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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스 경량판 CP 분배기의 부활

겁스 경량판 CP 분배기 링크를 업데이트하고 주로 인코딩 쪽에서 자잘한 수정을 가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때는 어떻게 이런 짓을 했을까 싶은 주먹구구식 스크립트지만 나름 추억의 작품이긴 하죠. 아래는 기념으로 만들어본 시트입니다. (시트 내용으로 미루어 ‘망상’ 단점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CP가 남아서리..)

총 CP: 50
잔여 CP: 0

1. 인적사항
이름: 로키
나이: 알면 다쳐유
성별: 알아서 뭐하게유

2. 기본 특성치
ST: 9 [-10cp]
DX: 8 [-40cp]
IQ: 12 [40cp]
HT: 9 [-10cp]

3. 보조 특성치
HP: 9
의지: 12
FP: 9
속도: 4.25
이동력: 4
피하기: 7.25

4. 외모와 인상

미성 [10cp]
카리스마 1단계 [5cp]

5. 사회적 배경

재산: 편안[10cp]
지위 1단계 [5cp]
평판 1단계 [5cp]

6. 장점

언어 재능 [10cp]
재능(사교에 능함) 1단계 [20cp]
청각 예민 1단계 [2cp]

7. 단점
시력 장애(명중-2,시각판정-6): 안경 등 있는 세계[-10cp]
의무감: 작은 집단[-5cp]
준법정신 [-10cp]
집착: 단기적 목표[-5cp]
평화주의: 일반인 살상 불가[-10cp]

8. 기능
관찰: 11 [1cp]
리더십: 13 [4cp]
박물학: 11 [1cp]
범죄학/TL: 11 [1cp]
법률: 13 [8cp]
사진/TL: 11 [1cp]
수영: 9 [1cp]
수학/TL: 10 [1cp]
언변: 13 [4cp]
연기: 11 [1cp]
교섭: 12 [4cp]
말재주: 13 [4cp]
예의범절: 14 [4cp]
위협: 11 [1cp]
자료 조사/TL: 12 [2cp]
작문: 12 [2cp]
전자기기 조작/TL: 11 [1cp]
컴퓨터 조작/TL: 12 [1cp]
컴퓨터 프로그래밍/TL: 10 [1cp]

분석적 제작과 게슈탈트적 제작

요즘 처음으로 겁스 (GURPS) 인물 제작을 스스로 해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거의 진행자 제작 인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가공해서 했던지라 이것저것 낯설군요.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이라면 제가 익숙한 방식과는 반대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물이나 장비 제작에서 두 가지 다른 접근을 분석적 제작과 게슈탈트 제작이라고 이름붙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겁스는 어떤 효과를 내려면 그 구체적인 효과를 모두 분해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처를 입혔을 경우 상대를 일시적으로 눈멀게 하는 검이라면 해악, 단점부과 (실명) 특수향상, 후속효과 향상, 근접공격 제한, 물품용 제한 등 그 구성요소를 일일히 생각해야 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제작방식을 편의상 ‘분석적 제작’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분석적 제작을 사용하는 예로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히어로 (HERO) 나 트라이스탯 (Tri-Stat) 등이 있습니다.

반면 제가 익숙한 접근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분석적이 아닌 게슈탈트적 제작입니다. 효과를 개별 요소로 분해하는 대신 키워드로 표현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페이트 (FATE) 1.0으로 같은 검을 구현한다면 검을 부속으로 만들고 ‘상처를 입으면 시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다’ 면모를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세한 효과 (시간적 범위, 필요한 성공차이, 판정에 수정치 등)가 필요하면 종종 규칙의 범위 내에서 합의해서 정합니다. 페이트 외에 히어로퀘스트 (HeroQuest)나 포도원의 개들 (Dogs in the Vineyard), 라이서스 (Risus) 등 다수의 규칙이 게슈탈트적 제작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두 가지는 일장일단이 있는 접근들이라고 봅니다. 분석적 제작은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게슈탈트적 제작은 제작이 쉽고 유연합니다. 단점은 그 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석적 제작은 복잡해질 수 있고, 기본적으로 목록에서 고르는 형태이므로 반드시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게슈탈트적 제작은 대가성 확보가 불확실할 수 있고, 구체적인 효과는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이 두 접근은 서로 취할 점이 많아 보입니다. 우선 분석적 제작에서 효과를 요소별로 분해해 생각하는 방식은 게슈탈트식 제작에서도 형평을 맞추거나 구체적인 효과를 정할 때 좋은 시작점이 됩니다.예를 들어 ‘감각 기반’ 향상을 보면, 검이 섬광을 발산해 그걸 보기만 해도 잠시 눈이 안보이는 것은 검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혀야 하는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각 기반의 능력은 명중 판정을 요구하는 능력보다 면모 칸이 더 많아야 한다든지, 페이트 점수를 써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가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것은 감각 기반 향상을 몰라도 원론적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때로는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정형화된 규칙을 보는 것이 더 구체적인 발상을 유도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너무 얽매여서 게슈탈트식 제작의 장점인 평이함과 유연성을 잃는 것은 금물. 그저 생각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 정도로 사용해야지 목록이 발상의 자유로음을 제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분석적 제작도 게슈탈트식 제작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상상력을 펼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개별 요소의 목록이 상상력의 발판이 아닌 천장이 될 위험을 피한다는 면에서이죠. 즉, 목록에 얽매이지 않고, 목록에 없는 것도 구현하려는 생각의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일까요.

이와 같이 분석적 접근과 게슈탈트적 접근은 서로 반대이긴 하지만, 발상을 얻거나 생각의 방향을 잡는데 서로 취할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른만큼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예시에 쓴 검을 겁스와 페이트로 제작해서 비교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명혼도 (冥昏刀) – 겁스판

해악 (2단계): 15CP

실명: +50%
근거리 (공격범위 1, 2): -25%
도난 가능 (ST 겨루기): -30%
소비시간 연장 (1초): -10%
일시적 단점 (죽음의 기운): -10%

비고: 일시적 단점에 대한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불길한 검이라 들고 있으면 반응판정에 벌점이 붙는 걸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끄고 켤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데 1초 이상이 걸리는 능력에만 붙일 수 있다고 해서 1초 소비시간을 넣긴 했지만 어차피 전투중에 반응판정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전투 외의 상황에서 능력을 끄는 건 쉬우니까요.

차라리 검을 해악 장점을 가진 동료로 제작해서 죽음의 기운을 넣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악만이 목적인데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제작하기는 좀 그런 면도 있지만요. 아니면 참가자와 진행자가 합의해서 다른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겠죠.

명혼도 (冥昏刀) – 페이트판

명혼도 (□)
실명을 유발한다 □□
불길한 기운 □

발동조건: 다친 결과 (성공차이 3) 이상으로 공격에 성공했을 때 실명 면모 발동할 수 있음. 조건 충족시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실명 상태, 발동에 페이트 점수를 들여 시간단위 올릴 수 있음.

비고: 위에서 말한 ‘불길한 검이라 사회생활에 지장’ 부분은 어렵지 않게 표현됩니다. 불길한 기운 면모를 강제 발동하면 사회적으로 손해볼 때마다 페이트 점수를 받을 테니 대가성도 확보하고요. 반면 위협 판정을 할 때는 자발적으로 발동해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시 위의 겁스판과는 달리 공격의 구체적인 효과는 따로 정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경우에 형평성을 맞추는데 좀더 신경을 써야 하고, 이점에 대해서는  페이트 규칙 자체 외에도 겁스 같은 다른 규칙을 참고하는 것이 발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능있는 신인을 성장 규칙으로 다룬다면..

만화에 보면 종종 재능있는 신인이 나옵니다. 특히 스포츠나 무협 만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형인데, 처음에는 별 실력 없는 신출내기이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인물이지요. 보통 이미 실력자로 명성이 쟁쟁한 경쟁자와 대조되며, 나중에는 그 경쟁자와 동등하게 됐거나 오히려 앞지르는 걸로 신인의 무서운 성장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슬램덩크의 강백호, 나루토의 나루토 등.

CP 차등이 나는 일행 얘기를 제노님과 하면서 들은 생각인데, 재능있는 신인을 규칙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플레이중인 겁스를 예로 들지만 다른 규칙에서도 재현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다른 일행보다 100CP 적게 시작한 주인공이 있다면, 그 주인공의 100CP는 저금처럼 진행자가 가지고 있다가 성장할 때마다 추가로 얹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주인공들이 2CP 받는 동안 재능있는 신인은 100CP 저금한 것을 3CP 인출해서 5CP를 받는다든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면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큰 시합이나 실책 후에 특히 적당하겠죠.) 이런 식으로 해서 100CP의 저금이 모두 소모되는 시점부터는 다른 주인공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게 하는 식입니다.

역으로 남들보다 많은 CP를 가지고 시작해서 성장은 느린 인물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남들보다 100CP를 더 갖고 시작했다면 그만큼의 빚을 얻은 것이 되어, 남들이 2CP 받을 때 1CP만 받아서 그 차액인 1CP만큼을 갚았다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강하게 시작하지만 성장 속도의 차이 때문에 결국 신인에게 따라잡히는 실력자 역할을 규칙상으로 구현할 수 있겠죠. 어쩌면 주인공보다는 조역으로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물론 어느 쪽이든 긴 캠페인이 유지되어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장기 캠페인을 거치며 경험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없이는 섣불리 CP가 적은 인물로 시작할 수 없을 테니까요. 결과 못지않게 성장의 힘든 과정에 중점을 두는 긴 호흡의 캠페인이 아니면 성장속도의 차등은 큰 의미가 없는 개념이기도 하고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하는 것은 바로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신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