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적 배경 역할놀이에 매력을 느끼다

요즘에는 천일야화 (A Thousand and One Nights)와 제노비아(Zenobia)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Blue Rose는 어느새 잊혀졌나…먼산)

천일야화 (1001 Nights)

천일야화 쪽은 술탄의 호화로운 궁정에서 살며 자유를 꿈꾸는 궁정인들이 사막의 긴 밤을 보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내용입니다.

“사막의 밤은 길다. … 혀 위에는 고수 열매와 대추, 포도주, 소두구, 후추, 야자수, 새프런과 박하의 맛이 어우러지고, 가죽과 금으로 장식한 부드러운 목면과 비단 옷 밑으로는 향유 바른 매끄러운 피부가 은은한 빛을 낸다. 그리고 머리 위로는 언제나 그 자유를 뽐내며 춤추듯 움직이는 천체들의 운행이… 술탄의 궁에 사는 자들이 신비와 마법, 아름다움과 모험의 이야기에 영혼을 싣고 잠시만이라도, 상상 속에서라도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어찌 이상한 일이겠는가.”

저런 식으로 글을 쓰는데 어떻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아..;ㅁ; 천일야화에 나오는 술탄의 궁은 수많은 뉘앙스와 채울 수 없는 갈망, 하지 못한 수많은 말들의 침묵이 공허하고 가혹한 아름다움 속에서 교차하는 공간. 이런 분위기에 빠져볼 수 있는 분이라면 아주 재밌게 할 수 있을지도요.

전체적인 구조는 돌아가면서 진행을 맡는 액자식 역할놀이입니다. 주인공들은 술탄의 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학자, 술탄의 후궁, 노예소년 등등), 제각각의 이유로 궁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금 창살의 새장에 갖힌 경우랄까요. 이들은 밤이면 모여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각각 이야기 속의 한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습니다. (즉 이들은 RPG인이었다는 파문이.) 예를 들어 진행자가 ‘하킴과 이발사와 낙타’라는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하면 학자는 하킴 역, 후궁은 이발사 역, 노예소년은 낙타 역할 하는 식이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지은 결과 생긴 주사위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 굴려 궁정인들의 운명을 조금씩 결정짓습니다. 술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사형당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고, 술탄의 궁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요. 자세한 규칙 설명은 차후에… 규칙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환상적이면서도 살얼음판인 술탄의 궁 분위기에 흠뻑 빠져드는 게 어려울지도요.

제노비아(Zenobia)

제노비아는 기원후 260년 경의 중동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역할놀이입니다. (제노비아는 로마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팔미라의 여왕.) 제노비아의 고대 중동은 역사적으로 충실하다기보다는 하나의 환상적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죠. 실제 역사적 자료를 찾아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한편 워낙 오래전 세상인지라 자유도도 충분할 것 같은 느낌. 배경 설정이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는 데다 이집트, 페르시아, 이오니아 등의 자료집도 추가로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군요. 제노비아에 나온 규칙은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서 페이트 (FATE)를 사용할까 합니다.

“제노비아와 그녀의 어린 아들 바발라투스는 이제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막 왕국을 이끌고 있다. 이 왕국은 가바도기아의 험준한 산지에서 시리아의 부유한 도시들까지, 신심깊은 솔리마에서 상인 군주들의 고향 나바테아까지 이른다. 동북쪽으로 제노비아의 왕국은 사막을 건너 메소포타미아의 환상적인 도시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제국이 이들 이국적인 땅을 되찾을만할 영향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땅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4 thoughts on “중동적 배경 역할놀이에 매력을 느끼다

  1. nefos

    천일야화같은 경우 플레이어는 술탄의 궁의 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궁에서의 rpg놀이를 즐길때 각 스토리의 중심, 조연을 담당한다는 건가요. 액자안 이야기를 짜기도 어렵겠지만 수틀리면 낭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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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ealeaf

    정식으로 책이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트루20 세팅북인 Caliphate Nights란게 있습니다.

    트루 20의 Conviction(결의?)이라는 자원이 존재하는데
    이야기를 플레이어들이 짤 수 있는 규칙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번 참조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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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로키

    nefos// 뭐 얘기를 짠다기보다는 RP하는 거죠. 흥미있으시다면 전문을 번역했으니 어떤 것인지 직접 확인하셔도…아르티온// 그야말로 천일야화랄까요..^^tealeaf// 예, Caliphate Nights 좋다고 하더라고요. 독립적인 세팅북이라기보다는 True20 책에 나온 한가지 캠페인 예시라고 알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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