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뭔가 문제가 있다

방금 즉플을 한회 마치고 왔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확인하고 싶었던 사실을 확인했지요. 제 진행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100% 진단됐다고 하기는 힘듭니다만…

제멋대로 붙인 시리즈명은 ‘방랑자의 노래’이며, 진행자 로키, 참가자는 미묘님과 초보자님, 사용 규칙은 안방극장 대모험입니다.

설정

그러나 별들 사이의 어둠을 떠도는 방랑자의 노래는
우주의 길고 차가운 침묵의 가슴에만 들리나니…

– 발굴작업 K11-b의 선체에 새겨진 이종족 언어를 카워드 연구원이 해석한 내용.
시구(詩句)로 보이는 이 글은 훗날 K11-b가 ‘스타페어러'(별들 사이의 방랑자)라고 명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단 과정을 말하자면, 미묘님과 초보자님과 함께 그야말로 즉석에서 컨셉을 잡고 그에 기반해서 1회를 시작했지요. 장르는 대충 스페이스 오페라로 잡고 거기서부터 캐메 시작.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형대로 한 척의 우주함선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하기로 했죠. 우주연방 제 2 내각 감사실과 우주군은 합동으로 이계 종족의 고대 함선, 나중에 스타페어러라고 불릴 배를 먼 소행성대에서 발굴했는데, 문제는 이 배의 작동 원리도 알 수 없고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연방의 어떤 현존 기술로도 닿을 수 없는 성능을 발휘할 기체였지만 말이죠.

다행히도 영재교육, 외계문명 연구 등 다양하고 수상한(…)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시설 카워드 연구소에서 보내온 프로젝트 준책임자 이르힌 R. 카워드를 필두로 작동을 상당부분 해독해 내지만, 정작 엔진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테라에서 한 외계인 함선의 불시착의 현장에 있었고, 이후 이상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 로쉬 콜린이라는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우주군 소령 진샤린의 손에 강제로 끌려(…) 현장에 도착하고, 그가 컨트롤에 자리를 잡자마자 엔진은 기적처럼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배를 움직이는데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된 이르힌 R. 카워드, ‘명목상으로’ 제 2 내각 감사실 휘하 감찰관, 그리고 로쉬 콜린, ‘명목상으로’ 갑작스런 우주군 상병… 이 두 젊은이를 태운채 스타페어러 호는 외우주 탐사 임무를 맡고 출항합니다.

등장인물

주인공

이르힌 R. 카워드 – 열심히 인간인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과 유사한 외계종족입니다. 종족의 공식명칭은 출신 행성의 코드인 DEF-1031, 비공식적 통칭은 ‘퍼페티어.’ DEF-1031 종족은 항성간 항해 기술이 없던 종족으로, 우주연방과 접촉하면서 기존의 사회질서가 뒤집히고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지요. 이른바 ‘신경계 해킹’이라고 불리는 정신능력 때문에 경원시됩니다. 컴퓨터, 인간, 동물 등 주변에 신경계가 있으면 해킹해 들어가서 정보를 얻어내고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이르힌 같은 경우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카워드 연구시설에서 자라났습니다. 카워드라는 성은 연구소에서 입양한 아이라는 뜻으로, 연구소에서는 이런 식으로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아이들에 대한 후견권을 얻어 양육합니다. 어려서부터 연구대상이면서 동시에 학생이었던 이르힌은 DEF-1031 종족에 대한 차별 때문에 우주연방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출신 종족을 감추고 살아갑니다. 스타페어러에서 그의 정체와 능력을 알고 있는 것은 함장과 일부 고위 장교 정도로, 신경 해킹 능력을 인간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락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나 동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종종 스타페어러의 컴퓨터 시스템에 깊이 들어가곤 하며, 방에서 키우는 곤충들의 신경계 역시 해킹합니다.

고민 – 자신의 종족을 감추고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

능력
– 소수종족 □□□
– 시설 출신의 엘리트 □□□

인맥
– 제 2 내각 감사실장 로버트 D. 멘슈테트 □□□

개인 세트 – 스타페어러의 개인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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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쉬 콜린 – 테라의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지만, 어느날 이종족의 우주선이 불시착하는데 휘말리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어 버리고 맙니다. 추락 현장에서 죽어가던 외계인…오늘날까지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존재는 자기 자신의 욕심을 위해 로쉬에게 죽기 직전 자신의 기억을 덮어씌웠죠. 그때부터 로쉬에게는 원치 않았던 지식과 기억이 생겼고, 물건을 정신만으로 움직인다거나 순간 이동을 한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정신 능력까지 생겨 버렸습니다.

그런 그를 구조했던 우주군 소령 진샤린은 군용 병원에서 치료 겸 연구를 받는 그를 관찰하면서 스타페어러의 발굴과 관련해 심상찮은 연관을 알아채고 협박 반, 설득 반으로 싫다는 로쉬를 끌고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먼 소행성대까지 끌고 갑니다. 정 안되면 염동력으로라도 배를 움직이라는 억지와 함께… 하지만 왠걸, 그녀의 도박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서 로쉬가 큰소리로 불평하며 콘트롤에 자리를 잡자마자 엔진은 기다렸다는듯 작동을 시작하지요. 결국 일파만파로 샤린은 스타페어러의 함장이 되고 로쉬는 원하지 않는 직책 불명의 상병이 되었습니다. (굳이 직책이 있다면 시동키?)

고민 – 원하지 않았던 능력으로 자기 삶에 대한 제어를 상실

능력
– 외계인의 능력 □□□
– 컴퓨터 구루 □□□

인맥
– 스타페어러 함장 진샤린 □□□

개인 세트 – 스타페어러의 컨트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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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인물

진샤린 – 30대 중반의 나이, 소령이라는 계급으로 연방이 희망을 걸고 있는 이종족 기술의 집결체 뉴로매트릭스 프로토타입 스타페어러의 함장입니다. 제일 잘한 일은 로쉬 콜린을 발견해낸 거라는 비아냥도 따르는 인물입니다만… 로쉬에 대해서는 마치 누나처럼 챙기고 잔소리하려는 마음과 인생을 완전히 어긋나게 한데 대한 미안함이 늘 함께합니다. 하지만 연방을 위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아니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르힌에 대해서는 한편 스타페어러에 대한 권한을 분할하고 있는 감사실 사람이고 또 퍼페티어이기 때문에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스타페어러 식구이니까 신뢰하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성격으로, 사실 별로 군인답다거나 함장답지는 못한 사람.

로버트 D. 멘슈테트 – 제 2 내각 감사실장으로, 중후한 인상의 50대 신사. 연방 우주군과 함께 스타페어러에 대한 권한을 담당하고 있는 또 한 축. 뉴로매트릭스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이르힌의 직속 상관이기도 합니다. 연방 정치의 주요 인물 중 한명이고, 특히 프로젝트 책임자를 맡고 있는 스타페어러의 일에는 언제나 관심이 지대합니다.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인물. (..이라지만 PD도 모릅니..)

존 카프 – 스타페어러 수석 엔지니어. 요즘 들어 보조 파일럿 크란 러델과 영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자야 카트만두 – 스타페어러 보조의료원. 카프와 러델 사이에 생긴 알력의 원인.

크란 러델 – 감마 근무교대 보조 파일럿. 자야를 두고 수석 엔지니어 카프와 신경전중.

알리시아 셀번 – 로쉬 콜린에게 관심이 지대한 과학장교. 콜린 상병은 꽤나 잘생겼다고 생각하며, 그가 스타페어러의 엔진을 움직일 수 있는 건 퍼페티어 혼혈이기 때문이라는 친구 재니스의 이론을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

재니스 라이 티엔 – 알리시아의 친구이며 센서 오퍼레이터. 로쉬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장본인 중 하나.

진행

외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스타페어러호. 알파 교대근무 시작시간에 로쉬와 이르힌은 각각 함교로 출근해 딴짓에 빠집니다..(…) 로쉬는 그나마 일상과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들을 돌리며 위안을 삼고, 이르힌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해킹에 제어가 걸려있기 때문에 스타페어러의 시스템에 들어가 정보를 모음으로써 감찰관의 직무를 다하려고 애씁니다. 사생활 개념이 없는 퍼페티어 특유의 감각으로 수석 엔지니어와 보조의료원, 보조 파일럿의 삼각관계라든가 알리시아 셀번 소위의 콜린 상병에 대한 수다 등 온갖 시시콜콜한 정보를 진지하게 수집하며 평온한 아침이 흘러가던 중, 갑자기 제 2 내각 감사실에서 연락이 들어옵니다.

화면에 등장한 로버트 D. 멘슈테트 실장은 다짜고짜 스타페어러의 항로에 있고 최근 통신이 두절된 소렌 8호 우주정거장에 구조임무를 나갈 것을 요구하고, 진 함장이 항의하자 콜린 상병과 카워드 감찰관과 함께 함장실에서 만나줄 것을 요청합니다. 게다가 소렌 8호에는 장거리 센서에 대한 간섭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사태는 더욱 심상찮은…

함교에서 함장실로 전송된 통신신호는 멘슈테트 실장의 홀로그램을 함장실에 비추고, 네 사람은 곧 치고받고 싸웁니 토의에 들어갑니다. 실장의 요구사항은 장기 센서가 작동하지 않으니 이르힌과 로쉬를 셔틀에 태워서 소렌 8호로 보내고, 단거리 센서와 육안 관찰의 결과로 스타페어러를 원격조종해 구조를 완료하라는 상당히 무리한 것입니다. (로쉬 앞이니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이르힌이 스타페어러의 시스템과 데이터링크를 만들어서 로쉬를 원격접속시키라는, 즉 이르힌의 신변상 비밀까지 노출시킬 수 있는 계획이죠.)

어느정도 두 사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는 했지만 스타페어러의 정교한 기능들은 여전히 이르힌과 로쉬 두 사람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데, 센서도 통신도 닿지 않는 위험지역에 스타페어러의 중추와 다름없는 두 사람을 보내라는 얘기… 게다가 아직 우주군 사령부의 명령도 없이 스타페어러를 감사실의 지휘 하에 넣으려는 듯한 움직임에 함장과 이르힌은 둘다 강하게 반박합니다. 우주군 사령부의 명령이 필요하다면 잠시 기다리라며, 그동안 통신을 끊는 짓은 하지 말라며 사라지는 실장의 홀로그램.

남겨진 세 사람은 도저히 답이 나지 않는 대책토의에 들어가고, 이 시점에서 PD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싸우느라 엄청나게 늘어져버려서 전혀 깔끔하지 못한 장면진행, 게다가 무리한 나머지 불쌍하게 삐걱거리는 구성. 전에도 이런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당황한 PD와 황당한 참가자들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멘슈테트의 말대로 우주군으로부터 구조 명령이 떨어지고, 진샤린 함장은 스타페어러를 위험에 노출시키느니 차라리 연방의 눈에 띄지 않게 잠항모드로 들어가고 통신에 필터를 넣습니다. 이 시점에서 세션은 자기파괴..(…) 시간이 늦어서 미묘님은 일어나셔야 했고, 로키는 두 분에게 죄송해서 눈치볼뿐.

문제점

우선적인 문제라면 두 사람을 스타페어러 밖으로 내보내는데 지나치게 집착했던 점 같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형에 집착한 나머지 말이지요. 사실 두 주인공 컨셉을 자세히 보면 ‘배의 작동이 두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배 밖에서보다는 배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거였는데 말이죠.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배 밖으로 내보낼까’에만 골몰하다가 뻔한 해결책을 놓쳐 버린 겁니다.

두번째 문제라면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을 내보내려고만 했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제 진행에서 종종 드러나는 문제인데, 비교적 평온하고 정상적인 상황부터 시작하려고 하질 않고 처음부터 있는대로 다 뒤집으려는 경향이죠. 이 경우만 해도 거의 연방 정부의 전복까지 암시하는듯한 극도로 커다란 내용으로…(…)

또 하나, 이상과 같은 내용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플레이에 들어가는데만 급급했다는 점입니다. 설정의 양을 봐도 그렇고 규칙의 성격으로 봐도 그렇고 쉽게 한회에 끝날 내용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해결책

해결책이라면 두가지가 가능할 텐데, 한가지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없었던 걸로 하고 구조 파견대의 임무를 스타페어러에서 두 주인공이 지원하는 방향, 또 한가지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어떻게든 밀고 나가면서 두 주인공이 위험과 함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스타페어러에서 나갈만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방향이 무리가 적고 마음에 들지만 내용의 연속성을 생각하면 두번째 방향이 낫겠죠.

이 시점에서 진행자로서 제가 배울 점이라면…

1. 장르의 전형보다는 주인공들의 특징을 먼저 살피자.

2. 규모 키우기에 집착좀 하지 말자! (…) 언제까지나 감당도 못하는 얘기만 늘어놓을 거냐.

설정도 마음에 들고, 잠재력도 있는 이야기인데 시간이 되면 이어서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방랑자의 노래. 더불어 진행자로서 제 약점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고 말이죠.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ㅁ; (시꺼!)

4 thoughts on “내겐 뭔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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