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도구다

세션 게시판을 검색하다가 천승민님의 1년 전 글 룰의 본분을 우연히 보고 쓰는 답글입니다.  원문이 옛날 글이라서 승민님의 현재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조심스럽지만, 예전에 RPG에서 규칙의 영역이라는 글에서 한 토론과 연관성이 보이고 규칙의 영역을 더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승민님의 블로그글 묘사 중심룰과 서사 중심룰에 나름 반론이라면 반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쪽에 엮습니다. (황무지에 업데이트를 보고 싶어서 그런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합니다 (?))

규칙의 도구성

기본적으로 저는 규칙, 혹은 룰은 플레이를 돕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승민님 글에 달린 덧글 중 신승백님이 말씀하시는 지향성의 문제죠. 철저하게 전술적이고 수치화된 워게임식 전투 중심이 원하는 플레이의 형태라면 D&D 3.5는 더없이 좋은 규칙, 즉 도구입니다. 반면 인물의 배경과 인간관계, 감정 등이 원하는 플레이의 중심이라면 승민님과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이유로 규칙과 서사는 두 마리 토끼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후자와 같은 플레이를 D&D 3.5 규칙을 사용해서 할 수 없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할 수 있고, 그런 훌륭한 서사적 플레이도 실제로 많이 나와있죠. 하지만, 규칙이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가려고 할 때 (피트와 클래스, 수치 등) 플레이의 중요 사항 (망국의 엘프 왕자)에서 주의가 분산된다면 그 분산을 극복하려고 소모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효율 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규칙의 여백

신승백님께서 말씀하신 AD&D에서 나타난 현상도 꽤 일반적입니다. 애매모호한 부분, 즉 규칙이 허술하거나 다루지 않는 부분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 말이죠. 저도 WoD 계열 규칙에 대해 생각이 같은데, 사실상 WoD가 정말로 지향하는 플레이는 바로 이 애매모호한 부분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거든요.

제가 그나마 조금 아는 뱀파이어를 예로 들면, 뱀파이어는 정치적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규칙에서 정치물을 지원하는 지향성은 별로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반 기능 판정과 동료, 연줄 등 몇 가지 장점은 있지만 정치적 구조라든지 인간관계 그 자체를 다루는 규칙은 없는 걸로 알거든요. 결국 정말로 정치적인 플레이는 규칙과 별로 상관없이 이루어집니다. 진행자가 재량에 따라 상황을 만들고, 참가자가 그 속에서 필요에 따라 기능 판정을 하기도 하고 제안을 하기도 하지만 규칙은 정치적 상황의 내용은 다루지 않죠.

규칙을 타는 플레이

이처럼 규칙이 비는 부분에서, 말하자면 ‘규칙을 피하며’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다른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D&D 3.5가 수치화된 전술적 전투를 재미있게 지원하듯, 극적이고 서사적인 캠페인이라든지 미묘한 연애 심리, 비정한 정치, 가슴 아픈 비극 등을 직접 규칙의 내용으로 다루는 규칙을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하자면 규칙을 피하는 대신 규칙의 흐름을 타고 플레이하는 것이죠. 규칙과 플레이 스타일이 두 마리 토끼가 아닌 한 마리 토끼, 아니면 최소한 한 방향으로 나란히 달려가는 두 마리 토끼가 되는… 이 대목이 위의 ‘규칙의 영역’ 글에서 승민님과 토론했던 부분, 즉 어떤 부분이 규칙의 영역에 적합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부분과도 닿는 것 같습니다.

규칙과 서사가 두 마리 토끼가 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묻는다면 뭐, 재미가 있다면 딱히 문제는 없다는 것이 1차적인 대답입니다. 예전에 승한님이 쓰신 RPG의 전제에 대한 답글에서 성일님도 말씀하셨듯, RPG는 자신이 재미있는 것만한 게 없죠. 다만, 플레이의 진짜 지향점을 규칙의 여백에서 다루는 방식은 개별 취향을 벗어나 순수히 효용적인 분석을 할 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위에 링크한 규칙의 영역 글 본문에서 다룬 내용과 직접 연관이 있습니다.

‘규칙의 영역’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여기서도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뱀파이어 예시를 확장해 보죠. 뱀파이어 규칙에 몽테뉴 궁정음모 규칙처럼 폐쇄된 사회 (예를 들어 한 도시의 혈족 사회) 내에서 복잡하게 얽힌 부탁과 협박, 비밀 관계를 다루는 규칙을 넣는다고 가정해 보지요. 여기서 궁정음모 규칙이 그 목적에 비추어 얼마나 완성도 높은 규칙인지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좀 있지만, 어쨌든 뱀파이어의 지향이라고 하는 정치를 직접 다루는 규칙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논의를 진행합니다.

규칙의 영역

규칙의 영역을 다룬 이전 글에서는 어떤 내용이 규칙의 영역이 되었을 때 발생하는 효과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그 영역 내에서 하는 행동에 일정한 경향성을 형성한다는 점, 두 번째는 참가자가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형성력을 갖는 영역이 된다는 점. (첫 번째 효과는 원문에서는 ‘포상’이라는 말을 썼었고 승민님은 진행자의 일방적인 포상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신 것 같은데, 저는 진행자의 포상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규칙 자체의 포상, 즉 규칙상 유리한 방향으로 참가자 행동이 형성되는 경향성이 생긴다는 얘기였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경향성이라는 말로 대체해서 사용하겠습니다.) 뱀파이어 규칙에 궁정음모 규칙을 사용하면 이 두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차례대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첫째, 행동의 경향성. 어떤 규칙이 있으면 참가자는 그 규칙 속에서 가능하면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1차적 반응이고, 이것이 규칙이 형성하는 경향성입니다. 이 경향성은 물론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규칙상으로 불리하지만 인물 설정에는 어울리는 선택을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선택 관계여야 할까요? 규칙상 유리한 것이 곧 설정에 어울린다면,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에 어울린다면 ‘이기려는’ 본능을 극복하면서 굳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 없이 이기려는 본능이 곧 캐릭터나 플레이 스타일을 돕도록 할 수 있으니까요.

뱀파이어에 궁정음모 규칙을 사용한다는 예시도 같은 맥락입니다. 궁정음모 규칙을 사용하면서 규칙상 유리하려면, 곧 이기려고 한다면 우선 남의 부탁을 많이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부탁 점수가 쌓여서 필요할 때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 부탁을 들어주면 부탁 점수가 얼마나 쌓일지, 이 부탁을 하면 자기 부탁 점수가 얼마나 깎일지 하는 의사판단이 플레이의 중심이 되고, 이것은 실제로 부탁과 의무 관계가 복잡하게 쌓이는 폐쇄적이고 정치적인 사회에서 내리는 의사판단과 방향을 같이합니다. 부탁을 하고 들어주는 것은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 RP와 판정도 들어가므로 그런 의사판단의 과정에서 사건과 서술 또한 쌓여가고요. 이런 식으로 규칙이 원하는 플레이를 지원하는 것이 규칙을 피하는 대신 규칙의 흐름을 타는 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탁을 들어주는 건 가장 정석적이고 안전한 방법일 뿐이고, 좀 더 빠르지만 위험한 방법으로는 남을 협박하는 것도 있습니다. 협박으로 생기는 유용성 점수는 스스로 부탁 점수를 쌓을 필요가 없다는 점, 즉 대가성이 없다는 점에서 부탁보다 훨씬 효용은 높지만 대신 인간관계는 한층 나빠지고, 이 협박을 우려먹을 때마다 상대가 적이 되는 날은 가까워져 옵니다.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 타기도 정치 플레이의 또 다른 재미이고, 동시에 중요한 규칙상 (혹은 게임적) 의사판단이기도 하죠.

음모 규칙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플레이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진행자, 때로는 참가자가 생각하는 상식만큼 나타나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에 그게 들어갔을 때만큼 직접적인 의사판단의 대상이 되거나 참가자 행동의 경향성을 강하게 형성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관점에 따라서는 그게 오히려 장점일지도요. ‘규칙의 영역’에서 승민님이 말씀하신 반복성이나 제약성 문제하고도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역을 다루는 규칙이 없이는 내가 저 인물을 협박하면 그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내가 부탁을 들어주면 그가 내 부탁도 들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진행자의 재량에 따라 꽤 폭넓게 형성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습니다. 이것은 합의에 따른 플레이라 해도 각자의 영역은 대개 존중되니까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이지요. 이 점은 규칙의 두 번째 효과, 즉 참가자의 독자적 상황 형성권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둘째, 참가자의 독자적 판단과 형성권. 일단 규칙의 영역에 들어온 사안은 진행자의 재량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서 참가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되므로 그만큼 참가자의 상황 형성권을 증진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규칙일수록 진행자가 그 규칙에 반해서 규칙에 기반을 둔 참가자 판단을 부인하려면 무거운 ‘입증 책임’을 지게 되니까요.

다시 뱀파이어의 예로 돌아가면, 혈족인 철수는 나중에 영희에게 무슨 부탁을 할 날을 대비해서 열심히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철수가 뒤에서 조종하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영희가 조종하는 언론사에서 기사를 내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궁정 음모 규칙을 사용하지 않을 때 진행자가 생각하기에 이 부탁은 영희가 안 들어줄 것 같다면 진행자 재량으로 안 들어줄 수도 있고, 합의에 따른 플레이라 하더라도 참가자가 능동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내가 영희에게 이러이러한 부탁을 들어줬으니 영희도 이런 부탁 정도는 들어줄 것 같다’라고 해야 합니다.

반면 궁정음모 규칙 같은 것을 사용해서 영희에게 들어준 부탁 점수가 4점이 있고 철수가 하는 부탁은 2점이라면, 왜 영희가 부탁을 안 들어주는지는 진행자가 설명할 몫이 됩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참가자가 항변할 수 있는 기반도 한결 강해지지요. 그만큼 뭔가가 규칙의 영역에 들어오면 참가자가 독자적으로 예측하고 판단해서 상황을 형성할 여지는 넓어집니다.

규칙의 본분?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규칙과 서사는 논리필연적으로 선택관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워게임에서 시작한 역사적인 이유가 작용해서 규칙의 영역은 전투와 다른 판정, 물리규칙 정도로 제한된다고 흔히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른 영역을 다룸으로써 그 영역에서 규칙의 효과 (경향성 형성, 서사에 대한 참가자 재량 확대)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규칙에 본분이 있다면 플레이를 편하게 하는 도구로서이며, 원하는 플레이스타일을 구현할 때 규칙에 저항하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면 그 구현은 한결 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4 thoughts on “규칙은 도구다

  1. 이방인

    다다 3.5는 확실히 서사나 RP중심의 플레이 보다는 핵앤 슬래쉬나 전술적인 재미를 느끼는데 더 특화되어 있는 룰이긴 합니다.
    물론 나온대로 그 룰로 멋들어진 RP,드라마 중심의 플레이를 할수 없다라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다 3.5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란건 대부분 제작사에서 출시한 어떤 데이터북에 어떤 기능들에 대한 이야기랄지… 이번에 새로 추가된 어떤 규칙이나 아이템. 또는 기술등을 어떤식으로 적용할지 같은 이야기랄지… 아니면 제작사에서 제공한 어떤 세계관의 엔피씨나 혹은 세계관 자체에 대한 토론이나 이야기 들이죠.
    그게 재미없다는건 아닙니다.
    물론 정교하게 짜여진 룰 속에서 서로 플레이어들과 머리 싸움을 하며 헥스지도에 그 위치를 그려가며 서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것 또한 분명히 재미중 하나일껍니다.
    다만 그게 호오를 탄다는거죠(…) 제 경우 다다 3.5 룰은 처음 OR에 입문하면서부터 잡은. 가장 오래접해온 룰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딸려서인지… 룰에 아직 미숙해서인지 아직도 저는 다다 3.5의 전투를 접하면 울렁증(…)이 발동하거든요.
    물론 그건 룰을 잘 알지도 못하는 쌩 초기에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비상한 마스터를 만나 죽도록 고생한 탓도 있겠지만서도(…)
    그리고 전투가 중심이 되는 다다 3.5 룰의 특성상. 제 경험으로 전투가 미숙한 PC는 절대로 RP에서도 빛날수가 없었어요.
    전투떄마다 이렇게 죽고 부활하고. 저렇게 죽고 부활하고, 맨날 삽질만 하는 PC가 제 아무리 멋진 대사를 생각해 날리고, 아무리 상황에 맞는 RP를 해봐야 빛이 나질 않았죠.
    그래도 가끔 다다 3.5에 끌리게 되는것은 역시 그쪽에서 계속해서 제공하는 세계관이나 NPC나 그런 ‘데이터’ 적인 콘텐츠들이 끌리기 때문입니다만…
    다다 3.5야말로 ‘전투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치열하게 서로 다투며 플레이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뭔가 드라마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하는 스토리 중심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마스터의 역량이 가장 중요한거 같습니다.
    무턱대고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 들이대서 PC들을 학살하고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건 룰만 파면 누구라도 할수 있는 거지만, 적당히 강하게 PC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NPC를 ‘마스터 PC”가 아닌 드라마나 이야기 서술의 도구로 사용해 자기욕심 부리지 않고 플레이를 진행시킬수 있는 마스터는 특히나 다다 3.5를 즐기는 분들중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거든요(…)
    다다가 자랑하는 그 정교한 전투룰이나 데이터 같은것도 실은 특정 레벨을 벗어나면 그야말로 밸런스가 엉망진창이 되는감도 있고(…)
    다다 3.5 얘기가 나오길래 글과는 전혀 관계 없는 뻘플(…) 을 남겼군요.
    아무튼 다다 3.5는 저에게 있어서는 그 매력적인 세계관과 방대한 데이터들이 끌리지만, 전투 중심의 룰 탓에 그걸 즐기는 사람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 중심’의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마스터를 찾기가 힘들어 늘 포기하게 되는(…) ‘세계관과 이야기만’즐기고 싶은 애증의 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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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D&D 3.5는 분명 훌륭한 규칙이죠. 하지만 전에 ‘취향을 넘어 기능으로’라는 글에서 다루었듯 규칙이 좋고 나쁘다는 건 그 목적성 내지 기능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치밀하고 전술적인 전투를 하기에는 매우 좋은 규칙이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 치밀하고 전술적인 전투라는 목적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규칙이라는 얘기도 됩니다. 저나 이방인님처럼 말이죠.

      반면 D&D 3.5를 기능적으로 분석하면 (아니 사실은 슥 보기만 해도(..)) 서사나 인물의 깊이를 받쳐주는 규칙은 별로 없습니다. 즉 서사적인 플레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 규칙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고 말씀대로 어디까지나 참여자 (특히 진행자)의 능력으로 해야 하죠. 그게 바로 제가 얘기한, 규칙의 여백에서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구현한다는 거고…

      글에서 한 내용에 부연하고자 조금 사족을 붙이자면, 물론 어떤 플레이를 해도 참여자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규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같은 능력과 열정이라도 규칙의 도움까지 받으면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의미에서 규칙은 도구라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전투를 재밌게 만드는 도구, 플레이 내 물리 법칙을 모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듯 서사를 구조화하고 원하는 경향성을 형성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다시 이방인님 덧글로 돌아가서, D&D 3.5의 규칙보다는 설정과 이야기 쪽이 끌리신다면 그 자료를 다른 규칙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하는 공화국의 그림자 캠페인도 따지고 보면 스타워즈 d20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d20 규칙을 돌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군요..(..) 하지만, 규칙은 안 써도 스타워즈 d20 설정을 참조한다든지 할 수는 있었겠죠. 수정주의 플레인스케이프라든지 레이디의 그늘 같은 것도 옛 AD&D 플레인스케이프 설정에 다른 규칙 (수정주의 역사, 과거의 그늘)을 접목한 시도고요.

      생각해보면 전 규칙과 설정 섞어찌개(..)를 나름 즐기는 것 같군요. 고대 중동 배경에 트롤베이브 규칙을 사용했던 바빌론 베이브라든지, 강철의 연금술사 배경에 세기의 혼을 접목한 강철의 혼 캠페인 구상, 트랜스휴먼 스페이스와 안방극장 대모험을 결합한 트랜스휴먼 어드벤쳐 구상 등등. 그래서 설정책도 규칙 정보가 적게 들어가거나 책 끝에 몰아넣어서 설정 내용과 분리한 SJ식 구성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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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스티

    늘 로키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와 룰에 대해서 거의 같은 의견을 지니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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