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놀이인 RPG에서 다루기 껄끄러운 소재 중 하나라면 성과 외설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민감한 내용이고, 남과 쉽사리 얘기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닌… 때문에 RPG 속에서의 성은 진지하게 취급되기보다는 종종 함께 낄낄거리며 재밌어할 소재로 다루어지곤 합니다. 뭐 그 역시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지만, 때로 외설은 인물의 내면과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가장 내밀한 삶의 영역인 성이야말로 그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니 말이죠.
이따금씩 꽤 수위높은 1:1 외설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해본 결과 의외였던 점이라면 외설을 통해 표현되는 건 단순히 연애감정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죠. 권력과 중독, 자유와 구속, 우정, 신뢰 등 상당히 많은 주제의식을 탐구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등장 인물들은 할짓 못할짓(…) 다 해서 그런지 깜짝 놀랄 정도로 감정표현이 진솔하더군요.
물론 아무리 좋은 점이 많다고 해도 참가자 중 한명이라도 불편하다면 그건 안하니만 못한 플레이일 것입니다. RPG중 나오는 모든 내용이 그렇지만 특히 성과 관계된 부분은 그 표현의 유무와 수위에 대한 명시적 혹은 암묵적 합의가 존재해야 할 테고요. 잘 모르겠으면 성과 외설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쪽이 나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충 참가자들의 나이대와 분위기를 봐서 주인공이 직접 개입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정도 외설적인 내용을 등장시키는 편이긴 하지만요. (창가에 선 여자 주인공을 보고 음탕한 농을 지껄이는 용병들이라든가) 뭐 그 역시 일종의 암묵적 합의일 수 있겠지요.
제 경험상 흥미 본위의 외설이 아닌 인물 탐구의 수단으로서의 외설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등장 인물의 내면과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 서로 사랑했지만 주인공을 파멸로 몰아넣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다시 한 번 유혹해 온다든지,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낯선 사람과의 쾌락에 탐닉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 예일 것입니다. 등장 인물이 가진 주제 의식의 연장선으로서의 외설은 상당히 깊이있는 감정적 통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분명히 외설은 다루기 까다롭고 위험 부담도 큰 소재입니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편안하게 합의하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경우 그 위험 부담은 더 큰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정말 원한다면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삶에서 그렇듯 RPG에서도…
외설이라는 건 상당히 껄끄럽고 미묘한 문제이지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조선 초기에는 전 시대의 영향이 남아있었기에, 남녀가 그런대로 평등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성종 때 완성된 경국대전이나 임진왜란 등을 겪으면서 폈던 강한 정절을 지킨 여성에게 하사한 열녀문이라든지 등으로 인해 조선 후기는 여성들에게 억압적인 분위기였지요) 성에 대해서 터부시되어 온 것도 있고, 그 주제가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있고요. 게다가 살짝 어긋나면 포르노(상업적이라든지 비상업적이라는 건 일단 논외)와 종이 한 장 차이니… (먼산)
사족이지만 종종 문학작품에서는 이 외설 장면이 등장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현실에서 이탈하려고 한다거나, 서로간의 애정을 확인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장길산이나 태백산맥, 한강 등을 보고 ‘중간에 외설이 있으니 이건, 포르노야!’ 라고 할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걸 보면 그 본질을 대하는 자세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요.
추신- 아앗 결국 제 이름이 뜨고 말았군요. 기뻐해야하는건지.. 유명한 블로그에 올라왔으니 호스팅을 제공한 회사에서 아는 것은 시간 문제여서 걱정해야 하는 건지. 걸리지 않게 문제의 부분들은 미공개로 돌려놓아야… (도망가는 중)
외.. 외설이 문제가 아니라…
저 닭살 만빵의 대사들은.. ( -_)
우후후후..좋잖습니..(퍼억)
결국 닭살 대사들 지웠습니..(흑흑) 설마 아이비로에서 눈치챌 정도로 유명 블로그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알피지에서 외설이 등장하는 가장 적절한 범위는 벌어지기 직전에 끊는 타이밍이라고 해야하나… 예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읽었을 때 여러가지 이유로 생각을 해본 결과 외설적인 장면은 깊은 의미를 넣으면서 만들어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뭐 결론은 어찌 되었건 밀어서 넘기는 것은 좋지만 거기서 끝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전혀 결론이 나지 않았어. 추신 : 일단은 PC끼리의 Love 플레이는 마스터와의 합의아래 다른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 완결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불빛이 어두워지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무난하지만, 때로는 그 불이 꺼진 후의 상황도 꽤나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불편한 소재인만큼 모두가 편안하게 합의하지 않으면 안하니만 못하지만요.
뭐 로맨스 뿐만 아니라 플레이의 모든 내용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끝나는 것이 좋겠죠. 어떤 상황에서 그런 피해가 있을지는 잘 상상이 안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