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파일 캠페인 설정회의

어제는 드레스덴 파일 RPG (The Dresden Files RPG) 첫 설정 회의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재밌는 발상은 많이 나왔는데, 결정한 것은 의외로 많지 않아서 (그나마도 잠정적) 다음에도 이어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전한 광열군의 지적처럼 플레이 방향을 논의해야 설정도 방향성이 생길 것 같네요. 전통과 변화 사이에 갈등하는 도시, 서울…이라는 큰 줄기는 나왔는데 이 질료를 플레이에 어떤 모습으로 살릴까 하는 것이 함께 결정할 사항이군요.
한편 저는 캠페인 마스터링은 연애와 비슷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중입니다. 지금은 초기의 몰입 단계에 빠져버려서 규칙 번역하랴, 신화 자료 읽으랴 너무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화는 참 뭐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보기 시작하니 없는 게 아니라 많아서 탈이군요. 산을 쌓은 마고 할망, 무당의 시조 바리공주, 용의 딸에게 장가든 왕건 할아버지, 일곱 뱀 딸을 낳은 아기씨, 단군의 어머니는 백호였다는 기록, 청룡과 황룡의 싸움에 지원군으로 나선 궁수… 이런저런 재료로 어떤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모습으로 도시에 나타난 옛 신이라든지, 악귀나 신수와의 전투라든지. 일단은 그냥 보는 게 즐겁지만요.
다음번에는 진짜로 재미있는 부분인 도시 내 세력이라든지 위치, 얼굴 등을 설정하게 될 것 같네요. 그 시간에 모두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애원하는 강아지

와줄 거지? 플리즈?

2 thoughts on “드레스덴 파일 캠페인 설정회의

  1. Forgotten

    우리나라 신화나 설정은 실제로 많은게 사실이긴하지만 ‘시나리오 떡밥(Adventure Hook)’의 소재는 있으나 캐릭터 소재(Character Setting) 쓸게 부족한게 사실입니다.(쓸데없이 스케일이 크거나 그야말로 ‘선택받은 자’ 기믹인게 사실인지라)

    문선야승이나 용재총화에서 다루는 것들은 실제로 ‘이러이러한 것이 발견되었다, 있었다’이런 증언/목격담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인데다 흔히 문학상에서 말하는 자체적 해석이나 수정의 여지을 허용하지 않는 ‘완결형 소설’에 가깝습니다. 도교, 불교의 영향도 짙어서 무(巫) 관련의 풀이 외에는 독특성도 없고요(이것저것 섞는건 모든 자생종교의 특징입나다만) 가능성이 열려있는 일본의 쇼토쿠 태자/아마쿠사 전설이나 중국의 봉신방과 같이 변용해서 쓰긴 힘들죠.(단순히 명칭과 이미지만 빌려온다면 모를까)

    객관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는 ‘소재는 많으되 그걸 가지고 뭔가 창작하기에는 답답하다’라고 하는게 정답인듯 합니다. 작가진의 질이 안 좋기 이전에 쓸만한걸 안남긴 조상탓이죠(어?) 이래서 괜히 환단고기 같은 소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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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키

      좋은 지적이시네요. 그런데 결국 어떻게 발전시키고 가공하느냐 아닐까요? 불가능한 이유라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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