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화로 하는 RPG에 대한 생각

RPG는 TRPG에서 시작했다지만 저는 ORPG로 시작해서 쭉 ORPG만 했기 때문에 RPG에서 ‘말’을 한다는 게 생소합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RPG.net 게시판 글 (영문)에서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피로 하는 음성 RPG 얘기를 보고 호기심이 동하더군요. (주사위는 여기서 굴리는 모양입니다.) 말로 하면 확실히 글로 쓰는 ORPG보다는 훨씬 빠를 테고, 채팅에서처럼 말이 마구 엉키고 순서가 바뀌는 일도 없겠죠. 말투나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솔직히 그 외에는 별다른 이점은 없어 보입니다. 표정과 손짓이 보이는 대면상황이라면 몰라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무슨 라디오 드라마 녹음하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일단 ‘연기’로 들어가면 아무리 얼굴에 철판 깐 사람도 쑥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채팅으로는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대사도 말로는 못할 게 많을 것 같고, 진행자가 자세하거나 극적인 서술을 하기도 어색~할 것 같네요. 또 혼자 있으면 상관없어도 옆에 누가 있으면 참..(..)

어쨌든 호기심이 동하는 것은 사실이고, 특히 속도가 유혹적입니다. 실제 해보면 미친 듯 웃다가 끝날 것 같긴 하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쯤 해보고 싶네요. 실패한 시도라 해도 새로운 시도에서는 늘 배울 게 있으니까요.

10 thoughts on “인터넷 전화로 하는 RPG에 대한 생각

  1. 이방인

    개인적으로 TRPG로 시작했지만 TRPG싫어합니다(…) 때려 죽인다고 해도 제가 지금 OR에서 하는 대사들을 TRPG에서 같은 느낌으로 연기할 자신따위 없어요(…) 남자 마스터의 여자 연기랄지, 남자 플레이어의 여자 연기랄지(…) 전혀 집중하거나 몰입할수가 없죠. 뭐 TR은 TR나름대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장점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전혀 몰입하는게 불가능한 TR은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그… 육성으로 대사 하는게 그렇게 쉬운건 아니라니까요(…)

    Reply
  2. 불량중년

    그러고보니 화상 캠으로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겠군요.
    채팅만 있는 OR에서 음성이나 시각자료를 폭넓게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도입해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Reply
  3. 진야의 방문자

    확실히 전화로 한다면 어색하기만 하거나, 웃기만 하다가 끝날 거 같긴 합니다.
    이방인 님의 말은 공감이 가기엔 우리 팀이 연기를 별로 안하는 군요. 상상만으로는 공감이 갑니다만, OR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그런 언어(?)를 알고 있는 거야~’ 라면서 몸서리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Reply
  4. 로키

    성큼이// 호, 그런 활용도 있군요. 곰오디오나 윈앰프로 하는 음악방송에 비해 잡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방인// 예, 확실히 무겁거나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을 하기는 좀 그렇죠..(..) 상상의 여지가 훨씬 제한이 많은 점도 그렇고요. 육성 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TRPG는 ORPG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로 가기가 쉬운 것 같고, 전화를 이용한 RPG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요.

    불량중년// 언제나 걸리는 건 기술적 문제긴 하지만, 폭넓게 구현할 수 있다면 좀 더 입체적인 플레이가 되겠죠.

    생각해 보면 플레이 자체는 채팅으로 하고 음성 링크는 열어둔 채 부연설명이라든가, 짧은 지시 같은 부분은 말로 하면 플레이 속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말하자면 채팅창은 플레이 채널, 전화는 잡담 채널 식으로요. 플레이하다 보면 잡담하느라 가는 시간도 꽤 있고, 짧은 말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아, 그건 그 얘기가 아니라 이 뜻이에요’) 타자로 치려면 오래 걸리니까요.

    진야의 방문자// 역시 닭살스럽거나 진중한 내용은 좀 기각이죠? ㅋㅋ 그래도 가볍고 코믹한 내용이나 감정적으로 건조한 일상물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 했던 캣 플레이 같은 경우 주인공들이 전부 고양이인 동화적인 느낌의 플레이였는데, 그런 경우는 육성으로 플레이해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냥~’ 하면서 말이죠. 포도원의 제다이처럼 극적인 건 정말 어색해서 웃다가 끝나겠죠..(..)

    Reply
  5. 뮤이든

    확실히 화상을 이용하면 거의 티알하듯 할 수 있을거 같네요.
    우선 화상을 통해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도 직접들으니 더욱 정확한 상호 의사소통과 빠른 행동이 가능할태고..
    TR와 OR이 합쳐저 오히려 슬쩍 화상만 가리고 닭살돋는 대화를 한후 슬그머니 다시 나타난다 던가… 재미있을꺼 같습니다.

    Reply
  6. 소년H

    저도 따지자면TR에서 시작한 건데..(물론 TR 한 게 OR보다 훨씬 적지만..1/4에서 1/5 정도?)

    이 두 개는 장르 내지는 아예 다른 놀이라 느껴지던데요. 비교하자면 가까운 경우 무협과 판타지 쯤 될 수 있고(…이건 웃기는 비유고 구연동화와 TV드라마가 더 가깝겠네요.) 먼 경우 극장영화와 소설?

    전화로만 이용하면 티알과는 또 다르겠죠. 이른바 바디 랭귀지..라는 게 있고. 흔히 농담으로 나오는 게 ‘채팅창에서 우와 큰일이네요 하고 호들갑 떨면서 코후비고 있는’ 뭐 이런 식의 이야기니(…) 화상 채팅이면 음…동영상 채팅이라 하더라도 후각이 모자라서? (…)

    근데 전 티알에서 닭살돋는 연기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는게..일단 저번에 로키님에게 말했듯이 연기와 RP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약간 다르기도 하고, 뭐 저도 간드러진 여자 연기 TR 하다가 스스로 부끄러워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해본 적도 있고.. 뭣보다 말입니다. 닭살이 돋고, 폼을 내고(이른바 열혈 연기) 이런 건 스스로 대사를 외치면서 해야 의미가 있는 거지 오알에서 낄낄대며 그냥 타이핑으로 하는 것보다 진국 아니겠습니까..

    어쩐지 덧글로 오알과 티알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데, 근데 로키님 답변 보다가 든 생각 하나. 반대로 전화로는 플레이를 하고 채팅 채널로는 잡담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특히 PC들간의 대화가 많은 캠페인같은 거라면요..

    Reply
  7. 로키

    뮤이든// 푸핫.. 뭐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면 그것도 나름 멋지겠네요.

    소년H// 저야 ORPG밖에는 해본 적이 없으니 사실 비교할 건덕지가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일단은 말로 하면 어색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긴다)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