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데마르 캠페인 이야기 (2) — 준비, 땅!

4. 첫 세션

준비 작업을 마친 후 (정확히 말하면 졸속으로 날림한 후…;;) 첫 세션으로 들어갈 대망의 일요일이 밝아왔습니다. 이전에 같은 팀과 단기 캠페인을 했었기 때문에 첫 마스터링은 아니었지만, 스토리가 제한되어 있지 않고 가능성이 무한한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이었죠. (첫 캠페인이었던 주인님과 함께 같은 경우 PC 행동이나 시나리오 결말이 제한되어 있어서…) 뭔가 스토리를 준비해 보려고 생각은 했지만, 잘 떠오르지도 않고 또 생각대로 될 것 같지도 않아서 대충 나올만한 묘사나 좀 써놓고 첫 세션을 맞이했습니다.

PC 파티가 모험가 일행이 아니라,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길을 떠난 경우이기 때문에 ‘주점에서 만나 의기투합’ 하는 식의 오프닝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PC들의 만남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로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쫓기는 길에 서로 마주쳐서 행동을 함께하게 되었다는 걸로 정했죠.

플레이어 세분 중 한분은 시험 관계로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두 플레이어와 함께 첫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PC는 도둑길드의 젊은 길드원 레인과 집나온 귀한 댁 아가씨 리야였죠. 만나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 자체가 세션의 줄거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별적인 장면진행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즉, 레인 한장면 진행 -> 리야 한장면 -> 레인 -> 리야 식으로… 참고로 첫 캠페인인 ‘주인님과 함께’ 캠페인의 진행 방식이 이랬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이기도 했고요.

일단 플레이어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첫 세션에서 장면전환식 진행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각 장면의 긴장되는 순간(평화로운 도시의 정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시점, 어둠 속에서 암살자가 튀어나오는 순간 등)에서 재빨리 다른 캐릭터르 시점을 옮기는 플레이는 플레이어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전에도 장면전환 플레이를 했다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극적 긴장을 높이는 법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이었거든요. 그 점을 지적받아서 혼자 고민하고 연구해 보기도 했고요. 확실히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첫번째 세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바로 PC들이 세션 내내 숨차게 도망다녔다는 점일 것입니다.(…) 국왕폐하가 갑자기 서거하고 왕가의 충복이었던 레우코스 가문이 어린 왕자를 인질로 잡고 정권을 장악하면서 도시 전체에 레우코스 가의 사병이 우글거렸고, 혼란시에 흔히 그렇듯이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사람이 보이는대로 잡아넣었거든요. 불쌍한 레인과 리야는 덕분에 레갈리에 시의 뒷골목을 숨가쁘게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감옥에 잡혀들어가서 제 3의 PC와 조우시켜주려는 마스터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르고..(…) PC 행동은 정말 뜻대로 안되더군요. ㅠㅠ 로그류답게 운동신경이 뛰어난 레인, 그리고 운동신경은 별로지만 바람의 정령을 데리고 다니는 리야는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

레인은 길드 본부가 레우코스 사병들에게 습격당해 초토화된 상태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스터의 징표인 보검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리야는 리야대로 아버지가 보낸 추적대를 피해 군중 속에 몸을 숨기려 했는데 때맞춰 난이 일어나 오도가도 못하게 돼 있었고요. 이 두사람은 결국 운명처럼 농간처럼 레갈리에 뒷골목에서 떡하니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레인의 플레이어가 친척집을 방문해야 했던 관계로 이 시점에서 정플은 끝나고, 나머지 시간은 리야의 과거를 다룬 외전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

첫 정플 플레이에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역시 모든 게 낯설어서 많이 덤벙댔다는 것이 대표적이겠죠. 묘사는 미리 적은 문구의 복사신공으로 때웠지만, NPC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으니까 진땀이 다 나데요. 하지만 긴박감 있는 첫 플레이였다는 평가를 들었으니 그다지 나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기왕 추격 장면이 많은 김에는 뭔가 굉장히 극적이고 멋진 추격전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질 못하고 다소 천편일률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제가 초긴장으로 굳어있는 상태인 것도 한 원인이었겠죠. 병사들이 ‘서라!’를 외치며 쫓아오는 동안 레갈리에 뒷골목의 거미줄 같은 거리를 열심히 달립… 하는 묘사도 한두번이어야죠..;; 만약 지금 한다면 좀더 다양한 묘사와 이벤트를 준비했을 것 같습니다. 쫓아오는 병사들에게 양면포위를 당한다든지, 말탄 기수에게 쫓긴다든지, 도망치면서 수레나 쓰레기더미 같은 장애물에 걸린다든지…등등. 앞으로의 플레이에 참고할만한 경험이었죠.

5. 외전 플레이

리야의 과거를 다룬 외전 플레이는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리야의 플레이어분이 이미 올리신 NPC 설정을 그대로 플레이한 게 전부였으니까요. 내용이 과거이니만큼 돌발사태는 절대 안되는..;;. 판정이 거의 없이 스토리 중심으로, 어린 리야가 빈 존스라는 소년과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결국에는 억지로 헤어지게 된 이야기가 중심이었습니다. 소설적 연출에 중심을 둔 무난한 플레이로, 플레이어분의 발랄하고 생동감 넘치는 롤플레이가 특히 인상에 남았죠. 마지막 장면에서는 빈 존스가 나중에 리야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플레이어가 짠 설정에 맞게 함축적으로 연출해 봤는데, 멋진 장면이라고 플레이어에게 칭찬을 들어서 으쓱했던 기억이. ^^


이글루스 가든 – 한국 RPG 대중화의 그 날을 위해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