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의 종류

로빈 로스의 마스터링 법칙 (Robin’s Laws of Good Game Mastering)에 나온 시나리오 편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0. 던젼 등 비구조적 모험

일정한 공간을 준비한 후 그 공간을 탐사하는 모험입니다. 탐험과 전투, 물품 획득이 중심입니다.

1. 에피소드식 구조

서로 큰 상관관계가 없는 장면의 연속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온갖 사건을 겪는 것이죠. 특히 배경세계 제작에 관심이 많고 주인공들에게 자신이 만든 세계를 관광시켜주고 싶은 진행자에게 적합합니다. 또 유머나 모험 중심의 가벼운 분위기가 되기 쉽기 때문에 무거운 이야기 사이사이에 좋은 기분전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에피소드식 모험 구조의 예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보틀턴 외곽: 춤추는 요정 ⇒ 큄시 근처: 물에 빠진 할머니 ⇒ 다크우드: 거미를 숭배하는 사교 ⇒ 버려진 방앗간: 서큐버스 출몰 ⇒ 채석장: 노예 반란 ⇒ 브라젠의 성문: 골렘 봉쇄

에피소드식 구성은 배우 유형 참가자에게 특히 적합합니다. 인물 표현을 마음껏 해도 지속적 결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파워 플레이어, 전투중시형, 무심한 참가자 유형도 이 모험 구조의 단순성을 좋아할 것입니다. 반면 이야기꾼 유형은 장면 사이의 연관이 없다는 점과 장기적 결과의 부재에 실망하기 쉽습니다.

2. 세트 중심

세트 중심 모험은 서너개의 줄거리상으로 연결된 대규모의 장면으로 이루어집니다. 주인공들이 대규모 장면을 순서대로 모두 마주치도록 적당히 구성을 조절하긴 하지만,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가는데는 몇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장면전환 방법을 적어도 두가지씩은 생각해 두는 것이 좋으며, 참가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을 생각해 낼지도 모릅니다.

1920년 이집트에서의 모험을 다루는 모험을 예로 들면, 우선 배경에 어울리는 멋진 장면을 4가지 설정합니다. 사막에서 차를 달리며 도굴꾼들과 벌이는 총격전,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있는 무덤 탐사. 미이라를 예상하고 있을 참가자들을 놀래켜 주기 위해 강력한 스핑스와의 전투, 그리고 복엽 비행기가 비행선을 공격하는 공중 전투.

다음은 순서를 정리합니다. 펄프 모험에서는 항상 큰 괴물은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스핑크스가 제일 끝입니다. 무덤 도굴꾼은 무덤 탐사 다음에 나오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고공 전투가 무덤 탐사나 도굴꾼들과의 싸움보다 멋지므로 도굴꾼과의 전투와 스핑크스 사이에 세번째로 넣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험 구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덤과 함정 ⇒ 도굴꾼 ⇒ 비행선 전투 ⇒ 스핑크스

이들 장면 사이를 전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가지는 성공했을 경우, 또 한가지는 실패했을 경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도굴꾼 전투와 비행선 전투 사이의 전환을 생각해 보면, 도굴꾼들에게 이겨서 그들의 옷이나 차를 수색할 경우 프랜시스 스마이스라는 유물 수집가 소유의 비행선을 습격할 계획서가 나옵니다. 도굴꾼들에게 졌을 경우 (혹은 수색할 기회가 없을 경우) 모험자들은 카이로에서 도굴꾼들의 정체를 알아보다가 스마이스라는 부유한 문화재 수집가도 강도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스마이스의 비행선상 연회에 초대받습니다. 성공에 의한 장면 전환은 실패의 결과보다 빠르고 위험이 적은 것이 보통입니다.

장면 전환의 법칙

(1) 실패와 성공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지의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

굴림에 실패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 것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와 성공에 따라 각각 다른 경로를 따르게 된다면 몰라도 실패를 이유로 모험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서는 안됩니다.

(2)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을 주인공 일행이 막지는 못해도 그 정도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줄거리상 악당이 꼭 주인공 일행을 피해 결정적인 장면에서 마계의 관문을 열거나 할 필요가 있다면 최소한 부분적인 성공이라도 허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죽이는 것은 막았더라도 부상을 입혀서 나중에 다시 마주쳤을 때 더 유리하다든지, 마계의 문을 여는 장치의 마법을 소모시켜서 관문을 여는데 시간이나 노력이 더 들게 된다든지.

3. 순서도 형식

모든 가능성을 미리 준비한 형식으로, A 장면에서 성공하면 B 장면, 실패하면 C 장면… 하는 식으로 가지를 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준비하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순서도를 완전히 논리적으로 전개할 경우 완전한 패배로 이어지는 선택지의 연속도 있을 것인데, 이것은 전술가 유형의 참가자의 마음에 들 것입니다. 패배의 가능성이 있어야 판단과 계획의 재미가 있으니까요. 반면 이야기꾼 유형은 완전한 실패까지는 가지 않도록 진행자가 적당히 조절해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4. 퍼즐 형식

완전한 순서도 형식 모험과 완전히 즉석에서 만든 모험의 중간 형태로, 여기서 퍼즐 조각이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건과 정보입니다. 퍼즐 형식 모험을 만들려면 주변 인물의 성격과 목적의 목록을 작성합니다. 다음, 중요한 정보의 단편들을 나열하고 어느 인물이 어느 정보를 아는지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이 갈만한 장소라든지 가능한 행동 순서 등을 생각해 봅니다.

모험을 진행할 때는 이러한 정보들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보여주고, 주인공들은 어떤 실마리를 쫓을지 선택하면서 선을 이어갑니다. 모험이 진행되면서 등장 인물들을 만나고 줄거리를 짜맞춰 가는 것입니다. 재미 혹은 논리상 필요할 경우 줄거리를 더욱 진전시키는 사건을 삽입합니다. 정보와 사건을 목록에서 지워가면서 진척 상황을 추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퍼즐식 모험은 순서도 형식의 모험보다 정보를 더 간략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준비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또한 진행도 보다 유연해지지만, 그 유연성의 활용은 실력 나름이랄까요.

5. 적 중심

또한 적의 계획과 행동에 중점을 두고 모험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장점은 퍼즐식 모험과 비슷하지만,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적의 계획을 방해할수록 준비한 내용은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주인공들이 적을 뒤쫓는 추적 형식의 캠페인이라는 제한된 상황에 적합합니다.

3 thoughts on “시나리오의 종류

  1. nefos

    초보마스터에게는 역시 던전타입이 제일 무난할거 같군요. 시나리오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에피소스식진행+세트식진행이 무난한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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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키

    퍼즐 형식이 가장 다루기 쉬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규모가 크고 인상적인 ‘고예산’ 장면을 만드려면 세트 중심으로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던젼형 모험이 확실히 초보 마스터에게 다루기 쉽겠죠. 가장 고전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형태의 모험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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