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구상 – Transhuman Adventures

이것저것 신청받은 것이 있어서 어째 진행 대기줄이 길어지는 느낌인데(..) 어제는 승한님과 트랜스휴먼 스페이스 캠페인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가 인간 삶의 조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녹록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방대한 배경이라, Rpg.net 등지에서는 ‘매혹적이지만 부담되는 설정’에 꼽힌 걸 본 기억도 나더군요.

다른 진행자는 어떻게 접근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매력적인 괴물을 다룬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무조건 인물 중심.’ 사실 철학 토론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기술이 인간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하는 게 무슨 상관이랍니까. RPG 세션은 인문 수업시간이 아닌걸요. 하지만 구체적인 인물, ‘사람’의 얘기로 다가올 때는 훨씬 피부에 와 닿죠. 자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한 인물이라든지, 인체 기관보다 기계 부속이 많은 인물이라든지…

그리고 이렇게 해서 만든 인물 설정을 중심축으로 캠페인을 풀어가려면 제가 아는 규칙 중에서는 역시 안방극장 대모험 (Primetime Adventures)이 가장 적당하겠더군요. 주인공들의 인간적 고민이 곧 캠페인의 화두가 되는 형태이고, 철저히 참가자 주도형이니까요. 또한, 시즌 하나가 5화나 9화 하는 식으로 떨어지니까 규모가 큰 배경에 자칫 눌리기 쉬운 완급 조절도 긴장감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게 하고 싶으면 시즌을 이어가며 재계약(..)하면 될 테고요. (안방극장 한 기를 마쳐보는 건 제 오랜 소원이기도 합니.. 조기종영은 싫어요! ;ㅁ;)

그러니까 첫 단계는 일단 모두가 마음에 드는 프로 기획. 두 번째는 논의와 조정을 좀 강도 높게 해가면서 인물 제작. 물론 주인공 상호 간의 조정도 중요할 테고요. 인물에 설정을 좀 밀도 있게 집어넣고, 자기 인물의 주변 설정 정도는 참가자가 알 수 있게 교육(?)을 시키면 이 시점에서 참가자에게 필요한 설정 정보는 대부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인물과 관련된 것이니 관심도도 대체로 높겠지요. 그리고 진행자도 실제 장면 진행을 하고 참가자의 장면 신청에 제안과 조언을 풍부하게 해줄 만큼의 설정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할 테고요.

여기까지 준비되면 준비가 좀 세지, 실제 플레이는 오히려 편할 것 같더군요. 참가자들은 자기 인물의 고민과 주제의식을 생각하며 장면 신청하고, 진행자는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제안과 조언 역할, 그리고 진행. 시즌 진행 중 서로 고민이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THS 배경의 주제의식이 재해석과 재창조를 거치고, 인간적, 극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지적 자극이 되는 하드 SF가 나름 나오는 거죠, 뭐. 물론 세세한 규칙상 구현을 중시하는 취향이라면 안방극장은 끔찍하겠지만요. (..)

과연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구상만으로도 나름 즐겁군요. 요즘에는 구상하는 캠페인 중 몇 개나 끝내 못 하고 죽을까 하고 상상하는 것도 재미랍니다. (?!)

4 thoughts on “캠페인 구상 – Transhuman Adventures

  1. Wishsong

    Timeline : 2007 – 로키님, THS 캠페인을 시작하시다! (압박압박)

    그리고 저 전역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

    Reply
    1. 로키

      와 축하드려요~ (짝짝) 2007년이라.. 포도원의 제다이가 연내에 끝난다면야 뭐.. 그 다음엔 d20 그림 얘기가 있지만 아마 빨리 끝날 테고.. 뭐 하기로 마음먹으면 늦어도 2008년에는 시작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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