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의 워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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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함대시스 함대 시트

어제 포도원의 제다이 세션은 소년H님이 못 오셔서 전에 구상했던 외전 플레이를 했습니다. 단순한 외전이 아니라 플레이 형태 자체가 달랐지만요. 각 참가자가 함대 하나의 역할을 맡아서 함대를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 규칙으로 제작한 후, 갈등 판정으로 대규모 전투를 처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도전이 예를 들어 ‘제다이 돌격대를 내보낸다’라면 응대는 ‘아군 함선을 조우 경로로 보낸다’ 하는 식이었죠.

물론 이것만으로는 밋밋하니까, 그 도전과 응대의 인간적·극적 결과를 표현하려고 ‘줌인’ 기법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위의 예에서 사령관이 제다이를 출격시키는 결정을 내렸으면 거기서 장면 전환을 해서 출격을 기다리는 제다이들의 모습을 연기한다든가. 이러한 줌인 장면에서는 각자 인물을 즉석에서 만들거나 골라잡아서 자유롭게 RP했습니다. 줌인 장면의 향방은 도전과 응대 결과를 참조해서 같이 결정했고요.

전투는 엑자르 쿤의 전쟁 중 센타레스 주변에서 벌어진 센타레스 전투였습니다. 캠페인 설정에 있는 과거의 사건이어서 이미 있는 설정과 어긋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었죠. 일단 센타레스 전투는 공화국이 승리했다는 설정이었는데, 주사위를 굴려서 규칙대로 판정하다 보면 시스측이 이길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갈등 판정 개념을 살려서 ‘승리’가 무엇인지 규정하면 끝. 의논 끝에 공화국이 센타레스 성역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쪽이 이기든 마찬가지이되, 판정의 결과에는 다른 것을 걸기로 했습니다. 시스가 판정에 이긴다면 소모전으로 공화국군에게 큰 피해를 주고, 공화국군이 판정에 이긴다면 적은 피해만으로 센타레스를 통과해서 기다리는 다른 함대와 합류한다고 말이죠. 즉, 센타레스를 공화국이 차지한다는 결과는 아예 판정에 걸지도 않았습니다. 이로써 억지로 규칙을 비틀어서 ‘바람직한’ 결과를 낼 필요 없이 마음껏 판정할 조건은 갖춰졌죠.

혼자 구상할 때는 나름 재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플레이 방식이었는데, 실제 해보니 그 효과는 정말…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규모감과 박진감에 셋 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꼬박 10시간을 앉아, 결국 우주전 하나를 시작부터 끝까지 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러버렸어요. ;ㅁ; 끝나고 나서 다들 괴성을 지르며(?) 쓰러져서는 감동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죠. 사실 이게 RPG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뭔가 ‘엄청나게’ 놀았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보통 플레이 기록 정리할 때 잡담은 빼는데, 센타레스 전투는 아무 준비 없이 플레이의 모든 것이 저 ‘잡담’에서 나왔기 때문에 도저히 뺄 수가 없더라고요. 플레이 외 대화는 잿빛 배경으로 처리했고 안 보이게 끄는 컨트롤도 달아놓았습니다. 버튼 자체도 보이고 안 보이게 조절할 수 있고요. (ActiveX니 어쩌니 하는 익스플로러의 사기를 믿지 마십… 약간의 DHTML밖에 없는데. 위험하고 불편한 ActiveX는 MS 지들이 하지 내가 하나..ㅡㅡ++)

워낙 기니까 크게 3부로 나누어서 대체로 주요 대목별로 구분했습니다. 앞으로 각 부별로 천천히 요약을 올리도록 하지요.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주 (序奏)

1부: 개전의 포화
(1) 폰을 움직이다
(2) 젊은 파일럿에게 축배를
(3) ‘어쩔 수 없는 것’의 의미

2부: Kings and Queens
(1) 킹을 노리다
(2) 포스가 함께하기를
(3) 퀸을 움직이려면
(4) 목표 수정
(5) 체크메이트를 향하여
(6) 죽은 영웅, 산 청소부
(7) 폭풍이 다가오다
(8) 넷 러닝
(9) 사냥을 시작하다
(10) 사냥감 사냥꾼

3부: 난류 (亂流)
(1) 반격
(2) 반전
(3) 신뢰
(4) My Pace
(5) 결투
(6) 누구의 체크메이트?
(7) 나이트를 위한 만가

에필로그

뭐 이게 왜 이렇게 재밌었는지 분석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일단 셋이서 상당히 손발이 척척 맞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서로 떠오르는 발상을 활발하게 교환하면서 연출도 구성도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나오는 상승 작용도 상당했습니다. 사실 많은 인디 RPG가 그렇듯 포도원의 개들 규칙책도 이런 식으로 플레이할 것을 권장하는데, 보통은 제가 의견을 구해도 별로 의견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이번은 진짜 백지상태로 들어가는 걸 알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플레이 내용이 상상력을 자극했는지, 굉장히 좋은 발상들이 끝도 없이 나와서 플레이를 풍부하게 만들었죠.

본 캠페인의 사건이나 인물과 이런저런 연관이 들어간 것도 굉장히 다층적인 극적, 감정적 의미를 더했습니다. 몇 년 후면 카론에서 죽을 다쓰 프리아트가 살아서 펄펄 날뛰는(…) 모습이라든지 (1부 (1) ‘폰을 움직이다’ 이하 다수), 캠페인 최초로 등장한 다쓰 세데스의 무시무시한 존재감 (3부 (5) ‘결투’ 등), 센타레스 전투가 설정에 나온 이유였던 칼레나 할라크의 죽음 (3부 (7) ‘나이트를 위한 만가’), 전장에서 아주 짧게 스쳐간 베오나드 코티에르와 자락스 토레이 사이에 싹틀 반목에 대한 암시 (2부 (10) ‘사냥감 사냥꾼’), 소년 시절에도 이미 극도의 기술적 재능과 신비한 인도자의 존재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센의 모습 (3부 (4) ‘My Pace’) 등.

캠페인 주요 인물들 외에도 이번 플레이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들도 인상깊었습니다. 젊은 공화국 파일럿들의 즐거운 모습과 가슴 아픈 죽음 (1부 (2) ‘젊은 파일럿에게 축배를’), 점령지에서 징발당해 소모품 취급받으며 죽어가는 시스 군인들 (1부 (3) ‘”어쩔 수 없는 것”의 의미’), 니모 선장 주제곡이 너무 잘 어울렸던 공화국 측 사령관 르베리에 제독 (2부 (1) ‘킹을 노리다’, 3부 (3) ‘신뢰’ 등), 시스 군 휘하 별동대원들의 왁자지껄한 동료애… (2부 (6) ‘죽은 영웅, 산 청소부’) 줌인 장면 동안 셋이서 어림잡아 스무 명 안팎의 인물을 잡으면서 우주전이라는 거대한 상황을 상당히 폭넓게 조명한 점이 규모감 표현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을 만들려고 있는 규칙을 즉석에서 집단에 적용하다 보니 특히 인간관계 부분이 애매했는데, 이것을 ‘외부 상황’ 정도로 얼버무린 결과 시스 군대를 ‘복잡한 공동체’ 배경으로 만든 의미가 좀 희석된 느낌도 들더군요. 복잡한 공동체 배경에 압도적으로 많은 인간관계 주사위는 군대에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와 알력들이 나올 때 사용해야지, 주변 지형물이나 숨겨둔 별동대까지 들어간 것은 지금 생각하면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두 지휘관 사이의 알력이나 시스에 대한 공포 등은 잘 어울렸고요. 생각해 보니 자기폭풍 같은 주변 상황 이용은 즉석 장비 규칙으로 처리하면 되는 거였는데 하고 뒤늦게 후회중..(…) 그렇게 하면 자꾸 주변 환경을 끌어들이는 도전과 응대를 유도하기 때문에 서술도 더욱 입체적이고 창의적이었을 테고요.

그 외에 처음 시작한 1부는 아무래도 모두 생소한지라 다소 무리가 보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1부 (2) ‘젊은 파일럿..’에서는 젊고 유쾌한 파일럿들의 희생을 유도하느라 논리적으로는 제가 약간 억지를 썼죠. 그냥 정석적으로 적 파일럿과 도그파이트하다 사망..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죠. 그 외에 자꾸만 인물이 바뀌다 보니 나중에는 누가 얘기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점은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부분은 말머리를 붙이거나 누가 얘기한다고 서술해서 간단하게 해결했지만요.

기록을 읽으면서야 알았는데, 자꾸만 아카스트님의 의견을 묵살하는 식으로 간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실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의는 아니었는데, 플레이 시간이 길어져서 그랬나 못 보거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그냥 제 생각대로 밀어붙인 데가 꽤 되더라고요. 좋은 의견이 많았는데… 그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흑흑)

문제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단히 즐거운 플레이였습니다. 이방인님은 서로 죽도록 미워하는 두 시스 로드를 플레이하며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유발하시는 등(…) 아마 우리 중 제일 다양한 인물을 넘나드는 카멜레온적 괴력을 과시했고, 전투의 구성을 더욱 조이면서도 설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끈 1등 공신이시기도 했습니다. 아카스트님이 맡으신 르베리에의 대담한 전술은 결국 전투의 중심 갈등을 끌어냈고, 서버가 나갈 때까지 나온 음악 방송은 영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스타워즈 서주 들으면서 상황 설명하는데 좋아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로크락 역을 맡아 어린 나이에도 능청스러운 센하고 농담 따먹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무엇보다 아카스트님의 르베리에와 이방인님의 다쓰 프리아트, 두 사령관의 180도 다른 철학과 목적이 전투 전체의 극적 맥락을 끌어가면서 플레이의 주제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야비한 적 앞에서 임무에 대한 책임감과 부하에 대한 애정 사이에 고뇌하는 르베리에의 인간적인 모습, 전쟁을 체스 게임처럼 생각하며 아무 거리낌 없이 적과 아군 모두를 파괴하는 다쓰 프리아트의 냉혹함… 그것은 어떻게 보면 공화국의 이상과 시스의 철학 사이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이기도 하고 (뭐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단서는 늘 붙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본 캠페인의 주제와도 닿아 있지요.

어쨌든 여러모로 제가 참가자 복 하나는 진짜 많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 플레이였습니다. (사실 제가 이 플레이의 진행자였는지도 애매한 문제… 일단 이걸 RPG라고 할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니까요.) 좋은 플레이 함께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며, 길면서도 박진감 넘쳤던 이 장대한 플레이에 대한 감상을 일단 접습니다. 정말 캠페인 하나쯤 마친 느낌이라니까요.

16 thoughts on “포도원의 워게임 (?)

  1. 이방인

    아니 이 긴걸 하루만에 정리해 올리시다니 로키님도 꽤나 능력자시군요(…….)
    다 해놓고 보니, 왠지 스타워즈의 전투라기보다는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에서의 전투가 생각나는 구성이로군요.
    사실상 거의 즉석플레이에 가까웠던 이날 플레이를 능숙하게 연기해나가고 머리속에 전투 상황을 그리고, 또한 그때그떄 써먹을 사악무비한 함정들(…)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상당부분 ‘은하영웅전설’ 에서 영감을 받은것은 부인할수 없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워게임을 그냥 플레이 한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켐페인 내의 역사에 끼워 맞추기도 하고, 또 ‘스타워즈’ 라는 설정의 틀이나 이 켐페인의 실제 역사로 녹아들수 있도록 모두가 이리저리 머리를 짜내던 과정 또한 무척이나 즐거웠다는것 역시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죠(…)
    잡담을 가리고서 읽어보니 이건 진짜 한편의 작품이로군요…
    인생에서 가장 짧았던 10시간이랄까요(……..)
    시트를 만들고 상황을 이리저리 디자인 하는것 부터, 세세한 전투 진행 상황의 조율,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이어진 잡담들, 그리고 시시각각 바뀌는 전투 상황에서 각자가 랜덤으로 순발력있게 그때그때 만들어가던 줌인시의 RP등등.
    정말 10시간 플레이 하는 내내(솔직히 저도 이게 플레이라고 불릴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과정’ 이 정신없이 즐거웠더랬죠. 단 한번도 지루하다거나 ‘너무 길어지는군’ 따위의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이날 최고의 희생자는 역시 ‘밤시간’ 을 통째로 날려버리신 북미 거주자 아카스트님이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이 많은 리플레이를 각자 소제목까지 달아서 깔끔하게 정리하신 로키님도 고생이 많으셨을테고… 어이구… 이거야 팔자 좋았던건 저 뿐이로군요(……)
    오늘 유난히 손발이 잘 맞고 여기저기서 멋있는 장면들을 연출할수 있었던 것은 어찌 생각하면 서로가 ‘PC’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장면 구성, 장면의 극적 연출같은것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를 전개…라기보다 구성해 나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래서 리플레이를 보고 새삼 느낀겁니다만 오히려 왠만큼 연출과 극적 긴장감이 뛰어났던 본편보다도 오히려 장면구성과 신과 신들의 퀄리티가 더 높다고 생각되어지는군요.
    어쨌거나 무척이나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야… 저도 꽤나 복이 많은 플레이어라고 생각이 드네요(…) 10시간 연속플레이를 단 한순간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고 같이 끌고 갈만한 팀에 속하는건 아무나 누릴수 있는 행운은 아니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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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음 뭐 포스가 저와 함께하니까요. (?!)

      하면서 저도 은영전 생각 꽤 나더라고요. (중학교 때 참 광분하면서 봤는데.. 생각해 보니 이방인님도 그 세대셨군요? (..)) ‘말도 안되는 기술적 해결’ 같은 건 스타트렉의 영향도 받았고요. 그러면서도 그 전체를 스타워즈에서 느끼는 매력의 원동력인 진지한 도덕적 고민에 녹일 수 있었다는 점이 센타레스 전투를 스타워즈답게 했던듯 해요. 무엇보다 스타워즈의 색채를 통해서 그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우리다움’이 살아난 플레이였다고 생각하지만요.

      뭐 저야 HTML을 다 수동으로 다는 건 아니고, 왠만큼 한 번 읽어보고 정리만 하면 나머지는 거의 텍스트 에디터 기능으로 되니까요. 불행히도 소제목은 수동으로 해야 했지만… 그리고 저 플레이 후에는 머리에 온통 그 생각만 가득해서 사실 리플레이를 읽고 정리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 역시 밤 꼬박 새신 아카스트님 고생이 제일 컸죠.

      한 사람이 주도한 것보다 여럿이서 한 게 결과가 좋은 건 당연하죠. 진행자가 연출과 묘사에 감각이 있다 해도 혼자 끌어가야 한다는 건 부담도 크고, 여럿이 활발하게 얘기하면서 나오는 엄청난 연쇄반응은 참여자 수만큼이 아니라 그 제곱 이상의 효율과 품질이 나오니까요. 진행하면서 이렇게 마음에 부담이 없었던 것도, 또 이렇게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오랜만입니다. (이게 제 ‘진행’이었는지는 역시나 애매..) 어떻게 하면 이 힘을 본 캠페인에도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이군요.

      생각해 보면 포도원의 개들 같은 듣도보도 못한 규칙부터가 그렇고, 또 그 규칙을 무려 워게임에 사용하느니 줌인 줌아웃이니 하는 실험적인 시도에 응해주는 팀원도 흔하지 않죠. 설명만 좀 듣고서는 그걸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런 열린 마음이 참 고맙달까요,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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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Wishsong

    대규모 전투씬을 무척 재미있게 처리하셨군요.

    옛날부터 해 보고 싶은 로망인데 정작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부럽습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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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직접 해보시면 어떨까요? ^^ 어제 둘이서 얘기했듯 대규모전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활약을 표현할 것인가 아니면 대규모전 자체를 표현할 것인가에 따라서 모습은 크게 달라지겠지만요. 후자는 사실 그다지 RPG적인 목표는 아니어서 규칙 활용이라든지 역할 분담 등에서 전통 RPG와 많은 차이가 난 것 같아요. 전자 쪽이라면 배경이 대규모전일 뿐 일반 RPG와 큰 차이는 없겠죠. 센타레스 성역 전투가 ‘거시’와 ‘미시’를 오가면서 규모감을 표현했다면 보통 RPG 형태로는 아무래도 거시보다는 미시적 관점이 우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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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카스트

    너무 빨라요! 이번주에 못 올리신다면서! (라고 외치고 로키님에 의해 도마위로 끌려갑…)

    네, 밤을 꼬박 샌 아카스트입니다. 다음날 학년말 시험이 있었지만 수학이라 뭐 피식 웃어주며 여유있게 아침 일곱시에 곧장 잠을 청했죠. 코멘트가 늦었는데 어제야 시험이 끝나서 말입니다. 물론 두 시간짜리 시험에 에세이를 여섯 장(+@)쯤 쓰라고 하는 반쯤 개념이 가출을 한 듯한 영어시험 빼고는 그럭저럭 보았으니까 별 상관없긴 합니다만은 (웁니…).

    플레이에 대한 감상이라면…깁니다, 아주 길군요. 특별히 플레이하면서 몰랐던 바는 아닌데 정작 정리하고 보니 분량이 꽤 되는군요. 그나저나 이걸 정말 하루만에 정리해서 올리시다니 전혀 예상한 바가 아니었어요. 워게임이라고는 해도 포도원의 제다이 룰의 특성상 실제로 워게임처럼 플레이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 묘한 느낌의 플레이였지만 재미있게 플레이했었죠. 플레이의 주요 갈등이 된 르베리에의 전술은 그냥 제가 머리를 굴리다 보니 떠오른 거고…사실 이 카드를 꺼내든 후에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싶었는데 여기에 줌인 장면들이 하나둘씩 들어가기 시작하니 상상 이상으로 길어져버렸군요.

    캐릭터간 도덕적 갈등이라면 그 캐릭터들의 설정 단계에서 이야기를 마치고 플레이했기 때문에 매끄럽게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번 플레이를 하면서 이 점에 가장 신경을 썼던 캐릭터가 있다면 역시 르베리에 제독이겠죠. 급조한 제독 주제에 나름대로 진지하고 임무와 희생 사이를 오가며 고민하는 니모 선장(!)이라는 멋지고도 분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이런 면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군요. 그런 면에서 여기저기에 고민이 넘쳐나는 센은 역시 좀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면도 싶고 말이죠.

    뭐 이제와서 사족이겠지만 덧붙입니다만 센이 플레이 내내 중얼거린 대사인 “인도자의 길은 한없이 곧은 길, 돌아올 수 없는 길은 갈 수도 없는 길…” 이라는 것은 사실 르베리에와 칼레나 할레크를 염두해 둔 대사입니다. 인도자가 함께하는 센이니 살짝 나사가 빠져도 괜찮…(을 리가!)

    음악에 관해서는 뭐, 이런저런 분위기가 교차되는 포도원의 제다이 본편에 비해 이번 워게임은 음악의 테마를 잡기가 쉬웠습니다. 그래서 캡틴 니모라던지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던지 크림슨 타이드의 음악이 잘 맞아 떨어진 거겠죠. 르베리에의 경우는 애초에 캡틴 니모에서부터 이미지를 잡았기 때문에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해요. 물론 스타워즈 OST는 계속 틀 생각입니다(!). 대신 스타워즈 OST는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군요.

    본편보다 장면구성이 다양하고 더 극적이었던 건 아마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어서일…(도마로 끌려갔다 돌아옴), 농담이고, 아마 말그대로 안정적인 신이 많아서가 아닐까 해요. 감정이입하기도 쉽고, 전형적인 신들도 있고, 무엇보다 플레이를 하신 분들끼리의 소통이 잦았으니…다함께 만들어나가는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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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빨라서 죄송합니다 흑흑(?) <- 끌려간다 저런.. 시험기간에 많이 고생하셨군요. 두 시간 동안 여섯 장이라니, 아무래도 제네바 협약 위반이 아닌가 합니..(퍽) 사실 이게 규모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적어도 3회 정도는 되는 내용인데 하루에 해치운 우리가 지나친 괴력을 과시한 겁니.. 저도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피자 시켜서 컴 앞에서 먹어가며 했더랬죠. 혹시 또 할 일 있으면 아쉬워도 나눠서 하기로 굳게 다짐을! (과연?) 확실히 인물 설정 단계에서부터 얘기를 하고 시작하니 저렇게 극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는 인물들이 나오더군요. 캠페인 주인공들도 저런 과정을 거쳤으면 본 캠페인도 좀 더 극적 긴장감이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확실히 어느 한 가지 이미지가 뚜렷이 부각되는 인물이 다루기 편한 점도 있고요. 다쓰 프리아트 = 계산적인 냉혹함, 르베리에 제독 = 부하를 아끼는 지휘관의 인간적 고뇌 하는 식으로요. 본 캠페인에서는 자락스가 가장 저런 중심 갈등이 뚜렷하고, 센이 가장 약하죠. 지금의 흥미로운 다면성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중심 갈등이 뚜렷한 인물이 되는 방법을 논의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센의 대사는 그냥 넬반 동요이니 했는데, 너무 고차원적이어서 몰랐습..(..) 말씀하셨으면 그 대사를 말하는 대목에서 컷신이나 오버랩을 삽입해서 파이프를 신경질적으로 씹어대는 르베리에, 다쓰 세데스와 사투를 벌이는 칼레나의 모습도 잠깐 넣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런 신비한 나사풀림(?!)은 센의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니까 본 캠페인 중에도 종종 넣고 싶네요. 역시 대규모 전투는 연애와 함께 음악을 넣기 가장 쉬운 상황에 들어가지 않나 싶어요. (..) 대체로 비슷한 웅장한 분위기가 유지되니까 음악 차례가 돌아오면 이미 분위기는 급변, 같은 상황도 없고 말이죠. 우리의 DJ로서 늘 수고하십니.. 푸핫.. 짜고치는 고스톱 좋죠. 그러면서도 판정이 이야기의 틀이자 향방을 제공했으니 더 짜임새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본편에서도 저런 연출력이나 에너지가 나오면 참 좋겠는데.. 판정 하니까 생각나는데, 피해를 쌓아두기만 하고 굴리진 않았더군요. 10시간 플레이하고 그럴 정신도 아니었고요. 그거 굴려서 각 함대가 전투 후 어떤 꼴(?)이었는지 서술해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마무리인 것 같습니다. 함대의 변화와 성장 같은 부분도 규칙과 연계해서 생각하면 재밌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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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카스트

      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방학이고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쓴다던지 밀린 책을 읽는다던지 할 생각입니다. 르베리에 제독에 대한 설정이나 밀린 센의 외전 같은 것도 적당히 빈둥거리면서 써 봐야겠죠.

      중심 갈등은…뭐 계속 생각해 봐야겠어요. 밥, 먹는다! 어린애, 좋다! 라고 하는 자 형사에 비해 센은 갈등이 여기저기 나뉘어진 감이 강하니까요 (자락스 형사에 의해 도마위에서 잘게 채썰립…). 애초에 캐릭터 자체가 될대로 되라 하는 40대의 초연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 말이죠.

      센이 나사가 풀리는 것은 해설이 되지 않아야 나사가 풀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 (여봐라, 저 자를 매우 쳐라! (…)). 외전에 집어넣을 생각은 있는데 본편에서 나사가 풀리는 건 역시 조금 더 생각해보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결정한 후에 해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은.

      음악은…그렇다면 역시 그런 의미에서 이제 자 형사와 아를란의 사랑을 위해 러브신용 음악을 틀어 드리면 되겠군요. 성심껏 준비하도록 하죠.

      피해라, 뭐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공화국군 측에서 성장이 나온다면 역시 ‘삐까번쩍한 새 전함 1d4’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피해라면 역시 임무실패에 인력낭비에 사기저하에…아니면 이득은 있었으나 부하를 희생시키게 되어 더욱 그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르베리에 제독을 위해 ‘제독님의 애정 10d3’ 같은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군요. 죄송합니다, 졸린가 보군요. 슬슬 들어가 자야겠어요 (뒤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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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키

      확실히 센을 끌어들인달까, 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센이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일이 적은 것도 있죠. 뭐 그렇다고 해도 로크락이나 코티에르에 대한 거라든가, 신호는 분명 있으니까 많이 어렵진 않지만요. 중심 갈등은 처음부터 얘기됐던 이성과 신비주의 사이..도 있겠고, 또 요즘 부각된 걸로는 결정의 대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유부단해진다는 면도 있겠군요. 역시 생각해볼 만한 문제.

      뭐 본편에서 나사풀림의 활용이라면 역시 복선 전달이려나요? 센의 설정 자체가 남들이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인물이니까요. (사실은 센 본인도 잘 모른다는 전설이..) 예지력이라면 모든 제다이에게 강하든 약하든 나타나지만, 센의 경우는 그게 좀 더 꼬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겠죠.

      러브신용 음악은 센-코티에르-로크락의 영원한 삼각관계용으로 부탁드리겠습.. 코티에르-센 파트는 The Phantom of the Opera, 센-로크락은 All I Ask of You 정도일까요. (..)

      예, 성장이나 피해는 그런 쪽이 괜찮아 보이네요. 다음번 플레이 시작하기 전에 간단하게 얘기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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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소년H

    헥헥 다 봤습니다.
    (라고 해봐야 어차피 리플로는 플레이 재미를 못 느끼고..)

    아무튼, 제가 없는 사이 잘 놀았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심’하고 다시 빠지는 계획을..(응?))

    어쩐지 ‘더’ 잘 논 거 같아서…역시 제가 없어서 일까요?
    (아니, 정말로 잡담이 줄어서 집중도가 높아졌다거나 (…))

    그런데 역시 이 이유는 억울해서(…) 분석해보자면 역시 1차적 요인은 ‘워게임이다’라는 것도 있을테고..(단순히 보드 게임 워게임만 해봐도 그 재미는.., RPG야말로 최고의 오락이다라는 RPG지상주의자가 아니라면야 뭐) 룰 자체만 봐도 전쟁물로서 하자면 ‘말들을 일일히 조작하는’ 것 뿐 아니라, ‘전쟁의 흐름’을 플레이한다면 괜찮은 편일 테고..

    사실 이 플레이가 본래 의미에서 포도원의 제다이..가 아니라 포도원의 개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그게 워게임이란 의미는 아니고, 인지적 의미에서 플레이어의 권력이랄까요?
    갑자기 뭔 이야기가 되었냐면 순전히 자리 비운게 학업때문이라서인데 (…), 포도원에서 PC들은 보안관이고 결국 ‘해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 제외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잖아요. 플레이에 있어서도 배경 마을은 매 회 바뀔 수 있고 사건도 ‘악’이 생기는 그것 뿐인 셈이고..물론 대충 읽어서 불확실한 면도 있습니다만.
    그에 비하면 우리의 제다이는 어린 양들이 많아서(..) 좀 치이는 편이죠. 특히 로키님이 ‘흑흑 이러면 안 되는데’ 하시는 부분들은 대개 마스터나 높은 직위가 많은 코루썬트 부분이고.. NPC로 갑자기 뜨게 된 아를란은 PC의 밑이었기 때문이고 뭐 이런 식..이려나요?

    그에 비해 이 플레이에선, 로키님 말씀대로 백지 상태 시작인 데다가 그럼에도 배경 지식은 이미 있고, 거기다 플레이어들이랄까 PC의 위치가 스스로 많은 걸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 외에 사실 보통은 이런 플레이 중간에 끊고 다음에 또 하자고 하는데 다음 주에는 정규 플을 위해서 끝까지 갔다거나..
    (그리고 많은 이들이 포도원의 제다이 워 2부를 찍길 원하면 저는 다시 빠져야 한다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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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다 보시다니 인간승리십..(음?) 이거 어째 결석 최대 용의자셔서 외전에서는 늘 빠지시는 느낌이..(..) 그런 의미에서 외전은 결석을 기다릴 게 아니라 가끔은 ‘오늘은 본편 하기 싫어염’ 하면서 파업하고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말씀대로 포도원의 제다이는 포도원의 개들 규칙의 그 ‘갈 데까지 가는 맛’을 잘 못 살리는 점은 좀 아쉬워요. 배경이 그런 면도 있고, 제가 좀 온건한 상황들을 주었던 면도 있고.. 특히 오기 전부터 우려했던 대로 코루선트처럼 주변이 온통 상관인 분위기는 최악이더군요..(..) 물론 ‘부패한 상관들을 척살해라’라면 괜찮겠지만, 그건 나중에..(?) 포도원의 워게임에서는 원래 규칙에서처럼 막나갈 수 있는 면이 훨씬 강하죠, 확실히.

      뭐 2부 찍어도 끼셔도 됩니..(음?) 사실 이 플레이가 좋은 게, 전투 자체는 2파전이라 해도 널린 게 캐릭터다 보니 참가자, 관전객 등 꽤 많은 사람이 낄 수 있겠더라고요. 논의에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을 테고요. 사실 셋이서 저 많은 인물을 소화하기는 좀 무리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뭐 덕분에 전 참으로 오랜만에 참가 비슷한 기분도 느껴보고, 로크락이나 칼레나 데리고 GMPC질도 했지만요.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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