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RPG (?)

며칠 전에는 RPG 책을 읽는 꿈을 꿨습니다. 그것도 실존하는 책이 아니라 본 적도 없는 책을 말이죠. 깨어나서 생각해 보니 특이했던 건 책이 굉장히 고급이었다는 점입니다. 무슨 박물관 책처럼 커다랗고 무거운 양장본이었고, 표지는 검은색에 은회색으로 신비한 느낌의 문양이 크게 그려진 디자인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얘기 들은 바로는 노빌리스가 그런 제본이 아닌가 하지만, 어쨌든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는 형태의 RPG 책이었습니다.

속도 굉장히 호화로워서, 종이도 두껍고 질이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막 번쩍거리는 종이는 아니고, 왜 글레이즈 페이퍼라고 하던가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페이지는 전부 흑백으로 꾸며졌고, 레이아웃도 엄청 고급스러운 느낌.

삽화는 두 개밖에 기억이 안 나지만 둘 다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오른편 페이지 밑부분에 가로 7.5cm, 세로 7.5cm 정도 크기의 작은 정사각형 속에 추상 문양이 있었고, 그 밑에는 검은 배경에 금속성이 나는 흰색 혹은 엷은 은회색으로 알파벳이 아닌 뭔가 기하학적 느낌의 가상 문자가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가문 설명 들어가는 장의 첫머리, 삽화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왼편 페이지에 역시 작은 정사각형으로, 30대쯤 돼 보이는 남자의 그늘이 드리운 얼굴이었습니다. 그늘에 가려서 눈은 안 보였지만 입매나 턱선에서 지적이고 강한 얼굴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양복 입은 모습과 로브 입은 모습이 똑같이 어울리고 위엄이 있을 것 같은 인상이었달까요. 밑에는 이름과 함께 지금 설명 들어가는 가문의 인물이라는 짤막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배경 부분을 읽으면서 알렌이라는 그 이름을 자꾸 본 걸로 봐서 아마 배경상 주요 인물 중 하나? 성은 M으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내용은 어두운 풍의 현대 판타지로, 현대의 마법사 가문들과 그들의 마법, 그리고 권력다툼을 다루는 내용의 RPG였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WoD처럼 파벌 다툼과 현실 비판적 내용, 펜드래건처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대규모 서사, 그리고 아르스 마기카처럼 마법사들 간의 힘과 경쟁이라는 요소가 들어간? 규모도 있고 드라마틱해서, 읽으면서 어둡고 서사적인 분위기에 두근두근했었죠.

배경과 역사 설명이 끝나고 가문 설명 들어가는 부분은 완전히 검은 페이지에 표지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신비한 느낌의 은회색 문양이 있었고 그 페이지를 넘기니까 위에 나온 알렌 그림과 첫 가문 설명이 나왔습니다. 가문 설명을 읽기 시작할 때쯤 잠이 깼습니다.

깨고 나니 내용을 거의 다 잊은 점이 아쉽더라고요. 현실적으로 RPG 회사가 그렇게 정성이 들어간 비싼 책을 만들어도 수익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뭐 하여튼 현실에서는 본 적도 없는 RPG 책을 꿈속에서 보다니, 저도 참 못 말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5 thoughts on “꿈 속의 RPG (?)

  1. Asdee

    으하하. 로키 님께서 그 룰북을 만드시는 것이 하늘의 뜻..? ^-^);

    WoD인지 D&D 3.5인지 가물가물하긴 한데, 무슨 특별판으로 검은 바탕에 은색 글씨/문양으로 나온 하드커버 룰북을 인터넷에서 한번 본 것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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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이것은 꿈속에서 내게 계시로 내린 룰북…!’ (..)

      그 말씀 들으니까 어디선가 그런 표지를 본 것 같은 기억도 나네요. 언젠가 얼핏 본 게 꿈에 나타났을지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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