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는 신인을 성장 규칙으로 다룬다면..

만화에 보면 종종 재능있는 신인이 나옵니다. 특히 스포츠나 무협 만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형인데, 처음에는 별 실력 없는 신출내기이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인물이지요. 보통 이미 실력자로 명성이 쟁쟁한 경쟁자와 대조되며, 나중에는 그 경쟁자와 동등하게 됐거나 오히려 앞지르는 걸로 신인의 무서운 성장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슬램덩크의 강백호, 나루토의 나루토 등.

CP 차등이 나는 일행 얘기를 제노님과 하면서 들은 생각인데, 재능있는 신인을 규칙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플레이중인 겁스를 예로 들지만 다른 규칙에서도 재현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다른 일행보다 100CP 적게 시작한 주인공이 있다면, 그 주인공의 100CP는 저금처럼 진행자가 가지고 있다가 성장할 때마다 추가로 얹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주인공들이 2CP 받는 동안 재능있는 신인은 100CP 저금한 것을 3CP 인출해서 5CP를 받는다든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큰 시합이나 실책 후에 특히 적당하겠죠.) 이런 식으로 해서 100CP의 저금이 모두 소모되는 시점부터는 다른 주인공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게 하는 식입니다.

역으로 남들보다 많은 CP를 가지고 시작해서 성장은 느린 인물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남들보다 100CP를 더 갖고 시작했다면 그만큼의 빚을 얻은 것이 되어, 남들이 2CP 받을 때 1CP만 받아서 그 차액인 1CP만큼을 갚았다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강하게 시작하지만 성장 속도의 차이 때문에 결국 신인에게 따라잡히는 실력자 역할을 규칙상으로 구현할 수 있겠죠. 어쩌면 주인공보다는 조역으로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물론 어느 쪽이든 긴 캠페인이 유지되어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장기 캠페인을 거치며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없이는 섣불리 CP가 적은 인물로 시작할 수 없을 테니까요. 결과 못지않게 성장의 힘든 과정에 중점을 두는 긴 호흡의 캠페인이 아니면 성장속도의 차등은 큰 의미가 없는 개념이기도 하고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것은 바로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신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9 thoughts on “재능있는 신인을 성장 규칙으로 다룬다면..

  1. 삭풍

    하지만 결국 만화나 소설에서조차 빛나는 인물은 결국 한명이죠.1:1플레이가 아닌이상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다른 일행이 신인을 돌봐주는 조연으로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요.
    결국 동등한 수준으로 시작할것을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합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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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efos

    다른 일행들이 조연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인이 완전히 성장을 해도 다른 캐릭터보다 약간 떨어지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백호가 아무리 빨리 크더라도 채치수나 서태웅보다는 약했기 때문에 북산이 빛을 낼수있었다고 봅니다. 중장기플레이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 캐릭터를 하는 대신 최종적으론 일행보다 약하다는 합의가 된다면 다른 플레이어도 만족할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뭐 D&D조차도 레벨이 3정도 낮은 캐릭터가 확실한 역할만 가지면(비전투쪽이겠지만) 어느정도 고속성장을 표현할수 있을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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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rgotten

    DMG 구석 탱이에 ‘PC는 NPC보다 훨씬 빨리 성장한다’라는 구절도 있었던 걸로 봐선 아무래도 주인공들은 PC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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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사

    재미있는 아이디어군요.

    네포스// 근데 빠르게 시작한다고 해도 다른 캐릭터보다 결과적으로도 더 작은 자원을 갖게 된다고 하면 그런 캐릭터를 하는 이유가 많이 퇴색되지 않을까요? 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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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물고기군

    겁스의 경우 미래형장점이란 룰이 있…지만 로키님이 생각한 것이 훨씬 드라마틱하네요^^

    sihaya/ npc도 같은 룰을 적용하면 되겠죠^^; 그리고 pc가 npc보다 성장이 빠른것은 고금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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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로키

    재미있는 발상이 많이 나왔군요.

    재능있는 신인은 스포츠나 무협 만화에서는 흔히 주인공이지만, RPG에서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신인이 주인공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의 경쟁자나 친구가 주인공일 수도 있겠죠. 안방극장 대모험(Primetime Adventures)의 화면 존재감 규칙을 메타시스템으로 활용해서 번갈아가며 주인공을 맡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미래형 장점도 괜찮은 해결책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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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물고기군

    생각해 보니 이런 룰을 npc전용으로 주는 플레이도 괜찮겠습니다. 참가자는 노련하지만 하산길에 이르렀고, 그런 와중에 급성장(?)을 하는 npc들이 도전해오는 드라마요.

    이거 꽤나 여러 방면에 쓸법합니다. 참가자의 역할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서 더 편하겠구요.
    대학교 진학을 앞둔 청소년 복싱 챔피언, 은퇴를 코앞에둔 아이돌 가수, 대작을 여러편 냈던 창작가등… 한때 최고의 영예를 누렸지만 무뎌지는 기술, 혹은 슬럼프, 혹은 유행이나 대세의 변화로 쇠락해 가는 와중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신인이 도전해 오는 상황은 매우 좋은 소재가 될 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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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주인공들도 급성장하는 조연들에게 자극을 받고, 일반적인 주인공 역할과는 다른 스승 혹은 경쟁자 역을 맡을 수도 있고 말이죠. 다만 그런 역할을 맡고 싶다는 전제 하에서…

      그런 플레이를 한다면 주인공에게서 주역을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신인들은 단지 주인공들의 이야기 중에서 작은 일부를 맡은 조역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다면 해볼만 할지도요. 멋모르는 하룻강아지이지만 열정과 의욕은 넘치는 신인들과 접하는 것이 주인공들에게 어떤 변화를 줄지, 흥미로운 소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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