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데마르 캠페인 이야기 (3) — 옛날 옛적에

여전히 시험기간인지라 두번째 캠페인 때는 레인의 플레이어가 빠지게 되었습니다. 두 PC가 (레인과 리야) 바로 지난 세션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다시 갈라놓기도 우습고, 생각다 못해 참여할 수 있는 PC(리야와 페드로) 두 사람을 데리고 외전 플레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본편 캠페인보다 몇년 전의 과거 이야기를 말이죠.

시작하면서부터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것이 있었는데, 리야와 페드로가 본편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할까 못알아보게 할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PC가 둘다 귀족가 출신인만큼 서로 아는 사이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저와 리야의 플레이어 생각이었지만, 페드로의 플레이어가 원하지 않더군요. 결국 외전 중에는 먼발치에서 보고 서로 이름을 아는 정도로 하기로 결론을 냈습니다. 기법은 역시나 장면전환식 진행(…)

외전은 본편보다 7년 전, 왕자의 출생을 기념해 수도에서 열린 토너먼트전에서 시작합니다. 이때 페드로 빙크리스틴은 19세의 갓 서품받은 기사로 첫 토너먼트 출전을 했고, 아버지를 따라 수도로 온 12세의 리야는 관중석에 있었습니다. 리야의 약혼자이자 사촌 오라버니인 크리스티안 렌하임이 페드로의 상대였죠. 하지만 당당하게 출전한 크리스티안이 페드로의 창에 죽으면서 토너먼트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집니다. 사건의 진상과 상관없이 빙크리스틴과 렌하임이라는 두 강력한 가문은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약혼자를 잃은 리야와 첫 출전에 사람을 죽인 페드로는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휘말려 들게 됩니다.

뭐 결국엔 당연히(?) 리야가 페드로의 무죄를 밝혀내죠.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가문의 실추된 명예를 더 중시하는 대영주의 암투, 냉혹한 음모와 교묘한 정보조작 등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NPC들에 맞서서… 이 과정에서 좀더 플레이어에게 능동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역시 과거 이야기인지라 혹시라도 돌발상황이 발생할까봐 꽤 직선적인 이야기 진행이 되었습니다.

본편과 나중에 연관된 부분이라면 우선 이 토너먼트의 개최 원인이었던 왕자가 7년 후에 레우코스가에 볼모로 잡히는 메티리온 왕자라는 것. 그런데 시간 관계를 깜박 잊고서 본편 시작부분에 이녀석을 11살로 설정해 버렸다죠..ㅡㅡ;; 다행히도 플레이중에는 ‘어린아이’로만 묘사했기 때문에 들키지는 않았지만, 왜 마스터링 강좌나 팁마다 자료를 남길 것을 그렇게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메모 좀 하고 살자고 다짐한 계기가 된…

또하나, 처음 예정과는 다르게 본편의 악역인 레우코스 가문의 두 형제 미켄과 라르켄이 꽤 중요하게 부각되었습니다. 진범의 조작에 의해 리야가 레우코스 가문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자신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미켄과 라르켄이 페드로를 찾아가거든요. 그리고 역시 처음 예정과는 달리 페드로는 이 두사람과 친구 사이가 됩니다. 덕분에 페드로의 본편 도입부에서 ‘친구의 배신’이라는 사악한 장치를 연출할 수 있었죠…캬캬.

단선적인 진행이 아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캐릭터에 살을 붙일 수 있었던 플레이였습니다. 두 플레이어의 롤플레잉 역시 훌륭했습니다. 두 PC의 이야기가 서로 긴밀히 얽히면서도 두사람 사이의 접촉은 쪽지 한 장으로 그쳤다는 점도 기억에 남았고요. 여러모로 즐거운 플레이였습니다.

이글루스 가든 – 한국 RPG 대중화의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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