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로스 – 참가자 유형과 그 활용

얼마 전에 로빈의 마스터링 법칙 (Robin’s Laws of Good Game Mastering)을 굉장히 재밌게 보았는데, 특히 참가자를 유형별로 구분해서 보다 재미있는 모험을 제공하는 내용이 아주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유형에 경직되어 얽매이기 시작하면 오히려 역효과일 테고, ‘이 참가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하고 생각하는 하나의 시작점으로서 유용한 도구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 구분하는 참가자 유형, 그리고 그 활용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가자 유형

파워 플레이어 – 경험치, 부, 마법물품, 능력 등의 보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유형입니다. 주인공을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투중시형 – 신나는 전투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유형. 파워 플레이어와 겹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지만, 전투 자체를 좋아하는 것과 인물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동기라는 점에서 구분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두가지 유형에 다 속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니까요)

전술가 – 합리적 수단과 계획을 통한 문제해결을 가장 좋아하는 유형.

전문가 – 특정 인물 유형을 아주 좋아해서 캠페인이나 배경에 무관하게 그 범주에 속하는 인물만 하려고 하는 유형. (예를 들어 닌자) 누구든지 좋아하는 인물 유형은 있지만, 전문가 성격이 강할수록 자기 선호 인물을 하는 것이 역할놀이를 하는 목적이라, 선호 인물을 할 수 없다면 캠페인을 하지 않거나 최대한 자기 선호 유형에 가까운 인물을 만들려고 합니다.

배우 – 인물 연기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형. 자기 주인공답게 행동하는 것,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연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야기꾼 – 극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데서 가장 재미를 느끼는 유형. 극적 재미를 위해 놀이의 다른 많은 요소를 희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확연히 속하는 유형.

무심한 참가자 – RPG에 큰 관심없이 친구따라 강남온 유형. 자신이 중심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모두와 함께 뭔가를 하고 있다는데 중점을 둡니다. 소극적인 참가자를 모두 이 유형에 넣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극적 참가자의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를듯. 어쨌든 책의 조언은 이런 유형에게는 연기나 주인공 자리를 강요해서 괴롭히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것인데, 그점이 꽤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RPG의 현실상 보기 어려운 유형이기는 합니다.

물론 이들 유형은 고정된 목록이 아니라 생각의 시작점일 뿐이고, 많은 참가자들은 두가지 이상의 유형에 속하거나 여기 나열되지 않는 유형에 속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탐험가 등)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유형 구분이 아니라 각 참가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참가자 유형의 활용

참가자 유형을 활용하는 방법은 ‘이 모험에서 참가자의 동기를 충족시켜주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가자 유형보다는 오히려 참가자 동기라든지 참가자 욕구라는 말이 어울릴지도요.

예를 들어 파워 플레이어는 경험치나 보물, 새로운 힘 등을 얻을 수 있는 모험이 재밌을 것이며, 전투중시형은 흥분되는 전투 기회가 없으면 지루할지도 모릅니다. 전술가는 제 아무리 극적인 얘기라도 합리적 문제해결과 계획수립 기회가 없었다면 허무할 것이며, 전문가는 자기 선호유형의 특징이 살아날 기회가 없었다면 별 재미가 없겠죠. 배우는 자기 인물의 갈등과 성격이 충분히 드러났는지, 이야기꾼은 전체 서술의 흐름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를 볼 것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모험을 만든 후에는 항상 각 참가자별로 그 참가자의 동기가 충족될 요소가 있었는지 확인해볼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주를 구출하는 모험이라면 팀의 파워 플레이어를 위한 마법물품은 충분히 있는지, 전술가를 위한 문제해결의 기회는 있는지 등등. 이렇게 하면 기존 시나리오를 사용해도 참가자들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 욕구에 맞는 모험을 만들어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얘기이면서도 상당히 좋은 조언입니다. 특히 참가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작점으로서의 유형은 꽤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thoughts on “로빈 로스 – 참가자 유형과 그 활용

  1. Tealeaf

    어이쿠.. 제가 한번 올리려고 했는데 로키님이 먼저 보셨군요.
    ‘무심한 참가자’의 경우도 본적이 있는데,
    정말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거부하더군요..;
    뭘 원하는지 몰라서 결국 버려뒀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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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엘에스디

    도크 타워에도 이 내용이 나왔던 듯 ‘ㅁ’ 재밌었죠 (…)
    그 외에 동인계, 연애 매니아, 용자, 오타쿠 등의 유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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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키

    Tealeaf// 뭐 아마 그게 그 참가자가 원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역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는 거겠지만, 그럴 때 대답이 잘 없는 분들은 정말 미치는 게지요. 엘에스디// 호, 도크타워에도 나왔었나요. 혹시 몇일분인지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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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ingback: 모튼군의 망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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