고, 고르토는 쟈네이딘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배후로 짚이는 사람으로는 다룬 오르가나를 지목합니다. 한편 린라노아와 센은 베오나드 코티에르의 죽음을 감지합니다. 제다이 일행은 고르토가 고용했던 용병들을 고용해 넬반 궤도 감시 기지를 점거할 채비를 합니다.

감상

오늘은 참가자 참여도 문제로 약간 곤란을 겪었습니다. 이방인님이 제이 톨란을 잡으시긴 했지만 아무래도 포로인지라 웨렌 고르토를 끌어낸 이후에는 행동 반경이 별로 넓지 않아서요. 반면 평소 주목도가 비교적 적었던 린라노아가 좀 더 큰 역할을 하고 센도 오랜만에 활약한 건 반가운 일이었죠. 고르토 심문 장면에서 로어틸리아의 날카로운 모습도 잘 드러났고요. 그러나 이방인님이 참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진행을 되도록 짧게 넘기고 자락스를 회수하러(..?) 넬반으로 돌아가자는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이 되었습니다.

딩기 블루가 견인선과 포격선을 피하는 장면을 이번에도 판정 없이 서술 중심으로 하면서, 이걸 세세한 규칙으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칙으로 한다면 역시 참가자가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진행자의 자의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겠지요. 반면 어차피 상황을 규칙으로 표현한다 해도 결국 진행자가 바라는 극적 효과를 표현하는 점은 마찬가지이되 (예를 들어 견인 빔으로  서로 연결한 상태에서 딩기 블루가 포격을 맞으면 카프리콘에도 진동이 온다든지), 대신 그 효과를  표현하는 데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규칙 해석이나 적용을 둔 진행자와 참가자 간 분쟁은 결국 서술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가 깔려있는 일이 많으니까요. 규칙은 종종 불완전하기도 하고… (“견인 빔으로 연결했는데 왜 진동 전달이 없어!” “규칙에 그런 소리가 어디 있는데!”) 그런 면에서 서술에 대한 의견 차이를 직접 다루는 서사 중심 규칙이 결과적으로는 분쟁을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고 봅니다. 짧게 하려면 제가 종종 그러듯 무규칙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요.

다음 시간은 다시 포도원의 개들을 대규모 판정에 응용하는 워게임 형태로 넬반 궤도감시 기지를 점거하는 플레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원하는 건지, 제가 끌고가니까 따라온 건지 애매해서 좀 찝찝하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참가자가 딱히 대안을 딱히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진행의 어려움이 있는 거겠죠. 어쨌든 주인공 일행을 다시 합치는 방향이고, 현재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이방인님도 참여하시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해법입니다.

모두 수고하셨고, 다음 주에 재밌는 플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8 thoughts on “공화국의 그림자 34화 – 아우터 림 (2부)

  1. 소년H

    아니 자주 느끼는 거지만, 로키님. 가상현실 판정 규칙 (로키님이 일단 정한 이름)에 대해 트라우마라도 갖고 계신 겁니까.. 중간 저 부분은 장단점 이야기가 아니라 ‘역시 극적 판정 규칙이 최고야’라고 신앙 간증하는 걸로 밖에 안 보여요 (라고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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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트라우마 나름 많죠 (?). 평소 승한님이라든지 아사히라군이라든지 제노님이라든지 승민님이라든지 (많다), 다른 RPG인들하고 하는 토론의 연장선인 면도 있고요. ‘간증’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면 근거가 꽤 빈약하다는 말씀 같은데,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편이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요? (..라기보다는 그래서 악플인 건가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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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년H

    그러니까 악플이죠….그런데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그게 더 악플일 걸요 (…)

    뭐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그 가상현실 규칙을 썼을 때의 장점은 아주 짧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언급하고 그 단점과 극적 규칙의 장점만 나열하는 게 현재 극적 규칙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거죠. 누군가 ‘이거 이럴 때 다른 거 쓰는 게 낫지 않아요?’라고 플레이 중에 이야기한 게 아닌 이상… 그리고 그 단점으로 지적한 게 개인차적인 면이 짙은 데 이건 극적 규칙도..아니 여기까지 하면 정말 악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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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논리적 악플 감사 (?). 그런데 저 생각은 말 그대로 ‘~~하면 어땠을까’로 시작해서 혼자 생각한 걸 풀어본 건데 누가 제안을 하거나 따로 얘기가 나왔어야 하는 거려나요. 근거가 빈약하다면 그 근거를 반박당해야겠죠.

      묘사적 규칙에 대한 악평(?)의 근거는 제 경험이었으니 말씀대로 개인차가 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내 경험은 왜 그랬는가’에 대한 해답이 필요할 것 같아요.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는 게 현재로서는 제 결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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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사히라

    묘사적 규칙의 지위를 너무 깔아뭉개시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누나는 그렇게 생각하시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
    모든 규칙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인데 누나는 묘사적 규칙의 단점에 집중하시고 서술적 규칙의 장점에 집중하시는 경향이 강하죠.
    무슨 홍보대사이심?!

    악플 2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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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내가 너무 공격적으로 썼나? ㅋㅋ 묘사적 규칙을 욕하려고 한 얘기가 아니라, 진행자 자의에 휘둘리기 쉬운 무규칙의 단점을 느끼면서 저 상황에서 묘사적 규칙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내딴에는 고려해본 사고 과정을 적어본 건데 말이지. 나 인디 RPG 한 열댓 개쯤 소개할 때 홍보대사인 거 몰랐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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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사히라

    ‘반면 어차피 마찬가지’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뿐’
    같은 말에서 그 느낌이 확 오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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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응, 내가 보기에는 그런 면이 커. 결과적으로 극적 결과를 지향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걸 훨씬 더 우회적으로 표현할 뿐이랄까. 몰라, 묘사룰의 전술적인 측면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게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지향은 확실히 극적인 방향이니까 내가 묘사룰을 사용하면 규칙 자체에는 별 관심 없이 특정한 극적 표현을 하는 데만 관심이 가겠지. 그러니 나한테는 확고히 비효율적이지 않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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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사히라

    누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위 글에서 그렇다면 3인칭 ‘진행자가’ 보다 ‘제가’ 정도가 더 낫겠죠
    지금은 일반적 상황에서도 그렇다는 느낌이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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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shsong

      “결과적으로 극적 결과를 지향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그걸 훨씬 더 우회적으로 표현할 뿐” 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그 ‘우회적’이라는 것이 묘사적 규칙을 사용하는 재미 중 하나라고 봅니다.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데이터를 가지고 진행자가 제시한 난관을 돌파하는 것이 바로 RPG의 게임적 재미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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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키

      그것도 재밌는 관점이군요. (..대운하 말고!) 결국 어디서 재미를 느끼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저처럼 극적 진행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면 세세한 데이터화는 그 재미에서 주의를 분산시킬 테고, 데이터 자체에도 게임적 재미를 느낀다면 데이터화는 극적, 게임적 재미를 둘 다 느끼는 수단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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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기생수

    외람되나, 종종 토론을 시도한 인연으로 제 개인적인 감상을 한말씀 드리자면…

    평소에 글을 쓰실때 ‘로키님의 기준’을 말씀하시는 것치곤 또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재미’를 홍보하는데 머무른다기보단 일반론의 뉘앙스가 다분하시고 어느정도의 다른 체계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실 때도 있으신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여러 사이트에 내놓으신 화두가 조금 재미있어보여도 토론을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도 많아요. 일반론인지 자신의 기준의 홍보인지 모호하거든요. 혹시나 열띤 이야기 끝에 ‘내 기준일뿐’으로 회귀하면 토론이 허무해지니까요.

    토론은 보통 일반론을 논할때 하는거지 특정인의 대안을 강화 개발하기 위해서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쪽이면 마음맞는 사람들과 **반론이 없는** 브레인스토밍이 낫습니다. 부담스러운 일반론의 뉘앙스가 없는 대안의 브레인스토밍이야 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로키님의 글이 일반론에 대한 도전과 자신의 생각에 입각한 대안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서 거기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양자의 구별이 원래 모호하고 구별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최소한 저는) 각자의 취향을 알아서 말하면 될뿐 ‘토론’을 할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말고 다른 분도 무의미한 오해를 하지는 않겠죠.

    자신이 아는 재미를 전달한다는 취지를 지향하시는 거라면 ‘견제구’나 3인칭적 표현을 줄이고 좀더 개인적인 대안이라는 걸 강조하시고, 그게 아니라 일반론에 도전하시는 거라면 로키님의 관심이나 취향과는 다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에 관해서 긍정이든 비판이든 간에 설명을 시도하고 정면으로 접근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의도하시는 바에 대한 다른 분들의 오해가 적을 듯.

    쓰다보니 누워서 침뱉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저도 좀 자신을 돌아봐야 겠군요.

    한줄 요약 : 반론을 가끔 (무의식적으로?) 유도하시는 것에 비해서는 반론이 의미없는 글을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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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외람이라뇨~ 말씀 감사합니다. 참 애매한 게, 정식으로 연구하기가 어려운 소재다 보니 내 경험이 이랬으면 남의 경험도 이러이러한 이유로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정도 외에는 일반화 자체가 어렵죠. 또 개인 경험이라 해도 타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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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기생수

    읔. 실시간 채팅 이었군요(-_-;;) 좀더 읽기 쉽게 퇴고(?)하거나 몇몇 혹시 지나친게 아닌가 싶은 표현을 수정하는 중이었는데 벌써 읽으셨다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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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기생수

    일반화는 어렵지만 일반론이 어렵다는 것과는 별개로, 일반론적인 태도로 글을 씀으로서 생기는 오해와 단순히 개인의 기준을 말하려는 글쓰는 의도와의 관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일반론을 개인 생각의 파편화된 집합체와 동일시하는 건 아니기도 하고, 제가 보기엔 처음부터 충분히 일반론에 좀더 가까운 글을 쓰려고 의도하기도 하는 분들도 있고, 그게 가능한 분들도 있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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