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7번째 바다 마스터링

처음으로 7번째 바다 마스터링을 해봤습니다. 희생양은 초보자님. 초보자님이 다른 캠페인에서 플레이하시는 캐릭터를 납치했습니다.

처음이라지만 아주 생 처음은 아닌 게, 원래 7번째 바다 그룹에서 모의전투로 어느정도 전투룰을 익혔었고 또 대규모 전투룰을 플레이테스트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서사적 구조를 가지고 정상적인(?) 플레이 룰을 돌려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몇가지 하우스룰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

1. 캐릭터 제작

– 포인트는 원래 룰의 100 히어로 포인트(HP)가 아닌 140HP로 했습니다. 특성치 상한은 4, 낵 상한은 없이요.

로키: 캐릭터 100HP죠? 40HP 더 분배해서 주세요.
초보자님: 105HP인데요?
로키: 혼자니까 능력치가 더 필요해요. 40HP 추가로 분배해서 주세요.
초보자님: 네…(…)

뭐 기술보다 특성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룰인지라 특성치에 불사르니 간단하게 끝. 그리고 공격(펜싱) 5라니 왠 검술 매니아..(…)

2. 극주사위는 물처럼 흐르고(?)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보이면 무조건 극주사위. 그리고 남기든 쓰든 경험치나 캐릭터 성장과는 무관하게 했습니다. 극주사위 0으로 시작한 플레이어가 한개 쓰고도 세션 끝에는 2개를 쥐고 있었죠. 저것도 제가 생각하기엔 약간 짰지만, 뭐.

GM이 극주사위를 가질지 말지는 고민입니다. 공식 NPC들이 140HP짜리 PC보다 강한 걸 깨닫고 경악을… 악당의 간계를 발동하려면 극주사위가 필요하긴 한데, 과연 제가 돌리면 진정한 의미의 악당이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아악..NPC 캐메 귀찮..(퍽)

아르메이아 오초아 이 라사르 델 까스띨리오로 말하자면 외로워도~ 슬퍼도~ 를 외치는 캔디소년이랄까요. (아닙..) 탕녀로 유명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아버지의 미움이란 미움은 다 받고, 결국 외동아들인데도 아버지가 일부러 사촌을 친자로 들여서 상속권을 그쪽으로 넘겨버렸죠. 분명 아버지는 친부 맞지만, 이게 남들 보기엔 어떻겠어요. 탕녀로 유명한 어머니 -> 그 어머니를 꼭 닮은 아들 -> 아버지에 의한 상속권 박탈.

한마디로 까스띠예 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안주감인 겁니다, 아르메이아는. 별볼일 없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저렇게까지 유명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일..(…) 까스띠예 궁정에 있을 때 명성 페널티를 제안했고 (룰적 근거 전무), 플레이어도 순순히 받아들이시더군요. 명성 다이스 페널티 쪽을 생각 중입니다. 흐흐..+_+

가진 건 쥐뿔도 없고 아는 건 머리 한가득인 아르메이아. 사악GM 로키와 함께 한 그의 첫 모험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냥 즉석에서 “할까요?” “하죠!” 수준이었던지라 준비 별로 안하는 제 기준으로도 정말 준비는 전무했던…

아르메이아는 추기경(여기서 우리는 GM의 준비부족과 까스띠예 소스북의 부재를 알 수 있다)의 저택에… 공식적으로는 초대손님, 사실은 통역사. 몽테뉴와 보다체 손님들이 있었거든요. (아르메이아는 모국어인 까스띠예어 외에 몽테뉴, 보다체, 아발론, 테아어를 하는 인재!) 따라서 얘기하는 손님들에게 공통되는 언어가 없을 경우 달려가 통역해주는 게 아르메이아의 일이었죠. 명색이 귀족이라도 가진 게 없으면 사람이 이렇게 됩..

어쨌든 아르메이아는 보다체의 치오사 추기경, 까스띠예의 돈 알다나, 그리고 한동안 대화를 진행한 후에야 GM이 이름을 지어준 비운의 몽테뉴 귀족 오렐리앙 비세 세 사람의 대화를 열심히 통역해주고 있었습니다. 치오사 추기경은 실종된 몽테뉴 추기경 자리를 없애고 까스띠예와 보다체에 추기경을 추가해서 몽테뉴 추기경의 실종 때문에 못 뽑고 있는 교황을 뽑아야 교회의 지도력 부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죠. 몽테뉴 귀족은 레옹 황제(몽테뉴 왕)께서는 누구의 신앙의 자유에도 간섭하지 않으며, 사라진 다르쥬노 추기경을 찾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뻔뻔스러울 정도로 성의없이 말합니다. (1. 몽테뉴 귀족사회가 교회에 등돌린지 한참 된. 2. 추기경 실종 후 몽테뉴 황제가 추기경 반지 끼고 나타남.)

죽도록 통역하고 있던 아르메이아의 귀에 무도회장 한켠의 소란이 들려오고, 이 시점에서 대화의 흐름을 놓치고 저쪽에 신경을 쓸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고 이쪽에 집중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었지만, 통역해주는 상대가 다 무시무시한 VIP인데다 다른 통역사도 파티장에 있다는 얘기를 빼먹는 바람에 의미있는 선택지를 주는데는 실패. 저때 소란 쪽에 신경을 썼다면 전혀 다른 모험이 될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쪽이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합리화)

자기 얘기가 영 먹히지 않자 답답하던 노인네…아니 치오사 추기경, 불쑥 아르메이아에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습니다. 조리있게 대답하는 아르메이아를 잠시 바라보던 추기경은 음료잔을 집는척 하며 아르메이아에게 무도회가 파한 다음에 잠시 보자고 작게 얘기하죠. 여기서 급작스러운 요청에 아무 반응 안하는데 에티켓 판정. 아르메이아는 쉽게 성공했고, 아무 내색 없이 무사히 파티 끝까지 목이 닳고 입이 마르도록 통역질을 합니다.

결국 손님들의 흐름에 밀려 떠나는 손님 마차타는 순간까지 통역하는 아르메이아. 더욱 짜증나는 건 까스띠예어가 안되는 주제에 까스띠예 귀부인 꼬신다고 설치는 몽테뉴 귀족청년 말 옮겨주기..(…) 참다 못한 아르메이아는 꼬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인의 눈치를 살피고, 겉보기에는 웃으며 끄덕이며 받아주고 있지만 사람보는 눈 판정이 성공하자 사실은 지루하고 짜증내고 있는 게 보이지요. 아르메이아는 몽테뉴어로 청년에게 여자 꼬시려면 언어 정도는 배우라며, 침대까지 통역 동행할 거냐고 쏘아주지요. 그리고 흔들림없는 에티켓 굴림으로 청년을 물러나게 만듭니다. 감동먹은 GM 극주사위 먹이고… 아마 명성도 조금 올려야 할 것 같군요, 이 시점에서. 까스띠예 귀부인은 웃으면서 가버리고…

여기서 끈기판정. TN 5 실패했으면 목소리가 갈라지고 쉬어서 나오게 하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성공. 어쨌거나 목이 마르고 다리는 붓고 초죽음이 된 아르메이아는 부엌으로 직접 내려가 물한잔 달라고 하고, 한 젊은 하녀가 물잔을 건네며 지체있으신 도련님이 이런 데로 직접 내려오시면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며 얼굴을 붉히지요. 하지만 곧 동료 하녀들에게 잡아뜯어집(?)니다. 저 사람 아무 실속 없다고 속삭이는 소리가 아르메이아의 지친 귀에까지 들리고… 아아, 하녀에게까지 실속없다고 외면받는 이 신세. 외로워도 슬퍼도~를 외쳐야 할 상황인 겁니다! ;ㅁ; 여기서 지치고 피곤한 아르메이아의 연기 때문에 다시 극주사위.

치오사 추기경과의 밀회를 위해 파티장으로 돌아가본 아르메이아. 무도회장을 치우는 하인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영 짜증내는 태도로 봐서 성실하게 전해줄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 무도회장의 찬란한 빛과 목소리, 웃음 소리 뒤에 공허하고 어둡기만 한 그 공간에서 아르메이아는 혼자 기다립니다.

바로 그때 정원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원으로 통하는 큰 몽테뉴식 창(창틀이 바닥까지 닿아있는 문 비슷한 창)으로 나온 아르메이아는 산책로의 풀섶 저편에 사제복을 언뜻 봅니다. 그리고 두 사내가 좀전 파티에서의 소란에 대해 얘기나누는 것을 알아채지요. 그리고 재치판정. 그런데 아르메이아 뒤쪽으로도 발소리가 들립니다! 아직 두 사내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다가오면 알아채고 얘기를 멈추겠지요. 어차피 오는 사람을 안 들리게 막을 수 없는 이상 아르메이아는 몰래 접근해 얼굴이라도 확인하기로 결정하고 은신 체크를 성공해 두 사내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비록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요. 그리고 또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와 아르메이아를 부르는 소리 때문에 얘기 나누던 사제들은 그대로 산책로를 따라 가버리고, 돌아본 아르메이아가 본 것은 역시 라 치오사 추기경.

교회의 판도를 바꿔버릴 계획을 꾸미는 사람 치고는 너무나 순수하고 따스한 노인네인 추기경은 함께 산책하자고 아르메이아에게 말하고, 둘은 정원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눕니다. 아르메이아의 불우한 상황을 무도회장에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다 파악해 버린 노인네 눈치. 내색하지 않는 판정에 GM은 재치가 아니라 끈기로 에티켓을 굴리라는 사악함을 과시했고, 결국 뽀록나 버려서 당황한 아르메이아. 그가 불편해하자 추기경은 화제를 바꾸어서, 몽테뉴 추기경직을 없애고 교황을 선출하려는 자신의 계획을 얘기하지요. 그리고 도와주겠냐고 묻습니다. 아르메이아가 그러겠다고 하는 동안 플레이어분은 이 거대한 규모의 얘기를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잡담채널에서 울부짖고..(…) 역시 황당하게 큰 규모의 이야기를 키우는 GM 버릇이 나온 겝니다. 나와버린 게지요..;;

줄이고 또 줄여서 아르메이아의 임무는 몽테뉴의 실종된 다르쥬노 추기경, 그리고 대주교들의 생사확인으로 좁혀집니다. 결국에는 몽테뉴 궁정, 그리고 가끔은 다른 나라 궁정 돌며 재밌게 놀라는 얘기지만요. 치오사 추기경은 아침에 몽테뉴에 있는 자기 조력자에게 줄 소개장을 전해주겠다고 하고, 세션 끝. 장면을 잘 진행한 포상으로 다시 극주사위.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재밌었습니다. ;ㅁ; 7번째 바다는 제가 하는 것 치고는 꽤 복잡한 룰이어서 실수도 있었지만, 요소요소 룰 적용하는데 쏠쏠한 재미가 있더군요. 또 초보자님도 캐릭터성을 잘 표현하고 극적 감각도 있는 분이라 제가 만드는 극적 요소들에 잘 반응해 주셨고요. 아르메이아 같은 경우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는 지나치게 건조한 캐릭터가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막상 플레이가 시작되고 많은 주변상황에 반응해야 하자 캐릭터가 살아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시작 장면. 통역 장면의 성격상, 그리고 시작 갈등을 설정해야 하는 필요상 NPC들끼리 얘기하는 걸로 시작하는 게 곤욕이었습니다. 또 위에서 말했듯 숨막히는 VIP 상대중, 게다가 엄청나게 중요한 얘기중, 게다가 다른 통역사들의 존재는 빼놓아서 결과적으로 전혀 선택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선택지도 문제였습니다. 아아..활극이 될 수 있었는데…;ㅁ; 이쪽 얘기도 재밌긴 했지만 같은 결과라도 플레이어의 의미있는 선택의 결과였다면 저도, 플레이어도 더 보람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장면에서 다른 통역사의 존재만 강조했더라도 의미있는 선택의 여지가 훨씬 생겼을지도요. 인물이나 대화를 덜 중요하게 만들면 이번에는 이쪽 옵션을 부당하게 뺏는 결과가 됐겠죠. 어려운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의미있는 선택의 기회를 잘 포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삐걱거리는 면도 있었지만 대체로 재밌었습니다. 앞으로의 캠페인도 기대되는군요. 소스북 안읽어본 까스띠예에서 슬쩍 주인공을 빼돌려 소스북 읽은 몽테뉴, 그리고 아마도 보다체 쪽으로 옮기는 저의 센스란..(이봐) 몽테뉴에서는 궁정음모 규칙도 적용할 생각인데, 궁정음모의 화폐는 다른 무엇보다 ‘부탁’입니다. (돈? 돈이야 당연히 다 있는 걸로 전제 깔고요. 아르메이아는 없어서 문제지만, 추기경의 조력자께서 알아서 해주심.) 남의 부탁을 많이 들어줄수록 소개부터 돈 꾸는 것부터 정보까지, 다른 사람의 호의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기 부탁을 해결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부탁 들어주느라 온갖 모험 다 하라는 훌륭한 시스템..(…) 대리결투에서 귀부인 강아지 실종사건 해결까지, 온갖 뻘짓 다할 아르메이아의 대모험을 기대해 주시길~ 후기 올릴 기운이 다시 날 일이 있을까는 모르겠지만요.

첫 7번째 바다 마스터링은 나름대로 성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7번째 바다의 색채가 나와서 기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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