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데마르 캠페인 이야기 (4) — 수도탈출

3화 플레이에서는 처음으로 플레이어 전원이 참석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의 주 내용도 파티 형성이었지요.

초반부터 룰적 문제에 부딪힌 게 있다면 ‘극단적으로 많은 인원의 적을 상대할 때는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페이트 룰북에서는 원래는 적 1인마다 -1 페널티를 받는다고 되어 있지만, ‘최악’부터 ‘신적’까지 10단계의 형용사로 된 페이트 시스템에서 경비병이 30명이라고 -30을 했다간 더이상 표현할 형용사가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최악 중의 극최악? 말이 필요없는 초허접?) 게임이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그때는 뭐 그냥 어떻게든 대충대충 넘어갔는데, 당연한 해결책이 떠오른 건 그 세션이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그냥 GM이 난이도를 설정하면 될 것을 이렇게 바보같을 데가…ㅡㅡ;; 병사 1명의 실력이 ‘보통’이라면 병사 30명 역시 하나의 NPC로 쳐서 실력을 ‘엄청나다’ 아니면 ‘서사시적’ 정도로 설정하면 되겠더군요. 물론 각 NPC가 개성이 있다면 개별적으로 따져야겠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NPC가 3~4명 수위를 넘어서 ‘경비병 30명’ ‘깡패 17명’ ‘적국 병사 500명(?!)’ 등등이 되면 하나의 NPC로 처리해도 아무 무리가 없을 것 같거든요. 사실적이라기보다는 극적인 알데마르 캠페인의 분위기에도 어울리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드는 해결책입니다. 다음에 시험해 봐야지..+_+ (퍽퍽)

어째 이번 세션의 NPC들은 다 시커먼 남자놈(…)들이었는데, 그럭저럭 할만했습니다. 적이 되어버린 친구와 마주한 NPC가 격하게 투구를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대목이라든가, 능청스런 성격의 NPC가 정령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뭔가 홀딱 벗은 아가씨들 아냐?’ 하고 대답하는 부분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후자 쪽은 플레이어가 만든 NPC였는데, 연기가 아주 맘에 들었다는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죠..ㅋㅋ 싫증을 잘 내는 제 성격상 한 캐릭터만 파야 하는 플레이어보다는 여러 캐릭터를 바꿔가며 장착(뭐냐)할 수 있는 GM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파티 형성 부분은 좀 걱정했는데 플레이어들이 잘 협조해 주어서 부드럽게 흘러갔습니다.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게, 각자의 이익에 맞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때부터 한 점 그늘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PC 두명은 처음부터 호흡도 잘 맞고 의기투합했던 데 비해 나머지 하나는 좀 겉도는 느낌이었거든요. 불행히도 이 패턴은 PC가 캠페인을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됩니다. 이 PC의 (잠정적인) 결말이 별로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가슴이 아픈 부분이기도 하죠. 자세한 건 알데마르 캠페인 6화 이야기에서.

그 외에도 진행 자체에서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보고 싶어서 조금 돌아갔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거리에서 제 3의 PC와 떡하니 마주친다거나. 뭐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진행의 편의가 우선된 면이 있었달까요.

다음번 4화가 드디어 정말 쓰기 싫은 세션이로군요. 알데마르 캠페인 지금까지 최악의 세션…ㅡㅡ;; 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으니까 꾹 참고 쓰렵니다.
이글루스 가든 – 한국 RPG 대중화의 그 날을 위해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